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7개의 밴다이어그램이 있습니다. '현재의 나'와 10년이 지난 다음의 '미래의 나'를 가장 잘 표현한 그림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현재의 나'가 '미래의 나'와 비슷할 거라고 느낄수록 겹치는 부분이 많은 밴다이어그램을 선택하면 됩니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일 거라고 믿는다면 윗 줄의 맨 왼쪽에 위치한 그림을 고르면 되겠죠. 여러분도 한번 선택해 보세요.


(출처 : 아래의 논문)



할 허시필드(Hal E. Hershfield)와 동료 연구자들은 147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하여 이렇게 7개의 밴다이어그램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이 테스트는 과거 실험에서 사람들이 '자아 연속성(Self-Continuity)'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좋은 도구로 인정 받은 바 있습니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가 많이 겹칠수록 자아 연속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 테스트 외에 재무적인 이득과 윤리적인 문제가 서로 충돌하는 6가지의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재무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환경적으로는 큰 피해를 야기하는 채굴 사업을 얼마나 지지하는지, 건강 상 문제를 일으키지만 매우 이익률이 높은 식품을 얼마나 마케팅하고자 하는지 등이었죠. 





결과를 분석하니 '현재의 나'가 '미래의 나'와 거의 비슷하리라 여기는 참가자일수록(겹치는 밴다이어그램을 선택한 참가자일수록)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자아 연속성이 낮으면('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와 많이 다를 거라 느끼면)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죠. 후속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자아 연속성을 높게 인식하는 참가자들은 비윤리적인 협상 전술을 승인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고 현재에 내리는 결정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더 많이 고려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이런 결과에 흥미를 느낀 허시필드는 좀더 직접적으로 자아 연속성과 거짓말 간의 관계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176명의 학생들에게 앞서 사용한 밴다이어그램을 제시하여 자아 연속성을 측정한 다음, 며칠 후에 연구실에서 진행될 실험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모두 85명의 학생이 실험에 참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연구실에 온 학생은 53명 뿐이었습니다. 자아 연속성이 높은 그룹의 학생들은 73퍼센트가 약속을 이행했지만, 자아 연속성이 낮은 그룹의 학생들의 출석률은 50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약속의 신뢰성도 자아 연속성과 관계가 있었던 겁니다.


연구실에 온 학생들은 가상의 상대방을 대상으로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하는 게임을 진행하도록 요청 받았습니다. 옵션A는 참가자 자신은 5달러를 받고 상대방이 15달러를 받는 것이었고, 옵션B는 참가자는 15달러를 받고 상대방이 5달러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옵션B가 참가자 자신에게, 옵션 A가 상대방에게 유리한 옵션이었죠. 허시필드는 상대방이 이 두 가지 옵션의 내용을 모르고 있다고 말하면서 "옵션A가 당신에게 더 유리하다" 혹은 "옵션 B가 당신에게 더 유리하다" 중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라고 참가자들에게 요청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상대방에게 거짓 정보를 알리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죠.


자아 연속성이 낮은 그룹의 참가자들의 77퍼센트가 거짓 정보를 상대방에게 알렸지만, 자아 연속성이 높은 그룹의 참가자들은 36퍼센트만이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와 비슷할 거라고 인식하는 사람일수록 돈을 더 얻을 목적으로 거짓말할 확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래의 나'를 '현재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인식할수록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는 흥미로우면서도 다소 충격적입니다. 


허시필드의 실험은 개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윤리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윤리 규정 몇 개를 만들어 통제를 가하는 방식은 윤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재무적인 이익과 윤리적인 당위성 사이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의 자아 연속성을 어떻게 해야 높일 수 있을지('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일치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겠죠(물론 이것만으로 윤리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좋은 전략가'를 뽑을 때도 자아 연속성에 대한 평가가 중요합니다. 자아 연속성이 높을수록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이익을 더 많이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리는 이 결정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를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고민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는 얼마나 같은 사람입니까?



