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KT 분석법(케프너-트리고 기법)을 살펴봤는데요, 오늘도 어제에 이어서 문제의 원인과 근본원인을 찾는 또다른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ICTO 분석법입니다. 무엇의 약자인지는 조금 후에 설명하겠습니다.

문제는 희망하거나 기대하는 상태와 현재의 상태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갭)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상태가 직원들의 근무태도가 상당히 나태한 모습이라고 하죠. 의뢰인의 입장에서 기대하는 상태는 당연히 '높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일 겁니다. 이 두 개의 상태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문제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태(나태한 직원들 모습)는 어떻게 해서 발생한 걸까요? 이러한 상태는 무엇인가의 아웃풋이라고 보는 것이 바로 ITC 분석법이 취하는 관점입니다. 아직 명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어떤 과정들을 거쳐 아웃풋이 '톡' 튀어나왔다고 가정하는 거죠. 문제가 발생했다면 잘못된 아웃풋을 '톡' 하고 내뱉은 '과정(Throughput)' 상에 뭔가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ICTO 분석법의 시각입니다.


'과정(Throughput)'의 결함   →   잘못된 '아웃풋(Output)' 


직원들을 나태하게 만든 과정 상의 결함은 무엇일까요? 팀장이 직원들을 잘 관리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인 것도 원인 중 하나일 겁니다. 느슨한 업무 습관이 직원들 몸에 배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직원들에게 적당한 업무를 부여하지 않았거나, 성과를 촉진하고 관리하는 절차가 아예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수많은 원인들이 제기되겠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 아래의 두 가지 범주로 묶을 수 있습니다.

과정(Throughput)의 결함

(1) 행동의 결함
(2) 충족의 결함

'행동의 결함'이란 쉽게 말해서 '잘 하지 못하거나 소홀히 함'을 의미합니다. 팀장이 직원들이 게으르거나 말거나 별로 제재를 가하지 않거나 열심히 일하도록 격려하지 않은 잘못은 행동의 결함에 속하겠죠. 직원들이 '설렁설렁' 일하는 방식에 물들었다면 이 또한 행동의 결함입니다.

'충족의 결함'이란 뭔가가 없거나 부족해서 생기는 결함을 말합니다. 잘 돌아가기 위해 충족시켜줘야 할 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함이죠.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게 만들려면 일단 업무를 적절하게 할당하고 성과 달성을 격려하고 자주 측정/관리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나태한 직원들'이라는 문제를 발생시키는 이런 조건들은 충족의 결함에 속합니다.

여러분이 과정의 결함을 찾으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지면서 해답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질문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마치 고장 난 자동차를 진단할 때와 비슷함을 알 수 있습니다.

과정의 결함을 찾기 위한 질문들

(1) 행동의 결함을 찾기 위한 질문들
     -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은 없는가?
     - 잘하지 못하도록 만든 요소는 없는가?
     - '잘하다가 못하다가'를 반복하는 것은 없는가?

(2) 충족의 결함을 찾기 위한 질문들
     - 작동하지 않은 것은 없는가?
     - 뭔가 부족한 것은 없는가?
     - 모르고 넘어간(누락한) 것은 없는가?

과정의 결함은 '눈에 보이는 결함'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결함'으로 다시 구분됩니다. 위의 질문들을 던지면서 겉으로 보이는 '행동의 결함'이나 '충족의 결함'을 찾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타이밍 벨트가 끊어졌네(충족의 결함)', '엔진의 출력이 약해졌네(행동의 결함)'와 같은 결함은 측정이 쉽고 눈에 금방 들어옵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타이밍 벨트가 끊어졌는지, 왜 엔진의 출력이 줄었는지를 알려면 보다 면밀하게 원인을 파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근본원인(Root Cause)은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임을 상기하기 바랍니다.

과정의 결함은 아래와 같이 표로 정리하면 나중에 해결책을 구상할 때 도움이 됩니다.

