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사(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는 문제를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일으킨 잠정적인 원인이 어떨지 대강의 이미지를 그리게 됩니다.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심하다는 문제에 직면했다면, 직원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함께 보고 들으며 ‘월급이 너무 적다’든지 ‘CEO가 너무 강압적’이라든지 ‘직원들 모두 건강에 이상이 있다’ 등의 잠정적인 원인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가설이며, 이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문제원인 밝히는 가설

가설이란 문제의 원인이 ‘이러이러하다’고 미리 답을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월급이 적어서 직원들이 태만할 것’이라거나 ‘매출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제품에 하자가 많아서’라는 식으로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을 단정적으로 선언한 문장이 가설입니다. 단정적으로 선언한다는 말은 가설 설정이 곧 문제의 근본 원인을 예단한다는 말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일종의 기술임을 뜻합니다.

가설로 세우지 않고서 무작정 근본원인을 밝혀내겠다고 덤벼드는 일은 바위를 깨는 작업을 하면서 어떤 도구를 쓸지 궁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의 원인으로 짐작되는 사항을 여러 개의 가설로 수립해 놓는다면, 그것들을 하나씩 실증하면서 참과 거짓 여부를 가리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월급이 적어서 직원들이 태만할 것’이라는 가설을 실증해 거짓이라는 결과를 얻었다면 두 번 다시 그 가설은 살필 필요가 없으므로 다른 가설에 역량을 집중하는 효과를 얻기 때문입니다.



#가설 설정의 효과

가설을 설정하면 문제해결사와 의뢰인이 가진 편견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직원의 태만은 월급이 적기 때문’이라는 고정관념이 조직 전체에 팽배하더라도 그것이 실증되지 못한다면, 문제의 근본원인으로 채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설 설정의 과정이 생략되면 실증의 초점이 흐릿하기 때문에 문제해결사와 의뢰인이 슬그머니 자신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반영할 위험이 큽니다. 또 ‘문제의 원인을 단정적으로 선언하라’는 말은 실증 과정을 통해 문제의 근본원인에 빠르게 접근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해법의 효과뿐만 아니라 해결의 신속성도 문제해결의 품질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가설을 설정하면 어떻게 문제해결의 시간이 단축되는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선생님이 1부터 100사이의 숫자 하나를 마음속에 생각해 둔 다음 학생들에게 그 숫자를 맞혀보라고 합니다. 가설 설정에 능한 학생이라면 “50보다 큽니까”라고 물을 겁니다. 선생님이 아니라고 대답하면 학생은 “25보다 큽니까”라고 묻고, 그렇다는 선생님의 대답에 “37보다 큽니까”라고 질문을 이어갈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설을 설정해서 묻고 선생님으로부터 검증을 받으면서 숫자를 빠르게 찾아냅니다. 만약 선생님이 생각해 둔 숫자가 27일 경우 6번 정도만 질문하면 답을 맞힐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릴 적에 많이 했던 ‘스무고개 넘기’ 게임도 전형적인 가설 설정 게임입니다. 


#품질 좋은 가설을 찾는 법

스무고개를 하는 것처럼 인터뷰, 자료 분석 등을 통해 실증을 진행하는 동안 가설의 진위 여부는 금세 드러납니다. ‘월급이 적어 직원들이 태만하다’는 가설을 갖고 직원 5명과 인터뷰했지만 아무도 그런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다른 이유를 더 성토한다면, 그 가설을 폐기하거나 제쳐놓고 다른 가설을 세우면 됩니다. 유능한 문제해결사라면 굳이 50명의 인터뷰를 다 끝낼 때까지 기존의 가설을 붙들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가설이 좋은 가설은 아니기 때문에 품질 좋은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는 문제를 접하고 다음과 같이 3개의 가설을 세웠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직원들이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사적인 용무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다
△회사의 정책을 비방하는 글을 인트라넷에 자주 올린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것들은 나쁜 가설입니다. 왜냐하면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는 문제를 그대로 반복한 문장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가설이 되기 위해 가장 으뜸인 조건은 문제의 근본원인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가설 설정의 목적 중 하나인 문제해결의 속도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해결에 능수능란한 사람이라면 의도적으로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는 다음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에 초점을 맞추려는 노력으로 좋은 가설을 세웠을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충분한 양의 업무가 배정되지 않는다
△대외업무가 너무 많아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회사 정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고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린다.


