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나는 모두 10권의 책을 읽었다.

지난 달과는 달리 이번 달에 읽은 책은 몇 권을 빼고 대체적으로 실망스러웠다.

실물을 보고 주문했어야 하는데, 인터넷 주문의 편리함(그리고 저렴함)을 너무 좇았다.

 

이로써, 금년에는 모두 89권의 책을 읽었다.

100권까지는 앞으로 11권.

12월에 읽어야 할 양이다.

 

 

삼국지와 게임이론 

삼국지와 게임이론 : 삼국지의 이야기를 게임이론의 관점으로 해석한 독특한 글.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게임이론의 기초를 이 책을 통해 배우면 좋을 듯 싶다. 이 책 덕분에 삼국지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강추!

 

사기 교양강의

사기 교양 강의 : 중국 TV에 방영됐던 교양 강좌를 옮긴 책. 사기의 내용이 어렵고 따분하다고 여긴 적이 있다면 이 책이 그런 선입견을 날려준다. 진시황부터 한무제에 이르기까지 중원을 호령했던 영웅들의 이야기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저자의 내공이 놀랍다. 강추!

 

페르세폴리스. 1 페르세폴리스 2 : 다시 페르세폴리스로

페르세폴리스 1, 2 : 이란 태생의 디자이너가 자신의 성장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책. 호메이니 등장 이후 이란의 상황,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한 선입견, 이란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오스트리아에 겪은 청소년기의 우울함 등을 흑백의 만화로 담담하게 담았다.

 

의사결정 불변의 법칙

의사결정 불변의 법칙 : 의사결정에 대한 방법과 오류 등에 관한 실용적 내용을 담은 책. 5년 전에 나온 책이라 그런지, 요즘의 책에 나오는 내용(행동경제학 관련 내용)과 겹치는 게 좀 아쉬웠다.

 

생각의 지름길

생각의 지름길 : 트리즈(TRIZ)를 기업경영의 입장에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를 알려주는 책. 트리즈의 '모순 매트릭스'를 제외하고는 별로 볼 내용이 없는 책이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소개된 사례도 너무 진부하고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하다.

 

아인슈타인 발상전략

아인슈타인 발상전략 :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연구했는지를 알려주는 책으로 알았으나, 아인슈타인과 별로 관련이 없다. 관련이 있다 해도 '아인슈타인처럼 사고하라'는 식의 선언 일색이다. 좀 실망스러운 책.

 

명료한 사고(실용적 입문서)

명료한 사고 : 철학책을 주로 내는 서광사의 책. 미신, 점성술, 인지오류, 고정관념 등에 의해 변질되기 쉬운 사고능력을 명료한 사고를 통해 극복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편집이 약간 '예스러운' 것을 빼고는 괜찮은 책이었다.

 

머리 좀 굴려보시죠

머리 좀 굴려보시죠 : 창의적인 문제해결에 관한 책. 깊이가 좀 얕긴 하나 입문용으로는 알맞은 책이다. 초심자에게만  권한다.

 

이노베이터 CEO 에디슨

이노베이터 CEO 에디슨 : 에디슨의 5가지 핵심 역량을 풀어간 책. 단편적으로는 참고할 만한 내용이 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에디슨을 지나치게 미화한 면이 강하다. 진솔하게 풀어갔으면 좋았을 것을...

 

문제해결의 법칙

문제해결의 법칙 : 제목만 보고 샀다가 낭패를 본 대표적인 책. 문제해결과 그다지 관련이 없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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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인간을 위한 18가지 조언   

2009. 11. 5. 23:25

오늘은 '창의력', '창조력', '창의성' 등 여러 가지 말로 번역되는 Creativity에 대하여 유명 인사들이 남긴 명언을 모았습니다. 로저 본 외흐가 쓴 'Creative Thinking'에서 인용했습니다.

이 명언들도 트위터에 '한밤의 모둠 트윗'이라는 이름으로 올렸지요. 하나하나 곱씹어 볼 명언입니다. 창의력을 키울 때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01. "만약 당신이 '왜 하필 이것인가?'라고 자주 질문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왜 하필 당신인가?'라고 질문할 것이다" (톰 허쉬필드, 물리학자) 
- 규칙에 도전하고 항상 의심하라는...

