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의 유형을 야구로 비유하면?   

2012. 10. 25. 09:00


길을 걷다가, 책을 읽다가, 그냥 가만히 쉬다가 갑작스럽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으면 페이스북 담벼락에 남기곤 합니다. 그동안은 쓰기만 하고 따로 정리하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가끔씩 블로그에 모아서 정리해 두어야겠습니다. 나중에 '내가 뭐라고 말했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생겨서 말입니다. ^^


일종의 비망록이라고 할까요? 짧게 끊어 쓴 글들의 모음이지만, 간혹 곱씹어 볼 내용이 있기를 바랍니다. ^^





관리자의 유형을 야구로 비유하면,


1. 해설가형 : 결과를 보고 이렇다 저렇다 논평하는 관리자

2. 선수형 : 사사건건 간섭하는 관리자. 일명 마이크로 매니저.

3. 볼보이형 : 팀원의 업무를 떠맡아 하는 관리자

4. 관중형 : '어떻게 하나' 감시하는 관리자

5. 감독형 : 팀원의 발전을 함께 하는 코치


여러분의 관리자는 어떤 유형인가요?



피드백의 Tips

- 피드백은 간단 명료하게 하라

- 칭찬 피드백은 75~85퍼센트, 잘못 지적 피드백은 15~25퍼센트.

- 칭찬과 꾸중을 섞지 말라.

- 하루에 최소 5퍼센트의 시간(25분)을 피드백에 할애하라

- 직원들에게 피드백 받고자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물어라

- 직원들이 서로 피드백하도록 권장하라

- 금요일에 직원들을 각각 만나 피드백하라


칭찬에 인색한 관리자의 10가지 핑계 <출처 : Carrots and Sticks Don't Work >

1. 시간이 없기 때문에

2. 그저 자기 할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3. 칭찬은 내 성격에 맞지 않기 때문에

4.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5. 서로 떨어져 있어서 잘 모르기 때문에

6. 직원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7. 내 상사로부터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8. 칭찬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9. 잘못된 행동만 눈에 보이기 때문에

10. 칭찬할 만한 행동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 아무리 애써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직원에게는 더 이상 공을 들이지도, 전전긍긍해 하지도 마세요. 여러분의 업무생활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그를 분리시키는 게 현명한 처사입니다.
  • 생명체는 돌연변이를 통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생존한다. 돌연변이는 적응의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고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돌연변이는 비효율로 인식되기에 돌연변이 발생을 최대로 억제한다. 그래서 고효율 조직은 환경 적응에 실패한다.
  • 작았던 기업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이제부터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효율적인 경영체계를 추구한다. 조직을 관료화하고 컨설팅도 받는다. 활력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시점이 바로 이때다. 이때에 이르면, 기업을 다시 쪼개어 기업가정신과 활력을 회복해야 한다.
  • 기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이 더딘 이유. 총매출이 10억원일 때나 1000억원일 때나 1억원의 추가 매출을 얻기 위해 드는 노력은 사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전자는 10% 성장이지만, 후자는 0.1% 성장이라고 기록된다.
  • 직원들을 아이처럼 다루면 아이처럼 행동한다. 직원들을 어른으로 대우하면 어른답게 행동한다.

  • "우리 조직은 변화에 강하고 끝까지 생존 가능한가?"란 질문의 답을 쉽게 얻으려면, "우리 조직은 직원들이 반대 의견을 내도록 권하고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조직인가?"라고 바꿔 물으면 된다.
  • 직원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피드백 형태.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내가 신입사원일 때는..." 존경심은 기대하지 말라. 직원의 마음 속에서는 거부감만 피어 오른다.
  • 사람들은 조직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원인이 의사소통의 양과 질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종종 말한다. 정말 그럴까? 사실 문제의 핵심은 의사소통이 아니라 '신뢰'에 있다.
  • 사람들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더 많이 하려 한다. 그래야 상대방이 변화될 거라 믿는다. 애석하게도 부정적인 피드백은 상대방을 변화시키지 못할뿐더러 관계를 악화시킨다.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반목도 대부분 여기서 출발한다.
  • 나의 사회생활 원칙 중 하나. 상대방이 요청하지 않으면 절대 먼저 충고하지 않는다.
  • 오직 에펠탑에 서야만 에펠탑이 없는 파리를 볼 수 있다.
  • 스펙 좋은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할 때 유념해야 할 사항. 그들은 대체로 실패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실패로부터 배우는 법을 모른다. 실패를 당하지 않기 위해 방어적이기 쉽고 비판을 거부한다. 그래서 기대한 만큼 조직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기여하지 못한다.


