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여러분이 어떤 예측치를 제공하면서 '이 예측이 맞을 확률은 100%나 된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라고 장담하면, 여러분은 그 예측을 믿고 따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반면, 다른 전문가가 자신의 예측치를 말하면서 '이 예측치가 사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60% 정도이다'라고 덧붙인다면, 여러분은 그의 예측에 귀를 기울일까요? 자신의 예측치를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전문가와 소심하게 드러내는 전문가, 이 둘 중에 여러분은 누구의 말을 더 신뢰하고 경청하게 될까요?

카네기 멜론 대학의 조셉 래드제비크(Joseph Radzevick)와 돈 무어(Don Moore)라는 심리학자들은 98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실험은 참가자들에게 사진 속 사람의 몸무게를 예측하여 맞히도록 하는 간단한 과정이었지만, 예측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사람들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에 충분했습니다.



래드제비크와 무어는 실험 참가자들을 '결정자(Guesser)'와 '조언자(Advisor)'로 나눴습니다. 조언자들은 사진 속 사람의 몸무게를 10파운드 단위로 예측한 다음, 그 예측치에 자신의 자신감 수준을 퍼센테이지로 표시했습니다. 예컨대 '사진 속 사람의 몸무게가 170~179파운드일 가능성이 70%가 된다'라고 적어야 했죠. 조언자들은 이러한 예측치를 사진 한 장에 대해 최대 3개씩 내놓을 수 있었는데, 자신감의 수준은 모두 합해 100%가 되어야 했습니다.

결정자들은 사진 한 장에 제시될 때마다 4명의 조언자들이 제시한 자신감 수치만을 보고 누구의 조언을 따를 것인지 선택했습니다. 조언자들은 결정자들이 자신을 얼마나 많이 선택할지에 따라 돈을 받았고, 결정자들은 몸무게의 실제값을 맞힘에 따라 보상을 받았습니다. 

실험의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조언자들은 모두 8장의 사진을 제시 받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의 최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첫 번째 사진이 제시될 때는 평균 52%였으나 8번째 사진이 제시될 때는 평균 65%로 상승했습니다. 이 결과는 사진 속 인물의 몸무게를 추정하는 간단한 과제를 많이 수행한다는 것이 그 과제에 대한 자신감의 수준을 높인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런 경험의 축적과 그로 인한 자신감의 상승이 실제로 예측의 적중률을 높혔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신감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측의 적중률은 결코 높아지지 않았으니까요. 자신감과 예측력은 상관성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자들은 예측력보다는 조언자들이 얼마나 자신감이 충만한가에 따라 영향을 받았습니다. 즉, 자신감 넘치는 조언자의 의견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죠. 예컨대 '170~179파운드에 90%, 180~189파운드에 10%'라고 의견을 낸 조언자가 '160~169파운드 30%, 170~179파운드 40%, 180~189파운드 30%'라고 추정한 조언자보다 선택될 가능성이 높았던 겁니다. 이렇게 결정자들이 자신만만한 조언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자 조언자들은 처음에 보였던 신중함을 버리고 점차 과감하게 예측하려는 추세로 이어집니다. 그래야 다른 조언자들보다 더 자주 선택되어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보상에 대한 경쟁이 과도한 자신감을 부추긴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무언가를 자신만만하게, 100%에 가까운 가능성으로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 말이나 수치가 적중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반대로 어떤 예측치를 신중하게(나쁘게 말해, 우유부단하게)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틀리리라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합니다. 의사결정을 할 때, 더군다나 그 의사결정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을 때, 자신만만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예견을 피력하는 사람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리의 행동방식입니다. 이렇게 될 수도 있고 저렇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가 있다면, '면피하려고 한다'고 폄하하거나 그 사람을 무능한 전문가로 분류해 버립니다. 이것 역시 전문가들로 하여금 다른 전문가들보다 과감해지도록 자극하는 요인이 됩니다.

우리가 접하는 여러 종류의  많은 전문가들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의견이 좀더 많은 매체나 사람들에 선택되기를 바랍니다. 선택을 받아야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려면 자신의 의견이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야 합니다. 설득력은 전망이나 예측의 적중률을 통해 높아질 수 있겠죠. 하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전문가들의 예측력은 일반인들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이 쌓아온 지식과 경험에 비하면 그 차이가 아주 미미하다고 합니다. 즉 경쟁력을 갖추는 데 있어서 예측의 적중률은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없고 되지도 못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채택하는 것이 바로 자신만만함입니다. 갖가지 근거를 끌고 와서 자신의 의견이 진짜 맞다고, 절대 틀릴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할수록 사람들의 선택을 받기가 쉽습니다. 게다가 사람들로부터 높은 신뢰까지 받으니 자신만만함은 전문가가 살아남는 데 필요한 필수조건이 되고 맙니다. 

