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B, 이렇게 2명의 지원자 중에 한 명을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는 누가 봐도 스펙과 경력이 뛰어난 반면, B는 그보다 못하다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둘 중 누구를 뽑아야 할까요? 상식적으로 볼 때 당연히 A를 뽑는 게 유리하겠죠? 하지만 이런 상식적 결정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막스 플랑크 경제연구소의 나탈리아 몬티나리(Matalia Montinari)와 동료들은 학력, 경력, 자격 등이 썩 좋지는 않은 평범한 지원자(less qualified)를 뽑아야 유리하다는,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실험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몬티나리가 어떤 실험으로 이와 같이 직관에 반하는 결론을 내렸는지 살펴볼까요? 몬티나리는 총 630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하여 3명씩 그룹을 이루도록 하고 각자 격리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각자에게 고용주, 지원자 A, 지원자 B의 역할을 무작위로 부여했죠. 이때 지원자 B는 능력이나 스펙이 평범한 사람으로 인식시켰습니다. 참가자들이 수행한 과제는 고정 임금 조건으로 채용된 이후 지원자가 회사의 생산성을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쏟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종의 게임이었습니다.




몬티나리는 크게 2가지의 실험 조건을 설정했는데, 하나는 고용주가 A와 B 중에 한 사람을 채용하기로 결정한 후에 자유로운 형식으로 합격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조건('소통 조건')이었습니다. 메시지의 내용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조건은 합격자에게 합격됐다는 알림 이외에 아무런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게 하는 조건('불통 조건')이었죠. 각 그룹은 무작위로 이 2가지 조건으로 배정됐습니다(사실 다른 조건 2가지가 더 있는데 여기서는 생략).


실험으로 얻은 첫 번째 결과는 제법 많은 고용주들이 평범한 지원자인 B를 합격시켰다는 것입니다. '소통 조건'에서 29.3%, '불통 조건'에서 36.2%의 고용주가 지원자 B를 선택했습니다. 거의 모든 고용주들이 스펙이 우수한(high qualified) 지원자를 선택할 거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입니다. 두 번째 결과는 고용주가 누구를 선택했든 상관없이 '소통 조건'에서 선발된 지원자들이 '불통 조건'에서 선발된 지원자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쏟기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원자 본인이 '왜 선발됐는지'를 분명히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우리의 상식을 확인시켜 주는 결과입니다. 


세 번째 결과는 가장 충격적이었고 이 연구의 핵심이었습니다. '소통 조건'에서 선발된 평범한 지원자들은 스펙이 뛰어난 지원자들에 비해 50퍼센트나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로 결정했습니다. 게다가 이 조건에서 고용주가 얻는 이익은 평범한 지원자를 뽑을 경우가 뛰어난 지원자를 뽑을 경우보다 40퍼센트나 많았습니다. 반면, '불통 조건'에서는 지원자들이 내놓는 노력의 차이와 고용주가 얻는 이득의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몬티나리는 이런 결과를 '유도된 상호성(Induced Reciprocity)'란 말로 정리합니다. 선발되기에 조금 모자란 능력과 스펙을 지닌 자들이 스스로 능력과 스펙이 뛰어나다고 느끼는 자들보다 더 열심히 일함으로써 고용주의 채용에 보답한다는 뜻입니다. '불통 조건'에서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는 평범한 지원자에게 '능력과 스펙이 그리 뛰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뽑았다.'란 메시지를 어떤 식으로든 전달할 때 지원자가 그에 대한 보답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그에 따라 고용주가 얻는 이득도 높아짐을 뜻합니다. 일종의 부채감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만드는 동력이 된다는 것이죠.


몬티나리도 밝혔듯이 이 연구는 몇 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장기적인 효과는 다루지 않았다는 점, 2명의 지원자 중 한 명을 뽑는 가장 단순한 상황을 가정했다는 점, 임금을 고정으로 설정했다는 점, 평범한 지원자의 보답이 더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나타날지 의심스럽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적어도 스펙이 떨어지는 직원을 뽑는다고 해서 손해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시사합니다. 고용주가 적절하게 의사소통하면 스펙이 떨어지는 직원들을 통해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난 자격이 충분해'라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고(高) 스펙의 직원들은 그런 스펙을 얻기까지 소요된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자신의 노력을 덜 기여하려는 동기를 갖습니다. 그래서 잘난 직원들로 조직을 채워도 드림팀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예전 글 '잘난 직원들을 모으면 드림팀이 될까' 참조). 몬티나리 실험에서 평범한 지원자를 선택한 고용주들은 이런 점을 알았던 모양입니다.