  • "내가 소비자라면 우리 제품(또는 서비스)를 경쟁사 것보다 먼저 선택할 것인가?"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솔직히 대답하는 자가 진정한 수요 창조자가 될 자격이 있다. 이는 대선주자에게도 유효하다.
  • 매뉴얼은 경험이 없는 초보자나 안전을 꼭 준수해야 하는 경우에만 필요한 물건이다. 매뉴얼은 창의적인 생각을 제한한다. 그럼에도 매뉴얼 만드는 데 필요 이상의 시간을 쓴다.
  • 어제 S그룹 임원들에게 강조했던 말. "전략의 실패는 전략의 내용이 나빴기 때문이 아니라, 내용이 좋은 전략이 나쁜 환경을 만났기 때문이다. 좋은 전략을 수립하려고 너무 힘빼지 마시라."
  • 건강한 사람에게 병이 있다고 진단할 경우 vs. 병든 사람에게 건강하다고 진단할 경우. 어떤 경우가 더 나쁠까? 답은 '둘 다 나쁘다'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에 가해지는 페널티가 더 크다. 전자는 오히려 권장되거나 보상 받기까지 한다. 이는 분명 문제다. 컨설팅의 패착 중 하나는 건강한 조직에서 병을 찾아내려 하는 데에 있다.
  • 보고서를 누구에게 가장 먼저 설득해야 할까?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조차 설득시키지 못한 보고서는 결국 기각된다. 그런 보고서가 아주 많다.

  • 팀에서 금요일마다 주간회의 같은 요식 행위는 하지 말고, 직원 개개인들과 5분씩 업무에 관한 피드백을 주고 받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
  • 관리자가 직급에 따라 알아야 할 정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하직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임원증후군 : 임원이 되면 문지기를 두고 '뒷방'에 나앉아 있고 싶어 한다. 손에 물 묻히는 일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선을 긋기 시작한다. 그래야 권위가 생긴다고 믿는다. (물론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다.)
  • 나와 실력이 비슷한데 고성과자라고 평가되어 나보다 많은 연봉을 받을 때 vs. 나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자가 나와 같은 연봉을 받을 때. 언제 '나의 기분'이 더 안 좋을까?
  • 보상 프로그램들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직원들을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실행된다. 사실 이런 조치는 보상 프로그램 없이도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부당하다. '왜 돈을 열심히 일하지 않는 자들을 위해 쓴단 말인가?' 라고 생각할테니까.
  • 많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복지 혜택이나 '돈'을 포상한다. 그렇게 되면 그것들은 마땅히 받아야 하는 entitlement program으로 전락한다. 그렇게 되면 직원들이 사기는 더 떨어진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 공장의 '안전사고율 제로'에 대해 보상하면, 직원들은 소소한 안전사고를 은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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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경제신문 2010년 6월 4일자에 소개된 기사를 옮겨온 것입니다.)

요즘 '불확실성'이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아마존에서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면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일어난다는 '나비효과'도 덩달아 거론됩니다. 하찮아 보이는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파국을 야기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말인데,이런 나비효과들이 불확실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죠.우리는 불확실성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요. 다음 세 개의 문장 중 가장 불확실한 것은 뭘까요.

⑴내일 비 올 확률은 90%다. ⑵내일 경기에서 우리 팀이 이길 확률은 50%다. ⑶우리가 인연이 될 확률은 바늘 하나가 떨어져 사방 1㎝의 종이 위에 꽂힐 확률이다. 

질문을 받은 70% 정도는 ⑶번을 택한다고 하지만 정답은 ⑵번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동전을 던질 때마다 어떤 면이 나올지 확신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앞면이든 뒷면이든 나올 확률이 2분의 1로 똑같으니까요. 이렇듯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확률이 똑같을 때가 가장 불확실한 겁니다. 

만약 동전의 무게중심이 쏠려서 앞면이 나올 확률이 51%만 돼도 50%일 때보다 불확실성은 작아지죠.사람들이 ⑶번을 많이 선택하는 것은 발생 확률이 작은 것을 불확실성으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확률이 아주 작다는 것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한 것을 말하기 때문에,불확실성이 작다는 의미로 생각해야죠.