어떤 사람의 자신감이 높으면 그 사람이 옳을 거라고 믿는 경향을 '자신감 휴리스틱(Confidence Heuristic)'이라고 부릅니다. 이 휴리스틱은 머리 속에서 무의식에 가깝게 일어나는 비합리적 현상이라서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을 이끌 때가 매우 많습니다. 

201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장미빛 희망으로 출발해야 할 2012년이 북한의 정세 변화, 유럽발 금융위기의 지속, 국내 정치 상황의 혼돈 등으로 매우 불확실한 것이 사실입니다. 점집만이 호황을 누리는 세태가 작금의 불확실성을 대변합니다. 딱 부러지게 '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점쟁이를 용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자신만만한 전문가들(하지만 실력은 그리 높지 않은)에게 귀가 솔깃해잡니다. 그들을 필요 이상으로 신뢰하여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경계해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고논문 : Competing To Be Certain (But Wrong): Social Pressure and Overprecision in Judg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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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은 제2의 천성이라 일컬을 만큼 인간들에게 본능적인 습성입니다. 우리는 미래의 불확실함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몰두를 하거나 지대한 관심을 지닙니다. 수많은 종류의 예측 기법들이 난무하고 예측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경제학자, 컨설턴트, 기상예보관, 미래학자 등)이 세상에 많이 존재한다는 점(그리고 그들이 제법 돈을 잘 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지요.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래를 정확하게, 아니 근사한 수준으로 예측하는 기법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미래의 변화를 미리 짚어낸 예측전문가들도 거의 없습니다. 가까이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촉발할 거라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어쩌다가 예측이 적중한 예측전문가가 있을지 모르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은 행운에 지나지 않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예측의 허구에 대해서는 여러 번 다른 글을 통해 이야기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예측은 부질없고 소용없는 일일까요? 예측은 항상 틀리기만 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에 나오는 '예측의 조건' 2가지를 충족한 예측은 타당하고 또한 충분히 납득 가능합니다.

예측의 조건

(1) 현재 시점에서 미래 시점으로 이어지는 '입증된 자연법칙'이 필요하다
(2) 시작점인 현재 상태(초기조건)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은 이런 뜻입니다. 방정식이든 논리적인 추론이든 예측에 사용되는 도구나 기법이 자연법칙이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언제라도(적어도 아주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법칙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중에서 공을 놓으면 몇 초 후에 땅에 닿을 것이다"라고 누군가가 예측할 때 그의 말이 타당하고 옳은 이유는 예측에 사용된 중력 법칙이 자연법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렇게 주장한다고 해보죠. "내일의 주가는 오늘의 주가에 0.1을 곱하고 10을 더하면 예측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는 y=0.1x + 10 이라는 방정식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 방정식은 '주가의 법칙'으로 보이긴 하지만, 자연법칙은 절대 아닙니다. 그 사람의 경험법칙이거나 과거 데이터를 회귀분석해서 얻은 '추세식'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그 사람의 예측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주가를 결정하는 변수와 변수 간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변수가 많더라도 그것들이 뭔지 알면 좋으련만, 무엇이 주가를 변동시키는지 집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도 매순간 바뀌기 때문에 주가의 변동에서 일반적인 자연법칙을 이끌어내기란 불가능합니다.

수많은 주식전문가들이 갖가지 '자연법칙스러운' 예측 모델을 만들어냈노라고 주장했고 또 주장하고 지만 주장하지만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예측 모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주식 시장이 합리적인 요인과 비합리적인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이기 때문입니다. 복잡계는 일정한 패턴이나 법칙을 찾을 수 없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그래서 워런 위버란 사람은 "알거지가 되는 최고의 방법은 운에 좌우되는 게임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다고 믿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주가 예측의 위험을 경고합니다.

그런데 천년에 1명 나올까 말까한 천재가 나타나서 '언제 어디서라도' 기업가치를 예측하는 방정식을 찾아냈다고 가정해 보죠. 우리는 그를 '기업가치 법칙'이란 자연법칙을 발견해낸 위대한 사람이라고 칭송할 겁니다. 아마 노벨상을 100개 정도 수여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럴 때 그가 규명한 방정식을 사용하면 특정 기업의 미래 가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아직 확답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측의 조건 중 두 번째인 '시작점인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죠. 위에서 복잡계는 합리적인 요인과 비합리적인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시스템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천재가 규명한 방정식이 '비선형 방정식'임을 의미합니다. X의 값에 Y의 값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천재가 규명했음직한 기업가치 방정식을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가정해 볼까요? (이 방정식은 상징적인 예시일 뿐입니다. 실제 기업가치를 구하는 방정식이 아닙니다. 오해 마시길....)