#단순 접근으로 해법 제시해야

무엇보다 좋은 가설은 해법의 실마리를 제시합니다. 여러분이 여행을 떠나려고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데 무슨 이유인지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에 처했다면 ‘배터리가 방전돼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배터리를 충전시키면 시동이 걸리리란 해법과 연결되므로 좋은 가설이지만, 만약 ‘나에게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차를 이상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가설이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의 해결과 직접적으로 연결짓기 어렵습니다. 차를 망가뜨린 범인을 색출하는 일이 중요할지 모르나 설령 범인을 밝혀낸들 자동차를 수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일과는 거리가 멉니다. 따라서 이 가설은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좋은 가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음으로 좋은 가설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합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신학자였던 오컴의 윌리엄(William of Ockham)은 “보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은 헛수고”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소위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말입니다. “조건이 같다면 가장 단순한 것이 더 진리에 가깝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가설을 수립할 때 오컴의 면도날을 날카롭게 들이대야 합니다. ‘직원들이 태만하다’는 문제의 발생 원인에 대해 ‘직원들의 뇌 구조가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가설을 세웠다면 과학자에겐 유용할지 모르겠지만, 지식과 장비가 없는 여러분의 입장에서 실증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있으나마나 한 가설입니다. 

결국 좋은 가설이 되기 위해서는 문제의 근본원인을 파고들어 해법의 실마리를 제시하며, 최대한 단순해야 합니다. 가설이 참이냐 거짓이냐는 가설의 좋고 나쁨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실증을 통해 참으로 판명되거나 참이라고 판명될 가능성이 높은 가설이라고 해서 좋은 가설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참과 거짓을 실증하고 나아가 근본원인을 밝히는 데 얼마나 효과적이냐가 좋은 가설의 여부를 결정함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한국경제신문 2011.12.9일자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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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로트(Roth)란 사람이 한 가지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그 실험은 '양복점'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습니다. '옷을 만들어 내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이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미션이었습니다. 로트는 양복점 게임에서 좋은 결과를 낸 참가자와 나쁜 결과를 낸 사람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지요.

그가 주목한 것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어휘의 차이였습니다. 그는 참가자들이 게임에 임하는 동안 나누는 말을 녹음한 다음에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떤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양복점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신통치 않은 결과를 낸 참가자들, 즉 '나쁜' 결과를 낸 참가자들에게서 주로 나온 단어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언제나, 항상, 완전히, 확실하게, 의심할 여지없이, 오직, 반드시, 꼭 해야 하는, 매번, 예외없이, 전체적으로, 명백히, 단독으로, 계속해서...

이 단어를 죽 보면 느끼겠지만, 자신의 의사결정에 확신을 주려는 듯한 어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의사결정의 결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면밀하게 추이를 지켜보기보다는 예상치 못할 다른 상황이란 아예 없음을 확신하는 단어들입니다.

반면에 '좋은' 성과를 낸 참가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은 아래와 같았다고 합니다.

가끔씩, 이따금, 보통, 약간, 어느 정도는, 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에서는, 아마도, 생각해볼 만한, 의심스러운, 여러 가지 중에서도, 한편, 또한, 게다가, 가능한, ~할 가능성이 있는...

이 어휘들은 나쁜 결과를 낸 참가자들의 경우와 확연한 차이를 나타냅니다. 의사결정을 사려 있게 검증하여 수정하려는 태도가 이 단어들에서는 엿보입니다. 문제를 둘러싼 상황과 배경을 염두에 두면서 변해가는 추이를 살펴보자는 의도가 담긴 단어들이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떤 단어들을 자주 사용하느냐를 살펴보기만 해도 문제해결을 잘 할지 못 할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음을 로트의 실험이 시사합니다. '좋은' 결과를 낸 참가자들의 어휘에서는 문제와 상황을 분석하고 그 이유를 찾아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나타나지만, '나쁜' 결과를 낸 사람들은 독선과 허황에 찬 확신으로 문제를 꺾어버리려 합니다. 

