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인재보다 보통인재에 집중하라   

2011. 12. 19. 10:38


** 글에 오류가 있어 수정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

일을 아주 잘하는 직원 1명과 능력이 그저그런 직원 1명이 있습니다. 그들의 개인 능력은 회사 전체의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육이나 기타 방법을 써서 그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런데 능력 향상에 드는 예산이 한계가 있어서 둘 중 한 명에게 집중해야만 한다면, 누구를 타겟으로 해야 할까요? 능력이 뛰어난 직원이 더욱 뛰어난 능력을 보이도록 해야 할까요, 아니면 능력이 그러그런 직원이 성과를 향상하도록 독려해야 할까요?

아마 여러분들은 각자의 인사철학에 따라 누구를 타겟으로 할지 의견이 갈릴 것 같군요. 그러면 아주 간단하면서도 계량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의 해답을 찾아 보겠습니다.



일단 저의 가설은 '성과가 그저그런 직원에게 먼저 집중한다'입니다. 왜 그런지 이 가설을 증명해 보겠습니다. 이처럼 회사의 2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고, 그들에게 주어지는 연봉도 동일(제반 인건비 포함)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두 명의 직원 중 어느 하나가 중간에 회사를 그만 두지 않고 1년 동안 근속한다고도 가정해 보죠.

그런데 개인의 능력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개인의 능력을 측정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아주 간단한 지표를 써 보겠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개인의 능력 = 역량 / 인건비



즉, 개인에게 인건비를 1단위 투입했을 때 나타내는 역량의 정도 차이가 능력의 개인 차를 말해 준다고 정의하겠습니다. 쉽게 말해, 똑같은 돈(연봉이나 월급여)을 주었을 때 나타내는 역량이 개인의 진짜 능력을 이야기해 준다는 의미입니다. '역량'이란 단어가 원래 추상적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측정 가능한 계량적인 변수라고 간주하겠습니다.

이번엔 역량의 입장에서 보죠. 역량 1단위를 내기 위해 소요되는 인건비는 다음과 같이 인건비를 역량으로 나눈 값이 될 겁니다. 이를 '역량의 비용'이라고 명명하겠습니다.

역량의 비용 = 인건비 / 역량



역량의 비용과 개인의 능력은 서로 역수의 관계입니다. 개인의 능력을 x로 하면 역량의 비용은 1/x 가 됩니다. 그러므로 아래의 그림처럼 우하향하고 아래쪽으로 볼록한 그래프로 표현됩니다. 바로 이 그래프에 지금부터 증명하려는 논리의 핵심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팅이 끝났으니 증명을 해보겠습니다. 성과가 그저그런 직원 A에게 역량 향상 조치(교육이나 기타 방법)를 취하면 10이었던 능력이 20으로 올라가고, 성과가 뛰어난 직원 B에게 동일한 역량 향상 조치를 제공하면 25였던 능력이 50으로 향상된다고 하겠습니다.

역량 향상 조치로 인한 '개인의 능력' 변화
 
  직원 A : 10 --> 20   (gap = 10 역량/인건비)
  직원 B : 25 --> 50   (gap = 25 역량/인건비)



이렇다면 여러분은 직원 A와 B 중에서 누구를 택해 향상 조치를 취하겠습니까? 직원 A의 향상 정도가 10인데 반해, 직원 B의 향상도는 25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직원 B를 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고 돈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할 겁니다. 동일한 돈을 들일 때 직원 B의 능력 향상도가 직원 A에 비해 250%나 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역량의 비용 차원에서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위에서 역량의 비용은 개인의 능력과 역수 관계입니다. 따라서 역량 향상 조치에 따라 나타나는 역량의 비용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역량 향상 조치로 인한 '역량의 비용' 변화 
  직원 A : 1/10 -->  1/20   ( gap = 1/20  인건비/역량 )
  직원 B : 1/25 -->  1/50   ( gap = 1/50  인건비/역량)



직원 A의 역량을 향상시키니 역량 1단위를 발휘하는 데 드는 인건비의 감소분이 1/20이고, 직원 B의 경우에는 1/50입니다. 만일 두 사람의 연봉이 2000만원으로 동일하다면, 역량 향상 조치로 직원 A는 역량 1단위를 발휘하는 데 드는 인건비가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고, 직원 B의 경우는 8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줍니다. 즉, 역량 1단위에 대한 비용 감소분으로 보면 직원 A에게 역량 향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 A를 직원 B에 우선하여 교육시키고 독려하고 끌어당기는 것이 회사의 비용 효과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비록 직원 개인 차원에서 보면 능력 좋은 직원 B에게 돈을 들이는 것이 표면적으로 유리한 듯 생각되지만, 그런 조치를 비용 효과성 측면을 따져 보면 정반대가 나오죠.