스펙은 회사에서의 노력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높은 성과는 더더욱 담보하지 못합니다. 지금 이순간도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수많은 예비지원자들, 그리고 이왕이면 스펙이 뛰어난 자를 뽑으면 회사에 좋지 않겠냐며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영자와 인사 담당자들에게 몬티나리의 연구가 따끔한 일침이길 바랍니다.



(*참고논문)

Natalia Montinari, Antonio Nicolò, Regine Oexl(2012), Mediocrity and Induced Reciprocity, Jena Economic Research Papers 201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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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리 숫자끼리 더하거나 빼는 산수 문제가 '가로로' 제시될 때와 '세로로' 제시될 때 중에서 어느 때가 풀기 쉽습니까? 당연히 세로로 제시될 때가 풀기가 쉽고 정답률도 높습니다. 세로로 된 문제는 어느 숫자를 서로 더하고 빼야 하는지 명확하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실수가 적고 푸는 속도도 빠릅니다. 간단히 말해, 문제를 푸는 사람들은 세로로 된 문제를 공간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작업기억(Working memory)에 부담을 덜 느낍니다.

마르시 드카로(Marci S. DeCaro) 등의 심리학자들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로 문제와 세로 문제를 풀도록 하는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그들이 학생들에게 제시한 문제는 모듈러 연산으로 풀어야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51 = 19 (mod 4) 라고 표현된 문제는 이렇게 풀어야 했습니다. 51에서 19를 뺀 숫자를 4로 나누어 떨어지면(나머지가 남지 않으면) '참', 그렇지 않으면 '거짓'이라고 답하면 됩니다. 이 예는 4로 나누어 떨어지기 때문에 '참'입니다.



학생들에게 모두 32문제를 풀도록 했는데, 그 중의 반은 가로로, 나머지 반은 세로로 제시했습니다. 또한, 8 = 3 (mod 2) 처럼 한 자리 숫자로만 구성돼 있어서 쉬운 문제와, 두 자리 숫자들로 이뤄진데가 뺄셈을 위해 십의 자리에서 '빌려오기'를 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각각 절반씩 섞었습니다.

연구자들은 2가지 실험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하나는 '사회적인 압력'의 유무였습니다. 학생들 중 절반에게는 컴퓨터 모니터 상에 주어지는 문제에 참/거짓 여부를 답하는 모습이 비디오로 촬영되어 다른 이들에게 보여진다고 말했고, 또한 가상의 '파트너'와 합산된 점수가 평균보다 20% 높을 때 5달러를 주겠다고 말하고서는 그 파트너가 이미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거짓 정보를 학생에게 제시했습니다. 당연히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압박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실험 상황은 '소리 높여 떠들기' 여부였습니다. 학생들 중 절반에게 문제를 풀면서 그 과정을 크게 말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중얼거리지 말고 다른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크게 말하라고 요청했죠.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은 가능한 한 문제를 정확하고 빨리 풀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총 78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수행한 결과, 재미있는 데이터가 도출됐습니다. 먼저, 세로로 된 어려운 문제를 소리 내지 않고 풀 때는 사회적인 압력이 큰 상황에서 정답률이 높았습니다. 반면 말을 하면서 문제를 푼 학생들은 사회적인 압력의 유무와 관련 없이 정답률이 거의 비슷했습니다. 공간적으로 인식되는 세로 문제는 학생들의 작업기억을 압도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압력이 오히려 문제 풀이의 성과를 향상시킨 것이라고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반면, 가로로 된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사회적 압력이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비디오가 촬영되고 가상의 파트너가 이미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상황이 주어질 때 학생들은 사회적 압력이 낮은 경우보다 저조한 정답률을 기록했습니다. 가로 문제는 언어와 관련된 작업기억을 장악하고 사회적 압력이 그것을 더욱 가중했다는 뜻이겠죠. 헌데, 눈길을 끄는 것은 학생들이 가로 문제를 풀 때 소리내어 말할 경우에는 정답률이 사회적 압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말을 하지 않고 풀 때보다 문제 푸는 속도가 약간 더 걸리긴 했지만, 높은 정답률로 보상을 받은 것이죠.

