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직원만족도를 조사합니다. 경영진, 상사 및 동료, 처우, 직무 등 만족도를 결정하는 몇 가지 카테고리를 정한 다음 구조화된 설문을 실시하죠. 설문방식의 만족도 조사는 꽤 유용하지만, 설문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반대로 응답할 경우 만족도 결과는 왜곡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왜곡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더 문제이죠.

기술과 비용 상의 문제만 없다면, 호르몬을 정기적으로 측정함으로써 설문 응답이 왜곡된 것인지 판명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업 경영에 있어 리더가 눈 여겨 봐야 할 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세로토닌, 옥시토신, 엔도르핀 등입니다.

 


대표적인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을 상징합니다. 지나치면 조직의 정신을 무너뜨리지만 일정 수준의 테스토스테론은 활력 있는 조직임을 나타내는 지표죠. 만일 수치가 이전보다 떨어졌다면 직원들의 변화의지와 도전정신이 꺾이고 조직이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문화로 후퇴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수치가 올라가는 호르몬들입니다. 과중한 업무와 급격한 스트레스로 아드레날린이 높아지면 테스토스테론과 마찬가지로 폭력과 난동을 유발할 확률이 높아지죠.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이해력과 기억력을 둔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세로토닌의 수치가 낮으면 불안감이 유발되고 수치가 높으면 행복감이 높아집니다. 세로토닌은 업무생산성과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세로토닌의 생성은 2500럭스 이상의 빛에서 왕성해진다. 햇살 좋은 날의 산책이 좋은 건 이것 때문이죠. 따라서 생산성을 높이려면 사무실의 광도(光度)를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지난 번 포스팅('어두우면 일 못한다')에서도 밝혔듯이 조명이 직원들의 생산성을 크게 좌우합니다. 또한 직원들이 아침을 거르지 않도록 캠페인을 벌이거나 회사에서 아침을 제공하는 것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아침식사가 세로토닌의 수치를 높이기 때문이죠.

옥시토신은 친밀감과 신뢰감을 나타내는 호르몬입니다. 직원들 간의 화합이 깨지고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어 서로 반목한다면 옥시토신의 수치는 추락하고 있을 겁니다. 엔도르핀은 긍정적인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수치가 지나치게 높다면 직원들의 고충이 오히려 크다는 증거입니다. 엔도르핀은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분비되기 때문이죠.

이처럼 호르몬을 측정하면 설문조사로 찾기 어려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지도 모릅니다. 단, 호르몬의 수치는 수시로 바뀌므로 통계적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측정방법과 측정주기를 잘 설계해야 하겠죠. 또한 호르몬 측정은 결과치만을 알려줄 뿐입니다. 원인을 파악하려면 설문조사나 인터뷰 등 심도 깊은 분석이 병행돼야 하겠죠. 물론 돈은 더 들겠지만요.

건강한 하루 되세요.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유정식 저)'에서 발췌 &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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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처럼 딱딱하게 냉동된 감자를 벽에 던지면 당연히 여러 가지 크기로 깨지겠죠. 어떤 것은 포도알만 하고 또 어떤 것은 쌀알만 할 겁니다. 냉동 감자 수천 개를 벽에 던진 후에 깨진 감자 조각들을 크기가 큰 것부터 작은 것 순으로 나열해보고 그래프를 그려본다면 어떤 규칙이 발견될까요? 아마 여러분은 중간 정도 크기의 조각이 가장 많고 양쪽으로 갈수록 개수가 줄어드는 종(bell) 모양의 정규분포 곡선을 머리 속에 그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깨진 감자들은 정규분포를 그리지 않음을 덴마크의 과학자들이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냉동감자를 깨뜨리는 실험을 한 결과, 조각의 무게가 반으로 줄 때마다 개수가 6배씩 늘어나는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오른쪽으로 갈수록 아래로 뚝 떨어지는 '둥근 L자' 모양이 됩니다. 무게가 큰 덩어리는 얼마 안 되는데 반해, 무게가 그보다 작은 덩어리들은 '긴 꼬리'를 형성하는 패턴이죠. 이렇게 그래프의 오른쪽으로 갈수록 뚝 떨어지듯이 급감하는 모양을 갖는 분포를 ‘멱함수(power law) 분포’라고 부릅니다.
 
