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여러분에게 확신에 찬 어조로 어떤 사실을 전달할 때 그 말을 믿어야 할까요? 똑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우리는 자신감에 없는 듯한 사람의 말보다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자신감 휴리스틱'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신감이 과도한 사람의 말은 수용하기 전에 한번쯤 의심해 보는 필터링 과정이 필요합니다. 피시호프(Baruch Fischhoff), 슬로빅(Paul Slovic), 리히텐슈타인(Sarah Lichtenstein)은 확신의 타당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시사점을 일련의 실험을 통해 얻었습니다. 

그들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역사, 음악, 지리, 자연, 문학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질문을 제시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실험참가자들에게 4가지 형태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첫 번째 형태는 주관식이었는데, '압셍트는 ________이다'란 문제의 빈칸을 채우도록 한 다음 그 답이 맞을 확률을 쓰게 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 형태는 '압셍트는 보석의 일종이다'와 같은 문장을 제시하고 진술의 내용이 옳을 확률을 쓰도록 하는 형식이었죠. 세 번째 질문 형식은 2개의 문장을 주고 어느 것이 옳은지를 고르게 하는 객관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압셍트는 술이다'와 '압셍트는 보석이다' 중에서 옳은 것을 선택한 다음 그것이 맞을 확률을 0.5에서 1.0까지의 범위로 적게 했습니다.



마지막 질문 형식은 세 번째 질문 방식과 마찬가지로 두 개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였지만, 연구자가 임의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한 다음 '이것이 맞을 확률을 0부터 1.0까지의 범위로 제시하라'고 실험참가자에게 요청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오레곤 대학교에 재학 중인 361명의 학생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눈 다음, 각 그룹에게 4가지 질문 형식 중 한 가지만을 제시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실험참가자들이 자신의 답을 확실하게 옳다고 생각하는지, 다시 말해 답이 맞을 확률을 1.0 혹은 0.0으로 생각하는지와 실제로 답을 맞힌 비율을 비교 분석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맞을 확률을 1.0으로 생각하여 제시한 답이 실제로 옳은 경우는 대략 20퍼센트에서 30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답이 확실하게 맞다고 생각할 때 그 답이 틀리는 경우가 꽤 많다는 의미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변형된 실험을 추가로 실시했습니다. 이번엔 41개의 사망 원인들을 둘 씩 짝을 지은 다음에 참가자들에게 "두 개의 사망 원인 중에서 미국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답이 옳을 확률을 '10 : 1', '10000 : 1'과 같은 비율로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10:1'은 선택한 답이 옳을 확률이 틀릴 확률보다 10배 더 크다는 의미였습니다. 10 : 1보다는 10000 : 1이 자신의 답을 더욱 확신한다는 뜻이겠죠.

이렇게 총 106개의 질문을 66명의 실험참가자에게 제시했더니, 자신의 답을 확신하는 경우(50:1 이상으로 판단하는 경우)이 51퍼센트나 됐고, 1000 :1로 생각하는 경우도 거의 25퍼센트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답을 맞힌 경우는 71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자신의 답을 매우 확신하는 경우(예를 들어 1,000,000 : 1)에도 답이 틀리는 경우가 10퍼센트나 됐습니다. 이는 확신이 정확함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결과였죠. 사람들은 자신이 맞다고 확신할 때 그 믿음이 옳지 않은 경우가 생각보다 잦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연구자들이 뒤이어 실행한 3개의 추가실험을 통해서도 이런 결과를 얻었죠.

이 실험은 어떤 결정에 대한 확신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은 스스로를 안도시키기 위한 동기가 숨어있기 때문임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어떤 문제의 원인이나 해법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확신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무지를 감추기 위해서 혹은 '긴가민가'해 하는 자신의 부정확함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확신에 찬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확신을 가진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 않지만 '그렇게 믿으면 실제로 그리 된다'는 여기는 경우는 의외로 많을 수 있다는 것이죠.

