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잡담이 생산성을 높인다   

2012. 11. 12. 12:22


직원들의 휴식시간을 잘 조정해도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 있는지요? MIT의 벤자민 와버(Benjamin N. Waber)와 동료 연구자들은 커피 브레이크 시간을 잘 조정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에 근거지를 둔 대형 은행의 콜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규명했습니다. 와버와 동료들은 콜센터 직원들에게 자신들이 개발한 배지(Badge)를 6주 동안 착용하도록 했습니다. 이 배지는 목에 거는 사원증처럼 생겼는데, 앉고 일어서는 인간의 동작과 목소리 톤을 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외선 센서를 통해 얼마나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지 등을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콜센터 직원들에게는 30분 간의 점심시간과 하루에 한번 15분 간의 커피 브레이크가 허용되었는데, 고객들로부터 들어오는 콜이 몰릴 것을 대비하여 같은 팀의 직원들이 순차적으로 휴식을 취하도록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팀 동료들이 모두 만나 잡담을 나누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죠.





와버는 2개팀을 골라서 팀원들이 모두 같은 시간에 커피 브레이크를 즐기도록 스케쥴을 변경했습니다. 팀원들이 모두 함께 만나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시간을 늘려주면 생산성이 높아질 거라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죠. 와버는 3개월 후에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해당 팀원들의 평균 콜 처리시간(average call handling time) 데이터를 수집하여 배지에 의해 포착된 여러 정보들과 비교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분석 결과, 평균 콜 처리시간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평균 콜 처리시간이 8퍼센트 이상 개선되었고 성과가 낮은 팀의 경우에는 20퍼센트 이상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은행의 콜센터에서는 평균 콜 처리시간이 5퍼센트 감소되면 대략 100만 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자체 통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8퍼센트 이상 개선된다면 160만 달러의 비용을 아낄 수 있겠죠. 또한 콜센터 직원들의 근무만족도도 이전과 비교하면 10퍼센트 이상 향상됐다고 합니다. 


단지 커피 브레이크 스케쥴을 조정했을 뿐인데 이처럼 놀라운 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직원들이 서로 잡담을 나눌 기회를 늘려주면 기분이 전환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그 때문에 뇌는 창의적인 자극을 받게 되어 생산성이 향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잡담을 통해 서로 끈끈한 유대관계과 동료의식을 고양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업무 협조가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죠.


직원들의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이 업무시간과 생산성을 갉아먹는 행위라고 여기기보다는 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그런 유휴시간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임을 이 연구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정수기 주위에서 보통 이루어지는 직원들의 잡담을 허용하는 대담함이 높은 생산성을 가능케 한다는 사실, 인정하기 어렵지만 수용해야 할 경영의 지혜입니다.



(*참고논문)

Benjamin N. Waber, Daniel Olguin Olguin, Taemie Kim, Alex Pentland(2010), Productivity Through Coffee Breaks: Changing Social Networks by Changing Break Structure, working papers series


Alex Pentland(2012), The New Science of Building Great Teams, Harvard Business Review, Vol. 90(4), April 2012



  
,


얼마 전에 잠을 덜 잔 실험 참가자가 돈이 걸린 게임에서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경우가 많았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 적('야근을 많이 하면 남을 속이게 된다')이 있습니다. 이 글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었는데, 그만큼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 야근이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지 그리고 야근이 얼마나 당연시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근이 이렇게 직원들의 비윤리적인 동기를 은연 중 자극함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야근을 하면 그만큼 오래 일하니까 생산성도 높아지고 성과도 높아지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최근에 나온 또 다른 연구 결과는 야근과 생산성 사이에는 긍정적이기는커녕 오히려 부정적인 연관성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와그너(David T. Wagner)와 크리스토퍼 반스(Christopher M. Barnes) 등의 연구진들은 수면 시간이 줄어들면 낮에 회사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는 데에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잠을 덜 잔 사람일수록 연예인 가십 기사나 스포츠 기사 등 업무와 상관없는 내용을 보느라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서머타임이 시작되기 전 날에 사람들이 시계를 한 시간 앞당겨 설정하고 잠을 자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고 그때문에 예전보다 평균 40분 정도 잠을 덜 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영리하게도 이때를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시점으로 삼았죠.



