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가 IBM보다 나았던 점은?   

2010. 10. 18. 09:00


우리 몸에는 면역세포들이 있어서 병원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병원균은 종류만도 수백 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합니다. 또 심지어 자주 변이를 일으켜서 면역세포들이 자기들을 쉽게 공격하지 못하도록 모습을 바꿉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 면역세포들이 모든 병원균에 대해서 완벽하게 맞는 항체를 모두 가지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웬만해서는 병원균에 쉽게 감염되지 않습니다. 완벽한 항체가 없는데도 병을 이겨내는 비밀은 무엇일까요? 그 비밀은 바로 면역세포가 '어림짐작'을 통해서 항체를 만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병원균이 침입하면 면역세포는 어림짐작으로 몇 개의 항체를 만듭니다. 그 중에서 어떤 항체가 병원균을 억제한다는 것을 발견하면, 면역세포는 ‘아, 이 항체가 효과가 있구나’ 라고 판단하고, 그 항체를 집중적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병원균을 퇴치하는 거죠(실제의 메커니즘은 복잡하지만 간단한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이처럼 체내 면역세포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간단하지만 대단한 원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면역세포들은 어림짐작으로도 완벽하게 몸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죠. 

여러분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어떻게 하시나요? 완벽한 답을 찾을 때까지 의사결정을 미루십니까? 누구나 완벽한 해답을 갈망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완벽한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완벽한 해답을 찾다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것이 바로 ‘완벽이라는 함정’입니다. 

그렇다면 면역세포처럼 기업의 전략 실행에도 ‘어림짐작’의 메커니즘을 적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최고의 답이 아닐지라도 70%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 방법을 선택하는 거죠. 나머지 30%는 일을 진행해나가면서 한걸음씩 발전시키면서 채워나가는 겁니다. 물론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지만,100% 확실한 정답이 아니라고 해서 의사결정을 미루기만 한다면 그 또한 리스크를 키우는 꼴입니다.  바로 '완벽의 함정'에 빠지는 순간이죠.

1980년대 IBM의 추락은 완벽주의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당시 IBM은 시대를 선도하는 첨단기업으로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처음 가는 길이다보니 신중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완벽주의가 어느새 기업 전체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죠. 그래서 의사결정은 매우 느렸고 제품 출시는 늘 일정을 넘기기 일쑤였습니다. 오죽하면 “IBM이 제품을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제품들이 기다리지 못해 탈출하는 것이다" 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 완벽을 '덜' 추구함으로써 일약 스타로 떠오른 기업도 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MS-DOS라는 운영체계는 현재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원동력이죠. 사실 MS-DOS는 시애틀컴퓨터사가 개발한 운영체제를 마이크로소프트가 헐값에 사들여 조금 고친 뒤에 PC에서 겨우 돌아가게 만든 조잡한 제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민첩한 판단력과 발빠른 실행력으로 일단 제품을 시장에 출시했죠. 그리고 점점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시켜 나갑니다. 완벽하기보다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스피드를 추구한 전략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사를 앞설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습니다(요즘은 구글이나 애플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하이에크는 "시장경제가 계획경제보다 우월한 이유는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한걸음씩 더듬어 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번에 완벽한 답을 찾으려고 고집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입장에서 가장 적합한 방안을 한걸음씩 찾아가고, 이를 적절한 타이밍에 맞추어 실행하겠다는 태도야말로 완벽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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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도 배울 점이 있다   

2010. 6. 30. 09:00

경쟁자는 나의 친구?
경쟁자를 떠올려 보십시오. 어떤 생각이 듭니까? 적어도 경쟁자가 친구라는 느낌은 갖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동물의 왕국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자와 얼룩말은 먹고 먹히는 처절한 관계인데, 얼룩말 입장에서 사자는 자신들을 도륙하는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무리의 크기가 커지면 서식지의 혼잡과 먹이의 부족 등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자는 사냥할 때 건강한 얼룩말보다 병들고 약한 얼룩말을 잡아 먹어서 얼룩말 무리의 크기를 균형 있게 조절하고 약한 개체를 솎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사자가 의도를 가지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피식자에게서 고기를 얻은 것에 '평형 유지'라는 서비스로 값을 치르는 셈이죠.


