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모두 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금년엔 목표로 했던 100권을 달성하지 못할 모양입니다. 어떤 분이 저에게 책을 많이 읽는다 하셨는데, 연간 200~300권을 거뜬히 읽어내는 분들에 비하면 저는 그야말로 아직 하수입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팟캐스팅, 블로깅 등에 신경이 분산되다보니 독서량이 예전만큼은 못합니다. 매기 잭슨이 이야기했듯이 '집중력이 상실'되는 시대에 사는 탓일까요?

11월과 12월, 마지막 스퍼트를 해서 좋은 책을 많이 만나야겠습니다. 10월에 읽은 책에 간단하게 평을 달아보았습니다. 여러분의 독서에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감염

감염 : 우리 몸의 많은 부분을 세균이 차지하고 있고, 우리의 DNA에도 세균의 DNA가 제법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감염이란 인간에게 위협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 공생의 메커니즘이라는 시각을 전달하는 책. 미생물의 이로움과 해로움, 그리고 지나친 위생관념이 인간에게 해가 됨을 서술합니다. 세균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분들에게 권합니다.

괴짜생태학

괴짜생태학 : 처음 볼 때는 지구온난화가 조작된 공포라는 식으로 환경론자를 공격하는 책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읽다보면 예상과 사뭇 다릅니다.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환경운동들이 지구의 건강에 해악이 된다는 점을 신랄하게 고발한 '중립적' 견지의 책입니다. 정치, 경제적 이해를 떠나 지구의 미래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자고 주장합니다. 추천합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여기(북극곰이 가여운가? 착한 척 말라)를 참조하기 바랍니다.

밈

: 유전자와 함께 제2의 복제자라는 개념으로 창안된 밈의 의미를 설명하고 여러 가지 난제(예를 들어 인간의 두뇌는 왜 그렇게 큰가?)를 밈의 관점으로 풀어가는 책입니다. 인간은 유전자의 숙주인 동시에 밈의 숙주이기도 하며, 우리의 자유의지는 밈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착각이라고 주장합니다. 문화적인 유전 현상을 밈의 관점으로 이해하기에 가장 적합한 텍스트입니다. 밈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범죄 수학

범죄수학 : 고등학생인 저자가 몇 가지 흥미로운 수학의 주제를 범죄와 연결시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야기가 쭉 이어가지 않고 각 장마다 다른 범죄 사건을 다루는 옴니버스 구성이라서 추리소설 같은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 책을 재밌게 읽으려면 수학에 능숙하거나 관심이 크거나 해야 합니다. 흥미롭긴 하지만 책에서 서술하는 수학이 좀 어렵습니다. 깊은 수준의 수학에 관심이 큰 독자들에게 선택적으로 추천합니다.

스펜트

스펜트 : 소비주의를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으로 풀어가는, 독특한 주제의 책입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자기만족을 위해 소비를 하지만 '자기 과시'를 위해서도 소비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이팟이 세계시장을 석권한 이유, 지름신이 강림하는 이유 등이 수컷공작의 꼬리가 화려하게 진화된 이유와 같은 맥락에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진화론을 믿든 믿지 않든 진화심리학은 마케팅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새로운 시각을 원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름을 밝히기 어려운 책' : 조만간 출간된 책입니다. 추천사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은 책이죠. 그래서 아직 책 제목을 밝히기가 어렵습니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 식의 혁신이 무엇인지 깔끔하고 읽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나중에 책이 나오면 공식적으로 추천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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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생각하는 당신, 유기농 제품만 쓰는가? 북극곰이 그렇게 가여운가?" 

이렇게 도발적인 카피가 쓰인 책 '괴짜생태학'을 서점에서 처음 봤을 때는 환경론자들을 공격하기 위한 책인 줄 알았습니다. 지구온난화가 허구라든지, 지구온난화는 자연적인 현상이라든지, 지구가 오히려 차가워지고 있다는 식의 논리가 담긴 책으로 보였지요. 


