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구성된 기획서, 어떻게 만들까?   

2010. 12. 29. 09:00



지난 포스트 '좋은 기획서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기획서란 채택된 기획서다', 그리고 '기획서가 채택되기 위한 최소조건은 잘 구성하여 깔끔하게 쓴 다음 가슴에 꽂히게 해야 한다'라고 정리했습니다(만약 읽지 않았다면 그 포스트를 먼저 읽은 다음에 이 글을 읽기 바랍니다).

트위터 등에서 많은 분들이 기획서를 잘 작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던데요, 오늘은 채택되기 위한 첫번째 최소조건인 '잘 구성한다'에 대해 살펴 봄으로써 부족하나마 여러분의 니즈를 충족시켜 드릴까 합니다.


우선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기획서를 '잘 구성한다'라는 게 무슨 뜻일까요? 목차를 짜임새 있게 짰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요구되는 요소들을 적절하게 포함시킨다는 뜻일까요? 둘 다 맞습니다. 기획서에 들어갈 요소를 목차로 잘 짜내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잘 구성한다는 말은 여러분의 기획서가 "문제해결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강조했듯이 기획이라는 행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법의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해결이라는 관점으로 기획서가 잘 구성됐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즉 독자(상사나 고객 등)가 여러분의 기획서를 읽어보고 '아, 내가 가진 문제가 이렇게 저렇게  충분히 해결될 수 있겠구나'라고 인식해야 잘 구성된 기획서라고 말할 수 있죠. 목차를 짜는 것은 문제해결의 관점이 충분히 반영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문제해결의 요건은 무엇일까요? 문제해결의 요건 우리가 흔히 육하원칙이라 말하는 '5W 1H'를 뜻합니다. 기획서가 해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문서이기 때문에 '왜 누가 언제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기획의 실현 가능성을 최대한 표현해야 합니다. 이는 실현 가능한 기획이라야 의미가 있는 기획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5W 1H로 정리되지 못한다면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헌데 기획서는 5W 1H보다 1개의 W와 1개의 H가 더 필요해서, '6W 2H' 룰을 적용해야 합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Whom), 얼마나 돈이 들고 얼마나 이익을 얻는지(How much)가 보강돼야 하죠.

기획서 구성요소 : 6W 2H

What : 무엇을 할 것인가? (기획의 주제)
Why : 그것을 왜 해야 하는가? (배경, 필요성, 현재의 문제점, 목적 등)
Who : 누가 이 일을 해야 하는가? (기획된 일의 수행주체)
Whom : 누구에게 적용할 것인가? (타겟)

Where : 어디에서 이 일을 수행할 것인가?
How : 어떻게 일을 수행해야 하는가? (방법론, 접근방법, 절차 등)
When : 어떤 일정으로 일을 수행할 것인가? (수행일정)
How mych : 비용과 이익은 얼마인가? (비용 상세, 예상손익계산서, ROI 등)

어떤 이는 What, Why, How가 기획서 구성의 필수요소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옳습니다. How를 광의로 해석해서 여기에 Who, Whom, Where, How, When, How much가 다 포함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획서 작성을 많이 해보지 않은 초보자라면 세분된 구성요소인 6W 2H를 기반으로 기획서를 구성해야 누락된 부분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6W 2H를 기계적으로 다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최대한 6W 2H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좋지만, 채워지지 않거나 채울 필요가 높지 않은 요소는 비워둬도 됩니다. 예를 들어 기획의 주제가 '선택적 복리후생 프로그램 도입'이라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획의 결과를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를(Whom)이란 요소가 자명합니다.

또한 이 일을 회사 내 인사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면 어디에서 누가(Where, Who) 수행할지도 뻔하죠(하지만 고객사에게 선택적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경우라면 Who가 명시돼야 하겠죠). 이럴 때는 해당 구성요소를 기획서의 목차에서 삭제해야 합니다. 억지로 6W 2H를 다 채우면 기획서가 세련돼 보이지 않습니다. '초짜'가 쓴 기획서임을 드러내고 마는 꼴입니다.

