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에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은 일본 야마토운송의 오구라 마사오 사장은 화물운송 사업 위주였던 회사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택배 사업으로 확장해 야마토운송을 급성장시켰다. 그의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는 경찰서 벤치마킹이다. 택배사업과 전혀 무관한 것 같은 경찰서에서 그는 성공의 비법을 찾아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95호(2011년 12월 15일자)에 실린 오구라 사장의 ‘창조적 모방’ 사례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영자들에게 좋은 교훈을 준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오구라 사장은 택배 서비스를 일본에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영업소 네트워크 등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해야 할지 좀처럼 감을 잡지 못했다. 영업소가 지나치게 많으면 운영비가 너무 많이 들 것이고, 반대로 적으면 배달 시간이 길어져 고객들에게 외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업소를 어디에 설치해야 할지도 고민거리였다.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문제였지만 택배 서비스로 한정됐던 사고의 틀을 벗어나니 전혀 새로운 대안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택배영업소처럼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다른 산업을 모방하기로 했다. 먼저 그는 당시 일본 내 우편물 취급소의 수를 확인해 봤다. 그 수는 5000개가 넘었다. 그러나 오구라 사장은 우편집배국이 소포를 취급하긴 했지만 다른 종류의 우편물들을 더 많이 배달하기 때문에 택배영업소 수가 이처럼 많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 그가 생각해낸 것은 중학교였다. 당시 중학교 수는 1만1250개였다. 그러나 중학교도 보통 걸어서 통학할 수 있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한 택배 서비스의 참고 대상이 되기는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참고한 대상은 경찰서였다. 경찰서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인구밀도와 거리를 잘 따져서 자리를 잡았다. 게다가 경찰들은 차량으로 관할지역을 순찰했다. 오구라 사장은 전국의 경찰서 수와 비슷한 규모로 1200개의 영업소를 개설했고 영업소의 위치도 경찰서를 참고하여 결정해 합리적 비용으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새 일을 시작할 때 참고할 대상을 찾지 못해 의사결정에 애를 먹는 사례가 많다. 이때 사고의 범위를 익숙한 영역에만 한정시키지 말고 다른 영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해답은 이미 다른 곳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글 :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본 글은 '동아 비즈니스 리뷰' 95호(2011.12.9)'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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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그룹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마돈나가 콘서트 티켓을 100달러 팔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팔겠다.” 하지만 롤링스톤즈의 공연 티켓은 경매를 통해 수백에서 1000달러의 가격으로 팔렸습니다. 남을 따라하다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단적인 사례입니다. 이것이 바로 벤치마킹의 덫입니다.

신규사업 진출 여부를 놓고 고민이 된다면, 아마도 벤치마킹을 해보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벤치마킹을 통해 신규사업이 긍정적이라고 나왔다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겠습니까? 반대로 부정적이라고 나왔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만일 벤치마킹 결과를 100% 수용해서 의사결정 한다면 그것은 주사위를 던져서 결정하는 것보다 못합니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타기업이 처했던 상황과 우리가 처할 상황은 분명히 서로 ‘독립적인’ 상황입니다. 그들이 실패했어도 우리는 성공할 수 있고, 그들이 성공했어도 우리가 실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할 때 벤치마킹 결과를 무조건 수용해서는 곤란합니다. 벤치마킹 결과를 가지고 우리 회사의 신규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다면 여러분은 오류에 빠지고 말기 때문이죠.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벤치마킹을 해본 결과, 신규사업이 실패할 확률이 2/3이란 결과를 얻었다고 해보겠습니다.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자동적으로 1/3이 되겠죠. 우리 회사가 신규사업에 실패할 확률은 얼마일까요? 벤치마킹 결과를 적용한다면 2/3이 됩니다.

우리의 경쟁사인 A사와 B사, 각 사가 실패할 확률도 각각 2/3가 되겠죠. 이를 통해 3사 모두 실패할 확률을 구해보면 2/3을 세 번 곱해서 나온 8/27이 됩니다. 그렇다면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얼마일까요? 1에서 8/27을 뺀 19/27입니다. 이 값은 처음에 벤치마킹으로 얻은 1/3보다 훨씬 큰 값입니다.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들이 처했던 상황과 우리가 처할 상황은 서로 독립적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벤치마킹 결과를 믿었다가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규사업을 애초에 포기해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통계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심프슨의 역설’이란 말이 있는데, 벤치마킹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를 말 그대로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다음은 A와 B, 두 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모 회사의 성과입니다. 전체 시장에서 B제품보다 A제품의 영업이익률이 좋은데요, 이걸 보고 A제품을 앞으로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의사결정을 내릴지도 모릅니다.