포식자의 존재 여부에 따라 피식자의 진화 속도가 느려지거나 빨라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캐나다 오타와 대학 연구진은 토양 미생물들을 관찰함으로써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포식자가 피식자를 많이 잡아 먹어 무리의 크기가 줄어들면 '솎아내기' 효과로 인해 피식자들끼리의 먹이 경쟁이 줄어 들죠. 

그래서 경쟁이 줄어들면 피식자는 새로운 먹이를 취하거나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렇게 되면 종의 분화는 일어나지 않고 정체되어 버립니다. 이런 의미에서 경쟁자는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변화의 귀재
수면병의 원인인 파동편모충이란 기생충은 개체 수를 늘렸다가 줄이기를 반복하면서 환자를 괴롭힙니다.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은 파동편모충의 겉껍질을 인식하는 방법으로 공격을 하는데, 파동편모충은 세포분열을 1만 번 할 때마다 1번 꼴로 껍질을 만드는 새로운 유전자를 조합해 냅니다.

숙주가 면역세포를 동원해 자기들을 압살하려고 하면 돌연변이 시스템을 빠르게 작동시켜 다른 종으로 진화해 버리는 것이죠. 이처럼 기생충은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빠르게 대응할 줄 압니다.

기생충은 때를 기다릴 줄도 압니다. 독일의 의사인 퀴켄마이스터는 사형수에게 낭미충란 기생충이 들어간 돼지고기로 만든 수프와 소시지를 먹였는데, 사흘 후에 사형수가 처형되고 나서 창자를 살펴보니까 0.5센티미터 정도의 갈고리촌충이 발견됐습니다. 갈고리촌충은 낭미충의 성충인데, 적합한 환경이 아니면 낭미충으로 있다가 적당한 숙주가 나타나면 성충이 되는 겁니다.

다양성이 생존의 기본조건
툭소포자충이란 기생충은 원래 고양이와 피식자 사이를 순환하는 기생충입니다. 애완 고양이가 늘면서 유럽 대부분의 사람들은 툭소포자충에 감염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툭소포자충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몸 속에서 은둔하며 때를 기다립니다. 사람은 중간숙주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기생충의 생태는 유행에 휩쓸리기 쉬운 기업들에게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기생충을 방어하는 숙주의 노력에서도 배울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생충은 흔한 숙주보다 드물게 존재하는 숙주를 감염시키는 것을 더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흡충에 감염된 달팽이는 이듬해 군체 규모를 줄여서 기생충의 감염을 막는 전략을 취합니다. 혁신은 항상 성장을 향한 것이라 아니라 때로는 '자기부정'과 '전략적 퇴화'일지도 모름을 우리에게 일깨우죠.

남성과 여성이 생긴 것도 기생충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달팽이는 암수한몸이라서 자기복제하듯이 새끼를 낳습니다. 하지만 기생충에 감염되면 음경을 지닌 수컷 달팽이가 더 많아집니다. 유성생식을 통해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서 기생충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죠. 다양성이란 무기는 기업 환경 내에서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용한 전략임을 알려줍니다.

빠른 변화가 생존의 힘
생물학자들은 동물들이 아래의 '생존방정식'을 철저히 따른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R = E  / (Ts + Th)

R은 수입률, E는 습득한 에너지 양, Ts는 먹이를 찾는 데 걸린 시간, Th는 먹이를 발견하고 잡아먹기까지 걸린 시간을 의미합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사는 그리즐리 곰은 이 생존방정식을 충실히 따릅니다.

공원관리 당국이 곰에게 음식물을 주지 못하도록 하자 사람들은 곰들이 굶어 죽을 것이라 예상했죠. 하지만 곰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최소의 지출로 최대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먹이를 끊임없이 찾아냄으로써 훌륭히 적응했습니다.

봄에는 수풀을 뒤집어엎어 지렁이를 먹었고 송어 산란기에는 송어를, 엘크가 새끼를 낳는 시기에는 새끼 엘크를 잡아먹었습니다. 만일 먹을 것이 전혀 없으면 산 정상에 올라가 나방같이 하찮은 먹이로 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그리즐리 곰의 생존전략은 빠르게 변화하라는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지구상에서 인간과 함께 생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동물의 생존전략의 위대함을 증명하니다. 하찮고 혐오스러운 기생충, 인간보다 지능이 낮은 동물이라 치부하기 전에 동물의 삶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은 바깥의 것을 안으로 끌어들일 때 얻어지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한경 HiCEO 강의 '경영 속의 과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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