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 대한 짧은 생각들   

2012. 11. 6. 10:17


2012년 10월 25일부터 11월 5일까지 페이스북에 올린, 짧은 생각들입니다. 담벼락에 흘러가도록 나뒀다가 저조차 잊어버릴 것 같아 여기에 정리해 둡니다.





[리더십에 대한 짧은 생각]


- 우리는 관리자(팀장, 임원, CEO 등)에게 많은 것을 바란다. 목록을 만들어 보라고 하면, 끝이 없다. "우리에겐 그런 관리자가 얼마나 흔한가?"라고 생각하기 전에 "우리는 과연 그런 관리자가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관리자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수록 오히려 조직문화의 병폐는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 관리자가 되고 싶다는 말은 어쩌면 자신의 일을 부하직원에게 떠넘기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표현은 아닐까?


-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리더십을 갖추라고 요구한다. 리더의 역할을 맡기지도 않으면서, 권한이양이나 권한위임도 하지 않으면서.


- 자기계발서들은 왜 한결같이 '리더가 되라'고 말하는가? 왜 우리 모두가 리더십을 가져야 하는가? 리더십은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재능에 속한다. 음악 못하는 사람에게 음악을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 리더십을 갖출 능력이 없는 이에게, 리더가 되고 싶지 않은 이에게 리더가 되라고 말하는 것은 과연 온당한가?


- 승진은 또 하나의 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새로 뽑는다는 관점에서 승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많은 회사에서 승진은 보상의 도구로 쓰인다. 승진이 보상의 방편이 되면 '피터의 법칙'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 함께 진군하는 지휘관보다 멀리서 군대를 지켜보고 있는 장군이 병사들을 전장으로 더 쉽게 보낸다.



[조직문화에 대한 짧은 생각]


- "부하직원"이란 말. 상하적 관계를 강조하는 이 말은 사라져야 한다. 이제부터 "팀원"이라고 불러야 한다.


- 냉소적인 직원들이 많은, 아주 간단한 이유. 경영자가 언행일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소통이 잘 되는 조직에는 갈등이 잦다. 소통이 안되는 조직일수록 조용하다.


- 출퇴근 시간을 개인이 알아서 자유롭게 정하도록 하는 것,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일까? 왜 모두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야 할까? '초연결 시대'에 왜 물리적 장소에 함께 모여 있어야 할까?



[자기계발에 관한 짧은 생각]


- 보고서를 간결하게 핵심만 쓰기 위한 연습. 수첩 한 장에 보고서의 모든 내용을 담아라.


- 지금 해야 할 일을 미룰수록 실천 가능성은 급감한다.


- "효과적인 활동을 했으면 조용히 뒤를 돌아보라. 조용히 뒤돌아보면 훨씬 더 효과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by 피터 드러커


- 회복탄력성(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서 평온을 찾는 것)을 높이는 한가지 방법. 어떤 일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기보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간주한다.


- 긍정의 함정. "지나치게 긍정적인 정서는 유방암, 말기 신장질환과 같이 예측이 힘든 질병을 발견하는 데에는 오히려 해롭다. '나는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여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필요한 처방이나 검사를 받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from <너무 다른 사람들>


- 내일은 '오늘의 태양'이 뜬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 현실을 직시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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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두 개의 보고서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의 보고서는 글씨체가 또렷하고 바탕색과의 대비가 커서 알아보기 쉽게 쓰여져 있는 반면, 다른 보고서는 폰트가 조악하고 흐리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내용상의 차이가 전혀 없을 때 보고서를 읽은 사람들은 둘 중 어느 보고서에 높은 점수를 줄까요? 상식적으로 볼 때 당연히 전자의 보고서가 사람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으리라 추측할 겁니다.

아누즈 샤흐(Anuj Shah)는 이런 상식이 맞는지를 실험을 통해 증명하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 108명의 실험참가자들은 MP3 플레이어의 재원(성능)과 그 제품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고객 리뷰 정보를 읽고 나서 MP3 플레이어의 적정 가격을 0달러에서 300달러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요청 받았습니다. 샤흐는 참가자들 중 절반에게는 12폰트 짜리 Times New Roman체의 검정 글씨라서 읽기 쉽게 쓰여진 정보를 주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읽기 힘든 12폰트 짜리 이탤릭 Monotype Corsive체의 회색 글씨로 적힌 정보를 읽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읽기 쉬운 정보를 접한 참가자들은 MP3 플레이어의 가격을 평균 126.3달러로 책정한 반면, 읽기 어려운 정보를 받은 참가자들은 평균 162.1달러를 써냈습니다. 읽기 편안한 글을 제공 받은 참가자들이 부정적인 고객 리뷰에 크게 영향 받았다는 의미였죠. 다시 말하면, 읽기 어려운 정보를 접한 참가자들은 부정적으로 평가된 고객 리뷰에 높은 가중치를 두지 않았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어도 표면적인 형식이 의사결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샤흐는 심화된 두 번째 실험을 통해 표면적인 형식이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고 들어갔습니다. 이번 실험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정보는 가상의 로비스트 집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샤흐는 참가자들에게 특정 로비스트 집단을 평가한 결과라며 두 개의 가짜 평가지수를 제시했는데, 139명의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이미지가 선명한 평가지수를, 나머지 절반에게는 흐릿하게 인쇄된 평가지수를 나눠 준 다음, 해당 로비스트 집단의 능력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해 보라고 지시했습니다.