(*참고논문)

Hal E. Hershfield, Taya R. Cohen, Leigh Thompson(2012), Short horizons and tempting situations: Lack of continuity to our future selves leads to unethical decision making and behavior,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Vol. 117(2)



  
,


요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창의력을 무엇보다 요구합니다. 제법 많은 회사에서 사훈이나 인재상에 '창의' 혹은 '창조'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고, 역량평가 항목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창의력입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창의력이 곧 경쟁력이라고 말하며 창의력을 함양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갖가지 교육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창의력이 직원들의 문제해결력을 높이고 창의력을 갖춘 인재들이 시장을 석권할 새로운 해법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믿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노력으로 얻어지는 창의력은 오직 기업에 이득만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닙니다. 창의력을 강조하고 독려하는 것이 직원들이 규정을 어기거나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대학의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와 듀크 대학의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창의력의 어두운 뒷면을 일련의 실험 결과를 통해 경고합니다.1) 지노와 애리얼리는 먼저 광고기획사를 다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창의력을 많이 요구 받는다고 생각하는 직원일수록 회사 물품을 집에 가져가 쓴다든지, 비용 정산서를 부풀려서 작성한다든지 등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더 많이 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엄밀한 방법으로 얻어진 결과는 아니었지만, 창의력과 부정행위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을 거라고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지노와 애리얼리는 통제된 실험실에서 창의력과 부정행위 간의 연관성을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실험에 참가하기로 한 99명의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가기에 앞서 온라인으로 자신의 지능과 창의력을 측정 받았습니다. 1주일 후, 실험실에 모인 참가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창의력과 지능을 평가하기 위한 테스트에 임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능을 평가하기 위한 문항들은 직관적으로 대답할 경우 오류를 범하기 쉬운 것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야구 방망이와 야구공은 합해서 1.10 달러이다. 야구 방망이는 야구공보다 1.00 달러 더 비싸다. 야구공의 값은 얼마일까?"란 문제였죠. 많은 사람들이 0.10 달러라고 잘못 말하지만, 정답은 0.05 달러입니다. 이런 류의 문제에 정답을 많이 말할수록 지능이 높다고 간주되었죠.


그런 다음, 지노와 애리얼리는 참가자들을 모니터 앞에 앉히고는 점들이 무작위로 찍혀 있고 대각선에 의해 두 개의 삼각형으로 분할된 정사각형을 1초 동안 보여주었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왼쪽 삼각형 안에 찍힌 점이 많은지, 오른쪽 삼각형 안에 찍힌 점이 많은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선택하게 하는 과제였죠. 두 삼각형 안에 찍힌 점의 개수가 확연하게 다르지 않을 경우 참가자들은 헛갈리기 쉽습니다. 지노와 애리얼리는 참가자들에게 왼쪽 삼각형을 선택하면 0.5센트를, 오른쪽 삼각형을 선택하면 그보다 10배나 많은 5센트를 주겠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답이든 오답이든 돈을 그렇게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죠. 부정행위를 유도하는 장치였던 셈입니다. 어느 쪽 삼각형 안에 점이 많이 있든지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오른쪽 삼각형을 선택해서 돈을 많이 챙겨도 무방했으니까 말입니다. 


지노와 애리얼리는 참가자들에게 이러한 '도트(Dot) 과제'를 200회 반복시킨 후에 창의력과 부정행위의 관계, 지능과 부정행위와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랬더니 창의력 점수가 높을수록 부정행위의 빈도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창의력과 부정행위 간에 뚜렷한 '정의 상관관계'가 존재했던 겁니다. 하지만 지능은 부정행위와 별 관련이 없었죠. 도트 과제 이외에도 두 가지 과제(자세한 내용은 논문 참조)를 더 실시했는데, 역시나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이 실험으로 창의적인 사람이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은 힘을 얻었습니다.


