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상사에게 보고해야 할 사항이 매출이 급증했다거나 특허를 획득했다는 것과 같이 긍정적인 내용이라면 상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아주 시니컬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상사는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겁니다. 반대로 매출이 급락했다거나 고객으로부터 클래임을 받았다는 것처럼 부정적인 내용이라면 어떨까요? 부정적인 보고 내용에 기분 좋아할 사람은 없겠죠? 상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심각한 표정을 지며 우울해 하거나 이런 저런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책임 소재를 따지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겠죠.


헌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식의 보고 내용이라면 상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신제품이 출시됐는데 시장의 첫 반응을 살펴보니 대박을 터뜨릴지 머지않아 시장에서 퇴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보고를 들은 후 상사의 기분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이런 경우는 전형적인 상사의 반응을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제이콥 허쉬(Jacob B. Hirsh)와 마이클 인즈리히트(Michael Inzlicht)는 "불확실하다"는 정보를 접하고 나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의 크기가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뇌파 검사를 통해 밝혀냈습니다.






허쉬와 인즈리히트는 41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모집하여 먼저 다섯 가지 요소로 성격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런 다음 각자의 머리에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전극 모자를 씌우고 컴퓨터 모니터 상에 표시가 나온 후 1초가 흘렀다고 짐작될 때 키보드를 누르도록 했습니다. 참가자가 비교적 정확하게 타이밍을 맞히면 화면에 플러스(+) 표시가, 1초에서 벗어나면 마이너스(-) 표시가, 그리고 정확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물음표(?) 표시가 나타났습니다. 사실 참가자가 키보드를 정확한 타이밍에 누르든 그렇지 않든 세 가지 표시는 총 168회를 실시하는 동안 거의 같은 빈도로 나오도록 조치했죠.


실험이 끝난 후, 허쉬와 인즈리히트는 참가자들의 '신경질적인 정도'와 '부정적인 뇌파 반응'과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부정적인 피드백(화면에 마이너스 표시)을 받으면 신경증적인 정도와 상관없이 동일한 크기로 부정적인 감정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부하직원으로부터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를 들을 때 거의 모든 상사가 비슷한 정도로 부정적인 감정 상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불확실한 피드백(화면에 물음표 표시)을 받을 때 참가자 각자의 신경질적인 정도에 따라 부정적인 감정 반응의 강도가 달랐다는 점이었습니다. 신경질적인 정도가 낮은 참가자, 다시 말해 흔히 신경이 무딘 사람들은 불확실한 피드백을 받을 때는 그다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신경질적인 사람들(신경질적인 정도가 높은 참가자)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보다 불확실한 피드백을 받을 때 훨씬 강한 부정적인 감정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 신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식의 불확실한 보고를 받으면 "제품 매출이 떨어진다"란 부정적인 보고를 받을 때보다 머리 속에 부정적인 감정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허쉬와 인즈리히트의 연구는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사람들은 불확실한 정보에 노출되면 부정적인 정보를 접할 때보다 더 불편해 하고, 신경이 무딘 사람들은 불확실한 정보를 봐도 부정적인 감정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상사의 성격(신경질적인 정도)에 따라 불확실성을 못 참기도 하고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만일 상사가 신경질적이고 예민하다면 불확실성을 참지 못해서 어떻게든 미래를 '예측해 내라'고 부하직원들에게 지시 내릴 가능성이 클 겁니다. 


이런 류의 경영자들에게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전략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시나리오 플래닝'이 눈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경험상 까칠하고 꼼꼼하고 예민하고 다혈질적인 경영자들은 시나리오 플래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설령 시나리오적으로 미래를 그린다 해도 '가장 발생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가 무엇인지 판단하고자 하겠죠(시나리오 플래닝으로 나온 각 시나리오는 발생 가능성이 동일하다고 간주해야 함). 시나리오 플래닝을 그저 비상경영을 대신하는 멋진 문구로 사용할 뿐입니다. 


여러분이 있는 그대로 '아직 이것은 불확실하다'라고 보고할 때 상사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그것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 상사가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는 탓입니다. 여러분의 상사는 어떤 사람입니까? 



(*참고논문)

Jacob B. Hirsh, Michael Inzlicht(2008), The Devil You Know Neuroticism Predicts Neural Response to Uncertainty, Psychological Science, Vol.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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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어떻게 행동할지 머리 속에서 미리 시뮬레이션해 두면 그냥 앉아서 미래가 다가오길 기다리는 것보다 대체적으로 실수할 위험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원하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익히 아는 바입니다. 기업에서 매번 수립하는 여러 종류의 전략이나 실행계획들은 바로 이런 목적으로 존재하죠. 

그런데 미래에 벌어질 일이나 취할 행동들 중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또 어떤 것들은 부정적인 느낌을 전달합니다. 고객의 구매 패턴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거나 우리의 전략이 경쟁사의 마케팅 효과를 상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예상되는 경우, 미래를 상상하고 그에 따라 전략을 수립하는 사람의 머리 속은 온통 장미빛 미래로 가득하겠죠.

