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성공 여부는 환경의 변화 방향을 옳게 파악하는 데에 달렸음을 누구나 압니다. 영화 '백투더퓨처'에 나오는 악당이 과거에서 훔쳐온 '스포츠 연감'으로 떼돈을 벌었듯이, 미래의 모습을 털오르라기 하나까지 훤히 들여다 보는 능력이 있다면 시장을 한순간에 장악할 경쟁력을 갖출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매우 불확실해서 그 변화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는다는 데 있습니다. 누구나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하지만, 예측하려 하면 할수록 미래는 손에 쥐면 빠져나가는 물처럼 잡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를 탐색하는 일을 그만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단지 예측하지 말라는 뜻이죠. 미래를 하나의 확실한 모습으로 확정지으려는 예측보다는, 불확실성이 낳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탐색하는 일에 집중하고 그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그것이 현명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탐색해야 하겠죠.



환경의 변화를 탐색하는 일은 ‘사금(沙金) 캐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사금 캐기는 강 밑의 모래를 한 가득 체로 떠서 필요 없는 것들을 물에 흘려 보내고 반짝반짝 빛나는 사금만 세심하게 채취하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합니다. 이처럼 의사결정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환경의 변수를 모두 끄집어 낸 다음에 적절치 않을 것들을 제거하고 정제하는 것이 환경의 변화를 탐색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관련 있다 싶은 모든 것을 ‘마구’ 생각해 낸 다음에 하나씩 골라내는 것이 성공 포인트입니다. 금 덩어리 하나가 만들어지려면 사금 조각들이 적어도 수백, 수천 개가 모여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여러분이 환경의 변화를 탐색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첫째, 상식을 경계해야 합니다. 시금치가 철분이 많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철분 함량을 논문에 잘못 기재하는 바람에 생긴 오해인 것처럼, 상식 중 많은 것들이 사실과 다릅니다.

정부와 기업의 자발적인 탄소 배출 억제 노력이 성공을 거둬서 온난화의 위험을 막으리라 기대하겠지만, 인간의 힘으로 중지시킬 수 없는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변화동인을 규명할 때 여러분의 상식은 선입견으로 돌변합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면 여러분의 상식을 다시 검토하기 바랍니다.

둘째, 트렌드 중 많은 것들이 역(易)트렌드와 쌍을 이룸을 유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보급으로 인해 중개자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제품과 서비스를 거래하는 소위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가 대세가 된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개자들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정보가 홍수를 이루면서 ‘좋은 선택’을 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졌기 때문에 가격 비교 사이트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중개자들이 출현하는 ‘재중개화(re-intermediation)’ 현상이 역트렌드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어떤 것이 환경의 변화라고 인식될 때마다 반드시 그것과 반대되는 현상이 존재하는지 검토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셋째, 책상을 벗어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야 합니다. 환경의 변화를 탐색하면서 아이디어의 빈곤에 시달리게 됩니다. 바로 그럴 때가 책상을 박차고 나갈 때입니다.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신약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100명이 넘는 전문가와 인터뷰하고 토론을 벌여 잠재적인 환경변수 목록을 작성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여러분은 경영진과 전문가 집단의 아이디어로부터 풍부한 환경변수의 풀(pool)을 구축하기 바랍니다.

넷째,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영역도 탐색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어두운 밤길을 가다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고 해보십시오. 가로등 아래는 환하지만 다른 곳은 아주 캄캄할 겁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자신도 모르게 가로등 아래를 위주로 살펴보게 될 겁니다.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 잃어버린 물건이 떨어져 있을 확률이 더 높을지도 모르는데도 말입니다. 평소에 잘 알고 익숙한 영역만을 집중해서 환경의 변화를 찾으려 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환경의 변화는 관련 산업의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부에서 발생하여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출판업자라면 환경문제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삼림의 파괴로 나무가 사라져 종이값이 폭등하면 도서 원가의 급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수익성이 악화시킵니다. 따라서 환경 파괴는 중요한 환경변수 중 하나가 돼야겠지요.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피에르 왁(Pierre Wack)은 ‘말[馬]의 시각’으로 환경을 바라보라고 조언합니다. 말의 눈은 머리의 양 옆에 달려 있어서 앞쪽보다는 가장자리의 초점이 더욱 명확합니다. 이처럼 환경의 변화를 탐색할 때는 익숙한 것만 바라보지 말고 시각을 확대해서 주변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열심히 ‘곁눈질’해야 함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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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나리오 플래닝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저에게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아 2010년의 기업환경에 대해 많이들 불안하게 느끼나 봅니다.