 과정의 결함
 
행동의 결함

충족의 결함 

 눈에 보이는 결함

   
 
눈에 보이지 않는 결함

   

과정(Troughout)에 특별히 결함이 없는데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동차가 이제 막 출고됐고 눈을 씻고 찾아봐도 기계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조치해야 할까요? 연료통에 기름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보는 게 순서일 겁니다. 자동차 운행이라는 아웃풋을 얻으려면 자동차라는 기계(과정)에 결함이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기름(인풋)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처럼 인풋(Inpout)의 결함은 과정의 결함을 야기하고, 과정의 결함은 잘못된 아웃풋을 산출함으로써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인풋(Input)'의 결함   →   '과정(Throughput)'의 결함   →   잘못된 '아웃풋(Output)' 


의뢰인이 기대하는 상태가 '열심히 성과를 내는 직원들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잠재력이 있는 직원들을 뽑아서 업무에 투입해야 합니다. 또한 일정한 규모의 매출이나 이익을 달성하려면 적정한 수의 직원들을 채용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직원들의 질적인 요소와 직원들의 양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고려해야 하겠죠. 자동차가 잘 운행하려면(좋은 아웃풋), 질 좋고 충분한 양의 연료(좋은 인풋)가 주입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인풋(Input)의 결함

(1) 질적인 결함
(2) 양적인 결함

따라서 여러분의 인풋의 결함을 찾으려면 '질적인 결함'과 '양적인 결함'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구분하여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또한 과정의 결함과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결함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결함을 탐색하여 다음과 같은 표로 정리하기 바랍니다. 인풋의 결함을 제거하거나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면 문제 해결책의 얼개가 떠오르게 됩니다.

 인풋의 결함
 
질적인 결함

양적인 결함 

 눈에 보이는 결함

   
 
눈에 보이지 않는 결함

   


과정의 결함과 인풋의 결함 이외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또다른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약조건(Constraint)입니다. 스포츠카는 보통 시속 200 Km 이상의 빠른 속도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여러분이 스포츠카를 가지고 있다면 도로를 쾌속으로 질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겁니다. 이것이 여러분의 기대하는 상태이지만 현실에서는 200 Km 이상의 속도롤 내달리기가 아주 어려우므로 여러분에겐 문제로 다가옵니다.

스포츠카에 고급 휘발유를 양껏 주유(인풋의 결함 해소)하고, 심혈을 기울여서 정비(과정의 결함 해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때 떠올려야 할 것이 바로 제약조건입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110 Km 이상의 주행이 합법인 도로는 없다는 것이 제약조건 중 하나입니다. 200 Km를 넘나들었다가는 수많은 딱지와 벌점이 며칠 후에 우체통에 쇄도하겠죠. 또 하나의 제약조건은 노면의 상태입니다. 비포장이거나 노면이 울퉁불퉁하면 100 Km로 달리기도 버거울 뿐더러 비싼 스포츠카가 망가지는 건 아닌지 걱정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나태하다'는 문제에는 어떤 제약조건들이 숨어 있을까요? 역량이 뛰어난 직원들을 뽑고 싶어도 시장에 그런 인력이 별로 없거나 아주 높은 연봉을 제시해야 한다면 인풋의 결함을 해소하기 어렵겠죠. 팀장이 CEO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때문에 팀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과정의 결함 또한 해소하기 힘듭니다.

이처럼 인풋이나 과정에 결함이 존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요소를 제약조건이라 하고, 이러한 제약조건의 존재는 잘못된 아웃풋으로 이어져서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제약조건(Constraint)'의 존재
            ↓                           ↓
'인풋(Input)'의 결함   →   '과정(Throughput)'의 결함   →   잘못된 '아웃풋(Output)' 


제약조건은 '제거 불가능한 제약조건'과 '제거 가능한 제약조건'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거 불가능한 제약조건이란 말 그대로 어떠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없애기가 불가능한 요소를 말합니다. 스포츠카가 200 Km 이상으로 주행하려면 노면의 상태가 좋아야 하는데, 운전자가 노면의 상태를 달리기 좋게 개선하거나 고속 주행을 위한 도로를 건설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반면에 110 Km 이상으로 달리지 못하도록 만든 법규는 운전자가 제거할 수 있는 제약조건에 해당합니다. 법적으로 저촉되어 향후에 엄청난 과태료와 벌점을 얻어 맞겠지만 그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무시해 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운전자가 새가슴이거나 바른생활 사나이라면 과속 규제라는 규정이 제거 불가능한 제약요건이겠죠. 제거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는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개념임을 유의하기 바랍니다.