반면 애써 연구하여 출시한 제품이 성장 궤도를 타기는커녕 소비자의 관심조차 얻지 못하거나 내부적인 역량의 한계로 인해 전략 실행이 더딜 가능성이 존재하리라 본다면, 당연히 전략가의 마음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려질 겁니다. 주도면밀한 전략가라면 미래의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이 장미빛인지 회색빛인지에 감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각각을 동일한 비중으로 면밀하게 살핀 후에 역시 동일한 노력을 기울여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고 다시 떠올릴 때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에 더 끌리는 편향이 존재한다는 칼 쉬푸나르(Karl K. Szpunar)와 동료들의 연구 결과는 미래를 바라보는 전략가들이 당혹스럽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쉬푸나르는 보스턴 대학교 학생들 48명에게 과거 10년 간의 기억 속에서 110개의 특별한 장면을 떠올려보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 다음,인물(자신 이외의), 장소, 특정 물건이 반드시 들어가도록 각 장면을 간단하게 기술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달에 스티브와 함께 베스트 바이란 상점에서 새 아이팟을 샀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그럴 만했다." 라고 써야 했죠. 쉬푸나르는 학생들이 제시한 110개의 정보를 기초로 인물, 장소, 물건을 무작위로 섞어 90개의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를테면 "데이비드 - 월마트 - 담배"라는 식이었죠.

일주일 후 쉬푸나르는 학생들을 실험실로 다시 불러 미리 무작위로 만들어 놓은 90개의 조합을 차례로 제시했습니다.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부정적으로', '중립적으로'라는 꼬리표가 하나씩 달려 있는 조합을 본 후에 꼬리표의 내용대로 향후 5년 내에 일어날 일을 상상해야 했습니다. "데이비드 - 월마트 - 담배"란 조합에 '부정적으로'란 꼬리표가 붙었다면 "데이비드와 함께 금연 장소인 월마트 매장 내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매장 관리 직원에 의해 쫓겨날 것이다"란 식으로 미래를 부정적으로 상상하도록 한 것입니다.

90개의 조합에 대하여 이렇게 미래를 상상한 직후(10분 후)에 학생들 중 일부는 쉬푸나르로부터 갑자기 '기억력 테스트'를 하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1일 후에 기억력 테스트를 하겠다는 말을 역시 갑자기 들었죠. 쉬푸나르는 앞서 제시한 각 조합에서 한 가지 요소를 지운 다음(예를 들어 "데이비드 - _____ - 담배") 지워진 내용이 무엇인지 맞혀보라고 학생들에게 요청했습니다. 

학생들은 90개의 조합 속에서 지워진 내용이 무엇인지 잘 맞혔을까요? 10분 후에 테스트 받은 학생과 1일 후에 테스트 받은 학생 중 누가 더 기억을 잘 해냈을까요? 당연히 10분 후에 바로 테스트 받은 학생들이 빈칸의 내용을 맞혔습니다. 하지만 쉬푸나르의 관심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긍정적으로 미래를 상상할 때와 부정적으로 미래를 그릴 때의 기억력 차이가 있는지를 보고자 했습니다.

10분 후에 테스트 받은 학생들은 조합에 달려있던 꼬리표의 내용에 따른 기억력의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1일 후에 테스트 받은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미래를 그리라고 요구 받았던 조합의 내용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35% 정도)이 발견됐습니다. 학생들은 부정적으로 미래를 상상해야 했던 조합의 내용은 상대적으로 기억을 못했습니다(25% 정도만 기억). 중립적인 미래를 그리라고 한 조합에 대해서 학생들은 중간 정도의 기억률을 보였죠.

왜 부정적인 미래의 디테일을 더 빨리 망각하는 걸까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 실험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아마 기억과 관련된 우리 뇌의 생리적 한계 때문이라고 추측됩니다. 우리가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할 때 '그래도 그때가 좋았어'라고 말하며 부정적인 기억을 덜 떠올리는 이유와 동일한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짐작됩니다. 

어찌됐든, 부정적인 시나리오보다 긍정적인 시나리오의 내용을 더 잘 기억해낸다는 쉬푸나르의 실험은 전략가가 미래의 여러 상황을 머리 속에 그리고 대응전략을 수립할 때 긍정적인 시나리오에 끌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우울한 회색빛 시나리오보다는 장미빛으로 반짝거리는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그것에 대비하는 데에 힘을 더 쏟을 거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정적인 시나리오의 내용을 더 빨리 망각하기 때문에 그것이 야기할 리스크를 시의적절하게 최소화시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제 경험상, 시나리오 플래닝의 결과물로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의사결정자들에게 제시하면 그들은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장미빛 시나리오)가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처음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뿐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의 영역에서 멀어집니다. 심지어 의사결정자들은 어떻게 하면 장미빛 시나리오가 일어나도록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보입니다. 시나리오는 컨트롤이 불가능한 외부환경의 거대한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네들의 조치를 통해 원하는 시나리오를 유도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편향에 빠지지 않은 채 중심을 잘 잡을 줄 아는 전략가는 미래가 긍정적으로 보이든 부정적으로 느껴지든 간에 항상 동일한 비중으로 세부내용을 검토하려고 대비해야 합니다. 과거의 일이든 미래의 시나리오든 부정적인 것을 더 빨리 망각한다는 인간의 심리를 염두에 둔다면 회색빛 미래를 애써 무시하며 장미빛 미래에 헛된 기대를 거는 오류를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나치면 안 되겠지만 일부러 회색빛 시나리오를 잊지 않으려고 되새기는 것도 필요하겠죠. 긍정적인 미래만 보려는, 부정적인 미래는 쉽게 망각하는 편향을 주의하기 바랍니다. 장미빛 미래가 품고 있는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참고논문)
Memory for Emotional Simulations:Remembering a Rosy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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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시인이자 과학자인 미로슬라프 홀룹(Miroslav Holub)이 쓴 시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젊은 헝가리 군 소대장이 자신의 소대원과 함께 알프스 산맥 어딘가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었습니다. 소대장은 소대원 중 몇 명을 뽑아 온통 눈으로 뒤덮힌 곳으로 정찰을 내보냅니다. 헌데 정찰을 떠나자마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이틀 동안 지독하게 퍼부어댔습니다. 이미 복귀하기로 약속한 시간이 지났지만 정찰대원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소대장은 정찰대원들이 필시 눈에 갇혀 죽음을 맞았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자신을 책망했습니다. 

