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하는 일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일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또 어떤 느낌이 들까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고 생계를 위한 목적 외에는 그 어떤 의미를 찾기 어려운 일을 수행하는 사람은 삶의 낙오자가 된 듯한 열패감이 휩싸일 겁니다.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 받기 위한 매개체이자 자아실현의 표현물이기 때문입니다. '인정'과 '일의 의미'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일을 수행하려는 동기를 구축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두 요소가 옅어지거나 사라질 때 직원들의 생산성은 현저하게 하락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정과 일의 의미라는 두 가지 동기 요소와 '유보 임금(reservation wage)' 사이의 관계는 어떨까요? 유보 임금이란 직원들이 노동의 대가로 최소한으로 받으려는 임금 수준을 말합니다. 상사나 동료로부터 자신의 업적을 인정 받지 못하고 '내가 왜 여기서 이런 일을 하는가?'라며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할 때, 그 직원은 자신이 '최소한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임금의 크기는 그렇지 않은 사람(인정 받고 의미 있는 일을 수행하는 사람)에 비해 클까요, 아니면 작을까요?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와 동료들은 업적을 인정 받고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수행하는 사람의 유보 임금이 더 클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MIT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실험은 글씨가 적힌 한 장의 종이를 주고 연속해서 s가 두 번 나오는 경우를 10개씩 표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첫 페이지를 완성하면 55센트를 주었고, 두 번째 페이지를 끝내면 50센트를 또 주었습니다. 이렇게 한 페이지씩 과제를 완성하면 수고료가 5센트씩 줄어들도록 했는데, 학생들은 언제든지 일을 그만하겠다는 표현을 실험진행자에게 할 수 있었죠.

학생들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애리얼리는 학생들을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인정 그룹'에 속한 학생들에게는 페이지를 건네 받을 때마다 상단에 자신의 이름을 쓰도록 했고 나중에 검사를 실시하기 위해 폴더에 보관하겠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무시 그룹'의 학생들은 이름을 쓰라는 지시를 받지 못했거니와 과제를 완료한 이후에 한쪽 구석에 쌓아 놓기만 할 뿐 연구자들이 따로 검사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말을 들었죠. 마지막으로 '세단 그룹'에 속한 학생들에게는 실험진행자의 '만행'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는 상황에 처하게 했습니다. 학생들이 과제를 완료할 때마다 살피지도 않고 곧바로 문서세단기에 밀어넣었기 때문이었죠. 자신이 애써 수행한 일이 잔인하리만큼 무시 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했던 겁니다.

실험 결과, 인정 그룹의 학생들이 완료한 일의 양이 9.03페이지로 가장 많았습니다. 무시 그룹과 세단 그룹은 각각 6.77페이지와 6.34페이지였죠. 노동의 결과가 무참히 잘려나가는 모습을 봐야 했던 세단 그룹의 학생들이 가장 먼저 포기를 선언했던 것이죠. 이로써 각 그룹의 유보 임금 수준은 애초에 세웠던 가설과 반대라는 점이 확실해졌습니다. 따져 보면 인정 그룹의 유보 임금은 14.85센트인 반면, 세단 그룹은 그 두 배에 달하는 28.29센트였습니다. 이는 자신의 노력을 올바르게 인정 받지 못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결과입니다.

애리얼리는 '일의 의미'가 생산성과 유보 임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후속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실험 참가자인 하버드 대학 학부생들에게 바이오니클(Bionicle)이라 불리는 레고 블럭을 조립하도록 하고 처음 완성하면 2달러를 주고 그 다음 회부터는 매회 11센트씩 깎아서 지급하겠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는 학생들을 몰래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의미 그룹'의 학생들은 바이오니클 하나를 완성하면 책상 위에 올려 놓을 수 있었고 실험진행자로부터 새로운 세트를 건네 받았습니다. 이 학생들은 노동의 결과를 확인하면서 의미를 가질 수 있었겠죠. 반면 '시지푸스 그룹'에 속한 학생들은 말 그대로 시지푸스처럼 무의미한 반복 작업으로 느껴지는 상황에 처해야 했습니다. 바이오니클을 만들자마자 실험진행자가 냉정하게도 그것을 바로 부수어버리고 다시 만들라고 했으니 말입니다.

