상사와 부하 사이, 갈등의 원인은?   

2012. 6. 13. 11:52


여러분에게 친한 친구가 있다면, 여러분은 그 친구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친구는 여러분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까? 그 친구가 여러분에 대해 아는 것보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안다고 믿습니까? 자신이 자신에 대해 아는 바와 남이 자신에 대해 아는 것 사이에 차이는 인간관계와 조직 생활의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기에 이 질문들에 사람들이 어떻게 대답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에밀리 프로닌(Emily Pronin) 등의 연구자들은 '나는 나에 대해 잘 안다'와 '타인은 나에 대해 잘 안다' 사이의 인식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아보기 위해 일련의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먼저 125명의 참가자들에게 가장 친한 친구를 떠올리게 한 다음, 여러 항목의 질문을 던져 그 친구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아는지 11점 척도로 평가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참가자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지를 역시 11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죠. 결과를 분석하니, 친구가 참가자를 안다고 믿는 점수보다 참가자가 친구에 대해 안다고 믿는 점수가 더 높았습니다. 쉽게 말해, 타인은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자신은 타인에 대해 잘 안다고 믿는다는 뜻이었습니다.



프로닌은 이러한 믿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물 밖에 완전히 드러난 빙산부터 물 속에 완전히 잠긴 빙산까지 모두 10개의 그림을 보여주고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이 친구에게 드러난 정도를 가장 잘 표현하는 그림(A)을 하나 선택하도록 했고, 친구의 본 모습이 자신에게 드러난 정도를 가장 잘 나타내는 그림(B)을 또한 선택하도록 했죠. 그 결과, A가 B보다 물 속에 더 깊게 잠긴 모습이었습니다. 친구가 나에게 보여주지 않은 것보다 내가 친구에게 드러내지 않은 것이 더 크다고 느낀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널 잘 알지만, 너는 나를 그만큼은 알지 못한다'라고 인식하는 것이죠.

좀더 면밀하게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살피기 위해 프로닌은 기숙사 룸메이트 45쌍을 대상으로 후속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기 룸메이트의 답변 내용을 보지 못하도록 서로 격리된 채 질문에 응답했습니다. 질문의 내용은 수줍음, 불결함, 경쟁력, 리스크 수용 경향 등 다양했습니다. 프로닌은 참가자들에게 문항별로 다음과 같이 4가지 질문을 던지고 9점 척도로 측정하게 했습니다.


나-남 : 당신은 룸메이트가 얼마나 '수줍음을 타는지' 얼마나 잘 알고 있습니까?
남-나 : 룸메이트는 당신이 얼마나 '수줍음을 타는지' 얼마나 잘 알고 있습니까?
나-나 : 당신은 당신 자신이 얼마나 '수줍음을 타는지' 얼마나 잘 알고 있습니까?
남-남: 룸메이트는 그 자신이 얼마나 '수줍음을 타는지' 얼마나 잘 알고 있습니까?

통계 분석 결과, 내가 나 자신을 아는 정도(나-나)와 남이 나 자신을 아는 정도(남-나)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나는 나를 잘 알지만, 남은 나를 그만큼은 알지 못한다는 뜻이죠.  '나-나'와 '남-남' 사이에도 차이가 발견되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알지만, 상대적으로 남은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남'과 '남-나' 사이의 차이는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는 남을 잘 알지만, 남은 나를 그만큼은 알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으니 말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개인 사이 뿐만 아니라 집단 사이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보수주의자 집단과 진보주의자 집단, 낙태 찬성 집단과 낙태 반대 집단, 남성 집단과 여성 집단 등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우리 집단은 상대 집단을 잘 알지만 상대 집단은 우리 집단을 그만큼은 알지 못한다는 믿음이 나타났습니다.

프로닌의 연구는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 동료와 동료 사이, 팀과 팀 사이에서 곧잘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이러한 갈등은 평가 시즌이 되면 가장 극렬하게 표출되죠. 양측이 무언가를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널 잘 알지만, 너는 날 그 정도로는 알지 못한다'는 인식의 차이가 갈등과 불만의 시초가 됨을 짐작케 합니다. 또한, 자신의 의견과 행동에 대하여 타인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를 꺼리거나 거부하는 현상도 이러한 인식의 편향으로 설명됩니다. 상사나 동료가 나의 잘못을 지적하면 '당신이 나에 대해 뭔 안다고 이래라 저래라야? 내가 날 더 잘 안다고!'라고 반발심이 생기기 때문이죠. 갈등이 한번 자리잡으면 이런 인식의 편향이 양측 간에 올바른 정보가 공유되지 못하도록 악순환을 야기하는 까닭에 그 갈등이 해소되기가 아주 어려워집니다.

