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텔레폰 앤 텔레그래프의 신입사원 62명을 대상으로 5년간 실험을 진행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실험을 주도한 데이비드 벨류와 더글러스 홀은 입사하고 나서 첫해에 받은 평가 결과가 향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실험의 주제로 삼았습니다. 

그들은 먼저 회사가 각 신입사원들에게 거는 기대를 독립변수로 삼은 후에 세부적으로 18가지 항목으로 나누고 1점부터 3점까지의 스케일로 측정하게 했습니다. 18개 항목에는 기술적 역량, 학습 능력, 의사결정력, 감독 스킬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쉬운 업무보다는 어려운 업무에 배치된 직원일수록 회사가 높은 기대감을 갖을 거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런 다음, 종속변수로 모두 7가지의 변수를 택했습니다. 연봉, 전반적 평가, 평균 업적 등이 그것이었죠. 변수마다 다르긴 하지만, 1점부터 10점까지의 스케일로 결과를 측정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5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처음에 높은 기대를 받은 직원들이 낮은 기대를 받은 직원들보다 계속해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조직 내에서 더 성공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상하게도 '첫해'에 직원이 얼마나 회사로부터 기대를 받았는지, 그리고 그 '첫해'에 얼마나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냈는지가 5년 후의 평가나 연봉 등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첫해 이후의 기대와 첫해 이후의 성과는 그다지 관련성이 떨어졌습니다.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첫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첫해에 회사에게 어떤 인상을 주느냐(그래서 좋은 기대를 받느냐), 그리고 첫해에 얼마나 성과를 높게 내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죠. 첫해에 회사로부터 높은 기대를 받은 직원이 그에 부응하는 높은 성과를 거두면 그것이 향후(실험에서는 향후 5년)의 보상에 영향을 미쳐 계속해서 높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만일 회사가 어떤 직원에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그 직원이 나름대로 높은 성과를 거뒀다고 해도 그저 그런 보상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어떤 직원이 첫해에 높은 기대를 받고 첫해에 그에 상응하는 높은 성과를 거두면, 그에게 각종 지원이 따라 붙습니다. 교육 기회부터 시작해서 고위 관리자가 멘토나 코치로 따라 붙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를 부여 받겠죠. 또한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커집니다. 이렇게 되면 그 이후로도 그 직원은 높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커지게 되어 나중에 높은 연봉과 승진 기회를 거머쥘 수 있을 겁니다. 

이 실험의 의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첫해에 높은 기대감을 받을 경우
  (1) 높은 기대감에 부응한 성과를 냈을 경우 --> 높은 보상 --> 계속해서 높은 보상
  (2) 부응하지 못했을 경우 --> 보상 없음 --> 보통 수준의 보상

2. 첫해에 낮은 기대감을 받을 경우
  (1) 낮은 기대감에 부응한 성과를 냈을 경우 --> 낮은 보상 --> 보통 수준의 보상
  (2) 부응하지 못했을 경우 --> 연봉 감액과 같은 징계 --> 낮은 수준의 보상



어떤 직원이 첫해에 어떤 기대감을 받고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5년이란 시간 동안 계속해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그만큼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웁니다. '가진 자는 더 많은 것을 가진다'는 마태효과(Matthew Effect)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적어도 위의 실험은 어떤 조직에 들어가서 일을 시작할 때 가능하면 회사로부터 높은 기대감을 얻고 첫해에 높은 성과를 올리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웁니다. 신입사원이나 경력입사자들은 참고하면 좋겠네요.

평가는 인상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오래 간다는, 이런 왜곡 현상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평가에는 사람의 심리가 크게 작용을 하고, 인간의 심리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그걸 이겨낼 방법을 찾기란 매우 어렵고 불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최선의 방법은 이러한 평가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과학적이고 계량적인 도구를 더 열심히 찾으면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리라는 이루기 힘든 꿈을 꾸는 것보다, 평가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사람들이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벽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채 서로 한발 물러서서 평가(남을 평가할 때나 자신을 스스로 평가할 때) 결과를 되짚어 보고 잘못된 평가 결과를 수정하는 과정이 평가의 왜곡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아닐까요?

