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처럼 딱딱하게 냉동된 감자를 벽에 던지면 당연히 여러 가지의 크기로 깨집니다. 어떤 것은 포도알만 하고 또 어떤 것은 쌀알 만하겠죠. 냉동 감자 수천 개를 벽에 던진 후에 깨진 감자 조각들을 크기가 큰 것부터 작은 것 순으로 나열해보고 그래프를 그린다면 어떤 패턴이 나타날까요? 아마 여러분은 중간 정도 크기의 조각이 가장 많고 양쪽으로 갈수록 개수가 줄어드는 종(bell) 모양의 정규분포 곡선을 머리 속에 그릴 겁니다.

하지만 깨진 감자들은 정규분포를 그리지 않음을 덴마크의 과학자들이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냉동감자를 깨뜨리는 실험을 한 결과, 조각의 무게가 반으로 줄 때마다 개수가 6배씩 늘어나는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오른쪽으로 갈수록 아래로 뚝 떨어지는 '둥근 L자' 모양이 됩니다. 무게가 큰 덩어리는 얼마 안 되는데 반해, 무게가 그보다 작은 덩어리들은 '긴 꼬리'를 형성하는 패턴이죠. 아래의 그림에서 음영이 칠해진 그래프처럼 오른쪽으로 갈수록 뚝 떨어지듯이 급감하는 모양을 갖는 분포를 ‘멱함수(power law) 분포’라고 부릅니다. 정규분포(실선으로 그려진 그래프)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하단에 명기한 논문)


정규분포를 따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아주 많습니다. 지진의 경우에도 에너지 방출이 두 배로 되면 빈도가 네 배로 줄어드는 멱함수 패턴을 따릅니다. 산불의 경우에는 피해 면적이 두 배가 되면 그런 산불은 2.48배로 드물어진다고 합니다. 상위고객 20%가 매출의 80%를 기여하고, 20%의 제품이 이익의 80%를 올리는 등 우리가 보통 80대 20법칙으로 알고 있는 것도 사실은 멱함수의 일종입니다. 면적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부터 순서대로 2,400곳을 나열해보면 어떤 분포가 나올까요? 1997년에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특정 크기의 도시의 수는 면적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멱함수 분포를 띱니다. 풀어서 말하면, 어떤 도시보다 면적이 절반인 도시는 4곳이 있고, 그보다 2배인 도시의 수는 4분의 1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성과 분포는 어떨까요? 역량이든 업적이든 평가가 끝나면 인사팀은 평가 서열을 결정하고 등급별로 직원들을 배분하는 작업을 합니다. 등급은 보통 5개로 나뉘는데, 가장 높은 등급인 S등급에 10퍼센트, A등급에 20퍼센트, 중간 등급인 B등급에는 40퍼센트, C등급에는 20퍼센트, 가장 낮은 등급인 D등급에는 10퍼센트의 직원들을 강제로 할당하곤 합니다. 이 등급을 기준으로 기본급 인상률과 성과급 지급액이 결정되고, 승진에 필요한 점수가 누적되죠. 이렇게 좌우 대칭의 분포로 평가 등급을 결정하는 이유는 직원들의 역량과 업적의 분포가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경영자들도 마찬가지)은 신장(키)의 분포처럼 직원의 성과도 평균과 표준편차가 명확한 종(鍾) 모양의 곡선을 그릴 거라 여깁니다. 실제의 성과 분포가 정규분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아무도 하지 않죠.

직원들의 성과는 정말 정규분포를 따를까요? S등급부터 D등급까지 직원들을 강제 할당하는 상대평가 방식이 정말 실제를 옳게 반영하는 걸까요? 어니스트 오보일 주니어(Ernest O'Boyle Jr.)와 허먼 아귀니스(Herman Aguinis)는 정규분포에 대한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이 과연 옳은지를 검증하기 위해 5가지 분야에서 총 633,26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 결과, 5가지 분야에서 모두 정규분포적 관점이 현실을 올바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오보일과 아귀니스는 연구자, 연예인, 정치인, 아마추어 및 프로 운동선수의 실제 성과 분포는 정규분포가 아니라 멱함수 분포에 가깝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먼저 오보일과 아귀니스는 54개의 세부 연구 영역에서 연구자들이 2000년 1월부터 2009년 6월 사이에 얼마나 많은 논문을 상위 5개 학술 잡지에 게재했는지 분석했습니다. 총 490,185명의 데이터가 수집됐는데, 54개 세부 영역들 모두 정규분포보다는 멱함수 분포에 가깝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가 보여주듯, 9년 동안 1편의 논문을 게재한 연구자들이 거의 대부분이고 그보다 더 많은 수의 논문을 펴낸 연구자들은 오른쪽으로 갈수록 급감하는 모양을 띠었습니다. 좌우 대칭의 종 모양을 갖는 정규분포와는 완전히 딴판이었죠.

