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스토밍은 쓸모가 별로 없다   

2012. 7. 19. 13:27



아이디어를 마련하기 위해 사람들은 브레인스토밍이란 방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브레인스토밍를 창시한 오스본(Osborn)의 말처럼, 주제에 집중하되 각자가 내놓은 아이디어를 비판하지 않으며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도록 권장하면 참신한 아이디어를 손에 쥘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곤 하죠. 하지만 이미 여러분이 경험적으로 느꼈겠지만, 브레인스토밍으로는 아이디어의 참신성은 고사하고 아이디어의 양적인 측면에서도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합니다. 여럿이서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아이디어의 카테고리가 한쪽으로 집중되는 문제, 아무리 비판을 가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어도 '자기 검열'은 막을 수 없는 문제, 좌중을 압도하는 특정인의 의견에 동조하는 문제 등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브레인스토밍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오스본의 제시한 브레인스토밍의 원칙을 지키기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리고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하지만, 본질적으로 브레인스토밍이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음을 실험적으로 정확하게 검증한 연구는 아주 많습니다. 특히 니콜라스 콘(Nicholas W. Kohn)과 스티븐 스미스(Steven M. Smith)는 AOL 인스턴스 메신저를 가지고 통제된 조건에서 실시한 일련의 실험을 통해 브레인스토밍이 아이디어의 '순응(Conformity)'과 '고정화(Fixation)'를 야기하기 때문에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콘과 스미스는 160명의 참가자들을 메신저가 설치된 컴퓨터 앞에 앉히고 '텍사스 A&M 대학의 개선'이라는 주제로 브레인스토밍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칸막이가 쳐졌기에 참가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오직 메신저를 통해 아이디어를 내야 했죠. 참가자들 중 절반은 혼자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다음 그것을 오직 실험자에게만 전달했고, 나머지 절반은 같은 그룹의 멤버끼리 메신저의 채팅 기능을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볼 수 있었습니다.


20분 간의 브레인스토밍 세션이 끝나고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혼자 아이디어를 생각한 참가자들이 채팅을 한 참가자들보다 더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산출했습니다. 산출된 아이디어의 다양성도 더 컸죠. 하지만 두 그룹 사이에 아이디어의 참신성은 뚜렷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고, 아이디어의 심도(depth)는 반대로 채팅을 한 참가자들이 더 컸습니다. 이 결과는 처음부터 여럿이 브레인소토밍을 벌이는 것보다는 일단 각자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생각해 본 다음에 모이는 것이 아이디어의 양적인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임을 시사합니다. 또한, 채팅을 한 참가자들의 아이디어 심도가 높았다는 결과는 그들의 아이디어 다양성이 크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아이디어들이 서로 비슷해지고 몇몇 카테고리로 집중되는 '고정화'가 일어났음을 의미합니다.


콘과 스미스는 브레인스토밍이 참가자들로 하여금 다른 이의 아이디어에 순응하도록 만들고 그 때문에 아이디어의 고정화가 야기된다는 점을 후속실험을 통해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실험참가자들은 각자 2명씩 짝을 이루어 메신저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시하도록 요청 받았습니다. 헌데 함께 브레인스토밍하기로 정해진 상대편 사람은 사실 연구자들에게 고용된 공모자였죠. 공모자는 참가자들을 4그룹으로 나눠 미리 정해진 아이디어를 각각 1개, 4개, 10개, 20개를 메신저로 보여주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콘과 스미스는 공모자가 제시하는 아이디어의 개수가 참가자의 아이디어 창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했습니다. 우선, 공모자가 참가자에게 보여주는 아이디어 개수와 상관없이 참가자가 내놓는 아이디어의 양과 다양성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공모자로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받아 본 참가자일수록 공모자의 아이디어에 순응한다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공모자에게서 오직 1개의 아이디어만 전달 받은 참가자들이 아이디어의 참신성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들은 20개의 아이디어를 받아 본 참가자들에 비해 참신성 점수가 92%나 높았습니다. 이는 여럿이 아이디어를 내놓고 그것이 쌓여가는 모습을 목격하는 브레인스토밍의 특성 상, 참석자들이 다른 참석자의 의견에 순응하고 동조될 수밖에 없으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어려움을 바로 드러냅니다.  