헌데 정찰을 나간지 3일째 되는 날, 정찰대원들은 소대로 복귀했습니다. 그들의 복귀가 반갑고도 놀라웠던 소대장은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습니다. 정찰대원들은 정찰을 떠나자마자 내린 엄청난 눈 때문에 길을 잃고 말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죠. 헌데 어떤 병사가 자신의 호주머니에 지도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 지도가 우리를 안심시켰습니다. 우리는 캠프를 설치하고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죠. 지도가 있으니 눈이 그치면 그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서 말입니다. 바로 이 지도가 우리를 살린 거죠."

소대장은 정찰대원이 건넨 지도를 살펴봤습니다. 놀랍고도 엉뚱하게도 그것은 알프스 지도가 아니라 피레네 산맥의 지도였습니다. 피레네는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있는 산악지대라 알프스와는 한참 떨어진 곳이죠. 그런데도 정찰대원은 그 잘못된 지도에 희망을 가지고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겁니다.



이 일화는 희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에서 종종 인용되는데, 경영학자 칼 웨익(Karl Weick)은 미래를 대비하고 미래를 향해 전략을 실행하는 조직에 이 일화를 인용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잘못된 지도라고 있는 게 낫다. 왜냐하면 그 지도가 있으면 알지 못하는 곳으로 나아가는 데 참조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려고 애쓰기보다 다소 엉성한 예측이라 할지라도 미래를 가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엉뚱한 방향이라생각될지라도 일단 전진할 필요가 있음을 웨익은 역설합니다.

토마스 쳐맥(Thomas J. Chermack)이 쓴 책에는 이와는 반대되는 입장의 일화가 실려 있습니다. 1539년에 스페인 탐험가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서쪽 해안을 조사하다가 남쪽에 반도가 존재한다고 보고했습니다. 그곳은 오늘날 바자 반도(Baja Peninsula)라고 불리는 곳였습니다. 지도 제작자들은 이 정보를 기초로 미 대륙의 지도를 제작했습니다. 헌데 1635년에 스페인 탐험가들이 그 지도를 가지고 북쪽 해안을 조사하다가 지금의 푸젓 사운드(Puget Sound)라 불리는 만(캐나다 빅토리아와 미국 시애틀 사이의 만)을 발견했습니다. 탐험가들은 이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이렇게 결론 내립니다. "캘리포니아는 섬이다"라고 말입니다.

이 정보에 기초하여 지도가 다시 그려졌고 그때부터 지도에는 캘리포니아가 미 대륙과는 분리된 거대한 섬으로 표현됩니다. 아래의 지도가 바로 그것입니다(Jan Jasson, 1636).



그 후로 거의 100년 동안 발행된 지도들은 캘리포니아를 섬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간에 캘리포니아가 섬이 아니라 반도라고 주장하는 지도가 몇 개 나타나긴 했지만, 1747년에 가서야 캘리포니아가 미 본토와 연결된 반도라는 옳은 정보가 지도에 최종적으로 반영됐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가 섬이라는 지도를 가지고 선교 활동에 파견된 선교사들은 골탕을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섬' 서쪽 해안에 내린 그들은 다시 나타날(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바다를 건너기 위해 배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배를 분해한 다음 노새에 싣은 채 행군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가도 가도 바다는 나타나지 않았고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까지 이릅니다. 그 산맥의 건너편에 바다가 있으리라 생각하고서 행군을 이어갔지만 선교사들은 어느덧 네바다 사막의 한가운데에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고 말죠.

