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에 모두 7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한달에 10권을 읽기로 한 계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지만, 11월에는 좋은 책을 여러 권 만나게 되어 나름대로 알찬 독서였다고 자평합니다.

이제 12월 한 달만을 남겨놓은 2010년이네요. 12월이면 으레 책들이 쏟아지는데, 과연 어떤 책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궁금해집니다.

여러분도 모두 즐거운 독서생활하세요~!


한권씩 짧게 서평을 달아 봅니다.

이타적 인간의 출현
이타적 인간의 출현 : 게임이론을 통해 인간의 이타성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설들을 살펴보는 책입니다. 게임이론도 배우고 이타성의 본질에 대해 숙고하게 하는 좋은 길잡이입니다. 국내 저자가 써서 문장이 친숙하다는 점도 장점이지요. 약간 어려울 수 있으나, 그동안 얄팍한 교양서에 질렸다면 이 책으로 지식의 욕구를 채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강추합니다.

스마트 스웜
스마트 스웜 : 개미, 꿀벌, 흰개미 등 사회적 동물들이 보이는 자기조직화와 창발, 그리고 집단지성의 의미와 적용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집단이 지혜를 모을 때 실수는 감소하고 최상의 해법이 떠오르는 여러 현상이 잘 정리된 책이라서 조직관리에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이 풍부합니다. 추천합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제는 유명해진 장하준 교수의 신작입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23가지 논리를 각 장에 하나씩 배열하고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전작보다 가벼워 보일 수 있으나, 장 교수가 그간 견지해 온 논리가 무엇인지 살펴보기에 좋았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폐해를 정리하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스티브 잡스 무한 혁신의 비밀
스티브 집스, 무한 혁신의 비밀 : 이 책은 출판되기 3주일 전에 추천사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초고로 읽었습니다. 사실 그 전엔 스티브 잡스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 책 한 권으로 그의 철학과 애플의 지향점을 잘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쉬운 듯하지만, 스티브 잡스를 처음 접하는 고객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 같습니다.

스티브 잡스 아이마인드(I MIND)
스티브 잡스 iMind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입니다. 왜 보냈는지 사전에 이야기가 없고 연락처도 없어서 고맙다는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성공과 어록 등을 선불교적 입장에서 정리한 책인데, 죄송하지만 책 내용의 많은 부분이 스티브 잡스를 소개하는 다른 책으로부터 재인용된 경우가 많아 그리 좋은 평은 드릴 수가 없습니다.

1만년의 폭발
1만년의 폭발 : 인간의 진화가 1만년 전에 끝났다는 많은 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인간의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책입니다. 특히 인간의 진화에 있어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미개하게만 여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유럽 어딘가에서 조우에 서로 짝짓기를 하고 자손을 낳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재 우리의 몸에 전해졌을지 모른다는 주장은 꽤 흥미로웠죠. 진화론과 인류학에 어느 정도 사전지식이 있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조금 난해한 책일 것 같군요. 그래도 저는 추천합니다. ^^

스프링
스프링 : 인간의 충동성이 진보에 커다란 동력이라고 주장하는 책입니다. 부정적인 시각을 바라 본 충동성을 긍정적인 입장에서 서술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평소에 신중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충동에 빠지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극도의 위험회피 성향이 충동성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알게 됐죠. 본인의 성향이 위험관리자냐, 아니면 모험추구자이냐에 따라 지켜야 할 원칙과 조심해야 할 사항을 잘 정리한 책입니다. 의사결정의 오류를 줄이는 방법도 조언하는 책입니다. 말콤 글래드웰 스타일의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책도 마음에 들리라 생각되네요. 추천합니다.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

자유시장 경제학은 아주 나쁘다   

2010. 11. 15. 09:00


지난 주말에 장하준 교수의 신작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란 책을 완독했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에 대한 열렬한 비판자이자 대안적인 경제학(스스로 비주류라고 일컫는)의 선두주자인 장하준 교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이론적, 경험적 논리와 가정에 1:1로 맞불을 놓는 방식으로 책을 써내려 갔습니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문체와 구성으로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합니다.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에 비해 힘을 빼고 쉽게 접근했다는 면에서,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논리에 각각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는 점에서 저는 이 책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이 책을 읽다가 각 챕터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봤습니다. 트위터로도 올렸지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무엇인지, 어렴풋이 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각각 140자 이내의 단문이라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으니 꼭 책에서 확인하기 바랍니다.


