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가 유명해진 진짜 이유   

2011. 7. 8. 09:10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모나리자'를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이유 중 가장 첫 번째가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서라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모나리자는 대단한 가치를 가진 그림입니다. 저도 파리에 갔을 때 루브르 박물관 구경을 하면서 소장된 작품이 너무나 많아 지칠 정도였지만, 모나리자 만큼은 꼭 보고 가야겠다는 일념으로 그 그림에 몰려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까치발을 서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No Photo'를 외치는 경비원들의 으름장 때문에 포기했죠. 아마 찍었다 해도 사람들 뒤통수 밖에 안 나왔을 겁니다.

모나리자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7억 달러라고 하는데, 이 가격은 역사적으로 판매된 모든 그림의 보험가격을 한참 초과하는 금액이라고 합니다. 사실 7억 달러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녔다고 사람들은 생각하죠. 몽환적인 풍경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손을 포개고 앉아 신비로운 미소를 띠는 모습에 전 세계 사람들은 찬사를 보냅니다. 사람들은 때론 슬프게 느껴질 만큼 보면 볼수록 그 여인의 미소에 빠져 들면서 과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미술의 천재라고 인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박물관에서 만난 모나리자는 기대보다 못했습니다. 일단 크기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작습니다. 세로 77 cm, 가로 53 cm에 불과합니다. 만일 모나리자가 방탄 유리에 싸여 있지 않고 독립된 벽을 차지하고 있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입니다. 제 눈에는 모나리자가 다빈치의 다른 작품에 비해 별로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그동안 사진으로 봤던 것에 비하면 '그냥 그랬습니다'. 제가 명작을 볼 줄 모르는 문외한인 까닭일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모나리자가 이렇게 유명해지기 전에는 미술 전문가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저와 비슷하게 생각한 모양입니다. 다빈치는 1503~1506년 경에 모나리자를 완성하고 나서 프랑스의 왕인 프랑수아 1세에게 4천 에큐(1만 2천 프랑)를 받고 팔았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은 수백 년 동안 그저 그런 그림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분명 좋은 그림이라는 평가는 받았지만 오늘날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죠. 다빈치는 과학, 토목, 건축, 미술 등 다방면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준 사람이지만 화가로서 다빈치는 라파엘로나 티치아노에 비해 한참이나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모나리자가 
거의 400년 동안 그저 그런 작품으로 파묻혀 있다가 유일무이한 세계적인 명작으로 떠오른 때는 1900년 대 초가 되어서였습니다. 그 계기는 엉뚱하게도 절도 사건이었습니다. 빈첸조 페루지아라는 이탈리아 사람은 루브르 박물관의 폐관 시간까지 청소도구함에 숨어있다가 모나리자를 옷 속에 숨겨 가지고 나온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페루지아는 이탈리아 사람인 다빈치가 그린 그림이니 고국인 이탈리아로 그림을 가져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2년이나 모나리자를 자기집에 숨겨 놓고 있던 그는 피렌체의 미술상 골리를 통해 우피치 미술관에 그림을 팔려고 하다가 체포되고 말았죠.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모나리자에게 쏠렸습니다. '어떤 그림이기에 페루지아의 애국심(?)에 불을 당겼을까?'라고 궁금해 했죠. 모나리자를 보고는 과연 훔쳐올 만한 명작임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그 신비한 미소에 열광했습니다. 덤으로 페루자를 이탈리아가 낳은 그림을 구해내려 한 영웅으로 칭송하기까지 했죠.

모나리자는 그 뒤로 두 차례의 수난을 더 겪으면서(한번은 누군가가 산(酸)을 뿌렸고, 볼리비아 청년이 큰 돌을 던지기도 했음)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그리고 여러 화가들이 모나리자를 패러디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원작에 대한 관심을 계속 불러 일으켰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수염 난 모나리자'와 같은 패러디 작품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팝아트의 개척자 앤디 워홀도 모나리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에 활용했죠.

모나리자가 위대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그림 자체의 예술성만으로는 뭔가 부족합니다. 지금까지 말한 일련의 스토리가 모나리자를 '평범하게 잘 그린 그림'에서 인류사에 남을 걸작으로 도약시킨 방아쇠 역할을 한 것임이 분명합니다. 허나 많은 미술평론가들은 이런 방아쇠를 애써 무시하고 모나리자가 위대한 작품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림 자체에서 찾곤 합니다. 모나리자를 유명해지게 만든 속성 중 많은 것들이 분명 그림 자체의 특이함에서 기인하지만, 절도 사건이라는 점프대가 없었으면 아직까지 다빈치의 여러 작품 중 하나로 남아 있었을 테죠. 만일 모나리자가 유명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모나리자를 포함한 다빈치의 작품들을 쭉 보여 준다면 그사람은 모나리자를 넘버원으로 꼽을까요?

