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없는 삶, 야근이 축복인 삶   

2012. 12. 18. 09:00


저녁이 없는 삶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는 당내 경선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노동자들의 삶의 질과 복지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비록 그가 경선의 승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저녁이 있는 삶’은 우리의 노동자들이 극심한 생존 경쟁(Rat Race)이라는, 빠져 나오기 힘든 쳇바퀴에 갇혔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경쟁자인 문재인 후보가 자존심을 꺾으며 ‘저녁이 있는 삶’을 자기에게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는 것 역시 저녁이 ‘없는’ 삶 때문에 직장인들이 얼마나 큰 고통 받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반영한다.


저녁 6시는 더 이상 퇴근 시간이 아니다. 야근을 준비하기 위해 뱃속에 먹을 것을 채우고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된 지 꽤 오래된 듯하다. 과도한 업무량을 처리하고 빡빡하게 짜인 일정을 맞춰야 하기에 정시 퇴근은 꿈도 꾸지 못한 채 밤 10시가 넘도록 책상을 지켜야 하는 날이 비일비재하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일주일에 평균 2.8일을 야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야근한다는 대답도 23퍼센트나 나왔다.


이렇게 자의 반 타의 반 매일 야근을 지속하는 직원들은 당연히 수면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2011년에 모 취업 포탈 사이트에서 직장인 5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권장 수면 시간보다 2시간 정도 적은 6시간 10분 밖에 되지 않으며, 그 이유가 과도한 업무로 퇴근을 늦게 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42.9퍼센트로 가장 많았다.67 또한 2011년에 실시된 OECD조사는 2010년에 우리나라 전체 고용인구의 연간 노동시간이 2,193시간으로서 OECD 평균인 1,749시간보다 444시간이나 길다고 말한다.



야근하면 생산성이 올라갈까?


그래도 야근을 하면 그만큼 오래 일하니까 생산성이 높아지고 성과도 향상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최근에 나온 연구 결과는 야근과 생산성 사이에 긍정적이기는커녕 강한 부정적 연관성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데이비드 와그너(David T. Wagner)와 동료들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면 시간이 줄어들면 낮에 회사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는 데에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잠을 덜 잔 사람일수록 연예인을 소재로 한 가십 기사나 스포츠 기사처럼 업무와 상관없는 내용을 읽느라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와그너는 96명의 학생에게 실험 전 날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팔찌를 잔 채 잠을 자도록 했다. 와그너는 다음 날 아침 실험실에 모인 학생들에게 대학 교수직에 지원한 사람의 42분짜리 시범 강의 동영상을 보여주고 컴퓨터 상에서 그 사람의 강의 능력을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에 사용된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었기에 학생들은 동영상을 보며 언제든지 인터넷에 곁눈질을 할 수 있었다. 전날 밤에 잠을 많이 못 잤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학생일수록 강의 동영상을 보지 않은 채 인터넷을 하며 딴짓을 많이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와그너의 연구는 야근으로 인해 수면의 질과 양이 떨어지면 다음날 낮의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잦은 야근이 비록 피곤할지언정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성과를 향상시킬 것이다’란 세간의 통념은 옳지 않다. 오히려 잦은 야근은 생산성을 갉아먹는 벌레인 셈이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수면의학 교수인 찰스 짜이슬러Charles A. Czeisler는 “24시간 한숨도 자지 않거나 1주일 동안 하루에 4~5시간 밖에 자지 않으면, 혈중 알코올 농도 0.1퍼센트에 해당하는 신체 장애가 나타난다.”라고 말하며 수면 부족의 위험을 경고한다. 0.1퍼센트면 법적으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다. 과중한 업무로 인해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직원이 있다면 그는 일주일 내내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야근하면 나쁜 행동을 더 많이 한다