Y = 4X * (1 - X)

X : 현재의 기업가치
Y : 1분 후의 기업가치

아마 기업가치 방정식(실제로 존재할 리는 없겠지만)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겠죠. 어쨋든 이 방정식은 X의 제곱항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한 복잡계를 나타내는 비선형 방정식입니다. 게다가 2분, 3분 이후의 기업가치를 구하기 위해 Y가 다시 방정식에 대입되는 '되먹임(feedback)'이 존재합니다.

이 방정식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X라는 현재의 기업가치입니다. 이것을 간단하게 '초기조건'이라고 부릅니다. 초기조건의 값이 잘 입력돼야 그 후의 기업가치가 잘 계산되겠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비선형 되먹임 방정식'은 초기조건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것입니다. X가 조금만 달라져도 예측이 틀어진다는 점이죠. 진짜 그런지 살펴볼까요?

초기 기업가치의 실제값을 0.7 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측정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기업가치를 0.700001 이라고 잘못 측정했다고 해보죠. 겨우 백만분의 1의 오차라서 별것 아니라 생각하겠지만,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파란 선은 이 방정식에 0.7을 입력한 실제의 기업가치 곡선입니다. 반면, 붉은 점선은 0.700001을 입력한 예측 곡선이죠.


보다시피, 17분까지는 실제값과 예측값이 거의 일치합니다. 하지만 18분부터는 갑자기 예측 곡선이 실제 곡선을 벗어나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겨우 오차가 백만분의 1인데도 18분 이후의 예측이 실제와 달라지는 겁니다. 만일 이보다 세밀하지 못하게 초기 기업가치를 측정(대부분 이렇겠죠)한다면 18분 이내는 커녕 2~3분 후의 미래 기업가치도 예측하지 못하겠죠. 이처럼 기업가치를 오차 없이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다면 천재가 규명한 방정식도 무용지물입니다.

즉, 복잡계 성격을 띠는 시스템을 움직이는 자연법칙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초기조건을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다면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위에서 봤듯이 제법 정밀하게 측정했다 해도 조그만 오차가 '되먹임' 과정을 통해 빠르게 증폭되어 예측이 빗나가 버리고 맙니다.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잘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예측 모델이 있다는 것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다릅니다. 예측할 수 있으려면 예측에 필요한 자연법칙이 존재해야 합니다. 또한 시작점인 현재의 상태(즉 초기조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2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우리의 예측은 의미가 있습니다. 두 조건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예측할 수 없는 것에 해당합니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능력은 예측을 잘 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려는 오류에 빠지진 않았는지 위의 예측의 조건으로 여러분이 가진 예측 모델을 살펴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예측이 '예측의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면 그의 예측을 신뢰해서는 안되겠죠.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려는 노력보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혹은 바라지 않는 결과)가 나올 때를 대비하는 일이 보다 현명하다는 것을 더불어 기억하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혼돈의 과학', '욕망을 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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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관의 예측력, 믿을 만한가?   

2011. 1. 14. 09:00



어제 '욕망을 파는 사람들'이란 책을 읽던 중에 이런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경제학자의 평균적인 예측 능력은 단순한 추측 수준이다."라는 문구입니다. 상당히 냉소적이고 노골적인 말이죠?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경제학자가 있다면 꽤나 기분 나쁜 소리일 겁니다.

이 말을 풀어서 말하면, 경제학자들이 갖가지 근거를 가지고 경제지표를 예측하더라도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할 것이다'라는 단순예측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소리입니다. 그들의 노력이 사실상 무용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문제의 그 책.


 정말 그럴까요? 경제학 박사들이 즐비한 경제연구기관의 예측 능력이 고작 그것 밖에 안 될까요? 기본적으로 그들은 경제에 관해서라면 일반인들보다 많은 지식을 가졌고 오랫동안 경험도 많이 쌓았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데이터베이스화된 자료들을 수십 년간 축적해 놓았습니다. 그런데도 예측 능력이 단순예측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말하다니, 그 책의 저자가 너무 '뻥'이 심한 게 아닐까요?