전체 시장에서의 성과

A제품 : 매출액 300억,  영업이익 130억, 이익률 43%
B제품 : 매출액 300억,  영업이익 110억, 이익률 37%

시장별로 더 자세하게 분석해 보니 다음과 같이 나왔습니다.

북미 시장에서의 성과

A제품 : 매출액 200억,  영업이익 100억, 이익률 50%
B제품 : 매출액 100억,  영업이익   50억, 이익률 50%

유럽 시장에서의 성과

A제품 : 매출액 100억,  영업이익 30억, 이익률 30%
B제품 : 매출액 200억,  영업이익 60억, 이익률 30%

보다시피 A와 B제품은 결국 동일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A제품을 주력상품으로 주장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전체 시장에서 B제품의 성과가 좋지 않은 이유는 이익률이 낮은 유럽시장에 A제품보다 더 많이 수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역설이 벤치마킹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대부분의 벤치마킹은 자세한 내막까지 조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요약된 정보 밖에 얻을 수 없습니다. 그걸 본받다가는 심프슨의 역설과 같은 오류에 빠져서 엉뚱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겠죠. 따라서 벤치마킹에 대한 맹신은 항상 금물입니다.

벤치마킹을 올바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배워야 합니다. 다른 회사가 실패했는지 성공했는지의 결과보다 그들이 어떠한 배경과 조건 하에서 일을 추진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혹시 여러분과 여러분의 조직은 지금 벤치마킹이란 덫에 걸려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렸거나, 아예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것은 아닙니까? 타사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결과만 보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은 매우 위험합니다. 벤치마킹은 벤치마킹일 뿐 결코 의사결정의 방법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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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050년 사이에 핵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CIA나 국가정보원 같은 기관에서는 다양하고 심층적인 분석을 근거로 확률을 계산해 낼지도 모르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핵전쟁 발발 가능성에 관해 충분한 정보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죠. 그래서 확률은 반반, 즉 1/2 이라고 추정하여 말하게 됩니다.


경제학자 존 케인즈(John Keynes)는 이를 ‘중립의 원칙’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렇다면 핵폭탄이 우리나라에 떨어지지 않을 확률은 얼마일까? 이 역시 1/2 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 떨어지지 않을 확률이나, 프랑스에 떨어지지 않을 확률도 1/2 이란 답이 일반인으로서 말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죠.

존 케인즈


이 답변을 기초로 하면, 10개 나라 중 어느 한 곳도 핵폭탄이 떨어지지 않을 확률은 1/2의 10제곱(=1/1024)이 됩니다. 그렇다면 10개 나라 중 적어도 한 나라가 핵폭탄에 희생될 확률, 바꿔 말해 핵전쟁이 발발하게 될 확률은 얼마일까요? 1에서 1/1024 을 뺀 1023/1024 가 됩니다. 이 값은 처음에 “2050년까지 핵전쟁이 발발할 확률이 1/2 이다” 라고 답한 것과 모순되는 결과입니다.

동일한 논리를 신규사업 추진 건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벤치마킹을 통해 가능성 있어 보이는 어떤 신규사업의 실패 확률이 2/3 이라는 결과(즉,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1/3)를 얻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벤치마킹은 어디까지나 우리와는 별개인 ‘타 기업들의 역사’로부터 추정하여 얻은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결과라고 간주하기 어렵습니다.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을 물었을 때 아는 바가 없어서 그냥 1/2 이라고 답하는 것처럼 불확실한 추정에 불과하죠.

그래도 리더가 벤치마킹 결과를 신봉한다면, 우리회사가 신규사업에 실패할 확률을 2/3 이라고 추정합니다. 동일한 이유로 유력한 경쟁사인 A사와 B사 역시 실패할 확률은 각각 2/3 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어느 회사도 성공하지 못할 확률은 8/27(=2/3*2/3*2/3)이 됩니다. 반면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19/27 이나 되죠. 이는 처음에 벤치마킹으로 얻은 성공확률 1/3 보다 2배 이상 큰 값이 아닙니까?

아래가 계산을 정리한 결과입니다.