제약조건은 유지되는 기간에 따라 '항구적인 제약조건'과 '일시적인 제약조건'으로 나뉩니다. 대개 항구적인 제약조건은 제거 불가능한 제약조건일 확률이 큰데요(반드시 그런 것은 아님), 영원히 혹은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존재하는 제약조건을 말합니다. 노면의 상태라는 제약조건은 항구적일까요? 도로가 한번 만들어지면 보통 몇십년 동안은 크게 바뀌지 않으므로 노면의 상태는 항구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비가 갑작스레 내린 탓에 노면이 미끄러워서 고속으로 달리지 못했을 때, '비가 내린 사건'은 일시적인 제약조건입니다.

어떤 제약조건이 항구적이냐 일시적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해결사나 의뢰인이 처한 문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달렸습니다. 스포츠카 오너에게는 하루 종일 내리는 비가 일시적인 제약조건이겠지만, 돈을 아끼고 아껴서 겨우 하루 렌트한 운전자라면 하염없이 내리는 비는 항구적인 제약조건일 겁니다. 왜냐하면 문제가 지속되는 기간이 하루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인풋과 과정의 결함을 구조적으로 야기하는 제약조건을 아래와 같은 표로 정리하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도움이 됩니다. 각 칸에 적힌 행동방향이 제약조건을 피하는 방법이겠죠.

 제약조건
 
제거 불가능한 제약조건

제거 가능한 제약조건 

 항구적인 제약조건

 (어쩔 수 없음)  (당장 제거하자!)
 
일시적인 제약조건

 (기다리자!)
(제거하거나, 기다리자!) 


지금까지 ICTO 분석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ICTO는 인풋(Input), 제약조건(Constraint), 과정(Throughput), 아웃풋(Output)의 앞글자만 딴 말인데요, 제가 붙여 본 이름입니다. 

위의 설명을 읽어 오면서 ICTO 분석법은 자동차나 컴퓨터 등과 같은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를 바탕으로 만든 원인 발견법임을 자연스럽게 체득했으리라 생각합니다. ICTO 분석법은 여러분이 문제의 원인을 탐색하기 위한 질문을 던질 때 길을 헤매지 않도록 가이드를 제시하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성공은 여러분이 어떤 질문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던지느냐에 달렸음을 항상 유념하기 바랍니다. 

오늘도 행복한 마음으로 문제 해결하십시오.




  
,

근본원인의 단초를 찾자   

2009. 9. 7. 11:51

지난 포스팅에서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는 방법으로 존 스튜어트 밀이 제안한 '원인 발견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아마도 이런 생각이 들었을지 모르겠네요. '밀의 방법은 원인들이 이미 도출됐다고 가정하고 그 중에서 근본원인을 찾기 위한 기계적인 절차에 불과하지 않나?'라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사실 문제해결사가 문제을 해결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문제 속에 숨은 원인들을 끄집어 내는 일이죠. 이 과정만 이뤄지면 밀의 원인 발견법은 그야말로 절차와 '계산'에 불과합니다. 지난 포스팅의 내용에서 봤듯이, 두 가지 이상의 사례를 별도로 분석한 후에 일치 판단법 혹은 차이 판단법 등을 써서 문제를 야기하는 근본원인을 추정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물론 어떤 분들은 그 자체가 어렵다 느낄지 모르겠군요). 

그럼에도 밀의 원인 발견법을 소개한 이유는 오늘 설명할 KT 분석법의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차차 알겠지만, KT 분석법은 밀의 원인 발견법 중에서 '차이 판단법'을 확장하고 심화한 것인데요, 문제의 근본원인에 바짝 다가가는 힌트를 제공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자물쇠를 풀듯이 문제를 풀 수 없을까요?


KT 분석법은 미국의 Think Tank라 할 수 있는 RAND(랜드) 코퍼레이션에서 근무하던 Kepner와 Tregoe라는 사람이 고안했다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케프너-트리고 기법'이라고 부르는데요, 우리는 'KT 분석법'이라는 말로 쓰겠습니다.

KT 분석법은 다음과 같이 '문제의 4차원'이라고 부르는 4가지 질문을 근간으로 합니다. 

(1) WHAT : 무엇이 발생했는가? 무엇이 발생하지 않았는가?

(2) WHERE :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가? 어디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가?

(3) WHEN : 언제 문제가 발생했는가? 언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가?  또는
                 언제 문제가 처음 발견됐는가? 언제 문제가 마지막으로 관찰됐는가?

(4) HOW MANY(MUCH) :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가? 얼마나 영향을 받지 않았는가? 

