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을 조장하고 실수를 권장하라   

2011. 7. 14. 09:00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엄청나게 내리고 바람까지 세게 몰아친다. 여러분은 잠시 고민한다. ‘오늘은 집에서 쉴까?’ 산업심리학자 프랭크 스미스가 시카고에 있는 시어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무만족도를 연구하던 중에 강력한 눈폭풍이 몰아치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그날 근무만족도가 낮은 부서의 출근율은 37%였지만 만족도가 높은 부서의 출근율은 97%나 됨을 발견했다. 만족하는 직원일수록 조직에 자발적으로 기여한다는 단적인 증거였다. 악천후처럼 추가적인 수고가 요구될 때 직원들이 보이는 반응은 그들의 업무 몰입도를 측정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다. 그들을 업무에 몰입시키고 조직문화를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신성한 암소를 쫓아내야 한다. 비스마르크가 러시아 대사로 근무하던 시절, 러시아 황제를 예방하는 자리에서 이상한 모습을 발견했다. 정원의 한적한 곳에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알기까지 꼬박 3일이나 걸렸다. 80년 전 캐더린 대제가 언 땅을 뚫고 나온 꽃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나머지 경비병을 시켜서 누구도 그 꽃을 꺾지 못하도록 명령했던 것이 시초였다. 그 이후로 아무도 왜 근무를 서는지 의심하지 않은 채 80년이나 흘렀다.
 
이렇게 유래를 모르는 관행들이 도로 한복판에 누워 길을 비켜줄 생각이 없는 ‘신성한 암소’이다. 신성한 암소 때문에 직원들은 일하는 이유조차 모른 채 타성에 젖는다. 변화는 거창한 로드맵이 아니다. 오래된 신성한 암소를 찾아내어 한 놈씩 쫓아내는 일이 타성에 빠진 조직을 건져내기 위한 첫걸음이다.
 
둘째, 협력을 조장해야 한다.  리 로스는 피실험자들 중 한 그룹에게는 동일한 게임의 이름을 ‘커뮤니티 게임’이라고 알려주고, 다른 그룹에겐 ‘월스트리트 게임’이라고 알려줬다. 두 그룹의 게임 결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커뮤니티 게임이라는 말을 듣고 게임에 임한 학생들이 훨씬 협조적이고 최종적인 보상의 크기도 컸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난 걸까?  커뮤니티 게임이란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게 되어 무의식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는다. 반대로 '월스트리트 게임'이란 이름을 들은 피실험자들은 증권시장을 연상하면서 약육강식의 프레임으로 게임에 임한다. 로스의 실험은 업무 몰입과 조직성과에 협력적인 조직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협력적인 문화를 창출할까? 
 
심리학자 린다 캐포랠은 일종의 ‘기부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10분간 이야기를 나누며 안면을 트면 무임승차자가 줄고 게임 성과가 높아짐을 밝혔다. 협력은 신뢰가 바탕이 되고, 신뢰는 원활한 의사소통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협력을 공고히 하려면 순환보직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다른 직무를 수행할 기회를 일부러 만드는 것이 좋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임원들이 공항 카운터에서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일을 즐기듯이 말이다. 또한 파티션을 없애거나 낮춰서 직원들 사이의 물리적인 장벽을 없애는 일도 직원 간의 협력을 도모하는 작은 장치가 될 수 있다.
 
셋째, 실수를 떠들어 댈 수 있어야 한다. 에이미 에드먼슨은 8개 병동을 대상으로 투약 실수를 조사했다. 그녀는 최고의 병동일수록 투약 실수가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병동 관리자의 능력과 리더십이 긍정적일수록 투약 실수가 더 많았다. 추가로 분석하니 투약 실수가 많은 이유는 실력이 떨어지고 병동의 근무 분위기가 나빠서가 아니라 실수를 드러내고 실수를 통해 학습하려는 의료진들의 자발적인 노력 때문이었다. 반대로 투약 실수가 적은 병동은 실수를 보고하면  질타 받는다는 두려움 때문에 가급적 실수를 감췄다. 이처럼 실수를 감추게 만드는 조직일수록 직원들은 업무에 진정으로 몰입하지 못한다. 실수를 용인하고 마음껏 떠들어댈 수 있는 분위기가 업무의 신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단합대회나 회식 같은 이벤트로 조직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믿는가? 그런 방법은 구린내가 나는 문제를 모래로 살짝 덮는 것에 불과하다. 신성한 암소떼를 몰아내고 협력을 조장하며 실수를 마음껏 떠들 수 있어야 직원들은 업무를 사랑하고 그것에 몰입할 것이다. 더불어 조직의 성과는 저절로 오를 것이다.

