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서 자기계발서들을 살펴보면 여러 키워드 중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행복'입니다. "행복하려면 이렇게 하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는 식으로 독자들에게 행복의 중요성을 호소합니다. 그런 책을 읽어보면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자연스레 듭니다. 미디어나 언론에서도 우리 사회의 지향점이 국민의 행복이 되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의견을 내놓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책이나 기사를 접할 때마다 어떤 느낌이 듭니까? 행복하게 살겠다는 긍정적인 의지가 샘솟아 오릅니까? 아니면, 행복하지 않은 현재의 자신이 초라하고 나약하게 느껴집니까?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브록 배스티언(Brock Bastian)이 이끄는 연구팀은 행복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배스티언은 123명의 참가자(호주인과 동아시아인들이 섞인)들에게 설문을 돌려 '우울함을 느낄 때 나는 내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생각된다(자기 평가)', '나는 우울함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자신에 대한 기대)', '다른 사람이 날 우울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사회적인 기대)' 등의 질문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사회가 자신들에게 기대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 참가자일수록 자신들이 느낄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우울함이나 슬픔)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를 바꿔 생각하면, 행복을 강조하는 쪽으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될수록,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행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을수록 사람들은 '난 슬퍼하면 안돼', '좌절하면 안돼'라면서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려 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자기 자신을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며 비하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오히려 행복하지 못한 상태로 이끄는 것이죠.


배스티언은 후속실험에서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끼친다'라는 결론을 낸 연구 결과를 참가자들 중 일부에게 읽게 했습니다. 반면, 다른 참가자들은 '부정적인 감정은 잠시 지속되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라는 연구 기사를 읽었습니다. 기사 읽기가 끝나자 배스티언은 참가자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시키기 위해 과거에 경험한 좋지 않은 사건을 회상하며 글을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현재 감정 상태가 어떤지 측정해 달라고 했죠.


그 결과, '부정적인 감정은 좋지 않다'란 연구 기사를 읽은 참가자들이 '부정적인 감정은 괜찮다'란 기사를 읽은 참가자들에 비해 자신들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 부정적으로 여긴다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부정적인 감정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연구 기사(비료에 관한 연구)를 읽은 대조군들 역시 '부정적인 감정은 좋지 않다'는 기사를 읽은 참가자들만큼 부정적인 감정을 부정적으로 느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만큼 '행복하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라는 식의 사회적인 분위기(혹은 압박)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배스티언의 연구를 종합하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슬픔이나 우울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안 된다는 쪽으로 사회적 인식이나 기준이 편협하게 흘러갈 때 정상적으로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을 죄악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행복을 강조할수록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 행복하라는 말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행복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자기계발서를 가급적 멀리하는 것, 행복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는 것이 더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사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참고논문)

Brock Bastian, Peter Kuppens,Matthew J. Hornsey, Joonha Park, Peter Koval, Yukiko Uchida(2012), Feeling bad about being sad: the role of social expectancies in amplifying negative mood, Emotion,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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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는 약일까, 독일까?   

2010. 9. 1. 09:00

요즘은 좀 잠잠한 듯 한데, 한때 자기계발서의 열풍이 불던 때가 있었죠. 우화나 소설 형식의 자기계발서도 여러 출판사에서 쏟아져 나왔었지요. 아마도 그 중 몇 권쯤은 여러분의 책꽂이에 꽂혀있을 겁니다.

자기계발서의 '현대적인' 원조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쓴 '가난한 리처드의 달력'일 겁니다. 그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요즘의 자기계발서들은 프랭클린이 말한 33가지의 덕목들을 확대 재생산한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침을 물들이는 노을)


프랭클린 시대 이후로 자기계발서가 이렇게 붐을 이루고 앞으로도 끝없이 출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교육이 필요한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태어나기 때문일지 모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기계발서가 사람들의 자기계발에 실패한 탓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사람들은 책꽂이에 꽂힌 예전의 책을 잊고 새로운 자기계발서를 찾아 서점으로 나섭니다. 자기계발서들의 공통적인 논리(혹은 주제)가 아래와 같이 10가지로 귀결된다는 것을 알고도 말입니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1: 성공하려면 성공하면 된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2: 꿈꾸면,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3: 고난과 시련은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4: 좌절하고 포기하면 인생의 루저가 된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5: 멈추면 퇴보한다. 이 세상은 붉은여왕이 다스리니까.

자기계발서의 논리 6: 열심히 하면 안 될 리 없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7: 모든 것은 당신이 하기에 달렸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8: 성공한 사람들을 본받으면 당신도 성공한다.

자기계발서의 논리 9: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자기계발서의 논리 10 : 도움을 기다리지 말고 당신이 먼저 구하라.

사람들이 끝없이 자기계발서를 탐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기계발서를 읽음으로써 '자기계발되지 않은'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싶어서는 아닐까요? 적어도 그 책을 읽는 동안엔 현실의 신고(辛苦)를 잊을 수 있어서일까요? 아니면, '나도 할 수 있어'란 자극을 계속해서 원하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자기계발서를 채운 스토리들이 그저 읽기 쉽고 재미를 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군요.

누군가가 '자기계발서는 독'이라고 힐난합니다. 자기계발서가 헛된 꿈과 희망을 주는 바람에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난 아무래도 안 되나봐'란 큰 좌절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라 하더군요.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을 실천하는 것과 혼동하여 '난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어'란 착각과 최면효과에 빠지게도 만든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요.

전 '자기계발서는 자양강장제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을 땐 자신감과 희망에 부풀어 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기운은 언제 그랬냐는 듯 흔적 없이 사라지니 말입니다. 오래 복용하면 몸에 좋을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생의 '진정한 보약'은 무엇일까요?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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