화가 난 선교사들은 스페인에 있는 지도 제작자에게 "지도가 잘못됐다. 캘리포니아는 섬이 아니다"라는 편지를 썼습니다. 그러나 지도 제작자들은 그럴 리 없다며 "당신들이 엉뚱한 곳에 있는 것이다. 지도는 맞다"라는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이 사례는 헝가리 소대원들의 일화와는 다른 입장의 시사점을 줍니다. 잘못된 지도라도 있는 게 낫다는 것과 달리, 잘못된 지도는 잘못된 길로 인도할 뿐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지도 제작자들처럼) 그 잘못된 지도를 믿고 나면 마음을 바꾸기가 아주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미래를 확실하게 예측하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가면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오도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에 기초하여 형성된 믿음을 굳게 믿고서 융통성 없이 전략을 밀고 나가다가 엄청난 실패를 겪게 됨을 경고합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잘못된 지도라도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잘못된 지도는 잘못된 결과만을 낳는다고 생각합니까? 잘못된 지도라도 있어야 어딘가로 전진하기 위한 출발점을 정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전자를, 완벽하지 못한 지도에 근거하여 종착점을 찾아나섰다가 바라지 않았던 곳에 갇힐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후자를 선택할 겁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느 것이 옳으냐를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쟁에 불과합니다. 이 두 가지 입장은 상반되거나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둘을 합쳐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라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을 정하지 못해 시간만 허비합니다. 전략의 속도가 중요한 요즘 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완벽주의적 관점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지름길이 되고 맙니다. 따라서 알프스 산맥이 아닌 피레네 산맥의 지도를 가지고라도 출발점을 정한 후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결단이 전략 실행의 중요한 모멘텀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지도는 잘못된 곳으로 이끈다는 교훈을 잊지 않는다면, 지금 내가 가진 이 지도는 어디까지나 불완전한 정보를 기초로 만든 지도라는 점을 계속 상기하면서 새로운 정보가 나타날 때마다 지도를 지우고 새로 그리려는 전략적 융통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출발할 때 정했던 전략을 폐기해야만 하는 정보가 숱하게 들어올지라도 많은 경영자들은 처음의 전략을 고수하려는 관성을 보입니다. '이 산이 아닌가벼'라고 말하는 것이 자신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용기 없는 행위라고 여기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 산이 아닌가벼'라고 말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용기입니다. 선교사들이 전달한 정보를 접하고서도 지도가 맞다고 우긴 지도 제작자들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미래는 예측 불가능한 대상입니다. 이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해 완벽한 예측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완벽함에 힘을 낭비하지 말고 일단 전진하자는 입장의 대립 관계를 해소하고 하나로 융화시키는 방법이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미래에 펼쳐질 여러 시나리오를 가지고 출발점을 정해 전략을 실행하다가 지속적으로 내외부 환경의 정보를 수집하면서 기존의 시나리오를 변경하고 대응 전략을 수정하는 과정입니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미지의 땅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면 시나리오라는, 불완전하지만 희망을 북돋우는 지도를 가지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기 바랍니다. 예상치 못했던 강과 산이 나타나면 정찰대를 내보내 정보를 수집하고 시나리오를 다시 그려가는 것이 미래를 향해 항해하는 우리들이 가져야 할 올바른 마인드입니다. 무엇보다 '이 산이 아닌가벼'라고 말할 용기를 가지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Scenario Planning in Organizations)
(*참고 사이트 : http://www.philaprintshop.com/cali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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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는 정말 '전략적 바보'였을까?   

2012. 1. 18. 10:57



소니와 마쓰시타 사이에 벌어진 ‘비디오 포맷 전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소니는 베타맥스라는 포맷을, 마쓰시타는 VHS란 포맷을 각각 비디오 녹화 방식으로 채택했는데 결국 VHS가 시장을 석권했다. 이 이야기는 경영의 세계에서 전략의 실패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베타맥스가 VHS보다 기술 면에서, 비디오 품질 면에서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녹화할 수 있는 분량이 영화 한 편을 다 담기에는 짧아서 영화 보기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외면했다는 이야기, 소비자의 니즈를 사전에 간파하지 못하고 오로지 기술적인 우위에 ‘취해’ 판매자 중심으로 사고했다는 이야기, 개방적인 포맷(VHS)이 폐쇄적인 포맷(베타맥스)보다 여러 VCR 제조업체에 매력적이었다는 이야기 등이 그 내용이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소니는 바보였고 마쓰시타는 영리했다’란 식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진짜로 소니는 ‘전략적 바보’였을까?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런 평가는 소니가 실패했고 마쓰시타는 성공을 거둔 후에 결과론적으로 내린 ‘사후 평가’에 지나지 않는다. 베타맥스와 VHS가 초기에 시장에 출시될 때는 베타맥스가 시장을 석권하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을 VCR로 녹화했다가 나중에 보려는 니즈가 강했기 때문이다. 사실 소니는 그런 니즈를 잘 파악했기에 그에 딱 맞는 베타맥스 포맷을 내놓은 것이었다. TV프로그램 녹화에는 분량이 특별히 길 필요가 없었고 VHS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테이프 가격은 좋은 화질이라는 장점으로 상쇄할 수 있었다.
 
비싼 테이프 가격, 폐쇄적인 포맷, 필요 이상의 화질 등 전략을 멍청하게 세워서 소니가 실패했다기보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TV 프로그램 녹화에서 영화 대여를 통한 감상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점을 미리 간파하지 못해서 실패했다고 봐야 정확한 판단이다. 소니는 베타맥스를 출시하기 전에 CTI라는 회사가 영화 대여업에서 크게 실패한 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자신들의 전략 방향을 나름대로 옳게 설정했다. CTI 사례를 통해 소비자들이 집에서 영화를 감상하기를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반면 VHS의 성공은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인 셈이다. 마쓰시타가 전략을 영리하게 세웠기 때문이 아니다.
 

 
소니가 과거의 사례와 소비자의 니즈를 철저하게 연구해 전략을 세웠는데도 마쓰시타와의 비디오 포맷전쟁에서 패한 이유는 바로 불확실성 때문이다. CTI가 영화 대여업을 시작하고 실패하는 동안 불붙지 않았던 영화 감상 니즈가 갑작스레 커지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이 불확실성이 소니의 실패를 옳게 지적하는 단어다.
 
소니는 베타맥스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1992년에 새로운 레코딩 기술인 MD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 기술 역시 실패하고 만다. 소니는 최근(2011년 7월)에 80분짜리를 제외한 모든 MD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해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CD보다 작은 크기의 MD는 내구성이 강하고 쉽게 녹음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역시 CD와 후에 나오는 플래시 메모리에 밀리고 말았다.
 