연구진은 2003년에서 2009년 사이 미국의 203개 도시에서 일어난 인터넷 트래픽 정보를 확보하여 연예 오락과 관련된 접속건수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서머타임이 시작되고나서 첫 번째 월요일의 접속건수가 직전 월요일에 비해 평균 3.1% 정도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서머타임 시작 후 두 번째 월요일의 접속건수와 비교하면 첫 번째 월요일의 접속건수는 6.4%가 더 많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서머타임에 적응한 다음에는 연예 오락 사이트에 접속하는 양이 줄었다는 의미입니다. 허나 이것만 가지고는 낮에 사람들이 업무에 집중하지 않은 채 인터넷을 보면서 빈둥거린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서머타임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퇴근 후의 여가시간이 1시간 늘어난 것인양 느끼고 그 덕에 밤에 인터넷 서핑을 더 많이 하는 것일지 모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와그너 등은 실험실 내의 통제된 조건에서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96명의 학부생들에게 실험 전 날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팔찌를 찬 채 잠을 자도록 요청한 연구진은 실험실에 모인 학생들에게 교수직을 희망하는 사람의 42분짜리 시범 강의 동영상을 본 후 컴퓨터 상에서 강의능력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학생들이 평가에 사용한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동영상을 보면서 슬쩍 인터넷에 곁눈질을 할 수 있었죠. 수면 팔찌로부터 얻은 정보와 학생들의 인터넷 접속 시간을 따져 보니, 전날 밤에 잠을 덜 잤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학생일수록 강의 동영상에 집중하지 못하고 인터넷에서 딴짓을 많이 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수면 부족은 두뇌를 많이 써야 하는 일을 회피하게 만들고 인지적 부담이 덜 가는 쪽으로 사람들을 유도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업무량이 많이 야근이 잦고 그로 인해 수면의 질과 양이 저하되면 다음날 낮의 생산성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좀더 추론의 깊이를 더하면, 어제 야근한 사람은 특별히 일이 많지 않아도 오늘 야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젯밤 야근으로 의지력이 저하되는 바람에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여 오전 내내 인터넷 가십 기사나 SNS에 시간을 허비하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서서히 업무를 챙기기 시작하면 오늘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야근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고 맙니다. 

물론 일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야근하는 사람도 있고, 야근하고나서도 다음날 하루종일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야근으로 인해 저하된 생산성을 야근을 통해 메우려는, '야근이 야근을 부르는' 악순환의 양상은 조직 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야근이 '생활화'된 사람들은 아침 9시부터 밤늦게까지 가열차게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할 겁니다(물론 예외는 있겠죠). 이는 야근이 습관화된 개인은 나태하고 비난 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의지력은 유한하고 한번 고갈되면 휴식과 영양소 공급을 통해 다시 차오를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인간의 생리적 한계를 관리자와 직원들이 모두 인식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야근이 잦은 직원들이 낮에 딴짓을 하는 이유는 의지력을 회복하기 전까지 인지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야근하면 당장의 생산성은 높아질지 몰라도 그 후에 발생하는 비생산성으로 인한 비용은 엄청납니다. 야근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얻은 생산성은 그 다음날 낮에 고스란히 빠져나갑니다. 업무가 많더라도 직원들에게 하루 8시간 열심히 일한 다음 저녁 6시에 칼같이 퇴근하여 잠을 푹 자게 해주는 것이 생산성에 훨씬 득이 됩니다. 저녁 6시에 퇴근하는 것을 꼬깝게 보며 열심히 일하지 않는 직원이라 낙인 찍는 것은 어리석은 관리자의 단적인 모습이겠죠. 야근이 야근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조치와 이를 통해 생산성의 질을 제고하는 것이 몇백 억원 짜리 시스템을 들여오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행동입니다.

여러분은 오늘도 야근을 해야 합니까?


