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에서 직원들의 성과 향상을 꾀하고 그 업적을 인정할 목적으로 '이 달의 우수사원'과 같은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수사원으로 뽑힌 직원에게는 명예 뿐만 아니라 금전적 혹은 비금전적 부상을 함께 수여하기도 하죠. 여러분은 이 제도가 얼마나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까? 이 상의 도입으로 직원들이 '나도 한번 받아보자'라며 의욕을 불태우던가요, 아니면 '어차피 받을 사람만 받을 텐데 뭐하러 애 쓰냐'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던가요?

웨스턴 미시건 대학의 더글러스 존슨(Douglas A. Johnson)과 앨리스 디킨슨(Alyce M. Dickinson)은 6명의 학생을 선정하여 그들에게 은행의 수표처리자 역할을 부여하고 각자 분리된 장소에 놓여진 컴퓨터 앞에 앉도록 했습니다. 학생들은 모니터 상에 나타나는 10달러에서 999.99달러에 이르는 수표 정보를 보고 그 내용을 화면 아래쪽에 위치한 박스에 입력해야 했습니다. 헌데 학생들이 실험을 위해 사용한 컴퓨터에는 프리셀, 지뢰찾기 등과 같은 게임 프로그램 6종류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수표 정보를 입력하다가 윈도우를 최소화시켜 놓고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게임을 즐길 수 있었죠.



학생들은 10주 동안 1주일에 한번 연구실로 찾아와 45분간 실험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매주 5.25달러를 받기로 했습니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1주일 동안 입력이 정확하게 이루어진 건을 헤아리고 20명의 다른 참여자(가상의 참여자)와 실적을 비교하여 1위를 차지한 사람에게 '이 주의 수표처리자' 상을 수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주의 수표처리자'상은 여러 번 받을 수 없고 오직 한 번만 주어진다고 했죠. 하지만 이 상을 받는다 해도 수고료 이외에 추가적인 금전적 보상은 없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상을 받기 전과 받은 후의 실적 변화를 측정하려는 의도로 6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수표 처리 실적과 상관없이 한번씩 '이 주의 수표처리자'상을 수여했습니다. 실험 결과, 상을 받은 후에 실적이 향상되는 모습은 전혀 관찰되지 않았고 오히려 몇몇 참여자들은 상을 받은 후에 실적이 급감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이 달의 우수사원' 제도가 상을 받은 직원에게 더욱 성과를 향상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어차피 한번 밖에 상을 받지 못하니까 상을 받고 나서 성과 향상에 박차를 가할 이유를 찾지 못한 까닭이겠죠.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 동일한 사람이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 상을 받지 못하도록 제한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이 달의 우수사원' 제도는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성과 창출의 의욕을 꺾는 부작용을 일으키리라 볼 수 있습니다.

만일 '돌아가며 상 타기' 규칙을 없애고 금전적인 보상을 주기로 약속하면 결과가 달라질까요? 연구자들은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후속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그들은 첫 번째 실험과 동일하게 몇 주를 진행하다가 학생들에게 1주일 간 가장 실적이 좋은 참여자에게 '이 주의 수표처리자' 상과 함께 50달러의 부상을 수여하겠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학생들은 바뀐 방식에 의해 실적이 뛰어나기만 하면 상을 여러 번 받을 수 있었죠. 하지만 연구자들은 각 학생들에게 20명의 참여자 중 2~5위에 해당하는 실적을 기록했다고 거짓으로 알려줬습니다.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상을 받지 못하도록 조작했던 겁니다. 그래도 학생들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상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겠죠(실험 후에 이 사실을 디브리핑(debriefing)할 때 학생들의 표정이 어땠을까 상상해 봅니다. ^^).

개선된 '이 주의 수표처리자'상을 주겠다고 말한 이후, 몇몇 학생의 실적은 향상되긴 했지만 그 상승폭이 아주 작았습니다. 어떤 학생의 실적은 크게 상승하다가 다시 크게 떨어지는 패턴을 보이기도 했죠. 이로써 금전적인 보상을 준다고 약속하고 한번 이상 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이 달의 우수사원' 상은 성과 창출 의욕을 유지시키거나 높이는 데에 효과가 없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주에도 상을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까닭이겠죠. 그렇다면 '이 달의 우수사원'은 상이 아니라 '내 성과는 인정 받지 못하는구나'라는 열등감에 빠뜨리는 벌이기도 한 셈입니다.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가는 '이 달의 우수사원' 제도는 승자가 아닌 사람들을 모두 '루저'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죠. 연구자들은 한 발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을 눌러야 내가 올라간다'는 이 제도의 구조가 다른 직원의 성과 창출 행위를 은연 중에 방해하거나 협조하지 않는 사보타주(sabotage)의 동기를 자극할 위험이 있음을 경고합니다. 성과 창출의 과정이 어땠는지는 전혀 따지지 않고 오직 숫자로 나타나는 결과로만 승자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조직 전체의 성과에 나쁜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전혀 우수하지 않은 사원에게 '이 달의 우수사원' 상을 수여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으로 이어지죠. 아마 이런 '유명무실 현상' 때문에 이 제도를 폐지한 회사도 많을 겁니다.