로트의 실험에서도 봤듯이, 문제해결에 서툰 사람들은 지나친 확신과 자신만만함을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자신감이 아닙니다. 문제가 불러일으키는 불안감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지나지 않죠. 이런 사람들은 문제로부터 압박을 느낄수록 '나'라는 대명사를 빈번하게 사용하는데, 상황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받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확신에 차서 아이디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연 '진짜' 단호하게 자신의 계획을 밀고 나갈까요? 자주 쓰는 어휘에서 나타나는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데 꽤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말로는 호기롭게 떵떵거렸지만 자신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부실한지 스스로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로만 내뱉으면 문제가 다 풀릴 거라 스스로를 기만하고 그 이후엔 나몰라라 합니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새롭게 '확신에 찬' 아이디어를 또 쏟아내며 주위 사람들을 닥달하고 밖으로 내모는 악순환을 야기하고 맙니다. 문제가 복잡하고 상황이 불확실할수록 허황된 자신감은 하늘을 찌릅니다.

문제는 감정이 없습니다. 문제를 협박한다고 해서 문제가 스스로 풀릴 리 없습니다. 면밀하게 문제와 상황을 분석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는 '겸손한' 자세가 문제해결사의 덕목이겠죠. 문제해결의 세계에서는 겸손함이 자신만만함을 이깁니다.

'A방법이야말로 의심할 여지 없이 확실한 해법이야'란 자신감과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전자는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감이겠죠. 그것은 문제해결사의 적입니다. 혹시 여러분의 주위엔 '언제나, 항상, 완전히, 확실하게, 의심할 여지없이...'를 강조하는 사람은 없습니까? 그는 누구입니까? 부디 여러분 자신은 아니길 바랍니다.


(*사례 출처 : '선택의 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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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일본이 서로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던 '러일 전쟁(1904~1905)'때의 일입니다. 전투에서도 많은 병사가 목숨을 잃었지만, '각기병'으로 허무하게 죽는 병사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전투력 손실을 염려한 군의관들은 각기병의 원인을 규명해서 해법을 찾으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요.

하지만 러일전쟁 전이 일어나기 한참 전(1884년)에 이미 각기병의 원인이 특별한 영양소의 결핍 때문에 발생하리라 짐작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다카기 가네히로하는 해군의 군의관이었습니다. 그는 해군 병사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를 개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가능한 한 영양소가 골고루 섭취되도록 백미에 보리를 섞어 '혼식'을 제공한 것이었죠. 이 조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해군 병사들에게서 각기병이 거의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러일전쟁의 전투 장면을 그린 '일노혼전화도'


하지만 일본 육군 내에서 높은 위치에 있던 군의부장 모리 린타로(필명인 모리 오가이로도 불림)는 해군의 사례에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각기병이 영양소의 결핍 때문이 아니라, '병원균'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을 절대적으로 믿었습니다. 

모리 린타로(모리 오가이)

모리가 이런 가설을 신봉하게 된 배경에는 당시에 첨단과학으로 여겨진 세균학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탄저균, 결핵균, 콜레라균을 발견한 근대 세균학의 창시자 로베르트 코흐가 한창 이름을 날릴 때 모리는 도쿄제국대학 의학부 학생이었던 것이 그가 병원균에 그토록 집착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모리의 가설은 문제가 있는 가설이었습니다. 모리가 소위 '각기균' 발견을 통해 각기병을 치료하려 했지만 그 시도는 매번 실패로 돌아갔으니 말입니다. 모리가 각기균 발견에 열을 올리는 동안  21만여 명의 병사들이 각기병을 앓았고 2만 7천여 명의 육군 병사들이 각기병으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전투에서 숨진 병사가 4만 7천 명인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사망자 수였죠.

각기균이 모리의 머릿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은 4~5년 후(1910년)에 스즈키 우메타로가 비타민 B1을 발견하면서 분명해졌습니다. 비타민 B1의 결핍이 각기병의 원인이었습니다. 결국 해군 군의관이었던 다카기의 가설이 옳았던 거죠. 

하지만 모리의 생각은 매우 완강했습니다. "쌀겨 따위로 각기병이 낫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죽을 때까지 각기균에 대한 가설을 접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마부대끼리의 접전을 그린 그림


이 사례에서 우리는 2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가설을 향한 '사랑'은 문제해결을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모리가 처음부터 각기균이 각기병의 원인이라는 가설을 세운 것 자체는 문제해결사로서 올바른 행동이었습니다. 문제해결에 가설로 접근했던 모리의 방법은 문제해결사가 따라야 할 규범 중 하나죠. 모리가 틀렸고(그래서 그는 멍청하고) 다카기는 옳았다(그래서 그는 현명하다고)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우리가 상황을 다 알기 때문에 내리는 결과론적인 판단일 뿐입니다.