야근을 줄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야근이 생산성 저하뿐만 아니라 비윤리적인 행동을 유발하고 강화하는 강력한 인자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반스(Christopher M. Barnes)와 동료들은 수면이 개인의 비윤리적인 행동과 깊은 연관성을 가짐을 실험을 통해 규명했다. 반스의 실험에서 절대적으로 수면시간이 부족하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직원들은 상사와 동료로부터 비윤리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그런 직원들은 동료가 자신의 일을 대신 처리해 주는 선행에 고마워 하지 않거나 미안해 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후속실험에서는 수면이 부족한 학생일수록 돈이 걸린 게임에 참여할 때 다른 참가자들을 속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른 참가자를 속인 학생들이 정직하게 게임에 임한 학생들에 비하여 전날 밤에 평균 22.39분을 덜 잤을 뿐인데도 비윤리적으로 행동했던 것이다. 수면 부족이 사고력과 자기절제력을 약화시켜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만들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그렇다면 적정 수면시간보다 2시간 정도 적은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몸 상태가 조직의 윤리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반스의 실험은 적은 인력으로 많은 업무량을 소화하도록 함으로써 얻는 생산성의 일시적인 증가가 장기적으로 볼 때 비윤리적인 ‘나쁜 성과’에 의해 상쇄된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은 아닐까?


마이클 크리스천(Michael Christian)와 동료들이 수행한 또 다른 연구에서도 수면 부족이 일탈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유발한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크리스천은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는데, 교대 순번이 바뀌어(예컨대 낮 근무에서 밤 근무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간호사들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자주 드러내는 모습을 관찰했다.

 


야근을 많이 해야 승진이 잘 될까?


관리자들에게 어떤 직원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지 물으면,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일한다고 해서 결과물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업무의 질이 훌륭한 직원을 높이 평가한다고 답한다. 그러나 경영학자인 킴벌리 엘스바흐(Kimberly D. Elsbach)와 동료 연구자들은 간단한 연구를 통해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모습을 얼마나 자주 보이느냐가 평가와 승진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근무시간이나 근무시간 외의 ‘얼굴 보이는 시간’이 평가를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르네 랜더스(Renée M. Landers)의 연구로 더욱 분명해진다. 그는 변호사들로 이루어진 로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변호사들의 야근이 파트너로 승진하는 데에 중요한 변수임을 밝혔다. 랜더스는 업무 환경이 비슷한 경우, 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경우, 업무가 복잡하여 질적 요소를 올바로 측정하기가 어려운 경우, 구성원 간의 능력 차가 크지 않은 경우, 회사에 남아 오래 일하는 직원이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승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랜더스는 이러한 심리가 ‘극심한 생존경쟁(Rat Race)’을 야기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경쟁이 극심할수록 작은 차이가 큰 결과로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때 야근은 다른 사람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어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 된다. 잦은 야근은 직원 개인의 건강 차원, 조직의 생산성 차원, 윤리적인 조직문화 차원 등에서 모두 바람직하지 않지만, 승진할 자리가 부족하고 차등 보상이 존재하는 경쟁 상황에서는 애석하게도 이러한 ‘역선택’은 더욱 강화되어 나타난다.


당신의 조직에서는 야근의 회수와 시간이 승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만일 그 영향이 크다는다면, 당신은 ‘쥐들의 달리기 경주’에 이미 참가 중이고 그 때문에 직원들은 차차 소진(burn-out)되어 갈지 모른다.

 


야근은 축복이 아니라 사회악이다


한국은행의 김중수 총재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젊었을 때 일을 안 하면 아주 나쁜 습관이 들어서 그 다음에 일을 하나도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야근은 축복인 것이다.”라고 말하여 수많은 직장인들의 공분을 산 적 있다. 그의 생각은 야근을 개인의 경쟁력과 동일시하는 경영자들의 마인드를 대표하고 있다. 야근이 조직의 지속가능한 역량과 성과를 갉아먹는 진짜 주범이라는 점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짜이슬러는 음주, 흡연, 성희롱 등에 관한 기준만 마련할 것이 아니라 수면에 관한 행동기준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에 따르면, 적어도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하지 않도록 하고 절대로 16시간 이상 연속으로 근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하루에 11시간 이상은 필히 휴식을 취해야 하며 일주일에 60시간 근무도 지양해야 한다.


