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포스트(소크라테스를 매번 죽이는 연역법에 대해)에서 연역법의 의미를 알아봤습니다. 연역법을 적용할 때 나타나는 오류에 대해서도 설명했지요. 오늘은 연역법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오류를 '타당성'과 '건전성'의 개념을 통해 좀더 체계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연역 논증은 반드시 타당하고 건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아무리 목소리가 큰 사람의 주장이라도 수용해서는 안됩니다.

저기 문제(?)가 달려오네요. 긴장하십시오~!


다음과 같은 연역 논증을 살펴보기 바랍니다. 어떤 세일즈맨이 고객에게 하는 말입니다. 

(대전제)  훌륭한 안목을 가진 분들(A)은 이 제품을 구입하십니다(B).
(소전제)  그런데 선생님(C)은 이 제품의 구입을 고려하시는군요(B)!

(결론)     그러므로, 선생님(C)은 훌륭한 안목을 지닌 분이십니다(A).

이 논증은 오류입니까, 아닙니까? 언뜻 보면 세일즈맨의 말이 옳게 보입니다. 이런 식의 말을 세일즈맨으로부터 자주 들어보셨을 텐데요, 만일 여러분이 세일즈맨에 이런 말을 듣고서 기분이 우쭐해진다면 문제해결사로서의 역량을 스스로 의심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지름신' 같은 세일즈맨의 현란한 입놀림에 현혹되어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돈을 써버리는 건 아닌지 정신을 번쩍 차려야 합니다.

이 논증은 명백히 거짓이며 오류입니다. 굳이 훌륭한 안목이 없더라도 물건을 사게 될 이유는 무수히 많습니다. 제품 구입을 고려하는 것이 훌륭한 안목의 존재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세일즈맨의 논리적인 오류를 당당히 지적해 주던가 그냥 듣기 좋은 소리로 웃어 넘기는 게 좋습니다. 아래의 논리식을 보면 왜 이런 논증이 오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연역의 오류 1 

(대전제)  A → B
(소전제)  C → B
(결론   )  C → A

이번엔 문제해결사가 다룰 만한 연역 논증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다음의 진술은 성과관리의 필요성을 연역 논증으로 주장하는 대목입니다.

(대전제)  기업들은 요즘 성과관리 도구인 BSC를 도입해서(A) 높은 성과를 달성합니다(B).
(소전제)  우리 회사(C)는 BSC를 도입할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A).

(결론)     그러므로, 우리 회사(C)는 절대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B).

이 논증은 참일까요, 거짓일까요? 만일 여러분이 이런 식의 논리가 가득 담겨 있는 프리젠테이션을 듣는다면, "이봐요, 문제해결사. 논리에도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려거든 당장 짐 싸세요!" 라고 독한 말을 해도 무방합니다. 명백히 오류이기 때문입니다.

BSC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회사의 성과가 반드시 저조해질 거란 이유가 있습니까? 설령 회사 성과가 나빠진다 해도 BSC를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고객 클레임이 늘었다든지, 시장 규모 자체가 축소됐다든지 등의 이유일지 모릅니다. BSC를 도입하지 않으면 그만큼의 비용을 아끼고 본업에 충실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회사 성과가 높아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시간이 되면 여러분의 회사에서 돌아다니는 보고서를 몇 개 살펴 보십시오. 내부 직원들이 작성했든, 비싼 수수료를 주고 컨설턴트로부터 받아냈든 이런 식의 논리적 오류를 금세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무엇무엇을 하지 않으면, 나빠질 것이다' 라는 식의 오류는 차라리 협박에 가깝습니다. 아래의 논리식을 보면 오류가 훤히 눈에 보입니다.

연역의 오류 2

(대전제)  A → B
(소전제)  C → ~A
(결론   )  C → ~B            ('~' 표시는 '아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위의 2가지 예는 연역법의 형식을 올바르게 적용하지 않아서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 낸 사례입니다. 이런 연역 논증은 '타당하지 않다(not valid)'고 말합니다. 연역 논증이 타당하려면 형식적으로 완벽한 연역을 갖춰야 합니다. 아래의 논리식은 타당한 연역이 무엇인지를 보여 줍니다.

'타당한(valid)' 연역의 올바른 형식

(대전제)  A → B
(소전제)  C → A
(결론   )  C → B

연역 논증이 타당하지 않으면, 즉 잘못된 형식을 갖추지 못하면 '건전하지 않다(not sound)'고 말합니다. 문제해결사가 위의 예시처럼 보고서를 쓴다면 BSC를 도입하려는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형식을 속인 것이므로 '건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요.

그런데, 연역의 형식이 올바르다고 해서 항상 건전한(sound) 것은 아닙니다. 형식이 완벽해도 대전제와 소전제 중 어느 하나가 거짓이라면 건전하지 못한 논증입니다. 다음의 예를 보기 바랍니다.

(대전제)  사랑하는 사람들은(A) 항상 1~2년 안에 이별합니다(B).
(소전제)  나와 당신은(C) 서로 사랑합니다(A).

(결론)     그러므로, 우리는(C) 조만간 이별하고 말 겁니다(B).