위의 상황은 직원이 2명만 존재하는 가상의 상황을 가정했고 직원들이 능력과 상관없이 동일한 연봉을 받는다고 간주했기 때문에 실제의 기업 조직을 완벽하게 대변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이 더 잘하도록 투자하는 것보다는 능력이 그저그런 직원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유리할 가능성이 큼을 보여줍니다.

물론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은 여러 가지 차원으로 회사에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그들을 캐어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일반적인 역량 향상 조치(교육 등)보다는 다른 식의 정교한 배려와 인력 활용방안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역량 향상의 '무기'가 범용적인 방식에 그친다면 그 무기는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보다는 능력이 평범한 직원들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비용 효과성도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간단한 증명은 현재 근무 중인 직원들의 역량 향상 조치의 타겟을 누구로 할 것인가하는 문제에도 좋은 통찰을 주지만, 현 직원들을 외부직원들로 교체할 때에도 좋은 시사점을 줍니다.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을 더 뛰어난 직원들로 교체하는 것보다는, 능력이 평범한 직원들 가운데에서 교체 대상을 찾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똑같은 돈을 들이고 더 나은 효과를 누리는 유리한 게임입니다.

우수인재와 보통인재. 이 둘 중에 하나를 택한다면, 후자를 택하십시오. 그것이 용기이고 현명한 판단이니까요. 대개의 경우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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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잠재력에 속지 마십시오   

2010. 1. 24. 08:30

어떤 친목 모임에서 모 대학 교수가 하신 말씀이 가슴에 꽂힙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그 분은 갑자기 이렇게 화두를 던졌습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가 뭔지 아십니까?” 저는 이 질문에 “빙산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10%도 안 되고 거의 대부분이 물 속에 잠겨 있음을 나타낼 때 쓰는 말 아닌가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KTX 안에서 글을 쓰는 필자


저의 상투적인 답에 그 분은 이렇게 말씀을 이어갔지요. 

“사람들은 잠재력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거의 자동적으로 머리 속에 빙산의 모양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하곤 하죠. ‘지금 내가 내보이는 실력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아. 내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빙산의 밑부분처럼 아주 크다’고 말입니다. 혹시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술이 좀 취했던 탓일까요? 저는 그 분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말씀인지 짐작이 되질 않아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그 분은 맥주 한 모금으로 입을 축인 뒤에 말을 이어갔습니다.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북극 지방을 여행한다고 해보죠. 수면 위에 떠오른 얼음 덩어리를 발견하게 된다면 ‘아, 저게 빙산이구나’ 라고 손가락을 가리키게 될 겁니다. 얼마나 큰 얼음덩어리가 수면 아래에 웅크리고 있는지는 여행자의 눈에 띄지도 않을뿐더러 관심의 대상도 아닐 겁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저는 역시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가 어떤 말을 이을지 짐작이 됐습니다. 그 분은 옆 사람이 따라 주려는 술잔을 잠시 물리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의 잠재력이 크다고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을 보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잠재력은 절대 능력이 아니거든요. 빙산의 아래 부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 다시 말해 자신의 잠재력이 제아무리 크다 해도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건 겉으로 드러나는 그 사람의 능력이지 잠재력이 아닙니다. 

잠재력이 크다는 말은 오히려 그 사람의 무능함을 에둘러 이야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죠. 능력 있는 사람이란 수면 위로 드러난 능력 자체가 큰 사람이고 물 속에 잠긴 잠재력을 능력으로 바꿀 줄 아는 사람입니다. 잠재력이 큰 사람은 절대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이 말에 동의한다는 대답을 하고, 갑자기 빙산의 일각이란 말과 잠재력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궁금하다는 질문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옆에 있던 일행들이 “두 분 지금 사귀십니까?” 라고 농을 치며 술을 권하는 바람에 이야기는 더 이상 계속되지 못했지요.

