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침대 매트리스의 공통점   

2010. 9. 30. 09:00


"뇌와 침대 매트리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마이클 콘래드는 재닌 베니어스와 인터뷰를 할 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답이 무엇일까요? 뇌와 침대 매트리스 사이엔 어떤 유사성이 있기에 콘래드는 이런 질문을 불쑥 꺼낸 걸까요?

콘래드는 우물쭈물하며 답을 못하는 베니어스에게 이렇게 답합니다. "침대 매트리스에서 스프링 하나를 빼내도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뇌도 무엇인가가 많이 중복돼 있어서 어떤 부분이 고장이 나도 뇌는 잘 작동합니다."


물고기의 신경 회로를 살펴보면 회로들이 깔끔하게 배열돼 있지 않습니다. 하나의 회로 위에 또 다른 회로가 얹어져 있는 모습이죠. 하등동물이니까 그렇다구요? 아닙니다. 인간의 뇌는 더 조잡하게 구성돼 있습니다.신경들이 마치 누더기처럼 이것저것을 덧대어 붙인 형국입니다. 조잡하게 만들어졌다 해서 클루지(Kludge, 조악하고 잡스러운 인터페이스) 같다고 말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렇게 누더기처럼 뇌가 구성된 덕택에 어느 한 부분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도 다른 부분이 그 일을 대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능력은 인간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대대손손 생존할 수 있게 해주었죠. 만약 인간의 뇌가 중복된 부분 없이 깔끔하게 '딱 있어야 할 것'으로만 만들어졌다면 벌써 오래 전에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겁니다.

반면에 컴퓨터는 어떻습니까? 프로그래밍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겁니다. 프로그램 코드에 콤마나 마침표 하나만 잘못 찍혀도 에러가 있다면서 작동을 거부합니다. 인간의 뇌라면 콤마 하나 정도는 그냥 넘어가지만 컴퓨터는 그럴 의도도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조직은 기계에 가까울까요, 아니면 생명체에 가까울까요? 여러분은 기계보다는 생명체에 가깝다는 대답을 대부분 할 겁니다. 맞습니다. 조직은 생명체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클루지' 같습니다. 뭔가 중복돼 있고 뭔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아 보입니다. 갖은 노력을 기울여서 '반듯하게' 조직을 구성해 놓아도 시간이 좀 흐르면 예전으로 돌아가 버리기도 합니다.

조직이 생명체에 가깝다는 걸 수용한다면, 생명체의 특성인 조잡스러움과 중복적인 '누더기성(性)'이 그저 나쁜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에 이릅니다. 이 부서가 하는 일을 저 부서에서도 하고 있거나, 업무의 흐름이 신속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정체를 보이는 현상 모두가 반드시 타파하고 제거해야 할 비효율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뇌가 환경에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조직의 비효율성은 환경의 가차없는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만들어진 메커니즘일지도 모릅니다. 침대 매트리스에서 스프링 하나를 빼내도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것처럼, 한 부서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조직이 잘 굴러가게 만들기 위한 능동적인 방어 장치일지도 모르죠.

조직을 완전한 생명체로 볼 수는 없겠지만, 결점이 있더라도 그것이 치명적이지 않는 한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생명체와 상당히 흡사한 특징을 지닙니다. 그렇다면, 조직을 경영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CPU가 개별장치에 명령을 내리는 식의 중앙집권적 통솔체계를 지양해야 합니다. 직원 각자가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하고 나름의 권한을 가지고 업무에 매진하도록 뒷받침해야 합니다. 동일한 권한을 나눠 가진 독립체이면서 동시에 '인적 네트워크'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직원들을 다뤄야 합니다. 인간의 뇌가 그렇게 하듯이 말입니다.

'Slack(여유)'없이 업무량에 꼭 맞게만 인력을 운용하자, 업무의 중복됨이 없이 부서들의 업무분장을 깔끔히 하자,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없애자, 등의 시도들은 콤마 하나만 잘못 찍혀도 동작을 하지 않는 컴퓨터로 조직을 전락시키는 꼴이니 역시 지양해야 할 조치들이죠.