면적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부터 순서대로 2,400곳을 나열해보면 어떤 분포가 나올까요? 1997년에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이것 역시 정규분포가 아니었습니다. 특정 크기를 지닌 도시의 수는 면적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멱함수 분포였기 때문입니다. 풀어서 말하면, 어떤 도시보다 면적이 절반인 도시는 4곳이 있고, 그보다 2배인 도시의 수는 4분의 1이라는 의미입니다.

정규분포를 따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아주 많습니다. 지진의 경우에도 에너지 방출이 두 배로 되면 빈도가 네 배로 줄어드는 멱함수 패턴을 따릅니다. 산불의 경우에는 피해 면적이 두 배가 되면 그런 산불은 2.48배로 드물어진다고 합니다. 상위고객 20%가 매출의 80%를 기여하고, 20%의 제품이 이익의 80%를 올리는 등 우리가 보통 80대 20법칙으로 알고 있는 것도 사실은 멱함수의 일종입니다.

정규분포는 가운데에 솟아오른 종 모양이 특정 사건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평균이 10이고 표준편차가 1이면, 특정 사건이 8에서 12에 해당할 확률이 95%라는 식으로 예측할 수 있죠. 그러나 멱함수 분포는 정규분포와는 달리 ‘전형적’인 값이 없습니다. 물론 멱함수 분포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계산할수는 있지만 그 값은 무의미합니다. 그래서 멱함수 분포를 가지고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만약 어떤 현상이 멱함수 분포를 보인다면 예측하려는 시도를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규분포는 표본을 이루는 개별 사건들이 독립적이고 서로 동일해야만 성립됩니다. 특정 학교 학생들의 신장(키) 분포가 정규분포를 따르는 이유는 신장에 관한 한 학생들이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학생 한 명이 표분에 추가될 때의 영향력은 다른 학생들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별 사건들이 상호작용을 벌이는 네트워크의 일부이고 특정 사건의 영향력이 다른 것보다 월등한 '승자 독식'의 패턴이 나타난다면 정규분포는 실제를 올바르게 반영하지 못합니다.

어떤 현상을 접할 때 그것이 정규분포를 따르리라 자동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분포 그래프를 그려보면 금세 알 텐데 말입니다. 혹시 정규분포를 가정하고 수립한 계획이나 모델이 있다면, 지금 당장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동안 계속된 의사결정의 실패는 정규분포가 아닌 것을 정규분포라고 가정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정규적(normal)'이지 않으니까요.


(*참고도서 :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거의 모든 것의 미래',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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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과학이라고 말을 하면 '어렵고 따분하다'란 반응이 즉각(?) 나옵니다. 요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큰데, 과학은 그만큼 주목을 못 받아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인문학과 마찬가지로 과학은 새로운 시각과 지평을 탐구하는 데 무엇보다 유용한 학문입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위해서 제가 쓴 책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에 대해 문화일보와 인터뷰와 인터뷰한 기사를 올립니다. 혹 책을 읽어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기사가 책을 쓴 계기와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얼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의 의미를 경영학과 자연과학의 <통섭>이라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통섭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두 학문을 ‘통섭적’인 관점으로 바라 본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통섭이란 말은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주장하고 있는 개념으로서, 모든 학문이 인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생물학을 근간으로 통합하고 연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실 저는 그의 극단적인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서로 다른 학문끼리의 넘나듦을 통해 새로운 지식이 창발(創發)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경영과 자연과학을 의도적으로 만나도록 주선했습니다

이 책은 통섭의 결과물이 아니라 통섭적인 관점을 통해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과 같은 자연과학과의 교류로부터 ‘경영학적 함의’를 캐내려한 시도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자연과학을 경영에 접목하실 생각을 갖게 됐습니까?