요즘 스마트smart라는 말이 유행하다보니 직원들에게도 스마트하게 일하라고 주문하는 모양이다. 첨단기기와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해서 직원들이 스마트 워커(smart worker)가 되지는 않는다. 직원들이 누구나 가진 두뇌를 스마트하게 사용하도록 독려하는 데 있어 ‘충분한 수면 보장하기’만큼 스마트한 전략도 없다.


‘저녁이 있는 삶’이 가치 있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직원들에게 ‘야근은 축복’이라고 말하는,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발상은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다. 이제 야근은 축복이 아니라 음주운전이나 성희롱 같은 사회악이라고 인식해야 할 때다.



  
,


채용할 때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지원자가 과연 해당 직무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갖춘 사람인지의 여부일 겁니다. 그렇게 하려면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던져야 하고 객관적으로 지원자의 답변을 평가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한 과제겠죠. 그러나 실제로 기업에서 행하는 채용 관행을 살펴본 노스웨스턴 대학의 로렌 리베라(Lauren A. Rivera)는 지원자의 역량이나 경력 등과 같은 자질보다는 '문화적 동질성'이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합니다. 


리베라는 법률 자문, 투자은행, 컨설팅사와 같이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했던 임원, 인사 담당자, 중간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모두 120번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40~90분 동안 이뤄진 인터뷰에서 리베라는 가상의 지원자들이 쓴 이력서를 보여주고 구두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들이 지원자의 어떤 요소를 중요시하며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죠. 또한 리베라는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중 한 곳에서 채용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채용 담당자들의 판단 기준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이 두 가지 연구 방법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분석한 결과, 경영자들은 지원자의 역량 뿐만 아니라 그 지원자가 '조직의 문화와 얼마나 잘 맞는가', '동료들과 문화적으로 잘 융화될 수 있는가'를 매우 중요시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리베라의 연구에서 문화적 동질성이 채용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는 사람은 40~70퍼센트에 달할 만큼 문화적 동질성 여부는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을 평가하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었죠. 더욱이 리베라는 '이 지원자는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가?'와 같이 채용 결정자와 지원자 간의 개인적인 동질성 여부도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여가 활동이나 취미가 얼마나 비슷한가와 관련된 질문도 자주 등장했고 지원자의 말하는 스타일 역시 중요한 변수였죠. 


논문에서 리베라는 채용 기준을 충분히 갖춘 지원자를 라크로스나 스쿼시와 같은 운동에 관심이 적다는 이유로 탈락시킨 어느 법률회사의 관리자 이야기를 사례로 듭니다. 또한 18세기 문학에 관심이 많다는 지원자를 지나치게 '지성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떨어뜨린 사례도 있었죠. 리베라는 "여러 측면에서 채용을 결정하는 일이 마치 친구나 연애 상대를 선택하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고 한마디로 정리합니다. 능력 있는 동료보다는 '같이 놀기에 좋은 친구'를 뽑으려 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채용 결정자들이 문화적 동질성을 지원자의 역량만큼(혹은 그보다 더) 중요시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지원자가 조직의 일원이 될 때 다른 직원들과 불필요하게 경쟁하지 않고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며 융화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은 아닐까요? 조금 부족한 역량은 코칭이나 교육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지만 문화적 동질성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믿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문화적 동질성을 가진 직원일수록 자신의 업무를 즐기고 동료들과 잘 지내며 회사에 오래 근속할 거라는 믿기 때문이죠.