또한 그 집단이 로비에 성공하면 2백만 달러 중에서 얼마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을지, 6점 척도로 그 로비스트 집단을 얼마나 추천하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그 결과, 선명한 이미지를 본 참석자들은 흐릿한 이미지를 접한 참석자들보다 로비스트 집단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이 실험 역시 내용과 상관없이 눈에 편안한 정보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경향을 드러냈죠.

세 번째로 실시한 실험은 눈으로 쉽게 인지되는지의 여부가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 본 위의 두 실험과 다른 주제를 다뤘습니다. 샤흐는 터키어로 된 가상의 증권회사 이름 중에서 Artan, Kado, Boya 처럼 발음하기 쉬운 것들과, Lasiea, Taahhut, Emniyet 과 같이 발음이 어려운 것들을 구성했습니다. 그런 다음, 144명의 참가자에게 발음하기 쉬운 증권회사와 발음하기 어려운 증권회사가 각각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내놓은 평가 의견들을 제시했습니다.

참석자들에게 주어진 두 증권회사의 의견은 때때로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각 의견을 면밀히 살펴보고 판단을 해야 했죠. 하지만 참석자들은 의견의 내용과 상관없이 발음이 어려운 증권회사(Taahhut 등)보다 발음이 편한 증권회사(Artan 등)에 높은 가중치를 주었습니다. 즉, 발음하기 쉬운 증권회사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었죠. 또한 참석자들은 발음이 쉬운 증권회사를 터키의 투자자들에게 더 많이 추천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샤흐의 실험을 통해 눈에 얼마나 편안한가, 그리고 말하기가 얼마나 편안한가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통설이 확인되었습니다. 감각기관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보는 피하고 쉽게 감각되는 정보를 수용하려는 이유는 가능하면 인지 노력을 덜 부담하려는 인간의 본능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작성한 보고서는 그게 무엇이든 간에 상대방의 인지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상대방의 미간을 찌뿌리게 만들고 동공을 확장시키죠. 그래서 상대방은 그 내용을 들여다 보기도 전에 무의식 속에서 보고서를 거부하고 싶은 마음, 꼬투리를 잡고 싶은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보고서의 내용이 전달되고 설득되려면 그러한 '활성화 에너지'의 벽을 극복해야 합니다. 화학반응을 촉진시키는 촉매가 활성화 에너지의 벽을 낮추듯이, 읽기 쉽고 또렷한 글씨체와 시원한 글자 배치 등의 형식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용에 몰입하기 좋은 조건을 형성합니다.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달하고 설득하려면 겉으로 보이는 형식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항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물론 일부러 흐릿하게 보이고 발음이 어렵도록 만들어서 '뭔가 있어 보이는' 효과를 높이는 경우도 있지만, 의사소통의 속도와 질을 감안한다면 형식적인 '또렷함'이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 때로는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내용보다 형식이 더 중요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작성하고 있는 보고서를 살펴 보세요. 글씨가 크고 또렷하며, 문장은 발음하기 좋고 리드미컬합니까? 내용이 좋다고 형식을 무시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겠죠?

(*참고논문 : Easy does it: The role of fluency in cue weigh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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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정신의학자인 에릭 번(Eric Berne)은 '교류 분석 이론'을 정립한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번은 인간의 말과 행동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로 성인형(Adult), 부모형(Parent), 자식형(Child)였죠.

성인형은 상호존중과 개방성, 그리고 상대방의 감정을 자신에게 이입할 줄 아는 유형입니다. 그리고 부모형은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듯이 통제적이고 비판적인 행동 유형을 말하죠. 반면 자식형은 감정이 앞서고 자기중심적인 행동양식을 가리킵니다. 번이 지나치게 인간의 말과 행동을 단순화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가장 이상적인 상호 교류의 양식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통찰을 주었다는 측면에서 그의 업적은 가치가 있습니다.



그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가장 이상적인 상호작용의 방식이 '성인형 대 성인형'이라고 말합니다. '부모형 대 부모형'이나 '자식형 대 자식형'의 상호작용은 오해를 가중시키고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말합니다. 조직에서 자주 일어날 법한 이야기로 예를 들어볼까요?