(*출처 : 하단에 명기한 논문)



연예계에 종사하는 17,750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마찬가지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에미상, 그래미상, 골든글로브상 등 42개의 시상에서 상을 받았거나 후보에 오른 사람들의 분포를 그려보니 역시 오른쪽으로 갈수록(상을 받거나 후보에 오른 회수가 증가할수록) 해당자가 급감하는 멱함수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정치인들의 재임기간을 분석해도, 운동선수들의 성적과 범실(error) 분포를 따져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실제 데이터를 분석한 오보일과 아귀니스의 연구는 비록 실제 기업의 직원 성과를 직접적으로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직원들의 성과 분포도 멱함수 분포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직원들의 성과 분포를 정규분포라 간주하고 S등급부터 D등급까지 강제 할당하는 관행이 얼마나 잘못된 가정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죠. 

정규분포는 표본을 이루는 개별 사건들이 독립적이고 서로 동일할 경우에 성립됩니다. 특정 학교 학생들의 신장(키) 분포가 정규분포를 따르는 이유는 신장에 관한 한 학생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지 않을뿐더러 학생 한 명이 표본에 추가될 때 분포에 미치는 영향력은 학생들 모두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별 사건들이 상호작용을 벌이는 네트워크의 일부이고 특정 사건의 영향력이 다른 것보다 월등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정규분포는 현실을 올바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조직 내의 직원들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정보를 주고 받는다고 우리는 모두 동의합니다. 따라서, 직원들의 성과가 정규분포를 따르리라는 가정은 정규분포의 형성 조건에 비춰 봐도 상당히 잘못된 믿음임을 알 수 있죠. 직원의 성과가 멱함수 분포에 가깝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의 성과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고 특출 난 성과를 보이는 직원은 극소수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므로 5개 등급으로 나눠 기본급과 성과급을 차등 적용하는 관행은 '성과에 따른 보상(Pay for Performance)'이라는 성과주의의 철학에 오히려 반하는 조치입니다. 성과주의 제도를 올바로 운영하려 한다면, 대부분의 직원들에게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보상하고, 누구나 공히 인정하는 특출한 직원이 있다면 그에게 모든 구성원들의 합의와 동의 하에 추가로 보상하는 것이 옳습니다.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부터 역량이 뛰어난 자까지 정규분포에 들어맞게 사람을 뽑는 기업은 없을 겁니다. 여러분 조직의 채용 능력이 형편 없는 수준이 아니라면, 대개 역량이 중간 이상은 되는 직원들을 뽑을 겁니다. 사람의 역량이 쉽게 변하지 않는 속성의 것이라면(사실 한 사람의 역량은 교육 등을 통해서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직원들의 역량 분포가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정규분포를 띤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역량 분포를 정규분포에 맞게 재단해서 그에 따라 보상하겠다는 발상은 정말로 모순인 셈이죠.

직원들을 정규분포에 근거한 상대평가를 통해 강제 할당하는 조치는 대단히 잘못된 가정을 품고 있습니다. 행정적 편의를 위해 상대평가를 유지하면서 현실을 왜곡하고 불필요한 오해와 불만을 야기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기 바랍니다. 직원들을 상대평가하지 마십시오.

(*추신 : 이 글은 '승자독식의 구조'가 옳다고 주장하는 게 아님을 말씀 드립니다. 직원들의 성과 분포가 적어도 정규분포는 아님을 말하는 글입니다.)

(*참고논문)
THE BEST AND THE REST- REVISITING THE NORM OF NORMALITY OF INDIVIDUAL 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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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을 평가하는 방식을 정할 때 항상 고민스러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절대평가가 좋은가, 아니면 상대평가가 좋은가'하는 문제죠. 아마 여러분의 회사에서도 평가 방식을 결정할 때 이런 고민을 분명 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모두 장단점에 대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죠.

알다시피 절대평가는 직원 한 사람을 놓고 그가 정해진 목표나 기대하는 역량 수준에 얼마나 도달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팀원들이 다 목표를 달성했다면 그들에게 모두 높은 평가등급을 매길 수 있죠. 반면에 상대평가는 목표나 기대수준에 얼마나 도달했는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잘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팀원들이 다 목표를 달성해도 반드시 1등과 꼴찌로 서열을 매기죠.