이유야 어떻든 간에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역량보다는 문화적 동질성을 중요시할 때의 장점과 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 혹은 '나'와 문화적으로 잘맞는 사람을 뽑으면 신뢰와 의사소통을 지속적으로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슷한 문화적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조직일수록 업무 자체에 몰두하기 어려울뿐더러 집단사고의 위험도 크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채용 결정자들이 자신과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는 지원자인가를 중요시하는 탓에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를 외면한다는 것도 치명적인 단점이죠.


여러분의 채용 관행이 명시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문화적 동질성을 필요 이상으로 중요시한다면 그게 과연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필요에 따라 문화적 동질성이 더 중요한 직무가 있겠지만, 지원자의 취미가 나와 같지 않다고 해서, 내가 싫어하는 분야를 지원자가 좋아한다고 해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지원자를 평가절하하지 않는지 경계하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Lauren A. Rivera(2012), Hiring as Cultural Matching: The Case of Elite Professional Service Firm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Vol. 77(6)



  
,


심리학자 캐롤 드웩(Carol Dweck)은 지능이나 능력과 같은 특성이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적 사고(Fixed mindset)를 지닌 사람들과, 그런 특성이 학습을 통해 발달할 수 있다는 성장적 사고(Growth mindset)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머리좋은 직원이 조직을 망친다?'), 고정적 사고를 가진 자는 지능이 좋다는 평가를 받으면 계속해서 그런 칭찬을 받기 위해 어려운 과제보다는 쉬운 과제에만 집중하려는 위험회피적 경향을 보이지만, 성장적 사고를 지닌 사람은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더 새롭고 더 어려운 과제를 추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고정적 사고를 가진 자의 실력은 계속 제자리를 맴돌지만 성장적 사고를 지닌 사람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드웩은 과제를 수행하는 자의 관점에서 두 가지 사고방식의 차이를 논했는데, 피터 헤슬린(Peter A. Heslin)과 동료 연구자들은 관점을 달리 하여 수행 결과를 평가하는 사람의 사고방식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질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똑같은 수행 과정을 관찰하면서도 고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평가자와 성장적 사고방식을 지닌 평가자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가설을 수립했죠.


헤슬린은 MBA를 전공하는 83명의 학생들에게 "모든 사람들은 각자 고유의 인간형을 지녔기에 변화할 만한 여지가 많지 않다.", "사람들은 다른 종류의 인간형으로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 등 의 문항을 제시하여 고정적 사고와 성장적 사고의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2주 후에 실험실에 모인 학생들 중 절반은 콜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재 주니어 매니저인 콜린은 승진 심사에서 이미 두 번이나 떨어졌고 그의 상사도 콜린의 향후 승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죠.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헤슬린은 학생들 모두에게 콜린이 동료와의 협상을 제법 잘 진행하는 비디오를 보여준 후에 콜린의 협상력 수준을 5점 척도로 평가하게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학생들은 고정적 사고가 강할수록 협상력 점수를 낮게 주고 성장적 사고가 강할수록 협상력을 더 높게 주었습니다. 이런 경향은 콜린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의 경우에 더욱 강하게 나타났죠. 이 결과는 성장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사전에 콜린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받았더라도 그것에 그리 연연하지 않고 콜린이 보이는 훌륭한 협상력을 충분히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고정적인 사고가 강한 사람은 사전에 들었던 콜린의 승진 탈락 이야기에 여전히 고정되어 있어서 콜린의 협상력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다는 의미죠.