02. "신성한 소가 맛 좋은 스테이크가 된다" (마크 트웨인, 작가) 
- 규칙 어기기를 두려워 하지 말고, 규칙을 깨는 것을 즐기라는...

03. "발견은 남들과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알베르트 센트 디외르디, 의사) 
-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버릇이 창조력의 시작이라는...

04. "어린이들은 물음표로 입학하여 마침표로 졸업한다" (닐 포스트먼, 교육자) 
- 학교 교육과 가정 교육이 아이의 창의성을 말살시킨다는...

05. "당신이 단 하나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에밀 샤르티에, 철학자) 
- 창의성은 다른 관점을 보고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탄생한다는...

06. "세상에는 2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모든 것을 둘로 나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케네스 볼딩, 경제학자) 
- 사물을 분류하고 구분하는 가운데에 통찰력이 피어난다는...

07. "우리 몸이 생소한 단백질을 싫어하는 것처럼, 인간의 정신은 낯선 생각을 싫어한다" (W. 비버리지, 과학자) 
- 익숙하고 편리한 생각 속에서 머물지 말라는...

08. "컨퍼런스에서 트렌드를 읽고 박물관에서 역사를 읽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창조적인 사람은 시끄러운 공항 대합실에서도 트렌드와 역사를 읽을 수 있다" (로버트 위더, 저널리스트)
- 아이디어는 거창한 곳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다는...

09. "우리 모두는 당신의 아이디어가 미친 짓이라는 것을 압니다. 문제는 충분히 미쳤는가 하는 것입니다" (닐스 보어, 물리학자) 
- 엉뚱하고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가 세상을 구할 수도 있다는...

10. "당신 앞에 있는 물건을 2배로 열심히 본다 해도, 당신 뒤에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볼 수 없다" (앤드류 머서, 발명가) 
- 문제해결을 위해 때로는 목표와 관점을 바꾸어 보라는...

11. "인간의 실수는 발견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제임스 조이스, 작가) 
-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면 위대한 발견은 불가능하다는...

12. "당신이 늘 명중한다면, 표적이 너무 가까이에 있거나 너무 크기 때문이다" (톰 허쉬필드, 물리학자) 
- 성공에 집착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면 원대한 목표로의 도약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13. "창조적인 사람은 스스로 창조적이라고 생각하고, 창조적이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창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상) 
- 창의력은 자기암시를 통해 증진될 수 있다는...

14. "가끔씩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질문이 있다. '내가 미쳤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미쳤는가' " (아인슈타인, 물리학자) 
- 두려움과 비웃음을 이기고 '미치도록' 아이디어를 전개해 보라는...

15. "이 사훈을 제외한 모든 규칙은 도전 받을 수 있다" (어느 회사의 사훈) 
- 창의력은 도전정신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16. "고양이와 냉장고는 매우 유사하다. 둘다 물고기를 안에 넣을 수 있고, 꼬리가 있고, 색깔이 다양하고, 소리를 내니까" (로저 본 외흐, 컨설턴트) 
- 유사하지 않은 법한 곳에서 유사함을 찾으면 빛나는 발견으로 이어진다는...

17. "창조적이려면 만물박사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발상을 위해 어떤 지식이 언제 이용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칼 엘리, 광고전문가) 
- 한 가지에 천착 말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흡수하라는...

18. "다른 사람이 이미 성공적으로 발견한 아이디어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져라. 그 아이디어를 차용하기만 해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 (토마스 에디슨)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니 다른 분야로 관심을 넓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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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유명인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성공 스토리'를 트위터에 올려봤습니다. 140자라는 한계 때문에 축약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단편적으로 정리된 것이지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 제가 그린 그림입니다. ^^;)


01. 에드윈 번스는 에디슨과 같이 사업을 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낮은 임금으로 에디슨 밑에서 일한 그는 축음기 영업을 다른 사람들이 꺼려하자 자신이 하겠다고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 명확한 목표와 포기하지 않는 결의가 성공의 힘.