(*참고논문 : THE SOCIALIZATION OF MANAGERS: THE EFFECTS OF EXPECTATIONS ON PERFORMANCE )


  
,



방금 KBS 제1 라디오 (FM 97.3 MHz) '성공예감, 김방희 입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집단주의 문화와 창의적 인재'라는 주제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2011년 7월 7일 08:40). 다음은 인터뷰의 주요 내용입니다.



사회자 멘트 : 해병대 총기 사고 진상이 다 밝혀져야 하겠지만, 집단주의적 문화와 신세대 장병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충돌한 결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기업에서도 총을 쏘지 않을 뿐이지 이런 일들이 허다하게 벌어지는데요. 
 
기업은 여전히 집단주의적인 반면 신입 사원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니까요. 게다가 기업들은 최근의 경제, 경영 환경에서 창의 경영, 창조 경영을 요구받고 있는데요. 따라서 개인의 창의성을 집단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기업의 집단주의 문화와 개인의 창의성간의 '문화 충돌'을 막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오늘은 집단주의 조직 문화에 어떻게 창의적 인재를 접목시킬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말씀 나누겠습니다.


1. 여러 조사들 보면 최근 신입사원의 조기이직률 높다고 하더군요. 3년내 10명중 3명 이상이 떠난다고 하는데. 그렇게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쉽게 떠나는 걸 보면, 우리 기업 문화와 신세대 신입사원 간의 문화적 충돌이 큰 모양이죠?

제가 보기에는 성과를 강조하는 기업의 문화와, 신입사원들의 기대감이 서로 충돌하는 것 같습니다. 옛날보다 스펙이 높은 신입사원들이 많고 또 경쟁이 치열해져서 기업들은 신입사원들에게 처음부터 많은 성과를 기대하는 경향이 좀 있습니다. 그렇다고 신입사원들은 남들로부터 별로 도움 받지도 못하는데요, 기존 직원들도 성과에 대해 압박을 많이 받기 때문에 도와 줄 시간이 없습니다. 도와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별로 없고요.

신입사원들은 회사가 뭔가 캐어해 주기를 바라지만, 회사는 그렇게 못 해주니까 충돌이 발생하고,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회사를 나가버리는 거죠. 이것이 문제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2. 우리 기업이 다른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더 집단주의적인가요? 그렇다면 우리 기업이 가진 집단주의적 문화로 대표적인 것들이라면 어떤 게 있습니까?

우리나라가 집단주의의 가치를 좀 더 중시하는 건 사실입니다. 집단주의라고 해서 항상 나쁜 것은 아닌데요, 하지만 집단주의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계급주의적인 문화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과장, 부장 하는 호칭을 없앴다가 다시 복원시키는 데요, 집단 내에서 누가 서열이 높으냐 낮으냐가 개인의 능력과 권한을 규정한다는, 그런 증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능력이 좋아도 직급이라는 틀에 갇혀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죠. 신입사원들이 적응을 잘 못하는 이유가 서열과 나이에 복종해라, 이런 암묵적인 분위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3. 군대에서 원한다고 나가지도 못하고 하니까 총기나 탈영 사고가 빈번하고요, 우리 기업에서는 떠나면 그만이니까 많이들 이직하는 것 같은데 최근 입사하는 세대들의 특성은 어떤가요? 이전 세대의 특성과는 확연히 구분될 정도인가요?

많은 기업에서 신입사원들의 표면적인 스펙은 아주 좋아졌다고 인정하는데요, 제가 봐도 엄청난 스펙을 가진 신입사원들이 많습니다. 헌데 자기주도력은 전반적으로 예전보다 못한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여러 학원에서 정해주는 프로그램대로 움직이고, 대학 때는 새로운 학문을 탐구하기보다는 취직 준비를 위해 이미 짜여진 대로 공부하는 버릇이 강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디다 갖다 놔도 스스로 알아서 개척해 나가기보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잘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자기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회사에서 자신을 잘 케어해주지 못해서 그렇다, 그런 생각을 많이 가지는 것 같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회사에서도 족집게 선생처럼 자신들에게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4. 굳이 이런 기업 내에서의 문화 충돌이 아니더라도, 우리 기업들은 전에 비해 집단적 창의성을 요구받고 있지 않습니까? 예전처럼 일본 기업을 무조건 따라 하는 방식으로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으니까요.