평가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상대평가 방식을 채용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회사도 그럴 겁니다. 물론 상사가 부하직원을 평가할 때는 절대평가 방식을 쓴다고 말로는 그럴 겁니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 연봉 인상률을 정하거나 성과급 지급액을 결정할 때는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합니다. '어쩔 수 없다'는 핑계거리가 꼭 붙습니다.

상대평가는 단점이 매우 많습니다. 우선, 상대평가는 성과를 왜곡합니다. 어떤 팀에 소속된 팀원들이 모두 역량이 뛰어나도 그 중 몇 명에겐 '일못하는 직원'이란 꼬리표가 붙습니다. 반면 역량이 저조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팀에서는 객관적으로 봐도 별볼일 없는 직원이 '일잘하는 직원'이라는 부당한 횡재를 누리죠.

또한 상대평가는 직원들의 협력을 깨뜨리는 촉매(?)로 작용합니다. 상대평가는 같은 부서(또는 같은 사업부)에 속한 동료들을 누르고 올라가야 한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줍니다. 말이 동료지 그들은 모두 '나의 경쟁자'가 되어 버리죠. 거의 모든 기업의 업무 특성상 직원들 간의 상호작용과 협력이 필요하지만, 동료를 도와주면 자칫 '나의 상대점수'가 하락할 위험이 커집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내 할일'만 하는 게 최고라는 인식을 직원들에게 강하게 심어주고 말죠.

다시 말해, 상대평가는 내부경쟁을 부추기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직원들의 경쟁을 가속시키는 게 무슨 잘못이지?'라고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만일 여러분이 이렇게 생각했다면 '직원들의 경쟁은 성과 창출의 동기를 극대화시킨다'란 '경쟁주의적 철학'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달리기를 할 때 혼자 달리는 것보다는 경쟁자와 함께 뛰어야 기록이 잘 나오니 말입니다.

그러나 달리기는 개인이 혼자 모든 것을 관장하고 결정 내릴 수 있는 운동입니다. 옆 줄에서 같이 달리는 사람과 상호작용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경쟁은 상호의존도가 낮을 때만 유용합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여러분의 회사가 크든 작든 다른 직원의 직간접적인 도움 없이 전적으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업무는 거의 없을 겁니다.

어떤 직원이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도 그건 그 직원 혼자만의 업적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이미 업무와 업무, 직원과 직원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된 상호작용의 네트워크입니다. 현실이 이러한데, 개인들의 성과를 무 자르듯 구분하고 1등과 꼴찌를 가리겠다는 발상은 매우 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파괴적입니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직원들 간의 끈끈한 동료의식과 협동심을 깨뜨리기 때문이죠.

결국 상대평가는 조직의 경쟁력을 약화시킵니다. 내부경쟁을 부추겨서 직원들의 협력이 사라지고 이기주의가 판을 칩니다. 일 잘하는 직원은 점차 일할 동기를 잃어버리거나(그래서 무임승차자가 되어 버리거나) 회사를 나가 버립니다. 일 못하는 직원들은 상대평가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해서 일 잘하는 직원인 듯 자신을 포장하는, 기회주의적인 무임승차자로 남습니다.

"상대평가를 하지 말라는 소리 같은데, 그러면 직원들의 연봉과 성과급은 어떻게 결정하란 말인가요?"란 질문이 생깁니다. 그에 대한 대답은 "그래도 상대평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입니다. 상대평가를 해서 직원들의 연봉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효과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의 크기를 비교해 보기 바랍니다. 고작 차등 보상을 위한 수단으로 상대평가를 채용하기에는 감당해야 할 위험 부담이 매우 큽니다.

그렇다면 절대평가는 장점만 있고 단점은 없을까요? 물론 절대평가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을 달성하기로 약속했는데 시장환경이 좋지 않아서 5밖에 달성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1년 내내 고생을 했더라도 인정 받지 못합니다. 섭섭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하죠. 반대로 시장이 좋아 20을 달성했다면, 별다른 노력 없이도 두둑한 성과급을 받아가겠죠. 이렇듯 절대평가에는 직원 자신이 콘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 의해 성과가 좌우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상대평가보다 덜하지만 절대평가도 내부경쟁을 독려하는 터라 직원 간, 부서 간의 협력을 깨뜨립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나 기대수준을 달성하려면 옆에서 도움을 청하는 동료를 가능한 한 무시하고 오직 그것만 보고 달려야 하기 때문이죠. 또한, 소위 '잘 나가는' 부서에 배치되면 높은 보상을 받, 매번 죽을 쑤는 부서(또는 일이 힘든 부서)에 배치되면 일 잘하는 직원이라도 적게 보상 받을 수 없는 불합리함도 상대평가와 마찬가지로 불거집니다. 인사부서에 로비를 잘 하느냐, 얼마나 목소리를 크게 내느냐에만 신경 쓸 가능성이 크죠.