문제해결사로서 모리에게 비타민 B1 부족만큼이나 치명적이었던 부분은 자신의 가설을 가설 그대로 두지 않고 '사실(fact)'이라 믿기를 원했다는 점입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이런 맹신은 해군의 성공 사례를 무시하고 전투력의 손실을 좌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죠.

가설은 어디까지나 임시로 설정한 하나의 명제에 불과합니다. 가설로 세워졌다고 해서 무소불위의 힘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코흐의 성공이 모리가 '각기균 가설'을 세운 간접적 배경이었다 해도 코흐의 명성 자체가 입증의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모리는 코흐의 권위를 각기균 가설의 권위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가설은 그저 가설일 뿐임을 망각했던 겁니다.

두 번째 교훈은, 가설에 객관적인 입장을 취한다 해도 그것을 증명하는 일에 함몰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카기(해군의 군의관)는 사실 '특정 영양소의 결핍이 각기병을 일으킨다'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한 적이 없습니다. 그의 가설은 나중에 스즈키 우메타로가 비타민 B1을 발견하고서야 비로소 입증됐지요.

다카기 가네히로

다카이는 현명했습니다. 특정 영양소가 없다는 가설이 옳다면 가능한 한 여러 음식을 골고루 구성한 식사를 병사들에게 제공하면 된다고,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생각할 줄 알았습니다. 특정 영양소가 무엇인지 꼭 알아야 할까요? 주변 열강과 치열하게 힘을 다퉈야 할 상황에서 꼭 특정 영양소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일이 그토록 중요하고 위급한 일일까요?

다카이는 특정 영양소의 정체를 규명하지 않았지만 즉각 시도가 가능한 '혼식 식사 제공'이라는 해법이 각기병 치료와 예방에 꽤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그저 우연이거나 '비과학적'이라는 의심이 들었겠지만, 전쟁 와중에 적용할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이었습니다. "특정 영양소의 정체를 꼭 알아야만 각기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고집하지 않은 채, 즉 가설의 증명에만 목매달지 않은 채 해법을 적용했던 까닭에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죠.

원인을 꼭 알아야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설의 증명 없이도 우연하게 해법을 알게 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이런 경우, 가설의 증명을 거치지 않았으니 그런 해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은 매우 '교조주의적'이고 형식에 매몰된 태도입니다. 특히 전쟁처럼 위급한 상황일 땐 더욱 그러합니다.

정리하면, 모리와 다카기의 서로 대비되는 사례는 가설을 사랑하지 말고, 가설의 증명에 유연하게 대처하라는 교훈을 시사합니다. 문제 자체보다도 문제해결사의 고집과 몰이해가 더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문제를 접하고 가설을 세워 증명하는 순간, '내가 가설과 사랑에 빠지진 않았는지', '가설 증명에 집중하느라 이미 곁에 있는 해법을 보진 못하는지' 살펴보고 점검한다면 그런 위험을 어느 정도는 예방하지는 않을까요?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 하십시오.


(*사례 출처 : '동적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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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야, 넌 어디 소속이니?   

2010. 8. 10. 09:00

문제는 특성과 상황에 따라 몇 개의 유형으로 나뉩니다. 여러분이 '문제해결사'가 되고자 한다면 문제를 접할 때마다 그것이 어떤 유형에 해당되는지 반드시 파악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해법의 형태가 문제 유형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화재를 진압해야 할 때와 직원들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때를 각각 머리에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겁니다. 여러분을 둘러싼 거의 모든 문제들은 다음과 같은 4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됩니다.

(1) 개념 문제 vs. 실용 문제
(2) 정형문제 vs. 비정형문제
(3) 위급문제 vs. 원인문제
(4) 설정형 문제 vs. 회복형 문제

오늘은 각 카테고리별로 간단하게 개념을 소개하겠습니다.


개념문제 vs. 실용문제
해법이 초점을 맞추는 대상에 따라 개념문제와 실용문제로 나뉩니다. 개념문제란 ‘알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문제’를 말합니다. 어떤 현상을 목격할 때 ‘왜 그것이 발생했을까?’, ‘그것의 특성은 무엇일까?’ 라고 던지는 질문들은 모두 개념문제에 해당됩니다.