소니가 철저하게 전략을 수립했는데도 MD가 실패한 이유 역시 불확실성이다. 바로 곧이어 인터넷이 일반화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MD가 아니라 하드디스크에 음악을 저장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원하는 음악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번거롭게 MD에 따로 저장해 재생할 유인이 작았다. 소니의 전략은 훌륭했지만 인터넷이 야기한 불확실성에 대해서까지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이클 레이너는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잘못된 전략에 있지 않고 훌륭하게 수립된 전략이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을 만나기 때문이라고 정리한 바 있다. 훌륭한 전략은 환경의 불확실성에 따라 크게 성공할 수도 있고 크게 실패할 수도 있다. 성공과 실패 중 어디로 갈지는 사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여기에서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사후 가정은 전략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훌륭한 전략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훌륭한 전략이 처하게 될 미래의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훌륭한 전략을 수립할 때 “환경이 이러이러할 것이니 이렇게 하기로 하자”라고 했던 가정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하는 과정이다. 훌륭한 전략이 처하게 될 미래의 여러 가지 상황을 몇 개의 시나리오로 구분한 다음에 각 시나리오에 맞게 전략을 따로따로 마련하는 ‘전략 포트폴리오’를 가져야 불확실성에 따른 전략의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시나리오 플래닝만 가지고 전략 리스크를 온전하게 헤지(hedge)할 수는 없다. 누가 봐도 훌륭하게 만들어진 전략일수록 ‘이것이 최선이다. 이것 이외에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다’는 고집을 유발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훌륭하게 수립된 전략이 가지게 될 경직성을 부드럽게 완화하는 효과를 가함으로써 불확실성에 크게 휘둘리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소니의 전략은 진짜 멍청했을까? 진짜 멍청한 전략은 무엇일까? 요즘 소니는 상당한 위험에 처했다. 그동안 그들이 세운 전략이 멍청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불확실성 때문일까?


글쓴이 :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jsyu@infuture.co.kr
필자는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퓨처(inFuture)컨설팅 대표를 맡고 있다. 전략 및 HR 분야에서 다수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시나리오 플래닝: 불확실한 미래의 생존전략>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등의 책을 썼다.
 
(*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7호(2012년 1월 15일자)에 실린 저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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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모 회사와 함께 일본의 대지진 사태에 따른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워크샵을 종일 진행했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고 참석하게 된 워크샵이었습니다. 제가 참석한 이유는 일본의 대지진 이후의 불확실성에 따라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비하자는 워크샵의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시나리오 플래닝'의 방법론을 적용한 대응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였죠. 그만큼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기업들에게 미칠 영향이 클 것이고 그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경영층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언론 보도나 경제연구기관의 리포트를 보면 일본 대지진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을 거란 의견이 꽤 많습니다. 대지진이 일어난 일본의 북동부 지역이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 밖에 안 된다는 사실,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에도 상황이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었다는 점 등이 주된 근거이더군요.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것은 바로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라는 와일드 카드 (wild card)때문입니다. 냉각장치 고장으로 외벽이 붕괴되면서 상당한 양의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고, 그것이 도쿄 등 다른 지역에도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때문에 체르노빌 사태 이후 최대의 원전 사고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는 이번 폭발이 일본 경제를 장기간 침체에 빠뜨릴 거란 전망이 한쪽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방사능 확산으로 인한 생산시설의 가동 중지 가능성, 일본 국민의 심리적인 동요와 이탈, 재해 복구 시스템에 대한 불신, 일본산 제품의 방사능 오염 의심 등이 그 근거입니다.

사람들은 긴급하고 위험한 사건이 발발하면 처음에는 상황이 악화될 거란 생각에 불안해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비관론이 낙관론으로 바뀝니다. '설마 상황이 나빠지겠어? 잘 복구되겠지. 별 문제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사태도 그런 경향이 조금씩 나타납니다. 망가진 원자로 냉각장치에 전력을 공급했다는 소식, 소방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물 쏟아붓기 작전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 자신도 '이젠 잘 처리하겠지?'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더군요.

물론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고 해결되면 좋겠지만, '만약에 그렇지 못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무시하려는 낙관론은 지금 이 시점에서 매우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비관론을 낙관론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일본 대지진이 지닌 향후 리스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본 대지진 자체의 리스크보다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다. 잘 해결될 것이다'란 낙관론의 리스크가 더 클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긴급하게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대응전략을 마련하기로 한 그 회사의 결정은 매우 현명한 조치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업으로 하는 저로서는 아주 고무적인 일이죠. 여기서 워크샵의 결과물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일본 대지진 사태에 따른 대응전략을 수립하고자 하는 기업을 위해 대강의 방법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먼저, 여러 언론 보도나 증권회사의 리포트 등을 검색합니다. 주로 산업별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관한 리포트가 많을 텐데, 그런 것보다는 일본 대지진 이후의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를 언급하는 글을 위주로 읽습니다. 글을 읽다보면 여러 가지 변수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향후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등의 서술어가 붙는 키워드가 바로 일본 대지진 이후의 변수들입니다. 이를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변화동인'이라고 부르죠.

예상컨대 여러분은 아마 10~15개 정도의 변화동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 변수들이 시나리오의 재료들인데, 그 중에서 핵심이 되는 변화동인을 2개 선택하기 바랍니다. 뽑아놓은 변화동인들을 보면 독립적이라기보다는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2개의 핵심변화동인으로 앞으로 벌어질 시나리오를 모두 설명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겁니다.

