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분위기가 좋아야 하는 이유   

2012. 10. 29. 10:24


사무실 분위기가 밝고 즐거울 때와 어딘지 모르게 가라앉아 있을 때, 둘 중 어느 상태일 때 일이 더 잘 될까요? 당연히 전자의 경우에 업무가 잘 되고 좋은 성과를 거두겠죠. 이는 상식에 해당하지만, 긍정적인 분위기가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를 증진시키기 때문에 더 나은 업무 성과를 낸다는 점을 실험으로 밝힌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의 루비 내들러(Ruby T. Nadler)와 동료 연구자들은 87명의 참가자들에게 유튜브(YouTube)에서 수집한 음악과 동영상을 접하게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즐거운 음악과 긍정적인 내용의 동영상, 우울한 음악과 심각한 내용의 동영상,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중립적인 음악과 동영상을 듣고 시청했습니다.




그런 다음, 내들러는 참가자들을 컴퓨터 앞에 앉히고 모니터 상에 나타나는 여러 개의 패턴(Gabor patch라고 불리는 것)들을 보고 패턴들 사이에 존재하는 법칙을 찾아 내는 과제를 맡겼습니다. 이런 류의 과제는 '법칙 기술 범주(Rule-described Categories)'라는 어려운 말로 분류되는 것인데, 간단히 말해서 가설을 설정하여 테스트함으로써 법칙을 찾아내는 과제를 말합니다. 


실험 결과, 사전에 즐거운 음악과 긍정적 내용의 동영상을 접한 참가자들이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보다 월등한 성적을 냈습니다. 즐겁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법칙 기술 범주에 해당하는 과제를 보다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죠. 흥미로운 것은 우울한 음악을 듣고 심각한 내용의 동영상을 봤다 하더라도 중립적인 음악과 동영상을 접한 참가자들보다 과제 수행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두 그룹의 참가자들은 성적이 거의 비슷했으니까요.


법칙 기술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 과제를 수행하면 어떻게 될까요? 내들러가 참가자들을 반으로 나눠 쉽사리 법칙을 찾아 표현하기 어려운 과제를 부여하자 즐거운 음악과 동영상을 접했던 참가자들의 성적이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음악과 동영상을 접하든 참가자들은 동일한 성적을 보였죠. 이는 까다로운 업무에 대해서는 즐거운 분위기 조성이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결과입니다.


여러분이 담당하는 업무는 법칙 기술 범주에 해당하는 과제와 그렇지 않은 과제가 섞여 있을 겁니다. 그 비율이 각자 다르겠지만, 내들러가 논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즐겁고 긍정적인 업무 분위기가 과제를 잘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전략을 선택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우울하고 가라앉은 사무실 분위기는 직원들의 인지적 유연성에 악영향을 미쳐 일상적인 업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생산성을 10%P 이상 높일 목적으로 시스템을 도입하고 제도를 신설하는 일보다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직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먼저이겠죠.


여러분의 사무실 분위기는 지금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Ruby T. Nadler, Rahel Rabi, John Paul Minda(2010), Better Mood and Better Performance: Learning Rule-Described Categories Is Enhanced by Positive Mood, Psychological Science, Vol.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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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우면 일 못한다   

2008. 10. 9. 14:57

어느 날 모 고객사의 A사업부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건물 로비를 들어서니 웬지 모를 답답함과 음침함이 느껴졌다. 조명은 흐릿했다.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래도 그곳은 로비에서의 실망스러움을 만회해 주겠지, 라는 생각은 여지 없지 빗나갔다. 파티션은 거의 천정에 닿을 정도로 높았고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책상 아래와 구석에 널려있었다. 비록 남의 회사였지만, 마치 내 방이 어질러져 있는 것처럼 가라앉았다.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큰 사무실에 2~3명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게다가 조명은 왜 그리 어둡고 공기는 쌀쌀한지...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그런 것인지, 원래 조도가 낮은지 알 수 없었지만, 착 가라앉은 기분은 내내 좋지 않았다.

(사진 : 유정식)


그곳에서의 일을 마치고 같은 건물에 있는 B사업부(동일 회사의)의 사무실로 자리을 옮겼다. 그곳도 역시 우울하겠지, 라는 지레 짐작은 틀리고 말았다(내 예측은 항상 틀린다니까...). 그 사무실은 아늑하고 따뜻했다. 조명도 환하고 직원들의 표정도 밝았다. 곳곳에 놓인 화분들이 사무실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한 회사 내에서 이렇게 사무실 분위기(조명, 온도, 공기, 직원 표정 등등)가 다를 수 있다니! 알고 보니 그것은 각 사업부의 성과와 다르지 않았다. A사업부는 안정적인 성과를 달성하느라 현재 악전고투 중이었다. 그럼에도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반면 B사업부는 시장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고 회사 내에서 성과 기여도가 높은 곳이었다.

아하! 사무실 분위기와 성과가 연관이 있구나! A사업부 직원들의 표정이 어두운 게 다 이유가 있구나! 목표 달성에 매일 채근 당하다 보니 사무실 레이아웃, 정리정돈, 장식, 조명 등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게다. 사무실 인테리어를 좀 바꿔 보겠다고 하면, 실적이나 낼 것이지 팔자 좋게 그런 거나 할 생각이냐고 질책 받을까 지레 포기했을 게다.

나는 사무실 환경(조명,인테리어, 표정 등등)가 바로 그 회사의 현재 성과와 미래 성과를 짐작케 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한 사무실 분위기를 환하게 변모시키면 거꾸로 성과를 올릴 수도 있겠구나, 라는 느낌도 들었다.

근무환경, 그 중에 특히 쾌적한 조명과 온도는 생산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때문에 이런 '명제'는 대체적으로 옳다. '사무실 환경이 어떤들 그게 뭐 대수겠어?'라고 지나치기 쉽지만 사무실 환경이 직원들의 세로토닌(호르몬의 일종) 분비를 좌우한다는 것을 알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세로토닌은 생산성에 관련된 호르몬이다. 세로토닌의 수치가 낮으면 불안감이 유발되고 수치가 높으면 행복감이 높아져서 업무 능률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의 생성은 2500럭스 이상의 빛에서 왕성해진다. 그러므로 생산성을 높이려면 사무실의 조명을 밝게, 온도를 최적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할 맛이 나야 성과가 난다. 일할 맛이 나려면 일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꾸며 줘야 한다. 가난한 천재들이 골방에서 위대한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다고 해서 근무환경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많은 CEO들이 그런 식("돼지우리 같은 곳에서도 아름다운 작품이!")으로 생각한다. 자신들의 직원이 모두 천재가 아닌 걸 알면서도...

천재가 아닌 직원들은 어두우면 일 못한다. 돈 좀 들더라도 사무실 환경을 쾌적하게 바꾸고 유지하라. 장기적으로 보면 돈 남는 장사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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