후속실험에서 '나는 창의적인 사람이다'라고 프라이밍될 경우에도 역시 부정행위의 가능성이 높아짐이 밝혀졌습니다. 111명의 참가자들에게 5개의 단어로 구성된 20개의 조합을 보여주고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만들라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참가자들 중 절반은 창의력과 관련된 단어들이 포함된 문장을 접한 반면,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창의력과 관련되지 않은 중립적인 단어들로 과제를 수행해야 했습니다. 이런 조작을 통해 '나는 창의적인 사람이다', 혹은 '창의적이 되어야 해'라는 인식을 은연 중에 심어준 것이죠. 참가자들에게 도트 과제를 진행시켰더니 창의력과 관련된 단어로 자극을 받은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오른쪽 삼각형을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 이것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창의적인 분위기에 자극 받을수록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르게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개인과 조직의 창의력을 유도하고 독려하는 정책과 문화는 조직의 환경적응력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창의력이 개인과 조직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효용과 복지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댄 애리얼리는 자신의 저서에서 "창의력 덕분에 우리는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할 기발한 해법을 생각해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창의력이 있기에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보를 재해석하는 식으로 기존의 원칙이나 규칙을 왜곡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2) 창의력을 권장하되 창의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부정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유혹을 깨뜨릴 수 있도록 유념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창의적이되 긍정적이고 윤리적이어야 합니다. 창의력은 이득이 크지만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음을 염두에 두어야겠죠.



(*참고문헌)

1) Francesca Gino, Dan Ariely(2012), The dark side of creativity: Original thinkers can be more dishones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02(3)


2) 댄 애리얼리,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이경식 역, 청림출판, 2012



  
,


정치인이나 지방 행정가들은 크고 작은 국제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임기 중에 국제 행사를 유치하면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기에 좋고 그 덕에 유권자로부터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들은 국제 스포츠 행사가 가져올 경제적, 사회적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면서 유권자들의 동의와 성원을 기대합니다.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경제적 효과 중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바로 고용 효과입니다. 경기장을 건설할 때는 물론이고 이벤트가 끝나고 경기장을 운영하려면 사람들을 고용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언뜻 보면 맞는 말인 듯 하지만, 여러 경제학자들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이 말은 거짓입니다. 범위를 좁혀서 보면 스포츠 행사 관련된 일자리는 늘어나긴 합니다. 하지만 범위를 넓혀서 보면 그렇지 않죠. 경기장을 짓고 운영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다른 곳에 쓰인다면 고용을 더 늘릴 수도 있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행사를 치르기 위한 비용 조달로 인해 다른 곳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합니다. 장기적으로 탄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반이 약해져서 오히려 실업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또한 스포츠 행사로 발생하는 일자리의 질도 그리 좋지 못합니다. 경기장 건설 인력은 건설 기간이 끝나면 일자리를 보장 받기 어려울뿐더러 이벤트 이후의 경기장 운영 인력은 저임금의 비정규직과 시간제 근로자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크롬튼(Crompton), 바데(Baade), 홀(Hall)을 위시한 여러 경제학자들이 이같은 불편한 진실을 이미 여러 논문을 통해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국제 스포츠 행사가 일자리를 늘린다는 정치인들의 수사를 글자 그대로 믿지 말아야 하겠죠.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효과를 산정할 때 이벤트가 끝나고 남는 시설들의 유지비용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멋있게 건설한 경기장들은 적절한 활용 방법이 없으면 돈 먹는 하마가 되고 맙니다. 텔로글로우(Telloglou)에 따르면, 시드니에 지어진 슈퍼돔의 1년 운영비용을 감당하려면 1주일에 한번씩 거대 행사를 유치해야 한다고 합니다. 88 서울 올림픽의 메인 스타디움으로 쓰였던 잠실 주경기장 부근을 지날 때마다 1년에 며칠이나 사용한다고 저 큰 경기장 유지에 돈을 쏟아 부을까, 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는 뜨끔한 말이지만, 2002년 월드컵에 관해 연구한 만젠라이터(Manzenreiter)와 호르네(Horne)는 거대한 스포츠 행사를 치르려고 지은 경기장들이 경제를 활성화시킬 거라는 약속은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고 결론 내립니다(그들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곳은 일본의 경기장들이었지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관광객이 늘어난다는 말도 거짓입니다. 물론 스포츠 행사가 치러질 때와 치러지는 장소에 사람들이 몰려 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는 착시입니다. 이벤트를 치르는 도시 이외의 지역을 방문할 수도 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관광객의 순증가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이죠. 또한 어차피 방문할 관광객들이 이벤트를 치르는 기간을 택해서 왔다가 갈 가능성도 큽니다. 반대로, 이벤트 때문에 혼잡스러워질 것을 우려하여 다른  국가나 다른 지역을 여행하는 자들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제 스포츠 행사의 관광객 증가효과는 신뢰할 만하지 않습니다.