벤치마킹 결과  신규사업이 실패할 확률    2/3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    1/3

우리회사가 실패할 확률    2/3
A사가 실패할 확률             2/3
B사가 실패할 확률             2/3

3사 모두 실패할 확률             (2/3)*(2/3)*(2/3) = 8/27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         1 – 8/27 = 19/27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이러한 산법이 엉터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 패러독스는 벤치마킹 결과가 비관적 혹은 낙관적으로 나왔다고 해서 지나치게 비관하거나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예입니다. 

벤치마킹은 참고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 절대로 의사결정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오늘도 벤치마킹을 염두에 두시는 분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출처 :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유정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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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을 들고 다니는 사나이   

2010. 2. 22. 09:49

주사위를 10번 던졌더니 이상하게도 10번 모두 6 이 나왔다고 해보죠. 어떤 사람이 11번째 던졌을 때 나오는 숫자를 맞히면 그 숫자에 1만원을 곱한 금액을 당첨금으로 주겠다고 할 때(예를 들어, 4가 나올 것을 맞히면 4만원을 딴다), 여러분은 어떤 숫자를 선택하겠습니까?


많은 이들이 6이 아닌 다른 숫자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10번째까지 6이 연달아 나왔는데 11번째까지 6이 나오는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10번째에 6이 나온 사건과 11번째에 6이 나올 사건은 확률적으로 ‘독립적인’ 상황입니다.

주사위는 결코 10번째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단지 사람만이 그걸 기억할 뿐이죠. 확률의 개념을 올바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11번째 시도에도 6에 걸어야 함이 옳습니다. 6이 나올 확률은 1/6로 다른 숫자의 경우와 동일하면서도 당첨금은 6만원이고 기대값은 1만원(=6만원*1/6)으로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수학 저널리스트인 마틴 가드너가 이러한 '오해'를 비꼬아서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사나이가 누군가 비행기에 폭탄을 휴대하고 탑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스스로 뇌관을 제거한 폭탄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고 합니다. 

보안검색이 심한 비행기에 폭탄을 가지고 타는 승객이 있다는 것 자체가 발생하기 어려운데다가, 폭탄을 가진 승객이 두 명이나 탑승하는 것은 더욱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의 생각이 일리가 있어 보이나요? 잘 생각해 보면, 자신이 폭탄을 가지고 다니는 것과 다른 사람이 가지고 다니는 것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폭탄을 가지고 다니는 사나이와 같은 사고방식으로 행동하진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규사업을 전개하려 하는데, 타사들이 그 사업을 시도했다가 번번이 실패했다고 해보죠. 신규사업을 시작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타사가 실패를 계속 했으니 이번에는 성공할 거야, 혹은 우리도 역시 그들처럼 실패하고 말 거야' 라고 단순하게 판단하여 신규사업을 전개하거나 접어 버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전략적 의사결정에 있어 이와 같이 타사의 경험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주사위를 던져 가부를 결정하는 일보다 못합니다. 성공할 건지 실패할 건지의 확률은 신규사업의 컨셉과 전개해 나가는 노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타사의 경험이 이미 결정해 놓은 것은 아닙니다. 

시장과 고객은 변하기 마련이고 타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타사와는 엄연히 다른 독립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때는 '주사위가 10번째의 결과를 기억하지 못하고 11번째의 시도를 시행'하듯 해야 합니다. 타사의 성공과 실패에서 배워야 할 점은 물론 있지만, 그것에 얽매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지요.

한참 블루오션이 화두였을 때 레드오션인 산업으로 진출하면 백전백패할 확률이 크다는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서브웨이는 햄버거가 가지기 어려운 웰빙 이미지로 미국의 패스트푸드 산업을 장악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즐거움이라는 차별적 서비스로 기존 항공사를 앞서 나갑니다. 치열한 출판시장에서 룰루닷컴은 자비출판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타사의 성공과 실패 확률을 기초로 판단했다면 결코 생겨나지 않았을 기업들이죠. 기업이든 개인이든 선택은 언제나 스스로의 몫입니다. 다른 기업,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겁게 폭탄 하나씩 들고 다녀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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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물에서 놀아야 성공한다   