경영학이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젊은 학문이라 말할 수 있는 경영학은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등 타 학문으로부터 필요한 지식과 방법론을 폭넓게 수용하면서 학문적 체계를 갖춰 나간 학문입니다. 즉 경영학은 초기부터 여러 학문 간의 통섭으로 이루어진 종합 학문이었습니다. 경제학과 게임이론을 수용하여 경영전략이론을, 심리학을 받아들여 조직행동이론을, 정보기술을 경영에 접목하여 경영정보시스템 분과를 탄생시켜 왔지요. 그래서 경영학은 결코 타 학문과 분리하여 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서점에 가보거나 논문을 검색해 보면 경영학의 콘텐츠가 얼마나 곤궁해지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학문의 주류를 형성할 새로운 콘텐츠는 별로 눈에 띄지 않고 특정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근사하게 포장한 개별적인 케이스 스터디만 양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문학의 위기라고 말들을 하는데, 경영학 역시 똑같은 입장입니다.

경영학 위기의 원인은 바로 통섭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추고 학계에서 독립적인 위상을 갖춰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벽을 높이 쌓고 타 학문을 배제해 버렸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학문적 고립에 처하게 된 거죠. 그래서 저는 경영학이 통섭의 학문으로서의 위치를 다시 수복해야 하고 위기 탈출의 훌륭한 동반자가 바로 자연과학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과학은 그동안 경영학 입장에서는 미지의 땅이거든요. 역사와 심리학 등에서 경영학적 함의를 찾으려는 노력은 종종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과학을 통섭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자연과학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 저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귀중한 보물이 과학이란 대륙에 묻혀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죠. 


#책에서 기업의 조직관리와 인재관리를 실행함에 있어 생태학, 유전학, 내분비학 등으로 지식으로부터 이 시대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상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설명해 주십시오.

이 책 전반에는 기업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식하는 관점이 녹아 있습니다. 구성원을 기업의 DNA로 본다든지, 모 그룹 회장의 폭력 사건을 조직의 호르몬 변화로 이해한다든지, 생명의 진화를 기업의 진화에 빗대어 본다든지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헌데 많은 리더들은 기업을 생명체가 아닌 하나의 기계로 여기는 ‘기계론적 인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들은 조직이 위기에 빠졌을 때 강력하고 엄격한 지침을 하달하고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마치 기계에 정확하게 프로그램을 입력하듯이 조직을 다루고 만일 구성원들이 저항하면 더욱더 정밀하고 완벽한 통제를 가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기업은 살아있는 시스템이고 하나의 생명체처럼 생식하는 초유기체입니다. 기계는 부품 하나만 없으면 고장 나 버리지만 조직은 결점이 있더라도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기계는 에너지를 소비할 뿐이지만 기업은 성장하면서 지식과 문화를 축적해 나갑니다. 기계는 조작자의 지시를 무조건 따르지만 구성원들은 인위적인 상명하달에 저항하곤 합니다.

리더들이 기업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기업 경영의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제가 책 말미에서 경영자가 되고 경영학을 전공하려면 반드시 생태학에 대한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개별학문간의 가로지르기를 대표하는 `네트워크 과학'이 창발적인 경영에 활용될 수 있다고 하면서, 조직의 `갈등을 조장하라'`비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라'는 등의 파격적인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1988년에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는데요, 과학자들이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는 우리의 상식과 반대되는 것이었습니다. 자연보호라는 미명 하에 산림관리 당국은 단 한 건의 산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목표로 숲을 관리했습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조그만 산불도 필사적으로 막아냈지요. 그래서 불쏘시개가 될 잡목과 나뭇잎들이 쌓이고 나무들 사이의 간격도 조밀해졌습니다.

