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마지막 달, 12월에는 모두 12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쓰는 중이라 참고서적을 많이 읽었지요.

아래에 '일독'이라고 코멘트한 책들이 유용하고 흥미로웠습니다.

 

이로써, 2009년에는 모두 101권의 책을 읽었네요.

목표량인 100권을 달성한 셈이죠.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고 버린(?) 책은 카운트에 넣지 않았습니다.

(대략 6권 정도 되는 듯)

 

이제 2010년입니다.

2010년 역시 목표량은 100권입니다.


금년에는 어떤 책을 만나게 될까요?

어떤 책이 인생의 항로를 바꾸거나 가열할지, 그 미지가 기다려집니다.



 

생각이 솔솔 여섯 색깔 모자

생각이 솔솔, 여섯색깔 모자 :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그룹 씽킹의 방법론을 이야기하는 책. 간략하면서도 실무에 활용할 만한 팁들이 잘 정리돼 있다. 읽어보고 실천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토론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브레인스토밍

브레인스토밍 : 친숙한 용어이면서도 정작 브레인스토밍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된다. 브레인스토밍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전략적 사고의 기본기를 다진다는 측면에서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내용이 평이해서 쉽게 읽힌다.

 

삼국지 강의

삼국지 강의 : 중국의 TV방송으로 방영됐던 강의를 옮긴 책. 삼국지에 대해 우리가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조조라는 인물에 대한 재평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얻은 수확이다. 삼국지 팬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 세계사의 흐름을 5개의 키워드로 개괄하는 책. 초심자를 위해서 쉬운 문체로 쓰여 있지만, 세계사가 매우 따분하고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이 책 하나만 제대로 소화하면 어디가서 세계사에 무지하다 소리는 안 들을 것 같다. 일독을 권한다.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 inuit님의 출판 기념회에 갔다가 경품에 당첨되어 받은 책을 이제야 읽었다. 모순되고 상반되는 두 개의 아이디어가 있을 때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선택하는 것이 훌륭한 리더의 자질임을 이야기한다. 사후약방문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전략적 사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었다. 일독을 권한다.

 

아웃라이어(OUTLIERS)

아웃라이어 : 너무 유명한 책이라서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 말콤 글래드웰의 책. 사소한 초기 조건이 나중에 커다란 차이로 증폭돼 나타남을 여러 개의 관점과 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전개한다. 역시 글래드웰은 스토리텔링의 천재라는 생각. 하지만 좀더 학술적이면 좋았겠다는 생각. 일독을 권한다.

 

창의적 자유인

창의적 자유인 :  창의적인 사고법에 관한 여러 스킬을 논하는 책. 이런 류의 책을 많이 봤다면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된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사례가 유용해서 읽어 본 책이다.

 

창의력 노트

창의력 노트 : (위의 책과 같음) 

 

미시동기와 거시행동 

미시동기와 거시행동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셸링의 책. 개인의 미시적인 동기가 집단의 거시적 행동에 어떤 양상으로 파급되는지를 설명하는 책으로서 나비효과, 아웃라이어 등의 개념과 연결된다. 그러나 번역 탓인지, 원문의 난해함 때문인지 잘 읽히지 않아서 통독이 어려웠다. 솔직히 발췌하듯 읽었다.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만 이 책을 권한다.

 

3개의 초감각 

3개의 초감각 : 일본의 경영 컨설턴트가 전략적 사고법에 관해 쓴 책. 군데군데 몇 개의 아이디어가 빛나긴 하는데, 책 전반을 흐르는 '잘난 체'와 '독자 모독'이 부담스러운 책.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인간 등정의 발자취 

인간 등정의 발자취 : 인류사를 개괄하는 책으로서 제이콥 브르노우스키의 말년의 역작이다. 풍부한 화보만으로도 가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허나 문체가 '예스럽고' 용어가 어려워서 쉽게 읽히지 않는 단점이 있다. 오래 두고 한 챕터씩 읽으면 좋을 책.

 

지적 사고의 기술 

지적 사고의 기술 : 문제해결을 위한 사고(목적탐색적사고, 관철적사고, 구조적사고 등)에 대하여 설명한 메뉴얼. 문제해결법을 공부하는 초심자들에게 적당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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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의 작은 동기들이 모여서 재미있고 때로는 중대한 결과를 낳곤 합니다. 강연장에서 사람들이 좌석에 앉는 패턴을 살펴보면, 개인들이 연사와, 그리고 다른 청중들과 얼마나 '이격'돼야 하는지 의식적으로 아는 것만 같습니다.