국제 스포츠 행사의 경기부양 효과도 의심의 대상입니다.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증세 조치는 가계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가와 지역의 성장동력 창출에 기본인 교육, 의료, 복지 등에 투자돼야 할 공적자금이 길어봤자 한 달 정도인 스포츠 행사에 몰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국제 스포츠 행사의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경제적 효과 몇 십 조원'을 운운하는 자들의 말은 신빙성이 매우 부족합니다.


그래도 거대 행사를 유치하면 국민들의 행복이 증진되지 않겠느냐며 반론을 제기할지 모르겠군요. 우리나라(혹은 우리 도시)가 국제 스포츠 행사를 주관하게 됐다는 자부심이 클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조르지오스 카벳소스(Georgios Kavetsos)와 스테판 스지만스키(Stefan Szymanski)는 이같은 생각도 착각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1976년부터 2000년까지 올림픽, 월드컵 축구, 유로컵 축구 경기를 치른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그 국민들의 행복도가 특별히 높지 않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물론 행사를 치르는 해의 행복도는 높았지만, 그 효과는 급격히 사라졌습니다. 스포츠 행사를 치른다는 자부심과 행복감은 결혼에 비견할 만큼 크지만 그 효과는 금세 꺼지고 만다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이나 지방 행정가들이 국제 행사 유치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항상 제시하는 경제적 효과와 '행복 증진 효과'는 희망사항에 불과합니다. 심하게 말하면 거짓말이죠. 오히려 거대 행사를 치르는 바람에 경제가 나빠진다는 사실을 많은 연구들이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가 거시적 경제 효과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도구라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며칠 있으면 런던 올림픽이 열립니다. 방송이나 신문 등에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올림픽 분위기를 띄우려고 하지만 왠지 저는 별로 실감나지 않습니다. 금년에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는 데에 올림픽보다 더 중요한 국가적 이벤트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권 잠룡들이 저마다 포부를 밝히는 요즘, 자신이 과거에 행한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강조하는 자가 있다면, 앞으로 그런 행사를 유치하겠다고 밝히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어떤 눈길을 보내야 할까요?





  
,

통계, 그 새빨간 거짓말   

2010. 9. 10. 09:00


며칠 전, 지하철을 타기 위해 플랫폼에 서있다가 이런 광고를 봤습니다. 정확한 토씨는 잊었지만,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더군요.

"우리 회사 FC(파이낸셜 컨설턴트, 보험영업인)들 중 4분의 1은 월 500만원 이상을 법니다"

보험회사의 핵심역량은 보험상품의 설계보다는 보험영업인들의 영업력에 달렸습니다. 사실 보험상품에서 차별화를 꾀하기가 어렵다고들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능력있는 보험영업인을 잘 모집하고 교육시켜서 그들을 오랫동안 영업을 하도록 해야 회사로서 이득이죠.

그래서 보험영업인들이 얼마나 회사에 오래 남아 일하느냐를 측정하는 '정착율'이란 지표는 보험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로 관리됩니다. 당연히 위의 광고 카피는 우수한 영업인력을 유인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겠죠?

헌데, 보험영업인의 4분의 1, 즉 25%가 월수입 500만원 이상이란 말을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할까요? 전 좀 의심이 들더군요. 그래서 통계에 젬병이지만, 한번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그 회사 보험영업인들의 월수입 분포가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해 봤습니다. 하지만 정규분포를 그리려면 월수입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알아야 합니다. 위의 광고문구만 보고는 어떤 분포를 따르는지 알기가 불가능하죠.