네, 그렇죠.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이 성공하는 걸 보면서 창의력이 사업 성공에 필수적이라고 많은 기업들이 생각하는데요, 문제는 기업들이 창의력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지시나 제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처럼 여긴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내면 창의적이지 않다고 야단치기도 하는데요,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많이 드니까 창의력도 단시간 내에 끝내려고 조급하게 다그칩니다. 기업들이 참 급한 것 같아요. 이런 건 절대 창의성을 육성하지 못합니다. 창의성은 개인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존중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5. 문제는 우리 기업들의 집단주의적 문화는 쉽사리 바뀌지 않고 있는데, 창의 경영, 인재 중시 경영을 해야 하니까 이게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닐 것 같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대체로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습니까?

기업들이 집단주의 문화를 깨려고 과장, 부장 하는 호칭도 없애보고요, 또 직급이 낮은 직원에게 중책을 맡기는 직급 파괴도 해봤지만 크게 효과를 못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제도만으로 집단주의 문화를 깨려고 하기 때문이죠.

어떤 기업들은 팀워크를 다지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 그런 목적으로 해병대 캠프 같은 교육을 정기적으로 하는데요, 집단에 복종해야 한다는 가치를 은연중에 강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집단주의를 강화시킵니다. 일시적인 제도만으로는 절대 집단주의 문화를 깰 수 없습니다.



6. 인사조직 전문 컨설턴트로, 우리 기업들의 접근법에 대해 조언할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먼저 지나치게 성과를 중시하는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직원들 간의 협력이 약화되고요, 신입사원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해서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고객 만족이라는 가치 때문에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고객 만족보다 직원 만족이 먼저거든요. 직원들이 회사에 만족해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으니까요. 직원들을 중시하는 문화가 퍼지면 신입사원들도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거고, 집단주의 문화의 나쁜 점을 없앨 수 있을 겁니다.


7. 저희 프로그램 <직장인 성공학>이라는 코너를 통해서도 신입 사원들이 기업의 집단주의 문화에 대한 부적응이 직장인들의 큰 고민거리라는 걸 늘 확인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런 기업 문화에 부딪쳤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싫은 사람이 떠나면 그만이란 식으로 그만두는 게 과연 능사일까요?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바로 그만 두는 것은 나약하다는 걸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겁니다. 그래서 사회생활 초기에는 아주 신중해야 하죠. 그리고 회사는 여러 사람이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집단의 안정을 위해서 규칙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누가 도와줄 거라는 기대를 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겠다, 이렇게 입사 때부터 마음을 먹으면 잘 적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기업들도 자기네 문화에 알맞은 인재를 뽑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스펙이 좋아도, 능력이 좋아도 자기네 문화와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뽑지 않겠다는, 그런 용기가 있어야 하죠. 이렇게 신입사원들과 기업들이 서로 노력해야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

자신감은 무지에서 나온다   

2011. 3. 23. 09:00



요즘에 모 방송국에서 '신입사원'이라는 오락 프로그램이 방송됩니다. 알다시피 공개 오디션을 통해 아나운서를 채용한다는 포맷의 프로그램입니다. 평소 TV 오락물은 잘 보지 않는 편이지만 일본 대지진 관련 뉴스를 보려고 채널을 돌리다가 그 프로그램을 보게 됐죠. 수많은 사람들이 방송국 로비에 모여 자신의 오디션 차례를 기다리는 광경을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저 사람들은 떨어질 줄 알면서도 오디션에 왔을까?"

물론 많은 사람들이 재미삼아 잠깐이라도 TV에 얼굴을 비추고 싶어서 나왔겠죠. 하지만 아나운서로 최종 선택되기는커녕 1차 오디션에서 바로 떨어질 만한데도 진지한 표정으로 오디션에 임하는 사람들도 꽤 많더군요. 그들 대부분은 우리가 아나운서에게 기대하는 바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발음이 꼬이거나 말이 너무 빠르거나 긴장감에 말을 떨거나 하는 지원자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려고 했겠지만, 저는 시청하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특히 "나의 꿈을 실현해보고 싶어서 나왔다"면서 눈물까지 흘리는 지원자를 볼 때 그 모습이 측은하게 여겨지기보다는 실력이 미치지 못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왜 나와서 저렇게 눈물을 흘릴까란 생각이 앞섰습니다. 정말 자신의 꿈이라면 왜 실력을 연마하지 않은 채 나와서 '잘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란 말을 변명처럼 내뱉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지원자의 말을 들을 때도 TV에 잠깐 나오는 걸 과대포장하는 것은 아닌가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시각이 좀 비뚤어진 걸까요?

