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나는 12권의 책을 읽었다.
많이 읽은 것 같지만, 얇고 간결한 책이 3권이나 되니 자랑할 일은 아니다.

상반기(1~6월)에는 모두 45권의 책을 읽었다.
하반기에 55권을 읽어서 100권을 채울 요량이다


바람 샤워 in 라틴 : 만화가가 라틴 아메리카를 1년 넘게 여행하면서 겪은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가볍게 터치한다. 깊이가 약하고 단편적인 면이 흠이지만, 멀게 느껴지는 남미를 가깝게 느끼기에는 적당한 책이다. 스타벅스에 비치돼 있길래 읽었다.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저자가 과학의 눈으로 현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조망한다. 권력자가 과학을 홀대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저자는 왜 우리가 과학을 알아야하고 왜 진흥해야 하는지를 독특하고 설득력 있는 문체로 주장한다. 일독을 권한다.

메이저리그 경영학 : 경영컨설턴트이면서 야구 칼럼리스트이기도 한 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팀 운영방식, 선수관리방식 등으로부터 경영의 시사점을 재미있게 서술한다. 야구에서는 당연한 방식이 기업 조직에서는 무시되거나 경시된다. 야구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일독을 권한다.

대체 뭐가 문제야? : 문제해결 과정에서 '문제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책 곳곳에서 저자의 번뜩이는 시각과 아이디어를 접했다. 얇고 간결한 책이지만 속이 꽉 차있다. 재미있기도 하다.

야성적 충동 : 주류 경제학의 기반인 '합리적인 경제적 인간 모델'을 비판하는 책이다.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이야기했다. 중간중간 유익한 단편이 있지만, 잘 읽히지 않았다. 번역 탓인지 독해력의 부족 때문인지 모르겠다.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가설사고, 생각을 뒤집어라 : 문제해결 과정에서 '가설 지향적 사고'가 얼마나 필수적이고 중요한지를 설명한 책이다. 아는 내용이었으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읽었다. 가설지향적 사고가 책 한 권으로 엮을 만한 분량이 되는지는 의심스러우나, 초심자들이 가설의 중요성과 유용함을 습득하기에 적절한 책이다.

스타벅스 사람들 : 스타벅스가 왜 그렇게 놀라운 성공을 거뒀는지, 그 성공요인을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스타벅스에 대해 비판적으로 책을 썼다고는 하나 거의 모든 내용이 칭찬 일색이다. 정말 그럴까, 란 의심 속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역시 스타벅스에 비치돼 있길래 읽었다.

논리학 실험실 : 제목을 보면 논리학에 관한 책인듯 하지만 열어보면 과학에서의 논증과 추론에 관한 책이다. 논증의 구조, 실증 및 논거의 의미 등을 명확하게 습득하는 데에 이만한 책은 없다. 과학적 논증을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된다.

악!법이라고? : 1시간만에 읽을 수 있는 아주 얇은 책. 책이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한 두께지만, 그 안에 포함된 내용은 꽤 무게가 나간다. 'MB악법'의 실체를 이해하기 쉽게 만화로 엮었다. 정부가 하는 일이 다 국민들을 위하는 일이겠거니, 생각한다면 각잡고 이 책을 읽기 바란다.

넛지 : 행동경제학의 연구 결과들이 현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사례로 풀어준다. 실수가 잦은 행동을 줄여주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 어떻게 '넛지'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 명쾌한 해답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은 각잡고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제발 독창적인 연구를 좀 하기 바란다.

니콜라 테슬라, 과학적 상상력의 비밀 : 에디슨과 동시대를 살았던 천재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의 상상력에 대해 서술한 책. 사람들은 테슬라보다 에디슨을 더 많이 기억하지만, 테슬라는 현재 우리가 누리는 정보통신 기술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다. 평전도 아니고 과학서도 아닌, 약간 어정쩡한 책이긴 하나, 테슬라의 위대함을 아직 모른다면 일독을 권한다.