많은 조직에서 브레인스토밍을 일상적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그리고 브레인스토밍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을 뿐 그룹 토론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브레인스토밍의 결점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가 중요할 겁니다. 콘과 스미스는 세 번째 실험을 통해서 '휴식'이 해독제임을 규명했습니다. 브레인스토밍 상대방으로 정해진 공모자로 하여금 참가자에게 세션이 시작되고 나서 10초, 3분, 6분, 9분 시점에 하나씩의 아이디어를 메신저로 제시하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을 절반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5분 정도 미로 찾기 게임을 시킨 다음에 다시 브레인스토밍의 두 번째 세션을 10분 간 계속하도록 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그런 휴식 없이 20분 동안 브레인스토밍을 해야 했죠.


결과를 분석하니, 중간에 미로 찾기 게임을 한 참가자들이 그렇지 못한 참가자들에 비해 40퍼센트나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고, 아이디어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우수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브레인스토밍을 한다면 계속 이어서 하기보다는 적절한 타이밍에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말이죠.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브레인스토밍은 기대와 달리 아이디어의 양과 질적인 측면을 보장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브레인스토밍을 해야 한다면 반드시 각자가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하고, 중간에 '한 두 번 끊어 가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순응하고 고정화되는 경향을 줄임으로써 아이디어의 양과 질을 제고할 수 있죠. 또한, 아이디어의 심도를 높인다는 결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브레인스토밍이 특정 주제에 관한 한 아이디어를 깊게 파고드는 데에 적당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냥 한번 폭넓게 논의하자는 의도로 브레인스토밍을 실행해봤자 별로 소득이 없습니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파고들 때야 브레인스토밍이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는 것이죠.


오늘도 여러분은 크고 작은 브레인스토밍을 했거나 할 예정일 겁니다. 주제가 무엇이든 브레인스토밍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많은 경우, 브레인스토밍은 기대하는 것보다 쓸모가 별로 없습니다.



(*참고논문)

Nicholas W. Kohn, Steven M. Smith(2010), Collaborative Fixation: Effects of Others’ Ideas on Brainstorming, Applied Cognitive Psycology, Vol.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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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애쉬의 '순응' 실험은 이제 너무나 유명해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애쉬의 실험은 자기 혼자 실험대상자인 줄도 모르고 공모자들이 단합해 거짓을 말할 때 자신도 집단의 압력에 굴복하여 거짓을 말하는 불편한 현상을 명료하게 보여줍니다(애쉬의 실험 내용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의사결정에 중요한 판단요소입니다. 다른 결정을 내렸다가 혼자만 피해를 보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집단의 대세를 따르려는 강력한 동기를 생성하죠. 원시사회에서 집단의 결정과 행보를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했던 이들이 맹수나 독이 든 식물, 잔인한 적들에 의해 희생되고 말았을 터이니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집단에 순응해서 살아남은 조상의 후손들입니다.

헌데 길이가 같은 선을 선택하라고 했던 애쉬의 실험은 그 결정의 중대성이 낮기 때문에 집단에 동조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순응 현상이 일어난 까닭은 분명 길이가 다른 두 선을 보면서 길이가 같다고 우기는 다른 구성원들의 대답에 동조해줘도 무방한, 중대하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만일 집단 전체나 구성원 개개인에게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결정해야 할 사안이 중대하면 순응이 약화될까요, 아니면 강화될까요?



아이오아 주립대의 심리학자 로버트 배런(Robert Baron), 조셉 반델로(Joseph Vandello), 베서니 브런즈먼(Bethany Brunsman)은 사안의 중대성이 순응과 집단 동조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실험을 통해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참가자들에게 범죄 현장을 목격한 사람의 증언이 얼마나 정확한지 평가하는 것이 실험의 목적이라고 알려줬습니다. 95명의 참가자들은 3명씩 조를 이루어 테스트를 받았는데, 슬라이드를 잠깐 본 후에 '어떤 남자의 키가 더 컸습니까?', '왼쪽의 남자가 안경을 꼈던가요?'와 같은 질문에 답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3명의 참가자 중 진짜 실험대상자는 1명이었고 나머지 2명은 일부러 틀린 답을 이야기하는 공모자들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실험대상자들에게 2가지 실험 조건을 적용했습니다. 하나는 질문의 난이도였는데, 한 그룹의 실험대상자들에게 슬라이드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거나 5초 혹은 10초 동안 길게 보여줬고, 다른 그룹에게는 슬라이드를 매우 짧게(0.5초나 1초) 보여줘서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게 했습니다.