그래서 전 '표준정규분포(평균이 0이고 표준편차가 1인 정규분포)'를 먼저 상정한 다음에 이렇게 저렇게 해서(trial & error 방식으로) 대략 다음과 같은 정규분포를 따를 것이라 결론을 내렸답니다.

 월수입 분포 추정 결과 

평균 : 약 300만원    
표준편차 : 약 300만원인 정규분포

이걸 그림으로 그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규분포로 추정한 월수입 분포)


이 그림에서 오른쪽에 파랗게 빗금쳐진 부분이 전체의 25%, 즉 4분의 1을 나타냅니다. 그들은 500만원 이상의 월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입니다. 문제는 왼쪽에 빨갛게 빗금쳐진 부분입니다. 그것도 전체의 25%를 차지하는데 그들의 수입은 보다시피 100만원 이하입니다. 게다가 월수입이 마이너스인 사람도 상당히 많이 존재합니다(약 16%의 사람들에 해당).

월수입이 500만원 이상인 사람이 4분의 1이나 된다는 광고 카피의 이면에는 월수가 100만원도 안 되거나 오히려 회사에 돈을 내고 다니는(즉 월수입이 마이너스인) 사람도 있음을 이 그림이 보여줍니다. 물론 애초에 정규분포를 잘못 추정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지 모르죠. 하지만 통계를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해서 광고를 보는 사람들을 현혹시킬 의도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보험영업인들의 월수입 분포가 정규분포를 따를 거라는 위의 가정이 과연 옳을까요? 우리는 보통 아주 잘 버는 사람과 아주 못 버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중간 정도 버는 사람들이 가장 많으리라는 '정규분포식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처럼 '종 모양'의 그래프를 머리 속에 그리곤 하죠.

하지만 실제의 분포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들의 RSS구독자수 분포를 그려보면, 극소수의 블로그는 구독자수가 매우 많은 반면, 대부분의 블로그들은 구독자수가 거기서 거기인 모양이 나타납니다. 소위 '승자 독식 현상'이 그림으로 그려지죠. (이와 같은 현상을 예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보험영업인들의 월수입 분포도 RSS구독자수 분포처럼 '승자 독식 현상'으로 나타나진 않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아래의 그림처럼 분포가 그려집니다. 

(손으로 그리다보니 그림이 이상하네요. '승자독식형' 분포를 가정하여 그린 그래프)


먼저 이 그래프가 매끄럽게 연속선으로 그려진 탓에 월수입이 100~500만원 사이에 있는 사람도 꽤 많다고 착각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세요. 이 부분(100~500만원 사이)에 찍히는 점들은 조밀하지 못합니다. '밀도'로 본다면 100만원 이하인 쪽(빨갛게 표시된 부분)이 더 조밀하게 점들이 모여 있지요.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이 그림도 역시 추측에 불과하지만, 정규분포로 추정할 때보다 월수입이 1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빨갛게 빗금쳐진 부분)이 더 조밀하게 존재함을 암시합니다. 500만원 이상 버는 사람이 25%나 된다는 선전의 뒷면에는 '100만원도 못버는 사람들이 50% 혹은 60% 이상이나 된다'는 사실이 숨어있을지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짐작이지만, 의심을 거두기가 어렵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세상에는 3가지의 거짓말이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걸 자기 입맛대로 재단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100만원도 제대로 못 버는데도, 상위 25%인 사람들이 500만원을 버니까 중간 정도만 하면 3~400만원은 벌 거라면서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는 건 아닌지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평균 연봉이 1억 원입니다."라는 말은 그 자체가 거짓은 아닙니다. 평균이란 통계치가 쓰이지 말아야 할 곳에 쓴 사람이 바로 거짓말쟁이입니다.