개념문제를 주로 다루는 사람들은 학자들입니다.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하려는 것이 그들의 지상 목표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작 뉴턴은 ‘왜 지구는 사과를 끌어 당길까?’ 라는 조그만 개념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한 끝에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고 이를 기초로 현대물리학의 체계가 확립됐습니다.

학자들만 개념문제를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다니는 회사의 CEO가 “이번 달 매출이 왜 저조한지 원인을 파악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한다면 이는 분명 개념문제입니다. 매출 개선이 궁극적인 목적이므로 뒤에서 설명할 실용문제라고 판단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시를 내리는 순간에는 매출이 떨어지는 현상을 잘 이해하려는 것이 CEO의 1차적인 목적이므로 개념문제에 해당합니다.

반면, 실용문제는 ‘기대하는 상황으로 개선하려는 문제’를 가리킵니다. 여러분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문제들은 대부분 실용문제입니다.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경쟁사를 제압하려면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나?”와 같은 실용문제로부터 하루라도 자유로운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경영이란 끝없는 문제해결의 과정’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죠.

정형문제 vs. 비정형문제
문제해결의 구조가 뚜렷하게 보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정형문제와 비정형문제로 구분됩니다. 정형문제는 해법을 찾는 절차와 방법이 사전에 마련되어 있어서 그것만 따라가면 해결되는 문제, 즉 ‘표준화된 구조를 가진 문제’를 말합니다.

가전제품 설명서 내용 중에 ‘고장일 때 이렇게 해 보세요’ 라는 부분에 기재된 문제들은 정형문제들입니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플러그의 상태를 살펴라’와 같이 설명서가 지시하는 대로 따라가면 대개의 경우 고장이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사용자의 부주의나 실수를 바로잡는 해법에 의해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설명서 대로 조치를 취해도 문제가 사라지지 않거나, 아예 그런 류의 문제에 대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비정형문제가 됩니다. 다시 말해, 표준화된 해법이 없는 문제가 비정형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매출의 급락을 어떻게 방어할까?” 라는 기업의 문제는 대표적인 비정형문제입니다. 매출을 하락시킨 원인들이 매우 많고 불분명해서 관점과 분석 여하에 따라 여러 해법들이 제시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정형문제는 과거에 적용했던 해법을 다시 적용하기가 난감합니다. 물론 ‘제품의 품질 저하’로 인해 발생한 당시의 매출 하락이 이번에도 똑같은 원인으로 재현됐을지 모르지만 그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아주 낮습니다. 따라서 비정형문제에 대해서는 매번 원인을 새로 규명해야 하고 그에 따라 차별적인 해법을 제시해야만 효과적입니다.

위급문제 vs. 원인문제
문제 발생의 원인을 규명해야 문제해결이 가능한가의 여부로 위급문제와 원인문제로 구분됩니다. 화재나 테러 등 긴급하게 대처해야 하는 사고가 위급문제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시험 문제도 위급문제의 일종입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풀지 않으면 점수가 낮게 나와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거나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질책을 받아야 하는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위급문제를 해결하려면 그것이 어떤 원인으로 발생했는지 따지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공장이 불타는 중인데 화재의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자질이 의심스러운 엉터리 문제해결사임에 틀림없습니다. 원인을 찾는 동안 공장이 모두 불타버리면 문제해결의 기회조차 잡지 못할뿐더러 무엇보다 피해가 막대할 겁니다.

물론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알아야 나중에 불이 나지 않도록 예방책을 수립할 수 있지만, 이미 불이 난 상태에서는 원인을 규명해 봐야 상황이 나아질 리 없고 오히려 심각해질 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위급문제는 조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금방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리라 예상되는 문제를 말합니다.

원인문제는 위급문제와는 달리 반드시 원인을 규명해야만 효과적인 해결이 가능한 문제를 말합니다. 가만히 둬도 상황이 악화되지 않아서 원인을 파악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거나, 반드시 원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해법이 구성돼야만 하는 문제가 바로 원인문제입니다. 아침에 차를 타러 나왔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시간을 가지고 배터리가 방전된 탓인지 연료가 바닥난 까닭인지를 살펴야 수리가 가능하겠죠. 따라서 이 문제는 원인문제입니다.