실험 결과, 의미 그룹의 학생들은 평균 10.6개의 바이오니클을 완성했지만, 시지푸스 그룹의 학생들은 7.2개 밖에 완성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빨리 포기를 선언했다는 말이죠. 의미 그룹은 수고료 수준이 1.01달러가 될 때 그만하겠다고 말한 반면, 시지푸스 그룹은 1.40달러일 때 두 손을 들었습니다. 이 차이는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시지푸스 그룹의 학생들이 그만큼 자신의 유보 임금을 40% 높게 설정했음을 뜻합니다.

이 실험을 통해 자신의 성과를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성과를 달성했더라도 그게 자신과 조직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알지 못할 때, 생산성이 저하되는 반면 유보 임금은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현상을 이 실험이 확실하게 규명해 준 셈이지만, 이로써 인정 받고 의미 있는 일을 수행하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더 많이 기여한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렇지 못한 직원들은 비자발적으로 돌아서서 동일한 노동에 대해 더 많은 유보 임금을 주장하겠죠. 임금 수준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쩌면 그 불만은 '무인정'과 '무의미'에 지치고 소외 받은 직원들이 그 상실감을 돈으로나마 보상 받으려는 자연스러운 심리에서 기인한 것일지 모릅니다.

진정한 성과관리는 직원들에게 밀착하여 목표를 끊임없이 각인시키고 행동을 수정하도록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들이 이룬 성과를 나름의 방식으로 인정하고 그 성과가 개인의 발전과 조직의 대의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인식케 하는 일임을 이 실험의 결과가 시사합니다. 직원이 현재의 업무에서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면 그가 잘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주려고 애쓰는 일이 KPI를 수립하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단순하게 목표 세우고 평가해서 줄을 세우는 것은 성과관리가 아니라 무미건조한 측정에 불과합니다. 측정보다는 사기 진작에 초점을 맞춰 성과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임금을 제법 괜찮게 주는데 이상하게도 줄어들지 않는 불만을 감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논문)
Man’s search for meaning: The case of Leg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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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를 받아야 저축을 많이 한다   

2011. 10. 24. 09:00



요즘 여러 회사에서 연봉제를 실시하면서 예전에 운영하던 '보너스(상여금)'을 폐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달마다 한번씩 받는 상여금과 설날이나 추석 때 나오는 명절 보너스를 없애고 그것들을 모두 합해서 12로 나눠서 매월 똑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을 취하곤 합니다.

어떤 직원들은 균등하게 매월 같은 금액을 받는 것을 선호하기도 하고, 또 어떤 직원들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상여금을 받기를 원합니다. 제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전자를 희망하는 직원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그런데 행동경제학자들은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재미있는 연구를 했습니다. 두 사람이 있습니다. A와 B는 똑같이 연봉이 3만 6000달러입니다. A는 이 연봉을 매월 균등하게 3000달러씩 받습니다. 반면에 B는 매월 2500달러를 월급으로 받고 보너스로 6000달러를 받지요. 이때 둘 중 누가 더 많은 돈을 저축하게 될까요? 이것이 행동경제학자들의 연구 주제였습니다.

언뜬 생각하면 A처럼 균등하게 받아야 수입의 예측가능성이 커서 매월 꼬박꼬박 저축할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2500달러는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 500달러는 저축하면 될 테니까요. B의 경우, 나중에 한꺼번에 6000달러를 보너스로 받으면 '공돈'으로 생각하여 돈을 흥청망청 쓰지는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B와 같이 보너스로 목돈을 받는 사람들의 '저축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심적 회계'라는 것 때문입니다. 이 말은 우리의 마음 속에는 나름대로 계정과목이 있어서 돈이 들어오면 그것을 각 계정과목으로 '분개'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거의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죠.

매월 동일한 금액이 월급으로 들어오면 사람들은 그것을 '생활비'라는 계정으로 구분하게 됩니다. 소비해도 '괜찮은' 금액으로 여기는 것이죠. 반면에 보너스로 목돈이 들어오면 그것을 생활비가 아니라 일종의 '정기예금'으로 여겨서 쉽게 쓰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B가 A보다 저축할 가능성이 크죠.

