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일까요? 우리는 자기 자신을 항상 관찰하고 느끼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 자신을 더 잘 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무언가를 지적하면 그 내용이 맞건 틀리건 간에 일단 '당신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라는 감정이 일어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내가 모르는 것을 다른 사람이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에 또한 놀라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 명확하게 분간이 되질 않습니다. 


사이민 바지르(Simine Vazire)는 나 자신의 여러 가지 특성 중에 내가 잘 아는 부분이 따로 있고 다른 사람이 잘 아는 부분이 따로 있을 거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165명의 학생들을 모은 다음 서로 잘 아는 친구끼리 5명씩 그룹을 이루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멤버들의 성격 특성들을 평가하게 했습니다. 이 과정이 끝나고 바지르는 이번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그룹을 이루도록 한 다음에 역시 다른 멤버의 성격 특성을 평가하도록 요청했습니다. 평가 전에 10분 동안 각자 대화할 시간을 줌으로써 성격 특성을 파악하도록 했죠. 





이렇게 자기 자신, 친구, 모르는 사람이 각각 평가한 결과의 정확도를 계산해 보니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먼저 신경증적 성질(neurotism)과 같이 알아차리기 어렵고 측정하기도 어려운 특성들은 자기 자신이 가장 정확하게 평가했습니다. 반면, 알아차리기는 어렵더라도 측정하기 쉬운 특성(예 : 지적능력(intellect))들은 친구가 가장 정확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외향성(Extraversion)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서 알아차리기는 쉽지만 측정하기는 어려운 특성들에 대해서는 정확도가 모두 비슷했습니다. 이것으로 나 자신에 대해 내가 잘 아는 부분과 친한 사람이 잘 아는 부분이 같지 않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평가 결과에 대해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에 시각 차이가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피평가자가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특성에 대해 평가자는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 평가자의 입장에서는 피평가자의 실제 특성을 정확히 평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 실험이 보여줍니다. 요약하면, 창의력과 지능 등의 지적능력은 평가자가, 자존감과 불안감 같은 신경증적 성질은 피평가자 자신이 잘 평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달변, 지배력, 리더십과 같은 외향성은 피평가와 평가자가 공히 잘 평가하는 특성입니다. 


이런 차이를 숙지한다면 상대방에 대해 알기 어려운 특성을 내가 잘 안다고 믿거나, 상대방이 나보다 더 잘 아는 나의 특성을 지적할 때 거부감이 드는 경우를 경계해야 할 겁니다. 나에 대해 상대방이 잘 아는 특성이 따로 있고 내가 잘 아는 특성이 따로 있음을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유념해야만 엉뚱한 피드백이 오고 가는 일이 적어지고 평가에 대한 불만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상사가 나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더 잘 아는 부분도 있고 더 모르는 부분이 있다.'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논문)

Simine Vazire(2010), Who Knows What About a Person? The Self–Other Knowledge Asymmetry(SOKA) Mode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98(2)



  
,

부하는 상사의 성격을 닮는다   

2011. 5. 17. 09:40



옛말에 근묵자흑(近墨者黑)이란 말이 있습니다.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란 말이죠. 즉, 나쁜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 그사람을 닮게 되니 조심하라는 뜻이 담긴 말입니다. 이 말은 기업이라는 조직에서도 통합니다. 성질이 못되고 다혈질적인(게다가 비열하기까지 한) 상사를 만나면 부하직원들은 대개 그를 싫어하고 멀리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가 상사의 위치에 오르면 저렇게 하지 않을 거야' 라고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근묵자흑이란 말로부터 자유로워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심리학자인 노스웨스턴 대학의 리 톰슨(Leigh Thomson)과 뉴욕대 경영대학원의 카메론 앤더슨(Cameron Anderson)이 조직에서의 '근묵자흑 원리'를 실험으로 밝혀냈습니다. 그들은 경영대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을 3명씩 팀을 이루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들에게 경영자원의 배분을 결정하는 '관리자 회의'를 진행하게 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업에서 어떻게 경영자원의 배분을 의사결정하는지 배우기 위한 목적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실제의 목적은 다른 데에 있었습니다.

톰슨과 앤더슨은 3명 중 한 명에게 '큰 회사의 최고 경영자' 역할을 맡겼고, 다른 두 명의 학생들에게는 각각 중간 레벨의 관리자와 낮은 레벨의 관리자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우리 식으로 쉽게 말하면, 학생들에게 각각 사장, 부장, 과장의 역할을 맡겼다고 보면 되겠네요. 이렇게 역할을 부여하고 학생들에게 경영자원 배분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라고 했더니, 예상대로 사장 역할을 맡은 학생이 회의를 빠르게 장악했습니다.