(*모 회사 사보에 실린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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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공짜가 아니다   

2011. 6. 17. 09:40



'피플 익스프레스'라는 항공사를 아십니까? 이 항공사는 1981년에 사업을 시작한 회사인데, 사우스웨스트 항공과 비슷하게 '저가 항공'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죠. 헌데 피플 익스프레스는 엄청난 성장가도를 달리다가 1987년에 허망하게 무너져 텍사스 항공에 합병되고 말았습니다. 반면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거의 모든 경영서에서 성공기업으로 일컬을 만큼 우량한 항공사로 아직까지 건재하죠. 피플 익스프레스는 사우스웨스트 항공과 마찬가지로 허브 공항이 아니라 지방에 거점을 두면서 항공기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전략, 즉 항공기가 땅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기내식도 돈을 내야만 제공했죠.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허브 캘러허를 모방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 회사의 CEO였던 도널드 버(Donald Burr)는  인간 중심의 경영 철학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회사 이름에도 '피플'이란 말을 넣었죠. 고위 임원들이라고 해서 특전을 누리지 못하게 했고, 직원들에게 고용의 안정성과 개인 생활, 그리고 타사보다 높은 보상을 약속했습니다. 이렇게 피플 익스프레스는 사업 초기에는 철저하게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모방(좋게 말해서 벤치마킹)했는데, 그래서인지 한때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과 거의 같은 경영철학을 취했기 때문에 두 회사의 성과 역시 비슷했으리라 생각하겠지만, 한가지 중요한 차이가 두 회사 사이에 존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신중함'의 차이였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신규 노선에 취항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매우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렸습니다. 신중함이 지나쳐 매우 보수적으로 보였죠.

신규 노선이 돈이 된다는 판단이 들어도 신규 노선의 추가 운항이 기존 노선 운항의 '질'에 미칠 영향을 꼼꼼하게 따졌습니다. 또한 신규 노선을 위해 비행기를 추가로 구입해야 하고 그만큼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나중에 항공 수요가 하락한다면 '놀게 될 인력'이 부담으로 다가오리라고 생각했죠.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정리해고에 매우 신중한 기업이었기에 투자에 있어서 보수적인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반면에 피플 익스프레스는 잘 나가기 시작하면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피플 익스프레스는 설립된 지 3년 만에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굉장한 성장이었습니다. 성장에 고무된 경영진은 항공기의 종류를 다양화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피플 익스프레스는 정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본따 보잉 737 기종만 운영했지만, 고객의 여러 니즈를 만족시킨다는 미명 하에 보잉 747(대형)과 보잉 727(소형)을 도입했습니다. 또한 지방 공항에만 취항한다는 초기의 원칙을 깨고 주류 항공사가 취항하는 주요 도시로 노선을 확대했죠. 잘 나가다 보니 대형 항공사와 맞짱을 뜨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돈이 많이 들어오면 의례 그렇듯이 피플 익스프레스의 경영진은 사세를 확장하고픈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지역에 기반하고 있던 소형 항공사들을 마구 인수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서로 문화가 다르고 시스템이 다른 항공사를 인수했으니 통합이 잘 이루어질 리가 없습니다. 
인력도 모자라서 되는 대로 사람들을 뽑았습니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서비스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었죠. 수화물 분실률도 높고 정시 출발률은 최악이었습니다. 낮은 항공요금 밖에는 고객을 유인할 요소가 없었지만,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항공요금을 인상하고 나서는 고객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회사가 설립된지 근 7년 만에 다른 항공사로 흡수되어 사라졌죠.

피플 익스프레스의 사례로부터 우리는 3가지 교훈을 얻습니다. 첫 번째는 성공한 회사로부터 시스템이나 제도를 벤치마킹할 수는 있지만 그 회사의 문화까지 닮는 것은 아주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도널드 버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모든 시스템을 카피했지만 그 항공사 저변에 깔린 인간 존중의 문화, 평등한 의사소통의 문화, 신중한 의사결정의 문화 등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독선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인물이라고 평가 받는 그는 입으로만 직원 우선주의를 외쳤을 뿐 실제로는 직원들이 과중안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당연하고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입니다. 
"왜 똑같이 했는데도 그 회사는 잘 되고 우리 회사는 이 모양일까?"  당연한 일입니다. 전략은 카피할 수 있지만 전략을 실행하는 문화는 카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교훈은 신중하고 보수적인 의사결정이 공격적이고 과감한 의사결정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뜸을 들이는 경영자나 기업을 우리는 용기가 없는 기업이라고 조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업이 성장가도를 달릴 때 신중한 의사결정의 가치는 빛을 발합니다. 들떠있을 때 실수하기 딱 좋은 법입니다.