헤슬린의 실험은 고정적 사고를 지닌 평가자(상사)가 평가를 진행한다면 직원이 과거에 보였던 성과나 행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반면 성장적 사고가 강한 평가자는 과거의 인상이나 실적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직원의 현재 성과를 충분히 인정할 줄 압니다. 평가자의 사고방식 차이에 따라 직원에 대한 평가 결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은 객관적 평가가가 매우 어렵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볼 수 있죠. 이러한 평가 오류를 줄이려면 평가자들이 성장적 사고방식을 갖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헤슬린은 후속실험을 통해 고정적 사고가 강한 사람(즉 성장적 사고가 약한 사람)이라고 해도 성장적 사고 방식을 갖도록 점차 유도하면 직원이 보이는 성과 향상을 충분히 인정하게 된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과거 행적에 연연하여 현재의 성과 향상을 평가절하하는 고정적 사고를 지녔는지, 평가자는 스스로 자신을 반성하면서 어떻게 하면 성장적 사고방식을 취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인사부서에서도 평가자 교육 시에 이런 요소를 충분히 담아내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평가를 객관적으로 하라."는 말은 구호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상사는 고정적 사고를 지녔습니까, 아니면 성장적 사고를 지녔습니까? 여러분의 성과 향상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았다면 여러분의 상사는 아마도 고정적 사고가 강한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참고논문)

Peter A. Heslin, Gary P. Latham, Don VandeWalle(2005), The Effect of Implicit Person Theory on Performance Appraisal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Vol. 90(5)



  
,


회사에서 상사나 동료와 불편한 관계에 있으면 집에 와서도 그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아 잠까지 설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을 겁니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면 그리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늘 '날 괴롭히는' 상사가 있다든지 동료로부터 은근히 따돌림을 당한다든지 할 경우에는 그런 조건이 만성적인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사벨 니드함머(Isabelle Niedhammer)가 이끄는 연구팀은 프랑스 남동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143명의 내과 전문의들의 도움을 받아 3132명의 남성과 4562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이를 통해 직장에서 괴롭힘(bullying)을 받는 사람일수록 수면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직장에서의 괴롭힘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말할 기회를 주지 않기, 폭언하기, 비난하기와 같은 것부터 따돌리기, 제안하면 무조건 거부하기, 업무를 주지 않기, 하찮은 업무만 맡기기 등 매우 다양합니다. 물리적인 폭력이나 성희롱도 괴롭힘의 범주에 포함되죠. 니드함머는 모두 45가지 유형의 괴롭힘을 최근 12개월 동안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랫동안 겪였는지, 다른 사람이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는지 등을 설문 참여자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리고 수면 장애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잠이 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한번 잠이 깨고 나서 다시 잠이 들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답해 달라고 설문 참여자들에게 요청했습니다.


통계 분석 결과는 직장에서의 괴롭힘이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강력한 요소일지 모름을 시사했습니다. 괴롭힘에 빈번하게 노출된 사람일수록 수면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또한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 괴롭힘을 받은 경험도 수면 장애와 관련이 있었죠. 흥미로운 것은 다른 직원이 괴롭힘에 시달리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도 역시 수면 장애와 상관이 있었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가 더 그러했습니다.


니드함머의 조사는 직장에서 괴롭힘을 받는 직원들이 집에서 편안하게 수면을 취할 가능성이 낮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 연구는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수면 장애의 원인임을 증명한 것이 아니라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힌 것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성별, 나이, 결혼 여부, 경제적 상태, 학력, 직업군 등의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이끌어낸 분석 결과이기에 직장에서의 괴롭힘과 수면 장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추측해 볼 수 있죠(물론 더 심층적인 연구가 있어야 합니다).


직장에서의 괴롭힘(특히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행하는)은 직원들의 편안해야 할 수면을 방해함으로써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타인을 괴롭히는 언행은 물리적인 폭력과 마찬가지로 직장 내에서 근절되어야 할 해악입니다. 못된 언행이 자리잡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생산성 향상 이전에 인간에 대한 예의입니다.



