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팀을 설계하지 마세요   

2011. 2. 28. 09:00



환경과 지식이 복잡해지면서 이제 한 사람의 천재가 문제를 홀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또한 개인이 무언가를 새로 발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났죠. 로버트 R. 브리트는 "20세기를 거치는 동안 사상가들이 위대한 혁신을 이룰 때의 나이가 이전보다 6세 정도 높아졌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개인이 혼자 일할 때에 그렇다는 소리입니다. 우리는 혼자 일하는 것보다 힘을 모아 함께 일하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알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져도 비슷한 시간 내에 풀어낼 수 있죠.

그러한 증거는 혼자서 까다로운 문제를 풀 때보다 여럿이 그룹을 이룰 때 더 빠르다는 것을 밝혀낸 일리노이 주립대(어바나-샴페인 소재)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76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했는데, 학생들을 각각 2명, 3명, 4명, 5명으로 구성된 여러 그룹들로 나눈 다음에 문제를 냈습니다.



그들이 각 그룹에게 낸 과제는 '문자-숫자 코드 깨기' 문제였습니다. 실험자는 "여기에 있는 10개의 알파벳 하나하나에 각각 0부터 9까지의 숫자들이 매칭되어 있다"라고 말하고는 "EED + ECD + EFG 는 얼마인가?"라는 문제를 학생들에게 제시했죠. 학생들은 이 문제를 맞히기 위해 실험자에게 몇 번이고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단,  학생들에게는 "A+B는 무엇입니까?"라는 식의 질문만 허용되었고, 실험자는 답을 숫자로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숫자에 해당하는 알파벳을 불러주었죠. 학생들은 이런 질문과 답을 통해 알파벳 각각에 매칭되어 있는 숫자를 알아내야 했습니다. 이것이 문자-숫자 코드 깨기 문제의 방식입니다.

연구팀은 5명으로 이뤄진 그룹의 학생들이 평균 6.83회의 질문만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6.83회라는 기록은 문자-숫자 코드 깨기에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5명의 개인들보다 우수한 것이었습니다. 3명 짜리 그룹과 4명 짜리 그룹도 역시 개인들보다 성적이 높았습니다. 그룹의 규모가 3명이든, 4명이든, 5명이든 통계적으로 성적의 차이는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2명으로 이뤄진 그룹의 성적은 2명의 개인이 각각 혼자서 문제를 풀 때의 성적과 통계적으로 동일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토대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적어도 3명의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는 해석을 이끌어냈습니다. 간단히 말해 3명이 모여야 문제해결의 임계질량(critical mass)에 도달한다는 뜻이죠.

그러나 이 연구의 시사점이 이것만은 아닙니다. 3명으로 이뤄진 그룹에 인원을 추가해봤자 문제해결력이 더 나아지지 않는다는 게 어쩌면 더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룹의 규모가 3명, 4명, 5명일 때가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5명을 초과해 버리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연구 결과로 증명된 바는 없지만(혹은 이미 증명됐는데 제가 못찾은 것일지도) 제 경험상 그러합니다. 워크샵에서 그룹 토론을 진행할 때가 많은데, 어쩔 수 없이 6명이나 7명 정도씩 조를 짜면 토론에 참여하지 않고 딴청을 피우거나 멍하니 앉아있는 '무임승차자'를 예외없이 목격하곤 합니다. 한두 명 정도가 꼭 그러합니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탓에 결과물도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죠. 4명이나 5명일 때가 그룹 토론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결과물의 품질도 저의 기대를 충족시키곤 합니다.

그룹의 규모가 그보다 더 초과해서 10명 이상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는 무임승차자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야기됩니다. 바로 '집단사고(Group Think)'의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하죠. 집단사고는 집단의 단결력을 유지하고 갈등을 회피하려는 무언의 압력이 형성되어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일종의 '조직 질병'인 집단사고는 대기업에서 벌어지는 각종 전략회의(주로 임원들이 참가하는)나 위원회 등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죠(집단사고의 증상은 예전에 올렸던 글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레베카 코스타는 "신생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혁신적인 이유는 아마도 그룹의 규모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대기업보다 보잘것없는 예산, 부실한 자원, 더 적은 수의 전문가를 가지고 대기업보다 앞서 나가는 이유는 소그룹의 이점을 백분 활용하기 때문이고, 또한 무임승차자나 집단사고가 판을 치지 않기 때문이라는 뜻이죠.

여러분이 속한 팀의 인력 규모는 얼마가 적당할까요? 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소한 3명은 되어야 하겠죠. 그렇다면 최대로 가능한 인력의 규모는 얼마일까요? 만약 여러분의 팀이 기획, 연구, 문제해결의 성격을 띤 직무를 수행한다면 5명 정도가 적당할 겁니다. 반면에, '운영(operation)'적인 성격의 직무가 팀의 주업무라면 최대 10명 정도를 하나의 팀으로 묶는 것이 좋습니다. 10명이란 숫자는 로마의 군대와 영국군이 분대 조직을 10명 내외로 설정하여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하는 앤터니 제이의 의견에 따른 것입니다.