이 논증은 위에서 제시한 타당한 형식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뭔가 잘못됐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대전제인 '사랑하는 사람들은 항상 1~2년 만에 이별한다'는 명제가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면서 죽을 때까지 해로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거짓인 전제를 가지고 결론을 이끌어 냈으니 비록 형식적으로 타당할지라도 건전하지는 않습니다.
 
이번엔 비즈니스의 사례를 보십시오.

(대전제)  업계에서 BSC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A)는 성과가 매우 저조합니다(B)
(소전제)  우리회사는(C) 업계에서 BSC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입니다(A)

(결론)     그러므로, 우리회사는(C) 성과가 매우 저조합니다(B).

언뜻 수긍이 가는 이 논증 역시 올바른 형식을 지닌 연역입니다. 그러나 '업계에서 BSC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는 성과가 매우 저조하다'는 대전제가 거짓으로 드러났다면 이 논증을 인정해도 될까요? '업계'라는 말은 상당히 애매한 용어입니다. 산업 전체를 말하는 것인지, 개별 산업(이를테면 전자산업)을 일컫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문제해결사와 의뢰인이 서로 자의적으로 해석할 만한 용어입니다. 또한 BSC를 도입하지 않아서 성과가 저조한 것이 아니라 업계 전체의 불황이 큰 원인이라면 대전제는 명백히 거짓이 됩니다. 따라서 이 논증은 건전하지 않습니다. 

건전한(sound) 논증이 되려면, 형식을 올바로 갖춰야 하고 결론을 이끄는 데 사용된 전제사항들이 모두 참이어야만 합니다. 

'타당하고 동시에 건전한' 연역

(대전제)  A → B  (참)
(소전제)  C → A  (참)
(결론   )  C → B

논증의 타당성과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아래의 도식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건전하지 못한 논리들이 독버섯처럼 곳곳에 퍼져있는지 문제해결사는 남이 만든 보고서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야겠습니다.

올바른 형식 → 타당함(valid) → 전제가 모두 참                → 건전함(sound)
                                        ↘ 전제 중 하나 이상이 거짓  → 건전하지 않음(not sound)

그릇된 형식 → 타당하지 않음(not valid) → 건전하지 않음(not sound)

이 도식은 귀납법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언급했듯이, 귀납법은 사례들이 죽 나열되고 거기서 일반화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 내는 논증인데요, 귀납법의 타당성과 건전성은 다음 글(아마도 내일)에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오늘도 건전한 마음으로 문제해결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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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실증의 방법인 '분석'에 대해 다룰까 하다가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바로 "연역적인 논증'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제쳐 두었던 연역적 논증 또는 연역법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여러 글에 걸쳐 설명한 논증의 구조(가설, 관찰, 실증 등), 즉 문제해결의 구조는 '귀납적인' 방법입니다. 이 논증 방법은 관찰과 실증을 통해 개별적인 사실(fact)들을 증명한 다음에 논거(basis)이라는 지렛대를 통해 '비약'하여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알다시피 귀납적인 논증은 다음과 같이 전개됩니다.

(사실 1) 소크라테스는 죽었다
(사실 2) 토마스 아퀴나스도 죽었다
(사실 3) 세익스피어도 죽었다
...
(사실 n) N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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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거) 그들은 '인간'이라는 종(種)에 속한 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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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모든 인간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도 토마스 아퀴나스도 죽었다는 개별적인 사실로부터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논증이 귀납적 논증입니다. 그렇지만 귀납적 논증은 논리적인 허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일 아주 오래 전에 태어나서 아직까지 살아있는 사람이 지구상 어딘가에 한 사람이라도 존재한다면(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해도), 이 논증은 거짓으로 판명나 버립니다.

부부는 닮는다 / 우린 부부다 / 우린 닮는다 ?


개인의 문제든, 조직의 문제든, 문제해결의 구조는 거의 대부분 귀납적인 논증 구조를 취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완벽하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반대되는 예(이를 반례(反例)라고 함)가 하나만 발견돼도 논증의 탑이 허물어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문제해결 구조의 논리적인 완벽성을 기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문제를 둘러싼 환경이 수학식처럼 딱딱 맞아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의 귀납적 논증에서 논리적인 결점을 0%로 만들고자 한다면 이미 태어났고 앞으로 태어날 무한히 많은 사람들의 '사실들'을 수집하여 증명하는 수밖에 없겠죠. 만일 그렇게 한다면 결론을 결코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문제해결의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논리적인 정합성을 기하는 과정은 용인되는 수준에서 끝내고 논거를 사용한 '논리적 비약'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바로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사실 1) 팀장이 CEO가 시킨 중요 프로젝트 때문에 직원관리에 신경을 못쓴다
(사실 2) 갑자기 직원을 많이 뽑았는데 각자에게 임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사실 3) 경쟁사의 판촉 때문에 고객을 많이 빼앗겨서 일이 줄었다
(사실 4) 손으로 하던 많은 업무들이 IT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수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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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거) 업무량이 줄면 직원들이 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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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
 
위의 사실들은 모두 업무량이 감소될 수밖에 없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만일 업무량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 사실이 어딘가에서 발견되면 이 귀납적 논증은 성립되지 못하겠죠. 하지만 분석(실증)을 계속 해봐도 항상 업무량이 줄었다는 사실만이 발견되고 설령 업무량이 늘었다 해도 국지적이거나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면, 이 귀납적 논증은 논리적으로는 비록 결점이 존재하나 문제해결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수용 가능한 논증입니다.