(*참고논문)

Isabelle Niedhammer et al(2009), Workplace Bullying and Sleep Disturbances: Findings from a Large Scale

Cross-Sectional Survey in the French Working Population, Sleep, Vol. 32(9)



  
,


여러분이 학창 시절로 돌아가 다시 학력고사나 수학능력시험을 치러야 한다면, 20명이 한 반으로 편성된 고사장과 60명이 한 반인 고사장 중 어느 곳에서 시험을 보는 것이 유리할까요? 자기 실력으로 치르는 시험이라서 한 반에 타 수험생들이 몇 명이 있든지 '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 같지만, 스테펜 가르시아(Stephen M. Garcia)과 아비샬롬 토르(Avishalom Tor)는 가능하다면 인원수가 적은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가르시아와 토르는 2005년에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SAT(미국의 수학능력시험)의 점수 분포, 수험생 수, 고사장 개수 데이터를 확보한 후에 개인 소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교육 예산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을 통제한 상태에서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하나의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 수가 많을수록 SAT 점수가 낮다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가르시아와 토르는 이렇게 같은 과제나 게임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거나 많다고 인식할수록 성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일컬어 'N 효과'라고 명명했습니다. 여기서 N이란 수를 의미하죠.





실험실에서 실시한 실험에서도 N효과가 증명됐습니다. 가르시아와 토르는 74명의 대학생들에게 시간 제한이 있는 8개의 간단한 퀴즈를 풀도록 했는데(4개의 다지선다형, 4개의 진위선택형),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10명의 다른 참가자들과 경쟁해서 문제를 모두 푸는 데 걸린 시간이 상위 20퍼센트에 해당될 경우에 5달러의 상금을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경쟁자가 100명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조건을 제시했죠. 그랬더니, 경쟁자가 10명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학생들이 '100명 조건'의 학생들에 비해 확실히 퀴즈를 빨리 풀었습니다(28.94초 대 33.15초). 이는 경쟁자 수(N)가 많아지면 경쟁하려는 동기가 떨어진다는, N효과를 정확히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후속실험에서 가르시아와 토르는 47명의 학생들 중 절반에게 "당신과 달리기 실력이 비슷한 50명의 경쟁자와 5킬로미터 경주를 치른다고 상상한다면, 당신은 평소보다 얼마나 빠르게 달릴 것 같은가?"라고 물었습니다. 반면 나머지 절반에게는 500명의 경쟁자와 경주를 벌이는 상황을 상상하게 했죠. 학생들은 '500명 조건'일 때보다 '50명 조건'일 때 더 열심히 달릴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경쟁자 수가 많아지면 실력이 저하되고 열심히 하려는 동기도 떨어지는 이유, 즉 N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르시아와 토르는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에서 답을 찾습니다. 그들은 추가분석에서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성향이 높은 사람일수록 N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규명했습니다. 이는 N효과를 일으키는 메커니즘과 사회적 비교가 연관성이 높다는 점을 일러줍니다.


단순히 경쟁자가 많다는 것만으로도 동기가 저하된다는 N효과를 감안한다면 회사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을 한 팀으로 묶을 경우에 지나치게 많은 인원을 한 팀에 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죠. 물리적으로도 한 사무실에 많은 직원을 모아 놓는 것도 효과적인 관리가 아닐지 모릅니다. 또한 직원들의 성과를 높일 목적으로 경쟁자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법은 오히려 직원들의 동기를 저하시킬 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참고논문)

Stephen M. Garcia, Avishalom Tor(2009), The N-Effect: More Competitors, Less Competition, Psychological Science, Vol. 20(7)



  
,

대화할 때 휴대폰을 완전히 감춰라   

2012. 10. 31. 09:14


여러분이 상의할 내용이 있어서 상사가 이야기를 나누는데 상사가 별로 바쁘지 않는 것 같은데도 컴퓨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여러분의 말을 듣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상사가 비록 귀로 들으며 여러분의 말에 제법 반응을 보이더라도 '내 말을 제대로 듣는 건가?'란 의구심에 사로잡힐 겁니다. 더 자세하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그냥 이 정도 말하고 끝내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알다시피 상사와 직원 사이이든 동료들끼리든 간에 모든 대화의 기본조건은 상대방의 눈에 시선을 맞추고 경청하면서 적절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대화의 질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친근감과 신뢰 관계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화를 하는 그 시간만큼은 상대방의 말에 무엇보다 집중해야 하죠.