(*참고 논문)
Lost Sleep and Cyberloafing: Evidence From the Laboratory and a Daylight Saving Time Quasi-Experiment



  
,



오늘은 아주 고전적인 연구 결과를 소개할까 합니다. 피터 블로우(Peter M. Blau)가 1940년대 말에 수행한 이 연구의 주제는 경쟁적인 조직과 협력적인 조직 중 어느 조직의 생산성이 더 높은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블로우는 어느 공공 취업 센터(Public Employment Agency)에 근무하는 12명의 인터뷰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그 센터는 두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섹션 A에는 7명이, 섹션 B에는 5명의 인터뷰어들이 근무 중이었죠. 

인터뷰어들의 업무는 단순했습니다. 그들은 구직자들의 신청을 접수 받아 그들을 인터뷰한 다음 구인 기업과 연결시켜주는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인터뷰어들의 성과는 구직자들과 얼마나 많이 인터뷰를 했는지, 얼마나 많은 취업 성공 건수를 달성했는지로 평가되었고, 그 결과는 모든 인터뷰어에게 공개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업으로부터 구인 요청이 적을 때는 인터뷰어들끼리 경쟁적으로 업무를 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인터뷰어와 구인 정보를 공유하기보다는 혼자 독점하려는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블로우가 정보의 공유 정도를 가지고 섹션 A와 섹션 B의 경쟁도를 측정했더니 섹션 A가 섹션 B보다 더경쟁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섹션 B를 살펴보니 흥미로운 구인 요청이 들어오면 다른 이들과 공유하려 하고 누군가가 정보를 독점하려 들면 그를 정보 공유로부터 배제하려는 분위기였습니다. 섹션 B에서 취업 성공률이 독보적으로 높은 인터뷰어는 동료로부터 그리 환영 받지 못했죠. 반면, 섹션 A의 인터뷰어들은 취업을 성사시키려는 욕망이 커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지 않았습니다.

개인별로 생산성을 측정한 결과, 경쟁도가 높은 섹션 A의 취업 성사 건수가 훨씬 많았습니다. 섹션 A는 1인당 84건, 섹션 B는 1인당 58건 정도의 취업 성사 건수를 나타냈죠. 이 데이터만 보면 경쟁을 권장하는 것이 성과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취업 성사 건수를 구인 요청 건수로 나누어 생산성을 계산해 봤을 때 섹션 A가 섹션 B보다 못했습니다. 섹션 A는 구인 요청 건의 59%를 성사시킨 반면, 섹션 B는 67%를 성사시켰으니 말입니다. 8% 포인트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습니다.

블로우의 연구는 경쟁으로 인해 산출된 성과가 꽤 큰 비용을 치른 것임을 시사합니다. 경쟁으로 인해 직원들 간의 정보 공유가 단절되면 특정 개인의 성과가 높아질지는 몰라도 조직 전체로 보면 보이지 않는 비용이 상당하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새로 입사한 직원들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지는 등 조직 내의 지적자산이 활용되기는커녕 제대로 축적되지도 못합니다.

협력적인 조직은 개인이 오로지 자신만의 성과 달성에 몰두하려는 이기심을 완화시키고 협력을 권장하기 때문에 개인과 개인 사이로 더 많은 정보가 흐르고 공유된 정보가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 사실은 블로우의 연구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연구 결과들이 지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경쟁을 권장하면서 성과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 성과를 창출하는 데 들어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은 생각해 봤습니까? 경쟁은 성과를 창출해내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닙니다. 경쟁은 협력보다 고(高)비용의 경영 방식임을 경계하고, 소모적인 내부 경쟁을 야기하는 제도와 문화를 걷어내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기 바랍니다.

- 유정식 씀

(*참고논문 : Co-operation and Competition in a bureaucracy

 

  
,

서서 하는 회의가 돈 버는 회의   

2011. 5. 23. 09:33



아마 여러분은 근무 시간의 상당 부분을 회의하는 데에 보낼 겁니다. 팀내에서 벌어지는 작은 회의 뿐만 아니라, 경영전략회의나 임원회의 같은 전사적인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몇 주 전부터 준비했을 테고 그 회의에서 나온 결과를 follow-up하기 위한 실무자 회의를 또 몇 차례 진행하겠죠. 오늘은 월요일이니 아마도 오전엔 주간회의를 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우리는 때로는 하루 종일 회의만 하며 보냈다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회의는 조직생활을 하는 데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업무의 과정'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회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잘 진행하느냐가 업무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서점에 가보면 '회의를 잘하는 법', 'OO처럼 회의하기'와 같은 책들이 많은 것만 봐도 그렇죠. 그런 책들이 회의 운영법에 대해 조언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회의를 짧은 시간 내에 끝내기 위해서는 회의 참여자들이 반드시 회의 시작시간을 엄수하고, 회의 주제를 확실하게 공유하고, 의사결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합니다.