떨어질 줄 알면서도 오디션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자신감 착각' 때문입니다. 자신감 착각은 꽤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미국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63퍼센트의 미국인들은 자신의 지능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특히 남성은 71퍼센트가 평균적인 사람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합니다. 이와 유사한 연구 결과는 많습니다. 스웨덴 대학생의 69퍼센트는 자신의 운전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평가했고, 자신이 평균보다 더 매력이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미국의 대학교수들은 자신감이 더 커서 자신의 연구 능력이 다른 교수들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사람이 무려 94%에 달했습니다.

특히 객관적인 실력이 하위에 속하는 사람들의 자신감이 더 컸습니다. 코넬 대학교의 저스틴 크루거와 데이비드 더닝은 먼저 학생들의 유머 감각을 테스트해서 상위자부터 하위자까지의 '유머 감각 서열'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런 다음 코미디 작가들이 쓴 우스운 이야기 30개를 골라서 코미디언들에게 메일로 보냈죠. 코미디언들이 30개의 이야기를 읽고 전혀 재미있지 않음(1점)부터 아주 재미있음(11점)까지 평가해 주길 요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8명의 코미디언이 답변을 보내왔는데 이야기의 재미에 대한 그들의 의견은 거의 일치했습니다. 일관성이 있다는 뜻이었죠.

크루거와 더닝은 학생들에게 똑같은 30개의 이야기를 평가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유머 감각 테스트에서 고득점을 얻은 학생들은 코미디언들의 판단과 78퍼센트 정도 일치했습니다. 하지만 유머 감각 테스트에서 하위 25%에 해당하는 저득점자들은 코미디언들이 재밌다고 평가한 이야기 중에서 44퍼센트만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재미없는 이야기 중 56퍼센트를 재미있다고 평가 내렸습니다. 본래 유머 감각 테스트에서 하위 그룹에 랭크됐으니 이같은 불일치는 예상된 결과였습니다.

흥미로운 결과는 그 다음에 나왔습니다. 크루거와 더닝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유머 감각이 평균보다 얼마나 높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66퍼센트의 학생들이 다른 사람보다 유머 감각이 좋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이것도 예상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유머 감각 테스트에서 하위 25%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유머 감각을 평균보다 높게 평가한다는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객관적으로 능력이 처지는 사람들이 '자신감 착각'을 더 강하게 보인다는 의미였으니까요.

실력이 모자랄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은 체스 선수들에게도 나타납니다. 체스 선수들은 경기 전적을 통해 점수를 부여 받는데, 이 점수는 실제의 체스 실력을 꽤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점수가 낮은 선수가 점수가 높은 선수를 웬만해서는 이기기가 어렵죠. 하지만, 점수대가 평균 이상인 선수들은 50점 정도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하위에 속하는 선수들은 자신이 '응당' 받아야 할 점수보다 150점 정도 덜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실력이 약할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또 하나의 증거입니다. 크루거와 더닝은 유머감각 뿐만 아니라 논리력, 추리력, 영어 문법 능력 등에서도 이런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실력이 안 되는데도 오디션에 구름 같이 모여드는 현상을 설명해 줍니다. 사람들은  뻔히 떨어질 줄 알고 오디션에 오는 것이 아니라, 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 때문에 오디션에 몰려드는 것이죠. 또한 이 연구 결과는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이 더 큰 자신감을 보이며 저돌적으로 돌진하거나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마찰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물론 항상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몇몇 조직의 직원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누가 봐도 능력과 성과가 평균보다 못한 직원들이 더 불만이 크다는 사실을 종종 발견합니다. 여러 직원들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저절로 '크로스 체크'가 되기 때문이죠. 그들은 성과가 저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기보다는 조직이나 다른 직원들에게서 찾는 경향을 보입니다. 물론 회사의 평가보상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불만이 크겠지만, 똑같은 조건인데도 일 잘하는 직원들보다 일 못하는 직원들의 불만이 더 잦고 목소리가 더 큰 현상은 흥미롭습니다.