이때 신중한 의사결정의 문화는 실수하지 않으려면 진중하게 다시 생각하라며 사람들을 자리에 앉히죠. 우리가 조롱해야 할 기업은 입으로는 의사결정을 재고하자고 말해놓고서 그 사안을 안 보이는 곳에 밀쳐두고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기업입니다. 진짜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회사는 보수적이고 겁쟁이라고 욕을 먹을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경영진들은 그런 소리를 듣는다고 조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세 번째 교훈은 이미 언급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성공은 곧이어 다가올 추락을 경고한다는 것입니다. 
잘 나갈 때 마구 사들이고 채용한 물적, 인적 자원들은 나중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이른바 '성장의 저주'입니다. 지난 번에 올린 포스팅('성공은 독약이고 실패는 도약이다')에서 말했듯이, 유명 잡지에 표지에 오른 회사들이 몇 년 안에 하락의 길을 걷는다는 통계만 봐도 잘 나갈 때 신중하고 조심해야 함을 알게 됩니다.       

피플 익스프레스는 정말로 '익스프레스'하게 떴다가 '익스프레스'하게 사라졌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있는데, 성공 역시 공짜는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성공은 갑작스러운 몰락으로 갚게 되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신중하고 중심을 지키려는 경영의 마인드를 굳게 견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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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안면이 없으면 협력도 없다   

2011. 5. 25. 09:31



심리학자 린다 캐포랠(Linnda Caporael)은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경제학계의 일반적인 생각에 의심을 품었습니다. 그녀와 동료들은 인간의 본성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지 않고 '사회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련의 실험을 10년 동안 수행했죠. 그들이 수행한 실험들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캐포랠은 서로 알지 못하는 9명의 참가자를 모아놓고 그들에게 각각 5달러씩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이렇게 이야기했죠. "여러분 중 5명 이상이 방금 드린 5달러를 모금함에 기부하면, 9명 모두 10달러의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부하는 사람이 5명 미만이면 돌려 받는 돈은 없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만일 9명 중에서 5명 이상이 기부에 동참(협력)하면, 기부한 참가자들은 최종적으로 10달러의 돈을 얻게 됩니다.



헌데, 이런 상황에서 기부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15달러를 벌 수 있겠죠. 만일 기부하는 사람이 5명 미만인 상황이라 해도 기부하지 않은 참가자들은 처음 받은 5달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실험은 기부에 동참함으로써 돈을 더 벌 것인가, 아니면 가만히 있으면서 남들의 협력에 무임승차하여 돈을 추가로 벌 것인가, 남들이 충분히 협력하지 않을 것을 대비하여 가진 돈이라도 유지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를 참가자들에게 부여한 것입니다. 

실험을 직접 해보면 기부에 협력하는 사람이 5명을 넘게 될까요? 애석하게도 매번 실험을 할 때마다 5명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참가자가들이 서로를 알지 못하고 이야기를 한마디도 나누지 않은상태에서는 '남들이 벌이는 잔치에 숟가락만 얹어놓자' 혹은 '가만히만  있으면 5달러라도 벌 수 있는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팽배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해서 협력이 일어나기가 어려웠던 겁니다.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총대 메주기(기부하기)를 원했죠.

캐포랠은 실험의 조건을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실험참가자들에게 실험 시작 전에 각자가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즉 기부해서 돈을 추가로 벌지, 기부하지 않아서 불로소득을 챙길 것인지 등)를 놓고 10분 동안 이야기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기부에 동참하는 참가자가 5명이라는 문턱값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평균적으로 7~8명이 기부했던 겁니다. 그래서 9명의 참가자들은 최종적으로 평균 110~115달러의 돈을 번 셈입니다. 실험하기 전에 토론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참가자들은 토론 그룹과 대비하여 평균적으로 60%의 돈 밖에 벌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이 실험은 구성원 간의 협력이 더 큰 부(富)를 이루는 데에 필수적임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과 '안면'이 협력을 이끌어내는 강한 유인(誘因)이라는 사실입니다. 10분 간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안면을 틈으로써 협력을 해야 한다는 강한 동기가 부여됐던 겁니다.