핵심이 되는 변화동인은 '영향도'와 '불확실성'이라는 2개의 잣대로 평가해서 찾아냅니다. 영향도와 불확실성이 모두 큰 것이 핵심변화동인이죠. 영향도는 '세계경제와 우리나라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질문을 통해 정성적으로 판단하고, 불확실성은 해당 변화동인이 일어날 것이냐 아니냐의 정도로 판단합니다. 만일 일어날 확률과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반반이라면 불확실성이 큰 것이고, 일어날 확률 또는 일어나지 않은 확률 중 어느 하나가 크다면 불확실성이 작은 것입니다.

이렇게 2개의 핵심변화동인이 추출되면 그것을 기초로 4개의 시나리오가 만들 수 있습니다. 하나의 핵심변화동인은 2개의 방향(이를 '극점'이라고 함)을 가지기 때문이죠. 4개의 시나리오를 들여다 보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눈에 들어올 겁니다. 모든 시나리오에 다 대응하면 좋겠지만(그리고 그게 정석이지만), 긴박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집중적으로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대응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까요? 먼저, 최악의 시나리오가 어떤 상황인지를 머리 속에 충분히 시뮬레이션한 상태에서 그것이 우리 회사에 어떤 리스크를 가져올지, 반대로 어떤 기회를 가져올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아무런 기준 없이 리스크와 기회를 판단하기보다는, 회사의 밸류 체인을 그린 다음 밸류 체인 상의 각 activity별로 리스크와 기회를 따져보는 것이 좋겠죠. 그래야 리스크와 기회를 MECE하게 도출할 수 있을 겁니다.

리스크와 기회가 정리되면, 두 가지의 대응전략을 수립합니다. 하나는 리스크 헷지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기회활용전략입니다. 기업에 따라서 두 가지 대응전략의 비중이 달라지겠죠. 대일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아무래도 리스크 헷지 전략에 치중될 겁니다. 대응전략을 수립할 때 한 가지 주의사항은 장기적인 전략에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2~3년 후에야 실현 가능한 전략들은 의미가 없습니다. 즉시 실행 가능한 전략들을 위주로 대응전략의 얼개를 잡아야 합니다.

이렇게 정리가 되면 일단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한 대응전략 수립 과정은 일단락됩니다. 향후의 작업은 '제목만 정해진' 대응전략들의 실행계획을 세우는 일이겠죠.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실행에 옮기는 것입니다. 대응전략을 수립해 놨다는 사실만으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대응전략은 그저 종이 위에 나열된 글자에 불과합니다. 실행될 때만이 의미가 있죠.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대응전략을 수립해 놓고도 '이렇게 전략을 수립하긴 했지만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하는 낙관론에 다시 빠지고 맙니다.

무엇인가가 발생되고 나서 상황을 수습하는 것보다 미리 대비하는 것이 돈도 덜 들고 노력도 덜 소요됩니다. 상황이 닥쳐서야 임기응변하는 능력이 실행력은 아닙니다. 간단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서 미리 대응전략을 마련해 놓고 실행에 옮길 줄 아는 능력이 진정한 '실행력'입니다. 항상 낙관론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것이 근거 없는 바람일 때 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참고도서 : '시나리오 플래닝',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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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이란 책을 낸지 이제 2년이 넘었습니다. 적어도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용어는 들어본 적이 있다는 분들을 예전보다 많이 만나는 걸 보면, 제 책이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를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그 분들을 만날 때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각자 다르게 이해하는 것 같아 그 뜻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나중에 '시나리오 플래닝' 개정판이 나오면 이에 대한 설명을 추가해도 되겠지만, 블로그 공간을 빌려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3가지를 바로잡아 볼까 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학이 아니다
여러분이 시나리오 플래닝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으면 무척 당혹스러울 겁니다. "앞으로 우리 회사나 산업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내가 OO에 집을 사려는데, 괜찮을 거 같나요? 시나리오 플래닝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아주 당황스러운 질문입니다.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미래를 예견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도구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미래학(未來學)과 동일시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결코 미래학(Futurology)이 아닙니다. 엘빈 토플러나 존 나이스비트와 같은 미래학자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일반인들은 미래학을 친근하게 받아들였지요.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나 '권력 이동'과 같은 책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미래학에 열광했습니다.

미래학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미래학은 과거 또는 현재의 상황을 바탕으로 미래사회의 모습을 예측하고, 그 모델을 제공하는 학문이다”  이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학은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통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죠. 우리가 막연하게 불안하게 생각하는 미래를 확실한 모습으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행동이나 판단에 기여하기 위한 학문이 바로 미래학입니다.

미래학이 이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환경에서 불확실성이 작은 요인에 집중합니다. 즉 '트렌드'를 발굴하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문헌 연구, 전문가 인터뷰, 데이터 분석 등의 스킬을 동원해서 미래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는, 변하지 않는 몇 가지 키워드를 찾아냅니다. 미래엔 지식노동자들이 대접 받을 거라든지,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강화될 거라든지 등이 미래학의 아웃풋들입니다.

이와는 달리,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성이 큰 요소가 무엇인가에 관심을 둡니다. 왜냐하면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나리오 플래닝 과정을 하면서 불확실성이 매우 작은 요인인 트렌드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이렇게 될 수도 저렇게 될 수도 있는 불확실성이 큰 요인이 시나리오 플래닝의 주재료입니다.