팀장이 기획안을 꾸물거리면서 올리지 않는 팀원에게 이렇게 한마디 합니다.

"지시한 지가 2주일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기획안을 올리지 않는 거야?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이런 말은 통제하고 비판을 가하는 '부모형'의 전형입니다. 부모형의 말은 자식형의 말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모가 뭐라고 야단을 치면 핑계거리를 대면서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하는 자식처럼 말입니다. 팀원은 아마 이런 식으로 대꾸할 겁니다.

"제가 OOO일로 바쁜 거 안 보이세요? 상무님이 지시사항이라서 그것 먼저 해야 한다고요."

대담하고 앞뒤 가리지 않는 팀원이라면 팀장의 부모형 말에 부모형 대답으로 대항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그렇게 급하면 직접 하시는 게 어떨까요? 아니면 박 대리가 요즘 한가한 것 같은데, 걔한테 시키시지요."

팀원이 이렇게 대꾸하면 아마도 팀장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팀원의 멱살을 잡을지 모릅니다. 섬약한 성정을 가진 팀장이라면 속으로 화를 삭이면서 괴로워하겠지요.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감정만 상합니다. 감정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이상도 염려해야 하는, 불행한 '교류 방식'이죠.

팀장이 만약 자식형의 대화법으로 이렇게 말하면 팀원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OOO기획안, 빨리 좀 줘. 전무님이 보자고 하신단 말이야."

아마 대담한 팀원(소위 '싸가지가 없는' 팀원)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부모형으로 대꾸하겠죠. '급하면 당신이 하라'식으로 말입니다. 이런 팀원보다는 아래와 같이 '칭얼거리는' 자식형 대답을 하는 팀원들이 더 많을 겁니다. 

"저도 힘들어 죽겠단 말이에요. 왜 저만 가지고 그러세요?"

이런 대화법 또한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팀장과 팀원 사이의 불만만 가득 쌓이고 맙니다. 상하를 막론하고 자식형 대화법이 주류를 이루니 팀 분위기가 어떨지 상상이 됩니다.

에릭 번이 이상적인 상호 교류 방식이라고 한 '성인형 대 성인형' 대화법을 팀장과 팀원이 항상 염두에 둔다면, 아마도 아래와 같은 대화가 일어날 겁니다.

팀장 : 자네가 바쁜 건 잘 알지만, 실은 그 기획안을 전무님이 1주일 후에 열릴 경영회의 때 발표해야 해서 꼭 필요해. 해 줄 수 없을까?

팀원 : 죄송합니다. 저도 실은 상무님이 별도로 시킨 OOO일로 좀 바쁩니다. 상무님께 이야기해서 그 일은 잠시 미루자고 하겠습니다. 전무님 일이 더 급하니까요.

팀장 : 고마워. 상무님한테 이야기할 때 나도 같이 갈게. 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이해하실 거야.

팀원 : 네, 알겠습니다.

팀장 : 아, 그리고 좀 힘들겠지만 오늘부터 나와 같이 기획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짜보자고. 이따 3시에 회의실에서 보면 어떨까?

팀원 : 네, 자료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데요, 5시쯤 보면 어떨까요?

팀장 : 그래, 그러자고. 



이상적인 상황이라서 좀 작위적이라고 느낄지 모르지만, 팀원으로 하여금 기획안 수립에 전념케 하려면(즉, 문제를 해결하려면) 성인형 지시법과 성인형 대답법이 다른 유형의 교류 방식보다 우월합니다. 

문제가 좀 급하고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면 사람들은 강압적인 부모가 되거나(부모형 교류), 감정이 앞서서 요리조리 피하는 자식이 될(자식형 교류) 가능성이 큽니다. 위와 비슷한 상황일 때 (마음을 좀 차분히 하고) 성인형 교류를 하려고 노력한다면 상대방도 성인형 대화법으로 응대하면서 문제해결에 머리를 맞대는 '화기애애'한 상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노력이 없이는 팀장과 팀원 간의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겠습니다. '부모 같은 팀장과 자식같은 팀원'이라는 구도는 절대로 좋은 상하관계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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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X2 매트릭스, 꼭 활용하세요   

2011. 9. 15. 09:00



여러분의 조직에는 여러 유형의 팀이 있을 겁니다. 만일 CEO가 여러분에게 “우리 회사에 존재하는 팀의 유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라”는 지시는 내린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떤 기준으로 팀을 분류하고 어떤 포맷으로 결과를 정리하면 CEO의 마음에 꼭 드는 보고서를 쓸 수 있을까요?

