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사업을 제대로 해나가려면 전반적으로 고른 역량을 갖춘 제너럴리스트와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수준의 역량을 지닌 스페셜리스트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전문 역량이 필요한 직무에 제너럴리스트를 배치하거나, 제너럴리스트가 담당해야 할 업무를 스페셜리스트에게 요구하는 식으로 인력을 활용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하죠. 


그러나 실제로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를 채용하려는, 편향적인 채용 결정이 매우 자주 일어납니다. 이를 '제너럴리스트 편향(Generalist Bias)'이라고 부릅니다. 심지어 스페셜리스트가 배치되어야 할 직무에도 여러 영역에 고르게(하지만 깊지는 않은) 역량을 지닌 제너럴리스트가 더 선호되는 경향이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언뜻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홍콩대학교의 롱 왕(Long Wang)은 이러한 편향이 매우 일반적이라는 점을 일련의 실험을 통해 규명했습니다.





왕은 학생들에게 '공 맞히기 게임(ball-hitting game)'에서 자신과 같은 팀을 이룰 선수를 2명의 후보자 중에서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게임에서 녹색공을 맞히면 30점, 청색공을 맞히면 20점, 황색공을 맞히면 10점, 적색공을 맞히면 0점을 딸 수 있었는데, 학생들에게 소개된 2명의 후보자가 각 공을 맞힐 확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후보자 A

녹색공 : 10%

청색공 : 40%

황색공 : 20%

적색공 : 30%


후보자 B

녹색공 : 45%

청색공 : 0%

황색공 : 0%

적색공 : 55%


여러분은 두 사람 중에서 누구를 팀 동료로 선택하고 싶습니까? 왕의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 중 72퍼센트가 녹색공만을 특별히 잘 맞히는 후보자 B보다는 여러 색깔의 공을 비교적 고르게 맞히는 후보자 A를 선택했습니다.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를 선호한 것이죠. 학생들이 기댓값(expected value)를 몰라서 이런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기에 왕은 각 후보자의 기댓값을 계산한 후에 결정을 내리도록 했습니다. 후보자 A의 기댓값은 13점, 후보자 B의 기댓값은 13.5점이므로 당연히 후보자 B를 더 선호할 거라고 기대했지만, 여전히 학생들 중 70퍼센트는 제너럴리스트인 후보자 A를 선택했습니다. '제너럴리스트 편향'이 아주 강력하게 나타났던 것이죠. 좀더 조사해보니 경제학이나 통계학을 수강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도 43퍼센트나 후보자 A를 선택했습니다. 사실 적색공을 맞혀봤자 점수는 0점인데도, 후보자 A(제너럴리스트)를 선택한 학생들 중 66퍼센트가 적색공을 맞힐 확률에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NBA(미국 프로농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제너럴리스트 편향이 나타났습니다. 왕은 농구 통계 자료를 분석하여 3점슛 전문 선수가 3점슛을 성공시킬 때보다 2점슛으로 득점할 때 보상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는 스페셜리스트가 스페셜리스트의 역할을 할 때보다 제너럴리스트적인 행동을 할 때 조직에 더 많이 기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왕은 이와 더불어 전반적으로 2점 슈터들이 3점슛 전문 선수보다 더 보상 받는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후속실험에서 왕은 농구팬 287명에게 3점슛 전문 선수를 필요로 하는 농구팀 단장의 입장이라면 2명의 선수 중 누구를 뽑고 싶은지, 누구에게 더 많은 연봉을 주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후보자 A는 모든 영역에서 고른 성적을 보였고, 후보자 B는 3점슛 영역에서 매우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NBA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왕은 참가자들 중 절반에게는 후보자 A와 B의 성적을 모두 보여주고 1명을 선택하라고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두 후보자 중 한 사람의 정보만 보여주고 선발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후보자 B(스페셜리스트)의 정보만을 접한 참가자들은 그를 선수로 선발하려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하지만 후보자 A와 B의 성적 데이터를 비교해서 볼 수 있었던 참가자들은 분명히 3점슛 전문 선수가 팀에 필요한 상황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A(제너럴리스트)를 더 선호했죠. 스페셜리스트가 제너럴리스트와 서로 비교되는 조건에서 제너럴리스트 편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결과였습니다. 