그들이 자신이 응당 받아야 할 연봉보다 적게 받는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노조를 찾아가 자신의 억울감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면 씁쓸한 마음마저 듭니다. 인사제도의 개선 방향이 자칫 불만이 큰 하위 직원들에게 끌려가지는 않을까 경계할 정도입니다.

지나친 자신감으로 벗어날 때 자신의 실력을 오히려 더 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력을 높일수록 겸허해집니다. 크루거와 더닝의 실험에서 유머 감각이 상위 25%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자신보다 덜 재미있는 학생들의 비율을 더 적게 잡았습니다. 자신의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다른 학생들보다 덜 가졌다고 합니다.

일찌기 찰스 다윈은 '지식보다는 무지가 자신감을 더 자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습니다. 자신감은 무지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진정한 자신감은 실력에서 나와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도서 : '보이지 않는 고릴라')
(*참고논문 : Unskilled and Unaware of It )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

신입사원 12계명   

2010. 2. 9. 09:00

요새 많은 기업들이 신입사원들을 교육 중일 겁니다. 벌써 현업 부서 배치가 완료된 기업도 있겠군요. 신입사원 본인에게나, 신입사원을 받는 부서원들에게 요즘은 설레이고 기대에 찬 시기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제 나름의 생각이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신입사원들이 훌륭한 조직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성장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12가지 사항을 간단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트위터에 '모둠 트윗'의 형태로 올린 것들을 모았지요. 

신입사원 여러분, 파이팅하시기 바랍니다!

(할 수 있습니다!)



01. 출근 첫날, 동료 직원들의 이름과 호칭을 외우라. 조직의 일원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의무이다. 동료의 이름과 호칭을 분명하게 부르는 신입사원은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02. 제일 먼저 출근하라. 신입사원이 칭찬 받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아침에 듣는 칭찬 한 마디에 당신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03. 옷차림에 신경 써라. 튀지 말고 동료들의 드레스 코드에 자신의 옷차림을 맞추라. 겉모양의 일치는 '나도 이제 한 가족'임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04. Self-Organizing(자기조직화) 역량을 갖추라. 상급자가 자신을 가르쳐 줄 거라 기대하지 말고, 그들의 무심함에 불만을 갖지 말라. 신입사원의 첫 1년은 자기조직화를 위한 시간으로 삼아라. 



05. 월급의 10%는 자기계발에 무조건 투자하라. 책을 사도 좋고, 견문을 위한 여행도 좋다. 10%의 돈을 아까워 한다면, 잠재력의 90%는 영원히 수면 아래에 잠겨 있을 것이다. 



06. 필기구를 몸에 지니고 항상 메모하라. 가르쳐 준 것을 친절하게 다시 가르쳐 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메모는 '비기너(beginner)'의 겸손과 열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최고의 방법이다. 



07. 말하기 전에 생각하라. 자신의 말이 논리적이고 납득할 만한지 점검하라. 열정이 앞서 생각 없는 말을 누차 내뱉으면 '미숙한 사람'으로 스스로를 고정시킬 뿐이다. 



08. 마감을 엄수하라. 약속한 마감시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완수하라. 어려운 업무라면 중도에 도움을 청하라. 마감시간 입박해서야 시간이 부족했다는 변명을 하지 말라. 신입사원이라고 봐주리란 생각도 금물이다.



09. 허드렛일에 불만을 가지지 말라. '이런 거나 하려고 왔나?'란 생각을 버려라. 신입사원의 역량으로는 허드렛일이 최고의 업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조급하게 생각 말고 조금씩 역량을 확장하면 된다.



10. 입사 3개월 안에 능력 발휘의 기회를 찾아라. "이 일은 제가 해보겠습니다"라고 먼저 이야기하라. 그리고 그 일을 멋지게 완수하라. 



11. 동료 직원들의 불만에 동조하지 말라. 그냥 듣기만 하라. 맞장구치는 신입사원을 누가 곱게 볼까? 많은 눈이 자신을 향해 있음을 잊지 말라. 