똑같은 연봉을 매월 균등하게 나눠 지급하냐(혹은 그렇게 지급 받느냐), 아니면 상여금을 지급하냐(혹은 그렇게 지급 받느냐)는 회사나 직원들의 선호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직원들이 받은 연봉을 허투로 쓰지 않게 유도하려면 상여금을 적절하게 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제도일 겁니다. 물론 상여금을 지급하면 저축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지, 반드시 저축을 많이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겠죠.

사람들의 심적 회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고, 직원들에 대한 보상 방식도 심적 회계를 염두에 두고 설계하면 어떨까요? 단순하게 행정의 편의성을 강조하거나 직원들의 의견조사 결과에 의존하기보다는 말입니다. ^^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 참고도서 : '불합리한 지구인', 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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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 높으면 많은 보상을?   

2010. 4. 29. 09:00
아마도 많은 회사들이 금년도의 임금인상률을 얼마로 해야 할지 고민할 겁니다. 물가인상률과 경총과 노동연구원에서 제시하는 적정임금인상률과 회사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여 잠정안을 도출한 뒤 노사협상을 통해 최종 결정하는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기업들이 직급별 임금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직급과 상관없이 일괄적인 임금인상률을 적용한다고 합니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5%로 한다” 라고 정해지면, 부장이든 사원이든 동일한 임금인상률을 적용하는 식이죠.

이런 방식으로 임금인상률을 적용하다 보면, 상후하박 현상이 더 심화될 우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현재의 직급별 평균 기본급과 인상 후 기본급이 아래의 표와 같다고 해보죠.(여기서 인상률은 20%를 적용했는데, 상후하박 심화 현상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크게 잡았음) 

그래프를 그려보면 ‘아래로 볼록’한 형태의 곡선이 그려지는데, 인상 후의 곡선이 현재보다 더 ‘아래로 볼록’하게 변합니다. 상후하박이 더 심화되죠.

직급 현재 인상 후
사원  3000   3600
대리  3500   4200
과장  4500   5400
차장  6000   7200
부장  8000   9600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조직일수록 상후하박의 임금체계로 되어 있는 걸 봅니다. 직급이 높을수록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이 있으나 대부분의 조직의 경우는 그렇지 못합니다. 상후하박 임금체계의 단점은 인력의 생산성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높은 보상을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력의 생산성을 감안한다면 상박하후의 임금체계, 즉 ‘위로 볼록’한 임금곡선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임금인상률을 결정할 때는 반드시 현재의 임금체계를 상박하후 형태로 개선하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직급에 상관없이 동일한 임금인상률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직급별로 차등적인 임금인상률을 적용해야 합니다.

현재 상후하박인 임금체계를 단 한번의 조치로 상박하후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직한(위로 볼록한) 임금정책곡선(Pay Policy Line)을 그려놓고 5년 이상의 장기계획으로 조금씩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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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연봉을 어떻게 정할까?   

2009. 12. 3. 09:50

기업들이 연봉제를 도입하거나 개편하면서 기존에 운영되고 있던 호봉제 또는 단일연봉제(직급별로 연봉이 한 개나 두 개 정도 고정되어 있는 경우를 말함)를 폐지하고 Broad Band 형태의 연봉체계를 새로이 설계하고자 합니다.

Broad Band의 장점은 개인의 성과와 역량에 따라 보상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으며 임금관리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죠. 그렇다면, Broad Band, 즉 Pay Band를 설계할 때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할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다음의 5가지가 의사결정해야 할 중요한 사항입니다.

