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부하직원을 질책하고 화를 내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성정이 아무리 어질고 너그러운 사람일지라도 부하직원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이해하고 웃어 넘기기란 힘든 일이죠. 부하직원이 잘한 일이나 잘못한 일에 대해 곧바로 개입하여 피드백해야 하고 누가 봐도 명백한 잘못이 있다면 적절하게 화를 내야 합니다. 부하직원의 육성과 조직에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천사표'를 포기할 줄 알아야 역량 있는 관리자라 말할 수 있죠.

하지만 좀더 유능한 관리자들은 자신이 화를 내는 행위가 상대방의 '빠릿빠릿함'이나 정확한 일 처리 능력을 높일 수 있겠지만 상대방의 창의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엘라 마이런-스펙터(Ella Miron-Spektor)와 동료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화 내는 상황을 접하게 하고서 그들의 창의력에 어떤 영향이 가해지는지 살펴봤습니다.



마이런-스펙터는 72명의 공과 대학교 학생들 에게 어떤 남성 고객이 영업 담당자(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을 들려주었습니다. 참가자 중 절반은 고객이 매우 심하게 화 내는 내용을 들었고,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특별한 감정이 섞이지 않은 대화를 들었습니다. 고객이 드러내는 감정의 차이 외에 대화의 다른 측면은 동일했죠. 대화를 청취한 후에 참가자들은 다시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그룹은 '헤브루 인사이트 문제'라고 불리는, 12개의 창의적인 문제를 풀어야 했고, 다른 그룹은 시스템적이고 분석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SAT(대입 자격 시험) 류의 문제 12개를 풀어야 했습니다.

각 그룹에게 25분의 시간을 주고 풀도록 한 결과, 전체적으로 참가자들은 창의적인 문제보다 분석적인 문제를 더 잘 맞혔습니다. 하지만 화 내는 대화를 들은 참가자들은 평범한 대화를 들은 참가자들보다 창의적인 문제를 못 푸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신 분석적인 문제는 더 잘 풀었죠. 분노라는 감정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반면, 분석적인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화를 내더라도 분노를 직접적으로 나타내기보다 에둘러서 표현하거나 비꼬듯이 이야기할 경우에는 상대방의 창의력에 어떤 영향이 가해질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마이런-스펙터는 후속실험을 실시합니다. 그녀는 184명의 공과 대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화 내는 고객', '빈정대는 고객',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중립적인 고객'이 영업 담당자와 나누는 대화 내용을 각각 들려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빈정대는 고객은 "당신들의 서비스는 거북이만큼이나 빠르군요.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만 서비스를 하신다니, 그 시간은 직장인들에게 정말 완벽한 시간대로군요."라며 비꼬았습니다. 녹음 내용을 들려준 후에 마이런-스펙터는 참가자들을 창의적인 문제(관련 없어 보이는 세 단어의 연관성 찾기)와 분석적인 문제(의미 없는 두 문자열이 같은 것인지 맞히기)를 풀도록 했습니다.

'화 내는 고객'을 접한 참가자들의 문제 풀이 결과는 첫 번째 실험과 같았습니다. 그들은 '중립적인 고객'을 접한 참가자들보다 분석적인 문제는 더 잘 풀었지만 창의적인 문제는 잘 풀지 못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빈정대는 고객'을 접한 참가자들이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창의적인 문제를 더 잘 맞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분노를 중화시켜 전달하는 것이 상대방의 창의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물론 빈정대는 태도가 항상 지속되면 곤란하겠지만,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창의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상대방에게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분노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에둘러 표현하는 방법이 효과적임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마이런-스펙터의 연구는 또한 상대방이 분석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할 경우에는 화를 표출하는 행위가 도움이 된다는, 약간은 불편한 사실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화를 내면 사람들은 잘 아는 쉬운 방법(하지만 창의적이지는 않은 방법)에 집중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죠. 그러나 화가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해서 항상 화가 나 있는 상태를 유지하거나 연출해서는 안 되겠죠. 이 연구는 단기적인 효과를 다루고 있을 뿐입니다. 일시적으로 분석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력이 향상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동기와 자존감을 저하시켜 성과가 떨어지고 만다는 것을 유념해야 하겠죠.

이 실험으로부터 우리가 찾아야 할 시사점은 화를 표현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에둘러서 표현하는 것이 복잡하고 창의적인 문제를 다루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훼손시키지 않을뿐더러 단기적으로는 그들의 창의력을 높입니다. 여기에 약간의 유머가 가미된다면 더욱 좋겠죠. 유능한 관리자라면 이렇게 '화 잘 내는 팁'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유능한 관리자는 적어도 직원들의 창의적인 성과를 채근하려는 목적으로 화를 내서 일을 그르치지는 않을 겁니다.