여러분이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하기를 원한다면 컴퓨터나 휴대폰에게 한눈을 팔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영국 에섹스 대학교의 앤드루 프르지빌스키(Andrew K. Przybylski)는 진실한 대화를 나누려면 휴대폰을 포함하여 세상과 연결되는 모든 전자기기들로부터 멀리 떨어지라고 조언합니다. 프르지빌스키는 실험을 통해 휴대폰이 단지 옆에 놓여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질이 떨어지고 서로에 대한 친근감과 신뢰감이 약해진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는 74명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두 명씩 짝을 이루도록 하고, 휴대폰이 옆에 놓여져 있는 조건이거나 휴대폰 대신 수첩이 놓여져 있는 조건 하에서 지난 달에 자신에게 일어난 흥미로운 일에 대해 10분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했습니다. 휴대폰(혹은 수첩)은 참가자들의 시선이 직접 닿지 않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죠.


대화과 종료되자 프르지빌스키는 참가자들에게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면 상대방과 내가 친구가 될 것 같다."는 식의 문항을 통해 '관계의 질'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휴대폰이 놓인 조건 하의 참가자들은 수첩이 놓인 조건 하의 참가자들에 비해 관계의 질을 낮게 평가했습니다. 상대방에게 느끼는 '친근감'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휴대폰이 서로의 시선을 직접적으로 방해하지 않더라도 '저기에 휴대폰이 놓여져 있구나.'란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으로 신경이 분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상대방과 의미 있고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때 휴대폰의 존재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프르지빌스키는 참가자들을 반으로 나눠 플라스틱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가볍게 이야기하라고 하고,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작년에 경험한 가장 의미 있는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라고 요청했습니다.


10분 간의 대화가 끝나고 나서 "나는 대화 상대를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질문으로 '신뢰감'을 측정하고, "상대방이 나의 생각과 느낌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으로 '공감'의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그랬더니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한 참가자들은 휴대폰이 있던 없던 신뢰감과 공감의 수준이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 참가자들은 휴대폰이 있을 때보다 휴대폰이 없을 때 높은 신뢰감과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관계의 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중요하고 신중한 주제로 대화할 때는 휴대폰의 존재 유무에 큰 영향을 받았죠.


그렇다면 왜 휴대폰이 단순히 옆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특히 진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때) 대화의 질과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는 걸까요? 아마도 휴대폰의 존재는 둘 사이의 대화를 방해하는 제3자가 언제든지 끼어들 수 있다는 점을 프라이밍(priming)하기 때문이겠죠. 따라서 상사와 직원 간의 면담이든 팀원들끼리의 회의든 간에 휴대폰이 눈에 띄지 않도록 해야 대화와 회의의 질을 높이고 유대감을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프르지빌스키는 휴대폰을 대상으로 실험했지만 노트북 PC나 태블릿 PC와 같이 인터넷으로 '세상의 다른 곳'과 연결된 전자기기들도 역시 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짐작됩니다. 직원이 진지하고 심각한 주제로 면담을 청해 오면 상사는 반드시 세상과 연결되는 모든 전자기기로부터 '해방된 곳'에서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가벼운 주제이거나 정보 전달을 위한 짧은 대화가 아니라면 노트북 덮개를 덮거나 휴대폰을 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추어 둬야 하겠죠. 


이게 어렵다면, 최소한 대화 중에 PC에서 눈조차 떼지 않는 무심한 태도는 버려야 합니다(사실 이런 분들이 꽤 많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유대감은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그리고 그렇게 작은 무심함에 의해 무너진다는 점을 깨닫는다면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요즘 까페에 가면 연인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애니팡이나 카카오톡을 하느라 휴대폰에서 손을 떼지 않더군요. 둘 사이에 과연 얼마나 깊은 대화가 오고 갈까요?