위의 질문들을 보면, 밀의 원인 발견법 중 '차이 판단법'과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발생한 상황과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WHAT, WHERE, WHEN, HOW MANY(MUCH)의 4가지 차원으로 하나씩 따져본 다음에, 그 차이를 가려서 문제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추정하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 때 KT 분석법은 단초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유용한 원인 발견법입니다.

문제해결사는 KT 분석법의 4가지 질문에 따라 문제의 현상을 관찰해야 하는데요, 관찰 결과를 아래의 표로 정리합니다. 이 표를 우리는 'KT 분석표'라고 부르겠습니다.

   있다 없다  차이 
 WHAT      
 WHERE      
 WHEN      
 HOW MANY(MUCH)      

'있다'에는 문제가 발생한 상황을, '없다'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정리하면 됩니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 상황과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비교해서 무엇이 '있다'와 '없다'를 구별되게 만드는지를 판단하여 '차이'란에 기록합니다. '있다'와 '없다'는 관찰의 결과를 적는 란이므로 작성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부분은 '차이'란인데요, '있다'와 '없다' 사이의 차이점이 자명하게 구별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차이'는 문제의 근본원인을 알려주는 힌트가 되므로 주의 깊은 사고가 필요합니다.

KT 분석표 작성 순서
1차원씩 차근차근... 

(1) 문제의 현상을 관찰을 통해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2)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을 '있다'란에 기입한다
(3)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을 '없다'란에 기입한다
(4) '있다'와 '없다'를 구별하는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하여 '차이'란에 기입한다

이렇게 개념적으로만 설명하면 이해가 어려우니 예를 들겠습니다. 아래의 문제 상황을 꼼꼼하게 읽어 보십시오.

의뢰인은 서울 본사 직원들이 전반적으로 나태한 것 같다며 의심을 품고 있다. 문제해결사는 IT 부서의 도움을 받아 외부 인터넷 사이트를 접속하는 건수를 기준으로 직원들의 나태함을 판단하기로 했다. 일주일간 관찰한 결과, 외부 인터넷 접속 건수가 오후 2시경에 갑작스레 증가하여 5시까지 그 수준이 유지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 따져보니 지방에 있는 연구부서와 생산부서는 일주일 내내 접속 건수가 일정했으나 관리부서인 A팀과 B팀의 접속 건수는 오후에 피크를 이뤘다. 인터뷰를 해보니, A팀과 B팀 직원들 중 절반 정도는 자기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겠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인터넷이라도 접속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발언을 했다. 알고보니 그들은 조직 개편으로 2개월 전에 새로 전보되어 온 직원들이다.

의뢰인인 회사의 CEO는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1개월 전부터 강력하게 추진 중인데, 여기에 핵심이 되는 인물이 A팀장과 B팀장이다. A팀장은 원래 연구부서에 있다가 관리부서인 A팀으로 얼마 전에 부임했고, B팀장은 신입사원 시절부터 이 회사에 근무한 사람으로서 CEO의 신임이 두텁다. 프로젝트 회의는 보통 오후에 열리며 한번 모이면 밤 늦게까지 마라톤 회의가 잦은 편이다.

예를 들기 위해 약간은 도식적인 사례를 들었습니다. 게으름을 나타내는 지표로 인터넷 접속 건수를 채택했음을 감안하기 바랍니다. 위의 문제 상황을 KT 분석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있다 없다  차이 
 WHAT  갑자기 증가하는
인터넷 접속 건수
 일상적인
인터넷 접속 건수
수행할 업무가 없음
 WHERE  관리부서(서울)인
A팀과 B팀
 연구부서와
생산부서 (지방에 위치)
 프로젝트 핵심멤버인
두 팀장의 관할 부서
 WHEN
  - 오후 2시~5시
  - 프로젝트 시작부터
    (1개월 전부터)
  - 그 이외의 시간 
  - 프로젝트 시작 전
    (1개월 이전)
팀장들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시간
and
CEO가 프로젝트 추진
 HOW MANY(MUCH) A팀, B팀 직원 중
절반
나머지 직원들  2개월 전에 전보되어 온
직원들

이렇게 정리되면, 여러분은 '차이'란에 적힌 내용을 음미하면서 문제의 근본원인이 추정해야 합니다. 위의 표를 찬찬히 뜯어보기 바랍니다. 무엇이 근본원인인지 눈에 보입니까?

