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쯤 읽다 만 책이 많은 이유는?   

2012. 9. 28. 11:34


지난 번 글('살이 빠지면 다시 찌는 또 하나의 이유')에서 목표 달성도가 높아질수록 목표 달성에 방해되는 행동에 관심을 많이 가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한다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언뜻 보면 그 글의 내용과 반대된 것 같지만 결국은 동일한 결과를 얻은 연구 결과를 살펴볼까 합니다.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안드레아 보네찌(Andrea Bonezzi)는 사람들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최초 시작점을 기준으로 삼느냐 최종 도달점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목표를 이루려는 동기가 변해간다는 점을 실험으로 밝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처음에는 '지금까지 얼마를 이루었느냐(To-Date 프레임)'란 기준으로 목표 달성도를 인식하지만, 중간을 지나면서는 '앞으로 얼마나 남았느냐(To-Go 프레임)'이란 기준으로 목표 달성도를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U자형 그래프 모양으로 과제를 처음 시작할 때는 동기가 충만하다가 서서히 감소하고, 목표 달성도가 50% 정도되면 동기가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며, 차차 목표에 가까이 갈수록 다시 동기가 살아난다는 것이 보네찌의 연구 결과입니다. 따라서 목표 달성도가 중간 정도에 이르렀을 때 목표를 포기할 가능성도 높음을 지적하고 있죠. 





250페이지짜리 책을 완독해야 하는 과제로 예를 들어볼까요?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지금까지 얼마나 읽었나'란 관점으로 목표를 인식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10페이지를 읽었다면 그 다음에 읽는 1페이지는 10분의 1로 인식되지만, 50페이지까지 읽었다면 그 다음에 읽는 1페이지는 50분의 1로 느껴집니다. 1페이지의 '상대적인 기여'가 책읽기가 진행될수록 작게 느껴지기에 점점 동기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책의 중간 쯤을 읽을 때 가장 힘겹다는 느낌을 갖게 되죠. 보네찌의 표현대로 '꼼짝없이 중간에 끼이는(Stuck in the middle)'는 상태가 되어 자기도 모르게 책에서 손을 떼고 다른 일에 한눈 팔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책읽기의 고통을 이겨내어 중간 지점을 넘어 읽기 시작하면 목표를 인식하는 기준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냐'로 바뀝니다. 앞으로 읽을 분량이 50페이지 남았을 때 그 다음에 읽는 1페이지는 50분의 1에 해당되지만, 10페이지가 남았을 때는 그 다음에 읽는 1페이지는 10분의 1로 느껴집니다. 따라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를수록 동기가 충만해집니다.


이런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보네찌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영어 단어에 들어있는 철자를 사용하여 다른 단어를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게임을 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manager란 단어를 가지고 gear, range 등의 단어를 만들면 되는 게임이었죠. 모두 9개의 단어를 차례로 참가자에게 제시했는데, 특정 단어를 두 번째, 다섯 번째, 여덟 번째에 위치시켜서 참가자들의 성과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참가자들이 특정 단어가 두 번째와 여덟번 째로 제시될 때보다 중간 순서인 다섯 번째에 제시될 때 가장 성적이 나빴습니다. 예상했던 것처럼 과제 수행 과정의 중간지점에서 동기가 가장 떨어진다는 사실이 나타났던 것이죠. 하지만 과제 수행의 초기와 말기에 성적이 좋은 이유는 아직 불분명했습니다.