NBA 선수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 와닿지 않는다면, 왕이 또다른 실험에서 HR(인사) 담당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제너럴리스트 편향이 강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5년 이상 보상(Compensation) 분야의 경력을 가진 사람을 뽑아야 하는 채용조건인데도, 실험 참가자들은 보상 분야에서 6년 이상 일한 지원자보다는 인사의 여러 영역에서 고르게 경력을 쌓았지만 보상 분야에서는 4년 밖에 일하지 않은 지원자와 인터뷰하기를 더 원했습니다. 채용조건인 '보상 분야 5년 이상'에 미달하는데도 말입니다.


왕은 몬스터(Monster)와 캐어러빌더(CarerBuilder)라는 채용 사이트에 접수된 HR제너럴리스트와 HR스페셜리스트 구인광고를 분석했는데,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제너럴리스트 편향에 빠져 있지만 큰 기업이 작업 기업보다 편향의 정도가 더 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큰 기업일수록 HR스페셜리스트를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구인광고를 보면 지원자에게 여러 분야의 인사 업무를 수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즉 대기업은 '여러 업무를 다룰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 결국 제너럴리스트를 더 선호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왜 스페셜리스트는 제너럴리스트보다 덜 선택될까요? 제너럴리스트에 쏠리는 현상은 극단적인 것을 싫어하는 인간의 심리에서 기인합니다. 특히 스페셜리스트가 제너럴리스트와 비교될 때는 스페셜리스트의 강점보다는 약점이 의사결정자에게 더 큰 인상을 주기 마련이라서 아무리 특정 역량이 뛰어나다 해도 그 강점은 평가절하되고 맙니다. 스페셜리스트의 강점이 다른 직원들의 지원을 받아야만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제너럴리스트 편향에 한몫 합니다.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제너럴리스트 지원자들과 비교함으로써 스페셜리스트 지원자를 배제하려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한 직무에 어찌된 일인지 제너럴리스트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채용과 이동배치 과정에서 제너럴리스트 편향이 깊숙이 관여됐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왠일인지 제너럴리스트가 너무 많다 싶지 않습니까?



(*참고논문)

Long Wang, J. Keith Murnighan(2012), The generalist bia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Vol.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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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리스트 대 스페셜리스트   

2010. 11. 25. 09:00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 유명한 문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2가지의 선택지가 있을 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라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을 (개탄하며) 표현하는 문장이죠.

기업에서 인력을 운용할 때 이 문장과 비슷하게 보이는 문장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제너럴리스트가 먼저냐, 스페셜리스트가 먼저냐"

두 개의 인력육성 방향 중에 무엇이 먼저냐에 대해 토론을 해보면 "여러 분야의 일을 두루두루 알아야 협력이 잘 되어 조직 전체의 성과가 향상된다", "무슨 소리! 직원들이 전문성을 가지지 못하면 경쟁사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란 두 개의 의견이 '다람쥐 쳇바퀴'를 돕니다. 전혀 합의에 이르지 못하죠.


그래도 요즘엔 의견의 차이가 많이 좁혀져서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일정기간 여러 직무를 경험하게 하고, 그 뒤에는 전문직무를 선택해서 그 직무에서 계속 전문성을 쌓게 한다는 T자형 모델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초기엔 제너럴리스트로 키우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스페셜리스트로 키우자는 거죠.

하지만 T자형 모델에 대해서도 반론의 힘은 강력합니다. 스페셜리스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신입사원들이 여러 직무를 경험하도록 하는 제도에 대해 "신입사원을 뽑아 이제 좀 일을 시킬 만한데 다른 부서로 순환시켜서 되겠느냐, 1~2년만 있다가 떠날 거라면 그 신입사원에게 제대로 신경 써서 일을 가르치겠느냐"라고 반론을 제기합니다. 특히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부서들이 이런 의견을 강력하게 이야기합니다.