어떤 장면이나 단어를 보거나 들으면 머리 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기억의 이미지가 누구에게나 한 두 개쯤은 있을 겁니다. 저에게 잠재력이란 말은 그 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어릴 적 기억들이 희미해진 지 오래지만, 유독 그때의 일이 머리에 선명한 이유는 초등학교 졸업식 전날의 일이 마음에 남긴작은 상처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졸업을 하루 앞둔 아이들을 모아 놓고서 지난 1년 동안의 감회로 서두를 연 다음, 매년 졸업식 전날이면 하신다는 ‘덕담 릴레이’를 진행했습니다. 선생님이 1번부터 끝번호의 아이까지 칠판에 이름을 한 명씩 써 가면서 그 학생이 가진 장점과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덕담 릴레이의 방식이었지요.

지금도 여전하지만, 당시는 개성이나 특기보다는 반에서 몇 등 하느냐가 아이들을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로 여겨지던 때였습니다. 당시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공부에 제대로 신경 쓰기 어려웠던 때라서 내 성적은 반에서 중간 정도에 그쳤고 예체능엔 아예 젬병이었습니다. 

그래서 50명이 넘는 아이들 중에서 선생님이 제 이름과 얼굴을 알고나 있을지 의심이 들만큼 '있는 듯 없는 듯' 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에 불과했지요. 그래서 선생님이 저를 어떻게 바라 보고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나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하실까?' 제 차례가 다가올수록 가슴이 쿵쿵 뛰는 걸 느끼며 선생님의 입을 주목했습니다.

이윽고 제 차례가 되자 선생님은 제 이름을 칠판에 크게 쓴 뒤에 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학생은 아주 잠재력이 큰 학생이에요. 중학교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면 나중에 좋은 사람이 될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박성훈은…”

선생님은 서둘러 저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뒷 번호의 아이로 넘어가셨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잠재력이 크다는 말 이외에 선생님은 저에 대해 할 말이 별로 없다니, 저는 꽤 섭섭했지요. 공부 잘 하던 몇몇 아이에게는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어가면서 장점을 칭찬하신 선생님이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나는 있는 듯 없는 듯한 학생이구나.' 저는 고개를 푹 숙이고 공책에 큼지막하게 한 단어를 써 보았다. 선생님이 저의 장점에 대해 말씀하신 유일한 단어, '잠재력'. 어린 나이였지만 그 말이 칭찬이 아니라 마땅히 할 말이 없을 때 듣기 좋으라고 꺼내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됐었는지 집으로 가면서 다시는 그 말을 듣지 않아야겠다며 다짐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어릴 적부터 제게 각인된 잠재력에 대한 저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잠재력 ≠ 능력
 

“자네는 아주 잠재력이 큰 사람이야.” 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이 듭니까? 상대방의 말이 진심이건 아니건 간에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물 속에 잠긴 잠재력의 크기에 만족해 봤자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여전히 감추어져 있을 뿐이고, 눈에 보이는 능력의 크기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죠. 잠재력은 절대 여러분의 능력이 아닙니다.

잠재력이 크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 능력 없음을 완곡하게 표현한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잠재력이 높다는 말은 아이들에게나 어울리는 말이지 일정한 사회적 지위에 이르러서 능력을 발휘해야 할 단계에 있는 성인(成人)들이 들을 이야기는 아니죠.

만일 당신이 누군가로부터 그런 말을 듣는다면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왜 잠재력을 진정한 능력으로 전환시키지 못하는 걸까?', '언제까지 잠재력이 크다는 말만 들을 것인가?'라고 말입니다.

자신을 좀 더 나은 상태로, 좀더 소망하는 위치로 자리잡도록 하려면 열의와 노력을 다해 남에게 보이는 능력의 크기를 어떻게 키워갈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의 묘비에 “이 사람은 잠재력이 아주 컸으나 능력은 보잘것없었다”라는 문구가 새겨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 이 포스트는 2년 전에 짧게 올린 글을 '대폭' 보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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