보네찌는 다른 주제의 실험을 끝낸 후에 수고료로 15달러가 든 봉투를 주면서 총 300달러를 모금하기로 한 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모금 목표액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245달러, 145달러, 55달러가 남았다고 각각 설명할 경우(To-Go 프레임)와, 지금까지 모인 모금액이 55달러, 155달러, 245달러라고 알려줄 경우(To-Date 프레임)에 참가자들이 자기의 수고료에서 얼마나 돈을 기부할 의사가 있는지 알고자 했습니다. 목표 모금액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을 들은 참가자(To-Go 프레임)들은 245달러나 155달러가 남았다는 말을 들을 때보다 '앞으로 55달러가 남았다'는 말을 들을 때 더 많은 돈을 기부했습니다. 반면, 지금까지 이미 모금한 금액을 들은 참가자(To-Date 프레임)들은 245달러나 155달러를 모금했다는 말을 접할 때보다 '지금까지 55달러를 모금했다'는 말을 들을 때 더 많은 돈을 기부했죠. 목표 달성도를 '지금까지 얼마를 이루었느냐(To-Date 프레임)'로 인식했을 때는 과제 수행의 초기에 동기가 높았지만, 목표 달성도를 '앞으로 얼마나 남았느냐(To-Go 프레임)'를 기준으로 목표 달성도를 인식했을 때는 과제 수행의 말기에 동기가 높았던 것입니다. 결국 어떤 프레임으로 목표 달성도를 인식하든 간에 중간 지점에서의 동기가 가장 낮았습니다.


9개의 에세이를 읽고서 오타를 잡아내도록 한 세 번째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단, 아무런 프레임을 제시하지 않는 조건을 이번에는 포함시켰죠. 프레임 없는 조건에서 참가자들은 첫 번째, 두 번째, 여덟 번째, 아홉 번째 에세이의 오타는 비교적 잘 잡아냈지만, 다섯 번째 에세이를 읽을 때는 성적이 가장 저조했습니다. 이것으로 사람들은 과제를 수행해 가면서 처음과 마지막에는 목표를 이루려는 동기가 크지만 중간 지점에서는 동기가 가장 낮다는, "U자형 가설"이 규명되었습니다.  즉, 처음에는 시작점으 목표 달성도의 기준을 삼지만 중간 지점을 지나면서는 도달점을 목표 달성도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죠.


지난 번 글('살이 빠지면 다시 찌는 또 하나의 이유')에서 설명한 피쉬바흐의 실험(목표에 가까이 갈수록 목표 달성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싶어한다는 결과)와 보네찌의 연구가 서로 배치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피쉬바흐의 연구 내용을 곰곰히 살펴보면 '지금까지 얼마나 이루었냐'는 To-Date 프레임에서 사람들의 동기가 얼마나 저하되는지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실험은 서로 맥이 통합니다. 


목표 달성 과정에서 '중간 지점에 끼여서(Stuck in the middle)'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어 한다는 점이 보네찌 연구의 가장 큰 시사점입니다. 과제 수행의 초기에는 목표 달성 과정에 새로 돌입한다는 신선감에, 말기에는 목표 달성을 곧 이루어낸다는 기대감에 높은 동기를 갖습니다. 하지만 목표가 뭐든 간에 중기가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어떻게 해야 동기가 과도하게 떨어지지 않도록 방지할 것인지가 목표 달성을 담당한 직원과 그의 상사가 유념해야 할 부분입니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과제 수행의 초기나 말기가 아니라 중기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하겠죠. 중기에 이르면 원래의 목표를 몇 개의 세부 목표로 나눠 제시함으로써 목표 달성에 임하는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250페이지 책의 125페이지 부근에서 책읽기가 힘들어지면 '앞으로 20페이지만 더 읽자. 다 읽으면 미련없이 책을 덮고 나중에 또 보자.'라는 작은 목표들을 세우면 좋겠죠. 제가 주로 쓰는 방법인데, 어느 순간이 지나면 탄력을 받아 20페이지 이상을 읽게 됩니다.


동기 저하의 U자형 패턴을 기억한다면 오히려 힘든 중간 시기를 이겨내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여러분은 중간에 끼어있지 않습니까? 중간쯤에서 읽기를 중단한 책이 얼마나 많습니까?