동료들 간의 협력, 부서 간의 협력이 회사의 성과를 높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경영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개인 이기주의와 부서 이기주의를 타파하려고 이런 저런 묘책을 강구합니다. 때로는 '부서간 협조도'와 같은 지표를 만들어서 평가하겠다는 채찍을 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협력을 강요하는 제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협력을 일으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모 기업에서 부서간 협조도를 도입했더니 이게 협조를 강화하기는커녕 평가시즌만 되면 상대부서를 공격하는("저 부서가 괘씸하니 평가점수를 낮게 줘야지") 용도로 쓰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협조를 잘하는 부서에게 상을 주는 평가가 아니라, 우리 부서를 친절히 대하지 않은 부서에게 벌을 주는 방법으로 평가가 운영되었죠. 사람들 사이에 진정한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협조도 평가지표'와 같이 협조하는 듯이 보이도록 만드는 방법은 오래가지 못하고 오히려 개인과 부서 간의 벽을 두텁게 만들 뿐입니다. "두고보자. 다음에 너네 부서의 협조도 점수를 낮게 줄 테니까" 라고 말입니다.

협력은 신뢰가 바탕이 되고, 신뢰는 원활한 의사소통과 '서로를 잘 앎'에서 출발합니다. 구성원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려고 평가지표 도입에만 신경을 쓰는 것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바라본다는 뜻이고, 또한 피상적인 해결책에 젖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협력을 공고히 하려면 구성원들이 서로를 잘 알도록 순환보직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순환보직이 지나치게 잦으면 직무의 전문성을 해칠 염려가 있지만, 순환보직을 통해 상대방 직무를 더 잘 이해하고 자주 의사소통함으로써 얻는 득을 감안한다면 적절한 순환보직은 장려되어야 합니다.

순환보직이 어려우면 잠시라도 다른 직무를 수행할 기회를 일부러 만드는 것도 좋겠죠.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임원들은 공항 카운터에서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역할을 자주 맡기도 합니다. 사보나 홈페이지에 올릴 이벤트로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들의 니즈와 고충을 직접 몸으로 겪어 봄으로써 회사 전략을 수립할 때 탁상공론에 빠지지 않기를 경계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서로의 일을 잘 알게 되면서 신뢰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개인 간, 부서 간의 이기주의가 심하여 남들이 벌여 놓은 잔치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면, 의사소통의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고 안면을 터주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부서간 협조도와 같은 평가지표는 갖다 버리십시오.

(*참고문헌 : Getting out from number one: selfishness may not dominate human behavi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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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어떤 회사의 CEO라고 가정해 보세요. 회사의 성과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인데 운이 좋게 어떤 고객으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만 잘 성사되면 회사의 재무상태 개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더러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여력도 생길 것이라 기대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비록 고객이 제시한 금액이 상당히 크지만 요구사항의 범위도 그만큼 큽니다. 그러니 직원들을 프로젝트에 많이 투입해야 하겠죠? 하지만 회사가 그동안 어려운 탓에 충원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인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프로젝트를 위해서 인력을 급하게 채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무리하게 현재의 인력만으로 고객이 의뢰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무래도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일을 하다보면 직원들에게 가해질 업무 로드(load)가 과중하겠죠. 하루에 8시간 정도 일하면 순조롭게 프로젝트가 끝날 일을, 10시간 아니 12시간씩 일하거나 주말이나 휴일을 반납해야 겨우 납기를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직원들 사이에서는 힘들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건강 상의 문제를 호소하기도 하겠죠.