첫째, 임금정책선을 결정해야 합니다. 임금정책선이란 직급별 Pay Band의 중앙점(median)들을 연결한 선을 말하는데, 이 선의 형태를 직선으로 할지, 점점 체증하는 형태(아래로 볼록인 곡선)로 할지, 아니면 점점 체감하는 형태(위로 볼록인 곡선)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3가지 옵션 중 어떤 것이 적합할지는 회사의 보상정책이 상후하박이냐, 아니면 상박하후냐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일 중간직급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업의 특성을 갖는다면 옵션 c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프로젝트 방식의 업을 행하는 조직에서는 Project Manager에 해당하는 고위직급자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급여가 점점 체증하는 형태인 옵션 a를 선택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둘째, 개별 직급별로 Band의 크기를 결정해야 합니다. 급여의 하한에서 상한에 이르는 범위의 크기를 결정하려면 최저 생계수준 보장 여부, 회사의 지불능력, 타사 대비 보상의 경쟁력 등을 고려해야 하죠. 이를 위해 시장에서 형성된 직급별 임금수준을 직접 조사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상한 크기와 하한 크기를 결정해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중앙점을 기준으로 상한 영역의 크기와 하한 영역의 크기를 서로 대칭으로 할 것인지 혹은 비대칭으로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보통 각각의 크기를 동일하게, 즉 서로 대칭인 모습으로 설계하는데, 필요에 따라 고직급으로 갈수록 상한 영역의 크기를 더 크게 하여 고성과자에게 보다 확실하게 보상해 주는 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습니다.

넷째, 직급간의 Band 크기를 결정해야 합니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Band의 크기를 크게 할 것인지, 작게 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크기로 할 것인지 등의 옵션을 생각해 볼 수 있지요. 이 역시 회사의 보상정책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일반적으로 저직급에서는 Band의 크기를 작게, 고직급일수록 Band의 크기를 크게 가져갑니다.

왜냐하면 직급이 높을수록 성과에 대한 기여도(또는 영향도)가 높아지는 것이 보통이므로 그에 대해 탄력적으로 보상하기 위해서죠. 또한 외부로부터 우수인재 영입을 위해 유연하게 연봉을 제시하려면 직급이 높을수록 Band의 크기를 크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섯째, Band간의 중첩 크기를 결정해야 합니다. 낮은 직급의 직원이 성과나 역량이 높으면 고직급의 직원보다 연봉을 높게 받을 수도 있게 하기 위해 Band들을 서로 겹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보통 저직급인 경우는 중첩 부분을 작게 하고 고직급으로 갈수록 중첩 부분을 크게 합니다.

대리급보다 탁월한 사원급 직원이 있을 순 있겠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므로 중첩 부분을 작게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고직급인 차장급과 부장급 사이에는 직급(또는 경력년수)과 개인 성과/역량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Band의 중첩 부분을 크게 하여 유연한 보상을 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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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연봉을 얼마나 올려줄까?   

2009. 12. 1. 23:00

매년 이맘 때면 내년도 기본급을 얼마나 인상(base-up)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기본급 인상률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1) 기본급인상률기준을 설정한다.
2) 평가 결과를 반영한 직급별 기본급인상률 차등의 정도를 설정한다.
3) 기본급 예산에 맞춰 기본급인상률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먼저, '기본급인상률기준'을 설정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기본급인상률기준은 아래의 그림처럼 전사의 순이익달성도에 따라 기본급인상률기준을 차등 있게 설정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순이익달성도가 50% 일 경우 물가상승률에 상응하는 만큼의 기본급인상률을 결정하고 그 미만일 경우에는 기본급이 동결되도록 하는 On/Off Switch를 설정합니다. 이때, On/Off Switch는 BEP보다 반드시 높게 해야 합니다. 또, 성과가 좋아서 순이익목표를 초과달성했다면 물가상승률보다 큰 기본급인상률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On/Off Switch를 어느 곳에 설정할 것인지는 각 회사의 의사결정사항으로서, 회사의 향후 투자계획, 인력계획, 임금계획 등에 따라 면밀히 검토되고 합의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회사의 지불능력(Solvency)과 현금흐름(Cash Flow)에 적합하도록 기본급인상률기준을 설정함으로써 급격한 고정인건비 상승에 의한 회사 재무구조의 악화를 미연에 방지하여 지속적인 투자기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본급의 인상을 이익달성도에 연동시킴으로써,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오르겠지’ 라는 구성원들의 생각을 방지하고 이익에 초점을 두는 급여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익달성도에 따라 기본급인상률기준이 정비례로 커지게 할 수도 있으나 회사의 정책결정에 따라 특정 이익달성도를 초과할 경우에 Ⓐ와 같이 기본급인상률기준이 더욱 커지게 할 수도 있고, Ⓑ처럼 기본급인상률기준이 작게 증가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 역시 회사의 지불능력과 현금흐름 등에 의해 결정되어야 합니다.



