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인재를 채용할 때 반드시 거치는 과정 중 하나가 면접(인터뷰)입니다. 아마 서류심사만으로 사람을 뽑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겁니다. 면접도 1번에 그치지 않고 면접관을 달리 해 여러 번 실시하면서 그 사람이 얼마나 능력이 있고 얼마나 우리 회사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평가하고자 합니다. 면접의 강도와 회수만 다를 뿐입니다. 이렇게 면접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학교 성적, 다른 사람들의(전 직장 동료) 평가, 과거의 업무 실적보다 면접이 더 많은 정보를 얻는 수단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은 기업의 면접관들이 '인터뷰 착각(Interview Illusion)에 빠져 있다고 단언합니다. 면접관들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인터뷰를 하면 지원자의 능력과 적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니스벳은 면접이 근거가 미약하고 정확하지 않은 도구라는 증거는 이미 많다고 말합니다.



가장 단적인 사례가 로빈 도스(Robyn Dawes)의 조사입니다. 텍사스 대학교의 의과대학에서는 매년 800명의 지원자 중에서 면접 점수로 150명을 선발했습니다. 그런데 텍사스 주의회가 갑자기 정원을 50명 더 늘리라고 하는 바람에 면접에서 떨어진 학생들 중에서 50명을 추가로 뽑아야 했습니다. 헌데, 추가로 뽑으려고 명단을 살펴보니 뽑을 수 있는 대상자들은 면접 점수가 700~800등에 해당하는 학생들 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중 43명의 학생들은 그 어떤 의과대학에서도 선발되지 못한 학생들이었죠. 하지만 주의회의 명령이었기에 학교측은 면접 점수가 하위권인 학생 50명을 합격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수들은 어떤 학생이 면접 점수가 높은지 낮은지 알지 못한 채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나중에 면접 점수 상위권 그룹(150명)과 하위권 그룹(50명)을 비교했더니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두 그룹의 학생들은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비율이 82%로 동일했고, 우등상을 받은 비율도 비슷했으며, 레지던트 1년차를 이수한 이후의 성과도 별 차이가 없었죠. 50명 중 43명이 모든 의과대학에서 거부된 학생들이었다는 게 무색할 정도입니다. 면접 점수가 미래의 성과를 예측하는 데 있어 설명력이 거의 없었다는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왜 면접관들은 인터뷰 착각에 빠지는 걸까요? 면접에 소요되는 시간은 지원자가 앞으로 그 분야에 종사할 시간에 비한다면 찰나에 비유될 만큼 매우 짧습니다. ‘척 보면 안다’라고 자신하지만, 평소에 가진 편견, 그날의 컨디션, 개인적인 호불호(好不好) 등에 따라 지원자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혹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 내리기도 하고, 당황한 지원자가 말 실수를 하면 뭔가 숨겨진 의미 때문은 아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큽니다.

또한 '후광 효과'로부터 모든 면접관들은 자유롭지 못합니다. 어떤 지원자가 옷을 잘 입고 외모가 훌륭한데다가 겸손까지 갖추고 있다면 업무 능력과 상관없이 높은 점수를 주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 지원자들을 면접하다 보면 '대조 효과'에 의해 잘못된 평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직전 지원자가 유난히 '멍청하게' 면접에 응했다면 다음에 인터뷰하는 지원자가 그저그런 실력이라 할지라도 실제보다 좋게 평가하게 됩니다. 

프랭스 슈미트(Frank L. Schmitt)와 존 헌터(John E. Hunter)라는 심리학자는 무려 85년간의 인력 채용을 자료를 검토한 연구 결과를 통해 직장에서의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가 지원자의 지적 능력(General mentality ability)과 구조화된 면접(단순한 면접이 아님)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전문적이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직무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그렇다고 해서 지적 능력이 완벽한 잣대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지적 능력을 과연 파악할 수 있을까요? 어제 포스팅한 글('압박 면접이 우수인재를 쫓아낸다')에서 봤듯이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주어지는 질문 포화에 지적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은 초킹(choking) 현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심리학자 스튜어트 서덜랜드(Stuart Sutherland)는 구조화된 면접이라 할지라도 마주보는 지원자에 대해 편견을 가지기 쉽기 때문에 차라리 서면으로 답변을 받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합니다(이에 대해서는 심리학자들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섭니다). 또한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구조화된 면접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도스는 '당사자를 30여 분 면접하면서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하는 주장이 더 뻔뻔하다'고 단적으로 말합니다. 면접자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한 지원자의 능력을 올바르게 평가하지 못할 겁니다. 면접의 효과가 근거 없는 믿음이라면 면접을 지원자와 안면을 익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합니다. 지원자가 직장에서 나타낼 성과를 설명력 있게 가리키는 지표가 적어도 면접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다면 말입니다.