팀의 유형을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특성을 2개 뽑아내어 그것으로 2X2 매트릭스를 그리면 CEO에게 일목요연하게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팀의 유형을 구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2개의 특성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팀의 ‘존속기간’이 그 중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팀은 단기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가 해체됩니다. 반면에 계속해서 장기간 존속되는 팀들도 있죠. 또한 팀의 ‘업무 범위’도 팀의 유형을 구분하기 위한 중요한 차원이 됩니다. 하나의 제한된 영역에서 활동하는 팀이 있고, 반면에 복합적인 활동을 통해 성과를 이루어내는 팀도 있죠.

그렇다면 ‘존속기간’과 ‘업무범위’라는 2개의 축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2X2 매트릭스를 그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만 그리면 끝이 아닙니다. 매트릭스의 각 셀에 해당하는 팀이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 정의를 해줘야 합니다. 존속기간이 상시이고 업무범위가 단일업무인 좌측상단에 속하는 팀들은 아마 회사 내에서 가장 많을 겁니다. 이런 팀들은 ‘일반 업무 팀’이라고 분류할 수 있죠. 존속기간이 상시이고 업무범위가 다중업무인 우측상단의 팀들은 우리가 보통 ‘Cross Functional Team’이라고 부르는 조직입니다. 우리말로 ‘기능횡단팀’이라고 부르죠. 

좌측하단의 셀, 그러니까 존속기간이 임시이고 업무범위가 단일업무인 팀들은 특정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모임 프로젝트 팀(Project Team)이라고 말할 수 있죠. 임무 수행을 완료하면 바로 해체되는 조직입니다. 존속기간이 임시이지만 다중업무를 수행하는 팀은 ‘특수 목적 팀’ 혹은 ‘태스크 포스 팀(Task Force Team)’이라고 부릅니다. 프로젝트 팀처럼 임시로 운영되지만 특정 과제를 수행하려면 여러 부서를 아울러야 할 때 태스크 포스 팀이 필요하죠.

이렇게 2개의 변수를 가지고 팀의 유형을 4개로 구분한 후에 어떤 팀들이 어떤 셀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내면 CEO가 한 눈에 팀의 유형을 조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특정 셀에 지나치게 팀들이 몰려있다면 어느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도 있죠. 

여러분은 아마도 위의 매트릭스와 다른 축을 사용하여 2x2 매트릭스를 그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이 속한 회사의 팀을 꼭 위의 예시처럼 구분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한 상황에 맞게 2X2 매트릭스를 그리면 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현상을 단순하고 간략하게 표현하고, 시각화하는 데에 2X2 매트릭스처럼 좋은 방법이 없다는 점을, 2X2 매트릭스를 쓰면 상황을 조망하고 개선의 방향을 찾기가 수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하고, 항상 어떤 현상을 접하면 2X2 매트릭스로 그릴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기 바랍니다. 확신컨대, 2X2 매트릭스를 잘 그리면, '똑똑하다', '깔끔하다'란 평가를 받게 될 겁니다.

2X2 매트릭스를 꼭 활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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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하나가 한 사람을 파멸시키다   

2011. 9. 6. 10:05



1986년 10월 초,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현재 애너하임 에인절스)와 보스톤 레드삭스와의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 시리즈 5차전이 열렸습니다. 이 게임에서 승리하면 에인절스가 아메리칸 리그를 우승하고 월드 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9회초 현재 스코어가 5 대 2로 앞선 상태라서 우승은 바로 코 앞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3점 차이는 레드삭스가 뒤집기 어려운 듯 보였지요.

하지만 레드삭스는 막판까지 힘을 쏟으면서 5 대 4까지 점수차를 줄였습니다. 9회초 투아웃에 1루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감독인 진 마우치는 마무리 전문 투수인 도니 무어(Donnie Moore)를 마운드에 올립니다. 무어는 순식간에 투 스트라이크를 잡아냈습니다. 이제 스트라이크 하나면 경기가 종료되고 에인절스는 우승과 함께 월드 시리즈로 가는 티켓을 받을 수 있었죠.



그러나 그가 던진 마지막 공은 데이브 핸더슨(Dave Hendersen)의 방망이에 맞았고, 그 공은 좌측 담당을 뛰어넘고 말았습니다. 홈런이었죠. 5 대 4였던 점수가 5 대 6으로 역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무어는 망연자실한 채 베이스를 달리는 핸더슨을 바라봐야만 했죠. 에인절스는 (하지 않아도 될 뻔 했던) 9회말 공격에 나서서 경기를 다시 역전시키려 했으나 힘이 빠진 나머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레드삭스가 아메리칸 리그의 챔피언이 되고 월드 시리즈 행 기차에 탑승했습니다.