(*참고논문)

Andrea Bonezzi, C. Miguel Brendl, Matteo De Angelis(2011), Stuck in the Middle: The Psychophysics of Goal Pursuit, Psychological Science, Vol.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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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경영대학원의 에일렛 피쉬바흐(Ayelet Fishbach)는 45명의 여대생들에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몸무게와 현재의 몸무게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물으면서 수직선을 제시했습니다. 수직선 가운데에 위치한 빈칸에 현재의 몸무게를 쓰게 하고 이상적인 몸무게를 수직선 상에 표시하게 하고 두 점 사이를 색칠하도록 했죠. 그런데 피쉬바흐는 여대생의 절반에게는 양 끝점이 각각 -5파운드와 +5파운드인 수직선(좁은 수직선)을 주고, 나머지 여대생들에게는 -25파운드와 +25파운드인 수직선(넓은 수직선)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몸무게가 125파운드(약 57킬로그램)이고 이상적으로 여기는 몸무게가 120파운드(약 54킬로그램)이라고 가정하면, 좁은 수직선을 받은 학생은 넓은 수직선을 받은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더 넓은 범위를 색칠해야 합니다. 색칠을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내가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하는구나. 아직 멀었네.'란 생각을 갖게 되는 반면, 색칠을 적게 하면 '목표 체중과 현재 체중이 그리 차이 나지 않네? 내가 살을 많이 뺀 모양이구나.'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피쉬바흐는 목표 달성도를 인식하는 차이가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자 했습니다. 그녀는 여대생들에게 실험과 관계 없는 설문에 응답하게 하고는 고마움의 의미로 초콜릿바와 사과를 주겠다고 했죠. 단, 초콜릿바와 사과 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게 실험의 핵심이었죠. 넓은 수직선을 받은 여대생들 중 85퍼센트가 초콜릿바를 선택한 반면, 좁은 수직선 조건의 여대생들은 58퍼센트만 초콜릿바를 골랐습니다. '목표와 차이가 크지 않다.'라고 느낄수록 초콜릿바처럼 다이어트에 방해가 되는 음식을 선택하는 등 '체중 감량'이라는 목표에 반(反)하는 행동을 더 많이 한다는 결과였죠. '나는 충분히 살을 뺐으니 이제 좀 즐겨도 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목표 몸무게처럼 자신이 정한 목표가 아니라 사회적인 기준에 얼마나 도달했는가를 인식하는 차이도 어떤 결과를 나타내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피쉬바흐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지난 주에 얼마나 오랫동안 공부했는지 적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적어야 할 종이에는 이미 다른 학생의 공부시간이 고의로 적혀져 있었습니다. 피쉬바흐는 그 값이 30분인 경우(낮은 사회적 기준)와 5시간인 경우(높은 사회적 기준)로 나누어 참가자들에게 제시해 보았습니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공부시간을 적은 다음에는 '친구와 함께 외출하기', 'TV 시청하기', '재미있게 놀기'와 같이 비학업적 활동에 얼마나 흥미를 느끼는지 물었습니다. 통계를 내보니 낮은 사회적 기준 조건의 학생들이 비학업적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싶어했습니다. 다른 학생이 적게(30분) 공부한다는 것을 본 참가자들이 '나는 충분히 공부했어.'라는 생각으로 인해 공부에 반하는 행동에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된 것입니다. 이 실험 역시 목표와 현재 상태 사이의 차이를 적게 인식할수록 목표와 일치하지 않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보여줍니다.


위의 두 실험 결과는 목표까지 얼마나 남았는가를 확인하는 행동이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활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추론케 합니다. 피쉬바흐는 참가자들을 둘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학업, 저축, 건강 유지라는 목표 각각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몰입'하고 있는지를 묻었고(몰입도 조건), 두 번째 그룹에게는 동일한 목표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는지를 질문했습니다(달성도 조건). 그런 다음, 밤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도록 했죠. 달성도 조건의 참가자들은 목표에 부적절한 행동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반면, 몰입도 조건의 참가자들은 그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았습니다. 목표 도달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유지하려면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점검하기보다는 얼마나 노력하고 몰입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피쉬바흐는 체육관에 운동하러 들어가는 학생들과 운동을 끝내고 나오는 학생들에게 각각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의 효과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 다음 저녁식사로 맛있지만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얼마나 먹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운동을 끝낸 후의 학생들보다 운동하기 전의 학생들이 운동의 효과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운동하기 전의 학생들이 운동 후의 학생들에 비해 느끼한 음식을 더 많은 관심을 보였죠. 따라서 운동 효과를 높게 인식할수록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에 더 많이 끌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목표에 더 많이 다가갔다고 느낄수록 목표에 반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 실험에서도 드러난 것이죠.


