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을 감시할까, 방임할까?   

2011. 8. 30. 10:40



캐슬린 콜브(Kathryn J. Kolb)와 존 아이엘로(John R. Aiello)는 심리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63명에게 기여한 만큼 학점을 주겠다고 약속하고서 이런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과제는 2가지였습니다. 주어진 6자리의 숫자를 컴퓨터에 입력하라는 임무와 무작위로 주어지는 글자가 자음인지 모음인지를 구별하여 컴퓨터에 입력하라는 임무였죠. 각 과제는 8분씩 진행됐습니다.

이 실험은 사무실처럼 꾸며놓은 장소에서 진행됐습니다. 콜브와 아이엘로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첫번째 그룹에게는 컴퓨터를 통해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모니터링되고 측정된다는 말을 했고, 두번째 그룹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또 감독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입회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다른 일로 바쁘다고 말하고 실험 장소를 떠난), 이렇게 두 가지 상황에서 이 실험을 진행했죠.

 

정리하면, 실험 조건은 다음과 같이 모두 4가지였습니다.

조건 1 : 컴퓨터로 모니터된다 & 감독자 입회
조건 2 : 컴퓨터로 모니터된다 & 감독자 없음
조건 3 : 컴퓨터로 모니터되지 않는다 & 감독자 입회
조건 4 : 컴퓨터로 모니터되지 않는다 & 감독자 없음

학생들이 주어진 과제를 모두 끝내고 나서 콜브와 아이엘로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통제 대상(Locus of control)이었다고' 생각하는지, 또 얼마나 스트레스를 느꼈는지에 관해 1점에서 7점의 척도로 응답하도록 했죠. 그들이 알고 싶었던 것은 '통제와 감시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는가'하는 것이었고, 특히 '컴퓨터를 통한 통제가 스트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였습니다. 

실험 결과는 이랬습니다. 컴퓨터로 모니터링된다는 말을 들은 학생들은 자신이 감독자로부터 통제를 받을 때(즉, 조건 1일 때)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냈습니다. 반면에 컴퓨터로부터 모니터링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학생들은 감독자의 통제를 받지 않을 때(즉, 조건 4일 때)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컴퓨터로 모니터링될 때 감독자까지 통제와 감시에 가담하기보다는 감독자가 없는 게 낫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통한 모니터링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시사점을 줍니다. 컴퓨터로도 감시하고 감독자로도 통제하는, 2중 조치가 더 나쁘다는 점을 짐작케 합니다.

또한, 컴퓨터로 모니터링하지 않는 경우에 감독자가 없는 게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낸다는 사실은 감독자의 존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님을 시사합니다. 마치 감독이 퇴장을 당하여 선수들끼리 경기를 꾸려가야 할 때처럼, 감독자가 일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업무를 수행할지 지침을 주지 않으면 우왕좌왕 하거나 완료한 일에 대해 스스로도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겠죠.

직원들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그들의 행동(심지어 생각까지)을 통제하고 조정해야 한다는 조치를 너무 앞서 나가면(컴퓨터 모니터링 + 감독자), 당장에는 원하는 성과를 얻을지 모르지만 직원들의 심리를 압박하고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장기적인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말 겁니다. 반대로, 직원들의 창의력을 북돋울 목적으로 그들에게 지나친 자율권을 주거나 방임에 가까운 조치를 취한다면 이것 역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맙니다.

직원들을 통제하고 이끄는 데에 중용만큼 적절한 단어도 없을 겁니다. 적절히 통제하고 적절하게 이끌어야지, 효과가 좀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지나치게 방임하는 극단적 조치는 항상 새로운 문제를 일으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적어도 '직원 통제'에 있어서 중용을 지키고 있습니까? 지나친 통제나 지나친 방임으로 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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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는 다 짜 놓았다. 그리고 시나리오별로 최적의 전략대안도 마련해 놓았다. 그러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것인가? 아니면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인지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답은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미래가 어떠한 모습으로 진행되어갈 것인지를 남들보다 하루라도 먼저 알면 경쟁에서 항상 이기기 마련이다. 마치 어느 지역에 태풍이 강하게 몰아칠 것이니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는 태풍예보처럼, 최악의 경우라 할지라도 미리 위험을 간파하여 행동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지속적으로 환경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현실화될 미래에 관한 실마리를 미리 간파하여 조직 전체가 짜인 전략대안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행동케 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논의해 보자.