무어는 오랫동안 자신이 던진 마지막 공을 곱씹으며 괴로워했습니다. "그때 내가 그렇게 던지지만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에 허덕였죠. 언론들도 무어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모든 패배의 책임을 그에게 돌리는 형국이었습니다. 잊을 만하면 끄집어내어 무어를 조롱했습니다. 1986년에 21 세이브를 기록하던 성적은 1987년이 되자 5 세이브로 급격히 저조해졌습니다. 성적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도 피폐해져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죠.

결국 무어는 1988년 시즌을 끝으로 야구장을 떠났고 급기야 1989년 7월에는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릅니다. 그의 자살소식을 알리는 기사에는 그가 자살하기 전에 자신의 부인을 총으로 여러 차례 쐈다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결국 공 하나가 게임을 망쳤고 개인의 삶을 망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누가 도니 무어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요?

자기계발 전문가들은 도니 무어의 사례를 보고 '자신의 실패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못하는 위험'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만약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런 자기 반성이 구체적인 실천과 변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자기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겠지요. 요컨대, 그런 상황을 개인 스스로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겁니다. 

또한 실패를 잘 이겨내고 오히려 실패를 즐기는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실패를 웃으며 털어내지 못하는 자들을 은근 비웃기도 하겠죠. 장방 드 벨드(Jean Van de Velde)라는 골프선수는 1999년에 열린 브리티시 오픈에서 17번 홀까지 2위를 3타 차이로 따돌리면서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이 확실시됐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18번 홀에서 그만 트리블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연장전에 돌입했고 결국 힘이 빠진 그는 폴 로리에 우승컵을 넘겨주고 맙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실패에 매몰되지 않고 오히려 언론에 자신의 이름이 크게 회자되자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즐겼습니다. 그 게임은 그저 자신의 골프 인생 중에 한 페이지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나는 과거 속에 살지 않는다"란 말을 남기기도 했죠. 자기계발 전문가들은 이런 그의 긍정적 사고를 치하하면서 개인의 강건한 마음가짐이 실패를 이겨내고 더 나은 성공으로 가는 길임을 역설할 겁니다.

하지만 무어의 비극적 결말을 무어 자신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상황을 나아지게 만드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불행을 계속 생산해낼지 모릅니다. 물론 무어 자신의 나약한 심성도 문제이겠지만, '바로 너 때문에 우리 모두가 이런 실패를 하고 말았어, 이 멍청아!'라고 비난하고 조롱하며 확대 재생산하는 사회의 부정적 메커니즘, 게임을 그저 게임으로 바라보지 않고 대단한 지상목표로 여기는 광적인 스포츠 팬덤 현상, 실패한 사람을 찍어 누름으로써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려는 야릇한 경쟁의식 등이 무어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A매치 축구경기에서 우리팀이 패배하면, '저 자식 때문에 다 이긴 경기를 지고 말았어!', '쟤가 잘 막았더라면 우리가 이겼을 텐데!' 등 온갖 비난이 경기 관람을 끝낸 사람들의 입에서 터져 나옵니다. 물론 경기에 진 속상함을 그렇게 푼다고 해서 나쁠 건 없겠죠. 하지만 그 비난의 대상이 된 선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자신이 실수하고 잘못한 점을 깨달으며 반성할 겁니다. 비난이 가벼운 불평 정도에서 끝나야지, '확대하고 꼬치꼬치 분석해서' 날카롭게 쏘아붙이고 몇날 며칠 우려먹는 언론과 '유사언론(블로그 등)'은 자신들의 거친 입이 한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음을 한번쯤은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몇몇 블로그를 보면,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잘못된 점을 세세하게 지적하면서 '계속 그러다가는 망하고 만다'는 식의 글들이 올라오고, 그런 자극적인 글들은 높은 조회수와 추천수를 기록합니다. 연예인 자신도 아니면서 어쩜 그렇게 속속들이 잘 아는지 놀라울(?) 정도죠. 

누구나 실패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아주 '극적인' 순간에 '뼈아픈' 실수를 저지릅니다. 싸구려 언론과 싸구려 '입'들은 그런 사람들의 실패를 이용하는 데에 자신들의 재능 있는 글발과 말발을 세우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실패를 감싸안는 분위기가 실패를 이용하는 분위기보다 우세한 건강한 사회에 살고 있다면 말입니다.