이 실험은 현재 여러 곳에서 실시되는 시험 방식이 과연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옳게 평가하는 방법일까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여러 과목의 어려운 문제를 여러 개 풀어야 하고(게다가 꼼짝없이 아무 말도 못하고), 그 결과가 대학 입학 여부와 같은 사회적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에 학생들이 달성한 점수는 작업기억이 얼마나 압도되지 않았느냐를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압박 없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자기 자신에게 피드백할 때 높은 성과를 내는 학생들이 정작 시험 점수가 저조하여 남들에게 능력을 올바로 인정 받지 못하는 경우를 현재의 성적 측정 방식(시험)이 방조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시험이 주는 압박감을 잘 견디는 것도 갖춰야 할 능력이라지만, 그 시험 과정에서 진짜로 실력 있는 사람은 버리는 구조는 아닐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실험이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은 지난 번 글('압박 면접이 우수인재를 쫓아낸다')에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압박감이 높은 상황에서 우수한 사람을 골라낼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라는 것입니다. 조직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압박 면접과 비슷하게 빠른 시간 내에 해법을 내야 하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외환 트레이더처럼 초를 다투며 빠르게 의사결정 내려야 하는 경우는 일반 조직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대개는 문제의 원인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해법을 마련할 시간이 충분합니다. 따라서 조직에서 필요한 인재는 압박 면접 하에서 기지를 잘 발휘하여 높은 점수를 얻는 사람은 적어도 아닙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압박은 필요하다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사회적 압박은 내적 동기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성과의 양과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는 여러 연구 결과가 지지하는 바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 구성원을 채용하거나 평가하는 방법이 압박을 극대화하는 상황에서의 능력을 측정하는 방식이라면, 좋은 사람을 놓치거나 방치하지는 않는지 살펴보기 바랍니다. 우수인재는 없는 게 아니라 다만 발견하지 못할 뿐입니다. 또한 이미 여러분의 조직 내에 존재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 유정식 씀

(*참고논문 : Diagnosing and alleviating the impact of performance pressure on mathematical problem solv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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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인재보다 보통인재에 집중하라   

2011. 12. 19. 10:38


** 글에 오류가 있어 수정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

일을 아주 잘하는 직원 1명과 능력이 그저그런 직원 1명이 있습니다. 그들의 개인 능력은 회사 전체의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육이나 기타 방법을 써서 그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런데 능력 향상에 드는 예산이 한계가 있어서 둘 중 한 명에게 집중해야만 한다면, 누구를 타겟으로 해야 할까요? 능력이 뛰어난 직원이 더욱 뛰어난 능력을 보이도록 해야 할까요, 아니면 능력이 그러그런 직원이 성과를 향상하도록 독려해야 할까요?

아마 여러분들은 각자의 인사철학에 따라 누구를 타겟으로 할지 의견이 갈릴 것 같군요. 그러면 아주 간단하면서도 계량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의 해답을 찾아 보겠습니다.



일단 저의 가설은 '성과가 그저그런 직원에게 먼저 집중한다'입니다. 왜 그런지 이 가설을 증명해 보겠습니다. 이처럼 회사의 2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고, 그들에게 주어지는 연봉도 동일(제반 인건비 포함)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두 명의 직원 중 어느 하나가 중간에 회사를 그만 두지 않고 1년 동안 근속한다고도 가정해 보죠.

그런데 개인의 능력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개인의 능력을 측정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아주 간단한 지표를 써 보겠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개인의 능력 = 역량 / 인건비



즉, 개인에게 인건비를 1단위 투입했을 때 나타내는 역량의 정도 차이가 능력의 개인 차를 말해 준다고 정의하겠습니다. 쉽게 말해, 똑같은 돈(연봉이나 월급여)을 주었을 때 나타내는 역량이 개인의 진짜 능력을 이야기해 준다는 의미입니다. '역량'이란 단어가 원래 추상적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측정 가능한 계량적인 변수라고 간주하겠습니다.

이번엔 역량의 입장에서 보죠. 역량 1단위를 내기 위해 소요되는 인건비는 다음과 같이 인건비를 역량으로 나눈 값이 될 겁니다. 이를 '역량의 비용'이라고 명명하겠습니다.