2009. 4. 17. 09:44


개인적으로 나는 요즘 시나리오 플래닝의 개념을 전략 수립의 새로운 대안으로 고객들에게 제안한다. 헌데, 시나리오플래닝을 설명하러 다닐 때마다 항상 듣는 소리가 있다. 다른 기업은 시나리오플래닝을 하고 있느냐란 질문이다. 아직 우리나라 기업은 일반화되어 있지 않고 외국의 로열더치쉘, 아스트라제네카 등과 같은 회사가 전략적으로 이용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대답하면, "에이 우리나라 동종사는 안 하고 있나보네요" 라며 생뚱맞다는 표정을 짓는다. 쫑긋 세웠던 귀를 내리고, "다른 회사에서 안 하는 걸 왜 합니까, 모르모트도 아니고, 검증 안 된 것을 했다가 손해 보면 책임질 테요" 란 반응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전략 수립방법을 도입하여 실행하는 것도 일종의 투자일 텐데, 그 투자가 실패했을 경우 입게 되는 리스크를 생각하면 다른 회사에 했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생리이기 이전에 인간심리가 원래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조직에 도입하고자 할 경우 기업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벤치마킹을 해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보고서에 다른 회사는 이렇게 하고 있다는 내용이 부족하면, 그 아이디어가 좋고 나쁜지는 차치하고, 믿을 수 없다, 근거가 뭐냐며 보고서 작성자를 향해 공격할 채비를 한다. 뛰어난 아이디어가 무덤 속으로 묻히는 순간이다.

벤치마킹은 회귀적 사고와 쌍둥이다. 회귀적 사고란 과거에 일어난 사건과 추세가 미래에도 비슷하게 전개될 거라 판단하는 사고방식인데 과거와 미래의 사업구조가 동일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벤치마킹도 마찬가지다. 사업영역도 같고 게다가 같은 국가에 있으니까 그 회사가 하고 있는 A사업에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식으로 전개하는 것이 벤치마킹적 사고방식인데, 고객, 제품, 인력 등 양사의 구조가 동일하다는 전제를 밑바탕에 두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미래의 사업구조가 절대 같을 수 있으며, 타기업과 우리회사의 구조 또한  동일하지 않다. 저 회사에서 잘 된다고 하니 우리도 잘 될 거란 보장을 누가 할 수 있겠으며, 남들 하는 걸 흉내 내서 무슨 혁신을 꾀할 수 있을 것인가? 벤치마킹은 본래 남의 장점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경영기법인데, 어찌 된 일인지 모방하고 뒤쫓아 가는 것으로 잘못 쓰이고 있다. 특히 업계 2, 3위 기업들이나 중소기업들이 그런 식으로 벤치마킹을 활용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그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냉정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벤치마킹의 덫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하이트 맥주를 뒤돌아 보자.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맥주는 OB맥주가 강력한 업계 1위였다. 하이트의 전신인 크라운 맥주는 OB맥주의 그늘에 가려 만년 2등의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하이트가 100% 천연 암반수라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워 업계의 판도를 뒤집어 놓은 사례는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과 비할 수 있는 일대 사건이었다. 만약 그때 하이트 내부의 벤치마킹적 사고에 단단히 물이 든 누군가가 뒷다리를 잡았더라면 어떠했을까? 그랬으면, OB맥주는 2005년에도 여전히 잘 나가고 있을 것이고 하이트는 근근이 버티고 있거나 최악에는 외국 업체에 합병됐을지도 모른다.

벤치마킹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벤치마킹을 하지 말라. 하더라도 참고만 하거나 아예 반대로 가라. 백전백승의 전략은 경쟁자와 ‘다른 물에서 노는 것’이다. 같은 물에서 놀아봐야 싸우느라 힘만 들고 돌아오는 몫도 탐탁치 않다. 온라인보험도 처음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는 엄청난 벤치마킹적 사고의 후폭풍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어떤가? 다른 물에서 놀기로 작정한 이후에, 전통적인 보험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어 놓았고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했다.

의사결정에는 검증이 필요하므로 벤치마킹은 필수적이라고 항변한다면, 좋은 사례가 있다. 정수기 필터업체인 브리타(Brita)사는 미국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타당성을 알아봐야 했다. 대개의 기업들은 동종기업 사례를 수집하고 시장조사를 위해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등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방법을  채택할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한 약국에 자사의 정수기로 걸러낸 차를 판매하는 작은 공간을 설치하고서, 지나가는 여성 소비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과 3일 만에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파악할 수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브리타사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성공하려면, 늘 다른 물에서 놀자. 좋은 전략이란, 다른 물에서 놀 수 있는 방법을 말한다. 중국의 최대기업인 하이얼의 장뤼민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기수는 말을 달릴 때 옆을 돌아보지 않는다.”  훌륭한 기업 혹은 성공한 개인이 되려면 남이 하는 것보다 내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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