이런 불확실성에 따라 이렇게 될 수도,저렇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을 인정하고 각각의 경우에 모두 대비하기 위한 것이 시나리오입니다. 시나리오는 미래에 발생하게 될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발생 가능한 스토리를 찾아내서 대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런 관점을 견지하면서 미래의 시나리오를 찾아가는 과정을 '시나리오 플래닝'이라고 합니다. 

(출처 : 한국경제신문 2010.6.4)


WBC에 시나리오 적용하기
시나리오 플래닝은 총 7단계를 거쳐 완성됩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보죠.당시 한국과 일본의 제2라운드 순위 결정전이 치러졌습니다. 한국팀을 이끈 김인식 감독은 경기 전에 이런 고민을 했을 겁니다. '일본에 이겨야 하나,져야 하나. '

이기면 조1위가 돼 미국과,지면 조2위가 돼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을 치러야 했지요. 두 팀 모두 객관적인 전력이 한수 위였습니다. 또 김 감독 입장에서는 일본을 상대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을 겁니다. 김 감독의 이런 딜레마를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풀어보죠.


첫 단계는 핵심 이슈를 명확히 선정하는 것입니다. 김 감독의 핵심 이슈는 '준결승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일본과의 2라운드 순위결정전을 이겨야 할까,져야 할까'입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의사결정 요소를 선정해야 합니다.

일본에 이길지 말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요소는 '준결승전 상대'입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중 누가 되는지에 따라 핵심 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이 달라지기 때문인데,여기에도 두 팀의 전력이라는 불확실성이 숨어 있습니다. 이것을 핵심변화동인이라고 하는데,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4개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집니다. <표1>

감독은 시나리오별로 취해야 할 최적의 전략을 궁리하면 됩니다. 만일 베네수엘라가 약하고 미국이 강한 세 번째 시나리오라면,일본에 져서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전을 치르는 것이 최적의 전략이겠죠.그전에 각 시나리오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그 이미지를 머릿속에 명확히 해둘 수 있게 시나리오를 수립해야 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나온 대응전략이 더 효과적이고 다른 사람들을 동참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네 번째는 각 시나리오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시나리오 라이팅(writing) 단계입니다. 다음은 4개의 시나리오 중에서 두 팀 다 강한 '최악의 1번 시나리오'에 대해서 간략하게 시나리오를 라이팅한 사례입니다. 

"우리 팀이 준결승전(4강전)에서 만나게 될 베네수엘라나 미국은 모두 강팀이다. 두 팀 모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 출신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WBC 1~2라운드에서 6승1패의 전적을 기록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타격과 마운드 모두 미국보다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미국도 만만치 않다.

미국팀은 1라운드에서 다소 부진했으나 전력을 보강해 2라운드를 통과했다. 또한 '홈 어드벤티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지난 1회 WBC에서 미국은 일본을 상대로 '어이없는 오심'으로 아주 쉽게(?) 1승을 거뒀던 전례가 있다. 전원 메이저 리그 심판이기는 하지만,자신들의 조국에 유리한 판정을 내릴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

(출처 : 한국경제신문 2010.6.4)


시나리오 다음은 대응전략 수립
시나리오가 나왔으면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전략을 어떻게 세울까요. 일단 대응전략에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야구는 공격과 수비가 명확히 구분되니 전략도 둘로 나뉘겠죠.공격전략은 타력으로 대표되고,수비전략은 투수력이니 이 두 개의 기준으로 구분될 겁니다. 이 기준들을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전략요소'라고 부릅니다. 

