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가 되면 퇴근하는 사람들보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 직장인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저녁 6시는 퇴근시간이라기보다는 저녁식사 시작 시간인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어떤 직원은 별로 할일이 없는데도 게으름을 피우며 일을 미루다가 저녁 때가 되어서도 그날의 일을 완료하지 못해 습관적으로 야근하기도 하지만, 진짜로 일이 많고 또 급해서 매일 야근을 밥먹듯 하는 직원들도 많습니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효율성을 강조하다보니 인력을 예전보다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빠른 업무처리를 약속하는 각종 IT 시스템이 수작업에 의존하던 과거보다 오히려 업무를 더욱 가중시키다보니 직원이 제시간에 퇴근하기가 힘들어지고 어쩌다 제시간에 퇴근하면 눈총을 받기까지 합니다.

늦게 퇴근한다고 해서 다음날 늦게 출근해도 되는 회사는 그리 흔치 않죠.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서 직원이 아침에 조금 늦게 출근하는 것을 '군기'가 빠졌다며 고깝게 생각하는 관리자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해서 매일 야근으로 지친 직원들은 수면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2011년에 모 취업 포탈 사이트에서 직장인 5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평균 수면 시간은 고작 6시간 10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권장 수면시간(8시간)에서 2시간 정도 부족하죠.



이러한 수면 부족이 생산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수면 부족이 단순한 생산성 저하 이외에 직원들의 비도덕적인 행동을 유도한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진실입니다. 크리스토퍼 반스(Christopher M. Barnes) 등의 연구진들은 수면이 개인의 비윤리적인 행동과 관련이 되어 있음을 실험을 통해 규명했습니다. 절대수면시간이 부족하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직원일수록 상사와 동료로부터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고, 동료 직원들이 자신의 일을 대신 처리해 주는 선행에 대해 별로 미안해 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수면이 부족한 학생일수록 돈이 걸린 게임에 참여할 때 다른 참가자들을 속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수면 부족이 사고력과 자기절제력을 약화시켜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죠. 다른 참가자를 속인 학생들은 정직한 학생들에 비하여 전날 밤에 평균 22.39분을 덜 잤을 뿐인데도 비윤리적으로 행동했습니다. 적정 시간보다 2시간이나 덜 자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에 수면 부족이 단순한 생산성 저하에 그치지 않고 더욱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리라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효율성을 목적으로 적은 인력으로 많은 업무량을 소화하도록 만듦으로써 애써 얻은 노동생산성 증가분이 장기적으로 볼 때 비윤리적인 '나쁜 성과'에 의해 상쇄되고 말 것임을 시사합니다.