역량의 비용 = 인건비 / 역량



역량의 비용과 개인의 능력은 서로 역수의 관계입니다. 개인의 능력을 x로 하면 역량의 비용은 1/x 가 됩니다. 그러므로 아래의 그림처럼 우하향하고 아래쪽으로 볼록한 그래프로 표현됩니다. 바로 이 그래프에 지금부터 증명하려는 논리의 핵심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팅이 끝났으니 증명을 해보겠습니다. 성과가 그저그런 직원 A에게 역량 향상 조치(교육이나 기타 방법)를 취하면 10이었던 능력이 20으로 올라가고, 성과가 뛰어난 직원 B에게 동일한 역량 향상 조치를 제공하면 25였던 능력이 50으로 향상된다고 하겠습니다.

역량 향상 조치로 인한 '개인의 능력' 변화
 
  직원 A : 10 --> 20   (gap = 10 역량/인건비)
  직원 B : 25 --> 50   (gap = 25 역량/인건비)



이렇다면 여러분은 직원 A와 B 중에서 누구를 택해 향상 조치를 취하겠습니까? 직원 A의 향상 정도가 10인데 반해, 직원 B의 향상도는 25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직원 B를 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고 돈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할 겁니다. 동일한 돈을 들일 때 직원 B의 능력 향상도가 직원 A에 비해 250%나 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역량의 비용 차원에서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위에서 역량의 비용은 개인의 능력과 역수 관계입니다. 따라서 역량 향상 조치에 따라 나타나는 역량의 비용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역량 향상 조치로 인한 '역량의 비용' 변화 
  직원 A : 1/10 -->  1/20   ( gap = 1/20  인건비/역량 )
  직원 B : 1/25 -->  1/50   ( gap = 1/50  인건비/역량)



직원 A의 역량을 향상시키니 역량 1단위를 발휘하는 데 드는 인건비의 감소분이 1/20이고, 직원 B의 경우에는 1/50입니다. 만일 두 사람의 연봉이 2000만원으로 동일하다면, 역량 향상 조치로 직원 A는 역량 1단위를 발휘하는 데 드는 인건비가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고, 직원 B의 경우는 8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줍니다. 즉, 역량 1단위에 대한 비용 감소분으로 보면 직원 A에게 역량 향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 A를 직원 B에 우선하여 교육시키고 독려하고 끌어당기는 것이 회사의 비용 효과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비록 직원 개인 차원에서 보면 능력 좋은 직원 B에게 돈을 들이는 것이 표면적으로 유리한 듯 생각되지만, 그런 조치를 비용 효과성 측면을 따져 보면 정반대가 나오죠.

위의 상황은 직원이 2명만 존재하는 가상의 상황을 가정했고 직원들이 능력과 상관없이 동일한 연봉을 받는다고 간주했기 때문에 실제의 기업 조직을 완벽하게 대변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이 더 잘하도록 투자하는 것보다는 능력이 그저그런 직원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유리할 가능성이 큼을 보여줍니다.

물론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은 여러 가지 차원으로 회사에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그들을 캐어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일반적인 역량 향상 조치(교육 등)보다는 다른 식의 정교한 배려와 인력 활용방안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역량 향상의 '무기'가 범용적인 방식에 그친다면 그 무기는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보다는 능력이 평범한 직원들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비용 효과성도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간단한 증명은 현재 근무 중인 직원들의 역량 향상 조치의 타겟을 누구로 할 것인가하는 문제에도 좋은 통찰을 주지만, 현 직원들을 외부직원들로 교체할 때에도 좋은 시사점을 줍니다.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을 더 뛰어난 직원들로 교체하는 것보다는, 능력이 평범한 직원들 가운데에서 교체 대상을 찾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똑같은 돈을 들이고 더 나은 효과를 누리는 유리한 게임입니다.

우수인재와 보통인재. 이 둘 중에 하나를 택한다면, 후자를 택하십시오. 그것이 용기이고 현명한 판단이니까요. 대개의 경우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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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력을 잃으면 '바보'된다   

2010. 2. 1. 11:42
(* 이 글은 2년 전에 올린 글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회사의 성과 창출과 경쟁력에 직원의 역량이 핵심적인 요소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경영자들이 직원의 업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즐거운 직장생활을 위해 복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이유도 결국은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허무하게도 회사의 성과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힘들여 키운 직원들이 회사에 나가겠다면서 안녕을 고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이들 스스로 통제하게 만들어야 좋은 지휘자입니다)


한 과학자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쥐를 A, B 두 그룹으로 나눈 후 전기 충격을 가했지요. A그룹의 쥐들이 모인 우리에는 전기 충격을 차단하는 스위치가 있었습니다. 쥐란 동물은 의외로 똑똑해서 스위치를 내리면 전기 충격이 차단된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반면에 B그룹에게는 스위치가 없었습니다. 