이런 상태는 조그만 불씨만 튀어도 걷잡을 수 없이 산불이 번지는 ‘임계 상태’입니다. 과학자들은 대형 산불을 막으려면 일부러 작은 산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명했던 OO호텔의 노사분규는 작은 갈등조차 용납하지 않으려는 사측의 태도 때문에 그처럼 크게 일어난 것이죠. 조직의 갈등을 조장하라는 말은 임계 상태에 치닫지 않도록 숲을 관리하는 것처럼 구성원들의 불만과 갈등을 수시로 수면 위로 끌어 올려 해결해야 나중에 커다란 갈등 상황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업이란 조직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입니다. 언뜻 보면 체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죠. 이것에 효율을 강조하는 조치를 인위적으로 취하려 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네모반듯한 잔디밭에 지름길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럽듯, 다소의 비효율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창발적인 경영을 정착시키려면 네트워크과학이 발견해 놓은 네트워크의 성질과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환원주의적 사고를 경영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침을 가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말하는 건지요.

환원주의라는 말은 전체를 잘게 쪼개어 각 부분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면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패러다임입니다. 우주를 몇 개의 수학 공식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유전자가 생명 현상의 모두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환원주의적 사고입니다. 이런 사고는 사물 사이의 관계를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죠. 이에 대한 반성으로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 이해해야 한다는 전일주의(全一主義) 과학이 대두되었지만, 일반인들은 아직 환원주의적 사고에 많이 젖어 있으며 경영학도 예외는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가 많은 기업들이 선호하는 직무 중심의 인사제도입니다. 기업이란 조직을 잘게 나누면 최소 업무 단위가 직무인데, 그것을 잘 관리하면 조직 전체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장점이 있긴 하지만, 환원주의적 관점이 지나치게 강해서 문제점 또한 많습니다.

전체적인 시각이 아닌 직무라는 미시적 관점으로만 인력을 운용하도록 만들기 때문이죠. 환원주의적 경영의 예는 전략 수립이나 성과관리 과정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CEO이 관심을 많이 두는 ‘핵심인재 경영’도 조직보다는 개인에게서 희망을 구하려는, 환원주의적 경영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끝으로 직장인들의 자기계발을 하는데 있어 과학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요즘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재테크인 것 같습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모두 부자가 되려고 혈안이 돼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관심이 나쁜 건 아니지만 돈을 쫓지 말고 돈이 자신을 따라오게 만들려면 본인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우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과학은 사물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숨겨진 이치를 파헤치는 학문입니다. 지식의 퓨전 시대인 요즘, 과학의 지식은 물론이고 과학자들이 이치를 발굴해 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경쟁력 있는 무기를 가지는 셈입니다. 뛰어난 학문적 성과나 발명은 대부분 폭넓은 지적 활동과 열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남들과 다르게 사고하고 싶다면 과학이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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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의 한계, 어떻게 극복할까?   

2010. 4. 21. 09:00

외국 학자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전공과 연구 분야를 특정 학문에 국한하거나 경도시키지 않고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으로 폭넓게 펼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그들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제 파릇파릇한 봄이네요)


단적인 예로,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 Gould)는 진화생물학과 고생물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언어, 음악, 건축, 문학 등에 조예가 깊기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그는 야구 통계 데이터 분석 결과와 성당의 건축 구조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진화의 올바른 의미를 설명하려고 노력했죠. 그의 이론이 맞고 틀림을 떠나 르네상스적 인간형의 표본으로서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영학의 구루(Guru)라 할 수 있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법학,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등 사회과학 전 분야에 걸쳐 왕성한 저술 활동을 벌였으며 소설과 수필을 쓰는 등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예외는 있겠지만, 위대한 학자들의 위대한 연구 업적의 대부분은 이처럼 폭넓은 지적 활동과 열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들에게는 여러 학문들과 왕성하면서도 의도된 만남을 통해 자신들의 독특한 지식 체계를 확립하고 사상의 외연(外延)을 확대하려 한 공통점이 있었죠.

경영학도 이러한 학자들의 ‘넘나듦’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출현한 학문이었습니다.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경영학은 테일러리즘(Taylorism)으로 유명한 프레드릭 테일러(Frederick W. Taylor)로부터 시작되었는데, 비교적 젊은 학문이라 말할 수 있는 경영학이 빠른 속도로 학문적 체계를 갖춰 나간 이유는 타 학문을 전략적으로 폭넓게 수용하여 경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갔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을 받아들여 조직행동이론을 수립하고, 수학과 통계학을 바탕으로 회계학과 재무학의 토대를 쌓았죠. 경제학과 게임이론 등을 수용하여 경영전략이론으로 발전시키고, 정보기술(IT)을 경영에 접목하여 경영정보시스템이란 분과도 탄생시켰습니다.