애당초 시나리오 플래닝은 확실한 모습을 전달하기 위한 기법이 아닙니다. 대신에 시나리오 플래닝은 우리의 미래가 여러 개의 시나리오로 펼쳐질 수 있음을 제시하죠. 미래학자들은 가능성이 가장 큰 미래만 제시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여러 개의 시나리오가 동일한 가능성을 지닌다고 말합니다. 미래학자들은 확실하게 ‘이렇게 미래가 펼쳐지리라’ 이야기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은 확언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여러 시나리오들에 대비하는 것이 시나리오 플래닝의 목적이고 가치입니다.

정리하면, 미래학은 트렌드에 집중하고, 반면에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성에 집중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를 다룬다는 점에서 미래학과 통하는 면이 있지만 결코 동일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시나리오 플래닝의 대가로 소개되는 피터 슈워츠가 미래학자로 불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죠. 그의 예견이 딱 들어맞은 게 아니라, 그가 만든 여러 시나리오들 중에 하나가 적중한 것인데 사람들은 그를 미래 예측의 대가로 여기니까 말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과 미래학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기 바랍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단기적 위기경영이 아니다
어느 날 신문을 보니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경영의 방향을 수시로 점검하겠다' 라든지, '시나리오 경영으로 위기를 타개하자'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기업들이 이제 예측 관행을 버리고 드디어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아주 반가운 마음이 들더군요.

그런데 과연 어떻게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전략을 수립했는지 알아보려고 지인들에게 연락을 취하면, 하나같이 이런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금시초문인데?” 혹은 “그냥 선언적인 이야기일 뿐이야'라는 소리들입니다. CEO 혼자만의 아이디어이거나, 조직에 위기감을 불어 넣으려고 시나리오라는 단어의 어감을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소리로 들립니다. 반갑다가도 그런 말을 들으면 힘이 빠집니다.

그 중 더욱 애석한 대답은 시나리오 플래닝을 긴축경영과 동의어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시나리오에 따라 전략을 별도로 마련하여 대응하는 게 시나리오 플래닝의 의미임을 알지 못합니다. 비용을 감축하고 인력을 줄이고, 계획했던 투자안을 일단 보류부터 하고 난 다음에,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자는 뜻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이나 시나리오 경영을 언급합니다. 위기 극복보다 그저 찬바람을 피하려고 몸을 움츠리려는 것으로만 보입니다.

어떤 사람은 컨틴전시 플래닝을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컨틴전시 플래닝은 매우 중대하고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논하는 과정입니다. 반면에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성이 큰 환경변수들이 미래에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를 '그리는' 과정입니다. 모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기법이라서 언뜻 보면 비슷한 듯 하지만, 사고의 전개는 아주 다르죠.

컨틴전시 플래닝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고 난 후의 처리/대처방안에 무게중심을 두는 과정인데 반해, 시나리오 플래닝은 현재에서 미래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펼쳐질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예컨대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후속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논하는 과정이 컨틴전시 플래닝이죠. 반면 시나리오 플래닝 관점에서는 공장의 화재는 불확실성을 내포한 하나의 변수로 간주될 뿐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단기적인 롤링(Rolling) 플랜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모 회사가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 경영전략을 수정하는 '시나리오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이 말하는 시나리오 경영은 시나리오 플래닝과 별로 관련이 없습니다. 그저 '단기 롤링 플랜'일 뿐이죠. 거창하게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이름을 붙일 이유가 없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5년 정도의 장기적 관점을 견지하면서 조직의 중대한 의사결정을 다룹니다. 짧게 잡아도 2~3년 후의 미래를 상정하지요. 3~6개월의 단기적인 이슈는 시나리오 플래닝 관점에서는 매순간 변하는 주가 그래프에 불과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긴축경영, 컨틴전시 플랜, 단기 롤링 플랜과 같이 위기경영의 도구로 잘못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여러분의 회사가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발등에 떨어진 불만 열심히 끄는 단기적 경영 관행이 고질병이 되고 맙니다. 불을 끄느라 발을 휘젓다가 다른 곳에 불이 옮겨 붙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보통 '위기가 곧 기회'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 문장 속에 숨은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남들이 허겁지겁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할 때, 차분하게 미래를 생각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에게만 위기는 기회가 된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위험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생존전략은 아닙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집단지성'이 아니다
모 증권회사에서 이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단말기를 통해 주어진 주제에 대해 답을 하면 즉석에서 투표결과가 나오는데, 이렇게 집단지성을 통해 미래예측을 하는 것이 시나리오 플래닝이다"라고 말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다루는 논문이나 도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정의였습니다. 투표해서 많이 나오는 쪽으로 예측을 하는 게 과연 시나리오 플래닝일까요? 참가자들 대부분이 경제 회복 시기를 향후 2년으로 내다 본다고 해서 진짜 그렇게 될까요?

시나리오 플래닝은 집단지성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원래 집단 지성이란 말은 특정 문제에 대해 개인에게서 나타나지 않는 해결능력이 집단에서 창발한다는 개념입니다. 전문가들이 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집단지성일까요? 그저 집단예측에 불과합니다.

사람들을 여러 명 모아서 투표하는 일 따위로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전혀 신뢰성이 없습니다. 인간은 심리적으로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죠. 불황일 때는 실제보다 부정적으로, 호황일 때는 실제보다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전문가들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습니다. 전문가 투표 등의 방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으로 잘못 인식할까 염려됩니다.