상을 주면 성과가 올라간다는 발상은 '완전히 오류다'라는 사실을 이제 많은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만, 직원들에게 무언가를 하도록 유도할 때마다 '상을 주자'란 아이디어가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상이 반짝효과를 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지식경영을 활성화할 생각으로 소위 '지식 마일리지'를 통해 상을 주겠다고 했지만, 데이터베이스에 '쓰레기 정보'만 넘쳐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말았죠.

직원들의 성과를 높이려면 '이 달의 우수사원'이라는 안일한 아이디어보다는 성과 창출 과정을 끊임없이 피드백하고 지원하는 것이 먼저이고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번 달에는 누가 '이 달의 우수사원'으로 뽑혔습니까? 그 사람이 진짜 우수사원입니까? 여러분이 우수사원으로 뽑혔다면 앞으로 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까? 저는 이 질문에 'No'라고 답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Employee-of-the-Month Programs: Do They Really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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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 조직의 성과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많은 조직에서 차등 보상이 성과 창출을 위한 동기를 불어넣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의 성과가 제고되는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래서 성과가 지체되어 있거나 조직의 분위기가 침체될 때 차등 보상을 도입하거나 차등의 정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 합니다. 과연 차등 보상이 원하는 효과를 언제나 가져다 주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비법일까요?

캘리포니아 주립대 어바인 캠퍼스의 존 피어스(Jone L. Pearce) 등의 학자들은 미국의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을 대상으로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 조직의 성과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연구를 1980년대 초에 수행한 바 있습니다. 사회보장국은 1978년에 제정된 행정서비스 개혁법에 따라 성과를 기반으로 한 보상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피어스 등은 차등 보상제도가 도입되기 전과 도입된 후에 조직의 성과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고, 차등 보상이 끼친 영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사회보장국 산하의 지역사무소들로부터 1977년부터 1982년까지의 성과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취합된 성과 지표는 모두 4가지 종류였습니다. 이 지표들은 지역사무소의 성과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들이었고 관리자 자신들의 차등 보상액을 결정하는 데에 40%나 반영되었기 때문에 관리자들 사이에서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었습니다. 높은 급여를 받기 위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죠.

1977년부터 1982년까지의 4가지 성과지표의 값을 살펴보니 모두 향상되는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패턴만 보면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제도가 조직의 성과 향상에 기여했다고 판단하기 쉽지만,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는 그러한 직관적 판단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피어스 등은 조직의 성과가 차등 보상을 도입하기 이전부터 향상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해, 차등 보상이 성과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통계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죠. 차등 보상을 도입했다고 해서 향상되고 있던 조직의 성과가 더욱 높아졌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4개 중 2개의 성과지표는 향상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1981년 이후에 나빠지는 패턴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피어스 등은 이 하나의 연구만으로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차등 보상의 효과를 증명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들은 차등 보상이 조직 성과에 기여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의 시사점이라고 말합니다. 차등 보상이 정말로 성과 향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른 요인과 떼어 놓고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사실 차등 보상 때문에 조직의 성과가 높아진 게 아니라, 조직의 성과가 높아지고 있기에 차등 보상을 실시할 금전적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게 맞을지 모릅니다. 인과관계의 화살표 방향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이 연구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기도 합니다.

피어스의 연구 이외에 차등 보상이 조직과 개인의 성과 향상과 관련이 없다(그리고 오히려 성과를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많습니다. 직원들에게 차등 보상이라는 '당근'을 흔들어 대면 성과 향상을 위한 동기가 불끈 솟아오르리라 기대하는 것은 인간을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고 한낮 동물로 여기는 비인간적 경영방식일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평할 때는 '결코 돈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일을 할 때 돈보다도 다른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때는 '돈을 차등해야 열심히 일하려고 할 거야', '돈만 많이 받으면 좋아한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자신은 고고하지만 타인은 돈 밝히는 속물일 거라 여기는 모양입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죠.

성과 향상을 위해 차등 보상을 도입하는 일은 성과가 지지부진한 진짜 이유를 덮어버리고 맙니다. 진짜 문제는 돈을 적게(또는 돈을 똑같이) 주기 때문이 아니라 업무의 본질 속에 숨어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경영자가 가져야 할 현명한 관점입니다.

직원들에게 당근을 흔들어대지 마십시오. 당근은 채찍과 다를 게 없습니다.

(*참고논문 : Managerial Compensation Based on Organizational 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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