저자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매년 말이 되면 여러 경제연구기관들이 내년도 경제전망을 내놓습니다. 경기, 물가, 수출입 등 여러 가지 지표들을 예측해서 발표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우리가 보통 '경제성장률'이라고 부르는 '실질 GDP 성장률'입니다. 그래서 각 경제연구기관들이 경제성장률을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여러 경제연구기관이 있지만, 그 중에서 3군데만 골랐습니다. 선택된 기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경제연구소(SERI), LG경제연구원입니다. 그런 다음, 각 기관의 홈페이지를 접속하여 1999년부터 2009년까지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일일이 검색했습니다. 예측 시점은 각년도 말로 설정했습니다(예를 들어 2005년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2004년 12월에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했음).

이렇게 얻은 각 기관들의 예측치와, 통계청에서 얻은 실제값을 비교해 봤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차이가 눈에 보이더군요. 그래프로 그려보면 그 차이가 확연합니다.

<기관별 예측치>


위 그래프에서 점선은 실제의 경제성장률이고 나머지는 각 기관의 예측치입니다. 기관들의 적중률이 그다지 높지 않죠? 2004~2007년은 그런대로 비슷하게 맞혔지만, 다른 연도엔 실제값과의 편차가 상당히 큽니다. 특히 1999년엔 무려 8%P 이상의 오차를 보였고, 최근인 2008~2009년에도 2.5~3%P 정도의 오차를 보였습니다. 경제성장률에서 1%P는 상당히 큰 수치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오차가 발생했다는 것은 예측이 실패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위 그래프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나요? 이상하게도 기관들의 예측치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기관들 간의 편차는 실제값과의 편차에 비하면 아주 작습니다. 각 기관들이 전망치를 발표하기 전에 서로 의견을 조율한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기관들 사이에도 서로 '벤치마킹'을 하는 걸까요?

이제 '욕망을 파는 사람들'의 저자인 윌리엄 A. 서든의 주장이 정말 맞는지 살펴보기로 하죠. 그는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할 것이다"란 단순예측보다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나을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단순예측을 이렇게 진행했습니다. 당해년도의 실제 경제성장률 값의 소수점 아래를 버린 것을 차년도 경제성장률로 삼았습니다. 예를 들어, 2004년의 실제 경제성장률이 4.6%이면, 2005년의 경제성장률을 4.0%로 전망하는 방식으로 에측했습니다. 말 그대로 단순한 방법이죠.

그런 다음, '실제값과 예측치와의 편차'를 아래와 같은 그래프로 나타냈습니다. 가로축에 가까울수록 편차가 작다(즉 적중률이 높다)고 보면 됩니다.

<실제값과의 편차>


위 그래프에서 점선은 단순예측치와 실제값과의 편차를 나타냅니다. 나머지 선은 각 기관의 예측치과 실제값과의 편차를 나타내죠(이 그래프에서도 기관들의 예측 패턴이 아주 비슷하다는 게 보이네요. 모종의 소통이 있는 걸까요?).

어떻습니까? 단순예측의 패턴과 각 기관의 예측 패턴이 조금 비슷하게 보이지 않나요?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으나 '기관들도 과거(전년도)의 값을 기초로 예측치를 내놓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증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닻 효과'의 사례일지도 모르겠네요.

위 그래프를 언뜻 보면 단순예측의 예측 능력이 나쁜 건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단순예측이 기관의 예측보다 못한 때도 있죠. 1999~2001년, 2003~2004년, 2006년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기관들보다 예측을 잘한 때도 있습니다. 2002년, 2005년, 2007~2009년이 그러하죠. 이 정도라면 단순예측이 기관들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겠죠?

물론 과거 10 여년의 경제성장률 하나만 가지고 경제연구기관들의 예측 능력이 별로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 경제성장률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지표라는 점에서 볼 때 솔직히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단순예측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윌리엄 A. 서든의 노골적인 주장에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연구기관들은 2009년 말에 2010년의 경제성장률을 4.3 ~ 5.0%로 예측했습니다. 이에 반해 단순예측값은 0.0%입니다. 왜냐하면 2009년의 실제 경제성장률이 0.2%였기 때문이죠. 2010년의 실제 경제성장률은 아마 3월 쯤 가서야 나올 텐데요, 과연 기관과 단순예측 중 무엇이 더 근사하게 맞힐까요?

