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을 위해 직원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제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곤 합니다.  이와는 달리, 본인이 받는 연봉이 자신의 능력에 비해, 혹은 남들에 비해 많다는 이야기는 들을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데요, '내가 남보다 무엇이 못한가'라는 능력의 비교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은 '내가 남보다 무엇을 손해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계산합니다. 이것은 진화를 통해 우리 인간의 DNA 속에 깊게 내장된 생존의 본능 때문입니다. 진화적으로 우리의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원숭이들은 어떨까요?

원숭이들에게 조약돌을 준 다음 오이를 보여주면, 조약돌을 돌려줘야 오이를 먹을 수 있게 된다는 걸 원숭이들이 금방 눈치챈다고 합니다. 사라 브로스넌(Sarah Brosnan)과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은 '흰목꼬리감는원숭이' 두 마리에게 이런 실험을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두 마리 모두에게 조약돌을 건네 받은 대가로 오이를 주었는데요, 그러다가 한 원숭이에게는 포도를 주고 다른 원숭이에게는 계속 오이를 주면서 불공정한 거래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원숭이에게 있어서 당분이 많은 포도는 오이보다 '비싼' 음식이겠죠. 

오이만 받아 먹던 원숭이는 동료가 자신보다 훨씬 높은 '연봉'으로 보상 받는 것을 화가 나서 바라보다가 갑자기 게임을 중단하고 조약돌뿐만 아니라 평소 좋아하는 먹이인 오이까지 내던져 버렸다고 합니다.

과학저술가인 매트 리들리(Matt Ridley)는 "인류는 강박적이라고 할 정도로 평등주의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런 경향은 인류가 수렵채집 사회를 이루며 생활하던 시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뿌리 깊은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 때문에 직원들의 보상 수준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정성인데요, 내가 남보다 적게 받는지, 혹은 남이 나보다 많이 받는 것인지에 관한 직원들의 근본적인 의심을 해소해 주는 것이 연봉제 설계의 열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CEO와  인사담당자들은 객관적으로 평가지표를 만들어서 투명하게 평가하려고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데요, 문제는 그것이 지나치게 직원 개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다른 직원들의 그것과 구별해 내기 위한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겁니다. 

개인의 역량과 성과를 제고시키면 자연히 조직의 성과가 높아진다는 생각은 바로 ‘성과주의 인사제도’의 일반적인 정서입니다. 하지만 조직 관점에서 '좋은' 성과와 개인 관점에서 좋은 성과가 동일해야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개인 관점에서 좋은 능력과 성과라 할지라도 조직 성과와 무관하거나 오히려 조직 성과를 깎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개인보다 조직에 중심을 두는 인사제도가 필요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개미가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언젠가 세일즈맨의 순회문제를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그 문제를 풀려면 수퍼컴퓨터로도 우주의 나이보다 긴 100억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개미들은 그걸 아주 근사하게 풀어낸다고 합니다.

개미들이 먹이를 발견하면 그 소식을 둥지에 있는 동료들에게 알리러 가는데, 개미들은 길을 지날 때마다 페로몬(pheromone)을 분비해서 동료 개미를이 그걸 따라오도록 합니다. 아래에는 먹이까지 이르기 위한 경로가 두 개가 있습니다. 

둥지 --> A 경로 선택 --> 먹이  (총 22만큼의 거리)
둥지 --> B 경로 선택 --> 먹이  (총 12만큼의 거리)

개미들은 초기에 A경로와 B경로를 무작위로 선택하여 먹이가 있는 곳으로 찾아 갈텐데, 그렇게 되면 둥지로 되돌아 갈 때는 B경로를 이용하는 개미의 수가 더 많아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B경로를 이용한 개미들이 먹이에 더 빨리 도착하고, 절약한 시간만큼 많은 숫자의 개미가 그 길을 왕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개미가 B경로를 이용하면 자연스레 많은 양의 페로몬이 길 위에 뿌려지게 되겠죠, 그래서, 더욱더 많은 개미들이 그 길을 이용하여 먹이를 운반하게 됩니다. 수퍼컴퓨터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는 최단경로를 개미들이 발견해 내는 겁니다.