시나리오플래닝 이후는 모니터링
다시 한번의 그 의미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시나리오플래닝이란 미래의 모습과 다가올 위험을 식별하여 미리 대응책을 수립하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전쟁으로 비유하자면, 시나리오플래닝은 적이 침투해올 경로, 무기 및 병력의 운용방법 등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놓고 그에 맞게 아군 병력을 배치하고 훈련시키며 각종 보급을 원활히 확보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의 회사가 미래를 대비하여 가능한 한 최선의 대책을 마련해 놓고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여러분의 회사는 여타 기업보다 훨씬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뭔가 2% 부족하다.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전쟁에서는 시간과 정보를 누가 먼저 지배하는가가 승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레이더를 켜 놓고 모니터의 어느 쪽에서 적의 비행기가 나타날지를 주시하는 것과 같이, 지금의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여 특정 시나리오의 발생 징후를 파악해야 시나리오플래닝 작업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원하는 대학에 붙기 위해 밤을 낮 삼아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해당 대학의 입시전형방식이 어떻게 바뀌든지 상관하지 않거나 수능시험의 출제경향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애써 공부한 노력이 물거품이 돼 버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모니터링 지표 도출방법
그렇다면 모니터링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시나리오플래닝 과정을 통해 도출된 시나리오들을 다시 살펴보라. 거기에 답이 있다. 특히 시나리오플래닝의 Step 5에서, 시나리오의 뼈대에 풍부한 상상력의 살을 붙여 만들어 낸 시나리오별 ‘소설’을 다시 펼쳐 곰곰이 읽어 보면, 거기에서 지표들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샴푸와 같은 두발용품을 제조하는 B사는 주로 자사제품을 대형할인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첫번째 고민은 고객이 자사제품을 대형할인점에서 사길 원하는지, 아니면 전문판매점에서 구입하길 선호하는지 여부였다. 두번째 고민은 경쟁사가 자사의 텃밭인 대형할인점 마케팅을 강화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불확실성이 높은 요소가 2개이므로, 그림 3과 같이 4개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B사가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지를 모니터링하려면 무슨 지표가 필요할까? 상상력을 발휘해보라. 우선 가장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지표는 대형할인점 또는 전문판매점에서 판매된 두발용품의 총매출액, 경쟁사의 대형할인점 마케팅 비용 증가율 등과 같은 성과지표일 것이다.

이런 성과지표는 모니터링할 가치가 있긴 하나 시나리오의 징후를 파악하는 ‘선행지표’로서는 함량 미달이라 말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지표가 필요하다. 전문판매점에서 두발용품을 구입하는 유명인사의 인터뷰, 개인이 자신의 블로그 따위에 두발용품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하는 양, 마케팅 요원을 선발한다는 경쟁사의 모집공고 등 시각을 좀더 넓게 펼쳐야 답이 보인다.

조기경보를 위한 모니터링
모니터링 지표를 도출했다면, 각 지표와 시나리오간의 연관성을 파악해야 한다. 즉 어떤 지표가 어떤 시나리오의 발생 여부를 강화 혹은 약화시킬 것인지를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조기경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림 4와 같이, 모두 5개의 모니터링 지표와 4개의 시나리오가 있다고 가정하자. 각 지표와 각 시나리오를 짝을 맺어 지표와 시나리오의 연관성을 -3부터 3까지의 척도로 판단하면 된다.

먼저 각 지표들이 모두 양의 방향으로 커진다고 간주하자. 예를 들어, ‘애플 매장 방문고객수 증가’ 라는 모니터링 지표가 “애플과의 전쟁’ 시나리오의 발생가능성을 매우 높이는 것이라 판단되면 3, 반대로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을 매우 높인다고 판단되면 -3을 기입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그림 4와 같은 표를 만들어 놓으면, 지표의 변화 방향에 따라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지를 어느 정도 계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래야 조직 구성원들에게 “ ‘애플과의 전쟁’ 시나리오니까 빨리 대책을 실행해!” 라는 식의 경보를 날릴 수가 있을 것이다.

조기경보를 날리려면, 모니터링 지표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환경을 감시하는 인력, 즉 ‘모니터링팀’이 운영되어야 한다. 이는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시나리오팀과는 별개의 조직이다. 선정된 모니터링 지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매순간 탐지하여 시나리오팀과 경영진에게 ‘행동개시’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모니터링팀은 내부직원들로 구성할 수도 있으나, 대개의 경우 내외부인이 밀접히 협력하는 인적 네트워크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무엇보다도 행동!
시나리오를 세워 대응전략을 마련한 뒤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기회 혹은 위험의 순간을 무엇인지 알아차렸다고 해보자. 여기까지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다. 하지만 여전히 1%가 부족하다. 아니, 1%가 아니라 100%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때’가 언제인지 알아도 행동에 옮기지 않아서 결국 위험을 자초하는 경우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앞서 연재한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폴라로이드사는 디지털카메라 시대의 도래를 예견했으면서도 애써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자기네들이 지금껏 쌓아온 즉석카메라 기술이 너무 아까워서 버리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로운 즉석카메라 개발에 애먼 돈을 쏟아 부었다. 경영자들의 잘못된 신념은 위기를 애써 무시하고 ‘대책 없는’ 낙관주의에 취하게 만들며 결국은 회사를 망하게 한다.

만약 여러분이 조기경보라는 제목을 보고 뭔가 복잡한 수식들이 얽혀 있는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맵 따위를 상상했다면 미안하다. 위기를 먼저 알아 남들보다 한발 빨리 조치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다면, 굳이 복잡하고 비싼 시스템은 필요 없다. 조기경보체계는 조직문화의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조기경보의 핵심키워드는 ‘먼저 알고 먼저 행동하는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참고도서]


(곧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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