아무튼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어려운 게 아니라 불가능합니다. 전문가들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쩌다 맞혔다 해도 그것은 운일 뿐이지 능력이 아닙니다(전문가들은 자기 능력이라 믿고 싶겠지만). 예측을 본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을 믿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미래를 대비하게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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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은 항상 틀린다   

2010. 12. 7. 09:00


오늘은 예측의 한계에 대하여 말씀 드릴까 합니다. 예측은 미래를 대비하는 데 사용되는 기법들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입니다. 예측은 별도의 정의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인간의 삶에 깊게 뿌리를 내린, 제 2의 본성이라고 말할 수 있죠. 여러분은 자신도 모르게 매일 예측을 할 겁니다. 도로에 교통체증이 발생할지, 어제 산 주식이 오를지, 나의 제안을 상대방이 수용할지 등등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예측을 자동적으로 수행....



애플 아이튠즈에서 보기 (이 방법을 가장 추천합니다)
http://itunes.apple.com/kr/podcast/id394088827 

YouTube(유튜브)에서 보기
http://www.youtube.com/watch?v=MVBjo63WsSM

* 슬라이드 다운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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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은 왜 반란군이 되었는가?   

2010. 8. 31. 09:00


유명한 철학자인 칼 포퍼는 이렇게 말했다. “장기적인 예언이 가능하려면 충분히 고립적이고 정적이고 반복적이어야 한다. 자연에는 그런 계(界)가 극히 드물고 현대 사회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것은 시도조차 필요 없는 일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매우 복잡하고 앞으로도 더욱 복잡해진다. 인간들이 지식을 더 많이 축적함과 동시에 쌓은 지식을 더 많이 더 자주 나누게 되면서 상호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상호작용의 폭증은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을 낳는다. 그러므로 포퍼의 말처럼 어디서 어떤 일이 갑자기 터져서 전세계로 확산될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아마존에서 나비가 날개를 펄럭거리면 멕시코 만에 허리케인이 발생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임계적인’ 현상은 이미 현대인의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들은 인간의 행동이 무작위적이고, 일회적이며, 불규칙하고, 따라서 예측 불가능한 패러다임에 기반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알버트 L. 바라바시는 포퍼의 단정적인 선언과 우리의 상식에 커다란 의문부호를 갖다 댄다. “과연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할까?” 물론 저자는 사회 차원의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인간 개개인 차원의 예측은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잘게 나눠 볼 때 우리들은 서로 굉장히 비슷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회사나 학교에 다니는 패턴과, 여러 일이 몰리면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수행하려는 의지와, 해리포터 시리즈의 신간이 출간되거나 애플에서 신제품이 출시되면 긴 줄을 마다하고 구매하느라 열을 올리는 광기만 봐도 우리에겐 소위 ‘일반적’이라 할 만한 행동양식을 지녔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엔 일정한 패턴이 있다
‘당신의 삶이 얼마나 예측가능한가’를 측정하는 지표를 예측가능도라고 할 때, 여러분의 예측가능도는 얼마나 될까? 20%, 아니면 30%? 아마도 여러분은 50% 이상의 값을 주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북모닝CEO를 살펴보다가 갑자기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의 전화를 받고 약속 장소로 나갈지 누가 알겠는가? 또한, 여러분은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대부분의 일을 결정하기 때문에 남들이 쉽게 여러분의 삶을 예측할 수 없다고 단정할지 모른다. 요컨대 ‘내 삶은 나의 것이라서 누구로부터 조종 받지 않는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개인의 삶은 매우 예측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주장이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은 보통 충동적인 성향이 크기 때문에 예측가능도가 낮으리라 예상되지만 MIT 교수인 샌디 펜틀렌드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한다. 그와 함께 일하던 대학원생 네이선 이글은 MIT 학생 100 명에서 스마트폰을 무료로 나눠주었다. 물론 완전히 공짜는 아니었다. 언제 누구와 통화를 하는지, 얼마나 오래 대화를 나누는지, 어디에 있으며, 누구와 함께 있는지 등을 스마트폰을 통해 수집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이 실험을 1년 동안 진행해서 45만 시간의 데이터를 분석하니 예상과는 달리 학생들의 삶은 거의 비슷하고 예측 가능했다. 학생들이 오전에 어디에 있는지 알면 90%의 확률로 오후에 있을 위치를 예측할 수 있었다. 주말에는 학생 각자가 파티다 데이트다 해서 예측가능도가 떨어졌지만, 주중에는 하루 24시간 중 22시간이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들어왔다.

굳이 펜틀렌드의 연구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삶을 잘 안다. 9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를 하다가 6~7시 무렵에 퇴근을 해서 집에 돌아와 피곤한 몸을 누이는 일상이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가? 끔찍할 정도다. 저자에 의하면, 실제로 예측가능도가 80% 미만은 사람은 거의 전무하다. 직업이 무엇이건, 지위가 높건 낮건, 어디에 살건 간에 그 사람의 과거를 알면 미래 또한 예측 가능하다. 그렇지 않은가?