후불제 민주주의 : 문장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명쾌하고 간결한 유시민의 문장에 홀딱 반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수백년의 역사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빌려와 안착시킨 민주주의다. 따라서 우리는 그 비용을 지금에서 지불(후불)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한다. 참여정부 시절에 저자를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예언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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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와 친하십니까?   

2009. 6. 17. 09:52

살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합니다. 개인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공동체의 문제 등 하루에도 갖가지 문제에 맞닥뜨리며 삽니다. 마치 누군가가 매일 무한대의 크기를 가진 문제은행에서 문제를 한움큼 꺼내 인류를 향해 뿌려대는 것만 같습니다. 그것이 사소하든 심각하든 우리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주어질 겁니다.

문제(problem)라는 단어는 어떤 뜻일까요? 개인마다 차이가 좀 있겠지만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아마 여러분의 뇌 속에 있는 편도체가 움찔하며 반응할 겁니다. 아몬드만한 크기의 편도체는 불안함과 공포를 인식하여 그에 따른 호르몬을 분비하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심장이 강하게 박동하고 소름이 돋고 팔다리가 잔뜩 긴장하는 이유는 편도체의 작용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급하고 위험한 상황이 아닌데도 '그것이 참 문제야'라는 말을 듣는 순간 편도체가 반응을 보입니다. 이유는 문제라는 말이 뇌 속에 강렬하게 심어 놓은 의미 때문입니다. 문제는 현상황에 대한 도전이자 위협이고, 그것을 풀지 못하면 자칫 위험에 빠질 거라는 '의미 발전'의 연쇄반응이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통 '문제는 불편하고 나쁜 것이므로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잠정적인 정의를 내립니다.

제가 잘 가는 스타벅스를 그려봤습니다. ^^ 문제에 직면했을 때 찻집에 앉아 차분히 생각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지요.


문제(problem)라는 단어의 어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이런 '정서적인' 정의와는 다른 의미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스어로 문제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그리스어 'problema'는 단순히 '앞에 던져진 것'을 뜻합니다. 주의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음을 나타낼 뿐, 반드시 풀어내야 할 '나쁜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내 앞에 던져진 꾸러미 안에 금덩어리가 들었을지 모르니까요. 

부정적이고 불편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휴우, 이걸 어떻게 하면 좋아'라며 비관적인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불안하고 초조해서 발만 동동 구르면 꾸러미에 감히 접근할 용기가 생기지 않을 뿐더러 계속 지체하다가는 금덩어리가 든 꾸러미를 누군가가 낚아채갈지 모릅니다. 또한 마음이 급해져서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해결책을 실행하다가 낭패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내 앞에 던져진 저 꾸러미 안엔 뭐가 들었을까 궁금증을 가지고 접근할 때 꾸러미를 묶은 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공포와 불안감에 빠지려는 스스로를 다독이고 의식적으로 호기심을 발동해 보면 어떨까요? 이 문제는 왜 내게 던져졌을까, 문제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문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누그러지고 객관적으로 차분히 문제를 바라보게 됩니다. 문제를 타인의 문제로 인식하는 태도도 도움이 되죠.

'반드시 문제를 멋지게 해결하고 말테야' 라고 의욕을 앞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못 풀어도 좋으니 한번 알아나 볼까?' 라고 가볍게 생각하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립니다. '문제를 해결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 'solve'는 라틴어인 'solvere'에서 유래했는데, '바로잡다, 없애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풀어 헤치다'라는 뜻입니다. 그저 꾸러미를 열어 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solve입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하라는 말은 곧 문제 정의가 문제 해결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다시 말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불안감으로 인해 해결책을 먼저 쏟아내기보다는, 문제 꾸러미의 내용물이 뭔지 먼저 뜯어보고 살펴봄으로써 '아, 이게 정확한 문제구나'라는 '문제 정의'가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문제가 뭔지 알지 못하고는 문제를 풀 수 없고, 풀었다 해도 잘못된 해결책이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처한 문제 중에 하나를 생각해 낸 다음 포스트잇에 한 문장으로 써 보십시오. 그것을 모니터 귀퉁이 같이 눈 가는 곳에 붙여 놓아 보세요. 처음엔 볼 때마다 껄끄럽고 짜증나고 불안하지만 좀 지나면 그 문제가 친구처럼 익숙해집니다. 그 순간이 바로 문제를 풀 적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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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는 모두 9권의 책을 읽었다. 몸이 안 좋아 좀 쉬면서 일을 하는데, 그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더 많아졌다.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은데, 읽을 시간이 없다고 푸념하는 내 자신을 반성해 본다.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 그는 파인만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게 파인만의 이론을 증명했지만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물리학자보다는 사상가로서의 그의 독특하고 약간은 반골적인 시각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전쟁을 없애기 위해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고, 또한 핵무기 군축을 지지했던 그의 인생은 그 자체로 아이러니한 세계사를 반영한다.