팀장이 프로젝트 참여 때문에 팀 관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인터넷 접속 건수로 대표되는 직원들의 나태함이 증가된 걸까요?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위의 문제 현상을 보면 A팀과 B팀 직원들 중 절반만 인터넷 접속이 많고 나머지 직원들은 별로 변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팀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하지만 팀장이 자리를 지키는 시간과 프로젝트 시작 전에는 나태함을 나타내는 지표(인터넷 접속 건수)가 높지 않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는 팀장의 리더십이 원인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인터뷰에서 불만을 나타낸 직원들이 주로 2개월 전에 전보되어 온 직원들인 점에 주목한다면, 그들에게 전보된 이후에 어떤 업무를 수행할지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임무가 아직 부여되지 않았을 거란 의심을 갖게 됩니다. '신성장동력 발굴' 프로젝트는 1개월 전에 시작했고 전보는 2개월 전에 이뤄졌으니 새로 전보되어 온 직원들에게 확실하게 임무를 부여할 시간이 1개월이나 있었지요. 하지만 프로젝트를 준비하느라 경황이 없었다면 1개월의 여유시간은 무의미해집니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원인은 '새로 전보되어 온 직원들에게 제대로 업무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직원들이 A팀과 B팀을 통틀어 절반이나 되니 의뢰인(CEO)의 눈에는 거의 모든 직원이 하는 일 없이 노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겠죠.

KT 분석법을 통해 추정한 근본원인은 말 그대로 '추정되는 근본원인'일 뿐입니다. '새로 전보되어 온 직원들에게 업무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말은 아직 가설에 불과합니다. 문제해결사는 이 가설의 옳고 그름을 실증을 통해 증명해야 합니다(실증에 관한 내용은 이미 지난 여러 포스팅에서 설명했습니다).

KT 분석법이 올바르게 문제의 근본원인을 추정하려면 위의 4가지 차원의 질문을 '잘' 던져야 합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그대로 '있다'와 '없다'에 기입하면 곤란합니다. 여기서도 파고드는 질문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오후 2~5시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면 그것이 일반적인 것인지, 아니면 좀더 특수한 조건(예:팀장의 부재 여부, 고객의 주문전화 증감 여부 등)과 관련된 것인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KT 분석법은 어디까지나 도구이고 가이드일 뿐이므로, 질문을 계속 반복하면서 결과를 수정해 나가야 함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 하십시오.



  
,

기억하겠지만, 문제는 '기대하는 상태와 현 상태와의 갭'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문제를 발생하도록 만든 것들을 원인(Cause)이라고 부릅니다. 원인은 눈에 보이는 원인이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원인은 말 그대로 상황을 들여다 보면 무엇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금세 눈에 띄는 원인을 말합니다.

원인의 2가지 종류
1) 눈에 보이는 원인
2)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

눈에 보이지 않은 원인을 들여다 봅시다


예를 들어 최 대리가 바닥에 넘어진 상황을 목격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최 대리가 안전하게 걷는 상태와, 넘어져서 고통을 느끼는 상태 사이의 차이라고 정의되겠죠. 문제해결사의 본능을 타고난 여러분은 그에게 달려가 어떻게 그가 넘어졌는지 살펴볼 겁니다.

여러분은 최 대리가 고통스럽게 엉덩이와 무릎을 연신 문지르는 모습을 안쓰럽게 쳐다보다가 바로 옆에 바나나 껍질이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아하, 저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진 거로군!' 라고 쉽게 원인을 지목할 수 있지요. 게다가 바나나 껍질이 누군가에게 밟힌 듯한 모양으로 짓이겨져 있다면 더욱 확실할 겁니다. 이때 바나나 껍질은 눈에 보이는 원인입니다.

여러분이 최 대리에게 바나나 껍질을 흔들며 "바로 이것 때문이야! 좀 보고 다녔어야지"라고 충고할 때 문 뒤에서 옆 부서의 미스 김이 불안하면서도 고소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바나나 껍질은 그녀가 일부러 바닥에 떨어뜨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최 대리와 미스 김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사내 커플이죠. 하지만 회사 문화상 사내 커플임을 당당히 드러내지 못하고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야 안심하고 만날 수 있었죠.