그런데 고객 분들이 문의를 할 때마다 "시나리오 플래닝이 좋은 기법이란 것은 알겠는데, 우리 회사가 시나리오 플래닝을 할 만한 상황인가요?", "우리 회사에게 시나리오 플래닝이 꼭 필요할까요?"란 질문을 항상 곁들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필요성과 유용함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간단하게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봤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 다음의 각 항목이 여러분의 회사에 해당하는지 체크해 보기 바랍니다.


"우리 회사에 시나리오 플래닝이 필요한가"  체크 리스트

1. 지금까지 해 왔던 예측이 자주 빗나가서 타격이 컸다.

2. 조직이 관료적이고 부서 간 벽이 높다.

3. 기능 통합적인(Cross Functional) 조직이 잘 운영된 적이 없다. 

4. 산업이나 회사 내부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되어 있다.

5. 그런 변화가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감잡을 수 없다.

6. 미래 환경의 변화를 탐색하는 씽크탱크 조직이 없거나 미약하다.

7. 환경과 경쟁사가 변하고 난 후에야 뒤따라가는 경영 관행이 존재한다.

8. 의사결정이 임박한 중대한 사안이 있다.

9. 전략 방향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고 그 차이가 크다.

10. 경쟁사가 시나리오를 통해 의사결정하는 중이다.

11. 매년 사업계획이 요식적으로 이루어지고, 돌발변수를 대응하지 못한다.

12. 미래에 대한 '집중적인'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다.

13. 외부의 힘(정부, 경쟁자, 고객, 공급자 등)들이 가하는 위협이 크다.

14. 산업의 특성상 매출이나 이익의 등락이 심한 편이다.


이 14개의 항목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한 개수가 8개 이상이면, 시나리오 플래닝을 도입하여 조직의 '미래 대비 역량' 강화하고, 전략의 환경 불일치로 인한 '전략 리스크'를 대비할 것을 권합니다.

전략 리스크 대비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간단한 의사결정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 수립에 시나리오 플래닝을 활용합니다. 로열 더치 셸,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다국적 기업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들 기업의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 되어 시나리오 플래닝을 할 만한 역량이 된다고 흔히들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뭐, 작은 회사인 걸요?"라고 말하면서 뒤로 물러납니다. 하지만, 그들의 오늘을 만든 성공요인 중 하나는 바로 전략 리스크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 즉 시나리오 플래닝이었습니다. 

"회사가 역량이 되어야만 시나리오 플래닝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시나리오 플래닝을 함으로써 미래의 적응 역량을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하자"라는 방향으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적극적으로 불확실성을 끌어 안고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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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물에서 놀아야 성공한다   

2009. 4. 17. 09:44


개인적으로 나는 요즘 시나리오 플래닝의 개념을 전략 수립의 새로운 대안으로 고객들에게 제안한다. 헌데, 시나리오플래닝을 설명하러 다닐 때마다 항상 듣는 소리가 있다. 다른 기업은 시나리오플래닝을 하고 있느냐란 질문이다. 아직 우리나라 기업은 일반화되어 있지 않고 외국의 로열더치쉘, 아스트라제네카 등과 같은 회사가 전략적으로 이용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대답하면, "에이 우리나라 동종사는 안 하고 있나보네요" 라며 생뚱맞다는 표정을 짓는다. 쫑긋 세웠던 귀를 내리고, "다른 회사에서 안 하는 걸 왜 합니까, 모르모트도 아니고, 검증 안 된 것을 했다가 손해 보면 책임질 테요" 란 반응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전략 수립방법을 도입하여 실행하는 것도 일종의 투자일 텐데, 그 투자가 실패했을 경우 입게 되는 리스크를 생각하면 다른 회사에 했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생리이기 이전에 인간심리가 원래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조직에 도입하고자 할 경우 기업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벤치마킹을 해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보고서에 다른 회사는 이렇게 하고 있다는 내용이 부족하면, 그 아이디어가 좋고 나쁜지는 차치하고, 믿을 수 없다, 근거가 뭐냐며 보고서 작성자를 향해 공격할 채비를 한다. 뛰어난 아이디어가 무덤 속으로 묻히는 순간이다.

