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의견을 듣지 마라   

2011. 5. 18. 09:20



연봉제를 개선하기를 원하는 고객사를 방문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직원들이 일을 잘하면 더 많은 연봉을 받기를 원한다. 남들보다 일을 잘 했는데도 똑같은 돈을 받는 것에 대해 불만이 크다. 그래서 합리적으로 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그에 따라 일 잘하는 사람에게 차등적으로 보상할 필요가 있다." 라는 말입니다. "어차피 인건비 예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 잘하는 직원을 우대하는 게 당연하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는 '일 잘 하면 돈을 많이 주는 게 당연하다' 라며 이 말에 동의하는 분들이 제법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그런 의견에 동의하는 이유는 '일 잘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를 원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을 못했는데도 일 잘하는 사람과 같은 연봉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결국 사람들은(직원들은) 차등 보상이 강화된 연봉제를 좋아하리라고 간주할 겁니다. 연봉제 개선을 요구하는 고객사 담당자들도 이런 가정(assumption)을 가지고 있죠.



여기서 한 가지 따져볼 게 있습니다. 진짜로 일 잘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를 원할까요? 당연히 그렇죠. 본인이 남들보다 뛰어난 기여를 했는데도 금전적이든 비금전적이든 돌아오는 보상이 같다면 힘이 빠지겠죠.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능력이 평균 이상이고 회사에 기여하는 바도 평균 이상이라고 여깁니다. 90% 이상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상위 10%에 속한다고 믿습니다. 

바로 지난 번에 이야기한 바 있는 '워비곤 호수 효과' 때문이죠. 요즘 화제가 되는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을 잠시 본 적이 있는데, "설마 내가 7위는 아니겠지"란 인터뷰 내용이 자주 등장합니다. 워비곤 호수 효과는 아주 일반적인 현상이죠. 스스로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가 남들보다 못하다고 자평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워비곤 호수 효과를 염두에 둔다면 직원들이 "일 잘 하는 사람에게 높은 보상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은 "나는 남들보다 능력과 성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나에게' 높은 연봉을 주는 게 당연하다"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합니다. 차등 보상 강화를 선호한다고 말하는 직원에게 "보상을 차등화하면 당신이 남들보다 덜 받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괜찮냐?"라고 물어보면 잠시 생각하다가 "그래도 괜찮다"라고 대답합니다. 진짜로 괜찮아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남들보다 덜 받을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차등 보상을 선호한다고 말하는 직원들의 의견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차등 보상을 진짜로 시행해보면 오히려 예전보다 '평가지표가 객관적이지 못하다. 평가가 불투명하다'는 식의 불만이 더욱 가중될 뿐입니다. 성공은 자신의 능력 때문이고 실패는 남의 탓으로 돌립니다. 그래서 관리자들은 부하 직원들로부터 필요 이상의 비난을 받습니다. 자기들에게 나쁜 평가를 내렸기 때문에 자신이 남보다 적게 받는다며 모든 분노의 화살을 관리자들에게 한없이 쏘아댑니다.

관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차등 보상을 위해 부하직원들의 성과를 상대평가하는 일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을 듣습니다. 모두 고생한 직원들인데 '줄세우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 괴롭고 미칠 지경이라는 말도 하죠. 그들 중에는 일 잘하는 사람에게 높은 연봉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폐해가 크기 때문에 제도를 객관적으로(대체 객관적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고쳐야 한다는 딜레마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관리자들과 직원들 사이의 반목이 커지고 직원들 간의 협력은 깨지고 맙니다. 이러한 폐해는 일정 부분 '나는 능력이 평균 이상이니까 적게 보상 받을 리 없을 거야' 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차등 보상에 동조했기 때문에 나왔다고 봐야 옳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이런 지적이 불편하게 느껴지겠지만 사실이 그러함을 직시해야 합니다. 회사나 개인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높은 연봉을 받으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리고 남들이 '능력 있는' 자신보다 같거나 높은 보상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등 보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아닐까요?