여러 날 전기 충격을 가하면 두 그룹의 쥐 모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겠지요. 헌데, A그룹은 숱한 전기 충격에도 불구하고 건강이 비교적 양호했습니다. 반면 B그룹의 쥐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린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위궤양에 걸린 놈들이 많았고 어떤 쥐들은 체념한 채 드러누워서 전기 충격이 와도 움직일 줄 몰랐습니다.

사실 두 그룹은 일정한 시각에 똑같은 양의 전기 충격을 받았습니다. A그룹의 쥐가 전기 충격에 놀라서 스위치를 내리면 동시에 B그룹의 우리에도 전기가 통하지 않도록 실험 장치를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두 그룹의 건강 상태가 그리도 차이가 났을까요? 과학자는 외부 변화에 대해 통제력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건강을 좌우한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다른 과학자가 이와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번엔 쥐가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했지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소음을 틀어 놓은 상황에서 수학 문제를 풀게 했습니다. A그룹이 앉은 테이블에는 소음 차단 스위치가 있었고, B그룹에는 없었지요.

실험 결과, A그룹이 문제를 훨씬 많이 풀었고 또 틀린 개수도 얼마 안 됐다고 합니다. 반면에 B그룹의 사람들이 푼 문제 개수는 A그룹보다 적었고, 오답도 많았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요? A그룹의 사람들이 소음이 들릴 때마다 스위치를 껐기 때문에 성적이 더 좋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실험에서 A그룹은 스위치를 한 번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차단할 수 있어!’라는 생각만으로도 문제해결 능력이 유지된 겁니다. 반면 ‘소음이 발생해도 끌 도리가 없어!’라는 스트레스가 B그룹의 '머리를 나쁘게' 만든 원인이었지요. 통제력의 상실은 지적 능력도 갉아 먹습니다.
 
이 두 실험은 직원의 우수한 역량과 활기찬 직장생활의 열쇠는 교육과 복리후생과 같은 대증요법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통제력임을 시사합니다. 역량이 뛰어난 직원도 통제력을 상실한 채 위에서 떨어진 일이나 수동적으로 수행하면, 한때 뛰어났던 지적능력은 금새 빛을 잃고 그저 윗사람의 입만 쳐다 보는 ‘똑똑한 바보’가 된다는 것이죠.

제 후배의 경우가 단적인 예입니다. 그는 명문대 석사 출신으로서 경영연구소에서 일하다 모 회사의 전략기획부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입사할 때의 약속과는 달리 콘도 예약을 관리하고, 유명강사 초청강연회를 뒤치다꺼리하는 복리후생 담당자를 맡았지요. 그의 주요업무 중 하나는 강연회 참석자들에게 우유를 데워서 나눠주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잃어버린 2년’을 보내고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 현재는 하나의 '서비스 라인'을 훌륭히 이끄는 리더로 활약 중입니다. 다행한 일입니다.

이런 웃지 못할 일이 굴지의 기업에서도 비일비재합니다. 한때 삼성의 영향을 받아 많은 기업들이 해외 우수인재 확보에 열을 올렸지요. 하지만, 힘들게 뽑아놓고서 제대로 활용을 못했습니다. 뽑아만 놓으면 다 되는 줄 착각했습니다. 결국 많은 인력이 회사를 떠났고 회사 분위기만 나빠졌지요.

‘권한 위임’은 상위자들이 독점한 권한을 밑으로 이양하는 것으로서 요즘 강조되는 경영철학 중 하나죠. 그런데 권한 위임이 잘 되는가 싶다가 원상복귀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직원들 개인의 역량과 선호에 맞게 업무를 부여하지 않았을뿐더러, 나름의 통제력을 가지고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은 채 그저 문서 상으로만 권한을 내려줬기 때문입니다.

‘넌 시키는 일이나 하라’며 모든 권한을 통제하면서 개인의 우수한 능력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직원들을 스스로 자신과 자신의 업무를 통제하도록 만들 때 기업의 경쟁력은 기초가 탄탄해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똑똑한 바보’들이 우글대는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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