설정형 문제 vs. 회복형 문제
‘기대 상태’가 미래의 것이냐, 아니면 원래의 것이냐에 따라 설정형 문제와 회복형 문제로 나뉩니다. 설정형 문제는 미래의 기대 상태 때문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설정형 문제는 쉽게 말해 ‘일부러 만든 문제’ 입니다. 현재 상태로 만족하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가 필요치 않은데, 기대 상태를 더 높게 추구함으로써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라고 인식된 것’이 바로 설정형 문제입니다. 여러분의 영어 실력이 외국인과 일상생활을 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수준이라면 영어 실력에 한해서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겁니다. 헌데 생활영어 수준에서 벗어나 미국인들과 공식적인 영어를 사용해 토론을 벌이고 싶다면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회복형 문제는 설정형 문제와 반대입니다. 설정형 문제가 기대 상태를 원래 수준에서 끌어올린 ‘일부러 만든’ 문제인 반면, 잘 나가다가 현재의 상태가 나빠져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문제들이 회복형 문제입니다. 조속히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은 것이 목적이므로 회복형 문제라고 따로 구분하죠. 

이런 의미로 볼 때, 앞에서 말한 위급문제는 안정된 상태에 있다가 갑작스레 사고가 발생한 상황이므로 회복형 문제에 해당됩니다. “원인이 뭔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현재의 상태가 정상궤도를 벗어났다는 회복형 문제의 출현을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맺음말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처음부터 다시 꿰어야 하듯이 여러분이 처한 문제가 누구의 것이며, 정확히 어떻게 정의되는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를 잘못 파악하면 더 큰 위험에 빠지거나 문제해결이 요원해집니다. 순간적인 직감에 의존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문제를 정의하기 바랍니다. 

문제에도 '소속'이 있습니다. 문제가 어디 소속인지도 모르고 문제를 푸는 성급함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바랍니다. 문제가 여러분의 앞을 막아 설 때마다 항상 질문하세요. "문제야, 넌 어디 소속이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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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가설부터 세우세요   

2010. 7. 12. 09:00


사람들은 문제가 쉬어 보이거나 경험상 익숙할 때 문제해결의 과정을 생략하고 해법을 즉시 내리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믿음을 반영하는 결론을 찾는 데 마음이 쏠리기 때문이죠. 

어느 회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2명의 베테랑 기술자들이 있었는데, 제품의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를 접하고서 ‘고(高)정밀도의 베어링을 삽입하면 품질이 향상된다’라는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과거에도 그렇게 해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 해법의 근거였습니다.

베어링을 주문해서 받는 데까지 4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는데, 주위 사람들이 우려를 나타내자 그들은 베어링만 도착하면 문제가 다 해결되리라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고 고정밀도 베어링을 끼워 넣었지만 불량률은 전혀 줄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면밀히 살펴보니 문제의 원인은 베어링이 아니라 다른 부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들이 과정을 중시했다면, 정밀도가 낮은 베어링을 끼워 보고 품질이 저하되는지를 살펴야 했습니다. 베어링의 정밀도와 품질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될 때에 고정밀도 베어링이 문제해결의 해법이라고 주장했어야 했죠. 그들이 과정을 무시한 이유는 20년 이상의 경험으로 축적된 직관을 철썩 같이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성급하게 해결하려는 관성을 버리고 과정에 따라 착착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은 가설지향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가설지향적 문제해결법은 과학에서 유래됐습니다. 여러분은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일반상대성이론’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의 작용으로 빛이 휜다는 이론입니다. 

그는 1916년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냈는데,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가설로만 인정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만일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면 태양의 중력 때문에 태양 너머에 있는 별은 원래의 위치보다 1.75도 옆에서 보일 거라고 예상했죠.

진짜 그러한지 실험을 진행한 사람은 아서 에딩턴(Arthur S. Eddington)이라는 천체물리학자였습니다. 그는 1919년 5월 29일을 가장 좋은 실험일로 선택했는데, 그날은 개기일식이 있는 날이라서 강렬한 태양의 방해를 받지 않고 별을 관측하기 좋았기 때문입니다.

에딩턴은 서아프리카에 있는 프린스페 섬과 브라질 북부의 스브랄 두 곳에서 관측을 실시했는데, 아인슈타인이 예견한 값과 매우 근사한 측정치를 얻었습니다. 이로써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가설에서 이론으로 승격됐습니다.

