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20대에는 시간이 20 Km의 속도로, 50대에는 50 Km의 속도로 흐른다는 말도 있죠. 저도 실감 중입니다. 어린 시절엔 끈적끈적한 물엿처럼 더디 흐르더니, 요즘엔 '어어~' 하다가 1년이 쏜살 같이 지나감을 느끼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누구에게나 똑같은 1년의 시간일 터인데 나이가 들수록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여기엔 2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이런 겁니다. 3살 짜리 아이에게 1년은 인생 전체에서 1/3 를 차지합니다. 반면 40세 성인에게 1년은 인생 전체에서 1/40 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나이가 들수록 1년이라는 시간이 인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죠. 그래서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게 첫 번째 가설입니다. 이 가설이 그럴 듯하게 생각되나요?

이 가설이 성립하려면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3살 때 느껴지는 '1년의 비중'과 50살 때 느껴지는 그것을 비교할 수 있죠. 그러나 인간의 시간 감각은 그리 훌륭하지 못합니다.

10년 전의 사건과 12년 전의 사건을 각각 제시했을 때 '오래된 정도'를 구분하지 못하죠. 일기나 주변인의 증언 같은 도움이 없다면 둘다 어렴풋이 기억될 뿐입니다. 인간이 시간을 잘 감각한다고 착각하는 이유는 시계나 달력을 사용하는 데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가설은 신체의 변화와 관련됩니다. 우리의 신진대사의 속도는 나이를 들면서 점점 느려집니다. 우리 몸의 '바이오 시계'가 점차 느려진다는 뜻입니다. 헌데, 몸의 신진대사의 속도가 느려지면 시간도 늦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져야 되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노인과 아이에게 마음 속으로 10분을 카운트하라고 시키고 10분이 다 경과됐다고 생각되면 손을 들라는 실험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아이는 1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손을 듭니다. 반대로, 다른 방에 있던 노인은 10분이 훨씬 경과되고 나서야 손을 하나 둘씩 듭니다.

10분이 된 줄 알았던 노인은 실제로 10분 이상의 시간이 경과된 것을 통보 받고 '아니, 벌써 10분이 지나갔나?'라고 놀라겠죠. 굳이 실험이 아니라도 그런 경험을 나이가 들수록 더 자주 합니다. 그러므로 신진대사 속도가 느려져서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는 두 번째 가설에 신빙성이 있습니다. '시간의 상대성 원리'라고 명명해도 되겠군요. ^^

물론 제 3의 가설이 옳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어릴 때는 새로운 것들이 많아 다채로운 시간을 보내지만,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들이 점점 줄어서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요즘처럼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 사고가 많은 때엔 잘 들어맞는 가설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제 기업에게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듯이 느껴진다면, 인간들이 모인 '기업 조직'은 어떨까요? 기업의 업령(業齡)이 오래될수록 환경의 흐름을 느끼는 감각이 달라지진 않을까요?

기업의 업령을 인간의 연령에 비유한다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도달한 후부터 내부 프로세스 전체가 점차 버거워지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사업이 다양해지고 구성원도 많아지면서 물리적, 심리적, 정치적 원인에 의해 프로세스 곳곳에 병목이 발생하여 예전만큼 '빠릿빠릿'하게 일이 진행되지 못합니다. 인체의 신진대사가 느려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나이를 많이 먹은' 기업에게 환경 변화의 속도는 어떻게 느껴질까요? 기업을 생명체로 본다면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 속도가 점점 빠르게 느껴질 겁니다. '이 정도면 됐다' 싶어 손을 들면, 이미 그 정도의 변화는 벌써 경과하고 만 때이기 십상일 겁니다.

예를 들어 "지금쯤 스마트폰이 곧 대세의 물결을 타겠지?" 라고 손을 들었는데, 이미 스마트폰이 대세의 물결을 타도 한참 탄 때가 될 수가 있습니다. 그때 부랴부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들 남들이 흘리고간 떡고물만 얻어먹을 뿐입니다. 나름대로 서둘러 내린 의사결정이겠지만 변화의 '끝물'을 탈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그리고는 "헉! 시장 변화가 이렇게 빠르다니!" 라고 놀라겠죠. 이게 '나이 든' 기업의 문제입니다.

변화의 속도에 놀란 '나이 든' 기업은 2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그 변화를 따라잡을 것이냐? 아니면 포기하고 그냥 하던 대로 할 것이냐?" 만일 그 기업이 전자를 선택한다면 '고(高) 업령'이 위기감을 더 잘 실감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조건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등속(等速)인 반면, 기업에 있어서는 환경의 변화가 '가속(加速) 운동'을 한다는 점입니다. 환경이 점점 빠르게 변한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대부분의 나이 든 기업들에겐 환경 변화가 감히 따라가기 힘들 만큼 빠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포기하자'란 옵션을 택하기 쉽습니다. 이미 느릴대로 느려진 신진대사로는 환경 변화를 캐치업할 만한 도리가 없음을 절감하기 때문이죠. 

이때가 바로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렇다면 혁신이란 무엇일까요? 여러 의미로 정의되지만, 어떤 의미에서 혁신은 
기업을
"노인을 젊은이로 회춘시키는 과정"은 아닐까요? 펄떡이는 물고기 같던 그때 그 시절로 되돌리는 작업이 바로 기업의 혁신입니다. 