이제 직급과 평가 결과에 따라 기본급인상률을 차등하여 적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죠. 일단, 기본급은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는 것은 이제 당연하다고 많이 인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들마다 기본급 인상에 적용하는 평가요소를 기업 특성에 맞게 달리 설정하기도 합니다. 평가에는 업적평가와 역량평가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기본급의 인상에는 역량평가 결과를, 성과급의 결정에는 업적평가(MBO) 결과를 반영합니다.

역량평가는 그 목적상 각각의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배치하고자 실시하는 것이어서 당초 ‘보상’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해당 직무 혹은 직급에 적합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보상 수준’을 정할 수 있는 잣대로 활용할 수는 있기 때문에 성과급보다 상대적으로 차등폭이 적은 기본급 인상에 적용합니다.

기본급 인상률 결정에 업적평가를 반영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때 업적평가의 반영비율이 30%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1년 단위로 측정되는 업적평가 결과는 불가항력의 내/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 받을 수가 있어서 구성원들의 기본급 변동폭을 매년 크게 만들 소지가 있습니다. 이는 구성원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협하는 것이므로 직원만족도를 위해서라도 기본급 결정에 업적평가 반영은 최소화해야 좋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역량평가 결과에 따라 직급별로 인상폭에 차등을 두도록 설계된 사례입니다. 역량평가 등급을 5단계로 설정했다면 B등급과 중간직급에 기본급인상률기준 α 을 매핑합니다. 그런 다음, α 를 기준으로 역량평가등급이 높을수록, 직급이 낮을수록 인상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스프레딩(spreading)합니다. 


역량평가 등급이 높으면 당연히 인상률을 높게 배정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직급이 낮을수록 인상률을 높게 하고, 직급이 높을수록 인상률을 낮게 한 것에는 의문이 생길지 모릅니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직급이 높을수록 지급 받고 있는 연봉 자체가 높기 때문에 똑같은 인상률을 적용해도 전사 기본급 예산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즉, 전사의 기본급 예산관리의 편의성을 위한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직급이 높으면 하위직급보다 상대적으로 비급여적인 보상(승진, 연수 및 교육, 활동비 등)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하후상박’의 원칙을 적용하는 겁니다.

그리고,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일 경우에는 직급 고하를 막론하고 기본급 인상이 전혀 없는 Freezing Zone으로 설정함으로써 역량저조자에 대한 불필요한 비용 증가를 막고 역량 향상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그 이유를 '잘' 피드백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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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제, 꼭 해야 하나?   

2008. 11. 6. 10:38

(사진 : 유정식)


연봉제는 당해년도의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평가하여 익년도의 급여에 반영함으로써 개인의 성과창출 동기를 극대화하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이다. 해외의 선진기업들은 일찍이 점차 치열해지는 경쟁상황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편으로 능력과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도입하였으며, 우리나라도 두산그룹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1993년에 연봉제를 실시하였으나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기업들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성과관리의 대표적인 제도인 연봉제를 앞다투어 도입하면서 일반화되었다.