요컨대 시나리오 플래닝은 확실한 미래만을 전달하는 미래학이 아닙니다. 또한 긴축경영, 컨틴전시 플랜, 단기 롤링 플랜과 같이 위기경영의 도구도 아닙니다. 단기적인 위험을 집단지성으로 포장된 손쉬운 방법을 써서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것이 시나리오 플래닝이 추구하는 생존전략은 아닙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이 미래를 훤히 예측해 주리라,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묘책을 만들어 주리라는 기대를 갖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주면 시나리오 플래닝을 업으로 하는 컨설턴트인 저야 좋겠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이 단 하나의 해법, 단 하나의 예측 결과를 제시하는 도깨비 방망이라고 소개할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목적과 목표는 소박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불확실함 그 자체로 인정하고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래의 적응력을 높여주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점에서 시나리오 플래닝은 예측이 제공하지 못하는 효용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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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몇몇 기업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활용합니다. 미래에 벌어질 여러 가지 상황(시나리오)들을 두루 그려보고, 각 상황에 맞는 대응전략을 미리 수립해 두는 것이 최선임을 기업들이 깨달아 가기 때문입니다. 예측으로 미래를 하나의 숫자나 상황으로 규명해 내려는 노력이 소용 없고 부질 없음을 서서히 알아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나리오 플래닝에서 가장 예술적인 단계이면서 필수적인 단계가 바로 '시나리오 라이팅'입니다. 시나리오 라이팅이란 말 그대로 미래의 각본을 쓰는 과정으로서 소설가나 드라마 작가가 되어 미래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연말이 되면 미래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들이 서점에 쏟아져 나오는데, 그런 책들 중에서 아무거나 펼쳐 보면 마치 미래의 일이 현실로 일어난 듯 이야기로 풀어가는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시나리오입니다.



시나리오는 머리 속에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소설 형식으로 쓸 수 있고, 신문이나 방송의 기사처럼 공식적인 톤으로 서술할 수도 있습니다. 시나리오의 형식은 핵심이슈가 가지는 긴급함과 중요성, 조직 구성원들에게 미칠 효과 등을 고려해서 적절하게 설정하면 됩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왜 써야 할까요? 바로 2가지 이득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미래의 시나리오가 우리의 사업과 미래의 사업방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이미지로 인지시킬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그들이 회사의 비전과 전략에 몰입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무미건조하고 막연한 예측 데이터가 아니라, 피부로 느끼는 이야기를 통해서 ‘아, 그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는 맥락을 인식시키고 구성원들의 역량을 하나로 집결시킬 수가 있죠. 숫자나 그래프로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둘째,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환경요인을 자연스럽게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치냉장고를 판매하는 회사가 ‘소비자들이 얼마나 많은 김치냉장고를 사게 될 것인가’에 관련해서 시나리오를 수립했다고 가정해 보죠. 시나리오를 쓰다보면 김치냉장고의 판매와 관련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자연스럽게 사고의 폭이 넓어집니다.

그래서 김치냉장고가 김치 저장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될 거라든지, 기능적인 우수함보다 인테리어적인 디자인을 더 선호하게 될 거라는 힌트를 얻을 수 있죠. 이렇게 되면 보다 효과적인 대응전략 수립이 가능해집니다.

시나리오를 잘 쓰려면 줄거리를 잘 잡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요인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를 면밀히 살피는 사전 작업이 필요합니다. 보통 이런 과정을 '인과분석'이라고 하죠(시스템 다이나믹스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시나리오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운 소설 형식으로 쓰거나, 신문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듯이 쓸 수도 있습니다. 또는 위대한 예언가를 등장시켜서 미래에 일어날 사건들을 경고하는 방식도 취할 수 있죠. 아니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 연극이나 영화처럼 역할극의 형태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가장 좋은 형식인지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형식과 문체라면 상관없습니다. 가장 무난하게 사용되는 시나리오 형식은 신문이나 방송의 기사체입니다. 기사체의 글은 시나리오의 내용과 시사점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이해시키는 장점이 크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권장합니다. 소설 형식으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글이 유치해지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읽는 독자들의 몰입을 방해하고 맙니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요? 첫째, 시나리오 제목을 짓는 데 힘을 써야 합니다. 제목만 들어도 어떤 시나리오인지 머리 속에 그려질 정도로 시나리오의 의미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제목이어야 합니다.

둘째, 시나리오 제목의 길이는 짧을수록 좋습니다. 가능한 한 10자 이내가 적절합니다. 셋째, 드라마틱한 요소를 적절하게 배합해서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무미건조하게 미래를 서술하는 것보다 ‘내일의 뉴스’를 미리 접하는 것처럼, 또는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미래의 광경을 직접 목격하는 것처럼 시나리오를 그리기 바랍니다.

넷째, 문장은 일반적으로 현재형 시제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시나리오는 분명히 미래의 이야기지만, 바로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현재의 일로 인식시키려면 생생한 현재의 언어로 시나리오를 기술해야 합니다. 다섯째,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적절하게 배합하기 바랍니다.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좋은’ 미래는 아닙니다. 긍정적인 사건과 부정적인 사건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바랍니다.

시나리오는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스토리를 좋아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쉽게 몰입됩니다. 몰입된다는 말은 미래를 예행연습한다는 뜻이고, 예행연습은 실수를 줄이고 성공의 확률을 높여줍니다. 사실 시나리오 플래닝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서로 배치되는 주요 상황들을 이야기로 그려봄으로써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는 과정에 불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나리오 플래닝은 복잡한 시스템이나 방대한 데이터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 스스로 재미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야기꾼이 되어 사람들을 이야기 속에 '푹 빠지게' 만들 수만 있다면 첨단기업도 못 따라올 '미래 대비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 미래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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