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 좋은 거라굽쇼?   

2010. 2. 11. 02:00

우리는 흔히 "좋은 게 좋은 거다"란 말을 하곤 합니다. 이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좋은 게 좋은 거다'란 논리에 수긍합니다. 왜냐하면 '좋은 게 좋은 거다'란 논리는 좋기 때문입니다. 

서두부터 말이 좀 이상하죠? 여러분이 이상하게 느끼는 이유는 문장에서 (좀 어려운 말이긴 한데) '논점 선취의 오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은 눈으로만 봅시다



다음과 같은 형식이 논점 선취의 오류에 해당합니다.

  A는 B이다. 왜냐하면 A는 B이기 때문이다.

척 봐도 엉뚱한 논리죠? 논점 선취의 오류란 말이 좀 어렵다면 '순환 논리의 오류'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논점 회피'의 일종인데요, 결과를 결과 자체로 다시 한번 언급하면서 논증을 시도하려는 오류이죠. 

저는 이런 어려운 논리 용어보다는 '좋은 게 좋은 거다' 오류라는 쉬운 말로 부르고 싶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다'란 말은 논점 선취와 순환 논리의 단적인 예입니다. 아마 여러분은 일상생활에서 이 말을 이렇게 사용할 겁니다.

 그 사람과 화해해라.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어?

이 말은 이렇게 바꿔 표현할 수 있겠죠.

 그 사람과 화해하는 일은 좋은 거다. 왜냐하면 그와 화해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논점 선취의 오류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되죠? '좋은' 이유를 '좋기' 때문이라는 말로 반복하여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논리가 바로 논점 선취의 오류(좋은 게 좋은 거다 오류)입니다.

'에이, 이런 오류가 뭐가 어렵다고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나?'란 생각이 들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짧은 문장에서는 쉽게 '좋은 게 좋은 거다 오류'를 발견하여 반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긴 문장이나 교묘하게 '장식한' 문장에서는 찾기가 어렵고 깜빡 속아 넘어가곤 합니다.

다음 문장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교사에게 체벌을 허용하는 것은 학생의 품행을 바로잡는 데 매우 이롭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잘못된 행동이나 자세를 보일 때마다 교사들이 체벌로써 이를 바로잡는다면 학생의 인성 발달과 사회화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품행을 바로잡는 데 이롭다'와 '인성 발달과 사회화에 크게 도움이 된다'란 말을 잘 보십시오. 완전히 똑같은 말은 아니지만 비슷한 표현이죠. 교묘하게 포장해서 잘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결국은 결론을 반복함으로써 논점을 회피하는 '좋은 게 좋은 거다 오류'입니다.

이번엔 다음의 문장을 보십시오. 여러분은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을 TV나 신문에서 만난 적이 있을 겁니다.

 4대강 사업은 법적으로 정당하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은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상당히 교묘하게 '좋은 게 좋은 거다'식의 논리를 사용해서 상대방을 설득시키려 합니다. '법적으로 정당하다'란 말과 '국회를 통과했다'란 말은 사실 동일한 문구입니다. 순환 논리이자 논점 선취의 오류임이 분명합니다.

더욱이, 잘 살펴보면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말을 확대해석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도 발견됩니다. '법적으로 정당하다'란 문장에서 '정당하다'란 말을 은근하게 강조함으로써 4대강 사업이 법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환경적으로 정당하다란 의미로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런 말을 듣는 일반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4대강 사업은 정당한 사업이야'라고 생각을 굳히지 않을까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난리야? 정당한 사업인데 말이야'란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간단한 문장이지만, 참 교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서운 말입니다. 

여러분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좋은 게 좋은 거다 오류'를 주변에서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오류가 제법 설득력을 지니는 경우도 간혹 볼 겁니다. 오늘부터는 그런 오류에 속아 넘어가지 말고 명확하게 오류를 지적하기 바랍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굽쇼?" 라고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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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의 오류를 말하다   

2009. 10. 26. 00:20

* '논리의 오류'에 관하여 트위터에 연속적으로 올린 글을 모아 정리했습니다. 논리의 오류를 파악하고, 논리를 옳게 사용하는 데 활용하기 바랍니다. 



1. 타협의 오류 : "하루에 담배 3갑을 피우면 안 된다구요? 의사 선생님, 하루 1갑만 피우면 안 될까요?" 
 
2. 이상주의의 오류 : "우리의 경제는 나아질 겁니다. 우리가 열심히 하기만 하면 꼭 그렇게 될 겁니다." 

3. 결의(決意)의 오류 : "매출을 증대하려는 의지가 강했다면, 뭔가 방법을 찾았을 겁니다." 

4. 암묵적 동의의 오류 : "아무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 따라서 이 안건에 모두 동의한 것이다" 
  
5. 부적절한 대비의 오류 : "자네, 어떻게 나에게 대들 수 있나! 자네가 신입사원일 땐 감히 내게 꿈쩍하지도 못했어!" 

