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과 실행은 다르다   

2010. 7. 5. 09:00

석유개발회사인 로열더치셸을 아십니까? 이 회사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용하여 최초로 성공을 거둔 기업입니다. 이 회사의 시나리오 플래닝 책임자인 피에르 왁(Pierre Wack)은 OPEC의 등장으로 1970년대 초반에 석유 파동이 올 거라는 시나리오를 수립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기존에 수립된 여러 전략들을 수정하고 새로운 전략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 결과 다른 메이저 정유회사들을 제치고 업계 중위권에서 단숨에 2위권으로 도약하는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석유개발업계는 '승자독식'의 구조였기 때문에 중위원에서 2위로 오른다는 것은 대단한 성장이었죠.


만약 여러분이 로열더치셸의 경영자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렇다면 이러한 대성공을 경험한 후에 어떤 마음이 들겠습니까? 여러분은 현명한 분들이기 때문에 시나리오 플래닝을 전담으로 하는 조직을 만들어서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을 시나리오에 기반해 내리도록 '조직문화의 혁신'을 시도할 겁니다. 그만큼 시나리오 플래닝이 가져다 준 효과가 크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로열더치셸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효과를 경험하고서도 그것을 프로세스로 정착시키는 일이 과연 옳은가를 긴가민가했습니다. 셸의 경영자가 시나리오 플래닝을 모든 의사결정의 핵심 기법으로 인정하고 조직에 전담조직을 설치하기까지는 그 후로 5~6년이나 되는 시간이 더 흘러야 했습니다. 

이 사례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다르다'란 경영의 오래된 금언이 떠오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정착시키는 데에는 상당히 높은 벽이 존재합니다. 셸의 사례는 구성원들을 '시나리오 주의자'로 변화시키려면 단순히 시나리오 플래닝의 효과를 눈으로 확인만 시켜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말해 줍니다.

왜냐하면 시나리오 플래닝은 단순한 전략수립 기법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우리로 하여금 미래를 예측하겠다는 허황된 욕구를 버리라고 요구합니다. 확실한 근거가 아니라 불확실성에 근거하여 전략을 수립하라고 말합니다. 또한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며 전략은 항상 불완전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출발합니다. 

이러한 시나리오 플래닝의 특성을 전통적인 전략 수립 기법에 사로잡힌 경영자와 관리자에게 이해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확실하게 말해 주시오. 그래야 전략을 수립할 수 있지 않겠소?" 

하지만 시나리오는 확실한 수치로 미래를 예측하지 않고 다양한 미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릇이기 때문에 그들의 전통적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따라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도입하려는 과정에서 항상 문화적인 충돌이 여기저기서 불거지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로열더치셸과 같은 선진기업에서 성공을 거둔 기법이니까 무조건 도입해야 한다"식으로 밀어붙이면 역효과가 발생하는 법이죠. 구성원들이 시나리오 플래닝을 조직의 일부로, 프로세스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인정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의 토대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어떤 사람을 하나의 팀으로 구성하느냐가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요소 중 하나입니다. 프로젝트 팀의 구성은 비단 시나리오 플래닝 뿐만 아니라 모든 혁신과 전략의 성공을 가늠하는 요소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역량을 별로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편의적으로 인력을 선발하는 오류를 범하곤 합니다.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적합한 인력을 직접 뽑아야 합니다. 역할별로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부합되는 인력을 조직 내에서 선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니즈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능한 한 여러 직무를 프로젝트 팀에 골고루 참여시켜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효과적으로 통솔 가능한 프로젝트 팀의 규모는 팀장을 포함해서 5명 내외가 적당합니다. 

경영자가 시나리오 플래닝 효과를 의심한다면, 그것은 경영자에게 시나리오 플래닝의 의미를 올바르게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경영자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실패할 뿐만 아니라 변화관리도 실패하고 맙니다. 시나리오 플래닝 결과가 조직 전체로 전파되어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려면 CEO와 고위 임원들의 전폭적인 후원이 무엇보다 필수적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핵심이 되는 임원 1~2명을 팀에 합류시키고 경영자들의 의사소통 채널을 항상 열어 두는 것입니다. 경영자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지 회의나 인터뷰를 실행하고, 그들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경청해야 합니다. 의사소통의 문을 꼭꼭 닫아두고 비밀스럽게 작업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팀원들이 흩어지면 습득한 지식과 노하우가 사라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비(非)효율'를 막으려면, 프로젝트 이후에 시나리오 전담 조직을 반드시 상설로 운영해야 합니다.

시나리오 전담 조직을 설립하는 목적은 첫째, 향후의 모든 전략적 의사결정을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을 '시나리오 주의자'의 관점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셋째, 불확실한 미래를 경쟁사보다 앞서 대응하는 상시적 위기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아는 것보다 실행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효과와 방법을 이해하는 일에서 그치지 않고, 시나리오 플래닝이 조직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 흐르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있는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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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나리오 플래닝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저에게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아 2010년의 기업환경에 대해 많이들 불안하게 느끼나 봅니다.

그런데 고객 분들이 문의를 할 때마다 "시나리오 플래닝이 좋은 기법이란 것은 알겠는데, 우리 회사가 시나리오 플래닝을 할 만한 상황인가요?", "우리 회사에게 시나리오 플래닝이 꼭 필요할까요?"란 질문을 항상 곁들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필요성과 유용함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간단하게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봤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 다음의 각 항목이 여러분의 회사에 해당하는지 체크해 보기 바랍니다.


"우리 회사에 시나리오 플래닝이 필요한가"  체크 리스트

1. 지금까지 해 왔던 예측이 자주 빗나가서 타격이 컸다.

2. 조직이 관료적이고 부서 간 벽이 높다.

3. 기능 통합적인(Cross Functional) 조직이 잘 운영된 적이 없다. 

4. 산업이나 회사 내부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되어 있다.

5. 그런 변화가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감잡을 수 없다.

6. 미래 환경의 변화를 탐색하는 씽크탱크 조직이 없거나 미약하다.

7. 환경과 경쟁사가 변하고 난 후에야 뒤따라가는 경영 관행이 존재한다.

8. 의사결정이 임박한 중대한 사안이 있다.

9. 전략 방향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고 그 차이가 크다.

10. 경쟁사가 시나리오를 통해 의사결정하는 중이다.

11. 매년 사업계획이 요식적으로 이루어지고, 돌발변수를 대응하지 못한다.

12. 미래에 대한 '집중적인'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다.

13. 외부의 힘(정부, 경쟁자, 고객, 공급자 등)들이 가하는 위협이 크다.

14. 산업의 특성상 매출이나 이익의 등락이 심한 편이다.


이 14개의 항목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한 개수가 8개 이상이면, 시나리오 플래닝을 도입하여 조직의 '미래 대비 역량' 강화하고, 전략의 환경 불일치로 인한 '전략 리스크'를 대비할 것을 권합니다.

전략 리스크 대비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간단한 의사결정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 수립에 시나리오 플래닝을 활용합니다. 로열 더치 셸,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다국적 기업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들 기업의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 되어 시나리오 플래닝을 할 만한 역량이 된다고 흔히들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뭐, 작은 회사인 걸요?"라고 말하면서 뒤로 물러납니다. 하지만, 그들의 오늘을 만든 성공요인 중 하나는 바로 전략 리스크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 즉 시나리오 플래닝이었습니다. 

"회사가 역량이 되어야만 시나리오 플래닝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시나리오 플래닝을 함으로써 미래의 적응 역량을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하자"라는 방향으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적극적으로 불확실성을 끌어 안고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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