경영학은 기업의 경영을 다루는 응용학문으로서 이처럼 다양한 학문들이 융합되거나 파생되면서 체계를 갖추어 나갔기 때문에 결코 타 학문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경영학이 학문적 한계점에 이르렀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경영학은 어느새 일정한 울타리 내에서 동어반복적인 컨텐츠를 계속 재생산하는 듯 보입니다. 서점에 가보거나 논문 검색 사이트에서 경영 관련 도서와 논문 리스트를 훑어보면 학문의 텍스트가 얼마나 곤궁해지고 있는지 금방 깨달을 수 있습니다. 

경영학의 발전이 기업환경의 변화를 뒤에서 겨우 따라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새로운 화두를 던지지 못하고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만 급급한 모습이 오늘날 경영학의 현실은 아닐까요? 경영학이 길을 넓혀갈 새로운 땅은 이제 더 이상 없는 것일까요?

이제부터는 시선을 거꾸로 돌려 볼 것을 제안합니다. 경영학 중심의 시각을 버리고 타 학문의 입장에서 경영학을 바라보는 시선을 채택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예술, 자연과학, 인류학, 사회학 등 우리가 흔히 경영학과 전혀 상관 없다고 간주해 버리는 학문의 체계와 관점 속에서 경영의 의미를 탐구하자는 제안입니다. 경영학에서 고민하는 많은 문제들이 타 학문에서 이미 고민했던 것일지 모릅니다.

쉽게 말하면, 특별한 규칙 없이 아무렇게나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경영학이 새로 디딜 땅을 확보하려면 위대한 탐험가들이 그러했듯이 미지의 신세계를 향해 중단 없이 돛을 올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물리학을 연구하던 학자가 진화론에 뛰어 들고, 하늘을 바라보던 천문학자가 시선을 아래로 내려 인간의 뇌 연구로 전향하면서 새로운 지식의 발견과 깨달음을 얻었듯이(칼 세이건), 경영학이란 학문의 폭과 깊이는 타 학문에 대한 탐구로부터 경영학적 함의를 모색하는 과정 속에서 더욱 넓어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경영이론이 창발(創發)될 때 더욱 깊이를 더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여러 학문과의 통섭만이 경영학의 지평을 새로이 열 수 있는 길이 아닐까요? 한계에 다다른 경영학을 구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유정식)'의 머리말 부분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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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050년 사이에 핵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CIA나 국가정보원 같은 기관에서는 다양하고 심층적인 분석을 근거로 확률을 계산해 낼지도 모르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핵전쟁 발발 가능성에 관해 충분한 정보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죠. 그래서 확률은 반반, 즉 1/2 이라고 추정하여 말하게 됩니다.


경제학자 존 케인즈(John Keynes)는 이를 ‘중립의 원칙’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렇다면 핵폭탄이 우리나라에 떨어지지 않을 확률은 얼마일까? 이 역시 1/2 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 떨어지지 않을 확률이나, 프랑스에 떨어지지 않을 확률도 1/2 이란 답이 일반인으로서 말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죠.

존 케인즈


이 답변을 기초로 하면, 10개 나라 중 어느 한 곳도 핵폭탄이 떨어지지 않을 확률은 1/2의 10제곱(=1/1024)이 됩니다. 그렇다면 10개 나라 중 적어도 한 나라가 핵폭탄에 희생될 확률, 바꿔 말해 핵전쟁이 발발하게 될 확률은 얼마일까요? 1에서 1/1024 을 뺀 1023/1024 가 됩니다. 이 값은 처음에 “2050년까지 핵전쟁이 발발할 확률이 1/2 이다” 라고 답한 것과 모순되는 결과입니다.