해법은 '나는 널 잘 알지만, 너는 날 그 정도로는 알지 못한다'는 편향이 존재함을 양측이 순순히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대화를 통해 어떤 부분에서 서로 인식의 차이가 발생하는지 파악함으로써 오해를 푸는 것이 최선입니다. 인식의 차이를 인정하고 교정하는 과정이 없으면,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를 증명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남이 자신을 평가하거나 조언하는 행위를 삐딱하게 받아들일 겁니다.

'나는 널 잘 알지만, 너는 날 그만큼은 알지 못한다'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나는 널 잘 알지 못하고, 너도 날 잘 알지 못한다'라고 겸손한 마음을 가질 때,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 직원과 직원 사이, 팀과 팀 사이의 갈등을 풀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논문)
You Don't Know Me, But I Know You: The Illusion of Asymmetric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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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갈등으로부터 나온다   

2010. 7. 6. 09:00

2000년 6월에 발생한 롯데호텔의 노사분규를 기억하십니까? 이 호텔의 노사분규는 무려 74일간 이어지다가 정부가 개입하면서 가까스로 해결됐는데, 기록을 살펴보면 2000년 한 해에 발생한 노사분규는 모두 250건에 달했는데 그 중 유독 이 호텔의 노사분규가 치열하게 벌어졌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갈등의 원리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노사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산불이 발생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루스 멜러머드라는 과학자는 컴퓨터를 가지고 가상의 실험을 실행했습니다. 바둑판 모양의 격자에 가상의 나무를 무작위하게 심도록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 다음에, 나무가 100그루 정도 심겨지면 가상의 성냥을 바둑판에 떨어뜨리도록 했다고 합니다. 


만약에 성냥이 나무 위에 떨어지면 그 나무가 타 버리고 주변의 나무에 불이 번져서 산불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성냥이 공터에 떨어지면 산불로 번지지 않고 금방 꺼지겠죠.

멜러머드는 실험을 조금 바꿔 봤습니다. 성냥을 1백 그루마다 한번씩 떨어뜨렸던 것을 2천 그루마다 한번씩 떨어뜨렸습니다. 그랬더니 가상의 숲에 대참사가 일어나는 횟수가 급격히 많아졌다고 합니다. 성냥을 떨어뜨리기 전까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랄 수 있었는데, 성냥이 떨어지자 숲 전체로 불이 번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멜러머드는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란 숲은 그만큼 상호작용이 크기 때문에 숲 전체에 걷잡을 수 없는 대형산불이 일어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의 말을 다시 해석해 보면, 산불이 드물게 발생할수록 오히려 대형 산불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그의 실험 결과는 1988년에 미국 옐로스톤(Yellowstone)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증명합니다. 세 달 가까이 계속된 이 산불에는 소방수 1만 명, 비행기 117대, 소방차 100대 이상이 동원됐는데, 결국 150만 에이커라는 어마어마한 산림이 잿더미가 되고 진화 작업에 투여된 비용만 해도 모두 1억 2천만 달러가 넘었다고 합니다. 

무엇 때문에 산불이 이토록 커졌을까요?  이 초대형 산불의 원인은 옐로스톤의 숲이 ‘임계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임계상태란, 조그만 변화가 대형산불로 커질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상태를 말합니다.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서 미국의 산림 당국은 단 한 건의 산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목표로 숲을 관리해 왔습니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조그만 산불까지도 필사적으로 막아내려고 했습니다.

그때문에 숲에는 불쏘시개가 될 만한 죽은 나무와 마른 나뭇잎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나무들을 솎아내는 효과가 있던 작은 산불이 일어나지 못하니까 나무들이 점점 조밀해졌습니다. 그래서 숲이 임계상태로 치닫게 돼서 결국 초대형 산불이라는 참사가 벌어진 겁니다.

이제 산림당국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작은 산불은 구태여 끄지 않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나무들 사이의 불쏘시개를 없애기 위해 일부러 작은 불을 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야 숲이 임계상태가 되는 걸 막을 수 있고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이라는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갈등이 폭발되어 확산되는 것도 산불이 발생하는 것과 흡사한 이유 때문입니다. 기업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때론 협동하고 때론 갈등하는 '임계상태의 네트워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노사분규와 같은 극한 갈등을 예방하려면 일부러 작은 산불을 내듯이 갈등을 조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갈등중재 전문가이자 심리학자인 다니엘 다나는 올바르게 갈등을 관리하려면, 첫째 '거리를 두지 말고', 둘째 '강압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다시 말해, 갈등이 되는 원인과 대상으로부터 피하려 하지 말고, 그렇다고 강압적으로 상대와 맞대결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진보는 갈등으로부터 나온다."는 쥬세페 마치니의 말처럼 갈등은 변화를 이끌고 조직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올바른 갈등관리는 갈등을 억제하고 회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억제하려고 한다면 옐로스톤 화재처럼 더 큰 갈등으로 분출될 뿐이죠. 유익한 갈등을 조장하고 그것을 조직의 역동적인 변화의 기회로 삼는 것이 올바른 갈등관리의 시작입니다. 

(* 한경 HiCEO '경영 속의 과학' 강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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