12. 개인 용무를 절제하라. 최초 3개월은 조직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신고식 기간이다. 사적인 전화를 자제하고 개인물품으로 책상을 어지럽히지 말라. 누차 강조하건대, 많은 눈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혹시 SKT 쪽에서 들어오셨나요? 갑자기 트래픽이 증가해서요.)


이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의 링크를 눌러서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여기를 클릭!




  
,

누가 얼굴을 씻을까?   

2009. 11. 10. 13:13

2명의 청소부가 그으름이 많이 쌓인 굴뚝을 청소했습니다. 굴뚝 청소를 마치고 나왔을 때, 1명의 인부는 얼굴에 검댕이가 많이 묻어 아주 더러웠는데, 다른 1명은 이상하게도 얼굴이 깨끗했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둘 중에 누가 얼굴을 씻으러 갈까요? 답을 맞혀 보세요. (참고로, 그들 주변엔 거울이나 거울 대용물이 없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답을 금방 생각해 냈을 겁니다.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가 얼굴을 씻는다!" 왜냐하면 얼굴이 더러운 청소부의 얼굴을 보고 '내 얼굴도 더럽겠구나. 얼굴을 씻으러 가야겠다'라고 생각할 테니 말입니다. 재미삼아 트위터에서 이 문제를 내보니, 모든 분들이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를 정답으로 말씀하시더군요.

그러나 정답은 "얼굴이 더러운 청소부가 얼굴을 씻는다"입니다. 왜냐구요?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가 얼굴을 씻으러 갈 때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뤄질 겁니다.

더러운 청소부 :  "넌 얼굴이 깨끗한데, 왜 얼굴을 씻으러 가냐?"
깨끗한 청소부 :  "어, 그래? 난 네 얼굴이 더럽길래 나도 더러운 줄 알았지."
더러운 청소부 :  "내 얼굴이 더럽다고? 그럼 씻을 사람은 나로군."

이제 아셨습니까? 그러나 "둘 다 씻는다"가 더 옳은 답입니다. 왜냐하면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가 자신의 얼굴이 더러운 줄 알고 씻고 난 다음에, 아래과 같이 대화하기 때문이죠.

깨끗한 청소부 :  (얼굴을 다 씻고 돌아와서) "어? 넌 얼굴이 더러운데 왜 안 씻냐?"
더러운 청소부 :  "그래? 난 네 얼굴이 깨끗하길래 나도 깨끗할 줄 알고 안 씻었지."
깨끗한 청소부 :  "뭐라고? 네 얼굴은 온통 검댕이 투성이야. 빨리 씻고 오라구"
더러운 청소부 :  "알았다구!"

여러분이 처음에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가 얼굴을 씻는다"를 정답으로 떠올린 이유는 2명의 청소부 사이에 상호작용(예 : 대화나 표정)을 배제했기 때문입니다. 위에 낸 문제에서 둘 사이에 대화가 없다는 전제가 전혀 없는데도 그렇게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얼굴이 더러운 청소부가 얼굴을 씻는다" 혹은 "둘 다 씻는다"가 정답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협력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여러분이 실제로 이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만 얼굴을 씻는 상황은 일어나기 매우 어려움을 직감할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아서 서로 말을 절대 나누지 않는다면 어쩌죠?"라는 의문을 던질 겁니다. 맞습니다. 대화가 없다면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만 얼굴을 씻으러 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둘 다 씻는다"가 옳은 답입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굴뚝을 청소하러 들어간 사람들은 검댕이 때문에 자연스레 자신의 얼굴이 더러워질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얼굴이 절대 깨끗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청소를 끝내고나서 '아무 말 없이' 둘 다 얼굴을 씻으러 갈 겁니다. 둘 사이에 대화가 전혀 없어도 말입니다.

이 문제의 교훈은 문제를 해결할 때나 상황을 관찰할 때 '사고의 한계를 자동적으로 설정하려는 관성'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답은 오직 하나라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고의 한계를 벗어 버릴 때 다양한 정답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양한 정답들을 찾을 수 있을 때 창의력이 샘솟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신입사원 면접 때 던져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둘 다 씻지 않는다'와 같이 위에서 제시하지 않은 새로운 정답을 멋진 이유와 함께 설명하는 친구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