프롤로그 : "경제학은 물리학이나 화학과 같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이다"

1. "경제학의 95%는 상식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2. "잭웰치는 주주가치란 말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으로서 '주주가치 경영'의 선봉자였다. 하지만 최근에 주주가치는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아이디어라고 고백했다"

3. "가난한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말은 부당하다.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그 나라의 부자들이 제대로 생산성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4. "인터넷보다 세탁기의 발명이 세상을 더 많이 더 근본적으로 바꿨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렇다. 과거를 과소평가하고 최근의 기술을 과대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5. "사람들이 최악의 행동을 할 거라 예상하면 결국 최악의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6. "물가 안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제 안정의 지표가 아니다. 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위험하지 않다"

7.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을 사용해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8. "국경 없는 세계라는 표현은 엄청나게 과장된 표현이다. 자본에도 국적이 있다"

9. "탈산업화(서비스업 비중이 커지는 현상)라는 환상은 선진국에도 좋지 않지만 특히 개발도상국에는 대단히 해롭다. 제조업 없이 발전은 없다".

10. "미국은 더 이상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불평등이 심하다. 미국의 서비스 가격이 싼 이유는 이민자들이 저임금을 받으며 희생하기 때문이다"

11. "문화는 경제 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그게 아프리카가 되었든 유럽이 되었든 문화를 경제 저성장의 원인으로 거론하는 것은 잘못이다. 아프리카의 저성장은 자유무역 강요 때문이다"

12. "기업활동에 영향을 주는 정부의 결정은 기업들이 직접 내리는 결정에 비해 열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근거없는 주장이다"

13.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 준다고 해서 나머지 사람들이 더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다. 부자들에게 유리한 소득 분배가 투자와 성장을 가속화시킨다는 주장(트리클 다운)에는 근거가 없다"

14. "오늘날 미국의 CEO들은 1960년대 CEO들에 비해 10배의 연봉을 더 받는다. 상대적으로 1960년대 CEO들의 경영 성적이 훨씬 더 좋았음에도 말이다"

15. "마이크로 파이낸스 운동이 시작된지 30년이 자났지만 이로 인해 고객들의 생활이 수치상으로 개선됐다는 확고한 증거는 거의 없다. 자금의 대부분은 소비에 사용되는 경향이 크다"

16. "약품을 출시할 때 엄격한 검증 절차로 그 약이 부작용을 압도할 만한 효능이 충분한지 확인한다. 마찬가지로 금융상품도 판매하기 전에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상당수의 파생상품은 폐기돼야 한다"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교육을 확장하면 큰 실망을 겪게 될 것이다"

18. "정부 규제의 많은 것들이 기업 모두가 사용하는 공유자원을 보존하고,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의 생산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업활동을 장려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규제의 절대량이 아니라 규제의 목적과 내용이다"

19. "공산주의 체제가 실질적으로 사라졌다 해서 계획경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본주의 국가의 정부 역시 경제를 계획한다(그것도 아주 많이, 은밀하게)"

20. "'기회의 균등'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21. "고용 불안이 심해지면,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을 할지는 몰라도, 자기에게 맞지 않는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22. "현대 금융시장의 문제점은 그것이 너무 효율적이라는 데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장기적인 발전에 필요한 '기다려 줄 줄 아는' 자본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의도적으로 줄여야 한다"

23. "경제학은 실제 경제 운용과 큰 관계가 없어 보인다. 경제학은 경제에 오히려 해롭다"

결론 :  "자유시장 경제학의 근저를 이루는 이론적, 경험적 가정은 의문의 여지가 많다. 경제 시스템을 그냥 수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구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