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다니는 회사가 '비즈니스 위크', '포브스', '포츈'과 같은 유명한 경영 잡지에 커버 스토리를 장식하며 성공기업으로 소개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회사에 아주 불만이 크지 않는 한, '우리 회사가 이렇게 유명해지다니!' 하며 자부심을 느낄 겁니다. 하지만, 회사 성과가 급격히 악화되었다든지 회계 부정과 같은 스캔들에 연루됐다든지 등과 같은 이유로 잡지 표지를 장식한다면 주위에서 '너네 회사 괜찮냐? 망하는 건 아니냐?'란 말을 듣겠거니 하면서 우울할 겁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유명 잡지의 1면에 오르는 영광(혹은 불명예)을 반대로 생각하라는 속설이 있습니다. 커버 스토리에 오른다는 것이 기업의 향후 성과를 '반대로' 알려주는 지표라는 인식이 존재합니다. 즉 '성공기업으로 1면에 오르고 나면 이후의 성과는 추락한다', '불명예스럽게 1면에 오른 이후에는 성과가 올라가거나 적어도 더 이상 추락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유명 잡지의 표지에 어떤 기업이 어떤 이유로 올라가느냐를 보고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아마 이런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런 속설이 과연 옳을까요? 이런 신화(myth)같은 믿음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까요?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대학에 근무하는 3명의 교수(톰 아놀드, 존 얼, 데이비드 노스)는 이 속설을 통계적으로 검증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1983년부터 2002년까지 비즈니스 위크, 포브스, 포츈 지의 1면에 오른 기업들(모두 549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그 기업들을 성공과 실패의 정도에 따라 5개의 카테고리로 나눈 다음, 커버 스토리로 소개된 시점으로부터 전, 후 2년 간(총 4년 간) 주식시장에서의 성과를 따져 봤습니다.

그랬더니 2가지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그 중 하나는 '극적인 성과를 달성하거나 반대로 최악의 성과를 기록한 이후에 경영 잡지의 표지에 등장한다'라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당연하겠죠. 경영 잡지들은 뉴스 거리가 될 만한 극적인 사례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발견한 두 번째 현상은 '경영 잡지의 표지에 등장했다는 것이 극적인 성과(반대로 최악의 성과)가 이제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이다'라는 것입니다. 톰 아놀드 등은 성공기업으로 소개된 이후의 성과는 보잘 것 없거나 추락하고, 실패기업으로 낙인 찍힌 이후에는 극적인 상승은 아니지만 서서히 성과가 나아졌음을 통계로 보여줬습니다.

이로써 증권가에서 떠돌던 속설이 어느 정도는 타당성이 있음이 실제로 밝혀졌죠. 만약 성과가 추락하는 기업의 주식을 언제 팔아치워야 하는지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그 기업이 불명예스럽게 경영 잡지의 표지에 등장했다면 이제 바닥을 쳤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연구자들은 말합니다. 좀더 기다렸다가 주가가 오를 때 파는 게 낫다는 조언이겠죠.

그런데 왜 경영 잡지의 1면에 오른다는 것이 미래 성과를 '반대로' 가리키는 지표가 되는 걸까요? 왜 극적인 성공 후엔 추락이, 한없는 추락 후엔 비상(飛上)이 있는 걸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에는 기업 구성원들의 심리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성공이 자만을 불러일으킨다는 '성공의 저주', 그리고 실패하고 나서야 무엇을 어떻게 할지 알게 된다는 '실패의 쓴 약'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04년에 '순이익 100억 달러 클럽'에 가입하고 난 직후 순이익은 다시 1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기업으로 소개되자마자 요즘 주춤한 상태입니다. 작년과 재작년에 구글과 관련된 책들이 봇물처럼 나오더니 요즘 구글은 페이스북에 밀리는 형국입니다. 요새 주목 받는 페이스북도 언제 추락할지 아무도 모르죠.

극적인 성공은 독약과도 같습니다.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늘 새로운 기회를 찾아나서는 일. 이것이 성공의 저주에 빠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또한 실패했다고 절망하지 말고 실패를 도약의 기회로 삼는 것이 실패로부터 빨리 빠져나오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진부한 조언이지만 이 말만큼 진리인 것도 없습니다.