타력을 위해서는 기존대로 뛰어난 기량의 주전 타자로 구성하는 것과 후보 선수를 포함해 구성하는 방법이 있겠죠.투수력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기기 위해 에이스급 선발투수를 기용하는 것과,져도 관계없으니 기량이 약간 부족한 중간급 선발투수 기용 중에서 선택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전략요소가 취할 수 있는 값들을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옵션'이라고 부릅니다. 두 개의 전략요소가 두 개씩의 옵션을 갖기 때문에 김 감독이 취할 수 있는 전략대안은 다음과 같이 모두 4개가 될 겁니다. <표2>

이제 각 시나리오에 가장 적합한 전략이 위의 4개 전략 중 무엇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든 당황하지 않고 즉각 대응할 수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와 미국 모두 전력이 강한 첫 번째 시나리오인 줄 알았는데,갑자기 미국의 에이스급 투수와 타자가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된다면 베네수엘라가 강하고 미국이 약한 두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납니다. 그럴 때 처음 세운 전략과 다른 전략으로 재빨리 선회해야 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동기부여 효과 커
시나리오 플래닝은 무엇보다도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 구성원들의 동기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큽니다. 위기가 닥치면 '상황이 어려워졌으니 허리끈 졸라매고 열심히 뛰어보자'는 캠페인을 벌이지만,그동안 너무 많이 써먹은 탓에 더 이상 구성원들을 감화시키지 못합니다. 

시나리오는 이때 빛을 발합니다. 시나리오는 이야기를 통해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변화 의지의 불꽃을 발화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불확실함을 인정하고,예측이 아니라 시나리오로 미래를 관측해야 합니다. 숫자가 아니라 미래의 구체적인 모습을 이야기해야 하는 거죠.그래야 희미하게 반짝이는 미래를 보다 잘 관측하고 대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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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경기를 보는 동안(보기 전이 아님) 어느 팀이 승리할 지 알아맞히려면 어떤 정보들이 필요할까? 팀의 승률, 팀 방어율, 팀 타율 등 팀 성적은 물론이고 선발투수의 방어률, 피안타율, 타자의 출루율, 혹은 그날의 날씨, 홈경기 여부 등 수많은 정보들을 따져봐야 승리팀을 알 수 있을까?

물론 충분한 크기의 다양한(그리고 좀 복잡한) 데이터가 주어지고 분석만 잘 한다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근사한 예측 적중률을 보이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경기가 이미 끝나버리고 만다.

해서, 나는 이런 가설을 세웠다.

4회까지의 점수만 보면, 그 경기의 승리팀을 70% 적중률로 예측할 수 있다.

이 가설의 아이디어는 게르츠 기거렌처의 '생각이 직관에 묻다'에서 얻었다. 그 책은 농구 경기에서 팀별 승률과 전반전 스코어만 보면 승리팀을 78%의 적중률로 맞힐 수 있다는 결과를 소개한다.

여러분이 A팀과 B팀 간의 야구 경기를 4회까지만 관전하고 그 경기의 승리팀이 어디인지 알아맞힌다면, 그 적중율은 얼마나 될까? 50%, 아니면 60%? 시간이 없어서 4회까지만 경기를 봐야 한다면, 이 가설의 증명 여부가 도움이 될지 모른다.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실험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2009년 4월 4일부터 5월 10일까지 치러진 124개의 경기 결과를 확보했다.

2. 각 경기의 4회까지 점수 결과를 일일이 수집했다 (좀 힘들었다. -_-).

3. 4회까지의 점수가 앞서는 팀이 승리팀이 되리라 예측했다.

4. 만일 4회까지의 점수가 동점이면, 2008년의 승률이 높은 팀이 승리팀이 되리라 예측했다.

[실험 결과]
엑셀 파일에 이와 같은 로직을 담아 시뮬레이션해 보니, 71.8%라는 적중률이 도출됐다(비긴 경기를 감안하면 77% 정도가 된다). 가설보다 높은 수치다. 이 결과를 바꿔 생각하면, 5회 이후에 역전이 짐작만큼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아래의 엑셀 파일 참조). '우리팀이 역전하기를' 고대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역전할 확률은 기껏해야 3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실험은 시즌 초반에 해당하는 경기에만 적용했는데,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적용한다면 적중률이 다소 변하리라 예상된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의사결정 내릴 때마다 정보가 부족하기 일쑤다. 좀더 많은 정보, 지식, 방법론을 적용하면 예측의 정확성이 커질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까워 하는 경우가 많다. "아, 다양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한다면 좋겠는데..."라며 탄식한다. 많은 정보가 예측의 적중률 향상시킨다고 믿는다.