에딩턴이 이 실험을 어떤 전제 하에 진행했을까요?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아인슈타인의 가설] 중력에 의해서 빛이 휜다.

[에딩턴의 전제] 태양 너머에 있는 별이 원래 위치보다 다른 위치에 있는 듯이 보인다면, 중력에 의해서 빛이 휜다고 믿어도 된다.

[근거] 아인슈타인의 예측치(1.75도)와 매우 근사한 값을 관측했다.

[결론] 따라서, 중력에 의해서 빛이 휜다.

이렇게 전제와 근거를 통해 가설을 증명하여 결론을 이끌어 내는 방법이 바로 가설지향적 문제해결법입니다. 이때 전제와 근거는 충분한 납득성을 갖춰야 합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전제를 사용하고 거짓 근거를 제시해서 이뤄진 증명은 신뢰할 수 없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여러분이 “직원들이 나태해서 큰일이다”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해보죠.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최근에 외부에서 팀장이 영입된 팀의 직원들이 나태하다”는 것이 원인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직 잠정적이기 때문에 참인지 거짓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가설로 설정한 다음, 전제와 근거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가설지향적 문제해결법은 다음과 같이 전개됩니다.

[가설] 최근에 외부에서 팀장이 영입된 팀의 직원들은 나태하다.

[전제] 최근에 외부에서 팀장이 영입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근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나태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근거] 근태 데이터인 일일평균근무시간, 지각횟수, 인터넷 사용량 등에서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발견됐다.

[결론] 따라서 최근에 외부에서 팀장이 영입된 팀의 직원들은 나태하다.

이렇듯, 가설지향적 문제해결법은 가설을 먼저 세우고 그것을 전제와 근거를 통해 증명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문제해결법은 과학자들이 자연법칙을 탐구하고 증명하기 위해서 오랜 기간 적용하고 다듬어 온 연구 방법에서 차용한 것으로서, 원인을 증명하고 해법을 도출하는 데에 매우 좋은 접근 방법임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무언가를 증명하려면 무조건 가설부터 세우세요. 가설을 세우느냐 세우지 않고 넘어가느냐, 여기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가늠됩니다.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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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루피니(Paolo Ruffini)라는 이탈리아의 수학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5차방정식을 풀 수 있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한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고등학교 때 달달 외웠던 2차방정식의 '근의 공식'과 같은 공식이 5차방정식(x의 차수가 5인)에서는 없음을 증명했던 거죠. 하지만 그의 증명은 오류가 있음이 그가 죽은 후에야 밝혀지게 됐습니다. 

루피니는 2권 분량이나 되는 자신의 증명을 책으로 출판하여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습니다. 당시의 위대한 수학자 중 한 사람이었던 라그랑주에게도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책을 보내어 '검증하거나 인정해주기를' 바랐지만 라그랑주는 아무런 답장도 보내지 않았죠. 웬일인지 사람들은 그의 증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첫 번째 이유는 그의 증명이 너무나 복잡하고 길었기 때문입니다. 책으로 2권이나 되는 그의 증명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따져보기에는 너무나 방대하고 어려웠습니다. 5차방정식 문제가 수학자들의 주요 테마 중 하나이긴 했지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같이 수세기 동안 수학자들을 괴롭혔던 문제가 아니고서는 관심을 쏟을 이유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부정적인 결과('5차방정식엔 근의 공식이 없다')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심리 때문입니다. 수학자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3차방정식과 4차방정식에서 근의 공식을 규명해냈기 때문에 5차방정식에서도 근의 공식이 존재하리라고 추정했습니다. 그 공식이 복잡하고 난해하더라도 언젠가는 밝혀지리라는 믿음을 가졌지요. 

우리는 두 번째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에 반하는 증명을 누군가가 제시했을 때 자동적으로 그것을 반대하려는 심리가 있습니다. 자신의 가설을 '반증'하는 근거를 수용하기 어려워 합니다.

그러니 루피니가 나타나서 오랜 시간 동안 잠정적으로 믿어왔고 '입증'하려고 애써온 가설이 틀렸다는 증명을 자신들에게 던져주니 살펴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던 겁니다. 2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더더욱 그랬죠. 그래서인지 루피니의 증명에 존재하는 오류는 그가 살아있을 땐 규명되지 못했습니다(나중에 노르웨이의 수학자 닐스 아벨이 5차방정식에는 근의 공식이 없음을 '옳게' 증명해 냅니다).