동일한 논리를 신규사업 추진 건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벤치마킹을 통해 가능성 있어 보이는 어떤 신규사업의 실패 확률이 2/3 이라는 결과(즉,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1/3)를 얻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벤치마킹은 어디까지나 우리와는 별개인 ‘타 기업들의 역사’로부터 추정하여 얻은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결과라고 간주하기 어렵습니다.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을 물었을 때 아는 바가 없어서 그냥 1/2 이라고 답하는 것처럼 불확실한 추정에 불과하죠.

그래도 리더가 벤치마킹 결과를 신봉한다면, 우리회사가 신규사업에 실패할 확률을 2/3 이라고 추정합니다. 동일한 이유로 유력한 경쟁사인 A사와 B사 역시 실패할 확률은 각각 2/3 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어느 회사도 성공하지 못할 확률은 8/27(=2/3*2/3*2/3)이 됩니다. 반면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19/27 이나 되죠. 이는 처음에 벤치마킹으로 얻은 성공확률 1/3 보다 2배 이상 큰 값이 아닙니까?

아래가 계산을 정리한 결과입니다.

벤치마킹 결과  신규사업이 실패할 확률    2/3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    1/3

우리회사가 실패할 확률    2/3
A사가 실패할 확률             2/3
B사가 실패할 확률             2/3

3사 모두 실패할 확률             (2/3)*(2/3)*(2/3) = 8/27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         1 – 8/27 = 19/27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이러한 산법이 엉터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 패러독스는 벤치마킹 결과가 비관적 혹은 낙관적으로 나왔다고 해서 지나치게 비관하거나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예입니다. 

벤치마킹은 참고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 절대로 의사결정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오늘도 벤치마킹을 염두에 두시는 분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출처 :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유정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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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나 유아적인 인간일까?   

2010. 3. 10. 09:00


동물학자 클라이브 브롬홀에 따르면,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고 문화와 문명사회를 이루게 된 생물학적 동력은 ‘유아화’라고 하는 인간의 진화 과정 속에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모두 어린 아이가 되는 워터파크


초원처럼 몸을 숨길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최대한 집단을 이루어 협동심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리고 협동심이 커지려면 공격적인 기질보다 유순한 성미를 갖춰야 하는데, 유순해지려면 좀더 '유아화(幼兒化)'되어야 하겠지요.

발생학적으로 유인원들의 태아는 직립보행에 유리한 골격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인간의 경우 유아화로 협동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아화의 표식인 '직립보행'이 진화를 통해 굳어졌다는 것이 브롬홀의 주장입니다.

브롬홀은 인간에게 진행된 유아화라는 진화 과정이 유전적인 요인과 주변환경에 의해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래의 표와 같이 유아화의 정도에 따라 인간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래로 갈수록 유아화의 정도가 큽니다.

 유형  특징
 알파형  힘을 무릅쓰면서 권력을 추구한다.
 창의력이 적고 바람기가 많다.
 관료형  협동적이고 적절한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
 모범적인 가정을 꾸린다.
 네오형  호기심이 왕성하다. 순응성이 약하다.
 부모와 배우자에게 헌신적이고 의존적이다.
 울트라형  지극히 상상력이 풍부하다. 정서적으로 불안하다.
 동성애 경향이 크다. 예술성이 뛰어나다.

여러분이 조직을 구성할 때, 구성원들의 유아화 경향을 고려사항에 넣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직의 특성과 추구하는 바에 따라, 적절하게 4가지 유형의 인간형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품개발이나 신규사업 개발과 같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조직에 독재자적 성격의 알파형 구성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면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조직이 와해될 수도 있습니다. 

기존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부서에 제멋대로 행동하는 울트라형 직원을 배치하는 것은 조직이나 개인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릅니다. 유아화 정도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집단의 선호에 따라 특정 인간형만 집중 육성한다면, '순혈주의'에서 나타나는 폐해를 고스란히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직의 성공은 다양성의 확보와 그 조화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자신의 유아화 유형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여러분이 관리자라면, 직원들이 얼마나 유아적일지를 생각하면서 조직 구성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이 글은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유정식)'라는 책 홍보를 위해 일반에 공개된 부분을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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