마이클 크리스천(Michael Christian)과 알렉산더 엘리스(Aleksander Ellis)가 수행한 또다른 연구에서도 수면 부족이 일탈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유발한다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그들은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는데, 교대 순번이 바뀌는 바람(예컨대 낮 근무에서 밤 근무로)에 수면 리듬이 깨져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간호사들이 금지된 행동을 자주 보이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수면 부족한 학생들이 고객들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수면의학 교수인 찰스 짜이슬러(Charles Czeisler)는 "24시간 한숨도 자지 않거나 1주일 동안 하루에 4~5시간 밖에 자지 않으면, 혈중 알코올 농도 0.1퍼센트에 해당하는 신체 장애가 나타난다"라고 말합니다. 0.1퍼센트면 법적으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과중한 업무로 인해 야근을 밥먹듯 하는 직원이 있다면 그는 일주일 내내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회사 측에서 직원들의 야근을 방조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권장(?)한다면 직원들에게 '음주 근무'를 방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알다시피 음주는 이성적 판단을 저해하고 평소 같으면 못할 행동을 자극합니다. 컨설팅 업체인 KPMG에 따르면 인수합병 건의 83%가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는데, 역사적으로 악명 높은 인수합병 실패 사례들은 야근과 수면 부족으로 '취한' 상태에서 내린 과감한 결정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러 회사에서 도입하는 윤리경영의 실천지침을 들여다 보면 대개 '무엇무엇을 하지 말라', '조심하라'는 문장이 발견됩니다. 직원들에게 윤리적 책임을 다할 것을 기대하는 내용을 볼 때마다 직원들이 윤리적으로 행동하도록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하지 않을까란 의문이 생깁니다. 윤리 규정을 만들고 이를 위반할 때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문제의 핵심을 놓치는 것일지 모릅니다. 직원들이 이기적으로 혹은 비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근본적 이유는 예전에 올린 글 '직원들이 회사 물건을 훔치는 이유'에서도 밝혔듯이 직원 개인의 품성이나 가치관의 결함 때문이기보다는 직원을 둘러싼 업무환경과 조직문화의 악성요소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가치가 떨어지는 업무, 요식 행위에 해당하는 업무, 아웃소싱이 가능한 업무 등을 과감하게 제거하여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8시간 동안 높은 가치를 지닌 업무에만 오로지 집중케 하고 저녁 6시에 모두 퇴근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드는 것이 겉으로 내세우기 좋은 윤리경영 캐치프레이즈보다 선행되어야 합니다. 오랫동안 일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설령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해도 그 증가분은 비윤리적인 냄새로 오염되고 말 겁니다.

여러분은 오늘도 야근할 계획입니까?


(*참고 논문) 
Lack of sleep and unethical conduct
Examining the Effects of Sleep Deprivation on Workplace Deviance: A Self-Regulatory Perspective

(*참고 기사) 
Lack of Sleep Leads to Unethical BehaviorWhy Your Next Big Deal Will F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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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이 많거나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과연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규칙을 잘 지키고 윤리적일까요? 소위 상류 계층의 사람들은 거짓말을 덜 하고 부정을 덜 저지를까요? 우리는 그들이 그렇지 않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리학자인 폴 피프(Paul K. Piff) 등은 이런 의심을 명확한 물증으로 증명하는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피프는 자동차가 재산의 많음과 높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고 가정하고 자동차의 메이커와 외양에 코드를 부여하기로 한 다음 차들이 몰리는 4차선 도로에서 어떤 자동차가 자기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교차로 가로질러 부당하게 끼어들기를 많이 하는지 일일이 세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랬더니 최고급 자동차 운전자들은 30% 넘게 끼어들기를 하는 반면, 가장 낮은 등급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7~8% 정도 끼어들기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험을 확장하여 자동차들이 교차로로 다가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얼마나 침범하는지를 조사했더니, 가장 낮은 등급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한번도 횡단보도의 선을 밟지 않았으나 최고급 자동차 운전자들은 무려 45% 넘게 횡단보도를 침범했습니다. 이 두 실험은 고급차일수록 교통법규를 더 자주 위반한다는 통념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피프는 실험 방식을 달리 하여 참가자들에게 8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읽게 한 후에 그들이 각 시나리오에서 묘사된 행동을 얼마나 따를 가능성이 있는지 적도록 했습니다. 각 시나리오는 가상의 인물이 무언가로부터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려는 이야기가 기술돼 있었죠. 이 실험은 스스로를 상류 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이들에 비해 비윤리적인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드러냈습니다.



이번엔 협상 과정에서 상류 계층의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피프는 입사를 원하는 가상의 지원자가 고용주와 함께 임금 수준을 협상하는 상황을 참가자들에게 말하면서 지원자가 지원한 직무가 불안정해서 곧 없어질 거라는 사실을 일러줬죠. 참가자들은 고용주가 지원자에게 해당 직무의 안정성에 관해 진실을 말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적어야 했습니다. 상류 계층으로 분류된 참가자들은 고용주가 정직하게 고백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고, 탐욕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태도가 있다고 평가된 참가자일수록 고용주가 진실을 말하지 않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추가로 통계 분석을 실시한 결과, 부분적이지만 상류 계층의 개인들은 다른 계층의 사람들보다 탐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속임수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음이 나타났습니다.