이쯤에서 여러분은 "상대평가도 문제, 절대평가도 문제라면 도대체 평가를 하란 소리요, 하지 말란 소리요?"라는 생각을 가질 겁니다. 이에 대한 저의 답은 이렇습니다. 평가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절대평가로 해야 하며, 절대평가로 한다 해도 차등 보상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평가의 목적은 직원들에게 비전/전략 달성의 방향을 가이드함으로써 비전/전략 달성에 직원들을 몰입시키는 데 있습니다. '최고의 품질 달성'이라는 회사의 목표를 개인 단위로 끌어내려 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지표로 설정하고, 직원들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측정함으로써 목표에 차츰 다가서기 위함이 평가의 본래 목적입니다. 누가 일 잘하고 일 못하는지는 사실 중요치 않습니다. 얼마나 차등 보상해야 하는지는 더욱 중요하지 않습니다.

개인별이든 사업 단위별이든 모든 '차등 보상'은 상대평가를 반드시 수반할 수밖에 없고 위에서 말한 온갖 폐해를 야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등 보상을 폐기하거나 극소화하고, 대신에 회사 전체의 잉여 성과를 직원들이 골고루 나눠 갖는 방식으로 보상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부경쟁이라는 '제로섬 게임'에 빠지지 않고 경쟁사와의 외부경쟁에 직원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습니다. 경쟁은 외부(타사)를 향해야지 결코 내부를 향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내부경쟁을 없애고 회사 전체의 성과를 공평하게 공유한다는 생각이 불편하게 느껴질 겁니다. 그이유는 바로 무임승차자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 무임승차자는 '언제 어디서나' 생기기 마련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평가 결과를 개인별로 차등 보상하는 데 활용하면 오히려 무임승차자가 늘어나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그들은 필요악이죠.

그들에게 부당하게 지출되는 비용이 아깝다고 해서 내부경쟁을 가속한다면(특히 상대평가를 통해), 더 큰 비용이 발생하거나 회복 불가능한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지 모릅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직원 모두를 동참시키고 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무임승차자는 발붙일 곳을 찾기 어려울 겁니다.

남성 의류 유통업체인 '더 멘즈 웨어하우스'란 회사는 판매원 중에 누군가가 독보적으로 높은 매출을 달성하면 그에게 경고를 줍니다. 그가 동료들에게 갈 고객들을 나누지 않고 독차지한다고 해석하기 때문이죠. 그가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혼자만 높은 성과를 올리면 그를 해고한다고 합니다. 일반 회사와 정반대의 조치죠?

이 회사는 이렇듯 협력을 추구하는 문화를 수호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확고합니다. 직원들 간의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면 조직의 성과가 좋지 않으리라 예상하겠지만, 혼자서 높은 매출을 올린 판매원을 내보내니 오히려 매장 전체의 성과는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개인평가든 조직평다든, 평가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러나 평가가 내부경쟁을 부추기고 협력과 상호작용을 저해하는 주범이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를, 개인 성과보다는 조직 전체의 성과를, 금전적 보상보다는 성공 경험을, 내부경쟁보다는 외부경쟁을,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 성과를 추구하는 데 힘을 모아야합니다.


(*참고도서 :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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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이직을 계획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직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현재 몸 담은 직장에 무언가가 불합리한 면이 있기 때문이겠죠. 똑같은 불행(?)을 하지 않기 위해서 여러분은 이직할 기업을 신중하게 선택할 겁니다.

그렇게 하려면 후보 회사를 선택하기 전에 나름대로 좋은 직장의 '선택 기준'을 만드는 일이 선행돼야 합니다. 자신이 연봉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도전적인 업무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일-생활 균형(Work & Life Balance)를 추구하는지 먼저 따져 봐야겠지요.


아마도 여러분은 여러 가지 선택 기준을 생각해 낼 겁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5가지의 선택 기준이 나왔다고 가정해 보죠.

적절한 연봉
개인 성장의 기회
일-생활 균형
기업의 발전 가능성
회사의 네임 밸류

이 5가지의 선택 기준을 가지고 곧바로 후보 회사를 물색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여러분이 좀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기로 한다면 선택 기준들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따져 본 후에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행복한 고민이겠지만 여러분이 고를 수 있는 후보 회사가 여럿이라면 '동률'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선택 기준들의 중요도를 미리 파악해야 좋습니다.

