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P3 플레이어의 전략캔버스
MP3 플레이어의 전략캔버스
지금의 멕시코와 과테말라를 중심으로 찬란한 꽃을 피웠던 마야 문명이 몰락한 직접적인 원인은 스페인 정복자인 코르테스의 침략 때문이 아니다. 문명의 몰락은 이미 서기 800년 경에 시작되었다. 한때 적게는 300만, 많게는 14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인구로 북적거렸지만 코르테스가 1524년 즈음에 마야 문명의 중심지인 '페텐'에 도착했을 때 인구는 고작 3만 명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코르테스
역사상 가장 빨리 포브스의 500대 기업에 랭크된 회사는 애플 컴퓨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악하기 짝이 없으나 당시로서는 꽤 괜찮은 성능을 자랑하던 PC인 '애플 II'가 갑작스러운 성공의 견인차였다. 1976년에 9만 5천 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1982년에 10억 달러를 초과했다. 고작 6년 만에 10,000 배가 넘는 성장을 한 애플 컴퓨터는 1983년에 포브스 500대 기업 41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젊은 갑부가 된다. 이때가 애플의 가장 풍요로웠던 전성기였다.
그러나 풍요는 몰락의 시작이라는 공식이 애플에게도 여지없이 들어 맞았다. 1982년에 '타임'지의 표지 인물로 오른 스티브 잡스는 3년 뒤에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날 거라 예상했었을까? 1982년에 정점을 찍은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그때까지 숨죽이고 있던 코끼리 IBM에 의해 서서히 잠식 당하고 그 뒤에 무수히 쏟아진 IBM호환 PC 때문에 애플은 도산 위기에까지 몰리고 만다.
10억 달러 이상의 적자로 허덕이던 애플이 1997년에 쫓아 낸 스티브 잡스를 다시 받아 들임으로써 그 해 1억 달러 흑자라는 반전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풍요가 몰락의 시작임을 회사의 역사가 증명하는 대표적인 회사임에는 틀림없다(지금 잘 나가고 있으니 뭐가 문제냐는 말은 하지 말자).
"쇠퇴가 임박했음을 조기에 가장 잘 표시해 주는 것은 우량 경영에 대한 표창장들이다.한 기업이 랭킹 순위 1위에 오르면 이것은 문제가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다. 오늘의 수퍼스타는 내일 깊이 추락할 수 있는가장 좋은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헤르만 지몬은 경고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우습게 넘길 말이 아니다.
풍요는 마약과도 같아서 중독될수록 더 많은 '양'을 원한다. 국민들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다스릴지 고민하지 않고 석고를 얼마나 두껍게 바를 수 있는지와 같이 사소한 경쟁에 마야의 왕들이 집착했듯이 풍요는 마약처럼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작년(2007년)에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폭행 사건 역시 풍요가 그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 것이다.
아마 이와 비슷한 상상을 할지 모르겠다. "멋드러지게 꾸민 개인 전용 사무실에서 일한다면 아이디어가 더 많이 생기고 일도 열심히 할 수 있을 텐데...장서가 가득한 나만의 서재가 있다면 까짓 멋진 작품 수십 편은 쓸 수 있을 텐데..." 나도 가끔 이런 공상에 젖곤 한다. 그러나 좋은 환경이라는 풍요는 좋은 아이디어와 높은 성과를 담보하지 않기 때문에 끝도 없이 흘러가는 공상에 브레이크를 건다.
풍요할수록 변해야 할 이유를 상실하고, 상실된 목표의식은 자신을 게으름으로 몰고 간다. 게으름은 '내가 아무것도 못하고 있구나'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만드는데, 풍요로운 생활은 자신을 추스르도록 만들기보다는 술이나 오락처럼 방탕한 방식으로 죄책감을 해소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풍요로움에 대한 상상은 부질없는 '환상'이다. 풍요는 몰락의 시작을 알리는 슬픈 서곡이다.
스스로 풍요롭다고 생각하는가? 갑작스러운 행운과 성공이 찾아 왔는가? 만일 당신이 행운아라면 축하의 악수를 건네기 전에 이 말을 해주고 싶다. 풍요를 경계하고 보다 건설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매진하길 바란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인간은 더 많은 걸 항상 추구하는 동물이라 웬만해서 만족하는 법이 없고 또 행운아들은 매우 적은 법이기 때문이다.
풍요로움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는가? 떵떵거리는 부자가 되고 싶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가? 이런 사람은 매우 많을 것이다. 만일 당신 그 중 한 사람이라면, '내가 풍요롭지 않아서 나는 잘 하기가 힘들어'란 패배감에 당신은 아마 젖어 있을지 모른다. 혹은 '풍요로워진다면 그때 잘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자신의 처지와 무능의 이유를 애써 합리화하며 '노력을 유보'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성공과 성공이 가져다 주는 풍요를 기대하지 말라. 지금 바로 하지 않으면 당신은 매번 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