02. R.U.더비는 금광사업에 뛰어들었다. 한참 파도 금이 없자 실망하고 장비를 팔았다. 장비를 산 고물상은 시험삼아 더 파봤다. 불과 91Cm 아래 엄청난 금맥이 발견됐다. 더비는 포기하지 말자는 교훈을 얻고 보험영업인으로 성공했다. 

03. 조르주 팡반은 1차대전때 남들이 풀지못하겠다던 독일의 암호문 해독을 맡았다. 독일군이 파리 입성 직전였다. 일주일후 15kg이나 빠졌지만 결국 해독했다. 성공을 확신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후에 거대 화학기업의 CEO가 된다. 

04.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는 경영수완은 좋았지만, 글자를 잘 몰랐고 연설 솜씨도 최악이었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깨닫고 "내 대신 이야기할 인재를 고용하시오"라고 했다. 강점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05. O.헨리는 공금횡령으로 감옥살이를 했다. 수감된 상태서 그는 반강제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우울한 시간 동안 자신이 위대한 작가가 될 것임을 자각했다. 궁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용한 셈이다. 

06. 펜퍼튼은 자신이 만든 강장제를 코카콜라라는 이름으로 약국에서 판매했지만 파리만 날리자 아서 켄들러에게 사업을 팔았다. 켄들러는 약이 아니라 청량음료로 팔아서 큰 성공을 거뒀다. 상상력이 성공의 원천이었다. 

07. 제임스 힐은 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하려다가 자금조달 문제로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그 실패를 '일시적인 것'이라 여겼다. 그는 새로운 계획을 세워 다시 추진해 끝내 성공을 이뤘다. 실패는 '한 번 더 해보라'는 뜻. 

08. 패니 허스트는 작가가 되려고 뉴욕에 왔다. 그녀는 원고를 보냈지만 수십통의 거절편지를 받았다. 4년을 출판사를 왔다갔다 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출판사는 사실 그녀를 테스트중이었다. 그녀의 작품은 영화로 성공했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 

09. 영화배우 마리 드레슬러는 대공황 때 파산했다. 그때가 60살이었다. 그녀는 꿈을 포기할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녀는 62살때 'Min and Bill' 이란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증명했다. 

10. 나폴레온 힐은 수중에 35달러밖에 없었지만 1박에 25달러짜리 최고급 호텔에 묵기로 했다. 싼곳에서 숙박하면 출판사와의 협상에 불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그에게 최고급 대우를 해주겠다고 계약했다. 자존감이 중요하다. 

11.가게도 망하고 측량기사 직업도 잃었다. 대장까지 올랐다가 졸병으로 불명예제대했다. 유전병으로 얼굴이 이상하게 변하고 약혼녀는 병으로 죽었다. 변호사 일도 별볼일 없었다. 정치에 입문했다가 수차례 낙선했다.그는 에이브러험 링컨이다. 

12.토마스 에디슨은 어릴 적 사고로 청력장애가 있었다. 그는 "귀가 안 들리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쓸데없는 수다를 안 들어서 좋고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약점을 장점으로 바꿔 인식할 줄 알았다. 

13.라이너스 폴링은 60회 생일 파티에서 한 학생이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을 질문했다. 그는 "많이 생각하고 그 중에 나쁜 걸 버리게"라고 조언했다. 폴링은 노벨화학상과 노벨평화상을 받은 위대한 과학자였다. 

14. 모토롤라 창업자인 폴 갤빈의 아들 로버트 갤빈은 모토롤라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경영자였다. 그는 아버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다른 지원자와 같이 3시간을 기다렸다가 면접을 했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자. 

15. 앤드루 와일즈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했다고 발표했지만 오류가 발견됐다. 그를 칭송하던 사람들은 일제히 비난에 가세했다. 와일즈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결국 오류를 수정하고 증명을 완료했다. 좋은 친구가 성공의 필요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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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을 사랑하십니까?   