헌데 그런 조언들은 회의를 주관하는(혹은 진행하는) 사람의 '회의 운영력'에 많은 부분을 의존합니다. 문제는 회의 주관자가 효과적인 회의 운영법을 충분하게 훈련해야 하고 참여자들도 잘 따라와야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준수할 것들이 많고 또한 의식적으로 챙겨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회의실 탁자 위에 '효과적인 회의 운영법'을 일목요연하게 붙여 놓는다 해도 그것은 그저 장식에 불과할 때가 많습니다.

효과적인 회의에는 지침보다는 '넛지(nudge)'가 필요합니다. 미주리-콜럼비아 대학의 알렌 블루돈과 그의 연구팀은 '서서 하는 회의'의 효과에 대한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블루돈은 5명씩 이루어진 56개의 그룹에게는 회의를 서서 하게 만들고, 역시 5명씩 구성된 55개의 그룹에게는 앉아서 회의를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참여자들에게 주어진 회의 내용은 대략 10~20분 정도 걸릴 만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서서 회의를 진행한 그룹이 앉아서 회의한 그룹보다 34% 정도 짧은 시간 내에 의사결정을 내렸습니다. 회의를 짧은 시간 내에 끝냈지만 의사결정의 질적인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단순하게 서서 회의를 진행하게 했더니 회의 시간이 짧아졌다는, 그리고 의사결정의 질이 앉아서 회의한 경우와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언뜻 보기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따져보면 매우 확실한 효과입니다. 회의 운영법을 교육 받고 그것에 숙달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을 생각할 때 34%의 시간단축 효과는 의미가 아주 큽니다.

만일 전 직원이 1,000명이고 그들이 일주일에 1시간 짜리 회의를 한 번씩만 한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해보죠. 그렇다면 1년에 50회 정도 회의를 하게 되니까 총 50,000 man/hour 가 회의에 투여되는 셈입니다. 직원 1명이 1년에 근무하는 시간을 대략 2,000시간으로 본다면 50,000 시간은 25명분의 1년 인건비에 해당하겠죠. 직원 1명의 평균인건비를 5,000만원으로 잡는다면, 이는 12억 5천만의 비용이 회의를 위해 소요된다는 뜻입니다.

매번 회의를 서서 할 수 없을 테니 1년에 10회 정도만 서서 하는 회의를 운영한다면 이때 절약되는 비용은 얼마일까요? 1시간 짜리 회의가 34% 줄어서 약 40분 안에 회의가 끝나겠죠. 그래서 20분 만큼 절약됩니다. 이것을 계산해보면 1년에 8,500만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비록 이 절약되는 비용이 곧바로 회계장부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회의가 아닌 본업에 직원들이 더 많은 시간을 투여할 수 있기 때문에 서서 하는 회의가  어쩌면 8,500만원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왜 서서 하는 회의가 의사결정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회의 시간을 단축시킬까요? 서 있으면 앉아 있을 때보다 뇌의 활동성이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짜낼 필요가 있을 때는 눕거나 앉지 말고 가볍게 산책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하죠. 회의를 서서 진행하면 발끝에서 전해지는 감각이 뇌를 계속해서 자극하기 때문에 회의의 목표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아파올 것이기 때문에 회의를 빨리 끝내야 좋으리라는 생각을 회의 참여자들은 암묵적으로 공유합니다. 조는 사람도 생기지 않아서 회의에 집중할 수 있죠.

캐논의 사장이었던 사사마키 히사시는 CEO로 부임하자마자 회의 운영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는 회의실 탁자의 높이를 30cm 높이고 모두 선 채로 회의하자는 제안을 했죠. 또한 종이를 가지고 오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종이를 펼쳐 놓으면 낙서를 하거나 그것만 멍하니 들여다보며 회의에 몰입하지 못하기 때문이었죠. 그 결과, 회의 때 조는 사람들은 없어지고 회의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지던 임원회의가 오후 1시면 모두 끝났죠.