또 하나의 실험 조건은 질문의 중대성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한 그룹의 실험대상자들에게 실험의 의도가 사람들이 얼마나 사물을 잘 인지하는지 파악해서 증언의 정확성을 테스트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적용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함으로써 질문의 중대성이 낮다고 인식케 했습니다. 다른 그룹의 실험대상자들은 질문의 중대성을 크게 느끼도록 만드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실험 결과가 경찰청과 법원에서 목격자 증언에 사용될 것이고, 목격자 식별 검사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데 쓰일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실험대상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질문에 정확하게 답한 참가자에게 20달러를 주겠다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질문의 난이도가 낮고 실험의 중대성을 작게 여기는 조건에서 참가자들 중 33%가 공모자들의 의견에 순응했습니다. 질문의 난이도가 낮고 질문의 중대성이 큰 경우에는 집단에 동조하는 경향이 낮아져서 16%의 참가자가 집단의 의견에 따랐습니다. 질문의 난이도가 낮을 때는 사안의 중대성이 순응의 정도를 약화시킨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죠. 애쉬의 실험을 비판할 수 있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의 난이도가 높을 때(즉, 슬라이드를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보고서 답해야 했을 때)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상황에서 질문의 중대성을 낮게 인식한 참가자들은 35%가 집단의 의견을 따랐지만, 실험의 중대성을 높게 인식한 참가자들은 51%나 동조했습니다. 질문이 어렵고 사안의 중대성이 높을 때 집단 동조(순응)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증거였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를 조직에서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의사결정 과정에 비춰 보면 어떨까요? 이 실험의 조건 중 질문의 난이도가 낮은 조건은 내외부 환경 변화의 흐름을 파악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고 자료도 충분한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의사결정 사안의 중대성이 낮으면, 즉 의사결정 이후에 예상되는 결과가 조직의 성패에 매우 작은 영향을 미치면, 집단이 몰고가는 방향에 순응하기 쉬움을 보여줍니다. 내외부 환경을 잘 인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안도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 집단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더라도 별 위험이 없다고 간주하리라 추측됩니다. 반대로 의사결정의 중대성이 커지면 이미 확보했거나 충분히 용이하게 입수가 가능한 근거를 바탕으로 집단의 의견에 저항하여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겠죠.

헌데 이런 상황(질문의 난이도가 낮은 상황)은 조직 내에서 자주 있는 경우가 아닙니다. 있다 하더라도 질문의 범위나 수준이 조직의 일부나 개개인 수준에 그칩니다. 매출과 이익,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인력 운용의 방향, 제휴나 인수합병 등 조직에서 제기되는 대부분의 전략적 질문은 난이도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결정에 따른 파급효과 중대성도 큽니다. 관련된 근거를 찾기가 어렵고 상황 탐색을 위한 시간도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채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럴 때 자기 목소리를 숨기고 집단의 의견에 따르려는 동기가 매우 크다는 것을 위 실험이 추측케 합니다. 특히 목소리가 크고 영향력이 큰 사람이 확신을 가지고 한쪽으로 의견을 몰고갈 때 더욱 그러합니다(이것은 위 연구자들의 후속실험에서 밝혀진 바임). 이런 이유 때문인지 위급하고 중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제3자가 보기에 우스꽝스럽거나 실패로 막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의사결정의 난이도와 중대성이 동시에 높은 상황에서 집단의 의견에 순응하기 쉽다는 사실은 조직 내에서 의사결정의 책임을 지고 이끄는 리더가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교훈입니다. 만장일치가 의사결정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장일치의 문화는 조직의 건강이 위험하다는 뚜렷한 신호 중 하나힙니다. 의사결정의 책임을 집단에게 떠넘김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동기에서 만장일치가 나오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내며 갑론을박하는 상황이 건강한 의사결정 과정입니다. 개인이 집단에 동조하도록 유도하는 교묘한 장치나 문화를 걷어내는 일이 의사결정의 건강함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겁니다.

오늘 사장님이 주재한 전략회의에서 여러분은 자신의 의견을 숨김 없이 피력했습니까? 


(*참고 논문)
 The Forgotten Variable in Conformity Research:Impact of Task Importance on Social Influ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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