(*참고논문)

Andrew K. Przybylski, Netta Weinstein(2012), Can you connect with me now? How the presence of mobile communication technology influences face-to-face conversation quality,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July 19, 2012



  
,

면접볼 때 빨간 넥타이는 매지 마라   

2012. 10. 24. 11:15


여러분은 오늘 어떤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갑니다. 뭘 입을까 고민하며 옷장을 살펴보니 새로 산 빨간 넥타이가 눈에 띕니다. 여러분은 빨간 넥타이를 목에 대보며 생각합니다. '이걸 매고 면접장에 들어서면 면접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할 때도 주눅들 것 같지도 않고 말야.'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틀렸을 뿐만 아니라 면접에서 떨어질 확률을 오히려 높입니다. 


뮌헨 대학의 마르쿠스 마이어(Markus A. Maier) 등의 연구자들은 108명의 참가자를 모집하여 대형 컴퓨터 회사의 채용 담당자의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는데,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총괄할 팀장을 선발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신규 팀장이 수행할 임무를 간단하게 전달 받았습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은 단순하게 사진 속 인물로부터 받은 인상을 평가하도록 요청 받았죠. 세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남녀 소개 사이트에 올려진 사진을 보고 데이트 상대로 적합한 사람인지를 평가하는 역할이 맡겨졌습니다.





마이어는 참가자들에게 빨간색 혹은 녹색 셔츠를 입은 동일한 남자 사진을 5초 동안 보여주고 그가 얼마나 똑똑해 보이는지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전체적으로 빨간색 셔츠를 입었을 때가 녹색 셔츠를 입었을 때보다 덜 똑똑해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신규 팀장을 뽑아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첫 번째 그룹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그저 얼굴을 보고 평가하도록 한 두 번째 그룹과 데이트 상대로서 평가하도록 한 세 번째 그룹에서는 빨간색 셔츠와 '덜 똑똑하다'는 인상과의 연결이 미약했죠. 이는 역량을 평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빨간색이 피평가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후속실험에서 마이어는 동일한 남자가 빨간색 넥타이를 맨 사진과 파란색 넥타이를 맨 사진을 참가자들에게 각각 보여주고 그 남자의 수입과 리더십 자질에 대해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예상대로 참가자들은 사진 속 인물이 빨간색 넥타이를 맸을 때의 수입과 리더십 자질을 파란색 넥타이를 맸을 때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채용하고 싶은 마음과 전반적인 호감도에서도 빨간색 넥타이를 맸을 때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저조했죠. 


빨간색 옷이나 넥타이가 면접관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역량을 평가하고 평가 받는 상황에서 빨간색은 지원자 자신의 진짜 역량을 평가절하하는 역효과를 발생시킵니다. 물론 마이어의 실험은 사진만을 보고 인상을 평가하도록 한 것이기에 실제로 말을 나눠보면 지원자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빨간색 옷을 입었다 해도 면접관의 질문에 '똑부러지게' 답함으로써 처음에 받았던 인상을 역전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일부러 빨간색 옷을 입거나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가서 얼굴에서 느껴지는 인상을 평가절하시킬 필요는 없겠죠.


오늘 면접을 보러 갑니까? 그렇다면 빨간색을 피하세요. 이력서에 붙일 사진을 택할 때도 빨간색 옷이나 넥타이를 착용하고 찍은 사진은 피해야 합니다. 요즘 같은 구직난에 지원자들이 알아둬야 할 작은 팁입니다.



(*참고논문)

Markus A. Maier, Andrew J. Elliot, Borah Lee, Stephanie Lichtenfeld, Petra Barchfeld, Reinhard Pekrun(2012), The influence of red on impression formation in a job application context, Motivation and Emotion, DOI: 10.1007/s11031-012-932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