상류 계층의 사람들이 속임수를 잘 쓴다는 사실은 컴퓨터 모니터 상에 띄운 가상의 주사위 실험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참가자들은 주사위를 모두 다섯 번 던질 수 있었는데, 나오는 숫자의 합이 클수록 상금을 탈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진행자로부터 들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나오는 숫자를 자율적으로 기록해야 했죠. 하지만 주사위 숫자의 합은 항상 12가 되도록 사전에 조작된 실험이었습니다. 예상대로(?) 상류 계층으로 평가된 사람일수록 합계를 속이는 비율이 더 많았습니다. 

피프의 연구는 실험실에서나 현실에서 상류 계층일수록 법규를 어기고 탐욕적으로 행동하며 비윤리적인 결정을 선호하고 속임수를 거리낌없이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상류 계층의 사람들은 왜 그런 경향을 보이는 걸까요? 그들은 지위나 직업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독립적이고 프라이버시를 보호 받기 때문에 사회적인 제약이 적고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인한 제재를 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피프는 설명합니다. 또 그들은 자신들이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이들의 평가에 신경을 그다지 쓰지 않으며 목표 지향적인 경향이 커서 비윤리적인 행동을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조심스러운 시도이지만, 피프의 연구 결과를 기업 내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요? 전반적으로 경영자들은 직원들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강제화된 성과지표, 통제 시스템, 규칙, 관료화된 조직 구조 등은 어쩌면 직원들은 기회만 생기면 부정을 저지른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것이라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성인인 직원들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 아이로 간주한다는 증거입니다. 조직 내에서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통제를 강화하고 체계를 공고히 한다면 그 회사는 윤리경영의 초점을 잘못 맞추고 있는 겁니다. 직원들에 의해 잘잘하게 저질러지는 부정보다도 고위직이 아무 거리낌없이 휘두르는 부정이 더 잦고 더 심각하고 더 뻔뻔할 수 있음을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요?

부정을 저지르는 자는 스스로가 부정을 저지를 자격(?)이 있다고 믿는 사람, 부정의 수준을 실제보다 평가절하하는 사람, 아랫 사람을 많이 두고 권한이 많은 사람들일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권한 없이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윤리경영을 강조하기 전에 경영진들을 단속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불편하더라도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비리나 부정은 경영진이 더 많이, 더 심각하게 저지릅니다.

여러분 조직에서 대부분의 부정은 누가 저지른다고 생각하십니까?


(*참고논문)
Higher social class predicts increased unethical beh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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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장사하라   

2008. 4. 18. 23:58

얼마 전 발송되어 온 이동통신사의 청구서를 무심코 뜯어보다가 화가 났던 일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청구서에는 신청한 적도 없는 벨소리 부가서비스 요금 2000원이 버젓이 써 있었다. 게다가 작년부터 지금까지 총 16000원이란 돈이 내 계좌에서 소리도 없이 인출된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출시될 때 휴대폰에 내장되어 나오는 벨소리만 사용해 온 나로서는 도대체 신청한 적도 없는 휴대폰 부가서비스 요금이 어찌하여 청구되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이동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였다. 그러나 담당자는 벨소리 서비스를 신청한 사실이 분명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신청해 놓고 잊어버린 것이 아니냐며 나에게 잘못을 전가하려 하였다. 몇 분간의 실랑이가 있었으나 도저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전화를 끊고 말았다.