공 하나가 한 사람을 파멸시켰습니다. 아니, 공 하나에 너무나 큰 의미를 부여하고 개인에게 큰 책임을 부여한 사회가 한 사람을 파멸시켰다고 해야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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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출발하는 자의 마인드 3종 세트   

2011. 6. 30. 09:00



팝 가수 배리 매닐로의 얼굴이 그려져 보기에도 민망한 티셔츠를 어떤 학생에게 입게 한 후에 다른 학생들이 모인 강의실에 들어가게 했다. 이 실험을 진행한 길로비치는 적어도 2분의 1 정도의 학생들이 그 민망한 티셔츠를 알아볼 거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겨우 23%의 학생들만이 그 티셔츠를 알아차렸다고 한다. 여러 종류의 티셔츠(남루한 것, 촌스러운 것 등)를 가지고 실험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실패의 공포를 벗어라
새출발의 두려움은 실패의 기억으로부터 나온다. ‘타인이 다시 시작하는 나를 어떻게 볼까?’, ‘만약 내가 또 실패하면 그들은 날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라는 걱정이 새출발하는 자의 마음을 옥죄어 온다. 굳세게 마음 먹고 시작한 일이 실패하면 '난 왜 이리 못 낳을까?'라며 자신을 꾸짖는다.

실패에 대한 자책이 반성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타인의 시각을 ‘상상’하기 때문에 더 큰 열패감에 사로잡힌다. 길로비치의 실험은 이 같은 걱정이 기우에 불과함을 말해준다. 타인은 우리의 새출발에 대해서도 우리의 실패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없다. 이는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우리의 새출발이 실패할 수는 있어도 상처 받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니까.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희곡을 쓴 사무엘 베케트는 "이번에도 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더 세련되게 실패했다." 라고 말했다. 실패는 좌절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좀더 세련되게 만드는 법을 깨달아가는 과정이고 기회라는 뜻이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해럴드 크로토는 "열 번의 실험 중에 아홉 번을 실패했다면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아주 좋은 기록이다"라고 말하며 실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라고 충고한다.
 
실패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면 새출발에 앞서 실패를 '성공을 위한 실패'가 아니라 '더 나은 실패'라고 다짐하면 어떨까? 성공과 실패를 별개의 것으로 떨어뜨려 놓자는 말이다. 만일 지금의 출발이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이번에도 실패했군. 그렇지만 저번 실패보다는 조금 나아졌다'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야 출발선 밖으로 한걸음 내디딜 용기와 동력을 얻을 것이다. 실패의 기억으로 새출발의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낮게 달린 사과’만 따려고 하는 안일함에 빠지기도 한다.

어려운 길로 가라
하지만 쉬운 목표는 우리를 결코 발전시키지 못한다. 영어 단어의 철자가 하나 정도 바뀌어도 그것이 어떤 말인지 쉽게 인식할 수 있다. 가령 일부러 어떤 문장 속에 'FOOTBLAL'이라는 잘못된 단어를 써놔도 그것이 'FOOTBALL'이라고 이해한다. 우리가 단어를 철자 하나하나의 조합으로 인식하지 않고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FOOTBALL'의 철자를 뒤죽박죽 섞어서 'LBOFTOAL'이라고 쓰면 어떨까? 아마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철자를 재조합하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그것이 FOOTBALL임을 알아 맞힌다. 심리학자 S.W. 타일러는 실험참여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서 A그룹에게는 철자 하나만 바꾼 단어들을, B그룹에게는 철자를 마구 뒤섞은 단어들을 여러 개 보여주고 어떤 단어인지 맞히게 했다. 그런 다음,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자신들이 푼 단어들이 무엇인지 기억해보라는 질문을 각 그룹의 참여자들에게 던졌다. 그랬더니 A그룹보다 B그룹의 참여자들이 더 많은 단어들을 기억해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푼 B그룹의 사람들은 뒤죽박죽 섞인 철자를 재조합하여 올바른 단어를 만들기 위해 집중력을 높여야 했다. 타일러는 'LBOFTOAL'로부터 'FOOTBALL'이란 답을 얻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단어가 머리 속에 각인되기 때문에 기억이 오래 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실험 결과는 '쉽게 이룬 것일수록 쉽게 잊혀진다, 어렵게 얻은 것일수록 오래 남는다'는 오래된 지혜를 다시금 명백하게 보여준다. 또한, 쉬운 부분이나 잘하는 부분만을 집중해서 연습하는 것보다 어렵고 못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결국에는 더 효과적임을 깨닫게 한다.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출발점 앞에 놓여 있다면, 어렵고 험한 길을 택하는 용기가 우리의 출발을 더욱 값지게 할 것이다. 쉽고 평탄한 길을 선택하는 일은 '내가 잘 하고 있구나'란 거짓된 확인을 받기 위한 자기기만을 아닐까 되돌아봐야 한다. 새출발의 선상에 선 우리는 이런 자기기만의 껍질을 먼저 깨야 한다.

