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에도 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월드컵 시즌이었고 원래 6월달은 출판계의 비수기라서 책 읽기를 다소 멀리 하기 쉬웠던 지난 한 달이었습니다. 일이 바빴고 게다가 얼마 전에 저의 6번째 책을 탈고하느나 책 읽을 짬을 내기가 어려웠지요. 하지만, 그 와중에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러분도 즐거운 독서 생활 누리기를 바랍니다.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글 잘 쓰기로 유명한 글래드웰의 신작. 그 동안 쓴 여러 기사들을 모아서 펴낸 책이라서 책 전체를 꿰뚫는 일관된 메시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 실망스러운 책입니다. 명성에 기대어 쉽게 책을 팔아보려는 속셈이 보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각 장의 개별 이야기들은 세상을 독특하게 바라보는 글래드웰의 시각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스눕
스눕 : 어떤 사람의 거실이나 침실, 또는 사무실을 들여다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꿰뚫어 볼 수 있다는, 심리학의 '발칙한' 한 분야를 다룬 책입니다. 이 책은 아마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듯한데, 저는 그런대로 '이렇게도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란 하나의 시각을 얻었기에 괜찮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우리가 상식적으로 느끼는 첫인상과 그 사람의 실제 성격이 크게 다를지도 모름을 이 책은 지적합니다.

히든브레인
히든 브레인 : 처음엔 뇌과학에 관한 책인줄 알았는데, 인간들의 무의식적인 편향을 다룬, 꽤 흥미로운 심리학 책입니다. 편향적인 사고를 하고도 사람들이 그걸 느끼지 못한다는 것, 지적을 해주었을 때 매우 당황하거나 믿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숨겨진 뇌의 은밀한 조종 결과임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재미있게 전달합니다. 꼭 읽어 보세요.

기업 브랜드의 전략적 경영
기업 브랜드의 전략적 경영 : 개별 제품의 브랜드 전략이 아니라, 기업 자체를 브랜드로 구축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 무엇보다 '자아도취'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교훈입니다. 브랜드 관리자들은 꼭 봐둬야 할 책.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 책 제목에 확 이끌어 충동적으로(?) 산 책.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가 있을 거란 기대감에 페이지를 넘겼으나, 저자 자신의 신변잡기적인 문장만 가득한 책. 저로서는 조금 실망이었습니다. 결국 50페이지 정도를 남겨두고 읽기를 멈췄죠. 정재승 교수가 왜 그렇게 과도한 칭찬의 서평을 남겼는지 모를 일입니다. 비유하자면, 이 책은 일본과 파라과이의 축구 경기 같습니다. ^^

열린사회와 그 적들 1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 : 철학자 칼 포퍼의 대표적인 저작입니다. 철학책이라 그런지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포퍼는 닫힌 사회를 지향한 플라톤의 철학을 이 책에서 맹렬히 비판합니다. 플라톤적인 사고방식이 시대를 불행하게 만드는 주범임을 고발합니다. 아마도 이 책의 초판이 히틀러가 몰락했던 1945년에 출판됐기 때문이겠죠. 포퍼의 날카로운 지적은 현재에도 계속 유효합니다. 어렵겠지만,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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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의 마지막 달, 12월에는 모두 12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쓰는 중이라 참고서적을 많이 읽었지요.

아래에 '일독'이라고 코멘트한 책들이 유용하고 흥미로웠습니다.

 

이로써, 2009년에는 모두 101권의 책을 읽었네요.

목표량인 100권을 달성한 셈이죠.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고 버린(?) 책은 카운트에 넣지 않았습니다.

(대략 6권 정도 되는 듯)

 

이제 2010년입니다.

2010년 역시 목표량은 100권입니다.


금년에는 어떤 책을 만나게 될까요?

어떤 책이 인생의 항로를 바꾸거나 가열할지, 그 미지가 기다려집니다.



 

생각이 솔솔 여섯 색깔 모자

생각이 솔솔, 여섯색깔 모자 :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그룹 씽킹의 방법론을 이야기하는 책. 간략하면서도 실무에 활용할 만한 팁들이 잘 정리돼 있다. 읽어보고 실천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토론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브레인스토밍

브레인스토밍 : 친숙한 용어이면서도 정작 브레인스토밍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된다. 브레인스토밍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전략적 사고의 기본기를 다진다는 측면에서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내용이 평이해서 쉽게 읽힌다.