자리를 주기 위한 '위인설관'식 인사관행 때문에 2명 짜리 '미니 팀'을 만들어 내는 회사들이 눈에 띕니다. 반대로, 인력을 많이 투여하면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하거나 더 많은 성과가 나올 거라고 순진하게 기대하는 회사도 가끔 존재합니다. 이렇게 팀 조직을 별다른 기준 없이 내키는 대로 설계하는 일은 집단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회사의 성과를 갉아먹는 고질적인 잠재비용일지 모릅니다.

팀에 속한 인력의 규모가 너무 적지(2명 이하) 않게, 그리고 팀 업무의 성격을 고려하여 너무 많지(11명 이상) 않게 설정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야말로 물건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일보다 더 큰 잠재이익의 원천은 아닐까요? 그러니 함부로 팀을 설계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논문 : Groups perform better than the best individuals on letters-to-numbers problems: effects of group size.)  (*참고도서 : '지금, 경계선에서', 레베카 코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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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우리팀 인력이 부족해요!   

2010. 1. 29. 09:23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의 문제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팀을 운영할 때 인력을 충분히 고용하지 못하는 것도 한 가지 문제입니다. 게다가 경쟁을 치열해져서 "할 일은 많은데 인력이 부족한 상태"로 겨우 버티는 조직도 있을 겁니다. 오늘은 팀의 적정한 인력 구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요즘엔 거의 모든 기업들이 팀제로 조직을 운영합니다. 정부 부처도 '구 행정자치부'를 필두로 팀제를 도입하더니 팀제가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죠. 팀제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조직 구성원에게 명확한 성과 목표를 주고 업무의 지향점이 그것으로 향하도록 만들기 위함입니다. 간단히 말해, 성과 지향의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기초 인프라가 팀제입니다.

(우리는 한 팀!)


그런데 팀제를 운영한다는 기업들 중 많은 곳이 기존의 부/과제 조직일 때와 비슷한 조직 구성을 유지하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이런 기업의 팀을 들여다 보면, 같은 팀인데도 성격이 서로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두 개 이상의 그룹이 발견되죠. 과거의 부/과제가 그대로 이어졌다는 증거입니다. 

예를 들어, 기획부를 기획팀으로 이름만 바꾸어 놓고 그 안에는 경영기획, 경영관리, 재무기획 등 서로 독립적인 업무, 서로 다른 성과 목표를 갖는 업무 그룹들을 여전히 존재하도록 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위인설관(爲人設官, 감투를 주기 위해 조직을 만듦)의 관행 때문에 조직이 이상한 형태가 돼 버리는 것은 모든 기업의 고민거리입니다.

하나의 팀 정원을 산정할 때는 일단, 독립적인 성과 목표를 부여 받은 직원들을 모아 개별팀으로 그룹핑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름만 팀인 기획팀을 경영기획팀, 경영관리팀, 재무기획팀 등 실질적인 팀으로 분화하라는 말입니다. 

이 때, 각 팀의 인력 규모는 적어도 3명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전형적인 팀의 인력 구성은 ‘팀장 – 시니어 – 주니어’로 구성되어야 하죠. 팀장은 팀 전체의 업무를 총괄하고 성과를 책임집니다. 시니어는 팀장을 보좌함과 동시에 팀 업무의 기획을 맡는 브레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주니어는 팀 업무를 실행하고 시니어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 3명이 업무의 효과와 연속성 및 전문성을 위해서 팀이 가져가야 할 최소한의 정원입니다. 인력 증가의 부담이 있더라도 이 3명은 팀의 최소 단위입니다.

규모가 작은 회사의 경우는 개별팀으로 나누려다 보니 팀당 인원이 1~2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 독립적인 팀으로 분화하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업무가 유사한 인력끼리 모아서 적절한 크기의 팀을 구성해 팀장-시니어-주니어의 체계를 갖추기 바랍니다.

팀의 업무량을 3명의 인력으로 충당하지 못한다면, 시니어와 주니어를 단계적으로 1명씩 늘려나가는 방법을 취합니다. 증가되는 업무의 양이 기획 성격이 강하다면 시니어를, 실행/운영/보조 성격이 강하다면 주니어를 1명씩 증원하는 방법으로 팀의 정원을 구합니다. 만일 보조 업무의 양이 많은 팀일 경우는 주니어 대신 어시스턴트를 배치하도록 합니다.

이런 식으로 업무의 증가량에 따라 팀 정원을 산출하면 복잡한 업무량 조사를 하지 않아도 팀 정원을 상대적으로 손쉽게 산출할 수 있습니다. 단, 사전에 팀의 업무가 명확히 기술되어 있고 개인별 업무분장이 확실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전제사항이 있습니다. 또한 위인설관, 임의적 통폐합과 같은 관행을 타파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팀의 인력이 일정 규모를 넘어가면 팀장의 통솔이 어려워집니다. 통솔범위(Span of Control)는 ‘기획적’이며 프로젝트 방식의 업무 성격을 갖는 팀은 최대 7명 수준으로 하는 것이 좋죠. 팀장-시니어-주니어 인력 구성을  1-3-3 포메이션, 혹은 1-4-2 포메이션으로 정합니다.

행정적이고 운영적인 업무성격이 강한 팀(예:콜센타)은 최대 20명 수준으로 한계를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기업과 팀에 똑같이 적용되는 통솔범위의 크기는 없으니, 각 팀에 적절한 통솔범위를 찾기 바랍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팀장-시니어-주니어라는 틀이 유지되어야 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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