벤치마킹은 회귀적 사고와 쌍둥이다. 회귀적 사고란 과거에 일어난 사건과 추세가 미래에도 비슷하게 전개될 거라 판단하는 사고방식인데 과거와 미래의 사업구조가 동일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벤치마킹도 마찬가지다. 사업영역도 같고 게다가 같은 국가에 있으니까 그 회사가 하고 있는 A사업에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식으로 전개하는 것이 벤치마킹적 사고방식인데, 고객, 제품, 인력 등 양사의 구조가 동일하다는 전제를 밑바탕에 두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미래의 사업구조가 절대 같을 수 있으며, 타기업과 우리회사의 구조 또한  동일하지 않다. 저 회사에서 잘 된다고 하니 우리도 잘 될 거란 보장을 누가 할 수 있겠으며, 남들 하는 걸 흉내 내서 무슨 혁신을 꾀할 수 있을 것인가? 벤치마킹은 본래 남의 장점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경영기법인데, 어찌 된 일인지 모방하고 뒤쫓아 가는 것으로 잘못 쓰이고 있다. 특히 업계 2, 3위 기업들이나 중소기업들이 그런 식으로 벤치마킹을 활용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그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냉정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벤치마킹의 덫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하이트 맥주를 뒤돌아 보자.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맥주는 OB맥주가 강력한 업계 1위였다. 하이트의 전신인 크라운 맥주는 OB맥주의 그늘에 가려 만년 2등의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하이트가 100% 천연 암반수라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워 업계의 판도를 뒤집어 놓은 사례는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과 비할 수 있는 일대 사건이었다. 만약 그때 하이트 내부의 벤치마킹적 사고에 단단히 물이 든 누군가가 뒷다리를 잡았더라면 어떠했을까? 그랬으면, OB맥주는 2005년에도 여전히 잘 나가고 있을 것이고 하이트는 근근이 버티고 있거나 최악에는 외국 업체에 합병됐을지도 모른다.

벤치마킹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벤치마킹을 하지 말라. 하더라도 참고만 하거나 아예 반대로 가라. 백전백승의 전략은 경쟁자와 ‘다른 물에서 노는 것’이다. 같은 물에서 놀아봐야 싸우느라 힘만 들고 돌아오는 몫도 탐탁치 않다. 온라인보험도 처음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는 엄청난 벤치마킹적 사고의 후폭풍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어떤가? 다른 물에서 놀기로 작정한 이후에, 전통적인 보험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어 놓았고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했다.

의사결정에는 검증이 필요하므로 벤치마킹은 필수적이라고 항변한다면, 좋은 사례가 있다. 정수기 필터업체인 브리타(Brita)사는 미국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타당성을 알아봐야 했다. 대개의 기업들은 동종기업 사례를 수집하고 시장조사를 위해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등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방법을  채택할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한 약국에 자사의 정수기로 걸러낸 차를 판매하는 작은 공간을 설치하고서, 지나가는 여성 소비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과 3일 만에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파악할 수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브리타사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성공하려면, 늘 다른 물에서 놀자. 좋은 전략이란, 다른 물에서 놀 수 있는 방법을 말한다. 중국의 최대기업인 하이얼의 장뤼민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기수는 말을 달릴 때 옆을 돌아보지 않는다.”  훌륭한 기업 혹은 성공한 개인이 되려면 남이 하는 것보다 내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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