CEO는 직원들에게 조금만 참고 견뎌 달라고, 이것만 끝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다독이지만, 그보다는 직원들의 고통이 나태함과 무력감으로 이어져서 고객의 눈에 띌까봐 노심초사합니다. 예컨대 고객이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과 같은 사소한 일에 불만을 제시한다든지 정해진 마일스톤(milestone) 대로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고 추궁한다면 CEO는 프로젝트 팀에게 압박을 가하겠죠. 이때 예외없이 '고객 만족'이라는 말이 CEO의 입에서 나올 겁니다. '고객을 만족시켜야 성과를 얻을 수 있고, 그래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고, 회사가 발전해야 직원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논리로 직원들을 강하게 독려합니다. 여기에 고객만족의 정도를 가지고 팀과 개인의 성과를 평가해서 보상을 달리하겠다는 정책도 새로 들여올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가상의 것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와 비슷한 일들을 비일비재합니다. '고객 만족'을 위해서 '직원 만족'을 희생시키거나 무시하는 일들 말입니다. '고객이 있어야 회사가 있다' 혹은 '고객은 항상 옳다'라는 말이 '고객이 원하는 것이면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는 말로 확대 해석되어 고객 접점에 서있는 직원들에게 과중한 임무를 부여하고 그 임무를 달성하지 못할 때 보상이라는 채찍으로 불이익을 주는(혹은 불이익을 줄거라 엄포를 놓는) 경우를 자주 목격합니다. 이런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자신의 직무에서 자아실현의 만족감을 느끼기는커녕 회사의 소모품이 된 듯한 열패감에 종종 빠지고 맙니다. 기회만 있으면 회사를 떠나려고 하겠죠.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이직한 후에 불만이 가득한 잠재고객이 된다는 점입니다. "그 회사에 입사하면 좋아?"라고 누가 물어보면 돌아올 답은 뻔하겠죠.

하지만, 우리는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회사의 가치로 설정하고 기업의 모든 활동을 그 가치에 정렬시키는 회사들을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사우스웨스트 항공입니다. 이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직원들에게 일할 의욕을 주고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은퇴한 CEO 허버트 캘러허는 "사업전략을 구상할 때 고객, 직원, 주주 중에 누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는 고민하지 않는다. 당연히 직원들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하곤 했습니다. 직원들을 만족시키면 자연스럽게 고객들을 만족시킬 것이고, 만족한 고객은 다시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결국 주주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고객 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고객 만족의 실행 주체인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고객 만족이라는 가치가 지속적으로 달성되고 유지된다고 믿습니다. '고객 만족의 엔진은 바로 직원'이라는 철학이죠. 또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어떠한 직원도 고객을 위해 최선이라고 판단해서 행동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합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이 같은 철학이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직원 만족보다 고객 만족을 먼저 부르짖는 기업들 중에는 직원들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활동을 하면서 부득이하게 회사에게 손실을 입힐 경우에 직원에게 패널티를 물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고객 만족을 제1의 가치로 내세우면서 고객 만족 활동에 의한 손실은 인정하지 않겠다니, 이처럼 큰 모순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충되는 평가 잣대 하에서 당연히 직원들은 고객 만족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겠죠. 괜히 나섰다가 회사에서 찍힐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처럼 애초에 고객 만족이 가능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고객 만족을 강요하는 모순은 여기저기에서 목격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팔자 좋게 직원 만족을 이야기할 수 없다" 고 토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가 '오늘 내일 하는' 어려운 상황이면 직원 만족이고 뭐고 일단 매출을 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해서 "조금만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올 거야" 라고 직원들의 행복을 박탈하거나 유보시키기 쉽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가상의 이야기처럼 고객 만족의 엔진을 '꺼뜨리는' 우를 범하죠.

가끔 경제신문을 펼치면 CEO과의 인터뷰 기사가 나옵니다. CEO가 지닌 사업전략의 방향이나 기업경영의 철학을 서술한 문장에는 '인재가 중요하다'는 말이 거의 여지 없이 등장하죠. 하나 같이 인재가 회사의 궁극적인 경쟁력이라는 말과 함께 인재 양성을 위해서 회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혹은 다할 것이다)고 말합니다. 약방의 감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물론 그 CEO들 중에는 직원들의 행복과 만족을 최우선의 가치로 설정한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업전략을 맨 위에 놓고 그것을 실행할 역량이 되는 인력을 공급한다는 개념으로 '인재 경영'의 소신을 이야기합니다. 직원들의 행복, 직원들의 자아실현을 최우선 가치로 놓고 그에 따라 사업전략과 운영 시스템을 정렬시킨다는(혹은 정렬시킬 거라는) 생각을 지닌 경영자는 사실 매우 드물죠.

직원들의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하고 그에 따라 사업전략과 운영 시스템을 맞춰 나간다는 발상이 수용하기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직원들의 행복과 만족에 저해가 되는 일이라면 매력적인 사업전략이나 사업상 좋은 기회라 할지라도 거부하거나 유보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략보다 가치를 우선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치를 어떤 일이 있어도 고수할 경우에 얻는 이득은 매우 큽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사업 초기에 경쟁 항공사들이 자신들의 시장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법정 공방을 벌인 탓에 큰 손실을 입으며 기업을 안착시키는 데에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직원 행복이라는 가치는 절대 훼손시키지 않았죠. 회사로부터 존중 받고 배려 받은 직원들은 높은 생산성으로 회사에 보답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비행기가 게이트에 도착해서 승객들과 짐을 내려놓은 후에 새로운 승객들을 탑승시키고 연료를 주유하는 등 이륙 준비를 완료하는 데까지 겨우 15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다른 항공사는 35분이나 걸리는 데 말입니다. 이런 생산성이 오늘날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입지를 구축했고, 그 경쟁력은 '행복한 직원'들로부터 나왔습니다.