미러링 피플 :  우리가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공감하는 이유는 뇌 속에 미러링 뉴런(거울 뉴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러링 뉴런은 인간 사회를 강력하게 묶는 매개체이고, 인간의 지능과 지혜가 발현되는 근원처이다. 과학서지만 꼭 읽을 필요가 있다.

톨스토이 단편선 :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홀짝 거리면서 2시간 내에 다 읽은 책이다. 톨스토이의 기독교주의적인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따뜻한 글로 채워져 있다. 마음이 착해지는 책이다.

책 읽어주는 남자 :  이 책을 99년에 읽은 적이 있는데, 요즘 영화화됐다고 해서 다시 읽었다. 불과 10년 전 책인데, 오래된 책 특유의 냄새가 정겨웠다. 독일문학 책이라서 그런지 철학적이고 서사적인 문장이 처음에는 껄끄러웠으나 읽다보면 그 흐름에 동화된다. 사족이지만, 한나 역으로 케이트 윈슬렛은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적확한 캐스팅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대학 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탐독하며 여러 날을 허무하고 염세적인 기분에 젖었었다. 난 그가 달리기를 그렇게 사랑했는지 이번에 알게 됐는데, 나도 그처럼 달리기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정도로 맛있는 문체로 잔잔하게 자신의 달리기 역사를 펼쳐간다.

발칙한 유럽산책 : 서점에서 한 두페이지 읽어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사게 된 책이다. 유머와 음담패설을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자신이 여행했던 유럽의 도시를 이야기한다. 내가 가본 유럽 도시에 대해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유쾌해지고 싶을 때, 유럽의 도시가 그리울 때 이 책을 읽는 건 어떨까?

뉴 골든 에이지 : 인도계 미국 경제학자가 쓴 경제 예측서다. 그의 스승과 그가 발견한 사회순환법칙을 적용해서 미국이란 나라의 붕괴를 예견하는 책이다. 미국은 지금 온갖 부패가 만연하고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탐획자 시대'의 말기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그는 곧 그 시대가 마감되고 '전사의 시대'가 올 거라 예견하면서 머지 않아 미국에 황금의 시대가 열릴 거라 예언한다. 두고봐야 알 터이지만, 역사와 정치를 꿰뚫어보는 그의 혜안이 놀랍다. 읽어보기 바란다. 

서늘한 광채 : 1부는 소설 형식으로, 2부는 과학서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뇌과학과 현상학을 통해 의식의 근원을 해석한 책인데, 배경지식이 없으면 쉽게 읽히지 않는다. 의식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어떻게 발현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된다.  

자유의지, 그 환상의 진화 : 인간의 자유의지는 뇌 속에 존재하는 환상이라고 주장하는 생물학자의 책이다. 신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선물로 내려줬다는 기독교적인 입장에서는 이 책의 서술이 마땅찮을지도 모르겠다. 자유의지라는 환상은 진화를 통해 획득한 형질이라는 진화생물학의 관점을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독일어권(오스트리아) 책이라 관념적으로 서술된 문장이 쉽게 읽히지는 않으니 천천히 읽을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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