2009. 7. 2. 10:28

가설을 설정함으로써 문제해결 과정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음을 지난 포스트에서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가설이 되려면 단순한 상황 이외에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의 실마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가설은 문제해결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임을 이제 알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실증)하는 과정에서 여러분이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오늘은 가설의 실증 과정에서 가져야 할 마인드를 알아보겠습니다.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은 불굴의 발명가로서 우리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늘 각인돼 있습니다.지만 그도 인간인지라 한때 영욕에 눈이 멀어 아름답지 못한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는 뉴욕시에서 사용할 직류 방식의 전력 공급 시스템을 발명한 후 사업을 전개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강력한 경쟁자였던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가 교류 방식을 발명하고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교류 기술을 기반으로 전력 공급 사업에 뛰어 들자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교류는 직류 방식보다 멀리 전기를 보낼 수 있고 전선이 잘 부식되지 않으며 자유롭게 전압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 모든 가정에서 쓰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에디슨은 교류의 장점을 모른 체하며 자신의 직류 방식을 홍보하기 위해 끔찍한 실험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소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산 채로 개와 고양이를 고압의 교류 전기로 태워 죽이는 실험을 여러 차례 실시해서 교류가 직류보다 안전하지 않다고 거짓으로 알리고 다녔습니다. 또한 사형 집행 도구로 교류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 의자’를 손수 발명함으로써 교류의 위험성을 대대적으로 부각시키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런 악의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웨스팅하우스가 전력 공급 사업권을 획득했고, 결국 그는 패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에디슨은 ‘내가 발명한 직류 전기가 교류보다 우수하다’는 가설에 스스로 매몰되어 오로지 교류의 위험성을 규탄하는 데 힘을 모으는 과오를 범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일단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그것을 고수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A로 인해 B가 발생한다’라는 하나의 가설을 세우면 그 가설에 어떤 힘이 생긴다고 착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진 직후에 자갈만한 우박이 떨어지는 이상기후현상이 나타나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방사능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웁니다. 그리고 이 가설을 실증하지도 않았으면서 그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이상 현상을 전부 원자력 발전소 탓으로 돌리기 십상입니다.

실증을 통해 가설을 참/거짓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보다, 가설의 참을 입증하는 데에 힘을 모으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설을 반대되는 증거가 나타나면 가설을 기각하기보다 오히려 그런 증거가 틀렸다고 말합니다. 가설을 반증하기보다는 입증하려는 경향이 더 크다는 뜻입니다.

이를 증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카드 네 장이 있습니다. 진행자가 한쪽 면에 모음이 있으면 반대 면에는 짝수가 있다는 규칙을 만족하는지 확인하려면 어떤 카드를 뒤집어야 하는가?" 라고 물어 본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떤 카드를 선택해야 할까요? 답을 보기 전에 본인의 마음이 가는 카드를 집기 바랍니다.


골랐습니까? 아마 짐작이 맞는다면, 여러분들 많은 분들이 ‘A’나 ‘2’를 집어 들었을 겁니다. 맞습니까?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할 겁니다.

위에서 설정된 가설은 '한쪽 면에 모음이 있으면 반대 면엔 짝수가 있다'입니다. 사람들은 이 가설을 입증하려고만 하지 반증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A'나 '2'를 집어 듭니다. 만일 여러분이 ‘7’을 집었다면 입증이 아니라 반증을 시도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반증을 시도하는 사람은 연구 결과 4%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반증에 굉장히 약합니다. (고급 독자를 위한 설명 : ‘모음이 있으면 짝수가 있다’는 명제가 참이 되려면 대우(對偶)명제인 ‘홀수가 있으면 자음이 있다’는 명제도 참이 돼야 합니다. 완벽한 증명을 하려면 여러분은 ‘A’와 ‘7’을 함께 선택해야 합니다).

반증이 귀찮더라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일어나세요, 문제해결사여!


가설을 설정할 때는 반드시 반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반증 가능성이 낮은 가설은 좋은 가설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의 향후 매출액은 증가하거나 하락하거나 아니면 유지할 것이다"라는 가설을 떠올려 보십시오. 이 가설을 반증(거짓이라고 증명)할 수 있습니까? 매출의 향후 추이를 모두 언급했기 때문에 이 가설은 항상 참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증의 여지가 전혀 없어서 실증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런 가설은 세우나 마나한 무가치한 가설입니다.

따라서 지난 글에서 제시한 '좋은 가설의 조건'에 하나가 더 추가됩니다.