데드 포인트를 넘어서라 
출발선을 뛰쳐나가 결승점이 눈 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하면 "난 정말 노력했어, 최선을 다했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전에 “노력 = Dead Point + 1” 라는 공식을 떠올려 보라. 데드 포인트(Dead Point)는 마라톤에서 쓰는 말이다. 달리고 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목이 타 들어 가고 가슴이 터질 듯 괴로워서 죽을 것만 같은 시점에 이르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데드 포인트이다. 하지만 데드 포인트를 지나고 30초에서 2분 정도 지나면 숨쉬기가 편해지고 오히려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이 때가 바로 세컨드 윈드(Second wind)다. 선수가 장거리 경주를 완주하려면 반드시 데드 포인트를 극복해서 세컨드 윈드 상태에 돌입해야 한다.

노력은 누구나 한다. 힘들 때까지 노력했다고 해도 그 정도는 남들도 다 한다. 사람들은 서로 비슷해서 힘듦을 느끼는 정도도 비슷하다. 데드 포인트까지 이르는 시간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데드 포인트에 이르면 엄청나게 힘들기 때문에 자신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진정한 노력은 데드 포인트를 뛰어넘는 것이다. 마라톤 선수가 데드 포인트에 이르러 달리기를 포기한다면, 그가 과연 결승 테이프를 끊을 수 있을까? 데드 포인트를 지나 한 발 더 앞으로 더 나아가야 '노력을 다했으며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인가를 성취하려고 새출발 선상에 섰다면, 일단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뛰겠노라고 다짐하라. 그리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때가 언제인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관찰해 보라. 만일 ‘정말로 이제 그만 두고 싶다’고 느껴진다면 그때가 바로 데드 포인트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결승점에 이르지 못한다. 멈추면 남들과 다를 바 없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더 뛰자면서 스스로를 독려해야 한다. 그래야 세컨드 윈드가 찾아오고 남들보다 오래 정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성공은 빠르게 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오래 정진하는 자의 것임을 기억하자.
 
실패의 두려움을 벗어 던지고,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을 헤쳐 나가며, 그 어떤 고통에도 멈추지 않겠다는, 이 3가지 마인드세트를 갖춘 사람만이 성공이란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다. 출발선에 선 당신에게 부부젤라보다 더 큰 응원의 축포를 보낸다.

(*이 글은 'SPP조선'의 사보 'SPP Magazine 17호'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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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당신의 권리이자 의무다   

2011. 6. 29. 09:00



자기비하를 멈추는 것에서 도전은 시작된다
나는 가끔 수첩에 그림을 그린다. 주로 찻집에서 혼자 커피를 마실 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그리곤 한다. 취미 수준에도 미치지 않을 법한 그림 수준이라 꽤 조심스럽게 그린다 해도 어긋나는 선이 생기곤 한다. 지울 수 없는 볼펜으로 그리기 때문인데, 그냥 선 몇 개를 더 그려 넣어 실수를 대충 무마한다. 특히 사람의 얼굴을 표현하는 데엔 아주 젬병이다.



어느 날은 누워있는 아들의 모습을 그렸다. 다 그리고 아들에게 보여주니 "내가 왜 이렇게 생겼어?"라며 울상을 지었다. 초등학생을 늙은 아저씨의 얼굴로 그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들은 그림이 싫다며 수첩을 찢을 기세로 달려들고 아이의 엄마도 합세하여 면박을 주었다. 나름 힘들여 그린지라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가 봐도 한심하고 쓰레기 같은 그림이라서 반박하기 어려웠다. ‘정말 못 그린 그림이야!’ 라며 자학하는 수밖에.
 
반면 내 그림을 무시하는 아들은 자기 그림을 폄하하는 법이 결코 없다. 아들은 뭔가를 열심히 그리고는 늘 이렇게 말한다. "정말 잘 그렸지요? 예쁘죠?"라고. 감탄이 나오는 그림도 있지만 솔직히 낙서 같은 그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들은 항상 자신의 그림에 무한한 자긍심을 보인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그리지요?"라며 스스로를 극찬하기도 하니까.
 
발달심리학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자기비하를 할 줄 모른다. 9살 이하의 아이는 언제나 자기 작품을 한없이 사랑하고 자신의 재능을 자랑하며 높은 자존감을 드러낸다. 이런 아이들이 커가면서 불행히도 자기비하를 배운다. 사회화의 과정이라지만 씁쓸하다. 자신을 혹평하는 법을 배운다는 말은 포기를 합리화할 줄 알게 된다는 의미이고 소질이 계발될 기회를 스스로 묻어버림을 뜻하기 때문이다. 자기비하는 무언가를 이루어가는 즐거움과 희열을 싸구려 감정으로 전락시키고 그대로 마음의 앙금으로 쌓이게 만든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정체(停滯)이다. 자기비하가 계속되면 정체의 늪으로 우리를 밀어 넣는다. 자기비하의 관성을 버리고 도전하려는 태도를 가질 때 개선과 발전의 기회가 주어진다. 자신의 못난 작품을 감상하듯 즐기고 반성을 통해 배운다면 다음엔 조금 더 나은 작품과 만나게 된다. 자신의 못난 그림에도 뻔뻔해지자.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자. 아무렴 어떤가? "세상에서 제일 잘 그린 그림이다"라고 외치자. 자기비하라는 가뭄을 끝내고 자신감이라는 단비를 내려주어야 도전의지가 자란다. 자기비하는 개인과 조직의 도전의지를 갉아먹는 해충일 뿐이다.