우리는 무언가가 유명해지거나 특출한 성공을 거두면, 그것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원인을 '그것 자체'에서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나리자가 위대한 이유는 모나리자가 위대해질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순환논리에 갇히기도 하죠. 해리 포터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그 작품 안에 베스트셀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 구조, 소재, 캐릭터 때문이라고 말하고,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된 이유는 미국이 흑인 대통령을 맞이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무언가가 유명해지거나 성공을 거둔 이유는 절도사건과 같은 엉뚱한 방아쇠의 덕이 더 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면, 유명해지고 성공을 거둔 그것의 특성을 그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우리도 성공을 거두리라는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유명세는 거품입니다. 그리고 거품이 오랫동안 발효되면 '신화(myth)'가 됩니다. 그 곰팡내 나는 신화에 열렬한 찬사를 보내기 전에 그 이면과 주변부를 따져보는 냉정한 시각을 항상 유지해야겠습니다.

(*참고도서 : '상식의 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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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하지 말라!” 이 말은 학습법을 다루는 여러 책에서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조언입니다. 그런 책은 “외우는 것보다 이해를 하는 게 중요하다”란 말도 덧붙입니다. 사고의 폭을 좁히고 창의력을 저해한다는 이유 때문에 암기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조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암기하라. 당신이 기본기를 키우고 싶다면, 그리고 성공하고 싶다면.” 머리와 몸을 통해 자기 분야의 지식을 암기할 때 기본기가 정립됩니다. 기본과 기초를 도외시하는 사람은 그가 어떤 영역에 종사하든 변화의 중심이 되지 못합니다.


독일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 사람인 힐데 도민(Hilde Domin)은 미망인이 된 인생의 후반기에 가서야 시를 쓰기 시작했지만, 그녀의 시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킨 이유는 젊은 시절 여러 언어를 배우고 암기하면서 기초를 탄탄히 했기 때문입니다. 피카소의 난해한 그림이나 괴발개발 그린 듯한 추상화를 보면서 ‘이런 그림은 나도 그리겠다!’란 생각이 든 적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피카소가 입체파 화풍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훨씬 전인 7살 때 그린 데생을 보면 그가 얼마나 기본이 탄탄한 화가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손 끝으로 미술의 기법을 암기했던 겁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스무 살이 되지 않는 제자들에게는 붓과 색채물감을 절대로 만지지 못하도록 하고, 오직 철필만을 사용해서 유명 작품을 따라 그리도록 함으로써 기본을 다지도록 독려했습니다. 몸으로 체득하는 암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죠. 피아노의 거장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말합니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 자신이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평론가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2008년에 프로골퍼인 타이거 우즈(Tiger Woods)가 무릎 부상에도 불구하고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US 오픈의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그가 14번째 메이저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할 수 있었던 힘은 타고난 그의 재능 덕이기도 하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른 선수라면 쉽게 질려버릴 법한 기초 연습을 싫증 내지 않고 반복하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죠. 요즘엔 떠들썩했던 스캔들로 실력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연습벌레였다는 점은 인정해 줄만한 선수입니다.

암기를 백안시하는 이유는 모든 걸 통째로 외우라고 강요하던 예전의 교육방식 때문입니다. 피카소나 루빈스타인처럼 ‘몸’으로 기본기를 연마하는 스포츠 스타나 예술가들의 노력은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머리’로 기초를 다지는 암기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매우 모순입니다.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하곤 합니다. 초심은 기본을 지킴으로써 회복됩니다. 기본이 기교로 변질됨을 막는 것은 부단한 연습과 암기 이외에는 없습니다. 열심히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늘 제자리에서 맴돈다는 느낌이 든다면 기본을 멀리하고 기교 높이기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요즘은 Know-Where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지식이나 정보가 여기저기에 넘쳐 나고 그것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검색 엔진들이 막강해진 탓에 자신이 원하는 지식과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한(그렇게 해야 생산성이 높아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암기가 필요한 Know-what이나 Know-how는 구시대의 용어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Know-what과 Know-how를 아는 사람, 즉 머리와 몸으로 지식과 스킬을 '암기'해 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항상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눈 앞에 어떤 장면이 펼쳐졌을 때 기본 지식을 외우고 있는 사람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발화(發火)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은 그것을 그냥 스쳐 지나가고 맙니다. 여러분이 기본 지식을 제대로 암기하지 않으면 어떤 상황에 직면할 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는커녕 그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식조차 하지 못할 겁니다.

외우는 것이 창조의 기본조건입니다.

(*3년 전에 올린 글을 rewrite해서 올립니다)
(*참고도서 : '문제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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