1) 문제의 원인을 파고드는 가설
2) 측정 대상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가설
3) 해결책의 실마리와 방향을 제시하는 가설
4) 반증 가능성이 높은 가설

또한, 가설에 대한 실증 방법을 설계할 때도 입증과 반증의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오로지 입증만 가능하도록 실증 방법을 왜곡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제멋대로 실증 방법과 결과를 조작하여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된 사례를 알고 있습니다. 바로 '황우석 사태'입니다. 그는 자신이 세운 가설이 옳다고 주장하기 위해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방법으로 실증을 행했습니다. 비윤리적인 난자 채취는 차치하고서라도 교묘한 사진 조작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능력 있는 문제해결사라면 가설이 휘두르는 힘을 누를 줄 알아야 합니다. 가설은 어디까지나 '임시로 옳다고 가정한 명제'이니까요. 문제해결의 효과를 위해 잠시 눈에 씌운 색안경에 불과합니다. 가설을 설정했다는 말은 가설이 참/거짓을 실증하라는 의미지, 그 가설이 옳음을 증명하라고 숙제를 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분자생물학자인 후쿠오카 신이치(福岡伸一)는 “지적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자기회의(自己懷疑,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가 가능한가 아닌가에 달렸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문제해결의 입장에서 다시 써보면 이렇게 됩니다. "가설의 실증을 위한 최소한의 마인드는 가설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회의적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다."

가설이 틀렸다고 입증되면 과감히 그것을 폐기하고 다른 가설을 세워야 합니다.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인간은 자신이 진실이기를 바라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선호가 실증의 기준은 아닙니다. 가설은 실증의 대상이지 '사랑'의 대상이 아님을 명심해야겠습니다.


* 덧붙임 : 이 글은 예전에 제가 쓴 글(http://www.infuture.kr/195)의 내용을 기초로 문제해결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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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나는 12권의 책을 읽었다.
많이 읽은 것 같지만, 얇고 간결한 책이 3권이나 되니 자랑할 일은 아니다.

상반기(1~6월)에는 모두 45권의 책을 읽었다.
하반기에 55권을 읽어서 100권을 채울 요량이다


바람 샤워 in 라틴 : 만화가가 라틴 아메리카를 1년 넘게 여행하면서 겪은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가볍게 터치한다. 깊이가 약하고 단편적인 면이 흠이지만, 멀게 느껴지는 남미를 가깝게 느끼기에는 적당한 책이다. 스타벅스에 비치돼 있길래 읽었다.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저자가 과학의 눈으로 현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조망한다. 권력자가 과학을 홀대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저자는 왜 우리가 과학을 알아야하고 왜 진흥해야 하는지를 독특하고 설득력 있는 문체로 주장한다. 일독을 권한다.

메이저리그 경영학 : 경영컨설턴트이면서 야구 칼럼리스트이기도 한 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팀 운영방식, 선수관리방식 등으로부터 경영의 시사점을 재미있게 서술한다. 야구에서는 당연한 방식이 기업 조직에서는 무시되거나 경시된다. 야구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일독을 권한다.

대체 뭐가 문제야? : 문제해결 과정에서 '문제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책 곳곳에서 저자의 번뜩이는 시각과 아이디어를 접했다. 얇고 간결한 책이지만 속이 꽉 차있다. 재미있기도 하다.

야성적 충동 : 주류 경제학의 기반인 '합리적인 경제적 인간 모델'을 비판하는 책이다.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이야기했다. 중간중간 유익한 단편이 있지만, 잘 읽히지 않았다. 번역 탓인지 독해력의 부족 때문인지 모르겠다.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가설사고, 생각을 뒤집어라 : 문제해결 과정에서 '가설 지향적 사고'가 얼마나 필수적이고 중요한지를 설명한 책이다. 아는 내용이었으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읽었다. 가설지향적 사고가 책 한 권으로 엮을 만한 분량이 되는지는 의심스러우나, 초심자들이 가설의 중요성과 유용함을 습득하기에 적절한 책이다.