예측가능성과 폭발성이란 모순?
높은 예측가능도와 함께 인간의 행동 속에는 폭발성이 함께 잠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의 제목 ‘버스트(Bursts)'가 의미하는 바가 바로 폭발성으로서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이다. 개인의 삶이 예측 가능하다는 것과 인간 행동의 폭발성은 서로 양립되기 어려운 이질적인 개념처럼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예측 가능한 행동 속에서 폭발적인 양상이 비롯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사람들이 일이 몰리면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일부터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습성은 예측 가능한 행동이다. 그러나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하게 되면 우선순위가 낮은 업무는 맨 밑바닥에 깔려서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 다시 말해 우선순위가 높으면 곧바로 처리되지만, 우선순위가 낮으면 언제 처리될지 기약할 수 없다. 우선순위가 낮을수록 ’대기시간‘이 갑작스레 폭발한다. 예측 가능한 습성이 폭발성을 낳은 것이다. 

여러분은 매일 폭발을 경험한다. 만일 기회가 있으면 하루 동안 자신이 전화를 거는 시각을 기록해보라. 그 시각들이 무작위적일까? 그렇지 않을 확률이 거의 100%일 것이다.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몇 통의 전화를 하고, 몇 시간 동안 전화를 하지 않는 휴지기를 지나 갑자기 전화를 또 걸어대는 폭발적인 패턴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업무에 집중하거나 회의를 하고 점심식사를 하는 시간처럼 전화를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헌데, 우리가 업무를 하고 회의를 하고 점심을 먹는 행위는 바로 누구나 예측 가능한 행동이다. 역시 예측 가능한 행동이 폭발성을 야기함을 알 수 있다.

십자군은 왜 반란군이 되었는가?
폭발이라고 말하면 폭탄이 떠질 때의 광경이 연상되기 때문에 ‘대기시간’의 무한정 증가나 전화의 패턴이 폭발성의 예로 가슴에 와 닿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폭발처럼 느껴지지 않는 일이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지는 일이 허다하다. 저자는 자신의 고향인 헝가리에서 16세기에 일어난 내전의 사례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헝가리의 추기경인 버코츠는 교황 선출식 ‘콘클라베’에서 탈락한 이후 교황에 재도전하기 위해 바티칸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 했다. 하지만 새로 권좌에 오른 젊은 교황 레오 10세는 버코츠를 견제하기 위해 십자군을 일으키라는 명령을 내리고, 두 사람 간의 ‘우선순위의 충돌’은 무명이었던 ‘죄르지 세케이’라는 장수가 십자군의 선봉에 서게 만들었다. 결국 죄르지 세케이는 이슬람을 향해 달리던 말을 돌려서 헝가리 왕과 귀족에게 칼을 겨누는 반란의 수괴가 되어 버린다. 이는 교황이나 버코츠 추기경,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폭발성이었다. 한 사람, 이슈트반 텔레그디는 예외였다.

이 책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 책에는 폭발성에 관련한 이야기와 죄르지 세르케이를 둘러싼 역사 이야기가 챕터를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처음엔 이와 같은 구성이 무슨 의도인지 몰랐으나, 인간들 개개인의 예측 가능한 행동과 습성들이 모여서 합쳐지거나 서로 충돌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발적인 사건이 발생됨을 생생하게 보여주려는 구성임을 알게 됐다.

과학자임에도 소설처럼 써내려간 저자의 글솜씨가 탁월해서 십자군 이야기에 숨겨진 폭발성의 의미가 손에 잡힌다. 아울러 유럽의 변방으로만 알았던 헝가리가 십자군을 주도할 만큼 강국이었고 십자군(16세기 초에 일어난)이 종교적인 신념 때문이 아니라, 두 개인 간의 암투에서 비롯된 ‘사생아적’인 사건이었음을 알게 된 것도 이 책에서 얻은 수확이었다.

여러분의 인생은 80% 이상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그 예측가능성 속에는 이율배반적이지만 폭발성이 내재한다. 따라서 우리의 삶이 예측 가능하다는 저자의 주장도, 현대 사회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멍청한 짓이라는 칼 포퍼의 주장도 모두 맞다. 우리의 삶과 우리의 사회는 무작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불확실하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까? 저자인 알버트 L. 바라바시가 이 책 ‘버스트’에서 친절하게 알려 줄 것이다.