하지만 읽다보니 기대했던 논지와 사뭇 다릅니다. 저자는 녹색운동의 허구를 집중적으로 고발하면서도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중립적인 위치를 견지합니다. 결국 그의 논지는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환경운동을 경계하고 타파하자는 것입니다. 

그는 북극곰을 도와주세요, 라는 착한 말은 지구를 살리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면서 실질적인 해법을 요구합니다.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지 그저 유기농 식품을 먹고 공정무역 제품을 사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탄다고 해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꼬집습니다. 차가울 정도로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진짜로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는 정치인들이 지구온난화의 진정한 해법을 논하기보다는 녹색운동을 통해 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한 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킴을 고발합니다. 감상적인 말만 하지 말고 이제 제발 실천하자고 제안하는 저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환경운동을 하든, 환경운동을 마뜩치 않게 바라보든 '착한 척 하지 말라는'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책을 읽다가 인상적인 내용이 나오면 140자 이내로 정리하여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그 트윗을 모아 여기에 포스팅합니다. 트윗은 짧은 문장이니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꼭 책을 통해 확인하기 바랍니다. 저자가 책에서 말했듯,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태도는 지구온난화 해결에 오히려 해악이니 말입니다. ^^ 


"유기농 운동은 근본적으로 낭만적인 운동이지 과학적인 운동이 아니다"

"유기농법은 효율이 떨어지는 방법이다. 개도국에서 유기농법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빈곤과 영양실조 뿐이다. 유기농은 빈곤을 지속시킨다" 

"공정무역은 '녹색'이 아니다. 공정무역 제품을 사는 것이 환경을 돕는 행위라는 보장은 없다"

"자동차 연료통을 가득 채울 만큼의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려면, 한 사람이 1년 동안 내내 먹을 옥수수 200킬로그램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환경을 생각한다면, 자동차들 프리우스로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입던 옷이 다 낡을 때까지 입고, 자동차를 가능한 한 오래 타야 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겉보기만큼 환경에 이로운 물건이 아니다. 고속도로나 시골길을 달리는 주행시험에서 프리우스는 탄소배출량 면에서 BMW 318d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가다 목숨을 잃을 확률은 1천만분의 1밖에 안된다. 비행기를 타다가 목숨을 잃을 확률보다 조금 낮다. 따라서 비행기가 자동차보다 안전하다는 속설은 엉터리다"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예언들 중에는 정말이지 불확실한 것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가들은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때, 정확하고 과학적인 견해를 제시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여러 정보를 자신의 뜻에 가장 유리하게 사용한다"

"기후 변화와 환경문제에 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무조건반사 식의 꼬리표를 붙이는 것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새들이 풍력 터빈에 휘말려 죽는 위험을 이야기하지만 1년에 겨우 2.19 마리 정도다. 반면 건물 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은 1억~10억 마리로 추정된다"

"일반적인(유기농이 아닌) 채소와 과일에 묻은 잔류 농약을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사람들이 농산물을 씻어서 먹지 않는가"

"지속가능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창의력을 발휘해서 진정한 지속가능성의 기회를 찾기보다는 옛날 옛적 할아버지 시대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관심이 더 많은 보수주의자인 경우가 많다"

"버진 항공이 '재생 가능한 연료로 비행하는 세계 최초의 항공사'라고 주장하지만, 버진 항공이 사용하는 바이오연료의 비율은 겨우 5%다"

"화학비료 사용을 금하는 것은 염화나트륨이 천연소금보다 환경에(몸에) 나쁘다는 인식과 마찬가지다. 천연소금에 오히려 불순물이 많듯이 자연적인 비료에 오염물질이 더 많다는 점을 알지 못한다"

"당신이 최신형 휴대폰을 갖고 있다면, 친환경 화장지를 사는 것 따위는 소용없는 짓이다"

"전문가들은 자기분야에만 너무 초점을 맞춘 나머지 자기 분야에 영향을 미칠 다른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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