스타벅스 사람들 : 스타벅스가 왜 그렇게 놀라운 성공을 거뒀는지, 그 성공요인을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스타벅스에 대해 비판적으로 책을 썼다고는 하나 거의 모든 내용이 칭찬 일색이다. 정말 그럴까, 란 의심 속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역시 스타벅스에 비치돼 있길래 읽었다.

논리학 실험실 : 제목을 보면 논리학에 관한 책인듯 하지만 열어보면 과학에서의 논증과 추론에 관한 책이다. 논증의 구조, 실증 및 논거의 의미 등을 명확하게 습득하는 데에 이만한 책은 없다. 과학적 논증을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된다.

악!법이라고? : 1시간만에 읽을 수 있는 아주 얇은 책. 책이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한 두께지만, 그 안에 포함된 내용은 꽤 무게가 나간다. 'MB악법'의 실체를 이해하기 쉽게 만화로 엮었다. 정부가 하는 일이 다 국민들을 위하는 일이겠거니, 생각한다면 각잡고 이 책을 읽기 바란다.

넛지 : 행동경제학의 연구 결과들이 현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사례로 풀어준다. 실수가 잦은 행동을 줄여주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 어떻게 '넛지'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 명쾌한 해답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은 각잡고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제발 독창적인 연구를 좀 하기 바란다.

니콜라 테슬라, 과학적 상상력의 비밀 : 에디슨과 동시대를 살았던 천재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의 상상력에 대해 서술한 책. 사람들은 테슬라보다 에디슨을 더 많이 기억하지만, 테슬라는 현재 우리가 누리는 정보통신 기술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다. 평전도 아니고 과학서도 아닌, 약간 어정쩡한 책이긴 하나, 테슬라의 위대함을 아직 모른다면 일독을 권한다.

후불제 민주주의 : 문장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명쾌하고 간결한 유시민의 문장에 홀딱 반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수백년의 역사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빌려와 안착시킨 민주주의다. 따라서 우리는 그 비용을 지금에서 지불(후불)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한다. 참여정부 시절에 저자를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예언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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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은 수컷이 아름다운 동물이다. 부챗꼴로 펴진 수컷 공작의 꼬리 깃털이 햇빛을 받으면 오색찬란하게 빛을 발하여 보는 이의 눈을 황홀하게 한다. 반면 암컷은 상대적으로 작고 수수한 깃털을 가졌을 뿐이다. 수컷의 깃털이 아름답고 화려할수록 더 많은 암컷을 차지하게 되어 그만큼 자신이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 수 있다(이런 현상을 '성(性)선택'이라 한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수컷의 꼬리 깃털은 '이기적인 유전자' 관점에서 유리한 전략인 듯하다.

그러나 치명적인 위험이 그 안에 도사리고 있다. 크고 화려한 꼬리 깃털은 암컷 공작 뿐만 아니라 여우와 같은 포식동물의 눈에 더 잘 띄게 만들기 때문이다. 암컷에게 잘 보이려고 한껏 치장하고 뽐내다가 천적에게 발각돼 잡아 먹히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 수컷 자신의 유전자는 물론, 자기를 선택해 준 암컷의 유전자도 후대에 잇기가 곤란해진다. 그러므로 생존을 위협하는 화려한 깃털은 '이기적인 유전자' 관점에서 불리한 전략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수컷 공작은 아름다운 꼬리 깃털을 고집하고 암컷 또한 그것에 매료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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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순되는 현상을 설명하려고 여러 학자들이 나름의 이론을 제시했으나 모두 불충분했다. 이스라엘의 조류학자인 아모츠 자하비(Amotz Zahabi)가 '핸디캡 원리'라는 이상한 제목의 이론을 제시하고 나서야 겨우 화려한 깃털 속에 숨겨진 전략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수컷 공작의 꼬리 깃털이 핸디캡이라고 지적했다. 핸디캡? 이 말은 약점이라는 의미 아닌가? 꼬리 깃털은 천적을 방어하는 데에는 약점이지만, 암컷을 유혹하는 데에는 장점이므로 꼬리 깃털을 핸디캡으로만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크고 화려한 꼬리를 가지고도 살아남은 수컷이라면 유전자가 아주 우수하다는 것을 암컷에게 광고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런 핸디캡을 가졌음에도 강하고 우수한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에 살아남은 거라고 과시(showing-off)한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화려한 꼬리는 우수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값비싼' 신호이고 이를 인지한 암컷들이 그런 수컷들을 선호한다.