여러분의 상사는 여러분에게 화를 '잘' 내고 있습니까?


(*참고논문)
Ella Miron-Spektor, Dorit Efrat-Treister, Anat Rafaeli, Orit Schwarz-Cohen(2011), Others' anger makes people work harder not smarter: The effect of observing anger and sarcasm on creative and analytic thinking,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Vol. 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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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참을수록 행복해집니다   

2010. 6. 18. 09:00

우리는 화를 참으면 병이 된다고 흔히 말합니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든, 타인 때문에 화가 나든 간에 참지 말고 그때 그때 풀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화는 풀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푼다’라는 말을 잘못 이해하곤 합니다.

화를 낸다고 해서 화가 줄지 않고 오히려 화가 축적된다는 걸 보여주는 과학적인 증거가 나온 바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와 컬럼비아 대의 공동연구팀은 평소 화를 잘 내고 적개심이 높은 사람들은 동맥경화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분노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은 시간이 꽤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죠. 분노 때문에 혈압이 크게 상승했던 사람은 일주일이 지나 화가 났던 원인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면 같은 수준으로 혈압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화를 화로 풀면 몸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즐겁게 삽시다!)


화가 난다고 해서 그 화를 남에게 전이시키거나 되갚아 주는 것, 즉 자신의 화를 ‘풀어 헤치는’ 방법은 화를 푸는 방법으로는 좋지 않습니다. ‘내가 화났으니 내 심기를 건드리지 말고 똑바로 하지 않으면 가만히 안 둘 테야’ 혹은 ‘네가 날 화나게 만들었으니까 나도 널 화내게 만들겠다’며 화를 있는 그대로 앙갚음하는 것은 화를 푸는 방법이 아니죠.

자신을 화나게 만든 사람을 증오하고 저주하면서 술을 마시거나, 샌드백을 대신 두들겨 패거나, 상관없는 이들에게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화가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순간적으로는 가슴이 시원해지는 카타르시스를 느낄지 모르지만, 그런 행위들은 오히려 자신의 화를 증폭시키고 스스로를 모난 인간으로 변하게 만들 뿐입니다.

스스로를 보호할 목적으로 제3자에게 화를 내는 행동으로도 화의 근원을 치유할 수 없습니다. 남에게 화를 냄으로써 자신의 화를 풀다 보면 처음 한 두 번은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겠지만, 그것이 지속되면 차츰 익숙해지면서 일상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어느덧 자신의 성격은 괴목처럼 비뚤어지고 말죠.

화는 화로 풀어서는 안 됩니다. 불 난 집에 불씨를 던져 넣는다고 불이 꺼지지 않지요. 불은 물로 끄는 게 상식이듯, 틱낫한 스님의 말처럼 화는 ‘자각(自覺)’이라는 물로 꺼뜨려야 합니다. 가슴 속에 화가 일렁이면 그것에 일차적으로 반응하려는 감정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화를 마치 내 것이 아닌 듯 바라봐야 합니다.

자각의 방법은 화를 유발시킨 사람으로부터, 혹은 화가 발생한 물리적 장소에서 잠시 벗어나 생각에 잠겨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깊은 숨을 쉬며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도 좋습니다. 

화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내가 힘든 것이 무엇인지, 나를 화 나게 한 사람(자신 또는 타인)의 지금 상태는 어떨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의 화가 어떻게 변할지 등을 제3자가 되어 찬찬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봅니다. 그렇게 자각하는 ‘냉각기’를 거치면 그전보다 화가 엷어진 게 느껴지고 용서할 마음이 생겨납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느껴봅니다. 행복은 누구에게서 주어지거나 누구로부터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를 얼마나 행복한 사람으로 여기는지에 달렸지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자각할수록 화 따위는 봄 눈 녹듯 사라집니다.

화가 나면 감정의 노예가 되죠. 노예가 되면 자신의 삶을 노예의 삶 이상으로 결코 만들 수 없습니다. 화가 나면 자신이 화를 다루는 주인임을 자각해서 화가 주인 행세를 하도록 놔두면 안 됩니다. 자각하고 명상하는 것이 화를 올바르게 푸는 방법이고 나를 화 나게 만든 사람(자신 또는 타인)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는 길입니다.

화를 참으면 병이 되지 않습니다. 화를 참을수록 행복해집니다. 지금 무척 화가 난 상태라면, 그 화의 주인이 되기 바랍니다. 

(* 예전의 글을 보강해서 재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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