통계에 속지 마십시오.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


2010년 8월에는 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많이 읽으려고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스스로 부끄럽네요. 읽은 책들의 두께가 다들 만만치 않았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 봅니다. ^^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들 중 1권만 제외하고 모두 추천할 만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습니다. 그 1권이 무엇인지는 아래의 짧은 평에서 찾아보세요.

사둔 책이 좀 있는데 빨리 읽고서 9월에는 많은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으면 '지식실조'에 걸릴 테니 말입니다.



버스트
버스트 : 네트워크 과학의 선두 주자인 바라바시의 신작. 일상의 반복성과 폭발성을 이야기하면서 그의 조국 헝가리에서 일어난 내전을 대비하여 풀어갑니다. 전작인 '링크'보다 쉬운 문체로 폭발성의 의미를 잘 서술해 갑니다.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의사결정의 함정
의사결정의 함정 : 의사결정자가 빠지기 쉬운 여러 가지의 오류와 함정을 설명하면서 옳은 의사결정의 방법을 설명하는 책. 내용은 좋은데, 번역이 정말 좋지 않습니다. 편집자가 거의 손을 보지 않은 듯하군요. 통독이 어려울 만큼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서 발췌하듯이 읽은 책입니다.

1Q84. 3
1Q84-3 : 2권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를 3명의 시각으로 풀어냅니다. 뭐랄까요, 1권에서의 박진감이 2권에서 속도를 잃었고 3권에서는 빛을 잃은 듯한 느낌입니다. 결과가 어떨지 뻔히 보인다고 할까요? 3권 역시 후속의 이야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우리는 10분에 3번 거짓말을 한다 : 사람들에게 널리 퍼진 거짓말의 범용함을 주장하는 책. 거짓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거짓말을 배우면서 인지능력도 함께 커진다는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거짓말의 심리학 또는 사회학을 쉽게 접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체크 체크리스트
체크! 체크리스트 : 문제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인 체크리스트의 힘에 대해 설명하는 책. 의사인 저자가 체크리스트를 사용하여 의료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사례도 함께 소개되어 체크리스트의 효과에 더욱 힘을 실어 줍니다. 경영에서도 체크리스트를 사용할 순 없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한 질문이었습니다. 읽어 보길 추천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 요즘 제일 잘 팔리는 책 중 하나. 정의란 이런 거라고 명쾌하게 define하지는 않지만, 여러 철학자들의 의견과 반론을 책 안에서 주고 받으면서 정의의 의미를 숙고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지적유희가 이 책의 미덕이죠. 쉽지 않은 철학책(물론 잘 풀어서 썼지만)인데 베스트셀러 1위라니 조금 의아한 책이기도 합니다. ^^ 이 시기가 정의롭지 않다는 증거인가요?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트위터 : @in_future )
inFuture 앱 다운로드 받기

  
,

하루에 거짓말을 몇번 합니까?   

2010. 8. 30. 09:00


여러분은 하루 동안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합니까? 1번 혹은 2번? 아니면 '나는 거짓말을 안 하는 사람이다'라고 자신하나요? 오늘 소개하는 책 '우리는 10분에 세번 거짓말은 한다'는 제목 그대로 우리가 생각보다 훨씬 자주 거짓말을 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우리가 보통 '하얀 거짓말'이라고 부르는 선의적인 거짓말까지 다 포함하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선의적인 거짓말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조화롭게 만들고 갈등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지만, 그것 역시 쌓이고 쌓이면 폐해를 가져온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 책은 거짓말의 여러 양상과 상황을 사례로 설명하면서 우리의 일상 속에 거짓말이 얼마나 '일반화'되었는지 일캐웁니다. 흥미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한 현실입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회색 영역'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해 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거나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문구를 트위터에 정리해 봤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모아 이곳 블로그에 올립니다. 서로 상충되는 두 개의 소셜 미디어를 저는 이렇게 활용합니다. ^^

아래의 트윗 모음은 단편적인 것이므로 오해가 생길지 모릅니다. 꼭 책을 통해 확인하기 바랍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안면을 트는 대화를 해보라는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자기 자신의 능력과 히스토리 등에 대해 10분에 세 번 이상 거짓말을 했다"