그러나, 적은 정보만 가지고도 꽤 근사한 적중률로 예측이 가능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많은 데이터와 정보를 가진다고 해서 예측의 적중률을 높이지는 못한다. 추가되는 데이터의 '한계(Marginal)예측적중률'은 '한계효용'처럼 급격히 체감된다. 100%에 가까운 적중율을 얻으려면 거의 무한대의 정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불확실하고 복잡한 시대, 간단한 판단법으로 쉽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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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재미삼아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을 사용해서 일본과의 경기 전략을 예상한 사례입니다. 예상 시점은 경기 시작 전인데, 저의 야구지식이 일천하니 이 글은 시나리오 플래닝의 이해를 목적으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알다시피 지난 3월 20일(금),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제2라운드 순위 결정전이 있었다. 일본과 벌써 4번째 격돌하는 거라서 '또 일본이야?'라는 식상함 때문에, 또 이미 4강 진출이 확정됐기 때문에 경기를 보는 흥미가 이전 경기 만큼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져도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일본의 코를 한번 더 납작하게 해 놓고 준결승전에 나가기를 많은 국민들이 은근히 바랬을 거다. 이왕이면 이기는 게 좋으니까 말이다.

나는 그날 하루 종일 진행되는 모 회사의 워크샵(시나리오 플래닝) 때문에 중계방송을 보지 못했다. 다행히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장소라서 휴식 시간마다 인터넷으로 득점 상황을 체크하면서 경기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워크샵 참여자들도 각자 요령껏 접속해보는 모양이었으나, 내가 그들에게 힘든(?) 워크샵 과제를 부여한 터라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날 내가 진행해야 했던 워크샵 주제가 시나리오 플래닝이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는 워크샵 장소로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김인식 감독이 고민했을 시나리오를 생각해 봤다. '과연 그는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는 전략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지는 전략을 취할 것인가? 이기면 조1위가 되어 미국과, 지면 조2위가 되어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을 치러야 한다. 두 팀 모두 메이저 리거가 주축이라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가진 팀이다. 김인식 감독은 둘 중 어떤 팀을 선택할 것인가?'... 라고 말이다.

4강 진출이 확정된 터라 무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순위결정전에서 패해도 상관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일본과의 경기인데다가, 열렬한 성원을 보내는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일부러 지는 전략'을 구사하다가 자칫 콜드게임으로 대패하는 상황이 또 연출될 경우에 국민들로부터 사정없는 지탄을 받아야 하고 준결승전을 임하는 선수들의 사기도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지더라도 '잘 져야 하는' 부담이 있다. 과연 이런 딜레마를 김인식 감독이라면 어떻게 풀어갈까?

나는 자연스레 시나리오 플래닝의 맨 처음 단계인 '핵심이슈 선정'으로 생각을 전개했다. '그래, 맨 먼저 핵심이슈를 찾아야 해. 다시 말해, 이 시점(일본과 경기를 치르기 전)에 김 감독의 머리 속을 가장 고민스럽게 만드는 질문은 무엇일까? 맞아! 핵심이슈는 바로 이거야!'

핵심이슈 : 준결승전을 승리하기 위해 일본과의 2라운드 순위결정전을 이겨야 할까, 져야 할까?

핵심이슈에 대한 답을 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찾아내서 시나리오들을 도출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미래에 펼쳐질 여러 상황들을 감안함으로써 전략의 실패 가능성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김인식 감독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을지도 모를 '불확실성'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두 팀의 전력을 불확실성이 큰 요인들로 판단했다. 물론 두 팀은 메이저 리거가 즐비한 팀이라서 객관적인 전력이 막강한 것이 확실하나, 단기전의 특성상 투수력과 수비력으로 경기 결과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우리 팀에 대한 '그들의 상대적인 전력'은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했다. 그날의 전력은 '붙어봐야' 알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에서 다음과 같이 두 팀의 전력을 핵심변화동인(불확실성이 매우 큰 요소)으로 선정한 후에, 4개의 시나리오를 머리 속으로 그려봤다. 그렇게 해야 그나마 만원 지하철의 고통을 덜 수 있었다. 여기서 '전력'이란 우리나라 팀과의 상대적인 '그날의 전력'을 의미하니 오해 없기 바란다.

    시나리오 No.     시나리오명    베네수엘라 전력    미국 전력 
          1     '강베 강미'     강하다     강하다
          2     '강베 약미'     강하다     약하다
          3     '약베 강미'     약하다     강하다
          4     '역베 약미'     약하다     약하다

이 4개의 시나리오에 대해 김인식 감독이 택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은 무수히 많겠지만, 결국 2가지로 귀결된다. 즉, 일본에 '이기는 전략'과 '지는 전략'이다.