(글 :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 이 글은 오늘 자 '북모닝 CEO(http://www.bmceo.co.kr/today/boardView.laf?bcode=TODAYBK)'에 실린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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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을 잘하기 위한 작은 기술   

2010. 8. 12. 09:00

아마도 여러분은 하루에도 수십 번 무언가를 예측하는 일에 매달릴 겁니다. 만일 예측이라는 행위를 하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면, 하루 종일 잠만 잤다는 뜻이겠죠. 아니, 정확히 말해 우리는 꿈 속에서도 예측이라는 활동을 멈추지 못하는 "예측의 동물"입니다. 꿈 속에서조차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리하지 않습니까?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직감에 의하든 '빵빵한' 데이터에 근거로 하든, 우리가 행하는 수많은 예측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작게' 만듦으로써(작게 만들 수 있을지는 차치하더라도) 의사결정으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끌어내기 위한 활동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턴트로서 "예측은 항상 틀린다. 그것은 진리다.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라"는 주장을 내내 해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생각엔 변함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인간은 무언가를 항상 예측하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탓에 예측을 완전히 버리기가 어렵다는 점을 또한 인정합니다. 

게다가 매번 불확실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할 수 없는 노릇이겠죠.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위급한 상황이라면 시나리오 플래닝이 필수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중대하고 일상적이며 또한 '단기적인' 이슈라면 예측이 나름대로 효용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예측이 효용을 발휘하려면 당연한 말이지만 예측을 "잘" 해야겠지요. 오늘은 여러분이 조직(회사)에서 예측을 잘 하기 위한 '작은'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우선, 외국 사이트에서 읽은 글(출처를 잃었음)을 제 나름대로 재해석하여 올리는 글이라는 점을 양해 바랍니다.


1. 숫자를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보통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요. 하나의 숫자를 보고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숫자를 있는 그대로 믿지 말고 숫자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구함으로써 숫자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는 상황을 피하기 바랍니다.

2. 최고의사결정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실무자들이 예측을 행할 때 가장 빠지기 쉬운 것이 바로 "실무적인 입장"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실무적인 관점이 옳은 예측과 의사결정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조직 전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엔 올바른 예측 결과를 내놓지 못하기도 합니다. 실무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아예 제쳐두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CEO라고 생각하고 예측을 수행해야 합니다.

3. 겸손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모든 분야에 정통할 수 없습니다. 정보원(source)보다 더 많은 걸 알 수 없습니다. 다행히 세상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존재합니다. 물론 전문가가 잘못된 예측을 자주 내놓긴 하지만, 그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가진 지식과 노하우는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습니다. 전문가를 잘 활용하는 방법은 그들의 예측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지식과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고 수용함으로써 예측이 올바른 의사결정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것임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4. 정보에게 말을 걸어야 합니다.
이 말은 여러분이 어떤 정보를 접할 때마다 "이 정보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는가?"라고 항상 질문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의사결정에 그 정보가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죠. 상당히 상식적인 조언이지만, 정보를 얻으면 무조건적으로 예측에 반영하려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자신의 예측을 증명하는 정보이면 더 그러한 경향이 있지요. 이런 '관성'에 저항하려면 항상 정보에게 말을 걸기 바랍니다.

5. 결론으로 쉽게 비약하지 말아야 합니다.
의사결정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위급한 상황일 때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는 경향이 커지고 나중에 예측이 실패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실패한 예측을 뒤돌아보면 "그때 조금만 더 생각할 걸", "그때 좀더 기다려야 했어"란 반성을 하게 되죠. 바로 아무리 조급해도 '여유'를 가질 시간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시간에 쫓기지 말고 시간을 리드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기 바랍니다.

6. 경계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할 때 매번 강조하는 말이지만, 어디에서 어떤 불확실성이 발발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런 불확실성이 대개 '울타리' 바깥에서 튀어나온다는 점입니다. 예측을 할 때 여러분의 시야에 들어오는 외부환경 뿐만 아니라,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7. 기존의 가정(assumption)을 의심해야 합니다.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지는 전통적인 관점이나 의견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예측을 할 때마다 당연하다고 가정하는 사항이 무엇인지, 그것이 적합한지 항상 따지기 바랍니다. 어리석은 의문을 제기한다고 누군가가 비웃을지 모르지만, 성공적인 예측을 위해서는 그 정도의 비난은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

8. 계속 테스트하고 수정해야 합니다.
한번 끝난 예측이 언제까지나 유효한 진리는 아닙니다. 어제 완료한 예측이 오늘 뒤집어지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예측은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이고, 그 도전에서 예측은 승률이 턱없이 낮습니다. 예측이 불확실성에게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지속적으로 예측을 검증하고 수정하는 것뿐입니다. 자신의 예측 결과를 신뢰하지 말고 의심하는 자세가 올바른 예측에 필수적입니다.