도전하지 않는 조직은 위험하다
1979년에 유나이티드 항공의 DC-8-61편이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행기가 포틀랜드 공항에 접근했을 때 랜딩 기어가 말을 듣지 않아 기장과 부기장은 애를 먹었다. 그들은 랜딩 기어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기를 기다리면서 공항 근처를 1시간 정도 선회하려고 했는데, 2명의 승무원이 연료계의 바늘이 0을 향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런 상황은 즉각 기장에게 보고해야 할 위급한 상태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그들은 기장이 무서워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기장은 평소에 자신에게 질문하거나 의견을 제안하는 걸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매우 권위적인 사람이었다. 승무원들은 혼나는 게 무서워 죽음을 택하는 믿기 힘든 결정을 했다. 연료가 다 소진되자 모든 엔진은 꺼지고 말았고 비행기는 공항에서 10Km 떨어진 지점에 추락했다. 기장의 거짓된 권위와 승무원들의 나약함 때문에 무고한 승객들이 죽거나 크게 부상 당했다.
 
사고의 근본원인은 도전을 허용치 않은 권위의식에 있었다. 이처럼 바람직한 도전을 굴복시키는 권위의식이 팽배할 때 조직은 치명적인 위험을 스스로 자초하고 만다. 도전이라고 번역되는 영어의 Challenge를 영영사전에서 찾아보면 ‘진실, 가치, 권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라는 뜻이다. 전통, 규칙, 습관 등처럼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익숙해져서 바꾸기 힘들 것이 부정적인 권위를 형성한다. 그런 권위들을 밑바닥에서부터 하나씩 따져보며 옳은 것은 수용하고 옳지 않은 것은 가차 없이 깨뜨려 나가지 못한다면 비행기가 추락해도 입을 봉하던 승무원과 다를 바 없다. 여러분은 그런 비행기에 타고 싶은가?

도전은 도약의 엔진
위대한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맹목적으로 권위를 존중하는 것은 진리에 대한 가장 큰 적이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던 실업자 시절에 그는 물리학 논문들을 탐독하며 마음을 달래곤 했는데, 유명한 학자들의 논문에서 잘못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그가 누구든 상관없이 편지를 보내어 오류를 지적하곤 했다. 그 때문에 ‘권위자’들의 분노를 사 소망하던 대학 교수 자리를 오랫동안 얻지 못했지만 그는 의지를 결코 꺾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이 그 유명한 ‘상대성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던 까닭도 바로 그의 무모한 도전에 있었다. 사실 동시대에 앙리 푸엥카레 역시 시간의 상대성을 주장했지만 그는 여전히 뉴턴의 결정론적 세계관에 함몰된 탓에 과거의 이론을 버리려 하지 않았다. 푸엥카레는 전형적인 완고한 전통주의자로서 ‘에테르’라고 하는 가상의 물질을 고집하느라 위대한 발견의 문턱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거추장스러운 기존의 틀을 폐기하면서 물리학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그는 수백 년 동안 과학을 지배해왔던 기존의 사고방식과 권위에 도전하는 용기가 있었고, 그로 인해 물리학의 커다란 도약을 이루어냈다.
 
HP의 창립자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팩커드는 어느 날 연구소를 방문해서 모니터를 개발 중이던 젊은 엔지니어에게 개발을 포기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 엔지니어는 이에 불응하고 휴가를 냈다. 휴가를 낸 목적은 쉬기 위한 게 아니라 캘리포니아 주를 돌아다니면서 잠재고객들에게 모니터를 보여주고 반응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고객들이 모니터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연구를 강행하고 상사를 설득해 결국 모니터를 생산해내어 결국 3,500만 달러라는 높은 매출을 올렸다. 팩커드는 그 엔지니어를 벌하기는커녕 "탁월한 도전"이라고 치하하며 메달을 수여했다. 팩커드는 도전이 도약의 엔진임을 아는 경영자였기 때문이다.
 
모든 권위를 차가운 머리로 의심하고 도전하라. 최고권력자든, 오래된 믿음이든, 최신 유행이든, 난공불락의 경쟁사이든,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덤벼 이겨라. 도전이야말로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의무이다.

(*이 글은 'SPP조선'의 사보 'SPP Magazine 18호'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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