느슨해진 태엽 때문에 느려지는 괘종시계의 시각을 가끔 맞춰 주듯이 '기업 신진대사'의 시계를 환경 변화의 시계에 맞추는 것이 또한 혁신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환경 변화는 벌써 저 앞을 내달리는데 "10분 다 됐어요"를 이제서야 말하는 '느린 의사결정'을 타파하는 것이 혁신의 목표입니다.

인간은 엔트로피 법칙 때문에 회춘이 불가능하지만, 기업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여러분의 기업은 어떻게 회춘하시겠습니까?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의 링크를 눌러서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여기를 클릭!


  
,

불확실성과 친구가 되자   

2010. 2. 19. 11:39

양자역학의 거두, 하이젠베르그는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겼습니다. 불확정성의 원리란, 양자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순간 운동량을 측정할 수가 없고, 반대로 운동량을 측정하는 순간 위치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는 것으로서 양자역학의 근간이 되는 원리입니다.

경영에서도 비슷한 법칙이 존재합니다. 바로 '불확실성의 원리'죠. 기업의 현 상황과 미래의 모습을 동시에 알아내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기업이 처해 있는 상황에 적합하도록 전략을 수립했더라도 그것이 한 달 후에 유효할지는 아무도 담보하지 못합니다. 

또한 미래의 환경을 나름대로 감안하여 전략을 세워도 현재의 상황과 역량을 고려치 않는다면, 말 그대로 ‘근사한 공상’에 지나지 않는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지요.

(집 모양이 비슷한 듯하지만, 조금씩 다르네요)



확언컨대, 현재는 과거보다 불확실하며 미래는 현재보다 더욱 불확실할 겁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반대의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질서가 증가한다는 ‘엔트로피의 법칙’이 말하듯, 우리 주변의 무질서함은 예측 가능한 것을 예측 가능하지 않게 만들어 버리는 불확실성을 낳고 불확실성은 기업환경의 무질서 정도를 점점 증가시킵니다.

바퀴 두 개짜리 수레와 비교조차 불가능한 자동차의 복잡한 구조를 떠올려 보면, 복잡함이 불확실성과 무질서함을 나타냄을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전자장치 오작동으로 급발진 사고를 일으키는 이유는 첨단 전자장치로 무장한 자동차의 내부구조 때문이죠.

기업환경의  무질서함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지고 또 어디로 튈지 모르게 각자간의 상호작용이 점점 강해지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이제까지 별 상관 없는 산업영역에 있던 기업이 갑자기 우리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신생기업이 과거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전략으로 새롭게 부상하거나 하는 등의 현상이 나날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경은 점점 무질서한 모습이 되어갑니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업체가 제공하는 소액결제방식이 신용카드의 아성을 위협한다든지, 소위 지속가능력(Sustainability)을 내세워 기업의 환경보호와 사회공헌 등에 대해 정부와 일반대중이 압박을 가한다든지, 기업으로선 신경 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환경은 시간이 갈수록 무질서해지고 기업은 할 일이 많아집니다.

누구나 불확실성을 싫어합니다. 하다못해 내일 아침에 우산을 가져갈 것이냐 말 것이냐 놓고 고민할 때,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TV를 보거나 신문을 뒤적이지요. 기업도 마찬가집니다. 어쩌면 기업이 매일매일 하는 활동의 많은 부분이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는 의도 때문입니다. 회의를 하거나 보고를 하고 고객을 만나 이야기하고 교육을 받는 등의 일들이 모두 그렇습니다.

기획부서에서는 앞으로 1주일, 한 달 후, 1년 후 등의 미래에 우리의 실적이 과연 어떻게 될까, 경쟁사들은 어떻게 될까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또한 불확실한 미래에도 기업이 굳건히 살아남기 위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인사부서에서는 우수인재를 뽑고 육성하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아마 미래가 불확실하지 않다면 현재 존재하는 인력과 각종 인프라의 3분의 2 정도는 없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없어도 될 인력’을 불확실성 때문에 보유한다는 말입니다. 엔트로피를 줄이려면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어지러워진 방을 청소하려면 손에 청소기를 들고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무질서함이 커진다 해서 ‘무질서를 감소시킬 사람’을 예전보다 많이 고용할 수는 없습니다. 생산성 증가의 압박도 동시에 커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기업은 인력을 덜 고용하는 대신에 현재 근무하는 인력에게 더욱 많은 일을 시키게 되고 과거보다 양질의 성과를 요구하게 될 겁니다. 

우울하게도 이것이 미래학자들이 내다보는 미래의 모습입니다.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무질서를 감소시키기 위해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고 더 어려운 일을 시키게 될 겁니다. 또한, 인력의 규모가 노조의 교섭력 강화, 인력관리의 비용 증가 등과 같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미래에는 전문성을 지닌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제까지는 예측을 잘 하는 기업이 성공해왔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예측기법에 기반하여 기획부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곧 쓰레기가 될 엄청난 양의 보고서를 만들지요. 그러나 미래는 예측 가능하리란 가정과 바람은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미래에는 ‘확실히’ 불확실성을 잘 다루는 기업이 산업을 호령하는 시대가 될 겁니다. 미래에 무엇을 할지를 미리 대비하고 ‘실행력’을 구축하십시오. 남이 무엇을 하는지 쳐다보지 말고 무궁무진한 기회의 보고인 미래를 연구하기 바랍니다. 불확실성과 친구가 되십시오. 이것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유일한 전략이자 역량입니다.



이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의 링크를 눌러서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여기를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