핸디캡 원리가 1973년에 처음 발표됐을 때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많은 학자들은 그를 강하게 공격하며 인정하지 않았으나 1990년에 와서야 영향력 있는 가설로 인정을 받게 된다. 핸디캡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 생태계의 사례는 그다지 많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인간들의 행동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시고도 끄떡 없다는 과시, 1950년대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겁쟁이 게임(Chicken Game)' 등과 같은 행동도 '난 이렇게 위험한 짓을 하는데도 문제 없어! 그러니까 난 우수한 사람이야!'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상의 사례에서 봤을 때, 핸디캡은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는 급소가 아니라 오히려 강점을 부각시키고 증폭시키는 수단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핸디캡을 가졌음에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면, 남들에게 자신의 능력이 더 잘 부각되고 인지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이런 약점 때문에 그것을 할 수가 없어'라고 체념하는 대신에 '내가 이런 약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더 잘 할 수 있어'라고 발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핸디캡은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도구다.

핸디캡 = 강점을 부각시키는 도구


핸디캡을 극복하고 오히려 그것으로 강점을 부각시킨 사례는 신체적인 장애라는 불행을 딛고 일어선 여러 위인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청각, 시각, 언어 장애라는 3중고를 이겨낸 헬렌 켈러, 시력을 잃고도 아름다운 시를 써낸 영국의 시인 존 밀턴(John Milton), 귀가 들리지 않은 채로 교향곡을 작곡한 베토벤. 그들의 인생이 더 아름답고 그들의 업적이 더 빛나는 까닭은 그들이 핸디캡의 패배자가 아니라 승자였기 때문이다.

에디슨 역시 어렸을 때부터 청력에 문제가 있었다. 그는 가난한 생계에 보탬이 되려고 열 두살 무렵에 기차 안에서 신문이나 과자 따위를 팔러 다녔는데, 기차 안에 따로 실험 약품 등을 마련해 놓고 틈날 때마다 실험을 즐기곤 했다. 여느 날처럼 에디슨이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기차가 흔들리는 바람에 약품이 떨어져 불이 번졌다. 이를 발견한 차장이 그의 귀를 세게 잡아당겨 기차 밖으로 내동댕이쳐 버렸고 그 일 때문에 그는 청력을 잃게 된다.

청력 장애 때문에 평생을 한탄하며 살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런 핸디캡에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소리와 관련된 축음기, 개량 전화기 등을 포함하여 1,093종의 발명품을 죽기 직전까지 쏟아냈다. 오히려 그는 청력 장애로부터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었다. 자기개발 전문가인 나폴레온 힐은 에디슨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힐이 "청력 장애가 핸디캡이 아닌지요?"라고 묻자 에디슨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귀가 안 들리는 것이 제게는 큰 도움이 되는 걸요. 쓸데없는 수다를 듣지 않아도 돼서 집중이 잘 됩니다. 게다가 제 마음 속의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게 됐지요."

아인슈타인이 그랬듯이, 당신의 핸디캡을 사랑하라. 그는 어렸을 때 지진아라고 불릴 만큼 언어 장애가 심했다. 간단한 단어를 발음하려 해도 사전에 몇번이나 연습한 뒤에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공간과 시간'을 연구하는 물리학자가 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자신의 핸디캡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공간과 시간의 문제에 대해 절대 고민하지 않는다. 유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이 너무 느렸던 나는 충분히 성장한 후에야 비로소 공간과 시간에 대해서 궁금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보통 아이들보다 그 문제에 대해서 훨씬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당신의 핸디캡은 무엇인가? 누구나 핸디캡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데 활용하는 사람은 적다. 자신의 핸디캡에 실망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그것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하라. 핸디캡에 불구하고 성공할 수 있으며 그래야 자신의 성공이 더욱 빛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라. 핸디캡은 하늘이 당신에게 성공하라고 내려 준 '값비싼 신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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