 

삼국지 강의

삼국지 강의 : 중국의 TV방송으로 방영됐던 강의를 옮긴 책. 삼국지에 대해 우리가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조조라는 인물에 대한 재평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얻은 수확이다. 삼국지 팬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 세계사의 흐름을 5개의 키워드로 개괄하는 책. 초심자를 위해서 쉬운 문체로 쓰여 있지만, 세계사가 매우 따분하고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이 책 하나만 제대로 소화하면 어디가서 세계사에 무지하다 소리는 안 들을 것 같다. 일독을 권한다.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 inuit님의 출판 기념회에 갔다가 경품에 당첨되어 받은 책을 이제야 읽었다. 모순되고 상반되는 두 개의 아이디어가 있을 때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선택하는 것이 훌륭한 리더의 자질임을 이야기한다. 사후약방문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전략적 사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었다. 일독을 권한다.

 

아웃라이어(OUTLIERS)

아웃라이어 : 너무 유명한 책이라서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 말콤 글래드웰의 책. 사소한 초기 조건이 나중에 커다란 차이로 증폭돼 나타남을 여러 개의 관점과 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전개한다. 역시 글래드웰은 스토리텔링의 천재라는 생각. 하지만 좀더 학술적이면 좋았겠다는 생각. 일독을 권한다.

 

창의적 자유인

창의적 자유인 :  창의적인 사고법에 관한 여러 스킬을 논하는 책. 이런 류의 책을 많이 봤다면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된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사례가 유용해서 읽어 본 책이다.

 

창의력 노트

창의력 노트 : (위의 책과 같음) 

 

미시동기와 거시행동 

미시동기와 거시행동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셸링의 책. 개인의 미시적인 동기가 집단의 거시적 행동에 어떤 양상으로 파급되는지를 설명하는 책으로서 나비효과, 아웃라이어 등의 개념과 연결된다. 그러나 번역 탓인지, 원문의 난해함 때문인지 잘 읽히지 않아서 통독이 어려웠다. 솔직히 발췌하듯 읽었다.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만 이 책을 권한다.

 

3개의 초감각 

3개의 초감각 : 일본의 경영 컨설턴트가 전략적 사고법에 관해 쓴 책. 군데군데 몇 개의 아이디어가 빛나긴 하는데, 책 전반을 흐르는 '잘난 체'와 '독자 모독'이 부담스러운 책.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인간 등정의 발자취 

인간 등정의 발자취 : 인류사를 개괄하는 책으로서 제이콥 브르노우스키의 말년의 역작이다. 풍부한 화보만으로도 가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허나 문체가 '예스럽고' 용어가 어려워서 쉽게 읽히지 않는 단점이 있다. 오래 두고 한 챕터씩 읽으면 좋을 책.

 

지적 사고의 기술 

지적 사고의 기술 : 문제해결을 위한 사고(목적탐색적사고, 관철적사고, 구조적사고 등)에 대하여 설명한 메뉴얼. 문제해결법을 공부하는 초심자들에게 적당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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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의 작은 동기들이 모여서 재미있고 때로는 중대한 결과를 낳곤 합니다. 강연장에서 사람들이 좌석에 앉는 패턴을 살펴보면, 개인들이 연사와, 그리고 다른 청중들과 얼마나 '이격'돼야 하는지 의식적으로 아는 것만 같습니다.

사실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행동들이 결합되어 나타난 현상이죠. 혼잡한 교통상황, 커피가 갑자기 희소해지는 현상, 기부액이 급증하는 현상들은 모두 개인의 미시적인 동기가 거시적인 행동 패턴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토머스 셸링은 이런 사회현상을 주의 깊게 연구한 학자로서 2005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가 '미시동기와 거시행동'이란 책에서 소개된 모의실험이 있습니다. 일명 "끼리끼리 모이는 현상"에 관한 실험입니다.

이 실험은 서로 이질적인 두 종족(혹은 인종이나 국적)이 한 지역에 인위적으로 고루 섞여서 살기 시작한다면, 개인들이 자기네 종족과 같이 살려는 작은 욕구가 모이고 모여서 나중에는 뚜렷한 군집(군락)이 구분됨을 보여줍니다. 요컨대, 인종차별의 감정이 없더라도 군집이 분리된다는 걸 보여주는 실험이죠.