지금까지 예측을 잘하기 위한 8개의 작은 기술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예측이라고는 했지만, 행간을 잘 읽어보면 계량적인 모델이 성공적인 예측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성공적인 예측은 회귀모델이니 엘리어트 파동이론이니 경기사이클 이론이니 하는 정량적인 모델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다양한 의견을 구하고 자신의 예측을 검증하고 의심하는 것만이 올바른 예측과 의사결정에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결국 예측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매우 취약함을 인정하는 겸손한 자세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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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은 미래를 대비하는 데 사용되는 기법들 중에 가장 유명하고 막강합니다. 사실 예측은 별도의 정의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인간의 삶에 깊게 뿌리 내린 제 2의 본성이죠. 여러분은 자신도 모르게 매일 수차례 예측을 하고 있을 겁니다.

내가 갈 도로에 교통체증이 발생할지, 어제 산 주식이 오를지, 나의 제안을 상대방이 수용할지 등등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예측을 자동적으로 수행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경쟁자의 전략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고객의 니즈는 또 어떻게 바뀔 건지 매번 예측을 해서 전략을 수립하죠.


기업에서 흔히 사용하는 예측 기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회귀분석법일 겁니다. 회귀분석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을 종속변수 Y로 놓고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개의 독립변수 X들을 찾아서 방정식을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해서 미래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예측하는 데 사용합니다.

회귀분석은 반박의 여지가 없을 만큼 수학적으로 완벽한 논리를 가집니다. 대부분의 예측 기법들은 회귀분석처럼 과거의 패턴을 미래에 투영하는 논리를 가졌지만, 그 속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숨어 있음을 많은 경우에 간과하고 맙니다.

바로 과거의 환경구조가 미래의 환경구조가 동일하다고 전제하는 것이 오류입니다. 미래로 갈수록 상호작용이 증폭되고 환경의 구조가 복잡하게 바뀝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환경구조는 절대로 과거의 환경구조와 같을 수가 없죠. 따라서 예측은 대개의 경우 실패하고 맙니다.

왜냐하면 예측은 미래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오로지 하나의 수치로 압축시키고 그에 따라 전략을 수립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수치와 다른 미래가 펼쳐지면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겠죠. 예측이 실패를 해서 어려움을 겪은 회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IBM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요즘에는 잘 나가고 있지만 90년대엔 그렇지 못했습니다. IBM은 1980년대 초에 향후 미래의 PC시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까 예측을 해 봤다고 합니다. 그 결과 1990년이 되면 전 세계 PC보급 대수가 잘해야 27만대 정도라고 예측했죠.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만 해도 1993년에 1억 7천만 대가 보급됐고, 한국만 해도 170만 대의 PC가 보급됐습니다.

IBM의 예측이 이처럼 상당히 크게 빗나간 이유는 1980년대까지 완만하게 성장한 PC시장의 패턴이 미래에도 그대로 이어질 거라 생각한 탓입니다. 결국 IBM은 PC시장이라는 거대한 기회를 놓쳤고, 1992년에 파산 직전까지 갔습니다. 예측이 그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기 때문입니다.

예측으로 인해 기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전략적 사고를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예측의 결과로 내년도 매출액이 금년보다 10% 성장할 거라고 나왔다고 가정해 보죠. 누군가가 나서서 ‘10% 성장이 아니라 마이너스 2% 성장이다’라고 반박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이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해도 10% 성장 예측이 마이너스 2% 성장으로 바뀌기는 힘들 겁니다. 기껏해야 10%를 7% 정도로 끌어내는 것에 만족하죠. 예측 결과가 강력한 신념으로 바뀌어서 그것에 반대되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 결과입니다. 전략적 사고를 아예 막아버리고 맙니다.

예측은 기회를 잃게 만들고 잘못된 판단을 이끕니다. 예측을 통해서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오직 하나의 숫자 속에 우겨 넣으려고 하기 때문이죠.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갖가지 예측을 쏟아내는데, 경제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그런 경향이 큽니다.

하지만 예측 시스템이 제아무리 정교하다 해도 ‘예측은 항상 틀린다’라는 진리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여러 가지 가능성, 즉 시나리오로 미래를 바라봐야 합니다.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그 불확실성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습니다. 불확실성을 없애겠다면서 '덮어놓고 예측하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할지'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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