흥미로운 현상은 No. 2인 '부장'에게서 발견되었죠. 부장(역할을 맡은 학생)이 사장의 행동과 말투를 닮아가는 모습이 나타났으니 말입니다. 특히 회의를 주관하는 사장이 에너지가 넘치고 공격적이면서 비열하기까지 한 '골목대장'일 경우에 시간이 지날수록 부장은 사장의 언행을 따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장 역할을 한 학생의 성격이 원래 약자를 괴롭히는 걸 좋아해서일까요?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실험을 실행하기 전에 톰슨과 앤더슨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성격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본래 감정을 잘 억제하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을 지닌 학생들이 실험에서 부장 역할을 맡으면 사장의 못된 언행을 거의 그대로 따라하는 모습이 발견됐기 때문이죠. 게다가 그들(부장 역할의 학생들)은 경영자원을 배분할 때 금액의 크기에 많이 집착하고 과장 역할을 하는 학생들의 말을 자르기도 했습니다. 근묵자흑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실험이죠.

반대로 사장 역할을 한 학생이 온화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나지만 꽃을 싼 종이에서는 향기가 난다는 말이 있듯이, 부장은 그런 사장의 성격에 동화된다는 것을 톰슨과 앤더슨은 또한 발견했습니다. 부장 역할을 한 학생의 본래 성격이 공격적이고 다혈질이라고 해도 사장의 온화함이 그런 성격을 중화시켰던 겁니다. 그렇다면 No. 3인 과장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그들은 (이 실험에서는) '쫄병'이기 때문에 수동적이겠죠. 따라서 그들은 사장과 부장의 언행 스타일이 만들어내는 조직의 분위기에 따라 행동할 겁니다. 만일 그들(과장 역할의 학생)에게 부하직원이 주어졌다면, 짐작컨대 그들 역시 사장과 부장의 언행을 닮아가는 모습을 보였을 테죠.

이처럼 조직의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 회의를 주도하는 사람이 드러내는 언행 스타일이 조직 전체에 빠르게 전염됩니다. 이를 '정서적 전염'이라고 부릅니다. 상사가 폭군 스타일이고 다혈질이면 부하직원도 화를 잘내고, 상사가 온화한 덕장이라면 부하직원들 역시 그러합니다. 이런 정서적 전염의 강도는 매우 강해서 실권을 지니지 못한 직원 1명이 조직의 분위기를 좋은 쪽으로(혹은 나쁜 쪽으로)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조직 분위기에 금세 동화되고 적응하죠.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면 누구나 조직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길 원합니다. 하지만 조직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 중에 가장 강력하면서도 필수적인 것은 리더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격적이고 상명하달 식의 일방적 소통을 좋아하는 리더가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은 불가능을 꿈꾸는 일과 같습니다. 자신을 변화시키겠다는 다짐과 실천은 쏙 뺀 채 '부하직원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서 조직문화가 이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리더가 있다면 자신의 무지를 공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정서적 전염을 잘 활용하면 조직문화를 바람직하게 변화시킬 목적으로 돈이 많이 드는 제도나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리더 스스로 원하는 방향대로 변하고 실천하면 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퍼지듯이 조직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테니 말입니다.

직원들을 검게 물들이지 않으려면 리더 스스로 검은 때를 벗어야 합니다. 그게 조직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리더의 덕목이자 중용입니다. 근본적인 것을 변화시키지 않은 채 껍데기만 바꾸려는 태도는 중용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외도입니다.

(*참고문헌 : Fear in the workplace : The bullying Boss)
(*참고도서 : '또라이 제로 조직')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


어떤 사람은 단호한데 반해,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어떤 사람은 감성적인데 반해, 어떤 사람은 논리에 의존한다. 각 성격은 모두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간단한 사실을 자주 망각한 채 잘못된 인생 공식과 편견에 지배를 받는다.

내가 어렸을 때 가장 듣기 싫었던, '학교 우등생은 사회 우등생이 못된다'는 말. 이 말을 바꿔 표현하면 '학교 우등생이라고 해서 사회 우등생이 되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다. 옳은 말이다. 공부 잘해서 성공한 자가 공부 못해도 성공한 자보다 통계적으로 훨씬 많으니까.

이런 말을 자주 하던 그는 '내성적인 네가 할 줄 아는 건 공부뿐이겠지. 사회 나가면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이 성공해.'라며 비아냥거렸다. 지금 생각하면 무시하고 넘어갈 말인데, 어린 나는 그때마다 상처를 받았다. '정말 그렇게 되면 어쩌지?'

우리는 성공의 조건에 이런 식의 선입견을 보인다. '외향적이고 단호해야 하며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며 강조한다. 그러나 성격이 외향적이냐, 내성적이냐가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는 절대 아니다.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연습하면 조금 바뀔지 모르지만 유효기간이 짧다. 성공하려면 자신의 성격을 바꾸려 노력하기보다는, 내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내 스타일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살아갈지 깨달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 절대 우위의 성격이란 없다. 가위가 보를 이기고, 보가 바위를 이기듯 사람들의 성격은 서로 상보적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성격을 내 성격의 잣대로 판단할 일이 아니고, 위인이나 성공한 자들의 성격과 비교해 위축될 일도 아니다.