이처럼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목표에 많이 도달했다고 생각할수록 그 목표로부터 벗어나려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됩니다. 저울에 체중을 달아보고 '2킬로그램이나 빠졌네. 목표까지 5킬로그램 밖에 안 남았어.'라고 기뻐하면 무의식은 우리에게 기름기 많고 당분이 많은 음식을 먹어도 된다는 '면허증'을 선사합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빠졌던 2킬로그램이 다시 불어버린 몸무게를 보고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죠. 목표까지 얼마나 남았느냐를 확인하는 행동이 오히려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피쉬바흐의 실험을 조직에서의 MBO 목표 달성에 바로 대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수치를 정해두고 목표 달성도를 강조하며 직원들을 독려하는 방식이 오히려 목표에 반하는 행동, 목표 도달을 유보하려는 행동을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직원들을 코칭하는 관리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입니다. 타겟을 정해두는 MBO가 과연 옳은지도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피쉬바흐의 세 번째 실험이 시사하듯이, 목표 달성도보다는 목표에 얼마나 몰입하는지를 점검해 나가는 방식이 목표에 일치하도록 직원들의 행동을 유지시키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MBO에서 정해놓은 타겟이 절대적으로 '옳은' 값일까요? 100이란 타겟을 달성한 직원에게 '이제 할 만큼은 다 했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요? 타겟을 정해둠으로써 목표 달성도에 관심을 두도록 만들면 100을 넘어선 성과가 진짜로 도달해야 할 수치인데도 불구하고 100 언저리에서 멈춰 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타겟을 정해놓은 관행이 이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겠습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목표에 얼마나 접근했는지를 자주 확인하는 것보다 목표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집중할 때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피쉬바흐의 연구가 주는 시사점입니다. 타겟에 근접했다 해도 목표 달성에 몰입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느낀다면 목표에 반하는 행동에 면허증을 발부하는 일을 의식적으로 제어해야겠습니다.



(*참고논문)

Ayelet Fishbach, Ravi Dhar(2005), Goals as Excuses or Guides: The Liberating Effect of Perceived Goal Progress on Choic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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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목표 달성에 힘겨워하는 누군가를 격려하기 위해 "목표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간혹 합니다. 목표 달성을 방해하고 자신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여러 요소에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목표를 향해 달려 가라고 충고합니다. 힘겨운 과정을 끝내고 마침내 도달할 그 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모든 방해요소와 유혹을 떨쳐내는 것이 목표를 이루어내는 왕도라고 믿습니다. 여러 자기계발서에서 이런 논지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그러나 목표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직관에 반하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시카고 대학교의 에일렛 피시바흐(Ayelet Fishbach)와 고려 대학교의 최진희(Jinhee Choi)는 어떤 일의 목표가 처음에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일을 시도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성취하게 될 목표에 집중하면서 과정을 수행하려는 마인드가 목표 달성을 방해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피시바흐와 최진희는 대학 내 체육관에 다니는 103명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그 중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 운동을 통해 이루어낼 목표를 제출(예 : 나는 살을 빼기 위해 운동한다)하도록 하고 운동하는 동안에도 그 목표에 집중하도록 요청했습니다. 반면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그들이 행하는 운동의 과정을 묘사(예 : 나는 스트레칭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러닝머신을 뛴다)하도록 했죠. 역시 운동하는 동안 자신의 운동 과정에 몰두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런 조치 후에 피시바흐와 최진희는 각 그룹의 학생들을 두 개씩 소그룹으로 나눠서 첫 번째 소그룹에게는 운동하기 시작하기 전에 얼마나 오랫동안 운동할 생각인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소그룹에 대해서는 그들이 실제로 운동하는 시간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정리하면, 목표에 집중하거나 과정에 집중할 때 각각의 경우 운동을 얼마나 오래 할 생각인지 그리고 실제로 얼마나 운동할지를 살펴보고자 한 것입니다.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목표 집중 조건'의 학생들은 '과정 집중 조건'의 학생들보다 8분 정도 더 오래 운동할 생각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운동한 시간을 살펴보니 '목표 집중 조건'의 학생들은 '과정 집중 조건'의 학생들보다 대략 10분 정도 적게 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목표에 집중하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욕이 커지지만 목표에 의해 자극 받은 의욕은 오래가지 못하여 결국 목표 달성을 더디게 만든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였습니다. 과정(경험)에 집중하는 것이 그 일을 착수하도록 유도하는 힘은 약하지만 일단 일을 시작한 후에는 목표 달성 과정을 지속하도록 동력을 제공한다는 의미죠.