다른 사람의 확신, 그리고 자신의 확신을 한번쯤 의심해 보고 수정한다면, 보다 나은 의사결정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사실을 확신하고 있습니까? 그 확신이 과연 옳을까요? 확신의 감정이 여러분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참고 논문)
Knowing with Certainty: The Appropriateness of Extreme Conf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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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여러분이 어떤 예측치를 제공하면서 '이 예측이 맞을 확률은 100%나 된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라고 장담하면, 여러분은 그 예측을 믿고 따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반면, 다른 전문가가 자신의 예측치를 말하면서 '이 예측치가 사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60% 정도이다'라고 덧붙인다면, 여러분은 그의 예측에 귀를 기울일까요? 자신의 예측치를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전문가와 소심하게 드러내는 전문가, 이 둘 중에 여러분은 누구의 말을 더 신뢰하고 경청하게 될까요?

카네기 멜론 대학의 조셉 래드제비크(Joseph Radzevick)와 돈 무어(Don Moore)라는 심리학자들은 98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실험은 참가자들에게 사진 속 사람의 몸무게를 예측하여 맞히도록 하는 간단한 과정이었지만, 예측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사람들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에 충분했습니다.



래드제비크와 무어는 실험 참가자들을 '결정자(Guesser)'와 '조언자(Advisor)'로 나눴습니다. 조언자들은 사진 속 사람의 몸무게를 10파운드 단위로 예측한 다음, 그 예측치에 자신의 자신감 수준을 퍼센테이지로 표시했습니다. 예컨대 '사진 속 사람의 몸무게가 170~179파운드일 가능성이 70%가 된다'라고 적어야 했죠. 조언자들은 이러한 예측치를 사진 한 장에 대해 최대 3개씩 내놓을 수 있었는데, 자신감의 수준은 모두 합해 100%가 되어야 했습니다.

결정자들은 사진 한 장에 제시될 때마다 4명의 조언자들이 제시한 자신감 수치만을 보고 누구의 조언을 따를 것인지 선택했습니다. 조언자들은 결정자들이 자신을 얼마나 많이 선택할지에 따라 돈을 받았고, 결정자들은 몸무게의 실제값을 맞힘에 따라 보상을 받았습니다. 

실험의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조언자들은 모두 8장의 사진을 제시 받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의 최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첫 번째 사진이 제시될 때는 평균 52%였으나 8번째 사진이 제시될 때는 평균 65%로 상승했습니다. 이 결과는 사진 속 인물의 몸무게를 추정하는 간단한 과제를 많이 수행한다는 것이 그 과제에 대한 자신감의 수준을 높인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런 경험의 축적과 그로 인한 자신감의 상승이 실제로 예측의 적중률을 높혔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신감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측의 적중률은 결코 높아지지 않았으니까요. 자신감과 예측력은 상관성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자들은 예측력보다는 조언자들이 얼마나 자신감이 충만한가에 따라 영향을 받았습니다. 즉, 자신감 넘치는 조언자의 의견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죠. 예컨대 '170~179파운드에 90%, 180~189파운드에 10%'라고 의견을 낸 조언자가 '160~169파운드 30%, 170~179파운드 40%, 180~189파운드 30%'라고 추정한 조언자보다 선택될 가능성이 높았던 겁니다. 이렇게 결정자들이 자신만만한 조언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자 조언자들은 처음에 보였던 신중함을 버리고 점차 과감하게 예측하려는 추세로 이어집니다. 그래야 다른 조언자들보다 더 자주 선택되어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보상에 대한 경쟁이 과도한 자신감을 부추긴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무언가를 자신만만하게, 100%에 가까운 가능성으로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 말이나 수치가 적중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반대로 어떤 예측치를 신중하게(나쁘게 말해, 우유부단하게)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틀리리라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합니다. 의사결정을 할 때, 더군다나 그 의사결정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을 때, 자신만만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예견을 피력하는 사람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리의 행동방식입니다. 이렇게 될 수도 있고 저렇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가 있다면, '면피하려고 한다'고 폄하하거나 그 사람을 무능한 전문가로 분류해 버립니다. 이것 역시 전문가들로 하여금 다른 전문가들보다 과감해지도록 자극하는 요인이 됩니다.