스프링이 침대 매트리스 안에 많이 들어간 이유가 분명합니다.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서죠. 똑같은 모양의 스프링이 중복되어 들어갔다면서 하나의 거대한 스프링 하나로만 매트리스를 만들면 어떨까요? 당연히 이런 침대는 한 대도 팔리지 못하고 망하겠죠. 

여러분 조직의 '힘 있는 그'가 매트리스에 들어간 스프링의 중복을 못 참는 사람이라면, 그를 말리세요. 그렇지 않으면 조금만 충격이 가해져도 금방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 조직이 되고 말 겁니다.


(*사례 출처 : '생체모방', 시스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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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에는 모두 4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7월에 10일 넘게 여행을 다녀온지라 읽은 양이 적습니다. 여름 휴가철만 되면 '휴가 때 읽어야 할 책'이라는 타이틀로 여기저기서 추천이 잇따르지만(저도 추천한 바 있지요 ^^), 실제로 휴가 때 책 읽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개인에 따라 책 읽기가 업무의 연장선에 있다고 느껴진다면 책에 손이 가기 어렵겠죠.

암튼 7월에는 책 읽기도 휴가를 내버렸으니(?), 8월에는 좀더 많은 양의 책을 읽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주문도 해 뒀지요.


7월에 읽은 책 4권은 모두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소위 '강추'입니다. ^^ 즐거운 독서 생활하세요.


선택실험실
쉬나의 선택 실험실 : 우리에게 옳은 선택이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묵직하게 던져주는 책. 선택과 관련한 여러 가지 심리 연구들이 잘 정리된 책입니다. 제가 북모닝CEO에 서평을 남기기도 했지요. 여러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위험한 경영학
위험한 경영학 : 경영학의 실체를 파헤치고 소위 경영의 구루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헛된 이론을 맹렬하게 비판하는 책. 유명한 컨설팅 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느꼈던 컨설팅의 부조리함도 동시에 고발합니다. 경영학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은 분들게 이 책을 강추합니다. '여기'에 책 내용에 대한 정리를 해두었으니 참고하세요.


SLACK
Slack(슬랙) : 사실 별 생각 없이 들춰본 책이었는데, 그 내용에 빠져든 책입니다.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유와 약간의 비효율에서 창의가 발현된다는 저자의 생각에는 깊게 공감합니다. 무조건 열심히 하면 뭔가 이뤄진다는 생각에 천착한 경영자라면 이 책이 자신의 경영철학을 반성케 할 겁니다. 강추합니다. 책의 내용을 정리한 저의 포스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 : '대칭'과 관련한 수학의 역사와 연구의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교양과학서입니다. 갈루아가 창시한 '군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서술되지요. 수학적인 배경이 약하다면 이 책은 읽기가 녹록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도 꽤 힘들었지요. 하지만 수학에서 말하는 대칭의 개념을 이 책처럼 개괄한 책은 없을 겁니다. 수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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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적고 느슨한 조직이 성공한다   

2010. 7. 16. 09:00

'슬랙(Slack)'이란 책을 완독했습니다. 느림과 여유를 가지고 조직을 관리해야 지속가능한 기업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생각이 새롭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포스팅한 '노는 직원은 그냥 놀게 놔두세요'란 글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의 책입니다.

'더 많은 압박을 가하면 더 많은 아웃풋을 기대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란 신념에 가득 찬 리더라면, 이 책을 읽고 진정한 관리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네요. 좀 급진적인 내용이 많은 책이기에 거부감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시각을 충전하는 데 더없이 좋은 책입니다.