6. 반쪽 진실의 오류 : "그 일 다 끝났으니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될 수 있겠군!" "(보고서 제본만 남았으면서) 아닙니다. 아직 끝난 건 아닙니다." 
 
7. 우유부단의 오류 : "좋은 의견이긴 한데, 아직 때가 아니야" 
 
8. 비약의 오류 : "여자직원이 집으로 전화를 하다니! 당신, 그 여자와 무슨 관계죠?" 

9. 회피의 오류 : "사업계획을 세워 봤자 뭐해. 사장 앞에서 보고하고 나면, 곧 서랍 속으로 직행할 걸." 
 
10. 유용성의 오류 : "사후의 세계가 없다고 믿나요? 그렇다면 너무 허무하고 쓸쓸할 텐데요. 사후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건 틀렸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11.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 : "아무도 하느님이 없다는 걸 증명하지 못했다. 따라서 하느님은 존재한다" 
 
12. 흑백사고의 오류 :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구요? 그렇다면 당신은 무신론자군요." 
 
13. 의도확대의 오류 : "팀장이 능력이 모자른 직원 1명을 해고했다. 해고된 직원은 괴로워하다가 자살을 했고 그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헌데 그 팀장은 곧 승진한다. 가정을 파탄시킨 자가 어떻게 승진할 수 있는가!" 

14. 원칙혼동의 오류 : "팀장은 평소 합리적인 사람이어서 나는 그의 지시에 항상 복종했다. 헌데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나서는 이상한 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그가 팀장이니까 나는 항상 복종할 것이다." 

15. 분할의 오류 : "세계 최고의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최고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거야. 암 그렇고 말고" 

16. 합성의 오류 : "일류 대학의 엘리트만 뽑았으니 우리는 일류 회사가 될 것이 틀림없어" 

17. 도박사의 오류 : "타율이 3할인 타자인데, 앞선 3타석에서 안타가 없었다. 그러므로 이번 타석엔 꼭 안타를 칠 거야" 

18. 후건(後件)긍정의 오류 : "사상이 불온하면 시위할 때 마스크를 쓴다. 마스크를 썼으니 사상이 불온한 사람이 틀림없다" 

19. 전건(前件)부정의 오류 : "내가 당선되지 못하면, 지역구 주민들은 정말 사람을 볼 줄 모르는 거야"...당선 후에..."내가 당선됐으니 지역구 주민들은 정말 사람 볼 줄 안다니까!" 

20. 잘못된 이분법의 오류 : "우리는 결코 좋은 대통령을 가질수 없다. 야심있는 대통령은 야심 때문에 국민을 희생시키고, 야심없는 대통령은 무능하기 때문이다" 

21. 가짜원인의 오류 : "선진국인 독일은 운하가 발달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운하를 건설해야 합니다" 

22. 불분명한 원인의 오류 :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평균 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효과적이었음이 분명하다" 

23. 지나친 단순원인의 오류 : "요즘 우리 팀 분위기가 왜 이래? 분명히 새로 영입된 팀장 때문이야" 

24. 거짓원인의 오류 : "내가 TV 중계를 보는 날이면 우리나라 축구팀은 항상 진단 말야. 이제부터 TV 중계를 안 봐야 우리 팀이 이길거야" 

25.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 "대통령은 OO출신을 중용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장관들 중 세 사람이 그곳 출신이기 때문이다" 

26. 위협에 호소하는 오류 : "적정인력 산정을 위한 컨설팅에 노조가 반대한다고 하는데, 왜 컨설팅이 필요한지 곧 알게 될 거다. 만일 이 컨설팅을 반대하면 정리해고가 이뤄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27. 선결문제 가정의 오류 : "CEO들은 매우 능력있는 사람들이다. 만일 그들이 능력이 없었더라면 CEO가 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28.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 : "대통령은 저소득층 지원금을 확대하려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회주의 정책을 내세우다니! 사회주의는 실패한 정치이념인지 정말 모르는가? 따라서 대통령의 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 

29. 미끄러운 경사면의 오류 : "내가 그녀에게 차인 건 팀장 때문이야. 팀장이 날 깨는 바람에 화가 나서 술을 마셨어. 술을 안마셨으면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가 안됐겠지. 면허정지 때문에 프로포즈 이벤트가 무산됐고. 이게 다 팀장 때문이야" 

30. 성역에 호소하는 오류 : "대통령을 비판하고 욕하다니!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자리입니다. 민주주의를 욕되게 하지 마십시오" 

31. 부적절한 권위의 오류 : "성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인간은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32. 불합리한 추론의 오류 : "이 제품이 성공할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A라는 사람을 뽑았습니다. A는 정말 일을 잘하죠." 

33. 대인(對人) 논증의 오류 : "OO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김팀장의 의견에 반대합니다. 그 사람의 와이프가 시스템 구축 회사의 사장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뭔가가 있습니다" 

34. 피장파장의 오류 : "팀장이 내가 지각했다고 야단치다니! 자기도 늦은 적 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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