2003년 노동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종업원 100명 이상의 기업 4,570개사 중 37.5%인 1,712개사가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연봉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봉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많이 대두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평가에 대한 불신, 즉 평가의 납득성에 대한 문제, 단기실적에 지나치게 치중한다는 문제, 구성원간 과도한 경쟁에 의한 위화감 조성의 문제가 대표적인 연봉제의 폐해로 지적 받고 있다. 또한, 노동부 조사결과에 의하면 연봉제 도입과 함께 기대되었던 생산성 향상과 인건비 절감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며, 단지 임금관리상의 용이함과 약간의 직원의식 변화 효과 정도만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근본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으나 필자가 여러 기업의 연봉제를 진단해 온 경험에 비춰볼 때 ‘실패하는 연봉제의 조건’은 다음의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번째 조건은 연봉제를 일종의 급여제도로만 인식하는 것이다. 즉, 실패하는 기업들은 연봉제를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통한 기업경쟁력의 도구로 활용하지 않고, 단순하게 임금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도입하거나 인건비를 줄여보려는 방편으로 이용하고 있다. 연봉제 도입이라는 시류에 편승하여 기존의 급여제도를 연봉제로 이름만 바꾼 것에 지나지 않은 사례가 많은 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노동부 조사결과의 1,712개사 중 MBO방식에 의해 진정한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13.2%인 226개사에 불과할 뿐이며 나머지는 이른바 이름만 바꾼 ‘무늬만 연봉제’를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진단했던 모 기업의 경우, 연봉제 도입을 위해 과거의 호봉에 의한 급여구조를 기계적으로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나뉜 연봉구조로 전환시키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것은 별 문제가 없었으나, 성과급을 결정하는 잣대로 기존의 인사고과평가를 여전히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창의성, 협동심, 책임감, 주인의식, 근태 등의 인사고과결과에 의해 성과급이 좌우된다는 것 자체가 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었는데, 그런 요소들은 단기간의 노력에 의해 개선되기 어려울 뿐더러 ‘한번 찍히면 영원히 찍히는’ 폐단을 야기한다는 것이 직원들이 항변이었다. 또한 연봉제가 자신들의 월급을 깎을 속셈으로 도입된 것이 아니냐며 CEO의 리더십에 강한 이의를 제기하였다. 더 파고 들어가보니, 실제로 직원들의 인건비를 줄이고 통제하고자 한 사전의 의도와 장치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회사에 유능한 인재가 남아 있을 까닭이 없었다. 때마침 경쟁사에서 공격적으로 좋은 조건을 내걸자 우수인재들이 줄줄이 회사를 옮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회사는 곧 존폐의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잘 해보자는 연봉제가 오히려 회사의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연봉제를 급여관리의 방편으로 오용하지 말아야 한다. MBO 방식에 의하여 성과 창출을 독려하고 그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공정하게 보상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연봉제이다.

실패하는 연봉제의 두번째 조건은, 평가의 운영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 컨설팅을 위해 기업을 진단할 때 항상 단골로 나오는 말이 평가의 납득성과 신뢰성에 대한 불만이다. 그런데, 많은 인사담당자들은 평가의 신뢰성 제고를 위하여 평가지표의 자체의 객관성에만 지나치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평가자들의 평가역량을 높여주기 위한 교육, 합의 및 면담프로세스의 운영, 직원들의 불만을 공식적으로 수용하는 제도 등 운영관리 측면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연봉제에 실패한 회사의 직원들은 대부분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별로 없다”, “평가자가 혼자서 평가를 결정한다”,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평가결과가 결정된다”, “실제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등의 이유로 도저히 평가결과를 신뢰할 수가 없다고 답하고 있다. 사실 이것이 연봉제를 실패로 몰고 가는 주원인이다.

연봉제의 성공을 위한다면, 완벽하게 객관적이고 쉽게 측정 가능한 평가지표에 대한 꿈은 접는 것이 좋다. 지표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평가자의 역량을 끌어올릴까, 자주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만나서 성과 달성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게 할까, 직원의 불만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며 최선이다. 덜 객관적이고 덜 측정 가능한 지표라 할지라도 구성원이 서로 목표를 합의하여 노력을 독려하고 대화하며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연봉제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실패하는 연봉제의 세번째 조건은, 평가자의 저조한 역량이다. 연봉제 운영에 있어 평가자의 역할은 가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인사부서는 제도설계와 운영관리만 담당할 뿐, 실제로 직원들을 움직이고 설득하는 최일선의 일은 평가자의 몫이다. 많은 기업들이 평가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목표수립과 평가스킬에만 초점을 맞출 뿐 평가자의 더욱 중요한 능력인 코칭 스킬의 개발은 소홀히 하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수시로 파악하여 부하직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치가 될 의무가 평가자에게 있다. 그래서 ‘관리자’라는 호칭을 붙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평가자의 코칭스킬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해야 연봉제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연봉제는 단순하게 돈을 덜 주고 더 주는 것을 결정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개인의 발전을 독려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연봉제는 성과주의 경영의 첨병으로서 이미 대세이다. 연봉제 자체의 결점을 따지기 이전에, 연봉제를 원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진단하여 개선방향을 심도 깊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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