헌데 최 대리가 새로 입사한 미스 정에게 필요 이상의 친절을 베푸는 게 아니겠습니까? 미스 정은 늘씬하고 얼굴도 예뻐서 같은 여자가 봐도 끌릴 외모였죠. 최 대리를 괘씸하게 생각한 미스 김은 꾀를 생각해 냈습니다. 그녀는 "최 대리님, 바나나 좀 드세요." 라고 정수기 근처로 최 대리를 끌어 내는 데 성공했지요. 그와 공적인 이야기를 하는둥마는둥 하다가 그녀는 자신이 먹던 바나나 껍질을 몰래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는 최 대리가 그걸 밟는 타이밍을 정확히 포착하여 있는 힘껏 그를 밀고 문 뒤로 숨어버렸던 거죠.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미스 김의 계략은 바로 여러분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입니다. 최 대리는 바나나 껍질을 흔들어대는 문제해결사의 의기양양한(고소해 하는) 표정을 보면서 '실은 미스 김이...' 라고 할 뻔하다가 급히 입을 닫을 겁니다. 커플인 게 들통나면 안 되니까요. 최 대리는 사라진 미스 김이 어디 있는지 두리번거리겠지만, 그걸 알 리 없는 여러분은 '그만 일어나고 일 해'라며 핀잔이나 주겠지요. 그래서 미스 김의 귀여운 폭행(?)은 영원히 미결의 사건으로 남습니다.

여러분이 뛰어난 문제해결사라면 최 대리에게 바나나 껍질을 들이대기 전에 바나나 껍질 이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 존재하지 않을까 의심을 '자동적으로' 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원인은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으로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의 매출액이 급감하는 문제는 '경쟁사의 대대적인 신제품 출시'라는 눈에 보이는 원인 때문이지만, 고객들이 저가보다는 세련된 디자인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에서 기인했을지 모릅니다.

문제의 근본원인(Root Cause)을 찾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기를 권합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근본원인은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들이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원인이 확실하게 문제를 일으킨 주범이라는 확신이 들어도 그 이면에 미스 김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 숨어있지 않은지 계속 의심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근본원인  =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패밀리 레스토랑의 주방에 작은 화재가 나서 2백만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일차적인 원인은 화염감지기가 고장이 나서 스프링쿨러가 작동되지 않았던 까닭이었다고 해보죠. 현장에 투입된 문제해결사는 화염감지기 관리를 소홀히 한 매장 매니저에게 일단 호통을 칠 겁니다. 그리고 본사에 보고해서 이 매장의 화염감지기를 새로 설치할 것을 건의하면서 원래의 자리로 물러나겠지요.

그런데 불과 며칠 후에 다른 매장에서 또다시 작은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역시 작동되지 않은 화염감지기 때문에 화재가 초기에 진화되지 못했습니다. 문제해결사는 관리 책임을 물어매장 매니저를 해고할 것을 상부에 보고합니다. 그리고는 전국의 매장에 화염감지기를 일괄적으로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건의를 올리겠지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문제해결사는 이제 더이상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거란 믿음으로 '문제 해결 완료!'를 속으로 외칠 겁니다.

여러분이 만약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문제해결사의 자질을 다시금 생각해야 합니다. 화염감지기를 판매하는 OO사의 CEO가 이 회사 CEO의 친동생이라서 소요되는 물품을 독점적으로 납품한다는 사실을 모르면 또다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CEO의 친동생이라는 특권을 이용해서 품질은 엉망이고 제품을 비싸게 팔아넘긴 관행이 지속됐기 때문에 화염감지기를 새것으로 일괄 교체한다 해도 개선될 여지가 전혀 없겠죠.

이처럼 눈에 보이는 원인보다는 근본원인이 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을 탐색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백날 화염감지기를 교체해 봤자 소용이 없듯이, 근본원인을 찾지 못하면 해결책은 그저 미봉책에 불과할 겁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원인을 탐색해 들어가야만 근본원인을 발견할 수 있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근본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말은 당연한 것 아냐?' 라고 약간 비꼴지 모르겠군요. 허나 제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원인에 그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 중에서도 1차적인 것만 찾은 다음에 곧바로 해결책 마련에 들어가는 경향이 큽니다. 이유가 여러 가지지만, 근본원인을 끝까지 탐색해서 찾아냈다고 해도 그것을 실증(참 또는 거짓이라 증명)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근본원인일수록 근거를 찾아내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거죠. 주위 사람들이 근거에 대해 공격을 가할 거란 생각에 누구나 인정하는 원인, 즉 눈에 보이는 원인을 근본원인으로 잘못 채택하려는 유혹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 버립니다.