"우리가 매일 만나고 대화하는 사람들 모두 거짓말을 한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거짓말을 듣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거짓말 판별 능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수천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사람들이 거짓말을 제대로 구별하는 경우가 47퍼센트에 그쳤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어드밴티지를 얻는다. 그러한 어드밴티지는 거짓말을 당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우리는 거짓말을 알고도 자신도 모르게 눈 감아주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보통 '착한 거짓말'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착한거짓말은 거짓말을 한 사람에게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피해를 끼친다. 거짓말한 사람은 거짓말하기전보다 기분이 더 나빠진다"

"우리는 누구나 항상 자신감 부족에 시달린다. 이런 불안감은 인간의 천성이다.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될 때 그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거짓말이다"

"우리가 자신을 실제보다 과장하여 포장하는 이유는 자신이 충분히 훌륭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바깥세상에 우리보다 잘나고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대통령 같은 최고권력자는 자신이 내린 결정을 틀렸다고 쉽게 믿지 않는다. 실패했단 증거는 그저 작은 티끌이고, 야당의 이유있는 반대는 쓸데없는 딴죽으로 여긴다"

"세상을 비관하는 사람보다 세상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더 우울증을 앓는다. 자기기만은 정신건강에 도움을 준다"

"피해자들은 사고를 당하고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조심했더라면 사고를 입지 않았을텐데,라며 자책하는 시기를 겪는다"

"백조는 평생 일부일처제를 고수한다고 알려졌지만, 백조 새끼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여섯마리 당 한 마리 꼴로 '아빠'가 달랐다"

"사교성이 좋은 청소년일수록 속임수에 능하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거짓말 능력은 인지 발달과 사회성 발달 모두 무난히 이뤄지고 있다는 청신호이다."

"어린이들이 거짓말을 일찍 시작하는 이유는 어른들의 거짓말을 보고 들으면서 거짓말의 유용함을 자연스럽게 익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이 벚나무를 도끼로 넘어뜨렸음을 솔직하게 인정해서 아버지로부터 용서 받았다는 이야기는 사실 서점상이 워싱턴의 전기를 쓰면서 살짝 끼워넣은 창작물이다"

"어린이는 세살만 되면 말로 하는 거짓말을 시작한다. 어린이의 거짓말이 겉보기엔 어설플지 몰라도 거짓말하는 심리적 욕구는 성인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선천적으로 아첨을 믿고 싶어하는 충동이 엄청나게 강력하다. 이것 또한 거짓말쟁이들에게 큰 어드벤티지를 준다"

"우리는 일단 상대방을 정직하다고 추정한다. 이런 추정이 거짓말쟁이들에게 어드벤티지를 부여한다"

"거짓말탐지기의 오류는 심각하다. 연쇄살인범 게리 리언 리지웨이는 1983년 4번째 살인을 저지르고 체포됐지만 거짓말탐지기를 통과해 무죄방면됐다. 그후 2001년까지 44명을 더 살해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의 오랜 주장에 따르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창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기꾼이 가진 성공(?)의 비결은 그럴싸하게 거짓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피해자의 심리적 약점을 귀신같이 포착하는 능력이다"

거짓말과 속임수가 빌미가 되어 총리 후보와 장관 후보가 자진사퇴하는 일이 어제 있었습니다. 거짓말을 밥 먹는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대체 무엇일까요? 이 책을 통해 해답을 얻어보기 바랍니다.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트위터 : @in_future )
inFuture 앱 다운로드 받기


  
,

의사소통에서 사용하는 도구로 많은 사람들이 언어를 생각하는데, 실제 의사소통에서는 입으로 말하는 언어보다 얼굴 표정, 몸짓 등의 비언어적인 수단에 의한 의사소통이 65% 이상이라고 한다. 우리가 전화상이나 채팅상으로는 미묘한 감정이나 언어의 뉘앙스를 전달하거나 알아내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전화나 채팅으로는 보디랭귀지가 개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나서 이야기해야 일이 잘 성사된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 이유는 보디랭귀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보디랭귀지에 대해 쉽게 접하려면, 앨런 피즈와 바바라 피즈가 공저한 '보디 랭귀지'라는 책을 읽어 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계기는 지하철 안에서 였다. 어떤 여자가 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옆에 서 있던 나는 조금씩 곁눈질로 훔쳐보다가 내용이 너무나 흥미로워 지하철에서 내린 후에 이 책을 바로 사서 읽고 말았다.