살다보면 우리는 다른 사람과 크고 작은 갈등을 일으키고 상처 받거나 서로 등을 돌리는 경험을 적어도 한번쯤 한다. 갈등은 많은 고통을 야기하는데, '차이'를 나쁘게만 보려는 습성 때문이다. '네가 나에게 맞춰야 한다'와 '나만이 오로지 옳다'라는 독단으로 상대방의 성격을 재단한다.

사람들 사이의 성격 차이는 당연한 일이다. 똑같은 유전자를 물려 받은 쌍둥이도 환경의 영향으로 성격이 다르게 변한다. 그러므로 이혼 사유로 성격차를 들먹이는 부부는 사실 솔직하지 못하다. 다른 사람끼리 만났으면서 다르다고 헤어지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학교나 직장에서 야기되는 대부분의 갈등과 나쁜 인간관계의 주범은 '나와 너의 차이'를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편협한 마음으로 성격의 상(像)을 미리 재단해 놓은 탓이다. '향수'의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처럼 혼자 산골에 박혀 살지 않는 한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이므로 피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잘 관리해야 할 일이다.

그러려면 사람들 간의 공통점보다 차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가 네 위에 군림한다'는 독선을 버리고 '나와 너의 차이'를 인정하며 상대방의 능력으로 내 능력을 보완해야 지혜로운 사람이다.

(덧붙이는 말)
'학교 우등생은 사회 우등생이 못된다'는 명제, 적어도 나에겐 딱 들어맞은 듯하다. 솔직히 그렇다. 그러나, '참'인 예가 하나 존재한다고 해서 이 명제를 참이라 말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 명제 따위는 잊어버리자.

 


  
,

당신은 CEO가 될만한 성격인가?   

2009. 3. 31. 12:54
신입사원일 때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이 회사 CEO가 될 수 있을까?' 비록 직장을 오래 다니다 보면 어릴 적의 포부가 점점 옅어져서 '그냥 이 회사에 오래 다니기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후퇴해 버릴지라도 말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경영자들의 MBTI 평가 결과를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기에 핵심만을 소개해 본다. (출처 : '최고경영자의 MBTI에 관한 연구', 선문대학교 김범성) 당신의 경우와 한번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MBTI는 사람의 성격의 유형을 16가지로 규정한 지표를 말한다. MBTI에 관한 자세한 소개는 여기서는 생략한다. 연구 결과, 경영자들의 성격 유형의 분포는 다음과 같다.

(source : 김범성)


위의 표에서와 같이 ESTJ(외향적-감각형-사고형-판단형)과 ENTJ(외향적-직관형-사고형-판단형)이 가장 많은 빈도로 나타났다. 또한 MBTI 매트릭스의 꼭지점에 해당하는 성격 유형이 다른 것보다 상대적으로 큰 빈도를 보였다.

그렇다면, 일반인들과 경영자 사이의 MBTI 분포는 어떻게 다를까? 아래의 표를 보기 바란다.

(source : 김범성)


일반인들 중 가장 큰 빈도를 나타내는 MBTI 유형은 ISTJ(내향적-감각형-사고형-판단형)이다. 경영자들의 MBTI 분포와 차이가 난다. 미국의 경영자와 한국의 경영자를 비교해 보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패턴이 보이기도 한다. 가령 미국의 경영자 중에는 P타입이 30% 정도인데, 한국의 경영자 중에는 10%만 P타입이다.

이 연구 결과를 보고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경영자가 될 가능성이 큰 MBTI 유형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말일까? 바꿔 말해, 자신의 성격이 경영자가 될만한 성격이 아니라면 애초에 꿈도 꾸지 말란 이야기일까?'

연구자(김범성)가 밝혔듯이, 이 연구는 한계가 존재한다. 표본의 대표성, 표본의 크기 등의 문제 때문이다. 본인이 위의 성격 유형(노란색으로 표시된 성격유형)이 아니라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른 유형의 성격을 가진 사람도 경영자로 성공한 사람이 제법 되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경영자들은 이런이런 성격 타입이 많다'라는 것만 밝혔을 뿐, '경영자가 되려면 이런이런 성격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니,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A이면 B이다'가 참이라고 해서 그 역(易)을 참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일 성격과 CEO와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정확하게 밝히려면, 어렸을 때(예컨데 대학생 때) MBTI를 측정하고 나서 그사람이 나중에 CEO가 되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의 '종단면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꼭 경영자가 되어야만 행복한 것도 아니다.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게 중요하지, CEO가 누구에게나 공통의 목표일 수는 없다. 게다가 한 회사의 CEO는 한 사람 뿐이다. 어디까지나 이 연구 결과는 참고만 하기 바란다.

자세한 결과는 아래의 논문 원본을 참조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