아래의 글을 읽기 전에 먼저 위의 5가지 선택 기준들의 중요도를 각각 1점부터 5점까지의 척도로 판단해 보기 바랍니다. 지극히 중요하다면 5점에, 보통 정도로 중요하다면 1점을 매기면 됩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각각의 선택 기준에 대해 다음과 같은 패턴으로 평가를 내렸을 겁니다(앞의 숫자가 중요도).

4      적절한 연봉
4      개인 성장의 기회
3      일-생활 균형
2      기업의 발전 가능성
3      회사의 네임 밸류

무슨 패턴인지 눈에 보입니까? 앞에서 분명히 중요도를 1점부터 5점까지 내리라고 했는데, 위의 예에는 1점과 5점을 받은 선택 기준이 없고 2점부터 4점까지의 분포를 갖습니다. 예상컨데 여러분이 평가한 결과도 이런 패턴이 나타날 겁니다. 물론 여러분 중에는 특정 선택 기준에 1점과 5점을 매긴 사람이 분명 있겠죠. 

하지만 보통은 극단적인 점수(1점 혹은 5점)을 주는 데에 주저하게 됩니다. 5점이나 1점을 주고 싶은 욕구가 들더라도 지나치게 극단적인 점수를 주는 바람에 의사결정이 잘못되지는 않을까 염려되는 마음이 은연 중에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직이 여러분에게 굉장이 중차대한 문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값을 주지 않은 채 여러 후보 회사를 평가하면 "이 회사도 좋아 보이고 저 회사도 좋은걸"이라면서 선택에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선택 기준의 중요도가 두루뭉술하기(2점부터 4점) 때문이죠. 이처럼 '절대평가' 방식을 사용하면 의사결정 사안이 중대할수록 선택 기준에 극단적인 값을 매기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런 현상을 '가장자리 회피 효과'라고 부릅니다.

가장자리 회피 효과를 피하고 '확실하게' 선택 기준들의 중요도를 지정하려면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 방식을 써야 합니다. 상대평가란, 선택 기준들을 한 쌍씩 비교해서 무엇이 더 중요한 지만을 평가 내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예컨데, '적절한 연봉'과 '회사의 네임밸류'를 비교해서 전자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면 그것에 2점을 줍니다. 훨씬 더 중요하다면 전자에 3점을 부여합니다. 둘이 중요도가 같다면 전자에는 1점을 주지요. 반대로 후자가 더 중요하다면 전자는 1/2를, 후자가 훨씬 더 중요하다면 전자는 1/3를 주면 됩니다.

전자 =  후자     :   전자에 1점,  후자에도 1점
전자 >  후자     :   전자에 2점,  후자에 1/2점
전자 >> 후자    :   전자에 3점,  후자에 1/3점
전자 <  후자     :   전자에 1/2점,  후자에 2점
전자 << 후자    :   전자에 1/3점,  후자에 3점

이렇게 모든 쌍을 비교 평가해서 얻은 합계점수의 순위대로 각 선택 기준에 1점부터 5점까지의 점수를 최종적으로 부여하면 됩니다. 좀 복잡한가요? 엑셀 같은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해서 가로축과 세로축에 위의 5가지 선택 기준을 펼쳐 놓고 서로 비교해서 점수를 주고 합산하면 그리 복잡한 일은 아닙니다. 참고로, 예전에 포스팅한 글을 읽으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절대평가 방식을 쓰면 모든 선택 기준이 중요하게 보이는 바람에 '가장자리 회피 효과'에 빠질 위험이 있지만, '한 쌍씩 비교하는' 상대평가 방식은 확실하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인지를 확실하게 파악하는 도구를 제공합니다. 설명을 위해서 이직을 예로 들었지만, 기업의 중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Tip입니다.

의사결정 과정에 여러 가지 오류가 있지만 '마음이 약해서' 극단적으로 평가 내리지 못하는 '가장자리 회피 효과'는 꽤 빈번하게 발생하고 그 피해도 큰 편입니다. 의사결정 사안이 매우 중차대할수록 낭떠러지 가장자리까지 가야 합니다.

모두가 안전한 장소에서 '마음 약한' 의사결정을 하려 할 때 상대평가라는 단순한 방법을 써서 '담대한'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작은 도전'입니다.

(*참고도서 : '의사결정의 함정' )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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