그 글을 읽고나서, 그냥 눈으로만 읽을 게 아니라 직접 실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밤늦도록 시간을 까먹고 말았지요.

제가 한 시뮬레이션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1. 다른 종족인 'O족'과 '#족'이 8X8의 바둑판에 고루 퍼져 거주할 것을 '명' 받았습니다. 즉, O족과 #족이 바둑판의 한칸씩을 번갈아 점유토록 한 것이지요.

2. 그런 다음 무작위로 몇 개의 셀을 지웁니다. 왜냐하면 이사 갈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죠. 그래서 아래와 같은 매트릭스를 얻었습니다. 보다시피 O족 사람과 #족 사람들이 섞여 사는 중입니다.


3. 각 셀에 사는 사람들이 이사 가야겠다는 동기를 갖도록 만드는 로직을 다음과 같이 적용했습니다. 이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셀은 '이사를 가야하는 셀'이 됩니다.

- 이웃이 3~5명이면 적어도 그 중 2명 이상이 동족이어야 살 만하다.
- 이웃이 6~8명이면 적어도 그 중 3명 이상이 동족이어야 살 만하다.
- 이웃이 2명이면, 그 중 하나는 동족이어야 한다.
- 이웃이 1명이면, 그 이웃은 반드시 동족이어야 한다.

4. '이사를 가야하는 셀'이 밝혀지면, 그놈을 바둑판의 빈곳으로 이사를 시킵니다. 이사 시키는 로직의 기본은 '자신을 둘러싼 8개의 셀 중에서 동족을 많이 만나게 될 빈곳으로 이사를 시킨다'입니다. 그 밖의 로직은 대세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여러분 마음대로 정해도 됩니다.

5. 3번부터 4번의 절차를 계속 반복합니다. '이사를 가야하는 셀'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계속하면 됩니다.


아래의 동영상은 제가 해본 시뮬레이션의 결과입니다. 고르게 퍼져 살던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끼리끼리 모이는 현상을 나타냅니다. 약간의 예외 셀이 존재하나,  좌상단은 주로 O족이, 우하단쪽은 #족이 모여 살게 됩니다.

플레이 버튼을 눌러서 셀의 분포가 변하는 모습을 살펴 보십시오. 특이한 점은 한참 후에 군락의 구분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두 번째 컷으로 넘어가자마자 어느 정도 군락이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비약일지 모르지만, 마치 '창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간단한 실험이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전달합니다. 개인들의 욕구(예를 들어, 가능한 한 많은 동족을 이웃으로 두려는)가 국가나 지역 단위로 축적되면, 의도치 않은 중대한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상은 말콤 글래드웰이 유행시킨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와, 카오스 이론에서 감초처럼 등장하는 '나비효과',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실현적 예언'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서로에게 적응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성취하느냐의 문제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요. 우리는 보통 위대한 인물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어 가면 그 사람의 위대한 품성을 만나리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독불장군처럼 혼자 잘나서 잘된 사람은 없습니다. 무의미하게만 보이는 수많은 개인들의 욕구와 의사결정들이 우연하게 '좋은 방향'으로 '창발'되어 그 사람의 위대함을 조력했기 때문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강조하는 주장도 바로 이러한 것이죠.

위의 실험은 국가나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작위적인 도구를 사용하여 개인들의 동기와 선택의 자유를 무력화시키거나 조작할 수 있을까란 의문도 함께 던져 줍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한 작위적 도구의 기저엔 더 작은 미시의 동기들이 꿈틀거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는 언제나 배태된 '혁명'의 들끓음 위에 발을 딛고 살지요.

혹 다른 조건으로 실험을 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Excel 파일을 공개합니다. (조악하니, 그 점은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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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보면 압니다!   