사실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행동들이 결합되어 나타난 현상이죠. 혼잡한 교통상황, 커피가 갑자기 희소해지는 현상, 기부액이 급증하는 현상들은 모두 개인의 미시적인 동기가 거시적인 행동 패턴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토머스 셸링은 이런 사회현상을 주의 깊게 연구한 학자로서 2005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가 '미시동기와 거시행동'이란 책에서 소개된 모의실험이 있습니다. 일명 "끼리끼리 모이는 현상"에 관한 실험입니다.

이 실험은 서로 이질적인 두 종족(혹은 인종이나 국적)이 한 지역에 인위적으로 고루 섞여서 살기 시작한다면, 개인들이 자기네 종족과 같이 살려는 작은 욕구가 모이고 모여서 나중에는 뚜렷한 군집(군락)이 구분됨을 보여줍니다. 요컨대, 인종차별의 감정이 없더라도 군집이 분리된다는 걸 보여주는 실험이죠.

그 글을 읽고나서, 그냥 눈으로만 읽을 게 아니라 직접 실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밤늦도록 시간을 까먹고 말았지요.

제가 한 시뮬레이션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1. 다른 종족인 'O족'과 '#족'이 8X8의 바둑판에 고루 퍼져 거주할 것을 '명' 받았습니다. 즉, O족과 #족이 바둑판의 한칸씩을 번갈아 점유토록 한 것이지요.

2. 그런 다음 무작위로 몇 개의 셀을 지웁니다. 왜냐하면 이사 갈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죠. 그래서 아래와 같은 매트릭스를 얻었습니다. 보다시피 O족 사람과 #족 사람들이 섞여 사는 중입니다.


3. 각 셀에 사는 사람들이 이사 가야겠다는 동기를 갖도록 만드는 로직을 다음과 같이 적용했습니다. 이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셀은 '이사를 가야하는 셀'이 됩니다.

- 이웃이 3~5명이면 적어도 그 중 2명 이상이 동족이어야 살 만하다.
- 이웃이 6~8명이면 적어도 그 중 3명 이상이 동족이어야 살 만하다.
- 이웃이 2명이면, 그 중 하나는 동족이어야 한다.
- 이웃이 1명이면, 그 이웃은 반드시 동족이어야 한다.

4. '이사를 가야하는 셀'이 밝혀지면, 그놈을 바둑판의 빈곳으로 이사를 시킵니다. 이사 시키는 로직의 기본은 '자신을 둘러싼 8개의 셀 중에서 동족을 많이 만나게 될 빈곳으로 이사를 시킨다'입니다. 그 밖의 로직은 대세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여러분 마음대로 정해도 됩니다.

5. 3번부터 4번의 절차를 계속 반복합니다. '이사를 가야하는 셀'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계속하면 됩니다.


아래의 동영상은 제가 해본 시뮬레이션의 결과입니다. 고르게 퍼져 살던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끼리끼리 모이는 현상을 나타냅니다. 약간의 예외 셀이 존재하나,  좌상단은 주로 O족이, 우하단쪽은 #족이 모여 살게 됩니다.

플레이 버튼을 눌러서 셀의 분포가 변하는 모습을 살펴 보십시오. 특이한 점은 한참 후에 군락의 구분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두 번째 컷으로 넘어가자마자 어느 정도 군락이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비약일지 모르지만, 마치 '창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간단한 실험이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전달합니다. 개인들의 욕구(예를 들어, 가능한 한 많은 동족을 이웃으로 두려는)가 국가나 지역 단위로 축적되면, 의도치 않은 중대한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상은 말콤 글래드웰이 유행시킨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와, 카오스 이론에서 감초처럼 등장하는 '나비효과',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실현적 예언'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서로에게 적응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성취하느냐의 문제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요. 우리는 보통 위대한 인물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어 가면 그 사람의 위대한 품성을 만나리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독불장군처럼 혼자 잘나서 잘된 사람은 없습니다. 무의미하게만 보이는 수많은 개인들의 욕구와 의사결정들이 우연하게 '좋은 방향'으로 '창발'되어 그 사람의 위대함을 조력했기 때문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강조하는 주장도 바로 이러한 것이죠.

위의 실험은 국가나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작위적인 도구를 사용하여 개인들의 동기와 선택의 자유를 무력화시키거나 조작할 수 있을까란 의문도 함께 던져 줍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한 작위적 도구의 기저엔 더 작은 미시의 동기들이 꿈틀거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는 언제나 배태된 '혁명'의 들끓음 위에 발을 딛고 살지요.

혹 다른 조건으로 실험을 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Excel 파일을 공개합니다. (조악하니, 그 점은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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