또, 위의 예처럼 CEO 끼리의 유착관계를 겉으로 드러낼 용기가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했다가 짤리는 것 아냐?'라는 두려움 때문에 매장 매니저들에게 대대적으로 교육 시키거나, 소방시설을 새것으로 일괄 교체하는 방법은 전시효과 밖에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문제의 뿌리는 터질 때를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을 뿐입니다. 문제해결사의 존재 목적은 문제의 해결이므로 대충 눈에 보이는 원인만을 미봉책이란 이불로 덮어 버리고서 의뢰인을 속이면 안 되겠죠. 문제 해결로 인해서 의뢰인을 기분 나쁘게 할지언정 자신감 있게 문제의 근본원인에 접근하여 캐내기를 바랍니다.

   근본원인을 탐색하는 것은 두려운 일

1) 근거를 대기가 어려울 거란 선입관 때문
2) 근본원인을 밝히면 의뢰인이나 이해관계자를 화 나게 만들 거란 생각 때문

오늘은 근본원인을 탐색함에 있어 문제해결사가 가져야 할 마인드를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찾아 낸 여러 가지 '후보 원인' 중에서 진짜 원인을 찾는 논리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여러분이 모든 분석(실증)을 끝내고 나면 가설 목록에 적힌 가설들 중 어떤 것은 X표가, 어떤 것은 O표가 돼 있을 겁니다. 기각되거나 채택됐다는 의미죠. 이제 여러분은 이 결과를 토대로 해결책을 구상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가설 목록의 예(또는 이슈 트리)


하지만 그 전에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문제해결사는 실증이 끝내면 곧바로 해결책 수립에 임하겠다는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간을 들여서 분석의 결과를 '해석(interpretation)'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아무리 문제해결이 시급하다고 해도 생략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단계입니다.

관찰 --> 분석 --> 해석 --> 해결

해석이 올바로지 않으면 기껏 분석을 잘 해놓고서 효과가 적은 해결책을 수립한다든지, 쓸데없이 여러 가지 해결책들을 늘어놓아서 인력과 시간을 낭비한다든지, 해결책이 오히려 더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비화된다든지의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해석에 얼마나 공을 들였느냐에 따라 해결책의 품질이 달라집니다. 오늘은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설은 목적에 따라 2개의 종류로 구분됩니다. 문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가설과 문제의 해결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가설로 나뉘는데요, 만일 전자의 경우라면 인터뷰, 자료 분석, 설문 등의 실증 과정이 끝나고 난 후에 살아남은(즉 참인) 가설들은 문제의 근본원인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라는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들을 가능한 한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탐색하고 검증하면 "팀장이 CEO의 수행비서 노릇을 하느라 팀 업무를 등한시한다", "임원들이 자기 사업부만을 챙기는 데 연연한다", "서비스에 실망한 고객들이 계약을 대거 해지하는 바람에 업무가 확 줄었다" 등의 근본원인들과 만날 겁니다. 

이러한 근본원인들은 해결책의 단초를 제공하는 귀중한 결과입니다. 운이 좋다면 각 근본원인을 뒤집어 보면 해결책이 금세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팀장이 CEO가 지시한 일을 하느라 팀을 등한시한다"라는 게 직원들이 태만하게 된 근본원인 중 하나라면 "팀장이 팀 관리에 전념하게 한다" 또는 "다른 사람을 팀장으로 영입한다" 등의 해결책을 궁리할 수 있겠지요. 물론 근본원인을 뒤집어본다고 해서 항상 해결책을 뚝딱 만들지 못하지만, 적어도 해결책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근본원인들(가설 목록에서 살아남은 제일 밑단의 가설들)이 5개라면 일단 5개의 서로 다른 해결책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거나, 임원평가를 도입해서 기강을 확립하고, 고객들이 이탈하지 못하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하는 잠정적인 해결책이 나오겠지요. 이 단계에서 문제해결사는 이렇게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 잠정적인 해결책을 모두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모두 하려면 얼마나 비용(시간,인력,돈)이 소요될까?" 