또한 매우 중요하거나 좀더 설명이 필요한 구성요소는 '잘게' 분리할 필요도 있습니다. '왜(Why)  이 기획이 실행돼야 하는가'를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는 일이 기획서가 채택되는 데에 매우 중대한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CEO와 같은 의사결정자들은 Why에 관심을 더 많이 두죠. 그래서 Why에 해당하는 기획의 배경, 현재의 문제점, 기획의 목적(기대효과) 등으로 세분하고 목차에 별도의 번호를 부여하는 것이 그들에게 "Yes"를 얻어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Why의 세분

- 기획 배경 : 내외부 환경의 흐름과 분위기를 언급함으로써 기획의 필요성을 역설
- 현재의 문제점(As-Is) : 기획 주제와 관련하여 현재 발생하는 문제를 요약하여 서술
- 기획의 목적 : 이 기획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나 기대효과를 정리

반면 실무자들은 How가 더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기획의 결과를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방법론, 수행절차, 돌발계획 등으로 How를 세분해서 보여줘야 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How의 세분

- 방법론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별적인 방법론을 기술
- 수행절차(혹은 수행단계) : 기획의 주제를 진행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수행주체별로 정리
- 돌발계획 : 실행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처리방안을 서술

예를 들어 '인사 담당자의 해외 연수 계획'이라는 기획서를 써서 CEO에게 보고한다면, 다음과 같이 기획서의 목차를 구성하는 게 좋습니다.

'인사담당자 해외 연수 계획'

1. 배경 (Why : 해외연수를 시켜야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
2. 목적 (Why : 해외연수를 시키면 무엇이 이득인가?)
3. 대상 (Whom : 연수대상자를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
4. 연수 내용 (What : 어떤 연수를 받게 되나?)
5. 실행 절차 (How : 이 연수계획을 어떤 절차로 진행하나?)
6. 비용 (How much : 연수에 얼마나 돈이 드는가?)
7. 첨부자료 (부록 : 본문을 보강하는 자료들)

6W 2H를 기초로 어떻게 목차를 구성해 내는가, 어떤 구성요소를 잘게 세분하고 또 어떤 구성요소는 생략하거나 '약하게 처리'하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기획서를 읽게 될 독자(상사, 고객 등)이 무엇을 가장 원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무엇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지 파악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기술해야 기획서의 채택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일반적으로 독자는 기획서를 읽을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기획서를 읽을 때 독자의 머리 속에 떠도는 질문들

- 우리의 문제를 잘 아는가?
-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이 좋은가?
- 그 방법이 실현 가능한가?
- 돈이 적게 들면서도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가?
- (얘네들이) 잘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독자의 니즈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무게중심을 달리합니다. 그래서 기획서를 작성하기 전에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인터뷰를 한다든지 자료를 검색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그 독자를 잘 아는 사람의 의견을 구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획은 문제해결이고, 잘 구성된 기획서는 문제해결의 요건을 잘 갖춘 기획서입니다. 문제해결의 요건을 잘 갖춘다는 말은 독자의 니즈를 최대한 충족시키도록 기획서를 구성한다는 말입니다. "이거야 말로 내가 가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기획서 구성의 목표입니다.

지금까지는 기획서의 '뼈대'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뼈대가 정해졌으니 근육을 붙여야겠죠. 기획의 내용을 작성하는 일은 작성자의 창의력을 가장 많이 요구하는 부분이라서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확실하게 가르쳐 주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죠.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너무 긴 포스트는 졸음과 짜증을 유발하기 때문이죠. ^^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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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획서란 무엇인가?   

2010. 12. 27. 09:00



아마 여러분은 한번 이상 크고 작은 기획서(혹은 기안)나 제안서를 써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획력이야말로 개인의 능력을 가늠하는 역량 중 하나로 인식돼 있습니다. 그래서 기획력이나 기획서 작성에 관한 교육이 유행을 타지 않고 꾸준히 계속되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기획이란 무엇일까요? 이와 비슷하게 쓰이는 말로 '계획'이나 '제안'이란 낱말이 있는데, 그것들과 기획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사람에 따라서 기획의 의미를 다양하게(또한 심오하게) 정의 내리겠지만, 기획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리고 기획서는 정리된 아이디어를 문서 형태로 '예쁘게' 표현한 것을 말합니다. 시장조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 신입사원 교육을 어떻게 실시해야 하는가, 신문광고를 어떻게 진행할까, 등이 대표적인 기획의 주제죠.