모든 회의를 서서 진행할 수 없겠지만 팀 내의 작은 회의나 부서간의 회의를 의무적으로 서서 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특히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가 아니라 '정보 공유를 위한 회의'라면 서서 하는 회의를 권장해 봅니다. 물론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하겠지만 하루 종일 회의하느라 지치고 업무에 방해 받는 경우는 제법 사라질 테니까요.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서서 하는 회의가 돈 버는 회의입니다.


(*참고논문 : The effects of stand-up and sit-down meeting formats on meeting outcomes)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


몸에 좋은 경영의 비타민'에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됐습니다.

- 제목 : 노는 직원은 그냥 놀게 하세요
- 카테고리 : 인사
- 설명 : 직원들이 타이트하게 일하지 않는다고 해서 노는 시간을 없애 버리면 생산성이 높아질 것 같지만, 실상은 그와 반대입니다. 생산성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말죠. 그 이유를 이 팟캐스트가 알려 드립니다.


애플 아이튠즈에서 보기 (이 방법을 가장 추천합니다)

YouTube(유투브)에서 보기

포딕스에서 보기

* 슬라이드 다운 받기
* 스크립트 다운 받기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트위터 : @in_future )
inFuture 앱 다운로드 받기

  
,

노는 직원은 그냥 놀게 놔두세요   

2010. 4. 23. 09:00

혹시 여러분들 중에는 "우리 회사 직원들은 일이 별로 없다", 혹은 "업무가 별로 타이트하지 않다"라고 평소에 느끼는 분이 있습니까? 많은 직원들이 업무는 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잡담이나 하고 담배를 피우는 데 시간을 소모한다면서 개탄할지도 모릅니다. 만일 그렇다면, 여러분은 경영자이거나 관리자일 확률이 큽니다. ^^

하지만 무조건 한탄스러워 할 일이 아니라, 직원들이 일과시간에 비생산적으로 '노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이고, 노는 시간을 줄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년에 직원 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산출해 보면 휴일과 휴가를 빼고 대략 2,000 시간 정도 됩니다(야근은 감안하지 않음). 만일 여러분의 팀에 5명의 직원이 있는데, 60% 정도만 일하고 나머지 40%의 시간은 빈둥거린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그렇다면, 1년 중 1,200시간만 일하는 꼴이니까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일해야 하는 총시간 = 5명  *  2,000 시간 = 10,000 시간
실제 일하는 총시간 = 5명  *  1,200 시간 = 6,000 시간
잉여인력 = 10,000 - 6,000 = 4,000 시간 =  즉, 2명

여러분은 이 결과를 보고 4,000 시간만큼의 잉여인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5명을 3명으로 줄여도 업무를 수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다음과 같이 5명을 3명으로 줄이면, 잉여인력이 0 이 되어 인력이 놀지 않고서 타이트하게 업무를 수행하리라 기대하겠죠.

일해야 하는    총시간 = 3명  *  2,000 시간 = 6,000 시간
일하도록 만들 총시간 = 3명  *  2,000 시간 = 6,000 시간
잉여인력 = 6,000 - 6,000 = 0 시간 = 0명

여러분이 이렇게 인력을 조정하면 2명분의 임금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고, 조직이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으리라 기대할 겁니다.

만약 이 팀이 수행하는 일이 1년에 평균 100 건이고, 1건당 업무처리시간이 평균 60 시간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예시를 위해 숫자를 단순화했음). 그렇다면, 1년 동안 업무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은 총 6,000 시간입니다. 이 시간은 3명의 팀원을 1년 동안 100% 활용하면 커버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어 보입니다.

헌데, 과연 그럴까요?

1년에 100 건의 일이 발생한다면, 20시간에 1건 꼴로 업무가 발생한다는 뜻(100건을 2,000시간으로 나누면 됨)입니다. 그렇다면, A업무는 홍길동이, 20시간 후에 생길 B업무는 김삿갓이, 다시 20시간 후에 생길 C업무는 박문수가 순차적으로 처리하면 되겠죠. 그리고 다시 20시간이 지나 D업무가 생기면, A업무를 막 끝마친 홍길동이 D업무를 맡으면 됩니다.