이 책은 보디랭귀지를 잘 다뤄야 좀 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직장에서는 자신감을, 상대방으로부터는 신뢰감을 얻어 상대를 쉽게 설득할 수 있으며 인간관계 모두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보디랭귀지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는 사람들의 표정, 몸짓, 행동 패턴 등에서 그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알아채는 방법을 여러가지 사진과 삽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를 즐기게 해준다. 친구를 기다리는 찻집에서, 지하철에서, 아니면 화장실 등에서 쉽게 읽히는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을 평가절하해서는 안된다. 보디랭귀지를 얼마나 잘 알아채고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거짓말하는 사람을 잡아내어 피해를 예방하거나, 크고 작은 협상테이블에서 우위를 차지하거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미혼 남녀라면 마음에 두고 있는 이성이 과연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를 보디랭귀지를 통해 알아차릴 수 있다. 혹은 상대방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행동도 취할 수 있다.

많은 예시 중에 모두에게 유용한 보디랭귀지 하나를 소개하겠다. 과연 저 사람이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없는지 의심스러울 때 보디랭귀지를 관찰함으로써 알아내는 방법이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스승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고 자란 말 중에 하나가 '거짓말하지 말라' 라는 말일 것이다. 일종의 긍정적인 세뇌(?)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말을 할 때 손을 사용해 얼굴 부위를 가리거나 만지거나 하는 행동을 자주 한다. 입을 손가락으로 가리는 행동이 가장 대표적이다. 또는 집게손가락으로 감은 눈을 꾹 누르는 행동, 코나 귀를 만지는 행동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표시라고 한다. 신체적으로도 거짓말을 하게 되면 카데콜아민이라는 물질의 분비로 인하여 코 속의 조직이 팽창해 순간적으로 코가 간지럽고 미세하지만 커지기까지 한다고 한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커지기 때문에 '피노키오 효과'라고 말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르윈스키 성추문 사건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던 빌 클린턴은 법정에서 거짓말, 즉 위증을 했다는 것이 보디랭귀지 측면에서 저자들이 주장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수십차례 코를 만지거나 입을 가리는 행동이 목격되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한 물증은 없었지만 클린턴 스스로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행동을 보디랭귀지에 의해 만천하에 드러낸 셈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사람들의 보디랭귀지를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과연 저 사람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내 말은 잘 듣고 있는 걸까, 아니면 딴 생각에 젖어 있을 걸까, 혹 내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나의 보디랭귀지가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니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아마 여러분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자연스레 이같은 버릇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인간이 언어를 갖기 이전부터 보디랭귀지는 의사소통의 도구였다. 언어가 의사소통의 강력한 매체로 자리 잡은 요즘에도 보디랭귀지는 여전히 유효하며 유용하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보디랭귀지의 기술, 악용하면 안 되겠지만 좋은 방향으로 잘만 활용하면 뜻하는 것들을 얻는데 확실한 도움을 줄 것이다. 다같이 '보디랭귀지'를 읽어보자.

보디 랭귀지(상대의 마음을 읽는 비결) 상세보기
앨런 피즈 지음 | 대교베텔스만 펴냄
이 책은 가족간이나 친구간, 연인간, 남녀간 혹은 직장 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보디 랭귀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진화론적, 생물학적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신체 부위별, 상황별에 따른 다양한 보디 랭귀지의 의미를 실생활의 재밌는 이야기와 함께 보여주고 있고 심리학를 비롯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풍부하게 수집하고 인용하고 있다. 이 책은 상대의 속마음과 감정을 간파하여 거기에 따른 신속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