(*참고논문 :http://www.cfapubs.org/doi/pdf/10.2469/faj.v63.n2.4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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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경영의 방향을 화두로 던지면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곤 하기 때문에 언론은 늘 그의 입을 주시한다. 이 책을 쓰고 있는 요즘에는 그가 던진 소위 ‘샌드위치론’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1994년 공무원 대상 특강에서 “21세기는 1명의 천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소위 ‘천재론’을 이야기한 그는 2002년 6월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의 ‘핵심인재경영 가속화’를 대대적으로 선언했다. 리더는 인재에 대해 욕심이 있어야 하며 핵심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사장단이 직접 뛰어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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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던진 화두가 촉매가 되어 많은 기업에서 핵심인재 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 마지막 방점을 찍듯이 핵심인재 관리로 성과주의가 완성된다고 믿는 모양이다. 하지만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 이 제도 역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는데, 수학의 논리를 적용해 보면 과연 핵심인재 관리제도가 꼭 필요한 것인지 회의가 든다.

우리 회사의 핵심인재는 얼마나 될까? 10%다, 15%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나는 알짜 핵심인재는 전체 구성원의 1% 정도에 불과하며, 아무리 높게 잡아도 5%를 넘지 않는다고 본다.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핵심인재의 비율을 5%라고 해보자.

조직 어딘가에 숨어있는 핵심인재를 발굴하려면 인사고과든, 업적평가든 여러 가지 방식의 평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평가의 신뢰성을 95%라고 해보자. 즉, 평가를 통해 핵심인재임을 옳게 판별할 확률이 95%라는 말이다. 평가제도가 완벽하게 짜여 있더라고 운영 상의 문제가 항상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 95%의 신뢰성도 꽤 높게 잡은 것이다.

반면, 핵심인재가 아닌데도 핵심인재로 잘못 판별할 확률을 5%라고 해보자. 이 확률 역시 평가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인데, 5%밖에 오류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말은 평가가 상당히 우수하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질문을 던지자. "어떤 사람이 핵심인재로 선발됐다면, 그가 진짜 핵심인재일 확률은 얼마일까?" 직관적으로는 95%에서 5%를 빼면 90%니까 그 정도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정답은 90%보다 훨씬 작다.

전체직원수가 1000명이라고 하자. 그러면 그 중 진짜 핵심인재는 5%인 50명일 것이다. 하지만 평가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누가 핵심인재인지 모른다. 평가의 신뢰성이 95%이니까 50명 중 48명만 핵심인재로 발굴되고 2명은 소외를 당하고 만다. 또한  나머지 950명 중에서 5%인 48명이 핵심인재로 오인된다.

이제 질문에 답해 보자. 핵심인재로 선발된 어떤 사람이 '진짜' 핵심인재일 확률은  48 / (48+48) = 50% 밖에 안 된다. 홍길동이라는 친구가 핵심인재 그룹으로 선발됐다 하더라도 그가 '진짜' 핵심인재일 확률은 반반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평가가 상당히 우수하게(신뢰성 95%, 오류 확률 5%)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 정도 밖에 안 된다. 만일 평가가 엉망으로 이루어진다면, 홍길동이 핵심인재일 확률은 급격히 떨어진다. 아래의 표를 참조하기 바란다.

핵심인재 비율 평가 신뢰성 오류 확률 홍길동이
핵심인재일 확률
5% 95% 5% 50%
5% 90% 10% 32%
5% 85% 15% 23%
5% 80% 20% 17%

선발된 핵심인재가 진짜 핵심인재일 확률을 높이려면, 평가의 신뢰성을 100%로 끌어 올리고 동시에, 핵심인재가 아닌데도 핵심인재로 잘못 판별할 확률을 0%로 만들면 된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긴 매우 요원하다. 어쩔 수 없이 평가는 주관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위에서 봤듯이, 핵심인재 관리제도는 논리적으로 매우 허점이 많은 제도이기 때문에 회사를 살리고 회사를 번영시킬 도깨비 방망이로 떠받드는 건 옳지 않다. 그리고 핵심인재 그룹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도 불합리하다. 그가 핵심인재일 확률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5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들에게는 도전과 시련의 기회를 주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그가 진짜 핵심인재가 아닐지 모를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만일 '보상' 중심의 핵심인재 관리제도라면, 당장 집어 던져야 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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