A업무  :  홍길동
  (20시간 후)
B업무  :  김삿갓
  (20시간 후)
C업무  :  박문수
  (20시간 후)
D업무  : 홍길동
.
.
.

하지만 문제는 업무가 20시간 마다 1건씩 정확하게 시간에 맞춰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20시간 마다 1건이란 말은 정확하게 20시간 간격으로 1개씩의 업무가 발생한다는 뜻이 아니라, 평균적으로 20시간에 1건의 업무가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극단적으로 1,999시간 59분 0초까지는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다가 막판 1분 동안 100 건의 일이 한꺼번에 생길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렇게 극단적으로 업무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업무가 고르게 발생하지 않고 한꺼번에 몰렸다가도 갑자기 업무가 뚝 떨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가게에 손님이 갑작기 들이닥칠 때도 있고 파리를 날릴 정도로 한산한 때도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1건의 업무가 처리완료되기 위해서는 60시간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공교롭게 이제 막 3명의 팀원이 각자 업무를 시작한 상태라면, 새로 도착한 A라는 업무는 최대 60시간을 기다려야 '자기 차례'가 되겠죠. 그러면 A업무는 120 시간이 지나야만 완료될 수 있습니다. 대기시간 60시간에 업무처리시간 60시간을 더해야 하기 때문이죠.

A업무 이후에 B,C,D 등의 업무가 무작위적인 시간 간격으로 발생한다면, '줄 뒤에 서 있는' 업무일수록 대기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남을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업무가 완료되려면 끝날 때까지 엄청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겁니다.

이렇게 되면 팀원들이 쉬지 않고 일해도 계속 쌓이는 일을 감당하기 어려울 뿐더러, 업무를 지시한 상사나 고객의 노여움을 사게 되겠죠. 그렇다고 팀원들이 노는 것은 아니니 팀장이나 팀원들은 죽을 맛일 겁니다. "인력이 부족하니 충원 좀 해달라"고 건의하면, "무슨 소리냐! 정확하게 유휴시간 없이 인력을 산정해 줬건만!"라는 면박을 받겠죠.

인력의 가동률(Utilization)를 100%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인력을 조정(감축)하면 생산성이 높아질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못합니다. 인력을 원래대로 5명으로 두면 업무가 무작위적인 시간 간격으로 발생해도 현재 '놀고 있는' 인력이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업무가 완료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급격히 커질 확률은 팀원이 3명일 때보다 작을 겁니다.

인력의 가동률은 생산성이 아닙니다. 의미 있는 생산성은 하나의 업무가 완료되는 데 걸리는 시간, 즉 '사이클 타임'입니다. 사이클 타임은 단위시간 당 산출되는 아웃풋과 같은 개념입니다. 3명으로 줄였을 때 임금이야 적게 나가겠지만, 단위시간 당 처리되는 업무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어서 생산성이 뚝 떨어지고 맙니다.

인력이 여유시간을 가지고 일할 때가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할 때보다 생산성이 더 높다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사실이 그러함을 위의 사례가 보여 줍니다. 적정인력은 유휴시간이 0 일 때의 인력이 아니라, 유휴시간을 어느 정도 보장할 때의 인력입니다.

물론 무한정 유휴시간을 줄 수 없겠죠. 인력의 적정한 가동률은 업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70~80% 정도가 좋습니다. 하루 중 대략 2시간 정도의 유휴시간은 주어져야 한다는 거죠. 

직원들이 잡답하고 커피 마시면서 놀면서 타이트하게 업무를 하지 않는다고 노여워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노는 시간은 전체적으로 생산성을 유지하고 높이기 위한 '버퍼(buffer)'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노는 시간이 고깝게 보인다면, 그 시간을 창의적이고 건설적으로 보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겠죠. 구글이 그렇게 하듯 말입니다.

노는 직원은 그냥 놀게 놔 두십시오! ^^

*추신 : 3명에게 매일 3~4시간씩 야근을 시키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업무품질이 나빠져서 장기적으론 생산성을 좀 먹는 행위입니다. ^^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inFuture 앱 다운로드 받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