차등 보상을 도입한 350개 기업 중 83%가 회사 성과를 향상시키려는 본래의 목적을 매우 부분적으로 달성했거나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는 휴잇의 조사 결과(2004년)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워비곤 호수 효과에 현혹됐거나 남들 따라하다가 벤치마킹의 함정에 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인사부서에서 평가제도와 보상제도를 다시 뜯어 고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차등 보상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재설계되어 상황이 악순환에 빠집니다. 차등 보상이 회사 성과를 견인하는 데에는 미약한 수준이라서 더욱 높여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기 때문이죠.

인사 부서에서는 직원의 표면적인 의견만을 청취하고서 차등 보상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막을 줄도 알아야죠. 차등 보상이든 무엇이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는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합니다. 업의 특성상 직원들의 능력과 성과를 '개인 단위'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 차등 보상이 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장치인지, 나아가 성과 중심의 인사제도가 회사 성과 향상에 진짜로 기여하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그런 증거를 충분하게 확보한 후에 제도를 변화시켜야 하지, 직원들의 의견이 그렇다고 해서, 다른 회사가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인사제도의 트렌드가 그렇다고 해서 인사제도를 변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제도 도입으로 인한 효과와 비용을 엄밀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차등 보상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피해를 준다는 판단이 든다면 직원들이 (표면적으로) 원해도, 경쟁사가 도입한다고 해도 꿋꿋이 본래의 인사 철학을 고수하는 것이 옳습니다. 

때로는 직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직원들이 인사제도의 고객이지만, 고객이 옳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차등 보상을 좋아하고 금전적 보상의 차이가 동기를 부여하며 높은 연봉이 인재를 끌어들이고 그에 따라 회사 성과가 높아질 거라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가정(assumption)입니다. 이 가정이 옳다는 증거는 매우 미약합니다. 가정이 아니라 확실한 증거(hard fact)에 근거하여 조직을 경영하는 일, 기업마다 업의 특성에 맞게 조직가치나 문화에 맞게 조직을 이끄는 일, 이것이 중용을 실천하는 경영의 마인드입니다.

(*참고도서 : '증거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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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비곤 호수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라디오 진행자인 개리슨 케일러(Garrison Keiler)가 "워비곤 호수가에 사는 남자들은 모두 잘 생겼고 모든 여자들은 강하며, 모든 아이들의 지능은 평균 이상이다" 라고 언급하면서 생긴 심리학 용어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평균 이상으로 여긴다는 점을 지적하는 말이죠. 대략 90퍼센트의 사람들은 지능과 능력에 있어 상위 10%에 속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50퍼센트의 사람들이 상위 50%에 속한다고 생각해야 옳은데도 말입니다.

바로 이런 '워비곤 호수 효과' 때문에 다면평가(360도 피드백)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기분 나빠하고 심하면 크게 충격을 받고 좌절하는 현상을 보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 사이의 괴리가 왜 그렇게 큰지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심리학자 쉬나 아이엔가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MBA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다면평가를 정례화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신입생(대개 직장을 다니다가 들어온)들의 예전 동료, 고객, 그리고 현재의 급우들이 다면평가자가 되었죠.



다면평가를 실시하자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평가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90퍼센트 이상의 학생들이 왜 자신이 느끼는 자신과 타인이 느끼는 자신이 다른지 이해하지 못했죠. 자신을 리더라고 생각한 어느 학생은 남들이 자신을 똑똑하게 평가하지만 경영자가 될 재목은 아니라는 평가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성격이 다혈질은 어느 학생은 남들로부터 정서가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고서 매우 기분 나빠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이엔가는 이런 '부조화' 현상이 매년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죠.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 사이에 왜 이런 갭이 생기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자신은 나의 행동이나 사고에 대해 합리화할 기회를 가지지만, 타인은 나의 행동이나 사고를 그들의 경험에 근거하여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나는 '합리화'라는 색안경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고, 타인은 '그들 자신의 경험'이라는 색안경으로 나를 바라보기 때문이죠.