면접으로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은 미신(Myth)입니다. 그런데도 이 순간에도 수많은 회사에서 면접이 이루어지고 면접에 의해 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집니다. 과연 괜찮은 걸까요?

(*참고문헌 : House of Cards : Psychology and Psychotherapy Built on Myth )
(*참고논문 : The validity and utility of selection methods in personnel psycholog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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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멋진 아이디어를 보고서로 꾸며서 상사에게 보고를 하는데, 그가 보고서 앞부분에 있는 개요만 읽어보거나, 설명을 하는데 잘 듣지 않고 엉뚱한 페이지만 넘겨 보면서 ‘다 알겠다’는 표정을 진 적은 없었습니까? 그가 “이제 그만 됐어’라고 가로막으며 아이디어의 우수함을 칭찬하기보다 그것이 미숙하고 불완전하다며 문제점만 잔뜩 늘어 놓은 적은 없었습니까? 

만일 상사가 당신을 그렇게 비난했다면, 어떤 기분이 듭니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절망하여 몇 날 며칠을 우울하게 보내면서 참담한 기분일 겁니다. ‘진짜 내가 능력이 없는 걸까? 내가 이 회사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라며 인생에 대한 회의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들은 것 역시 실패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좌절과 절망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모욕적이고 참담한 그 순간에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이 말한 ‘인터뷰 착각(interview illusion)’을 기억해 낸다면 말입니다. 

인터뷰 착각이란, 상사나 면접관들이 지원자(혹은 부하직원)들이 앞으로 일을 잘 할지 못 할지를 평가하는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단적인 예가 있습니다. 텍사스 대학교의 의과대학에서는 매년 800명의 지원자 중에서 면접시험 점수로 150명을 선발했습니다.

그런데 텍사스 주의회가 갑자기 정원을 50명 더 늘리라고 하는 바람에 면접에서 떨어진 학생들 중에서 50명을 추가로 합격시켰습니다. 로빈 도스(Robyn Dawes)라는 심리학자가 후에 추적을 해보니, 먼저 입학한 학생과 추가로 입학한 학생들 사이에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지요. 두 그룹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비율은 82%로 동일했고, 우등상을 받은 비율도 비슷했으며, 레지던트 1년차를 이수한 이후의 성과도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면접에 소요되는 시간은 지원자가 앞으로 그 분야에 종사할 시간에 비한다면 찰나에 비유될 만큼 매우 짧습니다. ‘척 보면 안다’라고 자신하지만, 평소에 가진 편견, 그날의 컨디션, 개인적인 호불호(好不好) 등에 따라 지원자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혹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 내리기도 하고, 당황한 지원자가 말 실수를 하면 뭔가 숨겨진 의미 때문은 아닌지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지원자의 능력보다는 자신들의 편견에 따라 사람을 뽑는 오류를 종종 범하죠. 11군데의 대형 오케스트라에서 단원을 선발할 때 지원자들이 누군지 모르도록 칸막이 뒤에서 연주하도록 했더니 여성 단원의 합격률이 예전보다 두 배나 뛰어 올랐습니다. 이것은 면접관의 인터뷰 착각이 얼마나 심한지 깨달을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신문이나 책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사람 보는 눈’을 자신하는 경영자들이 가끔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IBM의 창업 회장인 토머스 왓슨(Thomas Watson)은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인재철학을 과시합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을 결코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실이 정말 어떤지 말하는 반항적이고 고집이 센, 거의 참을 수 없는 타입의 사람들을 항상 고대했다. 만약 우리에게 이런 사람들이 충분히 많이 있고 우리에게 이들을 참아낼 인내가 있다면 그 기업에 한계란 없다.”

하지만 저는 그들의 눈이 진짜 좋은 것이 아니라, 그가 위치한 ‘높은 지위와 오랜 경력’이 그에게 사람 보는 눈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 넣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옳게 판단 내린 사례만 눈에 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게 평가해도, 그들의 ‘눈’은 다른 사람들의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사람 잘 본다고 자신하는 왓슨 같은 경영자도 충분히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로, 왓슨은 1943년에 예언하기를 앞으로 컴퓨터는 기껏해야 전 세계를 통틀어 한 해에 다섯 대 이상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경영의 귀재로 알려진 사람이지만, 사람을 보는 데 있어 그도 실수가 없었을까요?

누군가가 여러분을 비난하는 말에 상처 받지 마십시오. 그런 메시지는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 메시지의 옳고 그름은 그들이 판단하도록 두지 마십시오. 옳고 그름은 여러분이 만들어 가는 겁니다. 이것이 비난이나 평가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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