몇몇 사람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말했더니, 자신도 그러한 피해를 본 적이 있다는 사람이 제법 됐다. 처음에는 공짜로 제공하다가 통지도 없이 유료로 전환해 버린다든지, 콜센터 직원의 교묘한 질문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부가서비스 사용에 동의케 한다든지의 부당한 사례를 쏟아냈다. 가끔씩 뉴스에서 이동통신사들이 부가서비스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이 실제로 우리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번 계산을 해보자. 내가 가입한 이동통신사가 보유한 가입자수는 대략 2400만명이라고 한다. 월 2천원의 부당한 요금 청구가 가입자의 5%에게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이통통신사는 한달에 24억원 (2천원 * 2400만명 * 5%) 이라는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꼴이 된다. 나처럼 요금청구서 내역에 무심하여 8개월이 넘도록 부당청구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고객을 속여 벌어들인 이익은 아마 수백억원 이상이 될 것이다. 벨소리 다운로드 같은 부가서비스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고정적일 것이다. 즉, 그 서비스를 1명이 이용하건 2400만명이 이용하건 이미 소요됐고 앞으로 소요될 비용은 동일하다는 사실에 비춰보아,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은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봤을 때 참으로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이득이기 때문이다.

왜 이러한 불공정한 행위가 발생하는 것일까? 고객을 속여 부당한 이득을 가능한 한 많이 챙기라는 것이 이동통신사의 내부방침은 아닐 텐데 - 부디 아니길 바란다 – 왜 이런 부정이 저질러지고 있는 것일까? 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정말이지 순진한 생각인데, 진짜로 이동통신사의 실수일 수 있다. 수천만명의 가입자를 관리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던 실수를 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같은 부당이득 절취사건이 주변에서 꽤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로 볼 때 단순한 업무상의 과실로 야기되었다고 덮어버리기엔 뭔가 조직적인 사전모의가 있었다는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여기서 나는 '성과주의의 그늘'을 본다. 성과주의가 우리에게 가져준 폐해의 전형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벨소리 부가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와 직원들은 지속적인 매출 향상의 압박을 1년 내내 24시간 받고 있을 것이다. 연봉제니 BSC니 하는 것들이 안 빠지는 날이 없을 것이다. 하루 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사는 텔레마케터 또한 매니저로부터 아침 저녁으로 귀가 따갑도록 실적을 내라는 훈화를 듣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사방으로부터 성과를 향상해라, 실적을 높여라, 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부가서비스를 은근슬쩍 임의로 신청해 버리고자 하는 유혹을 견디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본인의 실적 향상 여부가 급여에 적극적으로(?) 이어질수록 유혹의 크기는 커질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화려하게 소개되어 이제는 거의 정론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성과주의, 그것이 가져다 준 어두운 그늘인 것이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이야기한다. 윤리적인 기업이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으며 윤리적이지 않으면 잘 나가다 갑작스레 도산될 수도 있다는 것이 윤리경영이 내세우는 화두다. 이른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있어 기업의 윤리적인 경영활동은 기업생존의 필요조건이라는 것이다. 시장의 우월적인 지위를 악용하여 동의치 않은 이득을 취하는 것은 호주머니에서 돈을 강탈해가는 절도행위나 다름없다. 천문학적인 매출액에 비해서 ‘새 발의 피’ 정도의 불과한 액수일지는 몰라도 그와 같은 부당행위를 방치하다가 언젠가 회사 전체를 뒤흔들어 놓을 스캔들로 번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내가 다녔던 컨설팅회사까지 망하게 만든 엔론 사태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성과주의 경영과 윤리경영, 이 두 개의 경영철학을 어떻게 하면 함께 추구할 수 있을까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과주의경영에 윤리경영을 접목하는 시발점은 성과를 좋은 성과, 나쁜 성과로 확실히 구분하여 이를 조직의 규범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좋은 성과, 즉 윤리적인 틀 내에서 공정하게 달성한 성과에 대해서만 보상해야 하며, 비윤리적인 범법행위에 의해 쌓아 올린 ‘나쁜 성과’에는 절대 보상하지 말고 오히려 철저히 배척하고 엄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 오랫동안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윤리적 토대 위에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와 잣대를 다시금 구축해야 하며, 이를 우직하게 밀고 나갈 CEO의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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