책에서 좋은 문구를 만날 때마다 트위터에 글을 남겼습니다. 아래의 글들은 그 트윗들을 모은 것입니다. 많은 트위터 친구 분들이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책이 대체로 어떤 주장을 펼치는지 아래의 글을 보면 짐작이 될 겁니다. 하지만 맥락을 생략한 단편적인 트윗이기 때문에 오해하지 않으려면 꼭 책을 읽기를 권합니다.


(* 책의 문구를 그대로 옮긴 것도 있고, 주장하는 바를 정리한 것도 있다는 점을 알립니다.*)

SLACK (톰 드마르코, 인사이트)

"야근을 하는 관리자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기 때문이다"

"나쁜 관리의 제1법칙, 무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걸 더 많이 하라"

"나쁜 관리의 제2법칙, 관리자 자신이 만능선수가 되라"

"그저 돌아가면서 사장에게 보고하는 것은 회의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사장의 '사장다움'을 인정하고 축하하는 의식에 불과하다."

" '할 수 있다' 태도는 여러 기업에 만연해 있다. 이러한 태도는 리스크 관리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지식근로자들이 일하는 조직에서 건전한 경쟁과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다. 모든 내부경쟁은 파괴적이다"

"리더십의 시도가 실패하면 권한이 충분히 없었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리더십은 충분한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조직에게 MBO는 마치 과거 공산주의 체제에서의 계획경제와도 같은 것이다"

"효율적인 기업일수록 리스크를 회피한다. 리스크를 회피하면 얻을 게 별로 없다"

"빈정거림, 비꼼, 비난, 개인적인 조롱, 공적인 자리에서의 굴욕, 분노, 상사의 짜증, 눈치 보기....이런 것들이 조직의 필수적인 변화를 가로막는 진정한 적이다"

"매일 야근, 납기의 과도한 단축, 프로세스 표준화에 대한 압박....이 모든 것의 근본원인은 바로 '두려움'이다"

"납기일이 빠듯해서 납기준수가 어렵다고 말하면, 인력을 있는대로 동원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많은 사람을 투입하면 납기가 오히려 늦어질 뿐이다"

"여러분의 회사가 두려움의 문화를 가진 조직이라면, 살아남은 관리자들은 죄다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일 것이다"

"나(저자)는 열심히 일하고 늦게까지 일하는 관리자에게 어떠한 감명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절대 바빠 보이지 않는 관리자들에게 훨씬 더 큰 감동을 받는다"

"프로젝트를 12개월로 계획했는데 18개월이 걸렸다면 '12개월로 타이트하게 계획했기 때문에 그나마 18개월 안에 끝난 거야'라고 말하면서 위안을 삼는다. 그런 사람들에겐 마음껏 비웃어주고 싶다"

"일정에 대한 책임은 일정을 못맞춘 하급자가 아니라, 일정을 수립한 관리자가 져야 한다"

"경험상 납기 단축을 강조하는 프로젝트들은 예외 없이 대실패로 끝났다. 그런 프로젝트는 빠져나가는 게 상책이다"

"직원들에게 야근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직원들은 알게모르게 '유휴시간(개인적인 용도로 보내는 시간)' 삽입으로 대응한다."

"직원들에게 압력을 가하면 일을 빨리, 그리고 많이 하리라 기대하는 생각은 노예들에게나 맞는 생각이다"

"지식근로자들에 대한 인센티브는 그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른다는 슬픈 고백일 뿐이다. 그런 인센티브들은 대개 하찮은 것들이다. 그런 것으로 이전과 현격히 다른 행동을 유도할 수 없다"

"기업의 건전한 자산으로 다른 산업을 기웃거리는 행동은 자기들이 가장 잘 아는 영역에서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증거다"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니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이용 당했다'고 느낀다는 점이었다"

"바쁜(busyness) 조직보다 신속한 반응(responsiveness)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라. 그러기 위해선 '여유(slack)'가 필수적이다"

"교육훈련이란 전문가의 속도보다 훨씬 천천히 새로운 것을 반복해보는 연습이다."

"신뢰성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줘야 남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말은 거짓이다. 상대방을 먼저 신뢰할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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