그런데 이 귀납적 논증을 잘 들여다 보면 그 안에 '연역적 논증'이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업무량이 줄면 직원들이 태만해진다'라는 논거와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라는 결론은 연역적 관계입니다. 연역적 논증이란, 대전제에 소전제를 대비하여 결론을 이끌어 내는 추론을 말합니다. 말은 어렵지만 연역적 논증을 말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다음의 예를 보면 쉽게 이해됩니다.

(대전제)  모든 인간은 죽는다 (= 인간이면 죽는다)
(소전제)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결론)     고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이런 논증을 '삼단논법'이라고도 말합니다. 대전제와 소전제, 그리고 결론으로 이어지는 삼단논법의 전개방식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두 개의 '참' 명제로부터 새로운 '참' 명제를 도출하는 과정은 논리학의 대단한 발견입니다.

삼단논법이 옳게 완성되려면, 아래와 같은 논리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대전제 :    A --> B   (A이면, B이다)
소전제 :    C --> A   (C이면, A이다)
결론    :    C --> B   (C이면, B이다)

위에서 예로 든 '논거'와 '결론'을 삼단논법의 형태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논리적으로 완벽한 형태를 갖추었습니다.

(대전제) 업무량이 줄면 태만하다
(소전제) 우리 직원들의 업무량이 줄었다

(결론)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

그러나 겉으로는 삼단논법의 모양을 띠지만 들여다보면 논리적으로 엉망인 논법들이 많습니다. 아래의 예를 보기 바랍니다.

 (대전제)  포유류 동물은 산소를 호흡한다 (= 포유류 동물이면 산소를 호흡한다)
 (소전제)  사람은 산소를 호흡한다
 (결론)     고로, 사람은 포유류 동물이다

언뜻 보면 맞는 것도 같고 틀린 것도 같습니다. 여기에서 '사람'을 '파리'로 바꿔 보면 어떨까요?

 (대전제)  포유류 동물은 산소를 호흡한다
 (소전제)  파리는 산소를 호흡한다
 (결론)     고로, 파리는 포유류 동물이다

대번에 이 논법이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파리는 포유류 동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엉터리 논법을 명제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전제 :    A --> B   (A이면, B이다)
소전제 :    C --> B   (C이면, B이다)
결론    :    C --> A   (C이면, A이다)

연역적 논증(추론)을 할 때는 대전제, 소전제, 결론이 논리적인 단절이 없어야 하고 서로 상충되지 않아야 합니다. 위의 대전제와 소전제로부터 'C-->A' 라는 증거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노련한 문제해결사들도 때론 이와 같은 엉터리 삼단논법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연역적인 논증을 할 때 이 점을 꼭 주의하기 바랍니다.

위에서 예로 든 '논거'와 '결론'을 '엉터리 삼단논법'의 형태로 써보겠습니다.

(대전제) 업무량이 줄면 태만하다
(소전제)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

(결론)    우리 직원들의 업무량이 줄었다

마찬가지로 언뜻 보면 말이 되는 것 같지만, '태만하다'는 것이 '줄어든 업무량'을 증명하지 못하므로 이 논법은 '명확하게' 틀렸습니다. 아래의 예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전제)  고급인재는 성과가 높다
(소전제)  길동이는 성과가 높다

(결론)     길동이는 고급인재다

길동이의 성과가 높다 해도 그가 고급인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고급인재가 아닌데도 시장환경이 우호적이라서 그가 높은 성과를 나타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길동이를 고급인재라고 섣불리 결론 내리는 오류를 왕왕 범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해결사는 이러한 오류를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역적 논증에서 대전제는 이미 참이라고 증명된(혹은 거의 모두가 참이라고 인정한) 명제여야 합니다. 그리고 소전제는 실증을 통해 문제해결사가 참/거짓의 여부를 증명해야 할 명제인데요, 이것은 개별적인 사실(위의 사실1~4)로부터 귀납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만일 참이 아닌 대전제를 설정해 놓거나, 귀납적으로 참이 아닌 소전제를 설정하면,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는 결론을 참이라 말하지 못합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문제해결의 전체 구조는 귀납적 논증 구조를 가집니다. 그리고 논거와 결론 사이에는 연역적 추론 과정이 숨어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전제는 논거가 되고, 인터뷰, 관찰, 분석 등의 실증을 통해 귀납적으로 증명되고 요약된 사실이 소전제가 되어 연역적인 추론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죠.

문제해결사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 논리적 오류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 귀납적과 연역법을 시의적절하게 적용하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연역법과 귀납법이라는 용어 자체가 좀 어렵게 느껴지지만 필히 숙지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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