반면, 제너럴리스트를 주장하는 사람은 "신입사원들이 몇 개의 직무를 경험한다고 해서 회사 업무 전체를 알겠는가? 대리, 과장으로 올라가서도 두루두루 여러 직무로 순환시켜야 다른 부서가 뭘 하는지 알기 때문에 서로 협조가 잘 이루어진다"라고 말하면서 직급이 높은 직원들도 정기적으로 순환시켜야 한다고 반론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력을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제너럴리스트일까요, 스페셜리스트일까요? 요즘은 전문가가 대접 받는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설문을 해보면 스페셜리스트가 우선이라는 대답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스페셜리스트로 조직에서 육성된 사람들과 인터뷰하면 이런 불만을 토로합니다. "한 직무에 오래 있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진다. 게다가 승진되고 대우 받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제너럴리스트다"라고 말합니다. 참인지 거짓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상대적인 불이익을 뜻하는 대답을 인터뷰할 때마다 듣습니다.

제너럴리스트에게는 불만이 없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좀 일할 만하면 강제로 다른 부서로 순환시키기 때문에 전문성을 쌓을 기회가 없다. 어느 부서로 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자녀 교육이나 주거 등 개인사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러다가 직급이 높아지면 전문성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힐 것 같다"라면서 역시 상대적인 불이익을 걱정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불만들이 모두 하나의 회사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제너럴리스트가 먼저냐, 스페셜리스트가 먼저냐" 둘 다 장점과 단점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들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누군가 이 질문을 묻는다면, 솔직히 말해 저 역시 딱 부러지게 어느 하나를 제시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둘 중 하나를 굳이 고르라고 하면 '스페셜리스트'를 선택하겠습니다. 스페셜리스트의 일반적인 장점은 여러분이 익히 알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스페셜리스트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스페셜리스트를 우선하는 조직이 협력을 더 잘 이끌어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너럴리스트로 키우는 게 여러 업무를 두루 알기 때문에 부서 간의 협조가 더 공고해진다는 기존의 통념과 배치되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대리, 과장이 되어도 직무 순환을 강제하는조직(제너럴리스트로 육성하는 조직)들은 대개 2~3년의 주기로 인력을 이동시킵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직원들은 단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동기를 가지기 때문이죠. 조직의 장기적인 성과에 해악이 될지라도 당장 이룰 수 있는 업적에 초점을 맞춥니다. 단기적인 성과에 열을 올린다면 과연 다른 부서(혹은 다른 사람)의 협조 요청에 자발적으로 손발을 걷어부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른 부서로 옮길 타이밍이 된다면 열심히 해봤자 그 성과는 자신에게 남는 게 아니기 때문에(즉 자신과 상관이 없기 때문에) 일을 대충 마무리짓고 다른 사람의 협조 요청에도 무성의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떠날 마당에 어려운 일을 떠맡으려 할까요? 때로는 '작은 배신'이 야기되기도 합니다. 해주기로 말만 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다른 부서로 낼름 가버리는 거죠.

따라서 단기로 인력을 순환시키는 제도는 조직 내 협력을 오히려 저해합니다. 다른 부서가 뭘하는지 알고 경험해야만 협조가 잘 되거라는 생각은 일종의 '신화(myth)'입니다. 회사에 오래 근무하면 스페셜리스트라도 다른 부서의 일이 무엇인지 대략 파악할 수 있습니다. 꼭 인력을 순환시켜야만 할까요?

로버트 액설로드는 "협력의 기초는 '관계의 지속성'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이 협력을 고양하기 위한 최고의 전략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관계를 지속시키는 방법은 인력을 한 직무에서 전문성을 쌓게 하는 '스페셜리스트 우선 전략'이죠.

제너럴리스트가 먼저라고 해서 인력을 순환시키는 제도는 겨우 만들어진 소중한 협조 관계를 칼로 잘라버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입니다. 이런 손실보다 인력을 순환시킬 때의 이득이 더 클 경우에만 자신 있게 '제너럴리스트가 먼저'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제너럴리스트가 먼저입니까, 스페셜리스트가 먼저입니까? 이 질문에 답을 못하겠더라도 관계의 지속성이 협력을 이끌어내는 기초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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