전략 1 : 일본에 '이기기' = 즉, '미국과 준결승을 치르기'
전략 2 : 일본에 '지기'    =  즉,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을 치르기'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시나리오들과 전략들과의 적합성을 판단해서 '최고의 전략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이 있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적합도 판단기준'를 결정해야 한다. 즉, 어떤 기준으로 전략의 적합성을 평가할 것이냐를 정해놔야 한다.

만원 지하철에서 나는 가까스로(?) 다음과 같은 적합도 판단기준 2개를 생각해 냈다. 김인식 감독이 명감독이라면, 일본과의 2라운드 순위 결정전에 임하면서 준결승전 뿐만 아니라 결승전도 염두에 둔 전략을 구사할 거라 예상됐기 때문이다. 또한, 투수력을 판단기준으로 본 이유는 WBC의 이상한 '투구수 규정' 때문에 팀의 투수력을 얼마나 알뜰하게 관리하느냐가 승리요소이기 때문이다.

적합도 판단기준 1 : '준결승전을 위한 투수력 비축'
적합도 판단기준 2 : '결승전을 위한 투수력 비축'

이제 위에서 정한 2개의 전략 중에 어떤 것이 최고의 전략인지 평가 내릴 시간이다.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이라 필기를 할 수 없었던 탓에, (죄송하지만) 앞사람의 뒷통수를 가상의 엑셀 시트라 생각하고 암산하기 시작했다. 암산이 젬병이라서 상상 속에서 그 분의 뒷통수를 지우고 또 지워야 했다. 평가 점수는 평가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내 판단은 다음과 같았다.

적합도 판단기준 1 : '준결승전을 위한 투수력 비축' 으로 평가 내린 결과
        시나리오      전략 1 : 일본에 이기기
     (미국과 준결승)
     전략 2 : 일본에 지기
     (베네수엘라와 준결승)
        '강베 강미'                1               2
        '강베 약미'                2               1
        '약베 강미'                1               2
        '역베 약미'                1               2
                      합계                5               7
( 1 : 적합하지 않다   2: 그저 그렇다    3: 적합하다)

적합도 판단기준 2 : '결승전을 위한 투수력 비축' 으로 평가 내린 결과
        시나리오      전략 1 : 일본에 이기기
     (미국과 준결승)
     전략 2 : 일본에 지기
     (베네수엘라와 준결승)
       '강베 강미'                1               3
       '강베 약미'                3               1
       '약베 강미'                1               3
       '약베 약미'                1               3
                      합계                6               10
( 1 : 적합하지 않다   2: 그저 그렇다    3: 적합하다)

가까스로 계산을 마치고 나니 위의 표처럼 일본과의 순위 결정전에서 '지는' 전략이 가장 최적의 전략으로 나타났다(합계 점수가 높은 쪽이 최적 전략임).

'정말로 지는 전략을 구사할까?' 워크샵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리고 일본과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나는 이런 생각에 빠져 있었다. 김인식 감독이 어떤 전략을 택할지 확인하고 싶어서 사실 좀이 쑤셨다.

내 예상대로 김인식 감독은 정말로 '지는 전략'을 초반부터 구사했다. 선발투수로 장원삼 선수를 기용하고 경기경험을 쌓도록 그동안 뛰지 못했던 타자들을 기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중심타자들만은 기존 멤버를 유지함으로써 허무하게 지지 않고 '잘 지도록' 타순을 짰다. 시나리오 플래닝 관점으로 볼 때,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이 대단히 빛나는 대목이다.

과연 김인식 감독과 코치진이 이런 과정(시나리오 플래닝)을 거쳐 일본과의 경기에서 '잘 지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준결승 상대로 베네수엘라를 '선택'했을까?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인식 감독이니, 이렇게 계량적이고 좀 복잡한 과정보다는 직감(Gut Feeling)으로 전략을 구사했을지도 모른다.

어쨋든 미래의 여러 시나리오들을 고려하면 전략의 실패가능성을 줄이고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교훈을 김인식 감독이 (본인이 비록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 추신 : 실수로 '올블로그' 추천 버튼을 제가 누르고 말았군요. 고의는 아니니, 양해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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