하지만 문제해결사가 던져야 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 해결책들 중에서 하나만 실행에 옮긴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입니다. 이 말을 바꿔 생각하면, "근본원인 중의 근본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여러 근본원인들 중에 그것 하나만 해소하면 나머지 근본원인가지 술술 풀리는 것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의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라는 게 의뢰인이 문제해결사에게 요청한 문제일 때, 다음의 근본원인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추측해 보기 바랍니다. 분석 과정을 통해 참임이 증명된 가설들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아래의 내용은 가상이 아니라 제가 실제의 사례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1) 팀장이 CEO의 수행비서 노릇을 하느라 팀 업무를 등한시한다
2) 임원들이 회사보다 자기 사업부의 목소리만을 대변한다
3) CEO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매우 나쁘고 매년 하락한다
4) 서비스에 실망한 고객들이 계약을 대거 해지하는 바람에 업무가 확 줄었다
5) IT시스템이 확충되어 허드렛일이 줄었다
6) 업무량이 늘지 않았는데 매년 일정 규모의 직원을 채용한다
7) '총대 맨 사람'에게 책임을 중하게 묻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무엇인지 감이 잡힙니까? 무엇이 근본원인 중의 근본원인일까요? "전반적으로 이 회사의 기강 체계가 무너졌네"라고 느꼈다면 여러분은 문제해결사로서 충분한 자질을 보유했다고 자찬해도 좋습니다. 엄연히 규정된 업무가 있는데 임의대로 일을 시키는 CEO, 회사 목표를 등한시하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연연하는 임원들, CEO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는 직원들, 업무분장과 인력 운용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도 관성에 따라 경영하는 태도, 혁신의 의지가 매도 당하는 분위기,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쟁사보다 낙후되는 서비스의 질과 고객의 소리 없는 이탈 등은 회사의 관리시스템의 기반이 붕괴됐음을 알리는 지표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붕괴의 중심에는 CEO가 떡 하니 존재합니다. 바로 근본원인 중의 근본원인이 CEO라는 의미입니다. CEO의 리더십이 와르르 무너졌거나 애초부터 지극히 약한 탓에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임원과 직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졌으며 '대충주의' 마인드가 고객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그리고 결국 직원들이 대체로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은 '나쁜 문화'가 형성되고만 거죠.

해결책을 얼른 던져주고 놀러가고 싶으시죠?


문제의 입장에서 보면 위의 7가지가 모두 근본원인이지만, 근본원인들 중에서도 다시 파고 들어가면 핵심이 되는 근본원인은 하나입니다. 이를 근본원인(Root Cause)과 구분하기 위해서 제 마음대로 '핵심원인(Core Cause)'이라고 명명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문제헤결사가 의뢰 받은 문제 하나에 1~2개의 핵심원인이 존재합니다. 해석의 과정은 바로 이 핵심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단계입니다. 

핵심원인(Core Cause) 
= 근본원인 중의 근본원인
= 핵심해결책(Core Solution)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원인

해석이 올바르게 되면 한방에 모든 표적을 쓰러뜨릴 수 있는,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해결책(Core Solution)'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는 CEO의 리더십 부재가 핵심원인이므로 CEO의 리더십을 어떤 식으로든 확립하는 것이 핵심해결책의 근간을 이룰 겁니다. CEO를 교체하거나 리더십을 함양하도록 교육시키는 직접적인 방법도 있고, CEO가 임원들과 직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도구(조직구조, 제도, 시스템 등)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서 CEO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등의 간접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또는 직접적인 방법과 간접적인 방법을 적절하게 혼합하는 방법도 있겠군요.

그런데 아마 여러분은 의뢰인인 CEO에게 '당신이 바로 문제이니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식의 해결책이 과연 가당키나 한가 의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CEO가 회사의 오너라면 여간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이렇게 해결책을 내놓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핵심해결책이 물리적으로 실현 가능하냐의 여부는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실현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 역시 문제해결사의 능력이라고만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위의 예를 보고 어쩌면 여러분은 곧바로 'CEO가 근본원인의 핵심이구나'라고 간파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이런 예시처럼 쉬우면 좋겠지만 실제 문제해결사가 접하는 문제들은 핵심원인을 꽁꽁 감추는 바람에 쉽게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인과분석(Causality Analysis)'라는 시각적 도구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것에 대한 설명은 다음에(혹은 내일) 자세히 하겠습니다.

비가 많이 옵니다. 문제해결사 여러분의 보송보송한 하루 되십시오.

【한RSS로 편하게 제 블로그를 구독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