'워비곤 호수 효과'는 '지식의 저주'라는 말과도 연관이 됩니다. 1990년에 엘리자베스 뉴턴은 스탠퍼드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녀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생일 축하송'과 같은 간단한 노래의 멜로디를 입으로 소리내지 말고 오직 박자에 맞춰 테이블을 손가락으로만 두드리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무슨 노래인지 알아맞히라는 임무를 부여했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노래의 제목을 맞혔을까요? 실험에 사용된 노래는 모두 120곡이었는데, 그 중 3곡 밖에 맞히지 못했답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테이블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테이블을 두드리면, '듣는 그룹'의 학생들 중 50%는 곡명을 알아맞히리라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못미치게 결과가 나오자 상당히 의아해 했습니다. "이렇게 쉬운 곡도 못 맞히다니, 바보 아냐?" 라는 반응도 나왔죠.

이것이 바로 '지식의 저주'입니다. 테이블을 두드리는 사람은 자신이 이미 노래를 알고 있기 때문에 박자를 듣는 사람들이 왜 곡명을 모르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이 모른다는 것이 '용서'가 안 되는 것이죠. 칩 히스와 댄 히스는 그들의 책 '스틱'에서 "무언가를 알게 되면 알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없게 된다" 고 지적합니다. 즉 자신의 행동과 사고에는 분명한 이유와 근거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는 알지만, 남들이 그것을 모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죠.

미국에서는 '포춘 지' 선정 500대 기업 중 90%가 다면평가를 채택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은 기업들과 공공기관들이 다면평가를 도입했는데, 운영하다가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폐지해 버리는 조직이 많습니다. 제도를 운영해서 구성원의 불만만 야기하느니 차라리 폐지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입니다. '워비곤 호수 효과'와 '지식의 저주 효과'로 인한 구성원들의 불만과 갈등을 다면평가 자체의 문제라고 인식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하지만 다면평가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점검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좋은 게 좋다'란 생각으로 다면평가를 '인기투표'로 변질시키지 않는 한(대개 다면평가를 보상으로 연결시킬 때 인기투표의 경향이 나타남), 다면평가는 남들이 생각하는 '나'를 통해 좀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비록 평가 결과를 받는 순간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 간의 괴리 때문에 기분이 나쁘고 충격을 받겠지만, 그런 자극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하죠. 1년에 한번 정도 그런 자극은 직원 개인에게 꼭 필요한 '입에 쓴 약'입니다.

다면평가에 문제가 많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남들의 평가을 통해 스스로를 계발할 동기를 찾지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들에게는 타인의 평가가 그저 기분 나쁜 것에 그칠 뿐입니다. '목소리 큰' 그들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다면평가를 폐지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일입니다.

다면평가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다면평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채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상'에는 반영하지 않아야 합니다. 연봉이나 승진 점수에 반영하기 시작하면 인기투표로 흐르거나 건강한 긴장감을 소모적인 갈등으로 변질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직원 각자에게 피드백하여 역량 계발의 동기를 가지도록 유도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평가로만 끝나고 개인들에게 피드백하지 않는 기업들이 종종 있는데, 그렇게 하면 직원들은 자신의 다면평가 결과가 이상한 용도로 쓰인다고 오해를 키울 뿐입니다.

다면평가를 통해 직원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워비곤 호수 효과'와 '지식의 저주'를 깨뜨림으로써 다른 직원과 조화롭게 어울리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신과 타인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협력을 촉진하는 장치로 다면평가를 유도하는 일이 인사부서와 경영자의 몫이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왜 남들은 나를 이상하게 평가할까?" 라고 말하면서 다면평가로부터 아무것도 배우려하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인내심'도 필요합니다.

(*참고도서 : '쉬나의 선택실험실', '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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