'계획'도 사실 기획과 같은 말입니다. 좀더 실행을 강조하거나 곧바로 실행에 옮겨야 할 때 기획이란 말 대신 계획이란 용어를 쓰는 것뿐이죠. 또한, 기획된 내용을 누군가에게 청하거나 승인 받으려 할 때 제안이란 말을 사용합니다. 특히 기획하는 사람과 기획의 결과를 받아보는 사람이 서로 다른 조직에 있을 경우에 제안이란 말이 자주 쓰입니다. 따라서 기획, 계획, 제안은 강조하는 부분만 조금씩 다를 뿐 결국 같은 의미입니다.

그런데 기획은 왜 하는 것일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기획의 결과로 정리되는 아이디어는 모두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이란 말이죠. '시장조사를 어떻게 진행할까?'와 같은 기획의 주제가 문제 해결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아할지 모르겠군요. 우리는 보통 현재의 곤란이나 위험을 문제라고 정의하지만, 현재보다 더 잘하기 위해서 스스로 만들어낸 것도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문제란 기대상태와 현재상태의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문제 = 기대상태 - 현재상태

문제가 없다는 말은 기대상태와 현재상태가 동일하다는 말과 같죠. 곤란이나 위험에 처했을 때는 현재상태가 추락함으로써 기대상태와 차이가 발생해 문제가 되는 것이고, 더 잘하려고 할 때는 기대상태가 상승함으로써 현재상태와 차이가 발생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곤란이나 위험에 처했을 때의 문제 = 기대상태 - 현재상태(↓)

더 잘하려고 할 때의 문제 = 기대상태(↑) - 현재상태

정리하면, 기획은 위와 같은 2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예전에 실시했던 시장조사가 형편없었다면 전자의 문제로 기획을 하는 것이고, 지금까지 별다른 과오는 없었지만 시장조사의 '예측률'를 획기적으로 높이고자 한다면 후자의 문제로 기획을 수행하는 것이죠.

여러분에겐 스스로 기획서를 작성해 본 경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기획서를 살펴보고 평가해 본 적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기획서 중에는 좋은 기획서도 있고 그저 그렇거나 '나쁜' 기획서도 있음을 알 겁니다. 그래서 '좋은 기획서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알고 있겠죠.

여러분이 좋은 기획서가 갖춰야 할 조건들을 모두 나열해보고 그것들을 그룹핑한다면,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요약될 겁니다.

좋은 기획서의 조건

(1) 잘 구성된 기획서
(2) 깔끔한 기획서
(3) 가슴에 꽂히는 기획서

그러나 위의 3가지 요건들은 좋은 기획서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그저 필요조건들이죠. 왜냐하면 좋은 기획서란 '채택된 기획서'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즉 실행하기로 결정된(제안이 받아들여진) 기획서가 좋은 기획서란 말이죠. 아무리 멋지고 가슴에 팍 꽂히는 기획서라 해도 채택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기획은 실행되지 않으면 무의미하죠.

그렇다면 여러분의 기획서가 채택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모른다'입니다. '기획서를 채택하는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죠(만약에 그 비법을 안다면 이 블로그에 공개하지도 않겠지만요. ^^)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뛰어난 야구 선수도 타석에 10번 나와 3~4번 밖에 안타를 치지 못하듯이, 아무리 기획서에 통달한 사람이라 해도 기획서를 제출하는 족족 채택되지는 못합니다. 10번 중 2~3번만 채택돼도 뛰어난 기획자죠. 기획서를 끝내주게 잘 써도 비용 문제에서 걸리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발로 쓴' 다른 기획서가 채택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좋은 기획서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라고 격하하긴 했지만, 잘 구성된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슴에 꽂히도록 강렬한 포인트를 제시하는 것이 여러분의 기획서가 채택되기 위한 최소 조건입니다.

기획서가 채택되기 위한 최소 조건

(1) 잘 구성하라
(2) 깔끔하게 작성하라
(3) 가슴에 꽂히게 하라

그렇다면, '잘 구성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깔끔하게 작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슴에 꽂히게 쓰려면 무엇이 중요한지가 궁금할 겁니다. 이에 관한 내용은 앞으로 올릴 포스트에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한꺼번에 다 올리면 제 밑천이 빨리 드러날 뿐더러 지나치게 긴 글이 여러분을 질리게 만들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

2010년의 마지막 월요일, 힘차게 시작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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