개미 한 마리의 지능은 지능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어려울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개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페로몬을 길 위에 뿌리고 더 많은 페로몬이 묻은 길을 선호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몇 가지 규칙으로 집단이 더 큰 능력을 창출하는 현상을 ‘창발성(Emergence)'이라고 말합니다. 개미가 사람이나 컴퓨터보다 훌륭히 문제를 해결하는 이유는 그들의 집단 지능이 개미 한 마리의 지능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개인을 조직보다 우선시하는 제도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조직전체의 창발성을 가로막을 수 있습니다. 조직의 창발성 극대화를 위해서는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H. 카(Edward H. Carr)는 "개인의 천재성을 역사의 창조력으로 간주하려는 욕망은 역사의식의 원시적인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의 특성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미국식 성과주의가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일깨우는 말입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상호작용과 조직의 창발성에 초점을 맞춘 한국형 성과주의를 정립해야 합니다. 정신 병리학자 윌리엄 콘돈이 인간을 고립된 독립체로 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듯이, 우리는 개인이면서 조직의 일원이기 때문입니다. 

(* HiCEO 강의 '경영 속의 과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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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매뉴얼 때문에 못 배운다   

2010. 5. 28. 13:18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이들은 매뉴얼을 보지 않기 때문에 빨리 기계를 다루고, 어른들은 매뉴얼을 보기 때문에 쉽게 기계를 다루지 못한다

왜 그럴까요? 개미의 생태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보면 어떨까요?


개미 사회가 유지되는 기간은 보통 15년 정도입니다. 여왕개미의 수명이 대략 그렇기 때문이죠. 개미 생태 전문가인 데보라 고돈(Deborah Gordon)의 연구에 따르면, 개미 사회는 마치 인간인 것처럼 유아기, 청년기, 성년기적인 성격을 뚜렷하게 나타내면서 15년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군체의 크기가 1만 마리 정도가 되는 초기 5년 동안은 마치 ‘미운 네 살’인 어린 아이처럼 별 이유 없이 이웃 개미 집단을 자주 공격한다는 사실이죠. 

고돈은 두 개의 개미 사회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젊은(군체가 생긴지 얼마 안 된) 집단이 더 활동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젊은 집단의 개미들에게 어떤 실험을 반복해서 실시해 봤더니 매번 다른 반응을 보였죠. 반면 ‘늙은’ 집단은 언제나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보수적인 경향을 띠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젊은 집단은 호전적이고 도전적이며 활동적이고 민감하다는 것이 그녀의 결론입니다.

개미 사회는 15년 정도 유지되지만, 개미 한 마리의 수명은 겨우 12개월 정도라서 군체는 매년 새로운 개체들로 물갈이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미 사회가 마치 하나의 유기체인 것처럼 ‘성징(性徵)’을 겪고 점차 보수적이 되는 이유는 학습을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고돈의 추측입니다.

많이 알면 그만큼 새로운 것에 대한 탐색이 많아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축적된 집단의 지식이 지적 탐구욕을 제한합니다. 어쩌면 집단의 보수적인 성향은 개미 사회가 축적한 지식의 양이 특정값을 넘을 때마다 불연속적으로 강화되는 것인지도 모르죠.

개미 사회가 유년기, 청년기, 성년기를 겪듯이 기업 역시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의 성징을 겪습니다. 도입기의 기업은 성숙기 기업에 비해 활력이 넘치고 더 도전적입니다. 이익보다는 매출을 우선하고, 재무 상태보다는 시장에서의 지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죠.

반면 성숙기 또는 쇠퇴기의 기업은 그 반대로 행동하는 보수적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데 기업이라는 집단이 왜 생명체처럼 성징을 겪는 걸까요? 개미 사회와 기업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인 줄 압니다. 하지만 인력 흐름이 거의 없는 기업은 물론이고, 수시로 인력이 들고나는 기업(특히 서구의 기업들)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성징의 패턴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 역시 지적 체계의 축적과 답습 때문입니다. 기업이 오래될수록 보수적 색채를 띠는 이유는 선임자들이 남긴 시스템과 인프라 때문이죠. 그것들은 조직을 지탱하는 힘이긴 하지만 후임자들의 사고와 행동을 오랫동안 지배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젊은 구성원들로 물갈이가 돼도 청년기의 기업으로 쉽게 변모되기 어렵습니다. 그 연결고리를 끊지 않는 한 조직의 변화는 요원한 일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젊습니까, 나이들었습니까?

(*참고도서 :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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