우리가 접하는 여러 종류의  많은 전문가들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의견이 좀더 많은 매체나 사람들에 선택되기를 바랍니다. 선택을 받아야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려면 자신의 의견이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야 합니다. 설득력은 전망이나 예측의 적중률을 통해 높아질 수 있겠죠. 하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전문가들의 예측력은 일반인들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이 쌓아온 지식과 경험에 비하면 그 차이가 아주 미미하다고 합니다. 즉 경쟁력을 갖추는 데 있어서 예측의 적중률은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없고 되지도 못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채택하는 것이 바로 자신만만함입니다. 갖가지 근거를 끌고 와서 자신의 의견이 진짜 맞다고, 절대 틀릴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할수록 사람들의 선택을 받기가 쉽습니다. 게다가 사람들로부터 높은 신뢰까지 받으니 자신만만함은 전문가가 살아남는 데 필요한 필수조건이 되고 맙니다. 

어떤 사람의 자신감이 높으면 그 사람이 옳을 거라고 믿는 경향을 '자신감 휴리스틱(Confidence Heuristic)'이라고 부릅니다. 이 휴리스틱은 머리 속에서 무의식에 가깝게 일어나는 비합리적 현상이라서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을 이끌 때가 매우 많습니다. 

201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장미빛 희망으로 출발해야 할 2012년이 북한의 정세 변화, 유럽발 금융위기의 지속, 국내 정치 상황의 혼돈 등으로 매우 불확실한 것이 사실입니다. 점집만이 호황을 누리는 세태가 작금의 불확실성을 대변합니다. 딱 부러지게 '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점쟁이를 용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자신만만한 전문가들(하지만 실력은 그리 높지 않은)에게 귀가 솔깃해잡니다. 그들을 필요 이상으로 신뢰하여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경계해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고논문 : Competing To Be Certain (But Wrong): Social Pressure and Overprecision in Judg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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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은 무지에서 나온다   

2011. 3. 23. 09:00



요즘에 모 방송국에서 '신입사원'이라는 오락 프로그램이 방송됩니다. 알다시피 공개 오디션을 통해 아나운서를 채용한다는 포맷의 프로그램입니다. 평소 TV 오락물은 잘 보지 않는 편이지만 일본 대지진 관련 뉴스를 보려고 채널을 돌리다가 그 프로그램을 보게 됐죠. 수많은 사람들이 방송국 로비에 모여 자신의 오디션 차례를 기다리는 광경을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저 사람들은 떨어질 줄 알면서도 오디션에 왔을까?"

물론 많은 사람들이 재미삼아 잠깐이라도 TV에 얼굴을 비추고 싶어서 나왔겠죠. 하지만 아나운서로 최종 선택되기는커녕 1차 오디션에서 바로 떨어질 만한데도 진지한 표정으로 오디션에 임하는 사람들도 꽤 많더군요. 그들 대부분은 우리가 아나운서에게 기대하는 바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발음이 꼬이거나 말이 너무 빠르거나 긴장감에 말을 떨거나 하는 지원자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려고 했겠지만, 저는 시청하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특히 "나의 꿈을 실현해보고 싶어서 나왔다"면서 눈물까지 흘리는 지원자를 볼 때 그 모습이 측은하게 여겨지기보다는 실력이 미치지 못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왜 나와서 저렇게 눈물을 흘릴까란 생각이 앞섰습니다. 정말 자신의 꿈이라면 왜 실력을 연마하지 않은 채 나와서 '잘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란 말을 변명처럼 내뱉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지원자의 말을 들을 때도 TV에 잠깐 나오는 걸 과대포장하는 것은 아닌가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시각이 좀 비뚤어진 걸까요?

떨어질 줄 알면서도 오디션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자신감 착각' 때문입니다. 자신감 착각은 꽤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미국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63퍼센트의 미국인들은 자신의 지능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특히 남성은 71퍼센트가 평균적인 사람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합니다. 이와 유사한 연구 결과는 많습니다. 스웨덴 대학생의 69퍼센트는 자신의 운전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평가했고, 자신이 평균보다 더 매력이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미국의 대학교수들은 자신감이 더 커서 자신의 연구 능력이 다른 교수들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사람이 무려 94%에 달했습니다.