하지만 이 실험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운동한 시간이 목표 달성에 들인 노력의 양으로 볼 수 있느냐가 문제죠. '목표 집중 조건'의 학생들이 비록 적은 시간 운동했더라도 목표 달성의 투지가 솟아올라 힘을 더 많이 들여 운동한 나머지 쉽게 지쳐서 운동을 중단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과정 집중 조건'의 학생들이 목표 달성의 의지가 약해 러닝머신의 난이도를 쉽게 조정하여 더 오래 운동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죠.


피시바흐와 최진희는 이런 오해를 없애기 위해 후속실험에서는 '종이접기'와 같이 신체적인 노력이 별로 요구되지 않는 과제를 선택했습니다. '목표 집중 조건'의 학생들은 색종이로 개구리를 접는 활동이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물리치료 목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들은 후 종이접기를 하는 동안에 그 목표를 상기하라고 요청 받았습니다. 반면 '과정 집중 조건'의 학생들은 종이접기 그 자체는 취미 활동일 뿐 별다른 효과는 없다는 말을 들었고 개구리를 만들어 가는 경험에 집중하도록 요청 받았죠.


종이접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참가자들은 종이접기의 목표에 집중할 때 종이접기에 더 많은 흥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종이접기를 직접 해본 참가자들은 목표에 집중할 때보다 과정(경험)에 집중할 때 종이접기가 더 재미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앞의 실험과 마찬가지로 목표를 떠올리는 것이 최초의 흥미를 유발할 수는 있지만 그 흥미를 지속시키지는 못했던 겁니다. 종이접기 활동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흥미와 재미를 지속시키고 그로 인해 목표 달성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만든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피시바흐와 최진희는 '치실 사용하기', '요가하기'와 같은 과제를 가지고도 후속실험을 진행했지만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해가 된다는, 동일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누군가가 목표 달성 과정에서 힘겨워 하거나 애를 먹을 때 상투적으로 던지곤 하는 '목표에 집중하라', '목표를 생생하게 그려라', '그 날에 얻게 될 열매를 상상하라'는 조언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 이 실험의 시사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피시바흐와 최진희는 어떤 일의 목표가 사람들에게 돈과 같은 외적 보상(External Incentive)처럼 인식된다고 말합니다. 외적 보상이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을 저하시키는 것처럼 목표도 그렇다는 것이죠. 살 빼기라는 목표는 운동을 하는 과정의 일부가 아니라 운동을 완료한 후에 얻어지는 보상으로 인식되는 까닭입니다. 


어떤 이유이든 간에, 이 실험으로 내적 동기를 지속시키고 강화하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과 경험에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처음에 '이 일을 한번 해보라'고 할 때는 그 일을 달성한 후에 얻게 될 목표로 자극해야 하지만, 그런 자극을 일을 진행하는 과정 내내 강조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날을 위해 참고 견뎌라'라고 말하기보다는 일의 경험과 경험을 통해 얻는 소소한 재미를 강조하는 것이 내적 동기라는 목표 달성의 엔진을 유지시킵니다. 100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사람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조언은 사실 '완주했을 때의 너의 모습을 그려봐'가 아니라 '네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에만 집중하라'인 것처럼 말입니다. 



(*참고논문)

Ayelet Fishbach, Jinhee Choi(2012), When thinking about goals undermines goal pursuit,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Vol. 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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