가설은 한번 설정되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해서 마치 그 가설이 옳은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그래서 가설을 입증할 근거만 눈에 보이고 반증할 근거는 자신도 모르게 외면하고 맙니다. 누군가가 가설의 틀림을 이야기하면 그가 제시한 근거에 먼저 눈을 돌리기보다는 가설의 보호자를 자처해 그 사람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루피니는 죽기 1년 전인 1821년에야 위대한 수학자인 코시(Cauchy)로부터 5차방정식 연구에 대해 찬사를 받았지만 코시도 루피니의 증명을 검증해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루피니는 수학자가 아니라 발진티푸스를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사로 살다가 1822년에 삶을 마감합니다.

자신이 만들었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가설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을 가지기가 어려움을 루피니의 '불행한 삶'이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가설은 그냥 가설일 뿐입니다.

(*참고도서 :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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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란 무엇일까요? 아마 여러분은 문제라는 말을 여러 가지 의미로 정의 내릴 것 같군요.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문제란 기대 상태와 현재의 상태 사이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덜컹덜컹 요란한 소리를 내는 중고차를 몰고 길을 달리는데 빨간 스포츠카가 굉음을 내면서 앞으로 순식간에 끼어들었다가 저 멀리 사라져버린다면 어떤 기분이 듭니까? 먼저 화가 나겠지만, 화가 좀 가라앉으면 스포츠카와 초라한 자신의 차를 비교하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 나도 저런 멋진 차를 타고 다니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을 텐데’ 라고 말입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튀어 나옵니다. 멋진 스포츠카를 꿈꾸는 상태와 낡은 중고차를 가진 현재 상태 사이의 갭(gap)이 문제를 발생시키는 거죠.

문제 = 기대 상태 - 현재 상태

문제를 잘 정의하면 문제해결이 쉽다는 말을 자주 들었을 겁니다. 다음 사례를 읽어보기 바랍니다.

동물들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알래스카를 여행하던 어느 교수와 학생이 야영을 위해 텐트를 설치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때 사납게 생긴 곰 한 마리가 그들을 발견하고 달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느리고 미련하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곰의 걸음은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어물쩍거리다가는 잡아 먹히는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교수는 황급히 도망을 치려는데, 학생은 가방에서 운동화를 꺼내서 신기 시작했습니다. 교수가 놀란 눈으로 뒤돌아보면서 외쳤습니다. “운동화 신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아. 빨리 도망쳐야 한다고!” 이 말을 들은 학생이 짐짓 태연하게 소리쳤습니다. 

"글쎄요, 문제는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 

이 에피소드에서 발생한 문제는 무엇입니까? 교수는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의 내렸습니다.

교수가 인식한 문제 
   = 곰으로부터 멀리 달아난 상태 – 곰이 그들을 잡아먹는 상태

이 문제의 제약조건은 인간이 곰보다 빠르지 않아서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없는 한 해소할 방법이 없는 제약조건이죠. 

교수는 이런 제약조건에 매몰되어 학생을 탓했지만, 학생은 기대하는 상태와 현재 상태를 동시에 변경함으로써 그 제약조건이 더 이상에 문제해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학생이 새로 정의한 문제
    = 교수보다 빨리 뛰는 상태 – 교수와 비슷한 속도로 도망치는 상태

자, 학생이 어떤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봤는지 눈에 확 들어옵니까? 학생이 새로 정의한 문제는 운동화로 갈아 신음으로써 간단히 해결됩니다. 

학생이 교수에게 “문제는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한 이유는 문제의 해법이 곰에게서 멀리 달아나는 게 아니라 교수보다 빨리 달려서 곰이 교수만 잡아 먹도록 하는 방법에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만 목숨을 구하겠다는 학생의 이기심이 괘씸한 것만 빼고 생각한다면, 문제를 창의적으로 정의하는 방법이 제약조건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효과적인 해법을 낳는 기반임을 보여주는 사례죠. 

문제를 잘 정의만 해도 해법이 곧잘 드러납니다. 여러분은 해법을 구상하기 전에 최초에 인식된 문제를 다시 정의할 필요는 없는지 살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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