특히 객관적인 실력이 하위에 속하는 사람들의 자신감이 더 컸습니다. 코넬 대학교의 저스틴 크루거와 데이비드 더닝은 먼저 학생들의 유머 감각을 테스트해서 상위자부터 하위자까지의 '유머 감각 서열'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런 다음 코미디 작가들이 쓴 우스운 이야기 30개를 골라서 코미디언들에게 메일로 보냈죠. 코미디언들이 30개의 이야기를 읽고 전혀 재미있지 않음(1점)부터 아주 재미있음(11점)까지 평가해 주길 요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8명의 코미디언이 답변을 보내왔는데 이야기의 재미에 대한 그들의 의견은 거의 일치했습니다. 일관성이 있다는 뜻이었죠.

크루거와 더닝은 학생들에게 똑같은 30개의 이야기를 평가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유머 감각 테스트에서 고득점을 얻은 학생들은 코미디언들의 판단과 78퍼센트 정도 일치했습니다. 하지만 유머 감각 테스트에서 하위 25%에 해당하는 저득점자들은 코미디언들이 재밌다고 평가한 이야기 중에서 44퍼센트만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재미없는 이야기 중 56퍼센트를 재미있다고 평가 내렸습니다. 본래 유머 감각 테스트에서 하위 그룹에 랭크됐으니 이같은 불일치는 예상된 결과였습니다.

흥미로운 결과는 그 다음에 나왔습니다. 크루거와 더닝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유머 감각이 평균보다 얼마나 높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66퍼센트의 학생들이 다른 사람보다 유머 감각이 좋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이것도 예상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유머 감각 테스트에서 하위 25%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유머 감각을 평균보다 높게 평가한다는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객관적으로 능력이 처지는 사람들이 '자신감 착각'을 더 강하게 보인다는 의미였으니까요.

실력이 모자랄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은 체스 선수들에게도 나타납니다. 체스 선수들은 경기 전적을 통해 점수를 부여 받는데, 이 점수는 실제의 체스 실력을 꽤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점수가 낮은 선수가 점수가 높은 선수를 웬만해서는 이기기가 어렵죠. 하지만, 점수대가 평균 이상인 선수들은 50점 정도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하위에 속하는 선수들은 자신이 '응당' 받아야 할 점수보다 150점 정도 덜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실력이 약할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또 하나의 증거입니다. 크루거와 더닝은 유머감각 뿐만 아니라 논리력, 추리력, 영어 문법 능력 등에서도 이런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실력이 안 되는데도 오디션에 구름 같이 모여드는 현상을 설명해 줍니다. 사람들은  뻔히 떨어질 줄 알고 오디션에 오는 것이 아니라, 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 때문에 오디션에 몰려드는 것이죠. 또한 이 연구 결과는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이 더 큰 자신감을 보이며 저돌적으로 돌진하거나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마찰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물론 항상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몇몇 조직의 직원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누가 봐도 능력과 성과가 평균보다 못한 직원들이 더 불만이 크다는 사실을 종종 발견합니다. 여러 직원들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저절로 '크로스 체크'가 되기 때문이죠. 그들은 성과가 저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기보다는 조직이나 다른 직원들에게서 찾는 경향을 보입니다. 물론 회사의 평가보상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불만이 크겠지만, 똑같은 조건인데도 일 잘하는 직원들보다 일 못하는 직원들의 불만이 더 잦고 목소리가 더 큰 현상은 흥미롭습니다.

그들이 자신이 응당 받아야 할 연봉보다 적게 받는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노조를 찾아가 자신의 억울감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면 씁쓸한 마음마저 듭니다. 인사제도의 개선 방향이 자칫 불만이 큰 하위 직원들에게 끌려가지는 않을까 경계할 정도입니다.

지나친 자신감으로 벗어날 때 자신의 실력을 오히려 더 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력을 높일수록 겸허해집니다. 크루거와 더닝의 실험에서 유머 감각이 상위 25%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자신보다 덜 재미있는 학생들의 비율을 더 적게 잡았습니다. 자신의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다른 학생들보다 덜 가졌다고 합니다.

일찌기 찰스 다윈은 '지식보다는 무지가 자신감을 더 자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습니다. 자신감은 무지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진정한 자신감은 실력에서 나와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도서 : '보이지 않는 고릴라')
(*참고논문 : Unskilled and Unaware of 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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