2008. 5. 2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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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크! 천부적인 이야기꾼, 말콤 글래드웰의 책이다.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던 그의 지난 저작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서 갑작스럽게 유행이 되는 현상을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더니, 이번에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블링크(Blink)’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우리에게 들이민다. 블링크란, 2초 안에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말한다. 흔히 ‘감’이라고 말하는 그것이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개인적인 사건 때문이라고 한다. 책날개 표지에 나온 그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의 헤어스타일은 흑인들이 주로 하고 다닐 법한 ‘부풀려진 뽀글뽀글 머리’다. 하루는 그가 과속단속에 걸렸는데 경찰들이 그를 빙 둘러싸고 마치 범죄자를 대하듯이 다뤘다고 한다. 그의 요상한 헤어스타일이 문제였다. 겉모습이 조금 달라졌다고 해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놀랍게 달라졌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 그는 사람들이 타인을 보는 첫 2초 동안 일어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날마다 정보가 양산되고 매시각 변화하는 세상을 살면서 중요하게 된 것이 ‘빠르면서도 옳게 판단하는 일’이다. 판단을 요하는 상황에 처할 때마다 일일이 분석의 잣대를 들이대어 과학적이며 논리적인 각종 해석을 통해 답을 구하는 일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어리석은 일인가. 저자는 사물이나 사건의 순간 포착만을 통해 옳은 판단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각가지 사례를 들어 알려주고 있다.

고대 조각상의 위조 여부를 순간의 느낌만으로 마음 깊숙한 곳의 무의식을 통해 알아차린 능력, 부부의 대화를 녹화한 화면을 몇 분만 봐도 그들이 후에 이혼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 테니스 선수가 어떤 자세로 서브를 넣는지만 보고도 더블포트가 날지를 예견하는 능력, 수억 달러가 투입된 ‘워 게임(War Game)' 시스템에 맞서고도 재래식 작전체계로 승리할 수 있는 능력 등이 바로 그것이라 하겠다.

이렇듯 ‘척 보면 안다’ 라는 경지에 이르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의 본능에만 의지하면 되는 것인가? 저자는 오랜 기간의 경험, 부단한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평소에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체계적으로 반추하여 내적 감성과 연결시켜 무의식에 축적하는 끊임없는 수련과정이 있어야 통찰의 빛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야 ‘진짜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블링크(첫 2초의 힘) 상세보기
말콤 글래드웰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2005년 <타임즈>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이자『티핑 포인트』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의 최신작.『티핑 포인트』가 집단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면,『블링크 : 첫 2초의 힘』은 비즈니스 세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얼마나 직관과 통찰력에 의지하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사람들은 찰나에 이루어지는 인간의 본능적인 판단이나 인식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쉽다. 게다가 뿌리


자신의 느낌을 과신하여 순간을 판단하는 일은 때에 따라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데, 죄 없는 흑인 청년을 무려 마흔한 발의 총을 쏴 숨지게 한 4명의 경찰관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청년의 모습과 주변의 상황을 차분하게 살펴 정해진 절차에 의해 행동했어야 할 그들은 청년이 주머니에서 총과 비슷한 물건을 꺼내는 것만 보고는 미친 듯이 총을 쏘아댔다. 알고 보니 청년이 꺼내려고 한 것은 총이 아니라 지갑이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마흔한 발의 쏘는 데 고작 2.5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는데, 이렇듯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되돌리지 못할 비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블링크’는 또 마케팅 관행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흔히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습관처럼 소비자 시장조사를 통해 사전에 성공가능성을 타진해 보려고 한다. 저자는 사전 시장조사를 신뢰하지 말라고 단언한다. 펩시콜라가 경쟁자인 코카콜라를 상대로 ‘시음테스트’를 통해 공세를 펼치던 TV광고를 아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57대 43으로 펩시가 더 좋다고 선택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코카콜라는 여전히 펩시콜라보다 우위에 있다. 허먼밀러의 곤충 날개같은 의자는 처음 시장에 나올 때 괴상망측하다며 손가락질을 받았으나 가장 편안한 의자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한 모금의 맛에 속거나,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점이 시장조사가 무의미한 이유이다.

나는 ‘티핑 포인트’를 읽고 그에게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당시 지식경영을 컨설팅하고 있었는데 지식경영에 관한 그의 독특한 시각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답장은 받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의 책은 잘 읽힌다. 마치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읽을 때처럼 손에서 놓기 어려워 밤을 새울 정도다. 재미있으면서도 새로운 지식과 관점에 눈 뜨게 하는 책으로서, 많은 이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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