'고객 만족'과 '직원 만족'. 여러분은 무엇이 먼저라고 생각합니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해묵은 논쟁처럼 느껴집니까?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한 가지는 명쾌합니다. 직원이 고객 만족의 엔진이라는 점입니다. 중용의 마인드를 가진 경영자라면 고객 만족과 직원 만족 중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알고 있을 겁니다.

"고객 만족, 발로 뛰겠소!" 라고 외치기 전에 직원들의 발에 물집이 잡히진 않았는지 먼저 살펴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도서 : '숨겨진 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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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을 들고 다니는 사나이   

2010. 2. 22. 09:49

주사위를 10번 던졌더니 이상하게도 10번 모두 6 이 나왔다고 해보죠. 어떤 사람이 11번째 던졌을 때 나오는 숫자를 맞히면 그 숫자에 1만원을 곱한 금액을 당첨금으로 주겠다고 할 때(예를 들어, 4가 나올 것을 맞히면 4만원을 딴다), 여러분은 어떤 숫자를 선택하겠습니까?


많은 이들이 6이 아닌 다른 숫자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10번째까지 6이 연달아 나왔는데 11번째까지 6이 나오는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10번째에 6이 나온 사건과 11번째에 6이 나올 사건은 확률적으로 ‘독립적인’ 상황입니다.

주사위는 결코 10번째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단지 사람만이 그걸 기억할 뿐이죠. 확률의 개념을 올바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11번째 시도에도 6에 걸어야 함이 옳습니다. 6이 나올 확률은 1/6로 다른 숫자의 경우와 동일하면서도 당첨금은 6만원이고 기대값은 1만원(=6만원*1/6)으로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수학 저널리스트인 마틴 가드너가 이러한 '오해'를 비꼬아서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사나이가 누군가 비행기에 폭탄을 휴대하고 탑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스스로 뇌관을 제거한 폭탄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고 합니다. 

보안검색이 심한 비행기에 폭탄을 가지고 타는 승객이 있다는 것 자체가 발생하기 어려운데다가, 폭탄을 가진 승객이 두 명이나 탑승하는 것은 더욱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의 생각이 일리가 있어 보이나요? 잘 생각해 보면, 자신이 폭탄을 가지고 다니는 것과 다른 사람이 가지고 다니는 것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폭탄을 가지고 다니는 사나이와 같은 사고방식으로 행동하진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규사업을 전개하려 하는데, 타사들이 그 사업을 시도했다가 번번이 실패했다고 해보죠. 신규사업을 시작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타사가 실패를 계속 했으니 이번에는 성공할 거야, 혹은 우리도 역시 그들처럼 실패하고 말 거야' 라고 단순하게 판단하여 신규사업을 전개하거나 접어 버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전략적 의사결정에 있어 이와 같이 타사의 경험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주사위를 던져 가부를 결정하는 일보다 못합니다. 성공할 건지 실패할 건지의 확률은 신규사업의 컨셉과 전개해 나가는 노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타사의 경험이 이미 결정해 놓은 것은 아닙니다. 

시장과 고객은 변하기 마련이고 타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타사와는 엄연히 다른 독립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때는 '주사위가 10번째의 결과를 기억하지 못하고 11번째의 시도를 시행'하듯 해야 합니다. 타사의 성공과 실패에서 배워야 할 점은 물론 있지만, 그것에 얽매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지요.

한참 블루오션이 화두였을 때 레드오션인 산업으로 진출하면 백전백패할 확률이 크다는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서브웨이는 햄버거가 가지기 어려운 웰빙 이미지로 미국의 패스트푸드 산업을 장악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즐거움이라는 차별적 서비스로 기존 항공사를 앞서 나갑니다. 치열한 출판시장에서 룰루닷컴은 자비출판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타사의 성공과 실패 확률을 기초로 판단했다면 결코 생겨나지 않았을 기업들이죠. 기업이든 개인이든 선택은 언제나 스스로의 몫입니다. 다른 기업,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겁게 폭탄 하나씩 들고 다녀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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